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구까지 온 한진수는 가슴이 철렁했다.걱정하던 사고가 터진 것이다.처음 봤을 때부터 느낌이 안 좋았던 손님들이었다.그는 사람들 틈을 비집고 고윤희에게 다가가서 그녀를 등 뒤로 숨기며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손님, 무슨 일로 그러십니까?”느끼남은 한진수를 보고 다짜고짜 그의 멱살을 잡았다.“너희 불법 가게지? 여기 음식을 먹고 내 친구들이 밤새 고열에 시달리고 토하고 설사하더니 지금은 병원에 입원해 있어!”한진수는 당황했지만 애써 침착한 얼굴로 말했다.“일단 병원으로 가시죠. 만약 저희의 책임이 있다면 의료비와 입원해서 생긴 손실은 저희가 배상하겠습니다.”“배상?”늙은 느끼남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배상이 가능할 것 같아? 그 사람들이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알아?”“어제 여기 밥 먹으러 온 사람들 모두 하루에 몇천만 원씩 버는 사람들이야! 뭐로 배상할 건데? 이 가게 내놔도 배상 못 해!”한진수가 담담한 말투로 말했다.“배상 문제는 나중에 얘기하고 일단 병원에 가보죠!”“그래! 따라와!”고윤희는 등 뒤에서 다급히 그를 불렀다.“진수 오빠….”“어머니랑 집에서 기다리고 있어. 가게 팔아서 의료비 배상해 주면 돼. 그리고 나가서 일당 뛰지 뭐.”고윤희는 울먹이며 고개를 끄덕였다.한진수는 늙은 느끼남과 함께 병원으로 향했다.하지만 그는 다시 돌아오지 못했다.고윤희와 노모는 집에서 오전내내 그를 기다렸지만 소식이 없었고 전화를 해도 계속 전화기가 꺼진 상태였다.오후가 되자 노모는 울음을 터뜨렸다.“우리 아들… 또 무슨 일이 생긴 거야?”고윤희는 죄책감 가득한 얼굴로 노인을 바라보며 말했다.“어머니, 다 제 잘못이에요. 그 사람들이 저를 노리고 온 것 같았어요. 정말 죄송해요, 어머니.”“너 때문 아니야, 아가. 우리가 너무 만만해서 그래.”노인은 고윤희를 끌어안고 눈물을 흘렸다.고윤희는 눈물을 닦고 진지한 표정으로 노인에게 말했다.“어머니, 제가 병원에 가볼게요. 상황이 어떻든 꼭 돌아오겠다고 약속할게요. 그러
고윤희는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네, 어머니.”그렇게 배가 나온 임산부는 노쇠한 노모와 함께 가게를 나섰다. 이때, 누군가가 그들의 앞을 가로막았다.“고윤희, 지금 도망치는 거야?” 신민지가 그녀의 팔목을 붙잡으며 물었다.고윤희는 차가운 눈빛으로 신민지를 노려보았다.“신민지! 이게 다 네가 벌인 짓이지?”신민지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했다.“무슨 말을 하는 거야? 하나도 못 알아듣겠네!”“넌 우리가 이 건물을 세 냈다는 거 알면서 인테리어까지 다 끝났는데 시비를 걸고 진수 오빠는 너 때문에 구치소까지 갔다 왔어.”“그러고도 부족해서 다음 날에 친구들을 불러 우리 가게를 모함하게 한 거잖아.”“도대체 진수 오빠를 어디로 데려간 거야!”신민지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고윤희! 도망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넌 여기서 장사를 하는 사람이지만 난 건물주라고!”“네가 도망칠까 봐 찾아온 거야. 