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아빠가 사진으로 나를 협박한 것보다 너한테 뺨을 맞은 것이 더 마음 아파. 가희야, 내 마음은 이미 상처받아 무너지고 없어. 법으로는 부모가 18살까지 자녀를 양육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나와 있어, 너는 이제 22살이니 나는 내 의무를 다 했어. 그리고 우리는 이제 모녀 관계를 끊었으니 네가 내 노후를 책임질 필요도 없어! 시언이, 그러니까 내 남편이 그래도 너는 내 친딸이라며 위로를 해줬어. 그런데 가희야, 너도 마을에 가서 네 아버지가 했던 짓을 알게 됐잖아. 지금 나랑 시언이를 찾아온 게 잘못됐다는 거 알고 있지?”“......” 최가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가희야, 미안한데 이제 우리는 모녀 관계를 끊었으니 다시는 나를 찾아오지 마. 나는 이제 내 생활이 생겼어. 결혼하자마자 임신한 것을 알고 너무 행복했어. 지난 20여 년은 나한테 정말 악몽 같았어. 앞으로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 않아. 오늘 네가 나한테 협박한 것은 묻고 따지지 않을 테니 그만 가 봐!” 성유미는 담담하게 말했다.성유미는 본인의 배를 쳐다봤다. 이렇고 작고 소중한 생명이 어디 있을까?성유미는 최가희를 무시하고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아가야, 네 아빠는 아주 좋은 사람이야. 임신한 엄마를 절대 집에 혼자 두지도 않고, 산후조리원에 남겨두고 일하러 가지 않을 거야. 그리고 더욱이 너를 지우라고 협박하지 않을 거야. 아가야, 8개월 후에 네가 태어나면 나는 엄마로서의 진정한 기쁨을 느낄 수 있을 거야. 아가야...”성유미는 지금 이 순간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다.게다가 성유미의 눈에는 더 이상 최가희가 보이지 않았다. 성유미는 최가희도 이제 무슨 일이든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성인이기 때문에 걱정되지 않았다.최가희는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성유미에게 나지막이 물었다. “서... 서시언, 아기 못 낳는 거 아니었어? 서시언이랑 아빠랑 똑같잖아! 성... 성유미, 당신 어떻게 임신했어? 다른 남자랑 잤지?” “하하! 서시언, 바람난 여자를 좋아하나 보네! 아빠가
최홍민은 매우 득의양양하게 말했다. “성유미! 나도 진작에 너를 떠날 생각했어! 그래서 네가 젊었을 때부터 죽어라 일할 때 가희를 너랑 못 만나게 한 거야! 가희는 너 같은 엄마 필요 없어! 네가 뼈 빠지게 죽어라 번 돈은 다 가희 거야, 이게 다 네가 나를 배신한 대가야!”“......” 성유미는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서시언은 성유미를 안아 등을 토탁이며 위로했다. “유미 씨, 저런 사람 때문에 열받을 가치도 없어요.”이때, 운전기사가 식은땀을 흘리며 급하게 달려왔다. “무슨 일이에요?” 서시언은 운전기사에게 물었다. “서 대표님…” 운전기사는 최가희가 서시언 그리고 친엄마와 있었던 일은 모르고 있다. 운전기사는 매우 걱정스러워하며 말했다. “사… 사모님 따님분께서 미친 듯이 뛰쳐나가셨어요. 제가 불러도 대답도 하지 않으시고, 서럽고 울고 있는 것 같았어요! 