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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9화

서울에서 제일 잘나가는 회사 대표가 자신에게 어머니라고 부르자 노부인은 깜짝 놀랐다.

구경민이 이토록 구김살이 없는 사람인 줄 그녀도 처음 알았다.

아들을 잃은 슬픔이 구경민의 말 한마디에 조금은 괜찮아진 것 같다.

고윤희도 그런 구경민을 힐끗 쳐다보았다.

구경민은 기회를 잡고 고윤희를 보며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윤희야, 이제 그만 자. 그동안 제대로 자지도 못했잖아. 엄마가 곁에서 지켜볼 테니까 편히 눈 감도 자도 돼.”

노부인은 아이를 달래듯이 고윤희를 달래며 말했다.

고윤희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 어머니의 곁에 누워 말 잘 듣는 아이처럼 눈을 감았다.

막 잠에 들려고 할 때, 고윤희는 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듯 자동차에 있는 간이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구경민을 보며 말했다.

“경민아, 고마워. 어머니 심장...”

“걱정하지 마. 서울에서 제일 잘하는 의사로 예약했어. 도착하면 바로 수술할 수 있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편하게 쉬어.”

구경민은 쌀쌀맞게 말했다. 그러자 고윤희는 다시 침대에 누워 낮은 목소리로 대답하며 눈을 감았다.

“그래...”

“이제 그만 자.”

“알았어...”

고윤희는 빠르게 잠이 들었다.

해만 현에서 서울까지 꼬박 하루가 걸려 도착했다.

구경민은 바로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한진수의 시체를 처리하고 좋은 묘지를 찾아 묻어주었다.

허허벌판에서 언제 짐승들의 공격을 받을지 몰라 가만히 누워있던 한진수에게도 드디어 무덤이 생겼다.

비석 앞에서 고윤희와 노부인은 흐느끼며 울었다.

한진수의 장례를 모두 치르고 구경민은 고윤희를 옆자리에 태우고 직접 운전해 집으로 돌아왔다.

4개월 만이다.

다시 구씨 가문으로 돌아온 고윤희는 이곳이 낯설게만 느껴졌다. 예전에도 고윤희는 자신이 구씨 가문의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구경민과 함께 있는 곳이 그녀의 집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아니다.

마음 한구석이 텅 빈 것 같은 느낌이 들고, 구경민이 그동안 자신을 얼마나 힘들게 찾았는지 알고 있다.

하지만, 마음만은 예전 같지 않다.

두 사람 사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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