네가 도망가면 병원에 있는 사람들 의료비는 누가 배상해? 발뺌할 생각하지 마! 배속에 아이랑 같이 옥살이하기 싫으면!”고윤희는 이를 갈며 말했다.“신민지, 너와 난 원수지간도 아닌데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신민지는 어깨를 으쓱하며 되물었다.“그래. 큰 원한이 있는 것도 아닌데 넌 왜 나한테 그런 질문을 해?”그녀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네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밥을 먹고 사람들이 병원에 실려갔어! 네가 사랑하는 약혼남은 종적을 감추었다고! 너랑 이 할망구까지 도망치면 건물주인 내가 배상해야 할 상황이라고!”“원하는 게 뭐야?”고윤희가 물었다.“당연히 돈이지.”“그래, 돈 줄게! 얼마 주면 될까?”고윤희가 물었다.가게세와 인테리어에 1억 정도 들었고 남은 돈은 한진수가 가면서 다 가져갔지만 고윤희에게는 20억짜리 카드가 있었다.구경민이 떠나면서 배 속의 아이를 위해 남겨두고 간 돈이었다.하지만 상황이 위급하니 그 돈이라도 내놓아야 할 판이었다.“20억!”신민지가 비웃음 가득한 표정으로 말
고개를 돌려 상대의 얼굴을 확인한 고윤희는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최… 최여진?”‘저 여자가 왜!’고윤희는 증오로 가득한 눈빛으로 최여진을 쏘아보았다.이 여자 때문에 맞아서 아이를 유산할 뻔했고 챙겨서 나온 돈도 모조리 빼앗겼었다. 그것도 부족해서 남자들을 고용해서 그녀를 겁탈하려 했다.3개월 동안 보이지 않더니 여기까지 따라왔을 줄이야!“너 아직도 살아 있어?”고윤희가 이를 갈며 최여진에게 물었다.고윤희와 신민지 사이에는 척을 질만한 일이 없었다. 그래서 신민지가 비꼬는 말도 무시하고 넘어갈 수 있었다.하지만 눈앞에 이 최여진이라는 여자는 달랐다.고윤희가 가장 증오하는 사람이 이 여자였다!구경민이 떠나고 고윤희는 최여진에 대한 미움을 내려놓으려 했었다. 그녀에게 온갖 악행을 저질렀지만 그건 모두 구경민을 너무 사랑해서 그런 거라고 넘어가기로 했다.그런데 여기까지 쫓아올 줄이야!최여진은 생글생글 웃으며 고윤희에게 말했다.“고윤희 참 뻔뻔하네? 난 당연히 멀쩡하지. 서울에서 공주님 대접받고 사는데 내가 왜 죽어?”“난 경민 씨네 본가에서 생활해. 아저씨도 나를 너무 예뻐하시고 경민 씨도 예전처럼 나를 사랑해 줘. 그런데 내가 왜 죽어? 내가 안 죽어서 배 아파?”고윤희는 마음이 차갑게 식는 것을 느꼈다.벼랑 끝에 내몰린 느낌이 들었다.그녀는 절망한 얼굴로 최여진을 바라보며 또박또박 말했다.“이 모든 게 다 네가 설계한 거야?”최여진은 사악한 미소를 짓고는 거들먹거리며 말했다.“여자가 임신하면 멍청해진다더니 넌 그래도 그 정도까지는 아니네? 똑똑한 네가 맞혀봐. 내가 여기 온 거, 경민 씨는 알고 있을까?”고윤희는 가슴이 칼에 베인 것처럼 아팠다. 그녀는 비틀거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구경민 씨가 시켰어?”“글쎄? 똑똑하니까 그 정도는 알아맞혀야 하는 거 아니야?”최여진이 되물었다.말을 마친 그녀는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고윤희의 창백한 얼굴을 노려보았다.최여진은 십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것처럼 기뻤다.
