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정이 부소경의 뒤에서 웃으며 떠드는 모습을 지켜보는 신세희의 가슴은 찢어질 것 같았다.마치 심장에서 피가 뿜어져 나오는 듯한 느낌.그녀는 그저 두 사람의 뒷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부소경의 차가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운전을 하는 사람은 엄선우였다.이틀 전, 엄선우가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처음에 그가 대체 왜 자신에게 전화를 걸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항상 밝게 웃음 짓는 엄선우는 절대 무례한 행동을 할 사람이 아니었다.그러나 이제야 알게 되었다.엄선우는 잘릴 위험을 감수하고 그녀에게 사실을 전하고 있었다.부소경의 마음이 변했다고...신세희는 다시 차에 올라 진정을 되찾으려 애쓰며 자신에게 최면을 걸었다.‘신세희, 정신 똑바로 차려. 절대 사고가 나면 안 돼.엄마가 기다리고 있어... 6살 유리가 기다리고 있어...신세희 정신 차려! 제발! 제발...’ 한 시간 뒤, 신세희는 다시 엄마의 집에 도착했다.떠난 신세희가 다시 집으로 찾아오자 서진희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신세희는 얼굴만 하얗게 질렸을 뿐만 아니라, 입술에도 핏기 하나 없었다. 그녀는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다. “세희야, 대체 무슨 일이야? 빨리 엄마한테 말해. 엄마가 도와줄게. 우리 두 사람 힘을 합치면 다시 일어날 수 있어.”자신에게 큰 힘은 없었지만 돈이 필요하다면 딸을 위해 지금 살고 있는 집을 팔면 되었다.두 사람은 서로에게 제일 큰 힘이 되어 주며 살아가면 그만이었다.지금 이 순간, 서진희는 누구보다 정신이 맑았다.그녀는 천천히 신세희를 방으로 데려가 물었다.“딸, 엄마한테 말해. 무슨 일 있었어? 말하고 싶지 않으면 우선 좀 쉴래?”“엄마, 나 좀 잘게 피곤해. 유리 유치원 끝나는 시간에 좀 깨워줘. 데리러 가게.”“그래. 우리 딸 오늘 힘들었지? 얼른 쉬어.”서진희는 신세희를 방에 눕히고 자신은 소파에 누웠다.커다란 소파에 서진희의 왜소한 체구가 더욱 작아 보였다.신세희는 아무 말 하지 않고 있었지만, 그녀의 울먹이는 목소리를
역시, 남성 시의 절대적인 세력이다.천한 사생아로 태어나 하루아침에 모든 남성 시의 정권을 바꾼 남자.이런 남자는 배뚱뚱이 남자보다 100배 아니 천배 만 배는 좋았다.고신걸 같은 남자를 10트럭이나 보내도 부소경과 비길 순 없다.고소정은 어떻게든 부소경과 결혼하고 싶었다.꿈에 그리던 남자와 한 방에서 함께 얼굴을 마주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귀국하고 한 달 만에 이 남자와 이렇게 가까이에서 서로를 쳐다보고 있다.고소정은 자신의 심장소리가 들릴까 부끄러웠다.진짜 좋아!어쩌면, 오늘 부소경 씨 와 함께 침대에서..."소경 씨..."부소경은 말없이 계약서 내용만 훑어보았다."소경 씨 아버지와 우리 엄마가 어렸을 때부터 아는 사이였대요. 저는 이제 아버님이라고 불러도 좋다고 했어요.""네.""그리고 오늘 아버님을 잘 위로해 드리세요. 나이가 있으시니 절대 무리하면 안 된다고요. 그리고 세희 씨, 아니 사모님은 절대 아버님이 말한 것처럼 나쁜 사람은 아닐 거예요."고소정은 대화의 주제를 신세희로 돌렸다.부소경은 드디어 고개를 들고 고소정을 쳐다보았다.고소정은 미친 듯이 좋았다."소경 씨... 화내지 말아요. 사모님 이제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회사 인장, 가져오셨어요?"부소경이 물었다."네?""회사 인장, 가져오셨냐고요? 그리고 서도영의 친필 사인.""아... 사인은 가져왔어요. 여기 확인해 보세요."고소정은 얼른 그의 말에 대답했다."인장!""인장도 있어요."고소정은 가방에서 인장을 꺼내어 그에게 건넸다.회사 인장은 서도영이 함부로 회사 밖으로 가져가면 안 된다고 했다.그러나 부소경과의 계약이라는 말을 듣고 흔쾌히 승낙했다.너무 어렵고 소중한 기회라 인장을 고소정에게 맡겼다.부소경은 인장을 받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때, 그의 휴대폰이 울렸다.장모님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그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장모님?""소경아, 너 세희한테 대체 뭐라고 한 거야?"
