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씨 가문 본가.이곳에 방문하는 게 얼마만이지?이곳은 과거 서진희가 받았던 굴욕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이었다.어릴 때 그녀는 이곳을 지나갈 때면 작은 소리 하나에도 목을 잔뜩 움츠리고 다녔다. 열일곱 살 때, 그녀는 이곳 가정부한테 질질 끌려 나오다시피 해서 문밖에 던져진 적도 있었다.음악학원에 입학했지만 학비가 없어 찾아왔을 때, 그녀의 엄마가 병원에 입원해서 급전이 필요할 때, 그녀는 몰래 서씨 어르신을 찾아왔다.하지만 만나고자 한 사람은 만나지 못했고 정실 부인에게 덜미를 잡혀 버렸다.그 존귀한 사모님은 그녀를 사람이 없는 구석으로 끌고 가서 차가운 얼굴로 협박했다.“앞으로 다시 우리 가문에 발을 들이면 널 인적도 없는 곳에 팔아버릴 거야! 다시는 그곳에서 나오지 못하도록!”그때 어린 서진희는 얼마나 절망했을까?지금 생각해도 눈물이 났다.서진희가 아직도 가슴을 졸이며 눈물을 글썽일 때, 대문이 열렸다.문을 연 사람은 서씨 가문 경호원이었다. 그는 문을 연 직후에 옆으로 비켜섰다.그리고 익숙한 휠체어가 보였다.휠체어에는 서씨 어르신이 앉아 있었다.한달 사이에 노인은 훨씬 수척해져 있었다.90세가 되어 가는 노인이었지만 그 일이 있기 전까지는 관리도 잘해서 동안이라는 말을 자주 듣던 사람이었다.허리도 굽지 않고 정신 상태도 좋았다.외손녀를 잘못 데려온 사건이 있고 친딸이 나타나면서 서씨 어르신은 자신의 진짜 가족을 찾으려 했지만 매몰차게 거절당했다. 그 뒤로 노인은 급속도로 늙어갔다.지금은 가벼운 산책도 휠체어를 타고 나와야 하는 정도에 이르렀다.그리고 서씨 어르신의 휠체어를 밀고 나온 사람은 다름아닌 고가령이었다.고가령과 그녀의 딸 고소정, 그리고 외손녀 고상은은 어젯밤 이 집에 들어왔다. 이곳에 돌아온 뒤에야 그들은 진짜 재벌의 삶이 어떤 건지 체험할 수 있었다.서씨 가문은 50년 전의 위력이 조금 수그러들었지만 정계에서 몸담다가 은퇴하고 상계로 진출한 서씨 어르신은 꽤 큰 성과를 이루었다.지금도 서진그룹 계열사
서진희는 멍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눈앞에 서로를 다정하게 바라보는 두 사람은 마치 부녀 사이처럼 각별해 보였다.서진희는 몇십 년 만에 만난 고가령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세월은 고가령의 얼굴에 그렇게 많은 흔적을 남기지는 않았다.정말 신의 사랑을 받는 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그녀는 여전히 우아하고 고귀한 모습 그대로였다.여전히 공주처럼 사랑 받는 존재였다.반면 그녀는 어떨까?소박한 차림에 딸을 걱정하는 마음에 머리도 빗지 않고 달려왔다. 눈앞에 공주마마처럼 우뚝 서 있는 그녀를 보자 자괴감이 들었다.그리고 휠체어에 탄 노인.그 사람은 고가령과 함께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가족이 돌아와서 좋으시겠어요.”서진희가 갈린 목소리로 말했다.서씨 어르신은 그제야 딸을 발견했다.초췌하고 상처 입은 눈빛.서씨 어르신은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사실 어제 고가령 모녀가 외손녀까지 데리고 집에 들어올 때 그들이 하는 말을 어렴풋이 들었다.부소경 아내가 경박하고 무례한 여자라든가.고소정이 신세희 때문에 회사에서 힘들어졌다든가.경박하고 무례한 여자한테 맞아서 내팽개쳐졌으며 신세희 그 여자는 시정잡배와 다름없다는 얘기였다.어르신은 그때 잠든 상태였기에 어렴풋이 들었지만 고가령 모녀는 그가 못 들은 줄로만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게 전부였다.서준명의 부친과 서준명이 이 대화의 주제를 노골적으로 싫어했기 때문이었다.가장 심한 건 서준명이었다. 그는 그들 모녀에게 대놓고 싫은 티를 냈다.결국 고소정이 나서서 대화를 마무리했다.“오빠, 저 정말 일부러 부 대표님한테 접근한 거 아니에요. 어떻게든 증명해 보일게요. 오빠 명함을 통행증으로 쓰고 조금 성급하게 접근한 건 인정할게요. 하지만 저는 마케팅 직원이에요. 실적을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요.”“엄마는 이곳을 집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작은할아버지나 외삼촌도 제 엄마를 가족으로 대해주시죠. 하지만 저는 제 힘으로 먹고 사는데 전혀 부담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어요.”