밖에 차들이 너무 많아서 아가씨를 놓쳤습니다…”운전기사는 성유미 앞에서 감히 안 좋은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 그리고 잠시 후, 성유미가 전화를 받고 화를 내자 운전기사는 더욱이 말을 꺼내지 못했다. 이때, 서시언은 운전기사에게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알겠어요. 우선 가희 찾아보세요.”“네!” 운전기사는 대답을 하고 최가희를 찾으러 나섰다. 서시언은 성유미가 전화받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았다.성유미는 글썽이는 눈으로 웃으며 말했다. “최홍민, 당신 생각이 맞아! 언젠가 나는 당신을 떠났을 거야! 게다가 앞으로 당신들한테 단 한 푼도 주지 않을 거야!”최홍민은 말했다. “이… 이런 악독한 여자! 딸이 굶어 죽어도 상관없다는 거야?!”성유미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내가 상관할 바야? 당신, 당신 딸 사랑하잖아! 그런데 당신 사랑은 아주 이기적이야! 당신 사랑이 언젠가는 가희를 다치게 할 거야!”“성유미! 이 죽일 년! 네 사진은 내 손안에…”이때, 서시언은 성유미의 핸드폰을 빼앗고 말했다. “최홍민 씨!”최홍민은 깜짝 놀라며 말했다. “누구세요?”“
“유미 씨는 그 누구보다 순결합니다!” 서시언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서시언은 계속해서 말했다. “최홍민 씨, 저는 유미 씨랑 결혼하기 전에 당신이 살았던 마을에 가서 마을 사람들에게 유미 싸와 당신의 이야기를 다 들었습니다! 마을에 찾아간 이유는 유미 씨와 결혼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최가희와 유미 씨를 화해시켜주기 위해 간 겁니다!그런데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세상에 어떻게 이렇게 악독한 남편이 있을 수 있습니까? 미성년자 때 임신을 해서 당신과 결혼한 여자를! 당신 딸의 엄마에게 어떻게 그럴 수 있습니까!? 최홍민 씨, 당신이 살인자보다 더 잔인한 거 아세요? 저와 유미 씨는 당신이 그 사진을 폭로하는 것이 두렵지 않아요! 정의는 반드시 이기기 때문이죠! 제 말 잘 들으세요! 당신은 그 사진을 폭로하면 감옥에 가는 겁니다! 그리고 당신이 폭로하면 제가 사진을 다 회수할 겁니다! 최홍민 씨, 저는 부소경 씨처럼 남성의 왕은 아니지만 부소경 씨의 처남입니다! 당신이 유미 씨 사진을 뿌리면 남성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아요?”최홍민은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 “서… 서시언 도련님, 그… 그만큼 성유미를 사랑하세요?”“당연하죠!”서시언은 매우 행복해하며 말했다. “유미 씨는 아주 좋은 여자예요! 최홍민 씨가 눈이 삔 겁니다! 유미 씨는 당신과 함께 하기로 다짐하고 아이까지 낳았는데 밖에서 바람이나 피우다니! 당신은 유미 씨를 가질 자격이 없어요! 유미 씨는 이제 저의 아이를 임신했으니 앞으로 유미 씨는 영원히 저의 아내입니다! 이제부터 유미 씨는 저의 아내일 뿐만 아니라, 내 아이의 엄마입니다!당황한 최홍민은 어리둥절해하며 말했다. “그… 그게 무슨 말씀이에요? 도련님도 저랑 똑같이 아이를 못 가지는 거 아닙니까? 그런데 어떻게 성… 성유미가 임신을 한 거죠?”서시언은 최홍민을 경멸하며 말했다. “제가 당신이랑 어떻게 똑같습니까? 저는 종자가 있고, 당신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저는 아주 혈기왕성한 남자입니다!