“신민지? 이름만 들어도 별로야. 얼굴 믿고 까부는 거지. 그 여자 멀리 쫓아버려. 더러워. 돌아가서 내가 직접 혼내줄 거야!”그때 최여진은 의기양양하게 생각했다.어차피 곧 귀국할 거고 돌아가면 신민지라는 여자부터 족쳐야겠다고 마음먹었다.‘인기 좀 있다고 감히 구경민을 유혹하려 들어? 주제도 모르고!’하지만 몇 해가 지나고 놀다가 지친 최여진은 구자현으로부터 구경민의 총애를 받는 사람이 사실은 그 집 가정부로 일하는 고윤희라는 말을 전해 듣고 신민지라는 이름은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당연히 가장 위협적인 존재부터 제거해야 했다.신민지는 어차피 지금쯤 어느 시골 구석에서 청춘을 허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그렇게 잊고 있었던 여자인데 이번에는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2주 전, 최여진은 다시 그 이름을 들었을 때, 정보원에게 이렇게 물었다.“이 신민지라는 여자, 혹시 서울에서 한때 이름을 알렸던 그 연예인이야?”정보원은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 여자 맞아요. 듣기로는 서울에서 꽤 잘나갔다고 했는데 높으신 분을 잘못 건드려서 매장당했다고 하더군요. 지금은 연예계로 복귀할 수 없으니 지방에서 늙은이 정부나 하면서 돈을 빨아먹겠죠.”최여진은 냉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이용해 먹기 딱 좋은 케이스네.”그녀는 정보원에게 돈을 지불한 뒤, 바로 신민지를 찾았다.“나 구경민 씨 약혼녀야.”최여진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겁에 질린 신민지는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사… 사모님, 저… 저는 구 대표님 때문에 연예계에 얼굴을 못 내민지 몇 년이나 됐어요. 그 뒤로 다시는… 구 대표님 주변에 가지도 않았어요.”최여진은 신민지의 턱을 잡고 차갑게 말했다.“겁먹지 마. 너를 도우러 온 거니까.”“고윤희 기억해?”최여진이 물었다.고윤희 얘기가 나오자 신민지는 마음 속에 오랫동안 억눌렀던 분노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그때 그녀는 구경민을 유혹하려고 여러 배역을 거절하면서 도도하고 차가운 이미지를 고수했다
신민지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끝을 흐렸다.“사모님, 혹시 한진수에게….”최여진은 짜증스럽게 호통쳤다.“난 그런 거칠고 투박한 남자한테 흥미 없어! 그냥 고윤희가 고통스러워하는 꼴을 보고 싶을 뿐이야. 신민지, 명심해! 고윤희를 어떻게 하든 상관하지 않겠지만 목숨은 살려둬. 그리고 한진수는….”한진수 얘기가 나오자 최여진의 얼굴이 흉측하게 일그러졌다.그녀는 신민지에게 한진수를 어떻게 처리할지 얘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신민지는 그녀의 표정을 보고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그녀는 공손한 말투로 최여진에게 말했다.“사모님, 걱정하지 마세요. 시키는 대로 할게요.”“악랄한 방법일수록 좋아. 하지만 죽이지는 마!”최여진이 말했다.“네, 사모님!”신민지는 최여진 앞에서 개처럼 꼬리를 흔들었다.“그리고 네가 잘하면 내가 경민 씨한테 잘 얘기해서 서울이나 남성으로 돌아가서 연예계에 복귀시킬 수도 있어.”최여진은 거드름을 피우며 신민지에게 말했다.“저… 정말 그게 가능할까요?”“왜? 내 능력 못 믿어?”최여진이 반문했다.잠시 뜸을 들이던 그녀는 한껏 거드름을 피우며 말을 이었다.“경민 씨는 그렇다 쳐도 우리 가문도 서울에서 꽤 잘나가는 의사 가문이야. 