신세희의 안색이 순식간에 붉어졌고 그녀는 목을 가다듬고 허리를 반쯤 숙여 신유리에게말했다.“아가야, 엄마한테 말해봐. 어젯밤에 잘 잤어? 무서운 꿈은 안 꿨고?”신유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뿌듯한 얼굴로 신세희의 손을 잡아당겨 앉히고, 신세희의 귓가에 속삭였다. “엄마, 악당의 침대가 너무 편해요. 공주님 요람에서 자는 것처럼 너무 잘 잤어요. 하나도 안 무서웠어요. 엄마, 유리는 용감해요. 엄마는 어젯밤에 잘 잤어요? 안 무서웠어요?” 신유리의 침대는 부소경이 특별히 유리를 위해 주문 제작한 고급 침대다, 침대 옆은 달이 휘감겨 있고 침대 주변은 모두 조화로 둘러싸여 있어 마치 동화책의 주인공이 쓰는 침대 같았다. 신유리는 이 방에 들어서자마자 무척 마음에 들었다.다만 어제 부소경에게 화가 나서 내색하지 않고 잠을 잔 것이다. 지금은 부소경에 대한 화가 가라앉았고 두려움도 사라졌다.하지만 엄마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다.엄마가 부소경을 무서워한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지금 엄마의 모습을 보니 아직도 저 악당을 무서워하는 것 같았다.신세희는 미소를 머금고 신유리를 바라보았다.“유리가 편안하게 잘 자서 엄마가 마음이 놓이네. 엄마는 어제…” 세희는 어떻게 유리에게 어젯밤 부소경과 함께 잤다고 말할 것인지 망설여졌다. “엄마, 악당이 엄마한테도 침대를 마련해 줬어요? 어젯밤 엄마를 못살게 굴진 않았어요?”옆에 있던 가정부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신유리가 악당이라고 부르는 부소경은 무표정한 얼굴로 신유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엄마 침대를 마련해 주지 않아서 네 엄마는 나랑 잤어. 밤새도록 내가 안아줬어!”신세희의 얼굴은 더욱 붉어졌고 창피하여 고개를 떨구었다.그러자 신유리는 “엄마가 어린애도 아닌데 왜 악당이 엄마를 안아줘요!”라고 순진한 목소리로 물었다.“네 엄마는 어린애가 아니었지만 혼자 자면 무서워해. 곡현에 살 땐 네가 엄마를 안고 잤겠지만 지금은 내가 안고 자지.” 부소경은 얼굴빛 하나 변하지 않고 말했다.“아.”신유리는
유리는 더 이상 악당이 무섭지 않았다, 오히려 재미있었다. 신세희는 침실로 안겨들어가면서 낮게 말했다. “당신 침실 안에 탐색 장치랑 암호 기계가 있다고 하지 않았어요?”“그랬지.”“그럼, 나…” 세희는 몸이 굳어서 움직일 수 없었다. 잘못 움직여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을 가봐.“이 방은 사람을 인식해, 당신 몸에는 내 체취가 가득해, 특히 가장 깊은 곳까지. 그러니까 당신은 내 방에서 안전해.”부소경의 말에 신세희는 얼굴을 붉혔다.그녀는 자신이 정말 한심했다. 걸핏하면 얼굴이 붉어지니까, 부소경에게 자신을 들킬 때마다얼굴이 붉어졌다.그녀를 다시 이불 속에 집어넣고 고개를 돌려 소리쳤다. “이 씨 아주머니, 구스다운 이불 좀 주세요.”이불은 아주 빨리 도착했고 부소경은 신세희에게 이불을 덮어주었다. 세희는 이불 속에서 부소경이 옷을 갈아입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가 방에 있다는 것을 전혀 개의치 않았다.그녀의 앞에서 옷을 벗고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었다, 부소경의 몸매는 정말 좋았다.옷을 입으면 훤칠해 보이고 벗으면 탄탄한 몸매였다.