신세희가 일부터 전원을 꺼둔 것은 아니다.휴대폰 배터리가 없었을 뿐이다.그 시각, 그녀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흐느끼고 있었다.자신의 휴대폰이 배터리가 나간 것도 모르고 말이다.한 시간 뒤, 울다 지친 그녀에게 서진희가 다가와 말했다."세희야, 일어나서 뭐라도 좀 먹고 유리 데리러 가야지?"신세희는 바로 침대에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그리고 억지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엄마, 나 괜찮아.""그래. 엄마도 있고, 유리도 있다는 걸 기억해."유리만 생각하면 신세희는 가슴이 아파왔다. 시간을 보려고 휴대폰을 확인하자 전원이 꺼져있었다.휴대폰을 충전한 뒤 그녀는 마당으로 나가 잠시 꽃을 바라보고 있었다.그러나 아무리 생각을 멈추려고 해도 가슴이 진정되지 않았다.머릿속에는 온통 부소경 뿐이었다.결국 참을 수 없었던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더 이상 마당에 만개한 꽃들도 예뻐 보이지 않았다.부소경을 너무 많이 사랑한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1년 전, 부소경이 그녀를 데려왔을 때, 일부러 도도한 척, 고상한 척했다. 1년이 지난 지금. 부소경을 너무 많이 사랑한다.어떻게 부소경없이 살 수 있을까?어떻게?할 수 있을까?어떻게 하면 될까?할 수 없을 것 같아...할 수 없어!세상 모든 남자들은 빨리 싫증을 내는 것 같다.더 좋은 여자가 나타나면 그 여자에게 모든 걸 빼앗기고 만다.자신이 아무 미련도 없이 부소경의 곁에서 떠날 수 있을까?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불가능했다.그러나 이미 떠난 남자의 마음을 어떻게 잡을 수 있단 말인가?신세희, 넌 왜 이런 집에서 태어났어?부소경이 너한테 아무리 잘해준다고 해도 더 열심히 노력했어야지!사랑은 마치 유통기한이 있는 것 같았다. 그것도 엄청 짧은 유통기한... 고작 1년...재벌 가문의 남자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너무나도 어려웠다.얼마나 많은 여자들이 부소경의 마음을 사로잡으려고 노력하는데... 신세희 너는 그저 가만히 그의 사랑을 받기만 했어. 남자의 사랑은 영원하지
고윤희가 제일 똑똑한 것 같다.고윤희는 지금 모든 속세를 벗어던지고 자신을 사랑해 주는 남자와 평온한 삶을 살고 있다.그때, 그녀의 휴대폰이 울렸다.마침, 고윤희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무엇 때문인지, 신세희의 두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 내렸다.동병상련의 아픔일까... 신세희는 최선을 다해 눈물을 참아보려고 애를 썼다.겨우 마음을 진정시키고 그녀는 전화를 받았다."언니? 언니에요?""세희 씨, 잘 지내고 있어요? 미안한데 빌린 돈은 당분간 못 갚을 것 같아요. 지금 이곳에서 일하고 있긴 한데 하루 일당이...""언니, 괜찮아요. 돈은 갚지 않아도 돼요.."잠시 후, 고윤희는 깜짝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세희 씨, 울어요?""아니요.""그런데 목소리가 왜 그래요? 안 좋은 일이라도 생겼어요?"고윤희는 다정한 목소리로 물었다."저... 그러니까... 언니가 너무 보고 싶어요..."고윤희가 보고 싶다고 말을 한 신세희는 바로 울음을 터뜨렸다."제가 이곳으로 와 얼마나 힘들었는지 언니도 알 거예요. 사람들 모두가 나를 이상한 눈길로 쳐다보았는데, 언니만 제 편이 되어줬어요. 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아요. 언니... 너무 보고 싶어요..."말을 하는 신세희의 눈에서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려왔다.지금 이 순간, 그녀는 고윤희의 품에 안겨 맘껏 울고 싶었다.그녀의 말에 고윤희는 큰 감동을 먹었다."세희 씨... 우리 곧 만나게 될 거예요. 꼭 다시 만날 거예요.""네. 언니, 저 언니 믿어요. 언니 잘 지내야 돼요.""세희 씨도 잘 지내요...""네 언니...""끊을게요. 기회가 되면 다시 연락할게요.""네, 언니 쉬세요."전화를 끊은 신세희는 핸들에 엎드려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어떻게든 눈물을 참아보려고 했으나 한번 터진 눈물은 쉽게 멈추지 않았다.그렇게 차에서 10여 분을 울고 나서야 천천히 운전을 해 유치원으로 향했다.유치원에 도착하자 신유리는 까치발을 하고 유치원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신세희를 발견한 신유
