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수는 가슴이 미어질 것 같았다.그때, 노부인이 두 사람의 뒤에 다가와 눈물 범벅이 된 고윤희를 보며 말했다.“윤희야, 우리 아가. 미안해하지 않아도 돼. 엄마는 여전히 널 사랑하고 있어. 진수 오빠도 너를 사랑하니까 우린 네가 행복하길 바랄 뿐이야.”노부인의 말에 한진수도 고개를 끄덕거렸다.하지만 고윤희는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어머니, 저 진수 오빠 사랑해요!”“오빠, 구경민은 좋은 사람이에요. 이 세상에서 구경민을 제일 잘 아는 사람은 저예요. 구경민이 기다리는 사람은 최여진이에요. 그는 잠을 잘 때도 그녀의 이름을 부르면서 잠에 드니까요.”“저는 저를 사랑하지 않는 구경민을 7년이나 사랑했어요. 그것도 아주 많이.” “하지만 우린 이제 같은 세계의 사람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요. 서울 구씨 가문은 제가 함부로 발을 들일 수 있는 가문이 아니에요. 저 이제 30살이 넘었어요. 저한테 필요한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제가 제일 잘 알아요.”“청춘을 받쳐 사랑할 나이는 아니잖아요.”“이제 어머니와 오빠 그리고 곧 태어날 우리 아이와 함께 잘 지내보고 싶어요.”고윤희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어머니, 저를 버리지 말아 주세요”고윤희의 말에 한진수의 가슴 한편에 자리 잡은 돌덩어리가 천천히 내려갔다. 그는 그제야 싱긋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안 버려. 영원히 버리지 않을게. 우린 가족이니까.”“그래요. 우리 2억으로 해면현에 작은 가게를 꾸려요. 오빠는 예전에 큰 회사를 운영했던 사람이니까 2억은 오빠가 관리하는 게 좋겠어요. 20억은 앞으로 태어날 아이를 위해 쓸 거예요.”고윤희는 앞으로의 생활을 천천히 그려나갔다.“그래.”한진수는 고윤희를 보며 고개를 끄덕거렸다.“늦었어요. 우리 이제 쉬어요.”세 사람은 함께 별장 안으로 들어가 빠르게 잠이 들었다.별장의 불이 완전히 꺼진 것을 본 송 기사는 뒷자리에 있는 구경민을 돌아보며 말했다.“대표님, 저희도…”송 기사의 말을 끊은 구경민의 목소리가 촉촉이 젖어 있었다
고윤희는 한눈에 보아도 범상치 않은 여자를 훑어보며 물었다.“누구세요?”“하!”여자는 콧방귀를 뀌며 고윤희를 쏘아보았다.“벌써 나를 잊어버린 거야?”고윤희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가씨, 죄송합니다. 제가 여기 온 지 아직 보람밖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기억이 나질 않아 그러는데 혹시 이 부근에서 가게를 운영하고 계시나요?”“하!”“하하!”여자는 연속으로 고윤희를 향해 코웃음을 치더니 바로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너 혹시, 서울 구씨 가문 구경민의 잠자리 파트너는 아니지?”고윤희의 얼굴이 순식간에 빨개지더니 머리를 숙였다.그제야 이 여자 손님이 고윤희를 상대하러 온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제 개업한 가게에 어떻게 그녀를 상대하러 온 사람이 나타날 수 있지? 대체 얼마나 운이 좋지 않은 거야…하지만, 이 여자는 대체 누구일까? 고윤희는 젊은 여자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아마… 얼마 전 주말 연속극에 나오는 조연 배우와 비슷해 보이기도 했다.“혹시… 배우…?”