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경민은 여전히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고윤희만 바라보았다.항상 싱긋 웃으며 그의 말에 알겠다고 대답하는 고윤희다. 집에서 쫓겨나는 그 순간까지 고윤희는 싱긋 웃으며 ‘나 갈게.’라고 말했다. 항상 쑥스럽게 웃기만 하던 그녀가 이렇게 많은 말을 하는 건 처음 보았다. 고윤희가 똑똑한 여자라는 것도 이제야 알게 되었다. 7년 동안 그와 함께 지낼 때의 모습과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이제야 그녀가 한 말이 모두 그녀의 진심이라는 것을 알게 된 구경민이다.그렇다!고윤희가 그새를 참지 못하고 다른 남자를 만났다는 사실만 지적하느라 그동안 자신이 고윤희에게 했던 행동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그는 직접 그녀를 집에서 쫓아냈다.그녀를 쫓아낸 후, 그녀가 어디서 지내는지, 지내는 동안 다른 사람이 그녀를 괴롭히지는 않았는지, 쫓겨나는 그녀의 몸에 충분한 현금은 있었는지 신경 쓰지 않았다.단 한 번도 고민하지 않았다.고윤희가 그를 사랑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 생각했고, 그가 고윤희에게 베푼 사랑은 그녀에게 내린 은사와 같았다. 구경민은 미간을 찌푸리고 차가운 바닥에 무릎을 꿇은 여자를 가만히 바라보았다.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리고 있었다.그녀의 머리카락은 차가운 바람에 흩날렸고, 얼굴은 하얗게 질렸다.입술에는 핏기가 조금도 남아있지 않았고, 눈물자국은 차가운 공기에 그대로 얼어붙었다.불쌍하다…하물며 그녀는 임신 5개월을 한 몸이다.조금 전, 구경민이 그녀의 외투를 잡아당기자 단추가 모두 뜯겨져 임신한 배가 밖으로 드러났으며 무릎을 꿇은 두 다리는 뱃속에 있는 아이를 보호하며 벌벌 떨고 있었다. 그 모습은 고윤희를 더욱 처량하게 만들었다.그녀의 다리에 걸친 찢긴 바지를 본 구경민은 가슴이 미어질 것 같았다.그 고통은 죽는 것보다 더한 고통이다.노숙자보다 처량한 모습을 한 여자가 그의 앞에 무릎을 꿇고 울며 다른 남자를 살려달라고 애원하고 있다.“제발 내가 이렇게 빌게. 나를 죽이고 진수 오빠는 살려줘. 내가 너를 따라 갈게…”“지금
살아있는 순간이든 죽는 순간이든, 함께 하는 시간이 제일 소중하다.한진수는 목이 찢어라 외쳐댔다.고윤희는 눈물 범벅이 된 얼굴로 한진수를 돌아보며 말했다.“진수 오빠, 오빠 마음 다 알아요.”“오빠 내 말 좀 들어봐요. 오빠는 이제 겨우 40살이에요. 3,4년만 돈을 더 모으면 예쁜 아내를 맞이할 수 있을 거예요. 어머니도 빨리 손주를 보고 싶어 하시잖아요. 오빠는 앞으로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시간이 많아요. 좋은 사람이니까 자식도 많이 낳을 거예요. 그러면 그때 저의 무덤에 비석을 하나만 세워주세요. 저는 그거 하나면 충분해요.”그리고 고윤희는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그녀가 말한 소원은 누구나 들어줄 수 있는 소원이다.그녀가 죽은 후, 세상에 남아있는 사람들 중 한 명이라도 그녀를 기억한다면, 그녀는 그것만으로 만족한다.