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윤희는 한눈에 보아도 범상치 않은 여자를 훑어보며 물었다.“누구세요?”“하!”여자는 콧방귀를 뀌며 고윤희를 쏘아보았다.“벌써 나를 잊어버린 거야?”고윤희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가씨, 죄송합니다. 제가 여기 온 지 아직 보람밖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기억이 나질 않아 그러는데 혹시 이 부근에서 가게를 운영하고 계시나요?”“하!”“하하!”여자는 연속으로 고윤희를 향해 코웃음을 치더니 바로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너 혹시, 서울 구씨 가문 구경민의 잠자리 파트너는 아니지?”고윤희의 얼굴이 순식간에 빨개지더니 머리를 숙였다.그제야 이 여자 손님이 고윤희를 상대하러 온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제 개업한 가게에 어떻게 그녀를 상대하러 온 사람이 나타날 수 있지? 대체 얼마나 운이 좋지 않은 거야…하지만, 이 여자는 대체 누구일까? 고윤희는 젊은 여자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아마… 얼마 전 주말 연속극에 나오는 조연 배우와 비슷해 보이기도 했다.“혹시… 배우…?”고윤희는 손가락으로 그녀를 가리키며 물었다.그러자 젊은 여자는 바로 코웃음을 치더니 고윤희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고윤희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여자를 가리키며 물었다.“당신이 어떻게 이곳에…”그제야 눈앞의 여자가 구경민에게 추파를 던지려다 나락으로 떨어진 연예인이라는 것을 알아 차렸다.그날 파티장에서 만난 연예인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고윤희는 젊은 여자를 상대하고 싶지도 않았다.젊은 여자는 입술을 꼭 깨물고 잠시 마음을 가라앉힌 뒤, 싱긋 미소를 지었다.“기억하지 못해도 돼. 내가 너를 기억하고 있으니까.”고윤희는 여전히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안녕… 안녕하세요.”무슨 목적으로 그녀를 찾아왔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예의 바르게 인사를 건네기로 했다.“고윤희 맞지?”고윤희는 바로 대답했다.“네.”“여긴… 너의 남편?”여자는 한진수를 가리키며 물었다.“무슨 상관이에요?”“상관있지!”“너희들이 지금 분식집을 차린 이 건물이 내 건물
“고윤희가 전에 어떤 일을 했는지 알아?”여자는 한진수를 보며 물었다.“가정부를 했었습니다.”“너, 예전에 구씨 가문에서 가정부를 했어?”여자는 한진수와 고윤희를 번갈아 보며 물었다.고윤희는 겨우 화를 참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아가씨, 성함이 어떻게 되시나요? 여긴 어쩐 일이세요? 저희가 건물주 님 건물을 임대했지만 임대비를 바로 입금해 드렸어요.”“내 이름도 기억하지 못해?”여자는 입술을 꼭 깨물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고윤희의 두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입에 담기도 힘든 욕설을 담았다.“이 더러운 년! 네가 한 짓을 그새 까먹고 내 이름도 기억하지 못해?”고윤희는 그런 여자를 보며 코웃음을 쳤다.“내가 왜 당신 이름을 기억해야 하는 건데? 내가 당신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지금 내 가게에서 행패를 부리고 있는 거야? 내가 전에 가정부였다는 게 너랑 무슨 상관이야?”“임대비를 모두 받았으면 찾아오지 말아야 하는 거 아니야? 건물주가 아주 매너 없는 건물주네.”고윤희가 먼저 선수를 치자 여자는 바로 말문이 막혔다.그녀는 잔뜩 화가 난 표정으로 또박또박 말했다.“기억해, 내 이름은 신민지야!”고윤희는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신민지, 내가 당신 신경을 거스를만한 행동은 하지 않은 것 같은데?”신민지는 바로 고윤희에게 쏘아붙였다.“고윤희, 네가 어떻게 내 신경을 거스르지 않았다고 할 수 있어!”고윤희는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그녀의 신경을 거스를만한 행동은 하지 않은 것 같았다.그러자 신민지는 바로 한 글자 한 글자 힘을 주어 말했다.“나도 예전에는 잘나가는 톱스타였어. 그런 내가 구경민의 발을 조금 밟았다고 나를 용서하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나를 강제로 사과하게 만들고 넌 구경민의 파트너라는 이유로 나의 연예계 생활을 말끔하게 몰살시켰어.”“너 하나 때문에 구경민은 이제 나더러 서울에 모습을 보이지도 못하게 했지.”“너 하나 때문에 내 인생이 완전히 망해버렸어.”“내가 얼마나 잘 나갔는지 알아?
