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소경은 침착한 목소리로 그에게 물었다.“아저씨, 경민이한테 무슨 일 있어요?”사실 그 역시 생사를 같이 한 친구를 걱정하고 있었다.하지만 주말에 고가령 모녀가 소란을 피우는 바람에 구경민에게 어떻게 지내는지 연락할 겨를도 없었다.그런 상황에서 구성림의 전화를 받으니 부소경도 구경민이 걱정됐다.수화기 너머로 노인의 한숨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소경아, 경민이가 사는 별장에 한번 가봐. 뭐 하고 있는지 한번 확인해 줘. 정말 걱정돼서 미칠 것 같아.”노인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부소경은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알겠어요. 지금 가볼게요.”전화를 끊은 뒤, 그는 신세희와 눈을 맞추었다.그의 마음을 알기에 신세희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아버님, 어머님이 정말 어디 아파서 서울에 가신 걸 수도 있잖아요. 게다가 그 나이에 설마 이상한 일을 하겠어요? 먼저 경민 씨한테 같이 가봐요.”사실 신세희 역시 구경민을 걱정하고 있었다.부소경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래.”부부는 저녁도 먹지 못하고 바로 구경민의 거처로 향했다.산기슭에 위치한 별장은 부소경이 있는 시내와 대략 50분 거리였다. 목적지에 도착한 신세희가 초인종을 눌렀고 가정부는 부소경과 신세희를 보고 바로 문을 열어주었다.“부 대표님, 전에 작은 도련님도 오셨는데 글쎄 우리 대표님이 문을 열어주지 말라는 거예요. 우리도 지시를 거절할 수 없어서 얼마나 난감했는데요. 잘 오셨어요. 대표님은 지금 3일 째 술만 마시고 계세요. 열도 좀 나는 것 같은데….”그 말을 들은 부소경은 바로 침실로 달려갔다.침실은 돼지우리처럼 어질러져 있었고 구경민은 침대에 누워 있었다.방에서 역한 알코올 냄새가 진동했다.부소경은 구경민의 멱살을 잡아서 일으킨 뒤, 억지로 거실로 끌고 나왔다.“소경아, 나 좀 내버려둬….”부소경은 가정부에게서 체온계를 건네 받아 체온을 측정했다. 아니나 다를까, 열이 39도까지 오른 상태였다.남자는 힘껏 구소경의 뺨을 쳤다.“살기 싫으면
최여진은 최근 구성훈의 집에서 손님으로 잠시 머물고 있었다.구경민과 결혼한다고 며칠 전 부모님과 크게 다퉜기 때문이었다.그녀의 부모도 그녀를 말렸지만 최여진의 고집을 이길 수 없었고 최여진은 홧김에 구성훈의 집에 와버렸다.최씨 가문은 원래 구씨 가문과 사이가 좋았다.최여진은 예전에 구성훈이 아닌 구성림과 더 친하게 지냈다.구경민이 최여진과 파혼한 뒤로 서울에는 흉흉한 소문이 퍼졌다. 사람들은 최여진이 불쌍하다며 구경민을 비난했다.그 중에서도 가장 최여진을 안타깝다고 한 사람이 구자현이었다.구자현과 최여진은 지금도 친근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그래서 구자현은 언니와 형부 때문에 남성에 가면서도 최여진을 자신의 본가에 머무르도록 도왔다.구성훈의 집에서 나름 쾌적한 생활을 하던 최여진은 이곳에서 뜻밖의 사람을 만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지금 반호영은 이미 술이 다 깬 상태였다.하지만 부성웅이 그의 두 손을 꽁꽁 묶었기에 도망가거나 폭력을 휘두를 수는 없었다.최여진을 본 반호영이 코웃음 치며 물었다.“너 날 알아?”“설마 너도 나한테 복수하려는 거야? 괜찮아. 어차피 난 잃을 게 없으니까.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해봐!”반호영은 자신이 곧 죽을 거라 생각했다.