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에 또 이렇게 바보처럼 굴면 그냥 죽어!네 딸을 생각해! 그 고생을 하고 겨우 지금의 행복을 찾았는데 다른 사람이 와서 방해하는 걸 보고만 있어?너도 마찬가지야! 넌 그 고생했던 날들이 지겹지도 않아?그게 다 저 서씨 가문 때문이야!네가 왜 그들을 두려워해?50세가 넘은 여자는 거울을 보며 눈물을 흘렸고 무능한 자신에게 욕설을 퍼부었다.“넌 아무것도 가진 게 없잖아. 잃을 게 없는데 뭐가 두려워? 다시는 그 인간들 두려워하지 마!”서진희는 그런 식으로 자신에게 힘을 주었다.마침 그때, 핸드폰이 울렸다.발신자를 확인한 서진희는 바로 전화를 받았다.“그래, 세희야. 출근했어?”뭔가 이상함을 느낀 신세희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엄마, 어제 같이 밥 먹을 때까지 목소리가 괜찮았는데 지금은 왜 잠겨 있어?”서진희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오늘 아침 일찍 아침시장에 가서 그래. 토종닭 한 마리 사다가 백숙 끓여 먹으려고 했거든. 닭백숙이 그렇게 피부에 좋다잖아.”신세희는 웃음을 터뜨리며 장난스럽게 물었다.“엄마, 엄마도 피부 관리해?”서진희는 질문에 대답 대신 계속해서 말했다.“그런데 토종닭이 그렇게 인기 좋을 줄은 몰랐다? 딱 한 마리 남은 거 어느 귀티 나는 사모님이랑 나랑 동시에 집어들었지.”“엄마, 설마 그 사모님이랑 싸운 거 아니지?”신세희가 약간 놀란 말투로 물었다.“그러면 안 되나?”서진희가 웃으며 말했다.“막 싸운 것까지는 아닌데 그 여자가 너무 듣기 싫게 욕하더라. 옷차림도 귀티 나고 공주처럼 곱게 생긴 여자가 입은 왜 그렇게 더러운지. 나한테 시정잡배라고 막 욕하더라고. 내가 파렴치한 거지 같다고 했나? 내가 보기엔 그 여자가 더 시정잡배 같았는데 말이야.”“엄마! 그 여자 누구야! 아는 사람이야? 왜 나한테 전화하지 않았어? 가서 입을 확 찢어버렸을 텐데!”사실 신세희는 싸움을 좋아하는 성격은 아니었다.하지만 누군가가 자신의 엄마를 건드리면 이야기는 달라진다.엄마의 이야기를 듣고 나
고가령은 자기가 생각하기에 가장 우아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건 생각 못 했지, 서진희?”서진희의 두 눈이 시뻘겋게 물들었다.그녀는 치미는 분노를 억제하며 딸과 했던 대화를 떠올렸다. 이상하게 기분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시정잡배면 뭐가 어때서?우아함을 고집한다고 돈이 더 생기는 건 아니다.진실된 모습으로 후회 없는 삶을 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맞아도 싸다!“여기까지 따라올 줄은 몰랐는데.”서진희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춤을 배우러 온 다른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로를 번갈아 보았다.이곳에서 어느 정도 적응된 서진희는 항상 예의 바르고 정 많은 사람이었고 이곳에서는 막내로 통했다.50세가 넘은 나이에도 타고난 분위기와 외모가 호감형이었다.그래서 이곳 친구들은 모두 서진희를 좋아했다.그런데 아침에 서진희보다 더 젊어 보이고 더 화려한 외모를 가진 댄스 강사가 나타났다.그들은 이 강사가 누군지 모른다.이곳 단장이 데려온 사람인데 해외에서 귀국하지 얼마 안 된 해외파라고 했다.연습실을 사용하는 단원들은 서진희와 고가령의 관계를 모른다.“서진희, 너는 어떻게 이곳에 단원으로 오게 된 거야?”고가령이 물었다.사실 오늘 서진희를 쫓아버릴 생각으로 여기 온 것이다.어제 서진희가 저택에 왔다가 다시 돌아간 뒤로 서씨 어르신은 하루 종일 상태가 좋지 않았다.계속 기침을 하더니 급기야 피를 토했고 그 뒤로 침실로 들어가서 나오지 않았다.가족들은 어르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었지만 어르신은 그저 고개만 가로저을 뿐이었다.하지만 고가령은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그녀는 자신이 가문을 위해 뭐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서씨 어르신을 대신해서 서진희를 멀리 쫓아버리면 이곳에서 자신의 입지가 더 단단해진다고 착각했다.그게 다가 아니었다. 서진희라는 친딸을 제거하면 자신이 이 집안의 유일한 공주가 될 것 같았다.서씨 가문의 딸이라는 타이틀이 생기면 그녀가 세운 계획에 더 가까워진다는 게 그녀의 생각이