신민지는 얼얼해 나는 뺨을 감싸 쥐고 믿기지 않는 눈빛으로 한진수를 쳐다보았다.“어떻게… 어떻게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내 뺨을 칠 수 있어? 내가 누군 줄 알고!”“이미 인기가 떨어진 연예인 따위가 감히 우리 윤희를 무시해?”한진수는 신민지를 노려보며 말했다.그리고 눈물이 고인 채로 어쩔 바를 모르는 고윤희에게 다가가 그녀를 품에 안고 머리를 쓰다듬었다.“윤희야, 괜찮아. 아이가 다치기 않게 화내지 마… 알았지?”보름 전, 구경민이 찾아온 그날, 고윤희는 하마터면 아이를 유산할 뻔했다.그리고 지금 어디서 나타났는지도 모를 여자가 고윤희를 구경민의 잠자리 파트너, 창녀라고 말하자 한진수는 참을 수 없었다.“내가 아무리 인기가 떨어진 연예인이라고 해도 감히 내 얼굴에 손을 대? 나 신민지야! 내가 너 하나 어쩌지 못할 것 같아?”“내가 지금 연예인을 하지 않아도 우리 가문은 무시하지 못해! 우리 가문이 전국 각지에서 얼마나 많은 부동산 사업을 하는데, 너 까짓것 하나 내가 어쩌지 못할 것 같아?”신민지는 실성한 채 웃음을 터뜨렸다.“하하, 환장하겠네. 너 혹시 고윤희의 전 남자친구를 믿고 내 얼굴에 손을 댄 건 아니지?”“너, 고윤희가 전에 어떤 사람이었는지 알아?”신민지가 계속하여 자신을 모욕하는 말을 내뱉자 고윤희는 친절하게 문을 열어주며 말했다.“당장 우리 가게에서 꺼져!”그러자 신민지는 팔짱을 끼고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내가 이곳 건물주라는 거 잊지 않았지?”건물주라는 말에 고윤희가 아무 말도 하지 못하자 신민지는 자신의 얼굴을 감싸 쥔 손을 풀지 않고 한진수를 보며 말했다.“고윤희는 구경민의 여자친구가 아니야! 아니라고! 약혼자도 아니고 아내도 아니야. 뭐였는지 알아? 잘 들어. 구경민의 잠자리 파트너. 그리고 창녀.”“다시 한번 말할 테니까 잘 들어. 창녀.”“너도 창녀잖아. 구경민의 발을 밟고 그의 관심을 받고 싶은 너는 창녀가 아니야? 창녀가 아니면 구경민 씨가 왜 너를 견제했을까? 구경민한테는 진정한 창
“네, 편히 주무세요. 어머니.”모녀 사이는 아니지만 모녀보다 더 사이가 각별한 두 사람은 한진수가 없는 밤에 서로를 위로하며 잠에 들었다.하지만 그들의 거처 맞은편 건물.최여진은 두 사람이 하는 대화를 들으며 분노를 불태우고 있었다.“망할 년이 그렇게 다쳤는데도 아이랑 둘이 무사하다니!”“배 속에 경민 씨의 아이를 품고 경민 씨를 버렸어! 하지만 경민 씨는 왜 저런 여자를 자기 목숨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거지?”“그리고 한진수 그 멍청한 놈은 저 더러운 년을 위해 감옥에 가다니!”“한진수, 널 죽여버리지 않으면 내가 최여진이 아니지!”추운 겨울 밤, 최여진은 밤새 한진수를 제거할 음흉한 계획을 세웠다.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난 고윤희는 늙은 어머니를 부축해서 구치소를 찾았다. 두 사람은 구치소 문 밖에서 한진수를 기다렸다.한진수는 어제 오전 열 시에 잡혀갔으니 오늘 같은 시간에 풀려날 것이다.