“오빠, 제가 죽으면 세희한테 제가 빌린 돈만 갚아주세요. 세희는 저한테 밝은 햇살과 같은 존재예요. 이 세상에 태어나 만난 사람들 중 세희는 제일 따뜻한 사람이었어요. 그러니까 제가 빌린 돈은 꼭 갚아주세요. 세희도 힘들게 살아온 사람이에요.”한진수는 울음을 터뜨렸다.“윤희야…”고윤희는 구경민을 돌아보며 조금 전보다 더욱 간절한 말투로 말했다.“진수 오빠 이제 놓아줘. 응? 오빠만 풀어주면 내가 너를 따라갈게.”“경민아, 응?”“경민 씨?”“구경민.”구경민의 이름을 부르는 고윤희의 간절한 목소리가 그의 심장을 후벼팠다.구경민은 한참이 지나서야 겨우 입을 열었다.그의 쉰 목소리에 그의 부하들은 몸을 흠칫 떨었다.“저 사람이 그렇게 좋아? 사랑해?”고윤희가 고개를 끄덕이는 동시에 눈물이 차가운 바닥을 적셨다.“사랑해! 진수 오빠를 너무 사랑해! 경민아, 내가 빌게. 네가 나를 죽여도 싫다고 하지 않고, 네가 나를 안아도 거부하지 않을게.”구경민이 고윤희를 일으키려고 허리를 굽히자 고윤희는 바로 몸을 피했다.하지만 바로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자신의 외투 단추를 풀었다.“아니, 내가 직접 벗을게. 나 망신
“너 지금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고윤희도 번쩍 고개를 쳐들고 구경민을 쳐다보았다.“구경민, 너 방금…”구경민의 낮은 목소리는 매우 쓸쓸해 보였고, 그의 부하들은 그를 측은하게 바라보았다.“고윤희, 너는 정말 지독한 여자야. 업무 차원으로 이곳에 왔는데 너 때문에 모두 망했어.”주광수는 어디서 나온 용기인지, 바로 눈물을 훔치더니 앞으로 한 발자국 다가가 고윤희를 부축하며 말했다.“사모님, 아니… 고윤희 씨, 저희 대표님을 오해하신 것 같습니다. 오늘 대표님께서 이곳에 아가씨를 찾으러 온 게 아니라 업무적인 차원에서 이곳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정… 정말이에요?”“7년 동안, 너는 아직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몰라? 나는 부소경과 같은 부류의 사람이 아니야. 대체 나를 어떻게 생각한 거야?”“내가 너를 죽이러 왔다고 생각했어?”“임신했다고 망상증 같은 병이 온 건 아니지?”“나, 구경민이야. 여자 하나 때문에 이성을 잃는 사람이 아니야. 네가 나한테 얼마나 잘해줬는지 잘 알고 있어. 그러니까 이제 네가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 다른 도시로 떠나. 이곳은 이제 내 구역이니까.”고윤희는 한참을 멍한 표정으로 구경민을 바라보았다.구경민은 평소처럼 싱긋 웃으며 물었다.“왜? 내 말이 믿기지 않아?”고윤희는 머리를 저으며 바로 대답했다.“아니, 믿기지 않는 게 아니라… 널 믿어! 믿을게!”그리고 그녀는 죽을 힘을 다해 한진수의 곁으로 기어갔다.방금 전에 겪은 무서운 경험으로 인해 그녀는 두 다리로 제대로 서지도 걷지도 못하게 되었다.한진수는 바로 고윤희를 품에 껴안았다.두 사람은 서로를 부둥켜안고 한참이나 울음을 터뜨렸다.“오빠… 오빠… 진수 오빠… 저 정말 죽지 않아도 되는 거예요?”한진수는 고윤희를 품에 꼭 안으며 대답했다.“그래, 윤희야. 구경민 씨가 우리를 살렸어. 구경민 씨 좋은 사람이야…”“저… 지금 꿈꾸는 거 아니죠?”“아니야.”“내 아이… 내 아이도 아직 뱃속에 있는 거 맞죠?”“그래. 있어. 만져 봐.”