호텔에서 빠른 속도로 도망친 반호영은 신세희에게 다른 말을 할 시간도 없었다.다시 반호영을 만나니 너무 반가웠다."울었어?"그는 신세희의 빨개진 눈을 발견했다.신세희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차가운 표정으로 물었다."최근에 남성 시에서 행패를 부린다는 사람이 당신이지??"반호영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오늘 호텔에서 봤잖아. 내가 아니었으면 너 오늘 죽었을지도 몰라."그의 목소리는 듣는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마치 사랑을 받지 못하는 아이가 엄마에게 투정을 부리는 것 같았다."진문옥은?""왜? 진문옥도 죽이려고?"반호영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제일 먼저 죽어야 될 사람이야.""그런데 왜 그동안 죽이지 않았어? 호영 씨가 진짜 진문옥을 죽이려고 했으면 한 방에 죽일 수 있었던 거 아니야?"반호영은 아주 많이 아픈 표정이었다."신세희, 진문옥이 한방에 죽으면 너무 아깝지 않아? 나는 끝까지 괴롭히고 죽여달라고 애원할 때, 그때 죽일 거야! 세상의 쓴맛을 모두 보여줄 거라고.""부성웅은? 부성웅도 죽일 수 있어?"반호영은 한참을 망설이다 말했다."너, 내가 얼마나 아픈지 알아? 네가 알기나 해?""나는 지금 당장이라도 그를 죽이고 싶어. 세상에서 제일 고통스럽게 죽이고 싶다고!""알아!""아니까 당신 놓아준거야."그렇다. 오늘 신세희가 그를 풀어주지 않았다면 붙잡히고 말았을 것이다.그때, 신유리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엉엉엉..."신세희는 다급하게 몸을 숙이고 물었다."유리야, 왜 그래?""호영 삼촌, 화내지 마. 나 무서워..."반호영은 바로 표정을 풀었다.그는 바로 신유리를 품에 안고 어르고 달랬다."그래 삼촌이 잘못했어. 삼촌이 무서운 표정을 하지 말았어야 했어. 삼촌이 유리를 무섭게 만들었구나. 맞지?"신유리는 바로 환하게 웃었다.아이는 반호영의 목을 껴안고 말했다."삼촌, 웃으니까 너무 예뻐. 삼촌, 그동안 남성에서 할아버지한테 미움을 많이 샀어?"아이는 똑똑하고 예뻤다.아무것도
반호영은 가슴을 칼로 벤 것처럼 아팠다. 그의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했다.한참 후,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 삼촌 엄마 말 잘 들을게. 응?"신유리는 고개를 끄덕거렸다."응.""조금만 기다려. 삼촌 엄마랑 얘기 조금만 나눌게.""응."신유리는 얌전히 차 뒷자리에 앉아있었다.신세희는 화난 표정으로 물었다."대체 언제 왔어!""한 시간 전에 왔어. 유리를 먼저 발견...""남성에 언제 왔냐고!"반호영은 씩 웃었다. "가성 섬에서 도망치고 나와 해외로 갔지. 그리고 돈을 마련하고 중동에 내가 사고 싶은 물건을 사고 남성에 왔어.""내가 죽는 꼴 보고 싶어서 그래?""부씨 가문 사람들한테 나를 괴롭히지 말라고 한 그 경고때문에 부씨 가문의 사람들 눈에 내가 밖에서 다른 남자랑 바람을 피우고 있는 걸로 착각하게 하잖아."반호영은 한참이 지나서야 대답했다."미안해..."신세희는 그제야 씩씩 거리던 거친 숨소리를 진정시켰다."됐어.""오늘 점심에 있은 일로 부소경이 뭐라고 했어?""너한테 잘 못해주는 거야? 밖에 다른 여자가 있어?"반호영의 눈에서는 당장이라도 불이 나올 것 같았다."부소경 지금 어디 있어!""형! 당신 형이야!"신세희가 드디어 폭발했다."형? 너를 제대로 행복하게 만들지 못하면 똑같이 죽여버릴 거야.""신세희, 말해! 너 지금 행복해? 왜 울는건데...""반호영! 꺼져! 제발 내 생활을 방해하지 말아줘... 복수하고 싶은 너의 마음 내가 잘 알아. 부성웅한테 가서 복수해. 제발 나한테서 떨어져..."신세희는 주저앉아 소리를 질렀다.오늘의 기분은 나빠질 대로 나빠졌다.하필 이때, 반호영을 만나다니..."모든 사람들이 당신인 걸 알게됬어. 부성웅과 부소경, 두 사람 다 가만있지 않을 거야."신세희가 버럭 소리를 질러도 반호영은 그저 웃으며 그녀를 내려다보았다."세희야... 사실 나는 살아남지 말았어야 해. 맞지?""그러니까 지금이 아니라, 나는 원래 처음부터 이 세상에 태어나지 말
