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496화

구경민은 여전히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고윤희만 바라보았다.

항상 싱긋 웃으며 그의 말에 알겠다고 대답하는 고윤희다. 집에서 쫓겨나는 그 순간까지 고윤희는 싱긋 웃으며 ‘나 갈게.’라고 말했다. 항상 쑥스럽게 웃기만 하던 그녀가 이렇게 많은 말을 하는 건 처음 보았다.

고윤희가 똑똑한 여자라는 것도 이제야 알게 되었다. 7년 동안 그와 함께 지낼 때의 모습과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이제야 그녀가 한 말이 모두 그녀의 진심이라는 것을 알게 된 구경민이다.

그렇다!

고윤희가 그새를 참지 못하고 다른 남자를 만났다는 사실만 지적하느라 그동안 자신이 고윤희에게 했던 행동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그는 직접 그녀를 집에서 쫓아냈다.

그녀를 쫓아낸 후, 그녀가 어디서 지내는지, 지내는 동안 다른 사람이 그녀를 괴롭히지는 않았는지, 쫓겨나는 그녀의 몸에 충분한 현금은 있었는지 신경 쓰지 않았다.

단 한 번도 고민하지 않았다.

고윤희가 그를 사랑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 생각했고, 그가 고윤희에게 베푼 사랑은 그녀에게 내린 은사와 같았다.

구경민은 미간을 찌푸리고 차가운 바닥에 무릎을 꿇은 여자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녀의 머리카락은 차가운 바람에 흩날렸고, 얼굴은 하얗게 질렸다.

입술에는 핏기가 조금도 남아있지 않았고, 눈물자국은 차가운 공기에 그대로 얼어붙었다.

불쌍하다…

하물며 그녀는 임신 5개월을 한 몸이다.

조금 전, 구경민이 그녀의 외투를 잡아당기자 단추가 모두 뜯겨져 임신한 배가 밖으로 드러났으며 무릎을 꿇은 두 다리는 뱃속에 있는 아이를 보호하며 벌벌 떨고 있었다. 그 모습은 고윤희를 더욱 처량하게 만들었다.

그녀의 다리에 걸친 찢긴 바지를 본 구경민은 가슴이 미어질 것 같았다.

그 고통은 죽는 것보다 더한 고통이다.

노숙자보다 처량한 모습을 한 여자가 그의 앞에 무릎을 꿇고 울며 다른 남자를 살려달라고 애원하고 있다.

“제발 내가 이렇게 빌게. 나를 죽이고 진수 오빠는 살려줘. 내가 너를 따라 갈게…”

“지금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