“그래, 이제 다시는 너의 앞에 나타나지 않을게.” 고윤희는 아직도 바닥에 쓰러져 있는 한진수를 부축하고 힘겹게 발걸음을 옮겼다.“오빠, 잠시만요.”“왜?”“남은 반찬. 사모님께서 저희에게 준 반찬을 가져가야 돼요. 이제 이곳을 떠나야 하니까 마지막 끼니라도 제대로 먹어야겠어요.”고윤희는 이 순간까지도 저녁에 먹을 반찬 걱정을 했다.그리고 바로 몸을 돌려 바닥에 떨어진 반찬을 주으려고 허리를 굽히자 그녀의 외투에 넣은 반찬들이 다시 바닥에 떨어지고, 먹을 수 있는 반찬들은 얼마 남지 않게 되었다.하지만, 그녀는 땅에 떨어진 반찬들을 버리지 않았다.구경민과 함께 있는 시간 동안, 그녀는 그동안 힘겹게 지내온 시간들을 모두 잊은 줄 알았다.전 남편에게 감금당했을 때, 3일은 아무 음식도 먹지 못하고 물도 마시지도 못했다. 그때는 돼지 사료만 뿌려줘도 허겁지겁 입에 쑤셔 넣었었다.한진수와 함께 도망치며 산에서 자라는 얇은 잎사귀들은 모두 맛보았다.지금 그녀에게 있어 다른 사람이 먹다 남은 음식도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이다.다른 사람의 침이 묻으면 어떠한가?집에 돌아가 뜨거운 냄비에 다시 덥혀 먹으면 세균도 말끔하게 사라질 것이다.한진수와 그의 어머니와 함께 지내며 아이가 뱃속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손님들이 먹다 남은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지금이 고윤희에게 제일 행복한 시간이다.그녀는 구경민과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조금도 살피지 않았다.체면은 구경민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애원할 때 이미 말끔하게 버렸다.고윤희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떨어진 반찬 앞에 주저앉아 중얼거렸다.“진수 오빠, 반찬….”한진수는 그 광경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목이 메어 오는 것을 느꼈다.“윤희야, 가자!”하지만 고윤희는 그런 한진수를 눈물이 그렁그렁 한 눈으로 쳐다보았다.“오빠, 저 배고파요. 아이도 배고프대요. 남은 음식은 먹어도 돼요. 땅에 떨어진 닭 다리는 집에 가서 물로 헹구고…”그녀의 주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멍한 표정으로 고윤희가 하는 말을
구경민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2억이야.”고윤희는 깜짝 놀란 표정을 하며 뒤로 물러섰다.“구경민, 너의 돈을 욕심낸 적 한 번도 없어. 걱정하지 마.”“네가 7년 동안 우리 집에서 하녀로 지내는 동안, 월급도 받지 못했다고 했잖아. 7년에 2억이면 많은 돈은 아니야.”“가져. 이건 너의 돈이야.”하지만 고윤희는 그가 건네는 카드를 받지 않았다.“고용인 월급도 주지 않는 주인이라고 소문나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받아.”그의 말에 고윤희는 그제야 천천히 은행 카드를 받았다.그녀가 은행 카드를 받자 구경민은 바로 다른 카드를 그녀에게 내밀었다.그러자 한진수와 고윤희는 멍한 표정으로 새로운 카드를 쳐다보았다.“왜… 이 카드는 뭐야?”“양육비.”“항상 피임은 내가 아닌 네가 했으니까 네가 아이를 임신한 것도 내 잘못이야. 너의 몸을 이렇게 만든 것도 내 책임이니까 아이가 태어난 후 양육비는 내가 내야 하지 않겠어? 내가 아이 아빠니까.”“아이 일로 너를 찾아가지 않겠다고 맹세했어. 아이 때문에 너한테 돈을 요구하지 않을 거야.”“하지만 나는 아이의 아빠로서 아이한테 양육비를 줘야 할 의무가 있어.”두려움에 가득 찬 고윤희의 얼굴을 보고 그가 한숨을 내쉬었다.“앞으로 아이를 데리고 나한테 찾아오지 않겠다는 약속으로 주는 비용과 같아. 20억이야.