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순간이든 죽는 순간이든, 함께 하는 시간이 제일 소중하다.한진수는 목이 찢어라 외쳐댔다.고윤희는 눈물 범벅이 된 얼굴로 한진수를 돌아보며 말했다.“진수 오빠, 오빠 마음 다 알아요.”“오빠 내 말 좀 들어봐요. 오빠는 이제 겨우 40살이에요. 3,4년만 돈을 더 모으면 예쁜 아내를 맞이할 수 있을 거예요. 어머니도 빨리 손주를 보고 싶어 하시잖아요. 오빠는 앞으로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시간이 많아요. 좋은 사람이니까 자식도 많이 낳을 거예요. 그러면 그때 저의 무덤에 비석을 하나만 세워주세요. 저는 그거 하나면 충분해요.”그리고 고윤희는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그녀가 말한 소원은 누구나 들어줄 수 있는 소원이다.그녀가 죽은 후, 세상에 남아있는 사람들 중 한 명이라도 그녀를 기억한다면, 그녀는 그것만으로 만족한다.“오빠, 제가 죽으면 세희한테 제가 빌린 돈만 갚아주세요. 세희는 저한테 밝은 햇살과 같은 존재예요. 이 세상에 태어나 만난 사람들 중 세희는 제일 따뜻한 사람이었어요. 그러니까 제가 빌린 돈은 꼭 갚아주세요. 세희도 힘들게 살아온 사람이에요.”한진수는 울음을 터뜨렸다.“윤희야…”고윤희는 구경민을 돌아보며 조금 전보다 더욱 간절한 말투로 말했다.“진수 오빠 이제 놓아줘. 응? 오빠만 풀어주면 내가 너를 따라갈게.”“경민아, 응?”“경민 씨?”“구경민.”구경민의 이름을 부르는 고윤희의 간절한 목소리가 그의 심장을 후벼팠다.구경민은 한참이 지나서야 겨우 입을 열었다.그의 쉰 목소리에 그의 부하들은 몸을 흠칫 떨었다.“저 사람이 그렇게 좋아? 사랑해?”고윤희가 고개를 끄덕이는 동시에 눈물이 차가운 바닥을 적셨다.“사랑해! 진수 오빠를 너무 사랑해! 경민아, 내가 빌게. 네가 나를 죽여도 싫다고 하지 않고, 네가 나를 안아도 거부하지 않을게.”구경민이 고윤희를 일으키려고 허리를 굽히자 고윤희는 바로 몸을 피했다.하지만 바로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자신의 외투 단추를 풀었다.“아니, 내가 직접 벗을게. 나 망신
“너 지금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고윤희도 번쩍 고개를 쳐들고 구경민을 쳐다보았다.“구경민, 너 방금…”구경민의 낮은 목소리는 매우 쓸쓸해 보였고, 그의 부하들은 그를 측은하게 바라보았다.“고윤희, 너는 정말 지독한 여자야. 업무 차원으로 이곳에 왔는데 너 때문에 모두 망했어.”주광수는 어디서 나온 용기인지, 바로 눈물을 훔치더니 앞으로 한 발자국 다가가 고윤희를 부축하며 말했다.“사모님, 아니… 고윤희 씨, 저희 대표님을 오해하신 것 같습니다. 오늘 대표님께서 이곳에 아가씨를 찾으러 온 게 아니라 업무적인 차원에서 이곳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정… 정말이에요?”“7년 동안, 너는 아직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몰라? 나는 부소경과 같은 부류의 사람이 아니야. 대체 나를 어떻게 생각한 거야?”“내가 너를 죽이러 왔다고 생각했어?”“임신했다고 망상증 같은 병이 온 건 아니지?”“나, 구경민이야. 여자 하나 때문에 이성을 잃는 사람이 아니야. 네가 나한테 얼마나 잘해줬는지 잘 알고 있어. 그러니까 이제 네가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 다른 도시로 떠나. 이곳은 이제 내 구역이니까.”고윤희는 한참을 멍한 표정으로 구경민을 바라보았다.구경민은 평소처럼 싱긋 웃으며 물었다.“왜? 내 말이 믿기지 않아?”고윤희는 머리를 저으며 바로 대답했다.“아니, 믿기지 않는 게 아니라… 널 믿어! 믿을게!”그리고 그녀는 죽을 힘을 다해 한진수의 곁으로 기어갔다.방금 전에 겪은 무서운 경험으로 인해 그녀는 두 다리로 제대로 서지도 걷지도 못하게 되었다.한진수는 바로 고윤희를 품에 껴안았다.두 사람은 서로를 부둥켜안고 한참이나 울음을 터뜨렸다.“오빠… 오빠… 진수 오빠… 저 정말 죽지 않아도 되는 거예요?”한진수는 고윤희를 품에 꼭 안으며 대답했다.“그래, 윤희야. 구경민 씨가 우리를 살렸어. 구경민 씨 좋은 사람이야…”“저… 지금 꿈꾸는 거 아니죠?”“아니야.”“내 아이… 내 아이도 아직 뱃속에 있는 거 맞죠?”“그래. 있어. 만져 봐.”
