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혼자 화장실 변기에 두 시간을 앉아 있었어!”“내가 몇 번을 씻었는지 알아?”“내가 긴급 피임약을 얼마나 먹었는지는 알아?”“이미 그런 약들에 내성이 생겨서 효과도 없대!”“하지만 당신은 여전히 피임에 신경 쓰지 않았어!”“최근 2년 사이에 임신이 더 쉽게 된다는 생각은 안 해봤어?”“난 그때 당신의 아이를 너무도 갖고 싶었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신이 원하지도 않는데 아이를 가지고 당신을 압박할 생각은 없었어.”“나 당신이랑 7년을 같이 살았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아!”“당신들 상류사회는 원래 그런 곳이니까!”“몇십 년 전에 서씨 어르신도 그랬고 그 뒤로 세희 씨의 시아버지 부성웅 씨도 그랬어!”“당신도 그 사람들이랑 다를 게 없어!”“난 아이를 가지고 당신을 협박할 생각 없어! 아이를 가지게 된 건 사고야! 병원에 가서 수술하려고 했어! 그런데 의사가 내 몸이 더 이상 낙태 수술을 감당할 수 없다고 했어!”“이 아이까지 수술하면 다시는 아이를 낳을 수 없다고 했다고!”여기까지 얘기한 고윤희는 웃음을 터뜨렸다.“하지만 이제 그런 건 상관없어. 어차피 우린 살아남지 못할 걸 알아. 구경민 씨, 난 당신이랑 돌아가지 않을 거야.”“지금 나한테 말해줘. 내가 꼭 죽어야만 하는 거야?”고윤희는 구경민을 똑바로 바라보며 절망한 목소리로 물었다.그러고는 의식적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사방을 둘러보던 고윤희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사방에서 차량과 경호원들이 이쪽으로 접근해 오고 있었다.그들은 그녀의 주변을 겹겹이 포위했다.식당 사장과 직원들까지 궁금해서 달려 나왔다.여 사장이 중얼거리듯 말했다.“쟤 보통내기가 아닐 줄 알았어. 옷은 정말 촌스러운데 피부가 정말 곱거든. 절대 궂은 일을 하며 살다 온 사람이 아니야.”“처음에는 남편이랑 싸우고 가출한 여자인 줄 알았는데 그건 또 아닌가 봐.”“어느 재벌이 키우던 장난감이었네. 애를 배고 도망쳐 나와서 그 아이로 재벌을 협박하려다가 들킨 거지. 불쌍한 여자야.”
한진수는 고윤희를 꼭 끌어안으며 말했다.“윤희 너 바보야? 구경민 씨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데 왜 스스로 죽음을 택하려 해? 배속의 아이도 생각해야지!”고윤희는 울며 소리를 질렀다.“어서 가요! 나 그냥 내버려 두세요! 오빠가 낀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에요!”“난 네 가족이야! 너 출산하면 우리 결혼하기로 했잖아! 내가 어떻게 너를 모르는 척해!”구경민은 어이가 없었다.나를 앞에 세워 두고 이게 뭐 하는 짓이지?거대한 분노가 치밀었다. 구경민은 다가가서 한진수의 뒤통수를 잡고 강제로 그를 일으켜 세웠다.한진수도 기골이 장대한 남성이지만 구경민은 그보다 키가 훨씬 더 컸다. 그는 마치 작은 동물을 잡듯이 한진수를 끌어 힘든 기색 하나 없이 그를 옆으로 던져 버렸다.바닥에 가슴을 부딪힌 한진수의 입가에서 피가 흘러나왔다.한진수는 겁에 질린 눈으로 구경민을 바라보았다.서울에서 호의호식하며 일생을 산 재벌집 귀공자가 권세는 있지만 자신이 체력적으로 그에게 밀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는 싸움실력이 보통내기가 아니었다.아마 한진수 같은 남자가 세 명 있어도 구경민의 상대가 될 것 같지 않았다.“오빠!”고윤희는 울며 그에게 달려가서 한진수를 품에 안았다.“오빠, 괜찮아요? 오빠… 피 나요. 어떡해요, 오빠….”