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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02화

부성웅은 깜빡 잊고 있었다. 이 재난의 시작이 신유리를 향한 자신의 거짓말 때문이라는 것을.

그는 깜빡 잊고 있었다. 그래서 아이도 이 사실을 잊고 있을 줄 알았다.

지금 이 순간, 부성웅은 무척이나 껄끄러웠다.

그는 단번에 유리를 잡아당기더니, 잘 보이려는 듯한 모습으로 유리를 쳐다보았다.

“유리야, 할아버지야. 할아버지잖아. 유리 친할아버지야. 할아버지가 잘못했어. 할아버지가 이렇게 보러 왔잖아. 이렇게 유리랑 유리 동생 보러 왔잖아. 유리랑 유리 동생, 둘 다 부 씨 집안에 둘도 없는 손자들이야. 할아버지는 이제 남은 게 아무것도 없어. 너랑 네 동생밖에 없어.”

부성웅은 눈물이 앞을 가렸다. 그의 말에는 죄책감이 가득했다.

그는 무척이나 진지했다.

그는 자신의 모든 진심을 담아 말을 뱉어냈다.

하지만 유리는 그의 마음을 전혀 알아주지 않았다.

유리는 발버둥을 치며 뒷걸음을 쳤다.

“아니요, 이런 식으로 유리 속일 생각하지 마요! 당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냥 알려주면 안 될까요? 우리 엄마 지금 몸이 많이 약해졌어요. 우리 동생은 태어난 지 3일밖에 안 됐고, 아빠도 요 며칠 기분이 안 좋아 보여요. 아빠 항상 호영 삼촌 사진 보며 울고 있어요. 무슨 일 있으면 그냥 나한테 말해요. 날 해친다고 해도 상관없어요. 하지만 우리 엄마랑 내 동생을 절대로 건드리지 마요. 그리고 아빠도. 다 불쌍한 사람들이에요. 지금 이 집의 가장은 저예요.”

6살짜리 아이가, 아직 초등학교도 안 간 아이가 벌써부터 엄마와 아빠와 갓 태어난 동생을 지킬 줄 알다니.

부성웅은 유리가 훌쩍 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는 유리가 이 집의 가장이었다.

그 말들은 부성웅의 귓가에 맴돌았고, 마치 칼로 심장을 도려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내가 네 할아버지인데…”

부성웅의 얼굴에는 눈물이 흥건했다.

“세상 그 어떤 할아버지도 손자들을 엄청 아껴요. 하지만 당신은 아니에요. 저번에도 나한테 당신이 유리 친할아버지라고 말했잖아요. 우리 아빠의 아빠라면서. 난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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