두 사람은 세 시간을 기다려 밖으로 나온 한진수를 맞이했다.일가족은 구치소 밖에서 행복에 겨워 눈물을 흘렸다.“장사 열심히 해! 사고 치지 말고! 장사하는 사람은 융통성이 있어야 하는데 자꾸 싸움을 벌이면 돈 못 벌어!”형사는 한진수에게 사고 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한진수는 감개무량한 얼굴로 형사 앞에 고개를 숙였다.일가족은 다시 식당으로 돌아왔다.어제 장사는 신민지 때문에 망했지만 오늘은 좀 다를 것이다.앞으로 그들의 모든 희망과 기대는 이 식당에 있었다. 남은 인생을 이 작은 도시에서 이렇게 평범하게 살아갈 것이다.고윤희와 한진수는 마음을 다잡고 영업을 개시할 준비를 했다.이날 장사는 꽤 괜찮았다.음식 가격도 합리적이고 식자재도 한진수가 가장 신선한 거로 공수해 왔다. 새로 영입한 주방장은 성실하고 실력도 좋은 사람이었다.한진수의 어머니는 주방에서 설거지를 돕고 고윤희는 서빙을 했다.일가족이 힘을 합쳐 열심히 일했더니 하루 사이에 순수익만 20만원이 넘었다.그들에게는 너무도 큰 돈이었다!
“내가 묻잖아. 특수 서비스도 제공하냐고?”남자가 느끼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물었다.고윤희는 잠시 당황한 표정을 짓다가 치미는 분노를 참으며 담담한 말투로 대답했다.“죄송합니다만 그런 서비스는 제공하지 않습니다. 가게 문 닫을 시간이니 식사는 다음에 다시 오시죠.”“무슨 이 시간에 문을 닫아? 왜 내가 그런 특수 서비스 원한다니까 찔려서 그래?”명품 액세서리를 온몸에 두른 여자가 앙칼진 목소리로 시비를 걸었다.“우리가 말한 서비스가 뭘 말하는지는 알고 그래?”“우리 다 점잖은 사람들이야. 특수 서비스는 피아노 음악이나, 뮤지컬 음악 같은 공연을 말하는 거야. 도대체 특수 서비스를 뭐라고 생각한 거야?”“설마 이상한 상상한 건 아니지?”“이상한 여자네!”“평소에 그런 짓을 많이 하나 보지!”“우리가 뭐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혼자 찔려서 저러네!”그들은 너 한마디 나 한마디 고윤희를 향해 맹렬한 비난을 퍼부었다.고윤희는 그들이 작정하고 시비를 걸려고 왔다는 것을 직감했다. 아마 어제 왔던 신민지와 일행인 것 같았다.“시간이 너무 늦어서 가게 문 닫을 거예요. 다음에 다시 오세요.”구치소에서 하룻밤을 새우고 돌아온 한진수는 어제보다 말투가 한결 정중하고 조심스럽게 변했다.그는 고윤희에게 다가가서 그녀를 등 뒤로 숨긴 뒤, 부드러운 표정으로 사람들에게 말했다.하지만 그들은 쉽게 돌아갈 생각이 없는 듯했다.“우린 밥 먹으러 여기까지 왔어! 지금 손님 내쫓겠다는 거야?”느끼하게 생긴 중년 남자가 강압적인 말투로 말했다.한진수는 할 수만 있다면 당장 이 인간들의 얼굴에 주먹을 날리고 싶었다.‘정말 답 없는 인간들이네!’하지만 그가 움찔한 사이, 고윤희가 그의 손을 잡아당기며 고개를 흔들었다.“오빠, 진정해요. 밥 먹으러 왔다잖아요. 돈 벌려고 영업하는 건데 우리한테는 잘된 일이죠.”“저 인간들이 계속 시비 걸까 봐 그래. 아무리 봐도 얌전히 밥 먹으러 온 사람들 같지는 않아.”고윤희는 담담한 말투로 말했다.“그건 당연히 알죠.
