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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99화

지금 부소경이 자신의 목숨을 살려주는 것만으로 이미 충분했다.

그가 어떤 심정으로 자기를 살려준 건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김미정의 다정함과 우아함을 느껴서일까, 그녀의 단순함과 선량함 때문일까, 아니면 그녀의 몸에서 뿜어 나오는 귀티와 아름다움 때문일까?

여러 가지 이유 때문이겠지?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지금 그에게 따져 물을 수는 없었다.

그녀는 먼저 숨어야 했다.

최대한 그에게서 멀리 숨어야 했다. 그가 마음속에 담겨있는 화를 다 뿜어낼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김미정은 마치 죽다 살아난 죄수처럼 기고 구르며 부 씨 저택을 빠져나갔다. 막 저택을 벗어난 그때, 차 한 대가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아가씨, 타세요.”

기사는 문 앞에 서서 공손하게 말했다.

“당신은…”

김미정이 대답했다.

“엄 비서님이 부탁하셨어요. 공항까지 데려다주시라고 분부하셨습니다.”

기사가 말했다.

엄 비서?

그 말에 김미정은 바로 엄선우를 떠올렸다.

엄선우는 부소경의 비서였다. 엄선우가 기사한테 그녀를 공항까지 데려다주라고 했다니. 그건 엄선우의 명령이 부소경의 허락을 거쳤다는 말이나 다름이 없었다.

부소경이 자기를 공항까지 데려다주라고 사람까지 동원했다는 말에 김미정의 마음속에는 이상한 생각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김미정이 모르고 있는 게 하나 있었다. 그녀가 부 씨 저택을 벗어나고 있을 때, 부소경은 서울 김은국의 전화를 또 한 번 받게 되었다.

김은국의 말투는 여전히 비굴했다.

“도련님, 아시다시피... 제가 지금 체력이 안 좋아서… 딸 데리고 오기 좀 불편한 상황인데… 이렇게 하는 게 어떨까요?”

부소경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어떻게요?”

“우리 김 씨 집안에 대대로 내려오는 보물이 몇 가지 있어요. 그중, 조천후를 드릴게요. 제 딸을 공항까지 데려다주는 걸 조건으로 걸고요. 안 될까요? 도련님?”

“…”

조천후는 김 씨 집안에서 대대로 전해진 보물이었다.

그는 믿을 수가 없었다. 김은국의 마음속에서는 값을 매길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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