특히 정장을 입은 그의 모습은 인기 있는 남자 영화배우에게 결코 뒤지지 않았다.신세희는 홀린 듯 그를 바라보았다.머릿속에는 온통 구릿빛 피부와 근육질 몸매가 떠올랐다. 그리고 어젯밤 자신은 그의 품에 안겨있던 장면까지 떠올랐다. 생각에 너무 잠긴 나머지 소경이 나가는 것조차 눈치채지 못했다. 누군가가 문을 두드리고 나서야 그녀는 정신을 차렸다.“사모님.” 밖에서 가정부가 외쳤다.적응 안 되는 호칭이었다.신세희는 대답하고 싶지 않았다.“사모님, 죄송하지만 제가 들어가는 것을 허락해 주세요, 방안의 탐지 장치 때문에 함부로 들어가지 못합니다.”“들어오세요.”라고 세희가 명료하게 말했다.가정부가 들어와 식판을 손에 들고 웃으며 신세희에게 다가왔다. “사모님, 아침 드세요. 이건 대표님께서 특별히 지시하신 영양 죽입니다. 자, 사모님, 아 하세요.”다정하게 챙겨주는 가정부는 나이가 쉰도 안 되는 모습
신세희는 수줍어하면서도 이 씨 아주머니의 뜻에 따랐다. 그녀는 주치 간호사가 맞았다, 전문적인 데다 신세희를 잘 간호해 줬다. 사람 자체도 이해심이 많고 따듯했다.오히려 신세희가 난감해했다.이 씨 아주머니는 “사모님 제 눈치 보지 마세요, 사모님이 남들처럼 뻔뻔하게 안구시니 대표님께서 사모님을 이리 좋아하시나 봅니다.”라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세희가 아무 말 없이 있자 “사모님.”라며 이 씨 아주머니가 다시 한번 말했다.“네.” 비록 신세희는 자신이 사모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지만 이 씨 아주머니에게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할 수도 없었다.“공주님께서도 동생을 바라는 눈치인데 저희 대표님의 재력으로 절대 아이 한 명만 원하지 않을 겁니다. 추후에 아이를 원한다면 반드시 자신의 건강부터 신경을 써야 합니다. 사모님 움직이지 마세요, 약을 넣겠습니다.” 신세희는 감히 움직이지 못했다.이 씨 아주머니는 신세희에게 “사모님, 적어도 한 시간은 침대에 누워 계셔야 합니다.”라고 세심하게 당부했다.신세희는 이불로 머리를 가린 채 “그럴게요.”라고 중얼거렸다.더 이상 그녀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이 씨 아주머니는 조용히 물러났다.신세희는 주인 없는 침실 안의 큰 침대에서 혼자 잠이 들었다. 뜻밖에도 평온하게 잠들었고, 아주 잘 잤다.신세희는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사모님.” 이 씨 아주머니가 밖에서 외쳤다.“네.” 잠에서 깬 신세희는 몸이 많이 좋아진 것을 느꼈다,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이 씨 아주머니의 솜씨는 부드러웠고 약효도 좋았다. 신세희는 몸을 일으켜 앉으며 믈었다.“무슨 일이에요? 이 씨 아주머니?”“사모님, 대표님께서 옷을 보내오셨는데 나와서 한번 입어 보시겠어요?” 이 씨 아주머니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옷?당장 가야 한다!자신에게 입을 만한 옷이 단 한 벌도 없었고 옷을 입지 않으면 외출할 수 없었다. 무조건 입어야 했다.절실하게 필요했다!부소경이 보내왔다니?신세희의 마음속에는 따뜻한 감정이 피어올랐다.급하
