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소경은 그제야 신세희 손에 어린아이의 누르스름한 똥이 묻었다는 걸 보았다. 그 뒤에 있던 신유리가 웃으며 말했다. “아이고, 엄마, 엄마 손 봐 봐.”신세희는 딸을 보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웃기는! 너도 어릴 때 얘랑 똑같았어. 많이 먹고, 많이 싸고. 하루에도 똥을 몇 번이나 싸던지. 이 똥이랑 똑같이 누릇누릇했지.”신유리는 웃음을 참으며 물었다. “엄마, 동생이 싼 똥, 냄새 지독하지?”“아니, 맡아봐, 시큼해. 아기는 아직 젖을 먹어서 냄새가 나지는 않아.” 신세희는 그렇게 말하며 손을 코에 대고 냄새를 맡았다.특히 부소경은 코를 막고 이마를 찌푸리면서 신세희에게 말했다. “네 모습이 그게 뭐니. 큰 도시에서 일하는 커리어 우먼, 그것도 고급 건축가가 손에 아이 똥이나 묻히고, 게다가 냄새까지 맡아.”신세희가 부소경을 흘겨보며 말했다. “쳇, 당신이 어떻게 싫은 소리를 해요. 한가롭게 아이 똥 한 번도 받아보지도 못했으니 모르는 거죠. 유리 낳았을 때는 냄새도 맡고 똥 색깔도 살펴봤거든요. 소화 못한 알맹이 같은 게 있는지도 찾아보고 그랬어요, 당신이 뭘 알아요? 태어난 지 3일 되는 갓난애한테서 똥 냄새가 난다면 그건 소화가 안 되거나 너무 많이 먹였다는 거예요. 그럼 더 조심해야 하거든요. 냄새가 안 나고 시큼하면 별 이상 없다는 뜻이고요! 아빠라는 사람이 이래서야 되겠어요! 완전 불합격이네요!”신세희의 말을 듣자 부소경은 미안해졌다.첫아이를 낳을 때 부소경은 신세희 곁에 없었다. 혼자서 얼마나 고생했는지 상상하지도 못한다.다행하게도 지금 이 아이를 낳을 때는 같이 있어 줬다. 그런데 지금 손에 똥이 묻었다고 싫어하다니!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부소경은 바로 화장실로 들어가 따뜻한 물을 받아왔다. 그는 소독한 타월을 들고 신세희 앞으로 다가가 다짜고짜 손을 닦아주었다.손을 깨끗이 닦아준 후에야 부소경은 웃음을 짓고 있는 신세희를 보게 되었다.“당신... 왜 웃어?” 부소경이 어리둥절해서 물었다.신유리도 웃고 있
신유리는 불가사의한 표정으로 부소경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빠... 뭐, 뭐해?”부소경이 웃으며 말했다. “응, 시큼하네. 젖 냄새도 나고, 꽤 좋은 냄새야. 그래서 네 엄마가 이 냄새를 맡기 좋아하는 거였어...”신유리는 아빠가 거짓말을 하는 것 같았다.그런데 신유리도 그 냄새가 궁금해졌다.하지만 부소경이 기저귀를 버리는 바람에 신유리는 냄새를 맡지 못했다.부소경은 기저귀를 버린 후 곁에 있는 신유리의 말대로 아이의 엉덩이를 미리 펼쳐놓은 패드에 살살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다시 미지근한 물을 받아왔다. 아이에게 딱 맞는 온도의 물이었다.따뜻한 물에 엉덩이를 씻으니 아이의 기분도 좋아졌다.아이는 손을 입에 넣고 맛있게 빨기 시작했다. 가끔 흥얼대기도 했다.부소경은 아들의 모습에 마음이 따뜻해졌다.사람들이 아이를 가지려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구나.