심지어 자신이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된 사이, 부성웅과 진문옥이 자신을 서울로 데려왔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그가 기억하는 마지막 순간은 환하게 웃고 있던 엄마의 모습이었다.그는 슬픔을 이기지 못해 대량의 술을 마셨고 악몽을 꾸었다.그래서 자신이 어떻게 이 낯선 곳에 오게 됐는지 이 낯선 여자가 왜 자신을 보고 아는 척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반호영은 이제 부성웅에게 잡혔으니 부성웅이 자신을 고문해 죽일 거라고 생각했다.사실 더 살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그래서 남성에 올라왔을 때, 닥치는 대로 때리고 부수고 행패를 부렸다.그는 차가운 말투로 최여진에게 말했다.“때리고 싶으면 빨리 때려! 하지만 생각 잘 하고 행동해! 나한테 가까이 오면 발로 네 갈비뼈를 부러뜨릴지도 모
그런데 구성훈의 집에서 이 남자를 또 마주칠 줄이야.최여진은 그날 당한 수모를 갚아주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그녀는 남자가 자신의 앞에 무릎을 꿇고 고개 숙여 사과하게 한 뒤에 남자를 죽여버리고 싶었다.이 남자를 살려둘 수는 없었다.이 남자가 살아 있는 한, 그녀와 구경민은 절대 결혼할 수 없다.“양 손이 묶인 걸 보면 남성에서 또 누구 건드렸다가 응징을 당했나 보네? 묶인 채로 서울까지 오다니!”최여진이 야비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반호영의 얼굴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꺼져!”“아직도 상황 파악을 못하고 성질을 부리네? 너란 남자도 참 재밌어! 내가 아직도 해외에서 놀고 있었더라면 너 같은 애한테 관심을 줬을지도 모르겠군! 하지만 꽁꽁 묶인 채로 서울 구씨 가문에 끌려왔으니 죽어줘야지!”“내가 곧 죽을 거라는 건 나도 알아. 굳이 네 입을 통해 듣고 싶지 않다고.”“너!”“꺼지라고!”최여진은 곧장 밖으로 달려나갔다.구성훈에게 부탁해서 권총이라도 빌려달라고 할 생각이었다.‘저 개자식을 내 손으로 죽여버리겠어!’한편 구성훈의 서재에서 구성훈과 부성웅 부부는 은밀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성훈아, 넌 내 동생이잖아. 이번에 꼭 좀 도와줘. 우리가 남성에서 여기까지 온 건 소경이 눈을 피해 네가 좀 해줬으면 하는 일이 있어서 그래. 일만 성사되면 너한테 200억을 줄게!”“그룹 전체가 소경이 손에 있는데 형이 무슨 돈이 있다고?”이때 진문옥이 웃으며 말했다.“성훈 씨, 우리를 너무 얕잡아보네요. 비록 현금은 많지 않지만 전국 각지에 있는 부동산만 해도 최소 1조는 있어요.”“부동산뿐이 아니죠. 가지고 있는 액세서리만 팔아도 엄청난 돈이 돼요. 그리고 우리가 따로 모아둔 금괴도 있어요. 원래는 노후자금으로 남겨둔 건데 절반을 성훈 씨에게 줄게요. 요즘 금값 장난 아닌 거 아시죠?”그러자 구성훈의 눈빛에 이채가 돌았다.200억.전국을 따져봐도 200억을 현찰로 한꺼번에 내놓을 수 있는 사람은 몇 없었다. 그런데 약간의 도움을 주고
최여진은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떨떠름한 표정으로 물었다.“뭐… 뭐라고요?”“걔 내 아들이야!”진문옥은 냉랭한 표정으로 최여진을 쏘아보며 말했다.진문옥은 처음 보는 최여진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얼굴은 곱상하게 남자 홀릴 것처럼 생겨서는 말하는 모양새가 영 무례했다. 반호영은 손이 묶인 채로 여기 끌려왔는데 그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총으로 머리를 쏴 버린다는 막말을 하는 거지?“그쪽은 누군데 저한테 그래요?”“꺼져!”최여진은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구성훈을 바라보았다.