“뭐… 뭐라고요?” 상대의 말에 어리둥절한 최홍민은 말을 더듬었다. 최홍민은 갑자기 몸이 부들부들 떨리며 힘이 빠졌다. “사고 현장입니다. 따님분 핸드폰에서 아버님 연락처를 찾아서 연락 드렸습니다. 아버님, 현장으로 빨리 와주셔야 합니다. 사고 가해자가 따님분이라 아버님께서 모든 것을 배상해 주셔야 합니다!”“......” 최홍민은 할 말을 잃었다. 그리고 잠시 후, 최홍민은 바닥에 주저앉아 믿을 수 없다는 듯 소리를 질렀다. “아니! 그럴 리 없어요! 절대 그럴 리 없다고요!”“여보세요? 아버님? 제 말 들리세요? 대답해 보세요!” 상대방은 계속해서 최홍민을 불렀다. 최홍민은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사고 현장에 있던 직원들은 갑자기 최홍민이 걱정되었다. 하지만 최가희의 핸드폰 연락처를 아무리 찾아봐도 엄마 연락처는 찾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누구한테 전화를 해야 할까?잠시 후, 최가희의 핸드폰 최근 통화에 ‘빌어먹을 여자’와 통화한 기록을 보았다. 빌어먹을 여자는 누구지?직원은 ‘빌어먹을 여자’에게 전화를 하면 절대 안 된다고 생각했다. 저장명만 봐도 죽도록 싫어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잠시 후, 한 달 전에 최가희와 가장 많이 연락을 한 사람을 찾았다. 직원은 가망은 없지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누구시죠?”“네가 전화해놓고 누구냐고 묻는 거야?” 서시언은 웃으며 전화를 받았다. “아, 혹시 사망자와 무슨 관계이시죠?” 직원은 서시언에게 물었다. “사망자요? 당신 누구세요!”“서광 대학교 부속병원 인근 1km 떨어진 곳에서 교통사고가 났습니다. 사망자랑 한 달 전에 자주 연락한 것을 보고 연락드렸습니다.”“......” 갑자기 서시언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렸다. “시언아, 왜 그래?” 성유미는 피곤한 목소리로 물었다. 성유미는 요즘 쉽게 피곤해졌다. 성유미는 원래 생리 주기가 정확했는데 2~3일 정도 늦어지니 더욱 나른하고 피곤했다. 나이도 있고, 결혼도 했으니 아프면 안 되기 때문에 병원에
서시언이 흐느끼며 울자 성유미도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렸다. 성유미는 최가희와 친해지길 바랐지만 최가희는 항상 성유미를 미워했다. 성유미는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최가희를 지키고 함께 죽어도 같이 죽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성유미는 지금 마치 다시 태어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의사는 성유미는 노산이니 모든 것에 주의를 해야 하기 때문에 아무리 기뻐도 너무 흥분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서시언과 성유미는 의사의 말에 최대한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노력했다. 아이는 두 사람에게 갑작스러운 축복처럼 찾아왔다. 서시언은 최가희가 교통사고로 죽었다는 소식을 성유미에게 말하지 않기로 했다. 성유미와 최가희가 모녀 관계를 끊었지만 최가희는 결국 성유미의 친딸이다. 서시언은 성유미를 쳐다보고 차분하게 말했다. “여보, 기사님이 집에 데려다줄 거야. 나는 회사 일 좀 처리하고 바로 집으로 갈게.”“중요한 일이야?” 성유미는 물었다.“응.” 서시언은 대답했다. 성유미는 서시언에게 말했다. “시언아, 미안해. 내가 너무 투정 부렸지? 40살이나 된 여자가 같이 있어달라고 하다니, 나 신경 쓰지 말고 어서 회사에 가 봐. 