그녀는 울며 분노한 눈빛으로 구경민을 쏘아보았다.“우리 진수 오빠 죽이지 마… 내가 당신 따라갈게. 나한테는 무슨 짓이든 해도 좋아. 내가 갈게.”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기어서 구경민 앞으로 갔다.옆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주광수는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그는 달려가서 억지로 고윤희를 일으켜 세웠다.“사모님, 오해세요. 대표님은 사모님을 죽일 생각이 없어요. 그냥 사모님이랑 같이 집에 돌아가고 싶어서 그랬어요. 당신은 사모님이잖아요!”주광수는 고윤희를 부축해서 구경민에게 다가갔다.고윤희의 어깨가 움찔하고 떨렸다.그녀는 그제야 주광수를 알아보고 말했다.“광수 씨? 광수 씨였군요. 저번에 우리를 도와줘서 고마웠어
“하지만, 이건 모두 응당한 대가에요.”“저는 원래 존엄이 없는 사람이에요. 그런 제가 어느 날 갑자기 사람처럼 살게 됐어요. 매일 고급 드레스를 입고 파티에 참석하고 돈 많은 사모님 행세를 한 대가.”“매일 그런 날을 보내고 있던 중, 구경민 전 여자친구가 나타나 저를 죽이려고 했어요. 두 사람이 아직도 서로를 못 잊는 것 같아 제가 먼저 떠났어요.”“이제야 알게 됐어요. 제가 유일하게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곳은 오빠와 어머님 두 사람이 있는 곳뿐이에요.”“오빠와 함께 지내면서 진짜 남편의 역할이 무엇인지 알았어요. 비록 우리가 아직 함께 있지 않았지만 저는 마음속으로 오빠를 저의 남편으로 생각하고 있어요.”“그리고 어머니. 나를 낳아 준 엄마 아빠가 잘 살아 계시지만 저는 단 한 번도 가족의 사랑을 느껴보지 못했어요. 구멍 난 저의 바지와 신발을 꿰매주시는 어머니를 보면서 처음으로 사랑이 무엇인지, 사랑받는 느낌이 무엇인지 알게 됐어요.”“두 달 전, 제가 심하게 열이 났던 날에 어머님은 아이가 잘못될까 봐 밤새 저의 이마에 물수건을 올리고 간호해 줬어요.”“어머님은 세상에서 저를 제일 많이 아껴주는 사람이에요.” “어머님과 오빠가 있어 이곳에서 버틸 수 있었어요. 이제야 행복이라는 감정을 느끼며 살 수 있었던 거예요.”“오빠, 저 지금 많이 행복해요.”“오빠와 어머니는 처음부터 사람답게, 행복하게 살아왔지만 저는 아니에요.”“저는 태어난 그 순간부터 사람답게 사는 게 뭔지 모르고 살았던 것 같아요. 어렸을 땐, 집에서 개 돼지 취급을 받고, 결혼하고 시부모님 집 하녀가 되었으며 구경민의 애완동물로 살아갔어요. 저는 사람답게 살아 본 적 없는 사람이에요. 그러니까 오빠, 저 하나 때문에 오빠의 아까운 생명을 버리지 말아 주세요.”“어머님과 함께 열심히 지내면 돼요. 열심히 돈을 모아 예쁜 아내를 맞이해요. 함께 아이도 낳고 알콩달콩 행복하게 살아야 돼요.”“오빠, 제발 제 말 좀 듣고 빨리 집으로 돌아가요!”고윤희는 울부짖으며 구경
고윤희의 눈에 고인 눈물이 시선을 흐리게 했다. 그녀의 표정에서 구경민에 대한 두려움은 찾아볼 수 없다.그녀의 두 눈에서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고,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니, 나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어. 네가 추악하다고 생각해 본 적 한 번도 없어.”“나는 그냥 네가 진수 오빠를 놓아줬으면 좋겠어. 진수 오빠는 이번 일과 아무런 연관이 없어. 오빠는 집에 보살펴야 할 어머니도 있어. 그러니까 그만 오빠를 놓아줘. 내가 너를 따라갈게. 제발…”고윤희의 절망 가득한 목소리를 들은 구경민의 가슴은 찢어질 것 같았고 당장이라도 고윤희를 죽이지 못하는 것이 한탄스러웠다.“내가 누구야!”