고윤희는 손가락으로 그녀를 가리키며 물었다.그러자 젊은 여자는 바로 코웃음을 치더니 고윤희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고윤희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여자를 가리키며 물었다.“당신이 어떻게 이곳에…”그제야 눈앞의 여자가 구경민에게 추파를 던지려다 나락으로 떨어진 연예인이라는 것을 알아 차렸다.그날 파티장에서 만난 연예인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고윤희는 젊은 여자를 상대하고 싶지도 않았다.젊은 여자는 입술을 꼭 깨물고 잠시 마음을 가라앉힌 뒤, 싱긋 미소를 지었다.“기억하지 못해도 돼. 내가 너를 기억하고 있으니까.”고윤희는 여전히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안녕… 안녕하세요.”무슨 목적으로 그녀를 찾아왔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예의 바르게 인사를 건네기로 했다.“고윤희 맞지?”고윤희는 바로 대답했다.“네.”“여긴… 너의 남편?”여자는 한진수를 가리키며 물었다.“무슨 상관이에요?”“상관있지!”“너희들이 지금 분식집을 차린 이 건물이 내 건물
“고윤희가 전에 어떤 일을 했는지 알아?”여자는 한진수를 보며 물었다.“가정부를 했었습니다.”“너, 예전에 구씨 가문에서 가정부를 했어?”여자는 한진수와 고윤희를 번갈아 보며 물었다.고윤희는 겨우 화를 참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아가씨, 성함이 어떻게 되시나요? 여긴 어쩐 일이세요? 저희가 건물주 님 건물을 임대했지만 임대비를 바로 입금해 드렸어요.”“내 이름도 기억하지 못해?”여자는 입술을 꼭 깨물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고윤희의 두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입에 담기도 힘든 욕설을 담았다.“이 더러운 년! 네가 한 짓을 그새 까먹고 내 이름도 기억하지 못해?”고윤희는 그런 여자를 보며 코웃음을 쳤다.“내가 왜 당신 이름을 기억해야 하는 건데? 내가 당신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지금 내 가게에서 행패를 부리고 있는 거야? 내가 전에 가정부였다는 게 너랑 무슨 상관이야?”“임대비를 모두 받았으면 찾아오지 말아야 하는 거 아니야? 건물주가 아주 매너 없는 건물주네.”고윤희가 먼저 선수를 치자 여자는 바로 말문이 막혔다.그녀는 잔뜩 화가 난 표정으로 또박또박 말했다.“기억해, 내 이름은 신민지야!”고윤희는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신민지, 내가 당신 신경을 거스를만한 행동은 하지 않은 것 같은데?”신민지는 바로 고윤희에게 쏘아붙였다.“고윤희, 네가 어떻게 내 신경을 거스르지 않았다고 할 수 있어!”고윤희는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그녀의 신경을 거스를만한 행동은 하지 않은 것 같았다.그러자 신민지는 바로 한 글자 한 글자 힘을 주어 말했다.“나도 예전에는 잘나가는 톱스타였어. 그런 내가 구경민의 발을 조금 밟았다고 나를 용서하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나를 강제로 사과하게 만들고 넌 구경민의 파트너라는 이유로 나의 연예계 생활을 말끔하게 몰살시켰어.”“너 하나 때문에 구경민은 이제 나더러 서울에 모습을 보이지도 못하게 했지.”“너 하나 때문에 내 인생이 완전히 망해버렸어.”“내가 얼마나 잘 나갔는지 알아?
