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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3화

두 사람이 이런 대화를 나누는 사이 구경민은 차를 운전해서 조용히 따라갔다. 차 안의 남자가 질투에 불타는 눈빛으로 그들을 노려보고 있다는 사실을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다.

한 시간 뒤, 한진수와 고윤희는 어제 같이 점심을 먹었던 천안대교 아래에 도착했다. 남자는 고윤희를 부축해서 차에서 내린 뒤, 다리 밑에 방석을 펴주었다.

그러고는 고윤희를 바라보며 말했다.

“여기서 쉬고 있어. 안 추울 거야. 점심에 여기로 올게.”

고윤희는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너무 무리하지 말아요, 오빠.”

한진수가 자리를 뜨자 그녀는 홀로 다리 밑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리고 오전 내내 그곳에 앉아 있었다. 가끔 허리가 시큰거리면 서서 서성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수시로 배를 어루만지며 아이에게 말을 걸었다.

“아가야, 아빠가 오늘도 무사히 일을 찾을 수 있게 기도해 줘. 오늘도 어제처럼 돈을 많이 벌 수 있게 기도하자. 그래야 앞으로 우리 생활이 좋아지니까.”

“엄마가 세희 이모한테 돈을 좀 빚졌어. 그거 갚아야 하니까 아가는 얌전히 무럭무럭 커야 해.”

고윤희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면서도 배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온화하고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구경민은 취한 듯,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내 아이잖아! 내 핏줄이잖아!’

구경민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가 차에서 내리려고 문고리를 잡던 순간, 남자가 돌아왔다.

그는 온몸에 먼지를 뒤집어쓰고 고윤희 앞에 나타났다.

고윤희가 화들짝 놀라며 물었다.

“오빠, 이게 무슨 일이에요?”

한진수는 하얀 이를 드러내고 웃으며 말했다.

“오전에 일을 좀 했어. 공사장 담벽을 허무는 작업인데 조금만 더 하면 끝나. 담벽 옆에 공중화장실이라서 사람들이 냄새 난다고 하기 싫다고 했나 봐. 오늘 오전만 8만원을 벌었어!”

한진수가 말했다.

고윤희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그에게 말했다.

“오전에 8만원이면 오늘 하루 16만원, 한 달이면 500만원 가까이 되네요? 내가 한 달에 60만원이니까 우리 부자네요!”

한진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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