평소에 그녀가 아랫사람에게 호통치는 경우는 있어도 누가 그녀에게 꺼지라고 한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았는데 귀국하고 받는 대우가 예전과 달라도 너무 달라서 당황스러웠다.귀국하자마자 남자친구한테 차이고 술집에서 만난 망나니한테 폭행당하고 이 늙은 여자한테 귀뺨까지 맞다니!재수가 없어도 어찌 이럴 수 있단 말인가!최여진이 발끈 화를 내려는데 구성훈이 그녀를 말렸다.“여진아, 예의 지켜!”“아저씨!”최여진은 애교스럽게 구성훈의 팔에 매달렸다.“네 앞에 선 분이 누군지 몰라?”구성훈이 물었다.최여진이 대답이 없자 구성훈이 말했다.“남성 부소경 대표의 부모님이셔!”예전의 최여진이었다면 그런 사람 모른다고 앙탈을 부렸겠지만 귀국하고 한 달 사이 부소경이 워낙 유명해지다 보니 어딜 가도 그에 관한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서울에서 꽤 잘나간다는 구성훈마저 벌벌 떨게 하는 상대가 부소경이었다.게다가 일전에는 구성훈이 저장한 무기를 전부 털어가지 않았는가.어디 그뿐인가. 구성훈의 딸 구자현도 하마터면 부소경의 손에 죽을 뻔했다.그때도 구성훈은 감히 원망 한 마디 하지 못했다.구성훈이 부소경을 두려워한다는 것을 최여진도 알고 있었다.그런 부소경의 부모가 여기 있으니 구성훈이 그들을 극진히 대접하는 것도 당연했다.최여진은 며칠 여기 신세지는 사람에 불과했으니 구성훈의 말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그녀는 구경민과의 재결합을 위해서라도 구씨 가문 사람들에게 고분고분할 수밖에 없었
부성웅은 수염이 지저분하게 난 반호영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아빠가 많이 미안하다.”“방금… 뭐라고 했어?”부성웅은 진지한 표정으로 계속해서 말했다.“넌 내 아들이잖아. 이제 다 알았어!”반호영은 다리를 들어 그를 걷어찼다.“저리 꺼져!”“아들, 네 감정은 이해하지만 이제 좀 진정해. 난 네 아빠야. 아들을 해치려는 아빠가 어디 있어….”“부성웅 당신이 날 위한다고? 당신 때문에 난 세상에 태어날 권리마저 빼앗겼는데? 그래서 그 여자가 날 몰래 가성섬에 방치했잖아!”“30년이나 지나서 그 여자가 죽을 때도 난 그 여자가 내 엄마인 줄도 몰랐어. 남성에 부자 아빠와 형이 있다는 사실도 몰랐다고. 그런데 지금 나한테 그딴 말을 지껄여?”“영감! 당신이 어제 술 취한 내 손을 묶지 않았으면 지금까지 살아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 그 여자 무덤 앞에서 당신을 패 죽였을 거야!”부성웅은 여전히 부드러운 말투로 그에게 말했다.“날 죽여서 네가 좀 편해진다고 하면 그렇게 해.”순간 반호영은 할 말을 잃었다.“하지만 넌 이제 고작 서른이야. 아직 결혼도 못 해보고 아이도 없어. 앞으로 할 게 많이 남았다고. 아빠는 너한테 못 해줬던 거 보상해 주고 싶어.”부성웅이 계속해서 말했다.반호영은 약간 의아한 표정으로 부성웅을 바라보았다.“아빠가 한 말은 진심이야. 보상해 준다는 거.”반호영은 한층 누그러진 말투로 말했다.“나 그 여자 무덤에 갔었던 거 같은데 그럼 당신들도 거기까지 찾아갔던 거야?”부성웅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그 여자한테 인사했어?”반호영의 뜬금없는 질문에 부성웅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인사했냐고?”반호영이 분노한 말투로 물었다.“했어.”부성웅이 말했다.“그러니까 당신이 내 아빠라는 걸 인정한다는 거네?”반호영이 또 질문했다.부성웅은 이번에도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내가 네 아빠야.”“잘됐네! 그럼 당장 진문옥 저 여자랑 이혼해! 그리고 저 여자를 때려 죽여! 그리고 죽은 그 여자랑 재혼해!”