신민지는 얼얼해 나는 뺨을 감싸 쥐고 믿기지 않는 눈빛으로 한진수를 쳐다보았다.“어떻게… 어떻게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내 뺨을 칠 수 있어? 내가 누군 줄 알고!”“이미 인기가 떨어진 연예인 따위가 감히 우리 윤희를 무시해?”한진수는 신민지를 노려보며 말했다.그리고 눈물이 고인 채로 어쩔 바를 모르는 고윤희에게 다가가 그녀를 품에 안고 머리를 쓰다듬었다.“윤희야, 괜찮아. 아이가 다치기 않게 화내지 마… 알았지?”보름 전, 구경민이 찾아온 그날, 고윤희는 하마터면 아이를 유산할 뻔했다.그리고 지금 어디서 나타났는지도 모를 여자가 고윤희를 구경민의 잠자리 파트너, 창녀라고 말하자 한진수는 참을 수 없었다.“내가 아무리 인기가 떨어진 연예인이라고 해도 감히 내 얼굴에 손을 대? 나 신민지야! 내가 너 하나 어쩌지 못할 것 같아?”“내가 지금 연예인을 하지 않아도 우리 가문은 무시하지 못해! 우리 가문이 전국 각지에서 얼마나 많은 부동산 사업을 하는데, 너 까짓것 하나 내가 어쩌지 못할 것 같아?”신민지는 실성한 채 웃음을 터뜨렸다.“하하, 환장하겠네. 너 혹시 고윤희의 전 남자친구를 믿고 내 얼굴에 손을 댄 건 아니지?”“너, 고윤희가 전에 어떤 사람이었는지 알아?”신민지가 계속하여 자신을 모욕하는 말을 내뱉자 고윤희는 친절하게 문을 열어주며 말했다.“당장 우리 가게에서 꺼져!”그러자 신민지는 팔짱을 끼고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내가 이곳 건물주라는 거 잊지 않았지?”건물주라는 말에 고윤희가 아무 말도 하지 못하자 신민지는 자신의 얼굴을 감싸 쥔 손을 풀지 않고 한진수를 보며 말했다.“고윤희는 구경민의 여자친구가 아니야! 아니라고! 약혼자도 아니고 아내도 아니야. 뭐였는지 알아? 잘 들어. 구경민의 잠자리 파트너. 그리고 창녀.”“다시 한번 말할 테니까 잘 들어. 창녀.”“너도 창녀잖아. 구경민의 발을 밟고 그의 관심을 받고 싶은 너는 창녀가 아니야? 창녀가 아니면 구경민 씨가 왜 너를 견제했을까? 구경민한테는 진정한 창
“네, 편히 주무세요. 어머니.”모녀 사이는 아니지만 모녀보다 더 사이가 각별한 두 사람은 한진수가 없는 밤에 서로를 위로하며 잠에 들었다.하지만 그들의 거처 맞은편 건물.최여진은 두 사람이 하는 대화를 들으며 분노를 불태우고 있었다.“망할 년이 그렇게 다쳤는데도 아이랑 둘이 무사하다니!”“배 속에 경민 씨의 아이를 품고 경민 씨를 버렸어! 하지만 경민 씨는 왜 저런 여자를 자기 목숨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거지?”“그리고 한진수 그 멍청한 놈은 저 더러운 년을 위해 감옥에 가다니!”“한진수, 널 죽여버리지 않으면 내가 최여진이 아니지!”추운 겨울 밤, 최여진은 밤새 한진수를 제거할 음흉한 계획을 세웠다.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난 고윤희는 늙은 어머니를 부축해서 구치소를 찾았다. 두 사람은 구치소 문 밖에서 한진수를 기다렸다.한진수는 어제 오전 열 시에 잡혀갔으니 오늘 같은 시간에 풀려날 것이다.두 사람은 세 시간을 기다려 밖으로 나온 한진수를 맞이했다.일가족은 구치소 밖에서 행복에 겨워 눈물을 흘렸다.“장사 열심히 해! 사고 치지 말고! 장사하는 사람은 융통성이 있어야 하는데 자꾸 싸움을 벌이면 돈 못 벌어!”형사는 한진수에게 사고 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한진수는 감개무량한 얼굴로 형사 앞에 고개를 숙였다.일가족은 다시 식당으로 돌아왔다.어제 장사는 신민지 때문에 망했지만 오늘은 좀 다를 것이다.앞으로 그들의 모든 희망과 기대는 이 식당에 있었다. 남은 인생을 이 작은 도시에서 이렇게 평범하게 살아갈 것이다.고윤희와 한진수는 마음을 다잡고 영업을 개시할 준비를 했다.이날 장사는 꽤 괜찮았다.음식 가격도 합리적이고 식자재도 한진수가 가장 신선한 거로 공수해 왔다. 새로 영입한 주방장은 성실하고 실력도 좋은 사람이었다.한진수의 어머니는 주방에서 설거지를 돕고 고윤희는 서빙을 했다.일가족이 힘을 합쳐 열심히 일했더니 하루 사이에 순수익만 20만원이 넘었다.그들에게는 너무도 큰 돈이었다!
