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성웅은 깜빡 잊고 있었다. 이 재난의 시작이 신유리를 향한 자신의 거짓말 때문이라는 것을.그는 깜빡 잊고 있었다. 그래서 아이도 이 사실을 잊고 있을 줄 알았다.지금 이 순간, 부성웅은 무척이나 껄끄러웠다.그는 단번에 유리를 잡아당기더니, 잘 보이려는 듯한 모습으로 유리를 쳐다보았다. “유리야, 할아버지야. 할아버지잖아. 유리 친할아버지야. 할아버지가 잘못했어. 할아버지가 이렇게 보러 왔잖아. 이렇게 유리랑 유리 동생 보러 왔잖아. 유리랑 유리 동생, 둘 다 부 씨 집안에 둘도 없는 손자들이야. 할아버지는 이제 남은 게 아무것도 없어. 너랑 네 동생밖에 없어.”부성웅은 눈물이 앞을 가렸다. 그의 말에는 죄책감이 가득했다.그는 무척이나 진지했다.그는 자신의 모든 진심을 담아 말을 뱉어냈다.하지만 유리는 그의 마음을 전혀 알아주지 않았다.유리는 발버둥을 치며 뒷걸음을 쳤다. “아니요, 이런 식으로 유리 속일 생각하지 마요! 당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냥 알려주면 안 될까요? 우리 엄마 지금 몸이 많이 약해졌어요. 우리 동생은 태어난 지 3일밖에 안 됐고, 아빠도 요 며칠 기분이 안 좋아 보여요. 아빠 항상 호영 삼촌 사진 보며 울고 있어요. 무슨 일 있으면 그냥 나한테 말해요. 날 해친다고 해도 상관없어요. 하지만 우리 엄마랑 내 동생을 절대로 건드리지 마요. 그리고 아빠도. 다 불쌍한 사람들이에요. 지금 이 집의 가장은 저예요.”6살짜리 아이가, 아직 초등학교도 안 간 아이가 벌써부터 엄마와 아빠와 갓 태어난 동생을 지킬 줄 알다니.부성웅은 유리가 훌쩍 컸다는 생각이 들었다.지금 이 상황에서는 유리가 이 집의 가장이었다.그 말들은 부성웅의 귓가에 맴돌았고, 마치 칼로 심장을 도려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내가 네 할아버지인데…” 부성웅의 얼굴에는 눈물이 흥건했다.“세상 그 어떤 할아버지도 손자들을 엄청 아껴요. 하지만 당신은 아니에요. 저번에도 나한테 당신이 유리 친할아버지라고 말했잖아요. 우리 아빠의 아빠라면서. 난 당신
“할아버지도 이제 잘못을 알았을 거야. 할아버지는 그냥 동생이 보고 싶을 뿐이야. 이 일은 유리가 결정하는 게 어때? 만약 유리가 할아버지가 동생을 보는 걸 원하지 않는다고 하면 아빠가 당장 할아버지 보고 여길 떠나라고 할게.”부소경은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그는 이것이 아이를 대하는 성의고 태도라고 생각했다.비록 아이가 어리긴 하지만, 그들에게도 존중과 평등이 필요했다.그 말에 유리는 부소경을 쳐다보았다. “아빠, 이 못된 할아버지가 아빠의 아빠야?”부소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무척이나 유감스러운 말투였다. “아빠 맞아.”유리는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어 나갔다. “아빠, 아빠는 왜 이렇게 불쌍해?”말을 이어가던 유리는 그만 눈시울이 빨개지고 말았다. “아빠, 난 아빠가 너무 불쌍해. 아빠는 나랑 달라. 나는 좋은 엄마 아빠가 있는데, 아빠는 좋은 아빠가 없어.”“…”유리의 등 뒤, 서진희는 이미 거실에서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사실 그들은 거실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문을 열러 간 유리가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자, 서진희는 무슨 일이라도 일어났는지 상황을 확인하러 온 것이었다.