반호영은 부성웅과 진문옥을 증오하지만 그의 말이 사실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자신의 쌍둥이 형 부소경이 얼마나 잔인한 사람인지 가성섬에서 몸소 경험했기 때문이었다.가성섬은 그렇게 발달한 섬도 아니었고 큰형인 반호경이 방어를 제대로 못했지만 반호영 자신은 자기가 할 일을 제대로 이행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럼에도 부소경의 공세를 막지 못했다.부소경은 3일이라는 짧은 시간에 가성섬 전체를 자기 소유로 만들어 버렸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부소경이 3일이나 지난 뒤에 그들을 공격했던 건 적당한 때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가성섬 당지의 실세들이 그에게 가성섬에 관한 상황과 정보를 속속들이 그에게 가져다 바쳤다.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구성훈이 구원물자로 보낸 무기들이었다.구성훈이 가성섬에 보내기로 한 신형 무기들을 부소경은 힘도 들이지 않고 자신의 수중에 꿰찼다.그 무기는 고스란히 부소경의 소유가 되었고 추가로 2조나 되는 자금을 벌어들였다.가성섬에 도착한지 일주일 정도 되는 시점에서 부소경은 챙길 건 다 챙기고 가성섬의 소유권을 주장했다. 그렇게 반호영은 갈 곳을 잃었다.그가 얼마나 치밀한 사람인지 반호영은 잘 알고 있었고 그가 자신의 이복형제들을 어떻게 피 말려 죽였는지도 들어서 알고 있었다.그래서 부성웅의 말이 거짓말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그가 부성웅에게 물었다.“당신 아들들은… 그러니까 위에 있던 애들은….”“걔들도 네 형이야! 다 내 아들이니까!”진문옥이 말했다.반호영은 여전히 적의가 담긴 표정으로 진문옥을 쏘아보았다.진문옥은 전혀 흔들리지 않고 태연하게 말했다.“내 아들들은 소경이 때문에 죽었어! 그리고 F그룹을 장악해 버렸지. 이젠 네 아빠마저 회사 운영에 참여할 수 없어. 그러니 넌 더 말할 것도 없지.”진문옥은 사실을 있는 그대로 설명했다.반호영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나도 필요 없거든?”“그래. 넌 필요 없겠지. 쌍둥이라 괴벽한 성격도 닮았네. 하지만 내 입장은 달라지지 않아.”진문옥은 안타깝
“나도 어리고 충동적일 때가 있었어.”“우리 F그룹은 남성에서 백 년 이상 된 기업이야. 하지만 몇 년 전에 전례 없던 풍파를 맞았지. 계열사들이 육속 파산 신청을 냈어. 난 어쩔 수 없이 네 아빠랑 운명을 같이 해야 했어.”“막다른 골목에 도달했을 때 내가 네 아버지한테 네 엄마를 꼬시라고 제안했어. 가성섬에서 입지를 다지기 위해서였지.”“그룹 각도에서 보면 회사를 살리기 위해 한 사람의 희생 쯤은 아무것도 아니었어. 회사가 망하면 수만 명의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잖아.”반호영은 조용히 그녀의 말을 들었다.“네 엄마한테는 내가 잔인하고 몹쓸 여자였지만 그룹 입장에서는 어땠을까?”“난 네 아버지와 함께 힘을 합쳐 곤경에서 그룹을 구했어! 네 엄마한테 나는 나쁜 사람이었지만 난 F그룹에 거대한 공을 세웠어.”“F그룹이 지금의 번영이 있기 까지 내 공로도 있다는 말이야. 하지만 내 아들들은 전부 소경이의 손에 죽었어.”“하지만 난 더 이상 서른 살의 그때로 돌아갈 수 없어. 