“내가 묻잖아. 특수 서비스도 제공하냐고?”남자가 느끼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물었다.고윤희는 잠시 당황한 표정을 짓다가 치미는 분노를 참으며 담담한 말투로 대답했다.“죄송합니다만 그런 서비스는 제공하지 않습니다. 가게 문 닫을 시간이니 식사는 다음에 다시 오시죠.”“무슨 이 시간에 문을 닫아? 왜 내가 그런 특수 서비스 원한다니까 찔려서 그래?”명품 액세서리를 온몸에 두른 여자가 앙칼진 목소리로 시비를 걸었다.“우리가 말한 서비스가 뭘 말하는지는 알고 그래?”“우리 다 점잖은 사람들이야. 특수 서비스는 피아노 음악이나, 뮤지컬 음악 같은 공연을 말하는 거야. 도대체 특수 서비스를 뭐라고 생각한 거야?”“설마 이상한 상상한 건 아니지?”“이상한 여자네!”“평소에 그런 짓을 많이 하나 보지!”“우리가 뭐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혼자 찔려서 저러네!”그들은 너 한마디 나 한마디 고윤희를 향해 맹렬한 비난을 퍼부었다.고윤희는 그들이 작정하고 시비를 걸려고 왔다는 것을 직감했다. 아마 어제 왔던 신민지와 일행인 것 같았다.“시간이 너무 늦어서 가게 문 닫을 거예요. 다음에 다시 오세요.”구치소에서 하룻밤을 새우고 돌아온 한진수는 어제보다 말투가 한결 정중하고 조심스럽게 변했다.그는 고윤희에게 다가가서 그녀를 등 뒤로 숨긴 뒤, 부드러운 표정으로 사람들에게 말했다.하지만 그들은 쉽게 돌아갈 생각이 없는 듯했다.“우린 밥 먹으러 여기까지 왔어! 지금 손님 내쫓겠다는 거야?”느끼하게 생긴 중년 남자가 강압적인 말투로 말했다.한진수는 할 수만 있다면 당장 이 인간들의 얼굴에 주먹을 날리고 싶었다.‘정말 답 없는 인간들이네!’하지만 그가 움찔한 사이, 고윤희가 그의 손을 잡아당기며 고개를 흔들었다.“오빠, 진정해요. 밥 먹으러 왔다잖아요. 돈 벌려고 영업하는 건데 우리한테는 잘된 일이죠.”“저 인간들이 계속 시비 걸까 봐 그래. 아무리 봐도 얌전히 밥 먹으러 온 사람들 같지는 않아.”고윤희는 담담한 말투로 말했다.“그건 당연히 알죠.