“그래, 이제 다시는 너의 앞에 나타나지 않을게.” 고윤희는 아직도 바닥에 쓰러져 있는 한진수를 부축하고 힘겹게 발걸음을 옮겼다.“오빠, 잠시만요.”“왜?”“남은 반찬. 사모님께서 저희에게 준 반찬을 가져가야 돼요. 이제 이곳을 떠나야 하니까 마지막 끼니라도 제대로 먹어야겠어요.”고윤희는 이 순간까지도 저녁에 먹을 반찬 걱정을 했다.그리고 바로 몸을 돌려 바닥에 떨어진 반찬을 주으려고 허리를 굽히자 그녀의 외투에 넣은 반찬들이 다시 바닥에 떨어지고, 먹을 수 있는 반찬들은 얼마 남지 않게 되었다.하지만, 그녀는 땅에 떨어진 반찬들을 버리지 않았다.구경민과 함께 있는 시간 동안, 그녀는 그동안 힘겹게 지내온 시간들을 모두 잊은 줄 알았다.전 남편에게 감금당했을 때, 3일은 아무 음식도 먹지 못하고 물도 마시지도 못했다. 그때는 돼지 사료만 뿌려줘도 허겁지겁 입에 쑤셔 넣었었다.한진수와 함께 도망치며 산에서 자라는 얇은 잎사귀들은 모두 맛보았다.지금 그녀에게 있어 다른 사람이 먹다 남은 음식도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이다.다른 사람의 침이 묻으면 어떠한가?집에 돌아가 뜨거운 냄비에 다시 덥혀 먹으면 세균도 말끔하게 사라질 것이다.한진수와 그의 어머니와 함께 지내며 아이가 뱃속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손님들이 먹다 남은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지금이 고윤희에게 제일 행복한 시간이다.그녀는 구경민과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조금도 살피지 않았다.체면은 구경민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애원할 때 이미 말끔하게 버렸다.고윤희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떨어진 반찬 앞에 주저앉아 중얼거렸다.“진수 오빠, 반찬….”한진수는 그 광경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목이 메어 오는 것을 느꼈다.“윤희야, 가자!”하지만 고윤희는 그런 한진수를 눈물이 그렁그렁 한 눈으로 쳐다보았다.“오빠, 저 배고파요. 아이도 배고프대요. 남은 음식은 먹어도 돼요. 땅에 떨어진 닭 다리는 집에 가서 물로 헹구고…”그녀의 주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멍한 표정으로 고윤희가 하는 말을
구경민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2억이야.”고윤희는 깜짝 놀란 표정을 하며 뒤로 물러섰다.“구경민, 너의 돈을 욕심낸 적 한 번도 없어. 걱정하지 마.”“네가 7년 동안 우리 집에서 하녀로 지내는 동안, 월급도 받지 못했다고 했잖아. 7년에 2억이면 많은 돈은 아니야.”“가져. 이건 너의 돈이야.”하지만 고윤희는 그가 건네는 카드를 받지 않았다.“고용인 월급도 주지 않는 주인이라고 소문나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받아.”그의 말에 고윤희는 그제야 천천히 은행 카드를 받았다.그녀가 은행 카드를 받자 구경민은 바로 다른 카드를 그녀에게 내밀었다.그러자 한진수와 고윤희는 멍한 표정으로 새로운 카드를 쳐다보았다.“왜… 이 카드는 뭐야?”“양육비.”“항상 피임은 내가 아닌 네가 했으니까 네가 아이를 임신한 것도 내 잘못이야. 너의 몸을 이렇게 만든 것도 내 책임이니까 아이가 태어난 후 양육비는 내가 내야 하지 않겠어? 