그는 이를 악물고 또박또박 물었다.“구경민, 서울 구 씨 가문의 구경민.”고윤희는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우리 무슨 사이야? 대답해! 우리 무슨 사이야!”고윤희의 눈에서 떨어진 눈물이 그의 손에 떨어졌다.“하, 하녀… 나는 구씨 가문의 하녀.”“그리고!”“나는… 구경민의 잠자리 파트너!”고윤희는 굴욕적인 표정으로 대답했다.“평소에 나를 뭐라고 불렀어? 잠자리를 할 때, 나를 뭐라고 불렀어! 잘 생각하고 대답해야 될 거야. 아니면 너의 진수 오빠는 당장 죽게 될 거니까.”“말해! 침대 위에서 절정의 순간에 네가 나를 뭐라고 불렀어! 대답해!”고윤희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의 얼굴에 흘러내리는 눈물만 하염없이 흐를 뿐이다.지금 이 순간, 그녀의 마음은 찢어질 것처럼 아팠다.그녀의 뒤에서 그녀를 4개월 동안 사랑한 남자가 그녀의 이름을 하염없이 부르며 외쳤다.“윤희야, 너는 존엄 있는 엄마가 될 사람이야! 윤희야 제발 정신 차려. 아무 말도 하지 말고 그냥 버티고 있어.”고윤희는 사정없이 머리를 저었다.그녀는 누구보다 존엄 있는 엄마가 되고 싶었다.이 세상에 그녀보다 더욱 존엄을 갈망하는 여자는 없을 것이다.하지만,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가 죽게 생겼는데 존엄 따위가 뭐란 말인가?존엄은 조금도 필요 없다!그녀는 그저 한진수와 연로하
“고윤희, 나는 네가 지금 당장 구경민의 손에 죽었으면 좋겠어. 너를 절절하게 바라보는 저 남자와 함께! 제발 이 세상에서 사라져줘!”지금 밖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은 구경민이 데려온 부하들과 고윤희, 그리고 한진수가 전부였다. 다른 사람들은 재빨리 자신들의 집으로 달려 들어가 문을 걸어 잠그고 문틈으로 상황을 지켜보았다.찬바람이 거칠게 부는 거리에는 구경민과 고윤희, 그리고 몇 발자국 뒤에 쓰러져있는 한진수가 전부였다.그리고 세 사람을 에워싸고 있는 구경민의 부하들.모든 사람이 고윤희가 구경민을 부르는 호칭을 정확하게 들었다.구경민의 부하들은 구경민을 제일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오늘 그들이 모시고 있는 구경민은 잔뜩 화가 나 있는 상태이고, 볼품없는 한 남자를 질투하고 있다.고윤희를 제일 걱정하고 있는 사람은 주광수이다. 하지만 걱정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구경민은 부소경만큼 독한 사람이다. 그가 사람을 죽이는 일은 닭의 목을 치는 것만큼 쉬운 일일 것이다.이 순간, 주광수는 고윤희를 걱정하는 것 외에 해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눈시울이 빨개진 구경민은 고윤희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내가 네 남자라는 건 알고 있어?”“이 세상에 너보다 독한 여자는 없을 거야! 영원히! 우리가 그동안 몇 년을 함께 했는지 알아? 7년이야!” “7년 동안 너를 먹이고 재우고 입히고, 파티에도 너와 함께 참석했어. 너는 내 아이도 품고 있잖아! 그런 네가 4개월 동안 나를 까맣게 잊어버린 거야? 그 짧은 시간 동안 저 남자 하나 때문에 너의 뱃속에 있는 아이도 상관하지 않고 저 남자를 구해주려는 거야?”“고윤희, 너는 지금 내 마음을 짓밟았어.”“이 세상에 나한테 상처를 주는 사람은 너밖에 없어. 너를 제외한 그 누구도 나한테 상처를 주지 않아! 다른 사람들한테 내가 너를 죽인다고 했지? 내가 언제 너를 죽이려고 했어?”“너의 말이 비수가 되어 내 심장을 찔러 나를 죽이려고 했어!”“네가 얼마나 독한 사람인지 알기나 해?