우리 시댁은 더 말할 것도 없지. 서울에서 내 말 한마디면 못 이룰 게 없어. 알겠어?”“그리고 우리 남편은 남성에도 꽤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남성 부소경 대표랑 내 남편은 생사를 같이한 친구니까.”“연예계로 돌아갈 거면 경제가 더 발달한 남성이 낫지. 앞으로 남성에서 잘하면 세계적인 스타가 될 수도 있어!”최여진의 당당함에 신민지는 큰 충격을 받았다.남성에서 세계적인 스타가 된다?그건 어떤 느낌일까?그렇게만 된다면 그녀는 이런 지방 촌구석에 다시 돌아오지 않아도 되고 58세나 먹은 늙은 영감의 정부로 살지 않아도 된다. 영감은 매일 그녀의 몸 이곳저곳에 멍자국을 남겼지만 실질적으로 그녀를 만족시킨 적은 없었다.그녀는 지금 욕망에 목말랐다.“남성에 가서 내가 보내준 남자의 수발
“그러니까 누가 남의 남자를 건드리래?”“내가 구경민 씨랑 만날 때 두 사람은 이미 헤어진 상태였잖아!”“헤어져도 그 사람은 내 남자야! 나랑 헤어졌어도 다른 여자랑 같이 있는 건 용납할 수 없어! 너 같이 비천한 년은 더 안 돼!”최여진은 자신의 이기적인 소유욕을 남김없이 드러냈다.그녀는 악의 가득한 눈빛으로 고윤희를 쏘아보며 말했다.“넌 그냥 내 남편의 애완견에 불과했어! 그것도 아주 멍청하고 주제도 모르는 개 말이야!”“그 사람이 나랑 헤어졌어도 나를 10년이나 기다린 걸 알아? 내가 돌아오자마자 바로 널 내쫓았잖아!”“뻔뻔한 년! 내 남편의 집에서 쫓겨난 주제에 아직도 그 남자가 널 구해주러 올 거라고 생각해?”“전남편 같은 소리하고 있네. 구경민 씨가 언제 너랑 결혼했어? 결혼식 올렸어?”“구씨 가문에서 널 며느리라고 인정한 적 있어? 아무것도 없으면서 여기서 내 남자의 이름을 팔아?”최여진은 한발한발 위협적인 표정으로 고윤희에게 다가갔다.고윤희는 절망한 얼굴로 뒤로 뒷걸음질 쳤다.그녀는 그 질문에 대답할 수 없었다.고윤희가 말이 없자 옆에 있던 신민지까지 합세해서 비아냥거렸다.“고윤희, 난 그때 네가 구 대표님 애인인 줄 알았지. 사모님께서 얘기해 주지 않았으면 네가 이 정도로 쓰레기일 줄은 몰랐어.”“어차피 싸구려인 몸, 어제 내 친구들이 왔을 때는 왜 그렇게 비싸게 굴었어? 감히 누구한테 사기 쳐?”“온갖 더러운 짓은 다 해놓고 여기서 식당을 차려? 너한테 질병이라도 옮으면 어쩌려고! 너 피해자들한테 배상해 줄 돈은 있어?”고윤희는 한없이 뒷걸음질 치다가 어머니의 옆까지 갔다.늙은 어머니는 그녀를 품에 끌어안아 주었다.노인은 더 이상 울지 않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고윤희에게 말했다.“윤희야, 떨지 마. 이럴 때일수록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해. 우리 같이 문제를 해결하자. 조급해하지 마.”어머니의 따뜻한 위로에 고윤희는 순간 정신이 들었다.그녀는 침착한 목소리로 신민지에게 말했다.“내가 무슨 일을 하다 왔든 네
고윤희가 뒤돌아서자 최여진은 20억이 든 카드를 그녀의 코앞에 대고 흔들거렸다.“내가 말했잖아. 내 남편이 너한테 장난친 거라고. 바보 같이 이번에도 속았어?”고윤희의 얼굴은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렸다.최여진은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계속해서 말했다.“나한테 한번 속았으면 좀 경각심을 챙겨야지 두 번이나 속아? 멍청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알면서 자기가 믿고 싶은 대로 믿는 건지….”말을 마친 최여진은 카드를 가지고 뒤돌아섰다.“안 돼….”고윤희는 절망한 얼굴로 울음을 터뜨렸다.“그 카드는 내 아이의 양육비야. 돈 돌려줘. 내 아이의 양육비란 말이야….”카드 안에는 정확한 액수가 들어 있었다. 카드를 받은 날 고윤희는 한진수와 함께 은행으로 가서 금액을 확인했다. 