“이모부, 왜 그래요? 괜찮아요? 왜 저 여자를 보고 그렇게 놀라세요? 이모부?”고가령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호들갑을 떨었다.하지만 서씨 어르신은 기침을 하느라 그녀의 말에 대답해 줄 수 없었다.그의 시선은 여전히 서진희를 향해 있었다.서진희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밤새 생각했다.오늘 아침에 어떻게 이 노인에게 따질까.왜 조카딸과 그 조카딸이 낳은 딸까지 감싸주면서 신세희에게 상처 주냐고?어디까지 가야 끝낼 거냐고?심지어 서씨 가문에서 자신의 목숨을 원한다면 서슴없이 내놓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그녀는 삶에 미련이 없었다.하지만 딸의 행복을 누군가가 빼앗아가는 건 용납할 수 없었다.이게 서진희가 밤새 생각하고 내린 결론이었다. 그녀는 목숨을 내놓을 각오를 하고 이곳으로 왔다.하지만 이 순간, 자신의 아버지가 여전히 그 아이를 친딸처럼 따뜻하게 바라보는 모습을 보았다.그리고 친딸인 자신은 잔뜩 움츠리고 서 있다는 것을 확인했을 때,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무슨 말을 하려고 했었는지조차 잊었다.그녀는 한참을 흐느끼다가 입을 열었다.“이게… 당신이 바라던 행복이었군요. 당신의 조카딸은 여전히 당신의 사랑을 받고 있군요.”“나를 알아?”고가령이 짜증스럽게 서진희에게 물었다.고가령은 귀국하기 전, 남성에 관해 많은 것을 조사했다.그리고 서씨 가문이 여전히 잘나간다는 것을 확인했다.F그룹 새 오너가 부성웅의 사생아라는 것도 확인했고 그 사생아가 남성의 모두를 두려움에 떨게 하는 존재라는 것도 확인했다.그리고 부소경은 남성에서 귀족의 상징이었고 그의 아내의 이름이 신세희라는 것을 확인했다.신세희는 감옥에 간 적 있는 전과자였고 남성의 많은 재벌2세들과 스캔들이 있었다.게다가 신세희가 이모부인 서씨 어르신이 가장 증오했던 존재라는 것도 알았다.그 뒤에 벌어진 일은 고가령이 모르는 내용이었다.그녀의 소식통에 문제가 생겼던 건 아니다.어르신도 최근에 들어서야 신세희가 자신의 외손녀라는 것을 알았고 친딸이 살아 있다는 사실을
고가령은 마치 자신이 뭐라도 되는 양, 서진희를 비난했다.그리고 그녀를 혐오했다.마치 30년 전에 가난에 허덕이며 서씨 가문에 찾아온 그녀를 비난했을 때와 같은 태도였다.“이모부가 왜 이렇게 격한 반응을 보이나 했는데 넌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음침하구나!”서진희는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너는 염치도 없어? 그 어미에 그 딸이라더니! 뭐라고 했더라?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고 했나? 넌 너희 엄마랑 닮아도 너무 닮았어!”고가령의 폭언에 서진희는 많이 놀란 표정이었다.평생 남과 싸울 일 없이 조용히 살아온 여자와 어릴 때부터 예쁨만 받고 자라서 기고만장한 여자는 뭔가 달라도 많이 달랐다. 서진희는 자신을 비난하는 고가령 앞에서 패배자가 된 기분이 들었다.게다가 서씨 어르신이 여전히 조카딸을 애지중지하는 것을 보자 가슴에서 피가 흐르는 것 같았다.이게 자신을 30년이나 찾아다닌 아버지가 보일 수 있는 태도인가?