유리가 문을 막으며 부성웅의 침입을 막는 모습에 서진희는 단번에 사건의 발단을 알아챘다.그녀의 말투는 무척이나 무례했다. “선생님! 손녀가 못 들어오게 막는다고 이상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선생님 손녀랑 며느리가 무슨 일을 겪었는지 모르시는 것도 아니잖아요! 이런 일은, 설사 손녀가 아니라 다른 어른들에게 닥친다고 해도 달라진 건 없을 거예요! 이렇게 자기 가족을 해치는데, 어른이라고 해도 당신을 가만두지 않았을 거예요! 하물며 아이는요! 유리는 어리고 여려요. 하지만 자기 동생을 지켜야 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죠. 유리는 지금 두려워하고 있어요. 자기 동생이 당신한테 다시 한번 속게 될까 봐. 당신이 자기 동생을 훔쳐 갈까 봐!”그 말에 부성웅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네네, 진희 씨. 진희 씨 말이 다 맞아요. 다 제 잘못이에요.”지금 이 순간
부성웅 눈앞에 놓인 묘비는 무척이나 차가웠다. 아무 반응도 없었다.묘비에 새겨진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는 여자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하지만 그 웃음에서는 온기가 느껴지지가 않았다.그 얼굴을 지켜보던 부성웅의 머릿속에 갑자기 그와 그녀의 젊은 시절이 떠올랐다. 그때 하숙민은 부성웅을 무척이나 의지했고, 온 마음을 그에게 걸었었다.그녀는 그를 남편처럼 여기고 있었다.이 생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었다.하지만 그 남자가 자신의 가족을 해친 범인이라는 사실은 모르고 있었다.그는 하숙민의 온 가족을 해쳤을 뿐만 아니라, 하숙민을 평생 시집도 못 가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첩이라는 이름을 머리에 이며 이불을 벗 삼아 힘들게 살았다.죽을 때까지 그녀의 명예는 돌아오지 않았다.지금 생각해 보면 참 잔인한 일이었다. 여자한테 얼마나 잔인한 일인가?“숙민아, 네가 지금 살아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왜 10년만 더 살지 않았어? 당신 아들, 내 아들이기도 해. 걔 지금 F 그룹을 도맡고 있어. 그리고 당신 손자들도. 한 명은 딸이고, 한 명은 아들이야. 그리고 당신 며느리. 이 모든 게 다 당신 것이야. 모든 게 다 당신 것이라고. 당신 아들, 이제 부 씨 성조차도 아이들에게 붙이려 하지 않아. 숙민아, 만약 우리 둘 사이를 전쟁이라고 비유하면, 네가 이긴 거야. 그리고 난 지금, 철저히 혼자가 됐어. 숙민아, 하늘이 날 어떻게 벌하고 있는지 잘 보고 있지? 봐, 하늘이 얼마나 공평해? 결국 모든 응보는 돌아가게 되어있어. 그리고 난 그걸 천 배로 되돌려 받고 있고. 아니야? 당신 자식들, 하나는 날 죽일 듯이 미워하고, 하나는 평생 당신 품에 잠들게 되었어. 당신 얼마나 행복해?”멀리서 이 장면을 지켜보던 엄선우의 마음에 처량함이 감돌았다.하지만 그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자업자득이다.부성웅에게 딱 어울리는 말이었다.그때, 엄선우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부소경의 전화였다. 엄선우는 바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도련님. 네, 도련님. 지