그 뒤로 신세희는 6년의 도주생활을 했다.하지만 그녀는 운이 좋은 여자였다. 그 과정에서 부소경의 아이를 임신했으니.그래서 부소경은 어쩔 수 없이 신세희를 집으로 불러들이고 그녀와 결혼했다.고가령은 왜 부성웅이 신세희를 그토록 싫어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저런 며느리를 맞이했으니 당연히 기분 나쁘지!하지만 이건 그들에게 기회이기도 했다.먼저 엄마인 서진희를 쓰러뜨리고 서씨 가문에서 입지를 다지면 부성웅에게 좋은 인상을 남길 수도 있다.그런 이유로 고가령은 이 춤 연습실에 강사로 들어오게 된 것이다.이곳에 들어오는 건 너무 쉬웠다.해외에서 돌아왔다는 신분도 있었고 서씨 가문의 경호원이 직접 차를 운전해 그녀를 여기까지 데려왔으니 모두가 그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서진희는 오늘 연습 일정이 없었으나 고가령이 단장에게 부탁해서 이곳으로 불러들인 것이다.고가령은 사람들 앞에서 서진희를 톡톡히 망신 줄 작정이었다.“아니, 댄스 교실에서는 사람을 가리지 않고 받아요? 저런 부도덕한 사람을 받아도 되는 거에요?”고가령은 기고만장한 얼굴로 노인 댄스 교실 단장에게 물었다.단장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가령을 바라보았다.“강사님,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다른 사람의 가정을 파탄낸 불륜녀면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요?”고가령이 말했다.“그건 그렇지만 만약 우리 단원 중에 그렇게 부도덕한 사람이 있다면….”“저 여자요!”고가령은 단장이 말하기도 전에 서진희를 가리켰다.“저 여자 엄마가 우리 이모와 이모부의 가정을 파탄냈어요. 저여자 엄마 때문에 내 이모부와 이모는 평생 악몽 속에서 살았다고요.”“내 이모부 내외가 어떤 고통을 받으며 살았는지 아세요? 저 여자와 저 여자 엄마는 껌딱지처럼 이모부한테 매달렸다고요!”“저런 여자가 무슨 자격으로 아직도 사회에서 머리 들고 다니는지 모르겠네요!”모두가 멍한 표정으로 고가령을 바라보았다.솔직히 결론적으로 불륜녀는 서진희가 아니라 서진희의 어머니였다.그리고 서진희의 어머니라고
목이 졸린 고가령의 얼굴이 흙빛이 되었다.쿨럭!“말해! 말 못하면 죽여버리겠어!”서진희는 목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그녀가 좀 왜소해 보이기는 해도 서진희는 고가령보다 머리 하나 정도는 컸다.젊은 시절 서씨 어르신의 우월한 유전자와 생모인 주희진의 키를 물려받은 서진희는 태어날 때부터 팔다리가 길쭉길쭉했다. 50세가 넘은 나이였지만 그녀는 여전히 신장 170을 자랑했다.서진희는 신장에서 고가령보다 우세를 점했다.게다가 어릴 때부터 양부모를 도와 밭일을 하며 단련된 체력과 근력이 있었다. 결혼하고 공장에서 일한 경험이나 재혼하고도 산에서 밭일을 한 경험도 있었다.서진희는 체력적으로 절대 고가령에게 밀리지 않았다.조금 말라 보이기는 해도 힘은 상당했다.최근 거리 생활을 하기는 했지만 위험을 피해 도망다니느라 민첩성도 많이 좋아졌다.아무 대비도 하지 못하고 입만 털어대는 고가령을 쓰러뜨리기에는 충분했다.반면 고가령은 어지간히 놀란 모양이었다.그녀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힘겹게 말했다.“목을 잡고 있으니 말을….”서진희는 고가령의 목을 잡고 있던 손을 잠시 풀었다.“네 입으로 말해! 나랑 네 이모부가 무슨 관계지?”