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그녀의 진짜 가족이 되고 싶다고 했던 말도 거짓인 것 같았다.안 그래도 2주 사이에 자신을 몰래 찾아오지 않은 서씨 어르신 때문에 의아했던 적이 있었다.진짜 가족이 신변에 돌아왔으니 이제 필요가 없어진 걸까.어차피 자신은 사생아일 뿐이니 포기가 빨랐을지도 모른다.마음이 차갑게 식어버린 서진희는 오늘 여기 온 목적조차 잊어버렸다.그녀는 속으로 자신을 욕했다.‘서진희, 넌 욕을 먹어도 싸! 넌 이 집안에 또 뭘 기대했던 거야? 이 집안 사람들은 처음부터 너를 인정한 적 없어!’“이곳은 너를 환영하지 않아! 당장 꺼져! 여기서 소란 피우지 말고 네가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가라고! 생떼는 어릴 때나 부리는 것 아닌가?”고가령의 비아냥이 쏟아졌고 서씨 어르신의 표정이 차갑게 굳은 것을 보고 도망치는 것을 선택했다.거리로 달려 나온 그녀는 급급히 택시를 불러 거처로 돌아왔다.집에 돌아온 뒤에도 고가령의 욕설이 귓가에 들리는 것 같았다.“비천한 출신은 어딜 가도 변하지 않는 법이지! 옷 좀 잘
다음에 또 이렇게 바보처럼 굴면 그냥 죽어!네 딸을 생각해! 그 고생을 하고 겨우 지금의 행복을 찾았는데 다른 사람이 와서 방해하는 걸 보고만 있어?너도 마찬가지야! 넌 그 고생했던 날들이 지겹지도 않아?그게 다 저 서씨 가문 때문이야!네가 왜 그들을 두려워해?50세가 넘은 여자는 거울을 보며 눈물을 흘렸고 무능한 자신에게 욕설을 퍼부었다.“넌 아무것도 가진 게 없잖아. 잃을 게 없는데 뭐가 두려워? 다시는 그 인간들 두려워하지 마!”서진희는 그런 식으로 자신에게 힘을 주었다.마침 그때, 핸드폰이 울렸다.발신자를 확인한 서진희는 바로 전화를 받았다.“그래, 세희야. 출근했어?”뭔가 이상함을 느낀 신세희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엄마, 어제 같이 밥 먹을 때까지 목소리가 괜찮았는데 지금은 왜 잠겨 있어?”서진희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오늘 아침 일찍 아침시장에 가서 그래. 토종닭 한 마리 사다가 백숙 끓여 먹으려고 했거든. 닭백숙이 그렇게 피부에 좋다잖아.”신세희는 웃음을 터뜨리며 장난스럽게 물었다.“엄마, 엄마도 피부 관리해?”서진희는 질문에 대답 대신 계속해서 말했다.“그런데 토종닭이 그렇게 인기 좋을 줄은 몰랐다? 딱 한 마리 남은 거 어느 귀티 나는 사모님이랑 나랑 동시에 집어들었지.”“엄마, 설마 그 사모님이랑 싸운 거 아니지?”신세희가 약간 놀란 말투로 물었다.“그러면 안 되나?”서진희가 웃으며 말했다.“막 싸운 것까지는 아닌데 그 여자가 너무 듣기 싫게 욕하더라. 옷차림도 귀티 나고 공주처럼 곱게 생긴 여자가 입은 왜 그렇게 더러운지. 나한테 시정잡배라고 막 욕하더라고. 내가 파렴치한 거지 같다고 했나? 내가 보기엔 그 여자가 더 시정잡배 같았는데 말이야.”“엄마! 그 여자 누구야! 아는 사람이야? 왜 나한테 전화하지 않았어? 가서 입을 확 찢어버렸을 텐데!”사실 신세희는 싸움을 좋아하는 성격은 아니었다.하지만 누군가가 자신의 엄마를 건드리면 이야기는 달라진다.엄마의 이야기를 듣고 나