내가 아이 아빠니까.”“아이 일로 너를 찾아가지 않겠다고 맹세했어. 아이 때문에 너한테 돈을 요구하지 않을 거야.”“하지만 나는 아이의 아빠로서 아이한테 양육비를 줘야 할 의무가 있어.”두려움에 가득 찬 고윤희의 얼굴을 보고 그가 한숨을 내쉬었다.“앞으로 아이를 데리고 나한테 찾아오지 않겠다는 약속으로 주는 비용과 같아. 20억이야.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편하게 키울 수 있어. 아이가 18살이 지나면 내가 아이한테 양육비를 줘야 하는 의무도 함께 사라져.”고윤희는 멍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가져! 만약 네가 이 돈을 거부하면 앞으로 나를 찾아올까 걱정돼서 제대로 못 살 것 같아. 나한테 안 좋은 기사라도 나면 네가 책임질 거야?”고윤희는 쓴웃음을 지으며 카드를 멍하니 보았다.“그래, 너의 말이 맞아. 아이의 양육비라고 생각하고 받을게.”두 장의 카드에 있는 돈은 모두 22억.앞으로 태어날 아이와 함께 네 식구가 평생 사용해도 되는 돈이다.고윤희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구경민을 바라보았다.“구경민, 아까는
“괜찮아.”구경민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고윤희에게 말했다.“사실…”고윤희의 눈동자에 쓸쓸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사실… 최여진 씨와 너 잘 어울려. 두 사람 어렸을 때부터 함께 자랐잖아. 너는 최여진 씨를 10년이나 기다렸고. 최씨 가문도 재벌 가문이고 최여진 씨는 해외 어학연수까지 다녀왔으니 두 사람 누구보다도 잘 어울릴 거야.”“그러니까… 최여진 씨가 나를 죽이려고 했을 때, 네가 지시한 거 아니지?”“최여진 씨 마음도 알 수 있을 것 같아. 너를 많이 사랑하니까 나를 질투했을 거야. 앞으로 최여진 씨 미워하지 않을게.”“두 사람 행복하게 잘 지내.”“그리고 아이도 많이 낳고, 널 닮아서 잘생겼을 거고, 최여진 씨를 닮아서 예쁠 거야. 두 사람 아이는 사랑도 많이 받고 자라겠지?”“우리 이제 영원히 다시 만나지 말자. 영원히.”“나 갈게…”말을 마친 고윤희는 남은 반찬을 손에 쥐고 한진수를 돌아보며 말했다.“오빠, 우리도 이제 집에 가요. 돈도 많이 생겼으니 앞으로 잘 살수 있을 거예요.”두 사람이 울다가 행복하게 웃는 뒷모습을 구경민은 한참 동안이나 바라보았다.“대표님…”주광수가 그를 부르자 구경민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대답했다.“왜?”“우리도 이제 그만 돌아갈까요?”하지만 구경민은 그를 보며 반문했다.“광수야, 너의 아기는 얼마나 예뻐?”주광수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앞으로 내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여자와 내 아이를 또 볼 수 있을까?”“대표님, 사모님을 다시 모시고 올까요?”구경민은 고개를 저으며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행복하지 않대. 나와 함께 있으면…”“저 남자와 함께 바닥에 떨어진 음식을 주워 먹어도, 노숙자가 되어도 나와 함께 지내는 시간보다 더 행복하대.”“고윤희와 함께 지내는 동안 고윤희가 행복하지 않다는 걸 느꼈어. 나는 단 한 번도 고윤희에게 사랑을 주지 않았으니까. 항상 고윤희가 나를 생각하고 사랑하길 바랐어. 윤희가 말한 것처럼 나는 단 한 번도 윤희에게…. 윤희에게 사랑을 준