서울에는 이제 지영주의 집이 없었다. 게다가 서울의 변화는 지영주를 분주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오빠의 유골함을 안은 채로 도로에 멍하니 서 있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해하던 때, 누군가 지영주에게 계란을 던졌다.계란을 던진 사람은 할머니였다.지영주는 그대로 멍해졌다.“너 맞지! 지영명 동생 맞지!” 할머니는 노발대발하며 소리를 질렀다.“…”그녀는 지영명의 동생이 맞긴 했다.하지만 그녀는 감히 그렇다고 대답할 수가 없었다.“네가 대답 안 한다고 해도 난 알아! 네가 지영명 동생인 거! 내가 지영명 만난 적이 있는데, 너 지영명이랑 엄청 닮았어. 나 네 죽은 엄마도 만난 적 있어! 너 그 엄마랑 생긴 게 아주 똑같아! 십 년이 지났어!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돌아와! 감히 여길 와! 네 오빠는 살인범이야! 너도 네 오빠랑 별반 다를 게 없지! 우리 아들 목숨 돌려내! 우리 며느리 목숨 돌려내! 아 맞다, 네 오빠가 우리 며느리 강간까지 했어! 당장 손해배상해! 배상하지 않으면 내가 가만 안 둘 거야!”“…”그녀는 할머니가 누군지 알지 못했다.하지만 이것만은 알고 있었다. 할머니의 아들과 며느리는 분명 오빠가 죽인 것일 것이다.몇 년간, 지영명은 서울에서 나쁜 짓을 꽤 많이 했었다. 그 몇 년간, 지영명은 서울에서 겁도 없이 날뛰었었다.지영주는 눈을 질끈 감았다.그녀는 할머니가 원하는 데로 자신을 처리하게 둘 생각이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어차피 오빠의 장례를 치르고, 깊은 산속으로 돌아가 엄마의 유골을 다시 묻어주고, 그녀도 엄마와 오빠 곁에 잠들 수만 있다면 이번 생은 꽤 괜찮은 삶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사람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지영명이 전에 했던 악행을 알게 되었다.많은 사람들이 지영주에게 화를 풀고 있었다.그러다 결국 지영주는 사람들에게 밀쳐져 바닥에 넘어지게 되었다.누군가 지영주를 발로 밟아버리려던 그때, 구경민의 부하 주광수가 나타났다.부소경이 특별히 지영주를 감시하라고 구경민에게 부
부소경은 그제야 신세희 손에 어린아이의 누르스름한 똥이 묻었다는 걸 보았다. 그 뒤에 있던 신유리가 웃으며 말했다. “아이고, 엄마, 엄마 손 봐 봐.”신세희는 딸을 보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웃기는! 너도 어릴 때 얘랑 똑같았어. 많이 먹고, 많이 싸고. 하루에도 똥을 몇 번이나 싸던지. 이 똥이랑 똑같이 누릇누릇했지.”신유리는 웃음을 참으며 물었다. “엄마, 동생이 싼 똥, 냄새 지독하지?”“아니, 맡아봐, 시큼해. 아기는 아직 젖을 먹어서 냄새가 나지는 않아.” 신세희는 그렇게 말하며 손을 코에 대고 냄새를 맡았다.특히 부소경은 코를 막고 이마를 찌푸리면서 신세희에게 말했다. “네 모습이 그게 뭐니. 큰 도시에서 일하는 커리어 우먼, 그것도 고급 건축가가 손에 아이 똥이나 묻히고, 게다가 냄새까지 맡아.”신세희가 부소경을 흘겨보며 말했다. “쳇, 당신이 어떻게 싫은 소리를 해요. 한가롭게 아이 똥 한 번도 받아보지도 못했으니 모르는 거죠. 유리 낳았을 때는 냄새도 맡고 똥 색깔도 살펴봤거든요. 소화 못한 알맹이 같은 게 있는지도 찾아보고 그랬어요, 당신이 뭘 알아요? 태어난 지 3일 되는 갓난애한테서 똥 냄새가 난다면 그건 소화가 안 되거나 너무 많이 먹였다는 거예요. 그럼 더 조심해야 하거든요. 냄새가 안 나고 시큼하면 별 이상 없다는 뜻이고요! 아빠라는 사람이 이래서야 되겠어요! 완전 불합격이네요!”신세희의 말을 듣자 부소경은 미안해졌다.첫아이를 낳을 때 부소경은 신세희 곁에 없었다. 혼자서 얼마나 고생했는지 상상하지도 못한다.다행하게도 지금 이 아이를 낳을 때는 같이 있어 줬다. 그런데 지금 손에 똥이 묻었다고 싫어하다니!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부소경은 바로 화장실로 들어가 따뜻한 물을 받아왔다. 그는 소독한 타월을 들고 신세희 앞으로 다가가 다짜고짜 손을 닦아주었다.손을 깨끗이 닦아준 후에야 부소경은 웃음을 짓고 있는 신세희를 보게 되었다.“당신... 왜 웃어?” 부소경이 어리둥절해서 물었다.신유리도 웃고 있