부소경의 주변은 조용했다. 마치 사무실에서 통화를 하는 것 처럼."신세희, 어디야?"그녀는 로봇처럼 감정없이 대답했다."유리 유치원이요.""나 오늘 좀 늦을 것 같아. 유리 데리고 먼저 집에 있어. 나 기다리지 말고 밥 먹어.""네."신세희는 힘껏 괜찮은 척 울음을 참았다.그러나 부소경은 그녀의 이상한 목소리를 알아차렸다."너... 무슨 일 있어?"신세희는 감출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네."그리고 바로 설명을 붙였다."집에 와서 얘기해요. 저 먼저 끊어요. 운전 중이라."말을 마친 신세희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전화를 끊은 그녀는 다급하게 시동을 걸지 않고 그저 차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뒷자리에 앉은 유리는 오늘따라 이상한 엄마의 행동을 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오늘 하루에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났다. 쉽게 마음을 진정시킬 수 없을 것 같았다.핸들에 기댄 신세희는 마음을 가라앉혔다.오전에 고소정의 전화를 받고 그녀의 말에 속아 호텔로 향했다.고소정의 야비한 수법, 정말 대단했다.호텔에 도착하니 고소정과 고가령, 그리고 부성웅이 호텔에서 그녀가 나타나길 기다렸다.신세희는 고소정과 고가령의 눈엣가시였다.그녀들은 일부러 남자를 섭외해 바람피우는 장면은 연출했다.그러나 그것도 모두 반호영에게 들켰다. 신세희는 그 남자가 고소정을 도와주러 온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똑같은 수법을 구자현도 함께 사용했다.그저, 구자현의 수법이 너무 올드했을 뿐이다.고소정은 구자현보다 머리가 똑똑한 것 같았다.고소정은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다가왔다. 부성웅도 그녀에게 홀렸으니, 부소경도 홀리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신세희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부소경의 도움이 없었다면 고소정은 절대 해내지 못했을 것이다.부소경!우리가 결혼한 지 1년도 되지 않았어.우리 두 사람의 사랑 유통기한이 고작 1년인거야.신세희 교도소를 갔다오고도 민정연과 구자현. 그리고 임서아 같은 여자들을 물리쳤다.그런데도 학력
오늘, 모든 일을 해결해야 한다.절대 미뤄서는 안 된다.미루면 미룰수록 고통만 커지는 법.매도 한 번에 맞는게 나았다.스스로의 자존심을 위해서라도 당장 해결해야했다.그녀는 그제야 반호영이 생각났다.그동안, 반호영이 한 짓을 신세희와 부소경은 이미 알고 있었다.오늘, 그 현장을 직접 보니 이로 말할 수 없는 고통이 밀려왔다.반호영은 진심으로 모든 사람을 미워하고 있었다.그 감정이 고스란히 얼굴에 드러났다. 슬프기도 하면서 분노하는 감정.오늘, 반호영이 제때에 나타나 다행이다. 아니면 신세희는 오늘 그 남자에게 어떤 꼴을 당했을지도 모른다.그러면 더 이상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없다.어쩌면 반호영에게 고마워해야 한다.그러나 반호영은 어디로 떠났을까?떠나기 전 그렇게 슬픈 표정으로 말을 하더니... 설마 자살?신세희는 더 이상 다른 사람의 아픔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자신의 일로도 머리가 터질 지경이었다.차는 느리지만 안전하게 목적지에 도착했다.신세희는 머리가 복잡해질수록 마음을 더 많이 가라앉혔다.뒷자리에 아이도 있으니 절대 난폭 운전을 해서는 안 된다.유치원에서 집에 도착하기까지 1시간가량이 걸렸다.집에 도착하려고 할 때, 그녀의 휴대폰이 또 울렸다.이번에도 부소경에서 전화가 걸려왔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의 전화를 받고 싶지 않았지만 하는 수 없이 전화를 받아야 했다. 부소경의 목소리를 조금이라도 더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자신의 무능함을 나무라며 전화를 꺼냈다.'신세희, 대체 이런 남자가 뭐가 그렇게 좋다고!'발신자를 확인한 신세희의 표정이 눈에 띄게 굳어졌다.그동안 연락이 없었던 조의찬에게서 전화가 왔다.오늘 진짜 무슨날이야?조의찬에게 전화가 왔다는 것을 부성웅이 알데 되면 또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운다고 했을 것이다.그러나, 이제는 중요하지 않다.오늘 밤이 지나면 중요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신세희는 블루투스로 전화를 연결했다."네. 몸은 좀 괜찮으세요?"전화를 받은 조의찬은 웃으며 말했다."세희 씨,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