“여진 씨, 방금 뭐라고 했어요? 지시만 내리면 제가 바로 해결해 드릴게요.” 최여진과 몇 날 며칠을 호텔에서 뒹군 어린 남자는 이제 완전히 최여진의 매력에 빠져들었다.지금 당장 최여진의 개가 될 수 있다면 무슨 짓이든 벌일 수 있다.하지만, 그런 그의 마음이 조금 우울해진 것은 어쩔 수 없다.방금 구경민과 고윤희가 완전히 헤어졌으니, 최여진은 곧 구경민과 결혼하게 될 것이다.그는 구경민이 하늘에 맹세한 말을 믿지 않았다.최여진은 주먹을 꽉 쥐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고윤희의 인생을 망가뜨려야겠어!”“구경민 대표님과 이미 헤어진 사이잖아요. 그런데 왜…”남자는 두 사람이 완전히 헤어졌는데 최여진이 왜 아직도 고윤희를 용서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며칠 동안 최여진과 함께 호텔에서 지내며 어린 남자는 매일을 천국인 것처럼 지냈다…구경민이 왜 이토록 매혹적인 최여진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지 알 수 없다.10년을 기다린 최여진을 버리고 고윤희를 선택했으니, 최여진보다 고윤희를 더 많이 사랑한다는 말이다. 고윤희가 침대에서 더 매력적인가?어린 남자는 최여진의 손을 쓰다듬으며 말했다.“고윤희 씨를 죽일까요? 죽이기 전에 제가…”“안돼!”최여진의 손톱이 남자의 허벅지를 깊게 파고 들었다.“악…”남자는 바로 그녀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고윤희를 내가 어떻게 죽이겠니? 저 여자는 죽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걸 모르겠어? 죽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왜 모든 남자들은 고윤희가 좋다고 하는 거야? 내가 고윤희보다 못한 게 뭐가 있어?”최여진은 어린 남자를 노려보며 말했다.그녀의 두 눈에서 당장이라도 불길이 뿜어져 나올 것 같았다.대체 왜!고윤희와 한진수를 죽이러 온 구경민이 왜 고윤희의 말 몇 마디로 마음이 바뀐 걸까?구경민은 왜 고윤희를 죽이는 것을 포기했을까!고윤희를 사랑하기 때문에 죽이지 않았다. 대체 고윤희 어디가 그렇게 마음에 들었을까?한진수, 그 남자는 대체 왜 고윤희를 위해 목숨까지 내놓을 수 있었
그는 최여진의 손아귀에서 도망칠 수 없다. 그저 머리를 조아리고 그녀의 지시만 따를 뿐이다.“네, 여진 아가씨의 지시를 따르겠습니다.”최여진은 코웃음을 치며 그를 내려다보았다.“그래. 이제야 조금 착하네.”잠시 후, 그녀는 어린 남자를 보며 말했다.“짐 챙기고, 바로 고윤희의 뒤를 밟는 거야. 그리고 타이밍을 잡아서 저 남자를 죽여.”“네. 아가씨.”두 사람은 조용하게 방을 나섰다.그 시각, 차의 뒷자리에 앉은 구경민은 두 눈을 꼭 감고 말했다.“이곳에 우리가 왔다는 흔적을 지우고, 마을 사람 입단속도 잘 시켜.”“네, 대표님.”“모든 언론사, 뉴스 작은 기사까지 절대 나가지 못하게 막아.”“네.”“가자.”“네.”운전석에 앉은 송 기사가 물었다.“대표님, 저희 서울로 돌아갈까요?”“그래.”“네.”서울에서 떠나 이곳에 온 3주 만에 구경민은 드디어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아무것도 가지지 못했지만, 그의 마음은 한결 편안해졌다.구경민은 그제야 부소경과 했던 통화가 생각났다.한 시간이라는 시간 동안, 구경민은 완전히 다른 세계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한 시간 전, 그는 부소경에게 한진수를 죽이겠다고 말했다. 