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편하게 키울 수 있어. 아이가 18살이 지나면 내가 아이한테 양육비를 줘야 하는 의무도 함께 사라져.”고윤희는 멍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가져! 만약 네가 이 돈을 거부하면 앞으로 나를 찾아올까 걱정돼서 제대로 못 살 것 같아. 나한테 안 좋은 기사라도 나면 네가 책임질 거야?”고윤희는 쓴웃음을 지으며 카드를 멍하니 보았다.“그래, 너의 말이 맞아. 아이의 양육비라고 생각하고 받을게.”두 장의 카드에 있는 돈은 모두 22억.앞으로 태어날 아이와 함께 네 식구가 평생 사용해도 되는 돈이다.고윤희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구경민을 바라보았다.“구경민, 아까는
“괜찮아.”구경민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고윤희에게 말했다.“사실…”고윤희의 눈동자에 쓸쓸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사실… 최여진 씨와 너 잘 어울려. 두 사람 어렸을 때부터 함께 자랐잖아. 너는 최여진 씨를 10년이나 기다렸고. 최씨 가문도 재벌 가문이고 최여진 씨는 해외 어학연수까지 다녀왔으니 두 사람 누구보다도 잘 어울릴 거야.”“그러니까… 최여진 씨가 나를 죽이려고 했을 때, 네가 지시한 거 아니지?”“최여진 씨 마음도 알 수 있을 것 같아. 너를 많이 사랑하니까 나를 질투했을 거야. 앞으로 최여진 씨 미워하지 않을게.”“두 사람 행복하게 잘 지내.”“그리고 아이도 많이 낳고, 널 닮아서 잘생겼을 거고, 최여진 씨를 닮아서 예쁠 거야. 두 사람 아이는 사랑도 많이 받고 자라겠지?”“우리 이제 영원히 다시 만나지 말자. 영원히.”“나 갈게…”말을 마친 고윤희는 남은 반찬을 손에 쥐고 한진수를 돌아보며 말했다.“오빠, 우리도 이제 집에 가요. 돈도 많이 생겼으니 앞으로 잘 살수 있을 거예요.”두 사람이 울다가 행복하게 웃는 뒷모습을 구경민은 한참 동안이나 바라보았다.“대표님…”주광수가 그를 부르자 구경민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대답했다.“왜?”“우리도 이제 그만 돌아갈까요?”하지만 구경민은 그를 보며 반문했다.“광수야, 너의 아기는 얼마나 예뻐?”주광수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앞으로 내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여자와 내 아이를 또 볼 수 있을까?”“대표님, 사모님을 다시 모시고 올까요?”구경민은 고개를 저으며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행복하지 않대. 나와 함께 있으면…”“저 남자와 함께 바닥에 떨어진 음식을 주워 먹어도, 노숙자가 되어도 나와 함께 지내는 시간보다 더 행복하대.”“고윤희와 함께 지내는 동안 고윤희가 행복하지 않다는 걸 느꼈어. 나는 단 한 번도 고윤희에게 사랑을 주지 않았으니까. 항상 고윤희가 나를 생각하고 사랑하길 바랐어. 윤희가 말한 것처럼 나는 단 한 번도 윤희에게…. 윤희에게 사랑을 준
“여진 씨, 방금 뭐라고 했어요? 지시만 내리면 제가 바로 해결해 드릴게요.” 최여진과 몇 날 며칠을 호텔에서 뒹군 어린 남자는 이제 완전히 최여진의 매력에 빠져들었다.지금 당장 최여진의 개가 될 수 있다면 무슨 짓이든 벌일 수 있다.하지만, 그런 그의 마음이 조금 우울해진 것은 어쩔 수 없다.방금 구경민과 고윤희가 완전히 헤어졌으니, 최여진은 곧 구경민과 결혼하게 될 것이다.그는 구경민이 하늘에 맹세한 말을 믿지 않았다.최여진은 주먹을 꽉 쥐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고윤희의 인생을 망가뜨려야겠어!”“구경민 대표님과 이미 헤어진 사이잖아요. 