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소경만이 신세희의 울부짖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이때, 신세희는 애처롭기 그지없는 표정으로 부소경을 바라봤다. 신세희는 대성통곡하며 말했다. “소경 씨, 유리.. 저는 유리 데리고 와야 해요. 흑흑흑...”“......” 부소경은 아무 말이 없었다. 부소경도 어찌 슬프지 않을 수 있을까?이때, 부소경은 ‘부성웅하고 가까이하지 말라고 했잖아’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부소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신세희와 신유리는 뼛속까지 착하다. 부소경의 친아버지가 신유리를 납치할 줄 누가 알겠는가?친아버지가!그 누구도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부소경은 마음속으로 차갑게 웃었다. 부소경은 그 누구도 신유리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방어했다. 또한 엄선우에게도 신유리를 잘 보살피라고 했다.하지만 친아버지를 막지 못했다.부소경은 오늘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병상에 누워 의식조차 없는 부태성을 보고 마음이 약해진 부소경은 신세희와 신유리에게 신경 쓸 겨를조차 없었다. 아침저녁 모두 병원에서 부태성을 보고 있다가 반호영에게 신유리를 납치당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부소경에게 남성을 뒤집어엎으라고 할까?만약 그렇다면 부소경은 남성을 발칵 뒤집어엎을 수도 있다. 부소경은 말을 하면 피를 토할 것 같아 말없이 그저 신세희의 어깨만 토닥였다. 피를 토하는 모습을 신세희에게 보여서는 절대 안 된다. 하지만 결국 신세희는 부소경이 피를 흘리는 모습을 보았다. 부소경은 점점 차오르는 피를 억제할 수없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피를 흘리고 있었다. “소경 씨! 입... 입술에서 피났어요?” 눈물을 흘리던 신세희는 당황해하며 물었다. 신세희는 신유리를 걱정하면서도 이성을 놓지 않았다. 남편과 뱃속의 아이도 있는 신세희는 이대로 쓰러질 수 없었다. 신세희가 쓰러져 죽으면 뱃속의 아기가 가장 불쌍하다. 그리고 신유리는 다시는 엄마를 볼 수 없게 된다. 그리고 부소경은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신세희의 가정은 무너져버릴 것이다.
이 씨 아주머니는 따뜻한 물로 부소경의 입에 적신 후 신세희에게 물었다. “사모님,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저희한테 말씀해 보세요. 저희랑 같이 해결 방법을 생각해 봅시다.”부소경은 그저 눈만 뜨고 있을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신세희는 울먹이며 말했다. “ 유... 유리가 반호영한테 납치당했어요.”전 씨 아주머니는 손에 들고 있던 컵을 떨어뜨렸다. 이 씨 아주머니는 한동안 넋을 놓고 말을 하지 못했다. 잠시 후, 이 씨 아주머니는 정신을 차리고 곧장 서시언에게 전화를 했다. “시언 도련님, 빨리 좀 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공주님이 납치당했어요.”“선희 씨예요? 유리가...”“여보세요? 시언 대표님...”“구경민 대표님, 부 씨 집안에 큰일이 생겼어요. 빨리 와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이 씨 아주머니는 10분 만에 모든 사람들에게 현재 상황을 알렸다. 하지만 서진희에게는 알리지 않았다. 나이가 있어 몸이 좋지 않은 서진희가 신유리 납치 소식을 들으면 분명히 쓰러질 테니 알리지 않았다. 잠시 후, 이 씨 아주머니에게 전화를 받은 사람들이 모두 모였다. 심지어 이 씨 아주머니의 전화를 받지 않은 조의찬과 반명선까지 왔다. 조의찬은 원래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오늘 반명선이 수업이 없어 퇴근을 하고 반명선과 함께 성유미를 보러 병원에 갔다. 어쨌든 서시언과 조의찬은 한때 가장 친한 친구였다. 두 사람이 부잣집 도련님이 된 지도 오랜 세월이 흘렀다. 조의찬은 여전히 서시언을 가장 좋은 친구라고 생각했다. 조의찬과 반명선은 서시언의 병실에 찾아갔을 때 이 씨 아주머니와 전화하는 것을 듣게 되었다. 전화를 받은 서시언은 욕을 했다. “개자식! 반호영, 유리 머리카락 한 올이라도 건드리면 내가 가만 안 둘 거야! 내가 너를 가만히 두면 서시언이 아니야!”그래서 조의찬은 부소경과 신세희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서시언과 함께 부 씨 집안에 도착한 조의찬과 반명선은 정신을 잃은 부소경을 보았다.