그 말이 생각난 그는 바로 부소경에게 전화를 걸었다.부소경은 빠르게 그의 전화를 받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구경민, 대체 여태 뭐 하느라 전화도 받지 않고 있어? 네가 오늘까지 연락이 안 되면 내가 바로 헬기 띄워서 너를 찾아가려고 했어. 내가 너를 얼마나 많이 걱정했는지 알아?”구경민은 순간 가슴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끼고 싱긋 미소를 지었다.“친구야, 고마워.”“친구끼리 왜 이래.”한참 후, 부소경은 머뭇거리며 물었다.“거기 상황은 어때? 한진수라는 남자는 잡았어? 구경민, 네가 나한테 한진수 뒷조사를 맡겼을 때, 그에 대해 조금 알아본 게 있어.”“이름은 한진수, 전에 공장을 운영하며 돈을 꽤나 벌었던 것 같아. 어쩔 수 없는 문제 때문에 공장이 부도가 났지만, 절대 무시할 수 없는 남자야.”
구경민은 그녀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한숨을 내쉬었다.“한진수랑 필요한 짐만 챙기고 해만성으로 떠나자.”“왜! 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고윤희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그녀는 지금이라도 당장 구경민의 뺨을 내리치고 싶었다.“구경민 너는 악마야! 나한테 하나뿐인 어머니도 어떻게 납치할 수 있어? 만약 우리 어머니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너를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고윤희의 말에 구경민은 그저 한숨만 내쉴 뿐이다.부소경에게 한진수를 죽여달라고 부탁했으니 그의 탓을 할 수 없다.더 이상의 설명도 불필요하다고 생각한 그는 그의 뒤에 있는 부하들에게 간단한 손짓을 했다. 그러자 부하들은 바로 한진수와 고윤희에게 위협적으로 다가갔다.한진수는 고윤희를 등 뒤에 감추고 말했다.“여러분, 말로 합시다. 고윤희 씨는 여러분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어요. 만약 불만이 있으면 저한테 풀면 돼요. 제발 윤희는 다치지 말아 주세요.”하지만 누구도 그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고 그와 고윤희를 차에 강제로 태웠다.두 사람이 탄 차는 바로 구경민의 차였다.구경민은 조수석에 앉고 고윤희와 한진수가 뒷자리에 올라탔다.“잘 들어.”“어머니를 만나고 싶으면 조용하게 나를 따라와. 어머니는 내가 챙기고 있으니까. 만약 나를 따라오지 않겠다면 나도 다른 방법은 없어.”고윤희는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구경민, 너는 사람도 아니야…”“그래, 나 악마야. 너도 내가 악마라고 했잖아?”고윤희는 무표정으로 험한 말을 내뱉는 구경민을 가만히 바라보았다.“윤희야, 아무 말도 하지 마. 저런 짐승과 무슨 말이 통하겠어? 우린 어차피 죽을 목숨이잖아. 더 이상 몸부림쳐도 소용이 없어. 죽는 순간은 우리 사람답게 죽자.” 한진수는 고윤희를 품에 꼭 끌어안고 말했다. 그러자 고윤희는 한진수의 품에 안겨 두 눈을 꼭 감고 울음을 터뜨렸다.“오빠, 우린 왜 이렇게 힘들게 살아야 해요?”한진수는 한때 남성에서 이름을 조금 날린 사람이다.구경민이 강제로 두 사람을 차에 밀어 넣을 때, 그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