구경민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고윤희는 더욱 세게 웃음을 터뜨렸다. “구경민, 게임의 룰은 네가 정했어. 나는 그 룰을 수년간 지켜왔고. 너는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고 있었을 거야. 그래도 너는 말 한마디 하지 않고 나를 집에서 쫓아냈잖아?”“7년을 부부처럼 지내오면서 나는 줄곧 너를 내 남편이라 생각했어. 하지만 너는? 너는 단 1초라도 나를 너의 아내라고 생각한 적 있어?”“만약 있다면 너는 나한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런 행동은 하지 않았겠지?”“너는 우리가 처음 만난 그날부터 나를 너의 잠자리 파트너로 밖에 생각하지 않았잖아. 그동안 너는 너의 전 여자친구가 나타나기만 기다렸던 거야.”“나는 우리의 관계가 바뀔 거라는 기대도 했어. 너를 너무 많이 사랑하니까. 구씨 어르신 생신날, 아버님께서 시끌벅적한 연회는 싫어하신다고 해서 간단하게 가족들만 모인다고 했을 때도 너는 그 나를 집에 혼자 내버려 뒀어. 아마 그날부터 나는 알게 되었을 거야. 나는 영원히 너의 아내가 될 수 없다는 걸.”“하지만 경민아, 나는 여전히 너를 사랑했어. 명분 따위 없어도 늘 너의 곁에 있고 싶었어.”“나는 늘 아이를 갖고 싶다고 했지. 하지만 네가 싫다고 하니까 아이도 포기했어.”“내가 처음 임신했을 때, 너한테 우연으로 생긴 아이라고 할 때, 너는 나의 말을 믿지 않고 내가 일부러 너의 아이를 임신했다고 생각했어.”“그래서 너는 직접 나를 병원으로 데려가 낙태 수술을 시켰지.”“그 후, 너는 더 조심스럽게 행동하기 시작했어. 병원에서 효과가 제일 좋은 피임약을 구매해서 내가 삼키는 것까지 감시했잖아.”“그리고 내가 2번째 아이를 임신했을 때, 그제야 내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된 거야.”“그때도 나는 혼자 병원에 가서 낙태를 받았어.”“집으로 돌아오고 네가 나한테 뭐라고 했는지 알아? 수고했다, 착하다. 구경민, 내가 그날 방에서 얼마나 많은 눈물을 쏟았는지 알아? 나는 내가 더 이상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 나는 그저 너의
“그런 건 당연히 생각하지도 않았겠지. 너는 나를 사람 취급도 하지 않았으니까. 우리가 그 집에서 함께 지낼 때, 네가 나를 어떤 눈빛으로 쳐다봤는지 기억해?”“내가 구씨 가문에서 쫓겨나는 날, 돈도 휴대폰도 없어서 호텔에서 지내지 못했어. 구 씨 가문으로 돌아가 휴대폰과 갈아 입을 옷 몇 벌만 챙기려고 했던 것뿐이야. 절대 너한테 매달리려고 돌아간 게 아니라고!” “그날 밤, 나는 산에서 홀로 밤을 보냈어. 너는 내가 그긴 밤을 어떻게 보냈는지 알기나 해? 상상이라도 해봤어? 내가 얼마나 두려웠고 절망스러웠는지 알기나 하냐고? 너는 영원히 모를 거야. 나를 사람 취급도 하지 않았으니까!”“네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제일 잘 알아. 세상에서 너를 제일 사랑하는 사람이 바로 나라고 외칠 수 있을 만큼 너를 사랑했어. 그래서 네가 나를 집에서 쫓아냈을 때 나는 단 한마디의 불평불만도 하지 않았던 거야. 경민아, 대체 내 어디가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았니?”“그 집에서 쫓겨나는 날, 나는 너의 앞에서 눈물 한 방울도 흘리지 않았어. 