나는 나 혼자 잘할 수 있다고 믿어. 40살에 하늘이 나에게 새 생명을 줬으니 혼자서도 잘 해낼 거야.” “여보는 잘할 수 있어.” 서시언은 말을 끝내고 병실에서 나왔다. 서시언은 겨우 22살인 최가희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자 마음이 아팠다. 잠시 후, 서시언은 직원이 보내준 주소에 도착했다. 사고 현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사고 현장에 도착하자 사고 처리 담당자는 서시언에게 이 사고는 모두 최가희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서시언은 바닥에 누워 있는 최가희의 시체를 보았다. 최가희 온몸은 피투성이며 입술은 이미 검은색으로 변해 흉악하고 무서웠다. 마치 죽기 전에 누군가와 미친 듯이 싸운 것 같았다. 서시언은 성유미의 임신 소식을 들은 최가희가 미친 듯이 병원에서 뛰쳐나갔던 것이 생각났다. 이때, 옆에 있던 목격자는 서시언에
서시언이 고개를 돌리자 60대 노인이 옆에 서있었다. 노인은 깊은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저 여자는 아주 못 됐어! 엄마는 20년 동안 고생만 하고, 이기적인 아빠는 모녀를 만나지도 못하게 해서 엄마는 딸이 어른이 될 때까지 몰래 숨어서 지켜만 봤지. 저 여자 아빠 잘못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아빠를 선택했지. 심지어 아빠랑 한패가 되어 엄마를 속여 돈을 뺏으려고 했어!”서시언은 당황해하며 노인에게 물었다. “실례지만 어르신은…”“며칠 전에 저 여자가 마을에 와서 저한테 이것저것 물어봤어요. 그래서 저는 모녀가 다시 친해질 줄 알았죠. 하지만 친해지기는 무슨, 아빠랑 어떻게 엄마 돈을 뺏을까 작당한 거였어요. 저 여자가 무슨 짓을 할지 몰라 제가 2~3일 동안 저 여자를 미행했어요. 그러던 중 병원에 도착해서 따라 들어갈까 말까 고민하고 있을 때 저 여자가 울면서 뛰쳐나오는 걸 봤죠.”병원에서 뛰쳐나온 최가희는 앞도 보지 않고 미친 듯이 뛰어다니며 울부짖었던 것이다.노인은 최가희가 울부짖는 것을 똑똑히 들었다. 최가희는 정말 정신 나간 여자처럼 계속해서 ‘서시언은 내 거야! 서시언은 원래 내 거여야 했어.’라는 말만 반복했다. 원래 내 거여야 하고 말고가 어디 있나?이때, 노인은 서시언에게 솔직하게 말했다. “저 여자는 본인이 죽음을 자초한 거예요. 죽어도 마땅해요.”서시언은 고개를 끄덕였다. 서시언은 현장 직원과 피해자 가족에게 말했다. “우선 사망자 시체부터 처리해 주세요. 그리고 제가 피해자 가족분들에게 배상하겠습니다.” “방금 하셨던 말은 제 부인에게 절대 하지 마세요. 임신해서 충격받으면 큰일 나요.”이때, 서시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뒤에서 누군가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가희야! 우리 가희!” 울음소리는 더없이 비통했다. 서시언이 고개를 돌리자 성유미가 최가희 시체를 향해 뛰어가고 있었다. 직원들은 최가희의 시체를 구급차에 태우려다 멈췄다. “가희야, 내 딸…” 성유미는 미친 듯이 울면서 최가희의 시체를 끌어안았다. “
결국 그녀가 가장 보고 싶지 않았던 장면이 펼쳐졌다.조금 전까지도 살아 숨 쉬던 생명이 피를 철철 흘리며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안 돼! 가희야, 눈 좀 떠봐! 엄마 이제 널 원망하지 않을게! 이제는 널 용서할게. 엄마를 때린 것도 이해할게! 그러니까 제발 눈 좀 떠봐. 엄마가 돈 줄게. 네가 얼마를 원하든 원하는대로 줄 테니까 제발 정신 좀 차려봐!”“가희야….”“하나님이시여, 어째서 이런 식으로 내 딸을 벌하시는 겁니까….”성유미는 당장이라도 쓰러질 듯이 통곡했다.서시언은 옆에서 그런 그녀를 위로해 주었다.“유미야, 울지 마. 