아이, 특히 갓 태어난 아이의 귀여운 모습은 사람 마음을 녹였다.그렇게 한참을 바라보고 나서야 부소경은 새로운 기저귀를 갈아줘야 한다는 생각이 났다. 부소경은 다시 분주하게 아이의 두 다리를 들었다. 하지만 손에는 새 기저귀가 없었다.에이!처음으로 아빠 노릇을 해보는 거였다.부소경이 어쩔 수 없다는 듯 서 있을 때 신세희가 뒤에서 한숨을 내쉬었다.뒤돌아보니 방금 아이를 낳은 아내가 웃으며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마치 신세희가 “뭐든 다 할 줄 안다면서요? 그 큰 그룹을 관리하는 사람이 아이 기저귀 하나 제대로 갈지 못하고, 허둥지둥 분주하게 뭐 하는 짓이에요? 당신 뭘 잘할 수 있겠어요?”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곁에서 지켜보던 신유리도 소리 내 웃으며 물었다. “아빠, 괜찮겠어?”부소경이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 “응... 유리야, 호랑이 잡이에는 친형제, 전쟁터에는 부자가 같이, 이런 말이 있는데 무슨 뜻인지 알겠어?”신유리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모르겠어.”아빠는 동생에게 기저귀를 갈고 있었다. 갑자기 호랑이 잡이라는 게 무슨 말인가?“그 뜻인즉 아빠랑 딸이 같이 해야
“하하, 풉...”아빠의 모습을 본 신유리는 너무 웃겨서 침대 위에 쓰러졌다. “아빠, 아빠 지금... 너무 웃겨...” 신세희도 배가 아플 정도로 웃었다.아이를 낳을 때 상처가 조금 났었는데 크게 웃으니 상처가 너무 아팠다. 신세희는 얼굴을 찡그리며 소리 질렀다. “아오...”“왜 그래? 세희야, 왜 그래?” 부소경은 얼굴에 묻은 오줌을 닦지도 못하고 바로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신세희를 바라봤다.“씁...” 신세희가 입술을 깨물면서 말했다. “아파요...”명확하게 말을 하지 않았지만 부소경은 신세희가 어디가 아픈지 잘 알았다.부소경은 바로 말했다. “움직이지 마. 가만있어! 내가 안아줄게.”그러고는 침대 위에서 기저귀를 갈다 만 아들을 내버려 두고 얼굴에 묻은 오줌도 그대로 둔 채 허리를 굽혀 조심스레 신세희를 안았다. 그리고 신세희를 침대 위로 옮겼다.“이 자세도 많이 아파?” 부소경이 물었다.”신세희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하나도 안 아파요.”“다행이야.” 부소경이 말했다.부소경은 신세희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다시 아들 앞으로 와 다 갈기도 전에 젖어버린 기저귀를 빼고 새것으로 바꿨다.기저귀를 뜯고, 아이 엉덩이를 올리고, 기저귀를 펼쳐 다 갈기까지, 조금은 서툴러 보이지만 부소경 혼자 완성했다.신유리는 곁에서 아빠를 지켜보더니 아주 자랑스럽게 부소경을 칭찬했다. “아빠, 아빠도 엄마처럼 세심해.”신세희가 부르럽게 말했다. “당신 많이 변했어요.”부소경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응, 어디가 변했는데?”“점점 대표님 같지 않아지네요. 차갑지도 엄숙하지도 않고, 그냥...아이 키우는 아빠 같아요.”“하하!” 부소경의 얼굴에는 자랑스러움이 가득했다.신세희와 신유리가 서로를 바라보았다.신유리가 말했다. “아빠?”부소경이 의기양양해서 말했다. “나는 와이프도 있고, 딸에 방금 태어난 아들까지, 내가 당연히 아빠지. 아니면 뭐겠어?”말을 다 한 부소경 얼굴에는 여전히 웃음이 가득했다.신세희는 부소경