고윤희가 말했던 것처럼 손님들은 들어오면서 시비를 걸었지만 밥 먹을 때는 조용히 먹었고 식사가 끝난 뒤에 돈도 깔끔하게 지불했다.식당을 나서기 전, 그들 중 한 명이 고윤희에게 말했다.“우리 사모님, 예전에 신민지라는 친구 아직도 기억해요?”아까 고윤희에게 시비를 걸었던 느끼남도 옆에서 거들었다.“과거에 아주 대단했다면서? 그렇게 잘나가던 연예인을 연예계에서 사라지게 하다니.”고윤희는 그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그녀는 거스름돈을 찾아주며 이대로 조용히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그녀는 여전히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상대에게 말했다.“여기 거스름돈이요. 다음에 또 오세요.”상대는 돈을 받고 이상한 눈빛으로 고윤희를 힐끗 보더니 돌아갔다.손님들이 가게를 나서자 고윤희와 한진수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한끼에 40만원을 쓰고 갔다. 가게에 있는 식자재를 다 털었고 그들은 이 한끼만 10만원 정도를 벌었다. 주방장도 기분이 좋아 보였다.한진수와 고윤희의 사정을 모르는 주방장 장현수는 손님들이 돌아간 뒤, 오히려 두 사람을 위로했다.“형님, 형수님 사실 그렇게 당황하실 필요는 없어요. 이곳에 온지 얼마 안 돼서 잘 모르나 본데 동부 지방 사람들이 원래 좀 거칠어요. 그래도 원칙은 있는 사람들이니까 음식 맛있게 해서 대접하고 돈을 받고 기분 좋게 보내면 그렇게 무서운 사람들은 아니에요.”“그리고 돈도 많이 벌었잖아요.”고윤희가 웃으며 말했다.“현수 씨 말이 맞아요.”장현수는 한진수에게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진수 형, 우린 영업하는 사람들이에요. 싸움에 괜히 휘말려서 가게 이미지를 망칠 필요는 없죠. 안 그래요?”장현수는 사실 어질고 성실한 사람이었다.한진수도 웃으며 말했다.“현수 말이 맞아. 앞으로 손님들과 안 부딪치게 조심할게.”장현수는 주변을 둘러보고는 작은 소리로 말했다.“솔직히 이 일대를 꽉 잡고 있는 세력이 있어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에요. 그러니까 우리 같이 작은 가게는 우리가 할 일만 하면 돼요. 절대 그 사람들이랑
입구까지 온 한진수는 가슴이 철렁했다.걱정하던 사고가 터진 것이다.처음 봤을 때부터 느낌이 안 좋았던 손님들이었다.그는 사람들 틈을 비집고 고윤희에게 다가가서 그녀를 등 뒤로 숨기며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손님, 무슨 일로 그러십니까?”느끼남은 한진수를 보고 다짜고짜 그의 멱살을 잡았다.“너희 불법 가게지? 여기 음식을 먹고 내 친구들이 밤새 고열에 시달리고 토하고 설사하더니 지금은 병원에 입원해 있어!”한진수는 당황했지만 애써 침착한 얼굴로 말했다.“일단 병원으로 가시죠. 만약 저희의 책임이 있다면 의료비와 입원해서 생긴 손실은 저희가 배상하겠습니다.”“배상?”늙은 느끼남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배상이 가능할 것 같아? 그 사람들이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알아?”“어제 여기 밥 먹으러 온 사람들 모두 하루에 몇천만 원씩 버는 사람들이야! 뭐로 배상할 건데? 이 가게 내놔도 배상 못 해!”한진수가 담담한 말투로 말했다.“배상 문제는 나중에 얘기하고 일단 병원에 가보죠!”“그래! 따라와!”고윤희는 등 뒤에서 다급히 그를 불렀다.“진수 오빠….”“어머니랑 집에서 기다리고 있어. 가게 팔아서 의료비 배상해 주면 돼. 그리고 나가서 일당 뛰지 뭐.”고윤희는 울먹이며 고개를 끄덕였다.한진수는 늙은 느끼남과 함께 병원으로 향했다.하지만 그는 다시 돌아오지 못했다.고윤희와 노모는 집에서 오전내내 그를 기다렸지만 소식이 없었고 전화를 해도 계속 전화기가 꺼진 상태였다.오후가 되자 노모는 울음을 터뜨렸다.“우리 아들… 또 무슨 일이 생긴 거야?”고윤희는 죄책감 가득한 얼굴로 노인을 바라보며 말했다.“어머니, 다 제 잘못이에요. 그 사람들이 저를 노리고 온 것 같았어요. 정말 죄송해요, 어머니.”“너 때문 아니야, 아가. 우리가 너무 만만해서 그래.”노인은 고윤희를 끌어안고 눈물을 흘렸다.고윤희는 눈물을 닦고 진지한 표정으로 노인에게 말했다.“어머니, 제가 병원에 가볼게요. 상황이 어떻든 꼭 돌아오겠다고 약속할게요. 그러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