구경민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부소경을 쳐다보며 말했다. “소경아, 너 뭐라고 했어?”“모든 추적을 멈추고 반호영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해.” 부소경은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구경민은 말했다. “소경아, 너 그게 무슨 소리야? 너랑 나랑 힘을 합치면 남성을 다 뒤질 수 있는 거 몰라? 아니면...”구경민은 유리가 죽든 말든 관심이 없는 거냐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구경민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서시언이 말을 가로챘다. 항상 겸손하던 서시언은 버럭을 화를 내며 말했다. “형! 형이 사람에요?! 유리는 형 딸이에요! 이렇게 반호영 변태 새끼한테 유리를 뺏길 거예요?”“저희 삼촌 변태 아니에요.” 반명선은 조용히 중얼거렸다. “명선아, 조용히 해.” 조의찬은 말했다. 반명선은 바로 입을 다물었다. 서시언은 계속해서 말했다. “유리 찾지 마세요! 제가 찾을게요! 서 씨 기업의 재산을 걸고 유리를 찾을 겁니다. 형 돈은 한 푼도 필요 없어요 형같이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은 아빠가 될 자격이 없어요!”잠시 후, 서시언은 신세희에게 말했다. “세희야! 나랑 가자!”“......” 신세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내 말 못 들었어? 세상에 깔린 게 남잔데 굳이 이 냉혈한 인간하고 살아야겠어? 나랑 가자!” 서시언은 화를 내며 말했다.구경민은 참지 못하고 말했다. “시언아! 지금 중요한 순간에 불을 붙이지 마. 문제가 있으면 우리 같이 해결하면 되잖아. 지금 제일 힘든 사람은 세희 씨야. 세희 씨가 너랑 같이 갈 것 같아?”서준명도 서시언을 달래며 말했다. “그래, 시언아 일단 진정해. 유리는 소경이 형 친 딸이야, 형이 저렇게 말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을 거야. 일단 형의 말을 들어보자.”서준명은 부소경에게 물었다. “소경이 형, F 그룹과 경민 형이 힘을 합치면 남성 전체를 뒤질 수 있어요. 그리고 저랑 시언이, 의찬이도 있고요. 저희 전부 하던 일을 멈추고 유리를 찾을 거예요. 형, 도대체 뭘 걱정하는 거예요? 걱정되는 게 있으면 말해
여기 있는 사람들보다 부소경이 신유리를 가장 사랑하는 건 그도 알고 있었다. 부소경이 반호영을 놓아준 건, 여러 차례 심사숙고를 거치고 결정했을 수도 있다. 신유리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부소경은 처량한 목소리로 흐느끼듯 말했다.“그래도 반호영은 유리를 아끼고 사랑해. 그 마음에 희망을 걸어볼 수밖에 없어. 놈을 자극하는 건 유리를 점점 위험으로 몰아갈 뿐이야.”부소경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나도… 유리가 제발… 살아서 돌아왔으면 좋겠다고.”남자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남성 최강 F그룹의 집권자, 8년이나 남성을 주름잡던 남자는 어릴 때도 눈물을 흘린 적 없었다.그런데 그런 부소경이 흐느끼고 있었다.신세희는 그런 남편을 보고 있자니 가슴이 아팠다. 그녀는 남편의 어깨에 기대며 흐느꼈다.아이가 누군가에게 납치당했다는 건, 그 아이의 일가족에게는 파멸과도 같은 일이었다.