고가령은 자기가 생각하기에 가장 우아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건 생각 못 했지, 서진희?”서진희의 두 눈이 시뻘겋게 물들었다.그녀는 치미는 분노를 억제하며 딸과 했던 대화를 떠올렸다. 이상하게 기분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시정잡배면 뭐가 어때서?우아함을 고집한다고 돈이 더 생기는 건 아니다.진실된 모습으로 후회 없는 삶을 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맞아도 싸다!“여기까지 따라올 줄은 몰랐는데.”서진희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춤을 배우러 온 다른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로를 번갈아 보았다.이곳에서 어느 정도 적응된 서진희는 항상 예의 바르고 정 많은 사람이었고 이곳에서는 막내로 통했다.50세가 넘은 나이에도 타고난 분위기와 외모가 호감형이었다.그래서 이곳 친구들은 모두 서진희를 좋아했다.그런데 아침에 서진희보다 더 젊어 보이고 더 화려한 외모를 가진 댄스 강사가 나타났다.그들은 이 강사가 누군지 모른다.이곳 단장이 데려온 사람인데 해외에서 귀국하지 얼마 안 된 해외파라고 했다.연습실을 사용하는 단원들은 서진희와 고가령의 관계를 모른다.“서진희, 너는 어떻게 이곳에 단원으로 오게 된 거야?”고가령이 물었다.사실 오늘 서진희를 쫓아버릴 생각으로 여기 온 것이다.어제 서진희가 저택에 왔다가 다시 돌아간 뒤로 서씨 어르신은 하루 종일 상태가 좋지 않았다.계속 기침을 하더니 급기야 피를 토했고 그 뒤로 침실로 들어가서 나오지 않았다.가족들은 어르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었지만 어르신은 그저 고개만 가로저을 뿐이었다.하지만 고가령은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그녀는 자신이 가문을 위해 뭐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서씨 어르신을 대신해서 서진희를 멀리 쫓아버리면 이곳에서 자신의 입지가 더 단단해진다고 착각했다.그게 다가 아니었다. 서진희라는 친딸을 제거하면 자신이 이 집안의 유일한 공주가 될 것 같았다.서씨 가문의 딸이라는 타이틀이 생기면 그녀가 세운 계획에 더 가까워진다는 게 그녀의 생각이
그 뒤로 신세희는 6년의 도주생활을 했다.하지만 그녀는 운이 좋은 여자였다. 그 과정에서 부소경의 아이를 임신했으니.그래서 부소경은 어쩔 수 없이 신세희를 집으로 불러들이고 그녀와 결혼했다.고가령은 왜 부성웅이 신세희를 그토록 싫어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저런 며느리를 맞이했으니 당연히 기분 나쁘지!하지만 이건 그들에게 기회이기도 했다.먼저 엄마인 서진희를 쓰러뜨리고 서씨 가문에서 입지를 다지면 부성웅에게 좋은 인상을 남길 수도 있다.그런 이유로 고가령은 이 춤 연습실에 강사로 들어오게 된 것이다.이곳에 들어오는 건 너무 쉬웠다.해외에서 돌아왔다는 신분도 있었고 서씨 가문의 경호원이 직접 차를 운전해 그녀를 여기까지 데려왔으니 모두가 그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서진희는 오늘 연습 일정이 없었으나 고가령이 단장에게 부탁해서 이곳으로 불러들인 것이다.고가령은 사람들 앞에서 서진희를 톡톡히 망신 줄 작정이었다.“아니, 댄스 교실에서는 사람을 가리지 않고 받아요? 저런 부도덕한 사람을 받아도 되는 거에요?”고가령은 기고만장한 얼굴로 노인 댄스 교실 단장에게 물었다.