신세희가 입은 옷들은 세희의 분위기와 어울렸다, 차가워 보이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이 났다.하지만 임서아는 온몸을 보석들로 치장을 했다.임서아는 6년 전보다 더욱 빛나고 아름다워졌다, 그녀는 6년 전보다 더욱 대담해졌다. 전처럼 가만히 숨어서 행동을 하지 않았고 숨길 것이 없이 당당하게 행동했다.신세희는 마음이 씁쓸했다.부소경 집안의 가정부가 그녀를 사모님이라고 불렀다.만약 그녀가 부소경의 부인이라면, 임서아는 또 뭐지?하지만 이것도 나쁘지 않았다.신세희는 눈살을 찌푸리며 임서아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임서아, 난 여기서 살 뿐만 아니라 부소경과 한 침대를 쓰고 있어, 우리는 사실혼 사이야, 사실혼이 뭔지 알겠지? 부소경은 지금 나를 매우 사랑해. 내가 입고 있는 이 옷은 부소경이 보내온 거야. 어때, 서아야?” 서아는 분노에 차서 하마터면 자신의 이를 깨물 뻔했다.잠시 말을 잇지 못한 임서아는 독살스럽게 말했다.“신세희! 너 왜 이렇게 뻔뻔해! 야! 너 정말 뻔뻔해! 내 약혼자가 널 남성으로 데려온 이유가 뭔지 알아?”신세희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알아, 날 가지고 노는 거. 잠자리를 하게 하기 위해서인 거. 근데 그게 왜?”“알고 있다고, 근데 왜 이렇게 당당해?” 임서아가 비꼬며 되물었다.신세희는 차갑게 말했다. “내가 왜 당당하면 안되는 거야? 난 원래 이런 애야. 6년 전 남성의 상류층들도 다 알고 있었어, 6년 전, 당신들 눈에는 난 그저 뻔뻔하게 상류층 남자를 유혹하는 여자로 보았잖아. 임서아, 넌 6년이 지나서야 내가 이렇게 뻔뻔하다는 걸 알았어?”임서아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세희의 냉소도 매서운 웃음으로 바뀌었다. “임서아! 6년 전 내가 너 대신 감옥에 가고, 네 아버지 임지강이 날 속여 부소경에게 보냈을 때도 난 당신 가족들을 원망하지 않았어. 근데 내 뱃속의 아이는 날 속인 너 때문에 부성애를 누리지 못하고 살았어. 임서아, 난 그때부터 당신 가문을 뼛속까지 미워했어. 기왕 내가 여기로 다시 돌아
"내 외할아버지라고! 난 우리 외할아버지가 가장 아끼는 외손녀란 말이야. 신세희, 나랑 우리 임씨 집안 사람들을 죽여버리겠다고? 꿈도 꾸지 마.""서씨 집안 어르신? 그 사람이 네 외할아버지라고?"신세희의 얼굴에 경악이 서렸다. 이건 미처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드디어 임서아가 왜 이렇게 제멋대로일 수 있었는지 알게 되었다. 든든한 뒷배를 갖고 있었던 것이다."그래, 내 외할아버지."잔뜩 거들먹거리며 신세희를 바라보는 임서아의 눈빛 속에는 시커먼 질투심이 그득했다.6년 전, 부소경은 임서아와의 결혼이 취소된 후 그녀를 임씨 저택에 연금시켜 아이를 낳게 했었다. 그때 그들은 공포에 잠식되어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었다. 부소경의 아이가 아니라는 것을 임서아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그런 아이가 태어나기라도 한다면 임씨 집안은 절대 무사하지 못할 터였다.그런데 마침 벼랑 끝에 몰렸을 때 서씨 집안 어르신이 찾아온 것이었다.임서아는 아직도 서씨 집안 어르신이 찾아왔던 때를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검은 세단 20대가 줄줄이 도착하더니 경호원 4명을 거느린 서씨 집안 어르신이 임씨 저택에 들어선 것이었다. 임지강과 허영은 하마터면 그 자리에서 기절할 뻔했다.그들은 부씨 집안에서 이자를 내세워 그들을 없애버리려 하는 줄 알았다. 세 가족을 바라보던 노인이 날 선 목소리로 물었다."임지강 자네에게 전처가 있었나?"