가주가 부소경이라고 해도 예외는 없었다.“다들 돌아가.”부소경이 힘없이 말했다.“형, 우리는 여기 남아 있을게요.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해요.”서시언이 말했다.구경민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 소경아. 지금 너와 세희 씨 모두 제정신이 아닐 거야. 우리가 어떻게 그냥 돌아갈 수 있겠어?”다른 사람들도 분분히 고개를 끄덕였다.아무도 돌아가고 싶어하지 않았으나 부소경은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었다.“핸드폰 다 있잖아. 무슨 일 생기면 바로 연락할 테니까 일단은 돌아가. 우린 좀 조용히 생각을 정리하고 싶어.”구경민은 그제야 마지못해 말했다.“그래. 무슨 일 생기면 꼭 연락해.”그들은 부소경의 집을 나왔지만 아파트 근처에 차를 세우고 대기했다.아무도 잠을 자지 않았고 혹시라도 무슨 일이 있을까 봐 연락만 기다렸다.한편, 신세희와 부소경은 거실에서 서로를 끌어안았다.“소경 씨.”신세희는 건조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며칠 전에 윤희 언니가 출산하기 전날밤에 내가 당신한테 매달렸던 거 기억해요?”“그때 사실 엄청 불안했거든요. 뭔가 일이
수화기 너머로 반호영의 만족스러운 웃음소리가 들려왔다.“신세희, 나한테 오는 길은 내가 다 깨끗이 터놓았어. 그래서 언제 올 거야?”신세희가 물었다.“유리는?”반호영은 흔쾌히 그녀의 질문에 응했다.“유리야, 이리 와서 엄마 전화 좀 받아봐.”수화기 너머로 아이가 달려오는 발소리가 들렸다.전화를 바꾼 아이는 숨을 헐떡이며 엄마에게 말했다.“엄마, 뭐 하고 있어?”아이의 목소리는 아주 기분 좋아 보였다.“유리야, 호영 삼촌네서 재밌게 놀았어?”신세희는 울음이 터지려는 것을 가까스로 억누르며 애써 다정한 목소리로 유리에게 물었다.신유리가 말했다.“호영 삼촌네 너무 좋아. 삼촌이 아빠보다 유리를 더 예뻐해 줘. 유리 준다고 변신로봇을 사왔는데 유리보다 엄청 커. 기어서 올라가고 싶은데 못 올라가겠어. 너무 좋아.”신세희는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재밌으면 됐어.”“엄마, 유리 걱정은 하지 마. 호영 삼촌네서 며칠만 더 놀다가 갈게. 엄마랑 아빠가 보고싶으면 그때 다시 연락할게. 걱정할 필요 없어. 여기 재미난 것들이 너무 많아.”“엄마, 나 로봇이랑 놀래. 이만 끊을게.”신세희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신유리가 전화를 뚝 끊어버렸다.아이는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무구한 얼굴로 변신로봇을 향해 달려갔다.아이의 키를 훌쩍 넘은 커다란 로봇이었다.신유리는 장난감이 무척 마음에 드는 듯, 옆에 앉아서 반호영을 바라보며 말했다.“삼촌, 앞으로 엄마한테 전화 안 하면 안 돼? 우리 엄마 요즘 잔소리가 너무 많아. 유리는 여기서 더 놀고 싶은데. 엄마가 자꾸 집으로 오라고 해서 짜증나잖아.”신유리가 겁을 먹지 않도록 하기 위해 반호영은 자기가 아이를 인질로 부모한테 협박한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다.사실 반호영은 신유리를 무척 사랑했다.자기가 낳은 아이도 아닌데 왜 이렇게 사랑스러운지 모르겠다.아이의 요구에 반호영은 환한 미소를 지었다.“유리야, 삼촌이 집에 전화를 안 하면 엄마가 많이 걱정하실 거야. 너희 엄마 이제 임신 8개월이야.