단장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가령을 바라보았다.“강사님,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다른 사람의 가정을 파탄낸 불륜녀면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요?”고가령이 말했다.“그건 그렇지만 만약 우리 단원 중에 그렇게 부도덕한 사람이 있다면….”“저 여자요!”고가령은 단장이 말하기도 전에 서진희를 가리켰다.“저 여자 엄마가 우리 이모와 이모부의 가정을 파탄냈어요. 저여자 엄마 때문에 내 이모부와 이모는 평생 악몽 속에서 살았다고요.”“내 이모부 내외가 어떤 고통을 받으며 살았는지 아세요? 저 여자와 저 여자 엄마는 껌딱지처럼 이모부한테 매달렸다고요!”“저런 여자가 무슨 자격으로 아직도 사회에서 머리 들고 다니는지 모르겠네요!”모두가 멍한 표정으로 고가령을 바라보았다.솔직히 결론적으로 불륜녀는 서진희가 아니라 서진희의 어머니였다.그리고 서진희의 어머니라고
목이 졸린 고가령의 얼굴이 흙빛이 되었다.쿨럭!“말해! 말 못하면 죽여버리겠어!”서진희는 목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그녀가 좀 왜소해 보이기는 해도 서진희는 고가령보다 머리 하나 정도는 컸다.젊은 시절 서씨 어르신의 우월한 유전자와 생모인 주희진의 키를 물려받은 서진희는 태어날 때부터 팔다리가 길쭉길쭉했다. 50세가 넘은 나이였지만 그녀는 여전히 신장 170을 자랑했다.서진희는 신장에서 고가령보다 우세를 점했다.게다가 어릴 때부터 양부모를 도와 밭일을 하며 단련된 체력과 근력이 있었다. 결혼하고 공장에서 일한 경험이나 재혼하고도 산에서 밭일을 한 경험도 있었다.서진희는 체력적으로 절대 고가령에게 밀리지 않았다.조금 말라 보이기는 해도 힘은 상당했다.최근 거리 생활을 하기는 했지만 위험을 피해 도망다니느라 민첩성도 많이 좋아졌다.아무 대비도 하지 못하고 입만 털어대는 고가령을 쓰러뜨리기에는 충분했다.반면 고가령은 어지간히 놀란 모양이었다.그녀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힘겹게 말했다.“목을 잡고 있으니 말을….”서진희는 고가령의 목을 잡고 있던 손을 잠시 풀었다.“네 입으로 말해! 나랑 네 이모부가 무슨 관계지?”이렇게 말하며 서진희는 고가령의 얼굴에 대고 주먹을 불끈 쥐었고 머리채를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고가령은 극심한 통증에 이를 악물면서도 여전히 악을 썼다.“서진희! 네가 감히 나를 때려? 내가 누군지 잊었어? 네가 어릴 때도 내 이모부는 나를 딸처럼 아꼈어! 자라면서 많이 봤잖아? 내 이모부가 나를 위해 화려한 생일파티를 준비하는 모습을!”“너는 어땠지? 넌 우리 가문에서 키우는 개만도 못한 존재였어! 그런데 무슨 염치로 자꾸 이모부를 찾아가? 너 때문에 이모부가 짜증나서 쓰러진 건 알아?”고가령의 욕설을 들은 서진희는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화가 치밀었다.“고가령! 잘 들어! 내가 아무리 못나도 나는 그 사람 피를 물려받은 딸이야! 내가 아무리 못나도 나는 서씨야! 그런데 너는 뭐지? 너는 고씨야! 고씨 주제에 내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