그러고 회사로 갔다.그동안 밀린 일이 많아 오전 내내 회사일을 처리하고 본가로 가봐야 했다.집안 어르신 부태성의 장례를 마저 치러야 했다.그럴 생각이었는데 침실에서 나오자마자 부소경에게 전화가 걸려왔다.조의찬의 전화였다. 부소경은 바로 전화를 받고 담담하게 물었다. “의찬아, 무슨 일이야?”조의찬은 거의 본가 일로 부소경을 찾아왔다.하지만 전화를 받은 조의찬은 물었다.“형, 반 대표...반 대표 숙모랑 같이 묻었어?”부소경이 어리둥절해서 물었다. “네가 그걸 왜 물어?”부소경의 말이 끝나자 다른 사람이 전화를 건네받았다. 전화 반대편에서 열일곱, 열여덟 되어 보이는 여자애가 울먹이며 말했다. “부... 부대표님, 제가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요. 혹시 저희 넷째 삼촌... 대표님 어머님이랑 같이 묻었어요?” “너... 누구니?”“반명선이라고 합니다. 삼촌 보고 싶습니다.” 반명선이 흐느껴 울었다.사실 어제 반명선도 부소경의 집에 갔었다.조의찬이랑 같이 왔었다. 사람이 많이 모인 자리였는데 울지도 떠들지도 않고 묵묵히 아이만 봤다. 반명선은 꽤 예의 바른 아이였다.어제 사람들도 거의 떠났고 날도 늦어진 데다 부소경은 손님 대접도 제대로 못하고 아이 방으로만 여러 번 들어갔다.그래서 반명선도 더이상 부소경에게 뭐라 물어보지 못했다.하지만 반명선은 반호영이 이미 죽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집으로 돌아간 반명선은 저녁 내내 눈물이 그치지 않았다.날이 밝아오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조의찬에게 부탁해 부소경에게 전화를 한 것이다.전화를 받은 부소경도 마음이 좋지 않았다.반호영은 집에서 따뜻함을 느끼지 못하고 고립당했다고 말했었다. 하지만 17살 난 조카는 이렇게 슬피 울고 있었다.그 생각에 부소경이 말했다. “10시 반까지 의찬이랑 F 그룹 앞에서 기다려. 데려다줄게.”반명선은 바로 고마움을 전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부대표님, 너무 감사합니다. 그럼 그때 뵙겠습니다.”전화를 끊은 부소경은 잠시 멍해 있었다. 이
친구들은 부러워하며 신유리 주위를 맴돌았다.친구들은 재잘재잘 한마디씩 했다.“신유리, 아빠가 완전 멋지게 생겼네.”“신유리, 너희 아빠 완전 스타 같아.”“신유리, 멋진 아빠가 있어서 좋겠다. 잘 생기고 키도 크고, 배도 조금도 안 나왔어.”신유리는 자랑스럽게 웃었다. “헤헤헤...”신유리는 아빠를 보며 물었다. “아빠, 저녁에도 나 데리러 오면 안 돼?”“아빠가 데리러 올까? 아니면 선우 삼촌더러 너 데리러 오라 그럴까?” 부소경이 일부러 물었다.“당연히 아빠가 오면 좋지!” 신유리가 욕심 많은 말투로 말했다.“그럼 아빠가 데리러 올게!” 그 순간 부소경은 아빠 엄마가 아이에게 얼마나 중요한 건지 새삼 깨달았다.어린 시절에는 아이랑 같이 있어 주는 게 중요하다.특히 부모님이 곁에 있어 줘야 한다.