반호영은 갑자기 웃음이 나왔다.아이가 왜 아빠가 갖고 싶다고 했는지 이제 이해할 것 같았다.아빠를 그만큼 그리워했고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다.그래서 아빠가 보고 싶으면서 미운 감정이 생긴 것이다.반호영은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다.더 실컷 미워하렴.신유리가 아빠한테 적대심이 생기면 언젠가는 그를 아빠보다 더 좋아할 날이 올 것이다.그리고 지금이 그 기회였다.아이 아빠가 아이한테 무심할수록 그는 더 아이한테 잘해줄 것이다.아이에게 소중한 존재가 되는 것, 그게 그가 원하는 일이었다.“유리 울지 마. 뚝. 삼촌이 아빠랑 쌍둥이니까 아빠가 못해준 거 삼촌이 대신 해줄게. 아빠 너무 미워하지 마. 아빠가 바쁘니까 삼촌이 그 시간 동안 유리 옆에 있어줄게.”아이는 그제야 눈물이 대롱대롱 달린 얼굴로 환하게 웃었다.“정말?”신유리가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그럼 아빠 버리고 삼촌이랑 놀래!”“그래!”반호영은 드디어 자신의 계획이 한발 성공한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그가 물었다.“그럼 유리는 뭐가 갖고 싶어?”신유리는 짐짓 고민하다가 말했다.“사실 집에 없는 장난감이 없어. 우리 아빠는 나랑 놀아주지는 않고 매일 장난감만 사주거든. 한 번도 아빠랑 놀이공원 같은데 가본 적 없어. 사실 남성 이곳저곳 다니고 싶었는데 아무도 나랑….”반호영은 아이의 말을 듣고 고민에 잠겼다.그는 아이랑 같이 여기저기 다니며 노는 모습을 상상했다.아이가 부소경과 멀어질 수만 있다면 뭐든 할 것이다.어차피 데리고 이곳을 떠날 텐데 마지막으로 둘러보게 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그는 앞으로 유리의 보호자로써, 아이를 가장 사랑하는 아빠로 살아갈 것이다.딸이 밖을 구경하고 싶다는데 당연히 만족해 줘야지. 그는 부소경, 신세희보다 유리에게 더 잘해줘야겠다고 다짐했다.반호영은 유리를 꼭 안아주며 안쓰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유리야, 아빠가 못해준 거 삼촌이 다 해줄게. 내일 삼촌이랑 놀이공원도 가고 여기저기 둘러보자.”“정말? 그래도 돼?”유리가 눈을 반짝이
그날 밤, 유리는 이불 속에 숨어 소리없이 흐느꼈다.아이는 겁이 났다.너무 두렵고 불안했다.하지만 용감해져야 한다고, 어떻게든 반호영을 속여야 한다고 스스로 되뇌었다.반호영이 조금 안쓰러운 마음도 없지 않았다.하지만 지금은 그런 감정에 취할 때가 아니었다. 어떻게든 빨리 반호영을 피해 도망쳐야 했다.도망가야 해!‘울면 안 돼! 내일 눈 부은 거 보면 삼촌이 또 의심할 거야!’‘신유리, 너 강한 아이잖아! 울면 안 돼! 곧 동생이 태어나는데 내가 가서 보살펴 줘야 해!’신유리는 눈물을 쓱 닦고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아이는 맨발로 화장실로 가서 찬물에 세수를 했다.그리고 다시 침실로 돌아와서 잠을 잤다.푹 자야 했다.잠시 후, 아이는 드디어 잠들었다.그날 밤, 아이는 엄마가 남동생을 낳는 꿈을 꾸었다.그리고 아이는 사랑스러운 남동생을 잘 돌봤다.아이는 어릴 때부터 엄마를 잘 도와주는 착한 아이였다.신유리는 웃으며 잠에서 깼다.눈을 뜨자마자 보인 건 침대머리에 서 있는 반호영이었다.