난 이제 더 싸울 힘도 남아 있지 않아. 아들을 잃은 나는 그냥 고독한 노인일 뿐이야.”“나한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어. 네 아빠와 함께 외롭게 늙어가거나 너를 다시 재기할 수 있게 돕는 거. 네가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 나와 네 아빠도 의지할 곳이 생기잖아. 네 형은 우리를 극도로 싫어하니까.”반호영이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우리 엄마와 우리에게 그런 짓을 했는데 당연히 싫어하지! 당신을 여태 살려둔 것만 해도 형은 많이 참은 거야! 부성웅 때문이었겠지! 형만 당신을 싫어하고 난 당신을 좋아할 것 같아?”진문옥은 화를 내는 대신 부드럽게 말했다.“호영아,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딱 하나야. 넌 아직 서른이고 미래가 창창해. 네가 말한 것처럼 넌 이미 우리한테 납치당해서 여기까지 왔으니 죽음까지 각오했을 거야. 그럼 한 번 도박해 보는 것도 좋지 않아? 네 아빠와 내가 어떻게 너를 다시 재기시킬지 도박에 맡기는 거야.”반호영은 오래도록 말이 없었다.한참이 지난
“아!”바닥에 넘어진 최여진은 극심한 고통에 그대로 주저앉았다.그녀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반호영의 발길이 또 날아왔다.“잘 들어! 난 여자라고 봐주지 않아!”“너만 보면 구역질이 올라오거든! 출국하기 전에 너부터 죽여줄까?”말을 마친 반호영은 다시 다리를 들어올렸다.“잠깐!”구성훈이 다급히 그를 말렸다.반호영은 고개를 돌려 구성훈을 바라보며 말했다.“구 대표님? 저런 더러운 여자를 왜 감싸요?”구성훈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다.세상에!최여진을 더러운 여자라고 비난하다니!남성과 서울을 통틀어서 감히 이런 발언을 할 사람은 반호영뿐이었다.아!부소경이 있었지!역시 쌍둥이라서 그런지 이런 면도 무척 닮았다.성격이나 잔인한 정도로만 따지면 반호영은 부소경 판박이였다.두 사람 사이에 다른 점이 있다면 부소경은 그래도 화를 다스릴 줄 알고 항상 침착하게 대한다는 점이었다.반면 반호영은 모든 감정을 얼굴에 표현했고 거침이 없었다.두 사람만 놓고 비교해 보면 부소경 쪽이 더 제왕에 가까웠다.반호영은 오히려 사랑만 받고 자라서 위 아래가 없는 어린애 같았다.구성훈은 조용히 반호영을 한쪽으로 불러서 입을 열었다.“호영 씨, 쟤는….”“설마 구 대표님 애인은 아니죠?”반호영이 물었다.구성훈은 다급히 고개를 흔들었다.“그럴 리가. 쟤는 나랑 꽤 친한 지인의 딸이야. 줄곧 해외에 있다가 귀국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좀 예의도 모르고 거침이 없어. 그러니 혹시라도 기분 나쁘게 했다면 내가 대신 사과하지. 좀 봐줘.”“쟤 몸 파는 여자 아니었어요?”반호영은 여전히 거침이 없었다.바닥에서 억지로 몸을 일으킨 최여진은 고통을 억지로 참으며 반호영을 손가락질했다.“이 나쁜 자식이! 너 죽고 싶어? 아, 이제 알겠다. 너 부소경 대표랑 원수 사이지?”반호영은 냉소를 지으며 최여진을 노려보았다.“경고하는데 반호영! 내 약혼자가 부소경 대표랑 아주 친하거든? 당장 부소경 씨한테 연락해서 이쪽으로 오라고 할까?”“그래?”최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