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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9화

“그래, 이제 다시는 너의 앞에 나타나지 않을게.”

고윤희는 아직도 바닥에 쓰러져 있는 한진수를 부축하고 힘겹게 발걸음을 옮겼다.

“오빠, 잠시만요.”

“왜?”

“남은 반찬. 사모님께서 저희에게 준 반찬을 가져가야 돼요. 이제 이곳을 떠나야 하니까 마지막 끼니라도 제대로 먹어야겠어요.”

고윤희는 이 순간까지도 저녁에 먹을 반찬 걱정을 했다.

그리고 바로 몸을 돌려 바닥에 떨어진 반찬을 주으려고 허리를 굽히자 그녀의 외투에 넣은 반찬들이 다시 바닥에 떨어지고, 먹을 수 있는 반찬들은 얼마 남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땅에 떨어진 반찬들을 버리지 않았다.

구경민과 함께 있는 시간 동안, 그녀는 그동안 힘겹게 지내온 시간들을 모두 잊은 줄 알았다.

전 남편에게 감금당했을 때, 3일은 아무 음식도 먹지 못하고 물도 마시지도 못했다. 그때는 돼지 사료만 뿌려줘도 허겁지겁 입에 쑤셔 넣었었다.

한진수와 함께 도망치며 산에서 자라는 얇은 잎사귀들은 모두 맛보았다.

지금 그녀에게 있어 다른 사람이 먹다 남은 음식도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이다.

다른 사람의 침이 묻으면 어떠한가?

집에 돌아가 뜨거운 냄비에 다시 덥혀 먹으면 세균도 말끔하게 사라질 것이다.

한진수와 그의 어머니와 함께 지내며 아이가 뱃속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손님들이 먹다 남은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지금이 고윤희에게 제일 행복한 시간이다.

그녀는 구경민과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조금도 살피지 않았다.

체면은 구경민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애원할 때 이미 말끔하게 버렸다.

고윤희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떨어진 반찬 앞에 주저앉아 중얼거렸다.

“진수 오빠, 반찬….”

한진수는 그 광경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목이 메어 오는 것을 느꼈다.

“윤희야, 가자!”

하지만 고윤희는 그런 한진수를 눈물이 그렁그렁 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오빠, 저 배고파요. 아이도 배고프대요. 남은 음식은 먹어도 돼요. 땅에 떨어진 닭 다리는 집에 가서 물로 헹구고…”

그녀의 주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멍한 표정으로 고윤희가 하는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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