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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2화

“고모, 사실… 고모도 우리 할아버지를 신경 쓰고 계셨죠?”

서준명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서진희는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되물었다.

“내가 아니라고 말하면 너는 속상해할 거야?”

서준명이 대답했다.

“아니요, 고모.”

“준명이 너는 참 든든하고 착한 아이야. 고모한테는 아주 훌륭한 조카지. 너를 가족으로 인정한 건 우리가 혈연관계이기도 하지만 네가 네 할아버지나 아버지와는 다른 사람이기 때문이기도 해. 너는 한 번도 이 고모에게 싫은 감정을 드러낸 적 없고 오히려 내 어머니가 살던 집을 깨끗하게 관리해 주었지. 네가 정 많은 아이라는 건 내가 잘 알아.”

“고마워요, 고모.”

서준명이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네 할아버지는 달라.”

서진희가 씁쓸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 할아버지에게 나는 원치 않은 아이였겠지. 나는 태어날 것을 거부할 능력이 없었어. 아기 때도, 어린이집 다닐 때도 나는 네 할아버지의 혐오의 대상이었어.”

“네 할아버지는 내가 죄악의 근원이라는 듯이 행동했고 나도 그렇게 느꼈어. 태어날 때부터 환영 받지 못하는 존재가 나였으니까.”

“자신감 없고 어두운 성격을 가지지 않았던 건 네 작은할머니가 낙천적이고 현명한 여자였기 때문이야. 내 엄마가 없었으면 아마 나는 네 할아버지 구박에 미쳐버렸을지도 몰라.”

“그런 사람을 내 아버지로 인정할 수 있을까? 신경 쓰이긴 하지. 하지만 미움이 더 큰 것도 당연한 거 아니야?”

“내가 속상한 건 난 태어날 때부터 아빠 없이 태어난 아이이기 때문이야. 하지만 고가령은 다르지. 우린 어릴 때 같이 공부하고 친하게 지냈지만 걔는 항상 우월감에 취해 있었어. 지금도 네 할아버지의 사랑을 받고 있지.”

“준명아, 이건 질투일까?”

서준명은 비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고모, 못 받은 사랑은 제가 채워드릴게요. 저를 아들로 생각해 주세요. 평생 고모한테 효도할게요.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못 해준 거, 제가 다 해드릴게요. 제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용서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고마워, 준명아.”

서진희가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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