그는 하얀 원피스를 흔들며 아이에게 인사를 건넸다.“이제 깼어?”신유리는 고개를 갸웃하며 그에게 물었다.“삼촌? 왜 들어왔어?”반호영이 말했다.“오늘 우리 할 거 많아. 그래서 깨우려고 들어왔다가 네가 하도 달게 자고 있어서 기다렸어. 그러다가 네가 오늘 나갈 때 입을만한 옷들을 골라서 가져왔는데 꿈 꾸면서 웃고 있더라. 무슨 꿈을 꿨어?”신유리는 눈을 깜빡이다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흥! 미운 아빠 골려주는 꿈을 꿨어!”반호영은 피식 웃음을 터뜨리고는 정색해서 말했다.“유리야, 그래도 아빤데 예의는 갖춰야지. 아빠가 그렇게 싫으면 멀리하면 돼. 삼촌이 아빠만큼 예뻐해 줄게! 안 좋은 생각하지 마.”“맞아! 부소경은 악마야! 멀리해야 해!”“빨리 일어나서 옷 입자. 오늘은 남성 시내를 돌아볼 거야.”앞으로 넌 다시 이곳에 올 일 없으니까 오늘 최대한 여기저기 다 둘러보자.반호영이 하고 싶었지만 참았던 말이었다.그는 진지하게 아
조금만 더 있으면 그는 신세희, 신유리, 그리고 그녀의 배 속의 아이와 만날 수 있을 것이다.좋은 곳으로 가서 전원생활을 하며 자유롭게 살 것이다.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았다.그가 흐뭇한 미래를 상상하고 있는데 전화가 걸려왔다.“여보세요.”“대표님, 주변을 조사해 봤는데 시내에 부소경의 사람들이 지키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아요. 공항이나 KTX 부근에도 딱히 수상한 점이 없고요. 지금 섬으로 돌아가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잠시 머뭇거리던 부하가 계속해서 말했다.“그런데요, 대표님….”“무슨 일인데?”반호영이 물었다.“그 섬을 정말 이대로 도웅에 넘기실 겁니까?”반호영은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섬이나 돈에는 별 관심 없어. 그쪽이랑 거래할 때 약속한 부분이니까 약속을 어길 수는 없지. 난 그냥 세희랑 유리와 같이 행복하게 살고 싶을 뿐이야.”“하지만….”부하는 말끝을 흐렸다.반호영이 말했다.“알아, 너희도 나 따라다니느라 고생 많이 했지. 너무 걱정하지 마. 각자 계좌로 10억씩 넣었어. 더 해주고 싶어도 이게 전부야. 그 돈 가지고 어디 가서 가게나 차리고 자리잡고 살아. 내가 다 미안하네.”“난 그냥 주먹으로 세상을 사는 시대는 이제 지나갔다고 생각해. 좋은 곳에 자리잡고 결혼하고 부족함 없이 살다가 애 낳고 그렇게 평범하게 사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해.”반호영의 말은 진심이었다.부하가 울먹이며 말했다.“대표님이 저희를 생각하시는 마음은 저희도 알죠. 하지만 돈은 필요 없습니다. 평생 대표님 옆에서 안전을 지키며 살아가고 싶어요. 돈 없으면 우리가 벌면 됩니다.”반호영은 감개무량해서 말했다.“그 마음 이해해! 나도 알아! 하지만 평생 표류하며 살 수는 없어. 난 이미 결정했어. 조직은 해산이야. 각자 10억씩 가지고 떠나는 거야.”“대표님!”“내가 결정한 일이야. 더 이상 나를 설득하려 하지 마. 나중에 힘든 일 생기면 언제든 나를 찾아와. 내 말 무슨 의미인지 알지?”반호영이 말했다.“네, 알겠습니다!”수화기 너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