비밀번호는 고윤희의 생일이었다.돈을 확인한 뒤, 고윤희는 구경민이 생각처럼 매정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감사함을 느꼈다.그리고 구경민과 최여진이 다시 화해하기를 진심으로 빌었다.그녀는 그게 서로에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이런 결과일 줄 누가 예상이라도 했을까?20억 카드를 최여진이 이렇게 쉽게 가져간다고?그래도 잠시나마 감사하다고 생각했고 세상의 따뜻함을 느꼈었는데 이것 역시 자신을 골탕 먹이기 위한 수단이었다고 생각하니 억장이 무너졌다.‘나는 결국엔 저들의 노리개였던 거야?’눈물이 쉴 새 없이 흘렀다.“내 아이 양육비 돌려줘. 이건 내 아이가 응당 받아야 할 돈이라고!”하지만 최여진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가버렸다.‘임신하면 멍청해진다더니 그 말 틀린 게 하나도 없네!’여기로 오기 전, 최여진은 사람을 고용해 고윤희의 방에서 카드를 훔쳤다.하지만 비밀번호를 풀 방법이 없었다.‘구경민 나쁜 자식, 고윤희한테 이렇게까지 하다니! 통도 크게 20억이나 줘?’최여진은 짐작가는 비밀번호를 죄다 시도했지만 돈을 출금하는데 실패했다.사실 고윤희가 앞에서 카드 한번 흔들어 줬다고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은 건 예상 밖이었다.‘하! 재밌네!’최여진은 우아한 자태를
그의 손목에서는 피가 쉴 새 없이 흐르고 있었다.“진수 오빠, 어떻게 된 거예요?”고윤희는 다급히 달려가서 한진수를 부축하며 물었다.아들이 다친 걸 본 한진수의 어머니도 울며 달려왔다.“진수야,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누구한테 맞았어?”한진수는 흐릿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어머니! 우리가 함정에 당했어요. 윤희 데리고 빨리 도망가요. 멀리 갈수록 좋아요!”“안 돼….”고윤희가 울며 물었다.“도대체 누가 이렇게 잔인한 짓을 벌인 거예요?”한진수는 고개만 절레절레 흔들었다.“우리는 저 사람들 상대가 안 돼. 오빠는 괜찮으니까 어머니 모시고 멀리 도망가. 앞으로 다시는 구경민이랑 엮이지 말고 그 사람 믿지 마. 내 말 들어. 어머니 모시고 도망가. 빨리!”“안 돼요….”고윤희는 울며 절규했다.밖에서 사람들이 안으로 쳐들어오더니 가게 이곳저곳을 뒤지기 시작했다.그리고 어딘가에서 약봉지를 찾아냈다.하얀색 분말이 든 봉지였다.어제의 느끼남이 한진수의 앞으로 다가오더니 말했다.“한진수! 역시 너희들 문제였어! 증거까지 나왔는데 이제 어떻게 발뺌할 거야? 당장 우리랑 같이 경찰서로 가자!”한진수가 몸부림치며 소리쳤다.“경찰서는 내가 알아서 갈 거야!”“네 마음대로는 안 될 거야!”느끼남이 코웃음치며 말했다.그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사람들이 달려와서 한진수를 억지로 끌고 밴에 태웠다.“진수 오빠!”고윤희는 미친듯이 소리쳤다.그녀는 노모를 부축해서 문밖까지 그들을 따라갔다.하지만 가게 밖에는 구경하러 나온 사람들조차 없었다.자신의 차로 다가간 최여진은 냉랭한 미소를 지으며 고윤희에게 말했다.“고윤희! 내 남편의 세력이 어디까지 닿을 수 있을 것 같아? 남성은 몰라도 이 일대에서 그 사람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곳은 없어!”최여진은 요즘 자신이 황제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윤희는 절망한 눈으로 최여진을 힐끗 보고는 다시 애타는 눈으로 한진수를 바라보았다.이제 최여진에게 돈을 돌려달라고 따질 여유는 없었다.그녀는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