혼비백산한 임지강은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안절부절못했다."예, 전처가 있긴 한데... 아, 아니요, 전처는 아니구요. 저... 어르신, 차라리 무슨 일인지 제게 그냥 말씀해 주십시오.""이 여자인가?"노인은 딸의 젊은 시절 사진을 꺼내 보여주었다.사진을 훑은 임지강은 단번에 그 여자를 알아보았다. 감히 거짓말을 할 수 없었던 그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가 조심스럽게 물었다."그런데 왜, 왜 그러십니까, 어르신?""이 아인 내 딸이야."매서운 눈빛을 하고 있던 노인은 이 순간만큼은 어쩐지 지
서씨 집안 어르신은 고개를 숙여 임서아를 바라보았다."네가 서아냐? 내 딸이 낳았다던?"임서아는 눈물 젖은 얼굴로 말했다."할아버지께서 우리 엄마의 아버지셨군요. 다들 우리 엄마더러 거지라고 했었는데... 사실 우리 엄마에게 이렇게 명망이 높은 아버지가 계셨던 거였어요! 그런데 외할아버지, 왜 우리 엄마는 그때 그런 모습을 하고 있었어요?"임서아는 아버지와 그 여자 사이의 일을 꽤 많이 알고 있다.어느 날 임지강이 그 여자를 주웠고, 그 여자는 임지강만 바라보며 살았었다. 그러나 그 여자와 동거했던 임지강은 그녀가 가지고 있던 작은 천 가방 속 자잘한 장신구들을 빼앗은 후 그 여자를 쫓아버렸다.그리고 나중에 임지강은 허영과 결혼했다.허영은 아이를 낳을 수 없는 몸이었기에 그들은 한 살짜리 임서아를 입양했다. 어린 나이에 데려왔기 때문에 그들은 임서아를 친자식처럼 여겨왔다.세 가족은 언제나 화목했다.그러나 난데없이 임지강에게 쫓겨난 그 여자가 서씨 집안 어르신의 친딸이라는 사실을 이십여 년이 지나서 알게 될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그리고 그 여자는...세 가족은 서로 약속이나 한 듯 침묵했다.임서아는 기회주의적이었으며 눈치를 봐가며 온갖 달콤한 말들을 곧잘 쏟아내는 사람이었다. 현재 그녀는 온 힘을 다해 눈물을 흘리며 서씨 집안 어르신의 비위를 맞췄고 어머니가 자기를 낳았을 때 얼마나 고생했는지를 줄줄이 읊어댔다.불과 몇 분 만에 서씨 집안 어르신의 눈시울도 붉어졌다.허리를 굽혀 임서아를 일으켜 세우려고 하던 찰나, 그는 그녀가 피를 흘리고 있다는 걸 발견했다."바닥에... 대체 바닥에 어찌 피가 이리도 많은 게냐?"하얗게 질린 노인이 급히 물었다."헉!"피로 흥건하게 젖은 자기 모습을 본 임서아도 깜짝 놀랐다.사실 며칠 전부터 아랫배가 살살 당기며 불길한 예감이 들긴 했었다.이전에 그녀는 몰래 사립병원에서 진찰한 적이 있었다. 의사는 그녀의 상태가 불안정하다고 했다. 낙태한 뒤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상황에서 또 부주의로 임신했
임서아는 곧장 노인이 대동한 경호원에게 안겨 서씨 집안의 사립병원으로 보내졌다. 그녀는 보안이 가장 뛰어난 VIP 병동에 입원했다. 물론 의사도 당연히 임서아가 갖고 있던 병과, 배 속의 아이가 조산한 원인을 밝혀냈다.그러나 방금 자기 딸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노인은 임서아가 자신의 유일한 외손녀라는 데만 급급해서 그녀의 과거가 얼마나 형편없든, 부소경을 속였든 말든 전혀 상관하지 않았다.노인은 오직 제 외손녀를 인정하고 싶었을 따름이었다.그는 가장 좋은 의사더러 임서아를 보살피게 했다. 더구나 본인이 직접 부소경을 상대하며 뻔뻔하게 해명했다."소경아, 준명이의 고모를 찾고 싶은 마음에 이 할아비가 그만 네게 몹쓸 짓을 했구나. 때마침 네 삼촌이 그 애가 임지강이라는 남자와 함께 살았었다는 걸 알아내서 바로 임지강네 집으로 찾아갔었다. 