신유리는 불가사의한 표정으로 부소경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빠... 뭐, 뭐해?”부소경이 웃으며 말했다. “응, 시큼하네. 젖 냄새도 나고, 꽤 좋은 냄새야. 그래서 네 엄마가 이 냄새를 맡기 좋아하는 거였어...”신유리는 아빠가 거짓말을 하는 것 같았다.그런데 신유리도 그 냄새가 궁금해졌다.하지만 부소경이 기저귀를 버리는 바람에 신유리는 냄새를 맡지 못했다.부소경은 기저귀를 버린 후 곁에 있는 신유리의 말대로 아이의 엉덩이를 미리 펼쳐놓은 패드에 살살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다시 미지근한 물을 받아왔다. 아이에게 딱 맞는 온도의 물이었다.따뜻한 물에 엉덩이를 씻으니 아이의 기분도 좋아졌다.아이는 손을 입에 넣고 맛있게 빨기 시작했다. 가끔 흥얼대기도 했다.부소경은 아들의 모습에 마음이 따뜻해졌다.사람들이 아이를 가지려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구나.아이, 특히 갓 태어난 아이의 귀여운 모습은 사람 마음을 녹였다.그렇게 한참을 바라보고 나서야 부소경은 새로운 기저귀를 갈아줘야 한다는 생각이 났다. 부소경은 다시 분주하게 아이의 두 다리를 들었다. 하지만 손에는 새 기저귀가 없었다.에이!처음으로 아빠 노릇을 해보는 거였다.부소경이 어쩔 수 없다는 듯 서 있을 때 신세희가 뒤에서 한숨을 내쉬었다.뒤돌아보니 방금 아이를 낳은 아내가 웃으며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마치 신세희가 “뭐든 다 할 줄 안다면서요? 그 큰 그룹을 관리하는 사람이 아이 기저귀 하나 제대로 갈지 못하고, 허둥지둥 분주하게 뭐 하는 짓이에요? 당신 뭘 잘할 수 있겠어요?”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곁에서 지켜보던 신유리도 소리 내 웃으며 물었다. “아빠, 괜찮겠어?”부소경이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 “응... 유리야, 호랑이 잡이에는 친형제, 전쟁터에는 부자가 같이, 이런 말이 있는데 무슨 뜻인지 알겠어?”신유리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모르겠어.”아빠는 동생에게 기저귀를 갈고 있었다. 갑자기 호랑이 잡이라는 게 무슨 말인가?“그 뜻인즉 아빠랑 딸이 같이 해야
“하하, 풉...”아빠의 모습을 본 신유리는 너무 웃겨서 침대 위에 쓰러졌다. “아빠, 아빠 지금... 너무 웃겨...” 신세희도 배가 아플 정도로 웃었다.아이를 낳을 때 상처가 조금 났었는데 크게 웃으니 상처가 너무 아팠다. 신세희는 얼굴을 찡그리며 소리 질렀다. “아오...”“왜 그래? 세희야, 왜 그래?” 부소경은 얼굴에 묻은 오줌을 닦지도 못하고 바로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신세희를 바라봤다.“씁...” 신세희가 입술을 깨물면서 말했다. “아파요...”명확하게 말을 하지 않았지만 부소경은 신세희가 어디가 아픈지 잘 알았다.부소경은 바로 말했다. “움직이지 마. 가만있어! 내가 안아줄게.”