회사도 중요하지만, 지금 부소경에게 신유리보다 더 중요한 건 아무것도 없다.“좋아!” 부소경이 정중하게 대답했다. “아빠가 저녁에 데리러 올게.”“하하! 너무 신나!” 신유리는 깡충깡충 유치원으로 뛰어 들어갔다.부소경도 바로 차를 타고 F 그룹으로 향했다.며칠이나 회사를 비웠다. 신세희가 납치당하고, 할아버지가 돌아가고, 그리고 지영명을 처리하고, 반호영이 죽기까지 너무 많은 일이 있었다.부소경은 일주일의 시간이 10년처럼 느껴졌다.부소경을 본 회사 임원들이 숨을 죽였다.각자 담당하는 부분을 잘 맡고 있어 줘서 회사는 나날이 좋아지고 있다.부소경을 본 임원들은 서로 얘기했다.“대표님, 집안일부터 처리하세요. 회사 일은 저희가 알아서 할게요. 어디라고 이상한 게 있으면 바로 보고드리겠습니다. 걱정 마십시오.”임원들은 거의 같은 생각이었다.부소경은 위안을 느꼈다.부소경은 7년 전에 이 회사를 물려받았다.7년이란 시간 동안 부소경이 회사를 누구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잘 키워놓았다.남성, 심지어 전국에서도 F 그룹과 겨룰 회사는 없었다.부소경은 형제, 부모, 조부모보다 회사를 잘 키웠다.F 그룹을 물려받게 된
부소경은 속마음을 감추고 말했다. “어, 말씀하세요. 계속하세요.”“대표님, 무슨 생각 하셨어요? 무슨 결단이라도 내리시려는 겁니까?” 지역 대표 한 분이 말했다.부소경은 머뭇거리다 말했다. “그게, 할아버지 일로 하루 이틀은 더 바빠야 할 것 같아요. 회사일은 잘 부탁드릴게요.”그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고 몸을 돌려 회의실을 떠났다.사무실로 들어간 부소경은 사인할 서류들을 처리하고 시간이 거의 10시 반이 되자 가방을 들고 회사를 나섰다.F 그룹 빌딩 아래 차가 한 대 서있었다.부소경을 보자 조의찬과 반명선이 연이어 차에서 나왔다.“형.” 조의찬이 부소경을 불렀다. “명선이가 자기 삼촌 한번 보고 싶대.”부소경은 눈이 퉁퉁 부은 반명선을 봤다. 반명선이 공경하게 부소경을 바라보며 말했다. “대표님, 제 삼촌한테 데려가 주실 수 있어요?”“가자.” 부소경이 말했다.한 시간 반이 지난 후 그들은 하숙민과 반호영의 묘지에 도착했다.뒤에 서 있던 두 남자도 반명선이 가엽게 느껴졌다.특히 조의찬은 반명선이 너무 가여웠다.어린애가 이토록 정이 깊은지 몰랐다.1년이 넘도록 반명선은 조의찬과 같이 있었다. 둘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조의찬이 생활비를 주고 집을 찾아줬다. 조의찬이 따로 돈을 주려 해도 반명선은 받지 않았다.반명선에게는 반호영이 남겨준 돈이 2억 있었다.반명선은 돈을 아껴 썼다. 절대 좋은 것도 먹지 않고 한 푼도 허투루 쓰지 않았다.반명선은 예쁘지는 않지만 조의찬 눈에는 보면 볼수록 예쁜 여자였다.비굴하지도 거만하지도 않고, 노력하고 배우기를 즐기는 아름다움이 있었다.특히 지금, 반명선은 반호영 앞에 무릎 꿇고 앉아 울부짖고 있었다. “삼촌, 왜 이렇게 어리석은 짓을 했어요? 삼촌, 왜 말을 안 들어요? 왜 이렇게 비관적이에요? 다들 삼촌을 버린다고 해도 제가 있잖아요. 10년만 기다려주면, 10년이면 대학 졸업해서 제가 일도 하고 삼촌 먹여 살릴 건데요. 삼촌 더 이상 외롭지 않게 내가 지켜줄 건데요.