난 그곳에 도착해서야 네가 서아를 연금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 뭐니. 서아는 내가 왔다는 말을 듣고 네가 사람을 보내 자기에게 무슨 해코지라도 하는 줄 알고 허둥지둥하다가 그만 계단에서 떨어졌어. 그래서 결국 아이도 지켜내지 못하게 되었구나. 서아는 지금도 속상해하고 있어. 저 아이는 널 아주 사랑한단다. 아이가 있으면 그래도 네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 거로 여겼다만... 이젠 아이도 없으니 당연히 네가 자기를 버릴 거라고 말하더구나. 소경아, 이 모든 건 다 내 잘못이다. 그러니 벌하려면 이 늙은이를 벌하려무나. 내 얼굴을 봐서라도 우리 서아는 내버려 둬. 준명이 고모가 남긴 유일한 핏줄 아니니! 내가 이리 부탁하마."노인이 누구인가?서씨 집안은 남성에서 부씨 집안에 버금가는 명문가였다. 비록 부씨 집안만큼 부유하지는 않았지만 젊은 시절 정계에도 몸담았고 군부대에 보직한 전적도 있었다. 아직 그의 부하들도 건재했으며 세력 또한 만만치 않았다.다만 부소경은 노인의 세력이 두려운 것이 아니었다. 서씨 집안 어르신은 예전에 그와 그의 어머니 하숙민의 목숨을 살려준 적 있었다. 부씨 집안 모두가 두 모자를 미워하고
하도 무안했던 임서아는 가까스로 웃음을 쥐어짜 내며 부소경을 쳐다봤다."소경 오빠. 아무리 그래도 난 오빠의 아이도 임신했고 목숨도 구해줬던 여자예요. 내 외할아버지 가문도 이렇게 훌륭한데 내가 오빠한테 안 어울릴 건 뭐예요?"부소경이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했다."그런 게 아니야.""그럼 뭔데요?"부소경이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신세희가 우리 결혼을 망쳤어. 이 남성에서 누구도 감히 나 부소경의 결혼식에서 소란을 피우진 못해. 그런데 신세희가 그런 일을 저질렀으니 반드시 그녀를 산채로 끌고 와야겠어. 신세희를 잡기 전에는 절대 결혼하지 않을 거야.""......"임서아는 이 말 그대로 부모에게 전해주었다. 세 사람은 부소경은 절대 신세희를 잡아다가 죽일 계획이 아닐 거라는 결론을 내렸다. 아마 배 속의 아이 때문일 것이다.부소경은 아마 신세희의 말을 반쯤 믿었을 터였다.신세희가 아이를 무사히 낳고, 만약 정말 그 아이가 부소경의 자식이라는 게 밝혀진다면 임씨 집안은 여전히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었다.하지만 이 역시 그들의 추측일 뿐이었다.왜냐하면 부소경 부하들이 전국에 소문을 냈기 때문이었다.신세희를 생포해라, 그러나 반항한다면 죽여도 상관없다.그제야 그들은 부소경이 신세희를 죽이려 한다는 걸 굳게 믿게 되었다.그날부터 임지강과 허영은 돈에 눈이 멀어 불나방처럼 달려드는 킬러들을 고용해 신세희를 끊임없이 쫓았다.하지만 6년이라는 시간이 흐를 동안 매번 신세희의 소식을 알아내고 찾아가면 신세희는 한발 빠르게 도망갔다.6년 동안 임지강이 킬러를 고용한 돈만 해도 수십억을 웃돌았으나 끝끝내 신세희의 그림자에도 닿을 수 없었다.결국 신세희는 부소경의 손에 끌려오게 되었다.그들은 또 이런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부소경은 사실 다른 사람이 신세희를 죽이게 내버려 두기 싫은 건지도 모른다고, 신세희를 가장 싫어하는 사람은 부소경이었으니 직접 고문하려는 게 아닐까 하고 말이다.하지만 부소경은 신세희와 그녀의 아이까지 데리고 와서 편찮은 부씨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