그러고는 침대 위에서 기저귀를 갈다 만 아들을 내버려 두고 얼굴에 묻은 오줌도 그대로 둔 채 허리를 굽혀 조심스레 신세희를 안았다. 그리고 신세희를 침대 위로 옮겼다.“이 자세도 많이 아파?” 부소경이 물었다.”신세희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하나도 안 아파요.”“다행이야.” 부소경이 말했다.부소경은 신세희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다시 아들 앞으로 와 다 갈기도 전에 젖어버린 기저귀를 빼고 새것으로 바꿨다.기저귀를 뜯고, 아이 엉덩이를 올리고, 기저귀를 펼쳐 다 갈기까지, 조금은 서툴러 보이지만 부소경 혼자 완성했다.신유리는 곁에서 아빠를 지켜보더니 아주 자랑스럽게 부소경을 칭찬했다. “아빠, 아빠도 엄마처럼 세심해.”신세희가 부르럽게 말했다. “당신 많이 변했어요.”부소경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응, 어디가 변했는데?”“점점 대표님 같지 않아지네요. 차갑지도 엄숙하지도 않고, 그냥...아이 키우는 아빠 같아요.”“하하!” 부소경의 얼굴에는 자랑스러움이 가득했다.신세희와 신유리가 서로를 바라보았다.신유리가 말했다. “아빠?”부소경이 의기양양해서 말했다. “나는 와이프도 있고, 딸에 방금 태어난 아들까지, 내가 당연히 아빠지. 아니면 뭐겠어?”말을 다 한 부소경 얼굴에는 여전히 웃음이 가득했다.신세희는 부소경
그러고 회사로 갔다.그동안 밀린 일이 많아 오전 내내 회사일을 처리하고 본가로 가봐야 했다.집안 어르신 부태성의 장례를 마저 치러야 했다.그럴 생각이었는데 침실에서 나오자마자 부소경에게 전화가 걸려왔다.조의찬의 전화였다. 부소경은 바로 전화를 받고 담담하게 물었다. “의찬아, 무슨 일이야?”조의찬은 거의 본가 일로 부소경을 찾아왔다.하지만 전화를 받은 조의찬은 물었다.“형, 반 대표...반 대표 숙모랑 같이 묻었어?”부소경이 어리둥절해서 물었다. “네가 그걸 왜 물어?”부소경의 말이 끝나자 다른 사람이 전화를 건네받았다. 전화 반대편에서 열일곱, 열여덟 되어 보이는 여자애가 울먹이며 말했다. “부... 부대표님, 제가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요. 혹시 저희 넷째 삼촌... 대표님 어머님이랑 같이 묻었어요?” “너... 누구니?”“반명선이라고 합니다. 삼촌 보고 싶습니다.” 반명선이 흐느껴 울었다.사실 어제 반명선도 부소경의 집에 갔었다.조의찬이랑 같이 왔었다. 사람이 많이 모인 자리였는데 울지도 떠들지도 않고 묵묵히 아이만 봤다. 반명선은 꽤 예의 바른 아이였다.어제 사람들도 거의 떠났고 날도 늦어진 데다 부소경은 손님 대접도 제대로 못하고 아이 방으로만 여러 번 들어갔다.그래서 반명선도 더이상 부소경에게 뭐라 물어보지 못했다.하지만 반명선은 반호영이 이미 죽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집으로 돌아간 반명선은 저녁 내내 눈물이 그치지 않았다.날이 밝아오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조의찬에게 부탁해 부소경에게 전화를 한 것이다.전화를 받은 부소경도 마음이 좋지 않았다.반호영은 집에서 따뜻함을 느끼지 못하고 고립당했다고 말했었다. 하지만 17살 난 조카는 이렇게 슬피 울고 있었다.그 생각에 부소경이 말했다. “10시 반까지 의찬이랑 F 그룹 앞에서 기다려. 데려다줄게.”반명선은 바로 고마움을 전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부대표님, 너무 감사합니다. 그럼 그때 뵙겠습니다.”전화를 끊은 부소경은 잠시 멍해 있었다. 이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