고윤희가 말했던 것처럼 손님들은 들어오면서 시비를 걸었지만 밥 먹을 때는 조용히 먹었고 식사가 끝난 뒤에 돈도 깔끔하게 지불했다.식당을 나서기 전, 그들 중 한 명이 고윤희에게 말했다.“우리 사모님, 예전에 신민지라는 친구 아직도 기억해요?”아까 고윤희에게 시비를 걸었던 느끼남도 옆에서 거들었다.“과거에 아주 대단했다면서? 그렇게 잘나가던 연예인을 연예계에서 사라지게 하다니.”고윤희는 그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그녀는 거스름돈을 찾아주며 이대로 조용히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그녀는 여전히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상대에게 말했다.“여기 거스름돈이요. 다음에 또 오세요.”상대는 돈을 받고 이상한 눈빛으로 고윤희를 힐끗 보더니 돌아갔다.손님들이 가게를 나서자 고윤희와 한진수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한끼에 40만원을 쓰고 갔다. 가게에 있는 식자재를 다 털었고 그들은 이 한끼만 10만원 정도를 벌었다. 주방장도 기분이 좋아 보였다.한진수와 고윤희의 사정을 모르는 주방장 장현수는 손님들이 돌아간 뒤, 오히려 두 사람을 위로했다.“형님, 형수님 사실 그렇게 당황하실 필요는 없어요. 이곳에 온지 얼마 안 돼서 잘 모르나 본데 동부 지방 사람들이 원래 좀 거칠어요. 그래도 원칙은 있는 사람들이니까 음식 맛있게 해서 대접하고 돈을 받고 기분 좋게 보내면 그렇게 무서운 사람들은 아니에요.”“그리고 돈도 많이 벌었잖아요.”고윤희가 웃으며 말했다.“현수 씨 말이 맞아요.”장현수는 한진수에게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진수 형, 우린 영업하는 사람들이에요. 싸움에 괜히 휘말려서 가게 이미지를 망칠 필요는 없죠. 안 그래요?”장현수는 사실 어질고 성실한 사람이었다.한진수도 웃으며 말했다.“현수 말이 맞아. 앞으로 손님들과 안 부딪치게 조심할게.”장현수는 주변을 둘러보고는 작은 소리로 말했다.“솔직히 이 일대를 꽉 잡고 있는 세력이 있어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에요. 그러니까 우리 같이 작은 가게는 우리가 할 일만 하면 돼요. 절대 그 사람들이랑
입구까지 온 한진수는 가슴이 철렁했다.걱정하던 사고가 터진 것이다.처음 봤을 때부터 느낌이 안 좋았던 손님들이었다.그는 사람들 틈을 비집고 고윤희에게 다가가서 그녀를 등 뒤로 숨기며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손님, 무슨 일로 그러십니까?”느끼남은 한진수를 보고 다짜고짜 그의 멱살을 잡았다.“너희 불법 가게지? 여기 음식을 먹고 내 친구들이 밤새 고열에 시달리고 토하고 설사하더니 지금은 병원에 입원해 있어!”한진수는 당황했지만 애써 침착한 얼굴로 말했다.“일단 병원으로 가시죠. 만약 저희의 책임이 있다면 의료비와 입원해서 생긴 손실은 저희가 배상하겠습니다.”“배상?”늙은 느끼남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배상이 가능할 것 같아? 그 사람들이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알아?”“어제 여기 밥 먹으러 온 사람들 모두 하루에 몇천만 원씩 버는 사람들이야! 뭐로 배상할 건데? 이 가게 내놔도 배상 못 해!”한진수가 담담한 말투로 말했다.