네가 나가라는 말에 나는 바로 집에서 나왔어. 구경민, 나도 사람이야. 나도 사람답게 사랑받으면서 살고 싶어. 진수 오빠가 죽을 뻔한 나를 구해주고 아껴주며 사랑해 줬어. 어머니도 나를 많이 아껴주고 있어. 진수 오빠와 어머니와 함께 지낼 때, 나는 그제야 사랑받는 느낌이 어떤 느낌인지, 가족이 무엇인지 알게 됐어. 비록 우린 가난하고 도망칠 힘도 없지만 그래도 여전히 서로를 믿고 아껴주며 지내고 있어.”“사랑받고 지내는 지금이 나는 너무 행복해.”“태어나서 지금까지 35년이라는 시간 동안, 처음으로 사랑받는 느낌이 무엇인지 알게 됐어. 구경민, 나는 평생 사랑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이었던 걸까?”“내가 대체 무슨 죄를 그렇게 많이 저질러서 사랑도 받지 못하는 사람이 되었을까?”“너는 내가 지독한 사람이라고 했지. 7년 동안 너와 부부처럼 지내면서 4개월은 너를 완전히 잊으려고 노력했어. 내가 왜 너를 잊으려고 했는지 알아?
구경민은 여전히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고윤희만 바라보았다.항상 싱긋 웃으며 그의 말에 알겠다고 대답하는 고윤희다. 집에서 쫓겨나는 그 순간까지 고윤희는 싱긋 웃으며 ‘나 갈게.’라고 말했다. 항상 쑥스럽게 웃기만 하던 그녀가 이렇게 많은 말을 하는 건 처음 보았다. 고윤희가 똑똑한 여자라는 것도 이제야 알게 되었다. 7년 동안 그와 함께 지낼 때의 모습과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이제야 그녀가 한 말이 모두 그녀의 진심이라는 것을 알게 된 구경민이다.그렇다!고윤희가 그새를 참지 못하고 다른 남자를 만났다는 사실만 지적하느라 그동안 자신이 고윤희에게 했던 행동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그는 직접 그녀를 집에서 쫓아냈다.그녀를 쫓아낸 후, 그녀가 어디서 지내는지, 지내는 동안 다른 사람이 그녀를 괴롭히지는 않았는지, 쫓겨나는 그녀의 몸에 충분한 현금은 있었는지 신경 쓰지 않았다.단 한 번도 고민하지 않았다.고윤희가 그를 사랑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 생각했고, 그가 고윤희에게 베푼 사랑은 그녀에게 내린 은사와 같았다. 구경민은 미간을 찌푸리고 차가운 바닥에 무릎을 꿇은 여자를 가만히 바라보았다.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리고 있었다.그녀의 머리카락은 차가운 바람에 흩날렸고, 얼굴은 하얗게 질렸다.입술에는 핏기가 조금도 남아있지 않았고, 눈물자국은 차가운 공기에 그대로 얼어붙었다.불쌍하다…하물며 그녀는 임신 5개월을 한 몸이다.조금 전, 구경민이 그녀의 외투를 잡아당기자 단추가 모두 뜯겨져 임신한 배가 밖으로 드러났으며 무릎을 꿇은 두 다리는 뱃속에 있는 아이를 보호하며 벌벌 떨고 있었다. 그 모습은 고윤희를 더욱 처량하게 만들었다.그녀의 다리에 걸친 찢긴 바지를 본 구경민은 가슴이 미어질 것 같았다.그 고통은 죽는 것보다 더한 고통이다.노숙자보다 처량한 모습을 한 여자가 그의 앞에 무릎을 꿇고 울며 다른 남자를 살려달라고 애원하고 있다.“제발 내가 이렇게 빌게. 나를 죽이고 진수 오빠는 살려줘. 내가 너를 따라 갈게…”“지금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