가희는 원래 악한 아이였어. 아버지한테 오랜 세월 세뇌당해서 돈밖에 몰라. 가족을 버리고 돈을 선택한 아이이고 잘못을 뉘우치지도 않았어. 네가 강압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떠났다는 걸 알면서, 최홍민이 너를 계속 착취하며 살아왔다는 걸 알면서도 결국 아버지랑 손을 잡았잖아.”옆에 있던 이웃 주민도 성유미를 말렸지만 성유미는 눈물을 멈추지 않았다.딸이 자기를 싫어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죽기 전까지도 자신을 증오하고 줄곧 자신을 저주해 왔다는 것도 알지만 그런 건 이제 상관없었다.모두 잊어줄 수 있었다.딸이 살아 있기만 한다면.“가희야, 엄마가 이렇게 빌게. 제발 눈 떠. 제발 정신 차려. 엄마가 너 대신 죽을 테니까 제발 살아줘….”성유미는 미친 듯이 울며 절규했다.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들마저 안타깝고 슬픈 마음이 들었다.서시언은 그런 그녀가 너무도 걱정이 되었다.“유미야, 너무 슬퍼하지 마. 이런 게 운명인가 봐. 그냥 내 진단서가 바뀌었다는 게 너무 억울하고 내가 건강한 사람이라는 게 너무 억울해서… 그래서 우리가 결혼한 사실이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거야. 가희는 자기가 자기 행복을 빼앗았다고 생각했을 테니까. 하지만 그렇지 않잖아, 자기야.”서시언은 부드러운 말투로 성유미를 위로했다.성유미는 힘없이 서시언의 품에 기대며 흐느꼈다.“시언아, 내가… 잘못한 걸까?”“자기는 잘못한 게 없어. 정말 잘못
최홍민도 당황했고 지켜보던 사람들도 당황했다.최가희를 따라왔던 시골 이웃주민만 한숨을 쉬며 말했다.“최홍민, 이건 다 네가 자초한 거야!”최홍민에게 따귀를 날렸던 성유미도 입을 열었다.그녀는 이미 흥분을 가라앉힌 상태였고 보다 더 차분한 눈빛으로 상대를 노려보았다.딸이 죽은 건 정말 괴롭고 슬픈 일이지만 최홍민을 본 순간 모든 것의 발단이 그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어차피 딸도 죽었으니 이 남자와 결판을 내야겠다고 그녀는 생각했다.“최홍민, 잘 들어!”성유미가 남자를 향해 소리쳤다.최홍민은 어깨를 움찔하며 울음을 멈추었다.그는 초점을 잃은 눈동자로 성유미를 바라보았다.“가희 장례식은 내가 처리할 거야! 그리고 내가 가희를 위해서 모은 그 적금, 나랑 네 명의로 같이 저금하기로 한 그 통장 전액 회수할 거야! 너 같은 인간한테는 한푼도 남겨줄 수 없어! 우린 결혼한 적도 없고 동거하다가 애가 생긴 것뿐이니까!”“더 정확히 말하면 네가 미성년자인 나를 속이고 꼬드겨서 생긴 아이잖아! 이제 가희도 없으니 우린 아무 사이도 아닌 거야! 그러니 내 돈도 절대 너한테 줄 수 없어!”말을 마친 성유미는 차가운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네가 머리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 내가 돈을 회수하겠다고 했지만 비밀번호는 우리 두 사람이 두 자리씩 같이 설정한 거니까 그거로 어떻게 해볼 생각인 거지? 하지만 그 계좌에 매달 입금한 사람은 나야. 그리고 나한테는 입금 내역이 있어! 난 그 내역을 증거로 제출할 거야!”말을 마친 성유미는 허탈한 미소를 지었다.“어차피 그 돈 없이도 가지고 있는 와인가게로 평생 먹고 살 수는 있잖아?”그녀는 더 이상 최홍민을 증오하지 않았다.어차피 두 사람 사이의 유일한 연결고리인 최가희가 죽었으니 더 이상의 미련도 없었다.사람을 미워하는 것도 에너지가 필요하고 자신을 갉아먹는 일이라는 걸 성유미도 잘 알고 있었다.“가!”성유미가 말했다.최홍민은 여전히 영혼이 이탈한 사람처럼 멍한 표정으로 되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