부소경은 많이 의아해하지 않았다.부소경 집을 떠난 후 부성웅은 묘지로 갔다. 그날 비도 내리고 날씨가 많이 추웠다. 나이도 많아 앓아눕지 않는 게 더 이상할 정도다.“알겠습니다.” 부소경이 말했다.그러고는 바로 물었다.“의사는 불렀어요?”집사가 말했다. “의사 선생님 왔다 가서 열은 내리셨어요. 다만 어르신께서...”“왜요?” 부소경이 물었다.“어르신이 계속 유리, 동생, 그리고 다른 넷째 도련님도 부르세요. 정신에 이상이라도 생겼을까 봐...”부소경은 가슴이 철렁했다.미치지 않은 정신 멀쩡한 진문옥을 부소경이 정신병원에 보내버렸다.그런데 아버지가 진짜 정신을 놓은 걸까?부소경은 바로 아버지가 계신 별채로 들어갔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부소경은 아버지의 목소리를 둘었다. “호영아, 호영아, 아버지가 미안하다. 유리야, 내 손자, 이 할아버지 네 동생이 너무 보고 싶다. 유리야... 엉엉...”그 목소리는 한겨울에 몰아치는 찬 바람 같았다.부소경은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는 낮은 목소리로 아버지를 불렀다.부소경은 아버지가 정말 정신을 놓아버릴까 봐 두려웠다.“나 안 미쳤어.” 아버지가 바로 이렇게 대답할 줄은 생각지 못했다.“나 정신 멀쩡해. 내가 크게 외쳐보는 건 이렇게라도 해야 유리랑 유리 동생 보고 싶은 마음을 달랠 수 있을 거 같아서야. 내가 미치면 안 되지. 아직 할머니가 계시는데. 내가 미쳐버리면 네 할머니가 또 네 부담이 되니까. 이제야 다 알겠어. 이게 전부 아버지 탓이었어. 아버지 더 이상 너더러 이 결과를 책임지라고 할 수가 없구나. 소경아, 걱정 마. 아버지 다 계획이 있어. 본가 일은 신경 쓰지 마. 지금 제일 중요한 건 세희랑 아이들 잘 돌보는 거야. 소경아, 그게 우리 집안 희망이다.”아버지가 이런 말을 할 줄은 몰랐다.부소경은 마음이 복잡했다.부소경도 사람이다. 가슴이 돌덩이는 아니었다. 예전에 아버지를 냉철하게 대했던 건 아버지가 너무 했기 때문이었다.하지만 아버지의 말에서 사랑이 느껴졌다
“그게... 그게 정말이냐?”부성웅이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물었다.부소경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호적상 부유리, 부민희라고 적혀있습니다.”“유리, 민희. 좋아! 너무 좋다! 우리 집안에 손자 손녀가 둘이나 늘었구나.” 부성웅은 바로 몸이 좋아졌다.부성웅은 기뻐서 두 손을 마주 비벼댔다.사람은 다 그런 것 같다. 희망이 없을 땐 조금이라도 밝은 게 보이면 그걸로 충분했지만 큰 희망이 있을 땐 더 큰 걸 원하게 된다.부성웅은 손을 비비며 말했다. “그럼 다음 아이는...”부성웅은 벌써 더 많은 아이를 바랐다.“부진희.” 부소경이 바로 대답했다.“진희...” 부성웅이 웃으며 말했다. “참 좋은 이름이다. 좋아! 민희, 진희, 유리, 너무 좋다, 좋아!” 부성웅이 거듭 소리쳤다.“아버지.” 부성웅은 더 이상 아이 얘기를 하지 않고 기분을 가라앉혔다. “할아버지 장례는 더 미루면 안 될 것 같아요. 아버지는 몸조리하세요. 제가 빈소 지키고 문상객들 접대하면 돼요. 아버지는 몸 챙기는 게 가장 중요해요. 그리고 할머니도 지켜주시고요.”부성웅은 바로 머리를 끄덕였다. “그래, 그래! 알겠어. 아버지 절대 네 일 방해하지 않을게.”“그럼 전 빈소 지키러 갈게요. 장례식은 엄선우가 알아서 할 거예요.” 부소경이 말했다.“그래!” 부성웅은 기분이 많이 좋아졌다.부소경이 지키고 있으니 장례식도 제대로 진행됐다. 문상 온 사람들도 며칠 전처럼 끊이질 않았다. 부 씨 집안의 장례는 예전처럼 온 성을 뒤흔들었다.어르신은 이튿날 바로 하관했다.장례를 치르는 동안 신세희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금방 몸을 풀어 회복이 필요했고 아이도 엄마의 보살핌이 필요해 도저히 장례식에 참가할 수 없었다.장례식이 다 끝나고 부소경은 100살이 넘은 노부인 앞에 앉아서 말했다. “할머니, 손자며느리 나무라지 말아요. 금방 아이를 낳아서 도저히 올 수가 없었어요.”할머니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나무라기는, 아이가 좀 크면 할머니 안아보게 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