“배상 문제는 나중에 얘기하고 일단 병원에 가보죠!”“그래! 따라와!”고윤희는 등 뒤에서 다급히 그를 불렀다.“진수 오빠….”“어머니랑 집에서 기다리고 있어. 가게 팔아서 의료비 배상해 주면 돼. 그리고 나가서 일당 뛰지 뭐.”고윤희는 울먹이며 고개를 끄덕였다.한진수는 늙은 느끼남과 함께 병원으로 향했다.하지만 그는 다시 돌아오지 못했다.고윤희와 노모는 집에서 오전내내 그를 기다렸지만 소식이 없었고 전화를 해도 계속 전화기가 꺼진 상태였다.오후가 되자 노모는 울음을 터뜨렸다.“우리 아들… 또 무슨 일이 생긴 거야?”고윤희는 죄책감 가득한 얼굴로 노인을 바라보며 말했다.“어머니, 다 제 잘못이에요. 그 사람들이 저를 노리고 온 것 같았어요. 정말 죄송해요, 어머니.”“너 때문 아니야, 아가. 우리가 너무 만만해서 그래.”노인은 고윤희를 끌어안고 눈물을 흘렸다.고윤희는 눈물을 닦고 진지한 표정으로 노인에게 말했다.“어머니, 제가 병원에 가볼게요. 상황이 어떻든 꼭 돌아오겠다고 약속할게요. 그러
고윤희는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네, 어머니.”그렇게 배가 나온 임산부는 노쇠한 노모와 함께 가게를 나섰다. 이때, 누군가가 그들의 앞을 가로막았다.“고윤희, 지금 도망치는 거야?” 신민지가 그녀의 팔목을 붙잡으며 물었다.고윤희는 차가운 눈빛으로 신민지를 노려보았다.“신민지! 이게 다 네가 벌인 짓이지?”신민지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했다.“무슨 말을 하는 거야? 하나도 못 알아듣겠네!”“넌 우리가 이 건물을 세 냈다는 거 알면서 인테리어까지 다 끝났는데 시비를 걸고 진수 오빠는 너 때문에 구치소까지 갔다 왔어.”“그러고도 부족해서 다음 날에 친구들을 불러 우리 가게를 모함하게 한 거잖아.”“도대체 진수 오빠를 어디로 데려간 거야!”신민지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고윤희! 도망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넌 여기서 장사를 하는 사람이지만 난 건물주라고!”“네가 도망칠까 봐 찾아온 거야. 네가 도망가면 병원에 있는 사람들 의료비는 누가 배상해? 발뺌할 생각하지 마! 배속에 아이랑 같이 옥살이하기 싫으면!”고윤희는 이를 갈며 말했다.“신민지, 너와 난 원수지간도 아닌데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신민지는 어깨를 으쓱하며 되물었다.“그래. 큰 원한이 있는 것도 아닌데 넌 왜 나한테 그런 질문을 해?”그녀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네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밥을 먹고 사람들이 병원에 실려갔어! 네가 사랑하는 약혼남은 종적을 감추었다고! 너랑 이 할망구까지 도망치면 건물주인 내가 배상해야 할 상황이라고!”“원하는 게 뭐야?”고윤희가 물었다.“당연히 돈이지.”“그래, 돈 줄게! 얼마 주면 될까?”고윤희가 물었다.가게세와 인테리어에 1억 정도 들었고 남은 돈은 한진수가 가면서 다 가져갔지만 고윤희에게는 20억짜리 카드가 있었다.구경민이 떠나면서 배 속의 아이를 위해 남겨두고 간 돈이었다.하지만 상황이 위급하니 그 돈이라도 내놓아야 할 판이었다.“20억!”신민지가 비웃음 가득한 표정으로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