그런데 왜…”남자는 두 사람이 완전히 헤어졌는데 최여진이 왜 아직도 고윤희를 용서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며칠 동안 최여진과 함께 호텔에서 지내며 어린 남자는 매일을 천국인 것처럼 지냈다…구경민이 왜 이토록 매혹적인 최여진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지 알 수 없다.10년을 기다린 최여진을 버리고 고윤희를 선택했으니, 최여진보다 고윤희를 더 많이 사랑한다는 말이다. 고윤희가 침대에서 더 매력적인가?어린 남자는 최여진의 손을 쓰다듬으며 말했다.“고윤희 씨를 죽일까요? 죽이기 전에 제가…”“안돼!”최여진의 손톱이 남자의 허벅지를 깊게 파고 들었다.“악…”남자는 바로 그녀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고윤희를 내가 어떻게 죽이겠니? 저 여자는 죽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걸 모르겠어? 죽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왜 모든 남자들은 고윤희가 좋다고 하는 거야? 내가 고윤희보다 못한 게 뭐가 있어?”최여진은 어린 남자를 노려보며 말했다.그녀의 두 눈에서 당장이라도 불길이 뿜어져 나올 것 같았다.대체 왜!고윤희와 한진수를 죽이러 온 구경민이 왜 고윤희의 말 몇 마디로 마음이 바뀐 걸까?구경민은 왜 고윤희를 죽이는 것을 포기했을까!고윤희를 사랑하기 때문에 죽이지 않았다. 대체 고윤희 어디가 그렇게 마음에 들었을까?한진수, 그 남자는 대체 왜 고윤희를 위해 목숨까지 내놓을 수 있었
그는 최여진의 손아귀에서 도망칠 수 없다. 그저 머리를 조아리고 그녀의 지시만 따를 뿐이다.“네, 여진 아가씨의 지시를 따르겠습니다.”최여진은 코웃음을 치며 그를 내려다보았다.“그래. 이제야 조금 착하네.”잠시 후, 그녀는 어린 남자를 보며 말했다.“짐 챙기고, 바로 고윤희의 뒤를 밟는 거야. 그리고 타이밍을 잡아서 저 남자를 죽여.”“네. 아가씨.”두 사람은 조용하게 방을 나섰다.그 시각, 차의 뒷자리에 앉은 구경민은 두 눈을 꼭 감고 말했다.“이곳에 우리가 왔다는 흔적을 지우고, 마을 사람 입단속도 잘 시켜.”“네, 대표님.”“모든 언론사, 뉴스 작은 기사까지 절대 나가지 못하게 막아.”“네.”“가자.”“네.”운전석에 앉은 송 기사가 물었다.“대표님, 저희 서울로 돌아갈까요?”“그래.”“네.”서울에서 떠나 이곳에 온 3주 만에 구경민은 드디어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아무것도 가지지 못했지만, 그의 마음은 한결 편안해졌다.구경민은 그제야 부소경과 했던 통화가 생각났다.한 시간이라는 시간 동안, 구경민은 완전히 다른 세계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한 시간 전, 그는 부소경에게 한진수를 죽이겠다고 말했다. 그 말이 생각난 그는 바로 부소경에게 전화를 걸었다.부소경은 빠르게 그의 전화를 받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구경민, 대체 여태 뭐 하느라 전화도 받지 않고 있어? 네가 오늘까지 연락이 안 되면 내가 바로 헬기 띄워서 너를 찾아가려고 했어. 내가 너를 얼마나 많이 걱정했는지 알아?”구경민은 순간 가슴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끼고 싱긋 미소를 지었다.“친구야, 고마워.”“친구끼리 왜 이래.”한참 후, 부소경은 머뭇거리며 물었다.“거기 상황은 어때? 한진수라는 남자는 잡았어? 구경민, 네가 나한테 한진수 뒷조사를 맡겼을 때, 그에 대해 조금 알아본 게 있어.”“이름은 한진수, 전에 공장을 운영하며 돈을 꽤나 벌었던 것 같아. 어쩔 수 없는 문제 때문에 공장이 부도가 났지만, 절대 무시할 수 없는 남자야.”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