이렇게 말하며 서진희는 고가령의 얼굴에 대고 주먹을 불끈 쥐었고 머리채를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고가령은 극심한 통증에 이를 악물면서도 여전히 악을 썼다.“서진희! 네가 감히 나를 때려? 내가 누군지 잊었어? 네가 어릴 때도 내 이모부는 나를 딸처럼 아꼈어! 자라면서 많이 봤잖아? 내 이모부가 나를 위해 화려한 생일파티를 준비하는 모습을!”“너는 어땠지? 넌 우리 가문에서 키우는 개만도 못한 존재였어! 그런데 무슨 염치로 자꾸 이모부를 찾아가? 너 때문에 이모부가 짜증나서 쓰러진 건 알아?”고가령의 욕설을 들은 서진희는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화가 치밀었다.“고가령! 잘 들어! 내가 아무리 못나도 나는 그 사람 피를 물려받은 딸이야! 내가 아무리 못나도 나는 서씨야! 그런데 너는 뭐지? 너는 고씨야! 고씨 주제에 내
단장이 다급히 서진희를 말렸다.“서진희 씨! 그만 둬요! 이러다가 사람 죽겠어요!”하지만 서진희는 듣지 않았다.그녀는 주먹을 휘두르며 욕설을 퍼부었다.“고가령, 잘 들어! 네가 누구한테 아버지라고 부를지 그건 네 일이고 서씨 가문의 딸이 되는 것도 네 자유야! 하지만 내 딸의 행복을 건드릴 생각은 하지 마! 그러다가는 진짜 죽여버릴 수 있으니까! 세희를 위해서라면 난 뭐든 할 수 있어!”짝!고가령의 얼굴은 이미 곳곳에 피멍이 들었다.조금 전까지 고상하던 얼굴은 이미 엉망이 되었다.서진희의 눈에 광기가 돌았다.몇십 년이나 참았던 분노였다.어릴 때부터 그렇게 원하던 아버지의 사랑을 이 여자가 차지해 버렸다.그런데 오늘까지 나타나서 사람을 괴롭혀?고가령이 거의 정신이 혼미해질 때쯤, 밖에서 네 명의 경호원이 안으로 뛰어들어왔다.그들은 달려들어 서진희를 붙잡았다.고가령은 그제야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머리는 죄다 뜯겨서 두피에서도 피가 흘렀고 고통에 일그러진 얼굴은 볼썽사나웠다.“저 여자를 당장 때려 죽여! 당장!”하지만 경호원들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그들은 서씨 어르신의 신변을 지키는 경호원들이었다.그의 곁에서 십여 년을 지켰다.그들은 딸을 찾으면서 절망에 몸부림치던 서씨 어르신을 곁에서 지켜봤고 외손녀를 만났을 때 그가 얼마나 기뻐하는지도 보았다. 모든 그리움과 죄책감 때문에 가짜 외손녀에게 무한한 사랑을 쏟던 그의 모습도 옆에서 봤다.그리고 두 달 뒤에 진실을 알고 무너지던 어르신의 모습도 보았다.그는 드디어 친딸을 찾았다.하지만 딸은 그런 그를 아버지로 인정하지 않았다.경호원들은 이런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나라도 인정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서진희 입장에서 생각하면 너무 억울하고 분할 것이다.자존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절대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그래서 점점 쇠약해지는 노인을 보면서 안쓰럽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어제, 서씨 어르신의 친척이라고 하면서 고가령이 저택에 입주할 때 어르신은 상
고가령과 서진희는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연습실 입구에 신세희가 잔뜩 인상을 쓰고 서 있었다.그녀는 차갑게 굳은 얼굴에 두 눈에 살기를 담아 고가령을 쏘아보고 있었다.그 표정을 본 고가령은 저도 모르게 움찔했다.그 사이에 신세희가 엄마에게 다가갔다.그녀는 웃으며 서진희에게 말했다.“엄마! 잘했어!”서진희가 의아한 표정으로 딸을 바라보았다.“세희 네가 어쩐 일이야?”신세희는 안쓰러운 표정으로 엄마를 바라보며 말했다.“일하는데 자꾸 엄마 목소리가 신경 쓰이더라고. 뭔가 느낌도 안 좋고 해서 일 제쳐두고 왔는데 집에는 없어서.”“전화해도 받지도 않고 걱정돼서 혹시 여기 있나 와봤어.”서진희는 그제야 핸드폰을 꺼내 확인했다. 아니나 다를까, 딸에게서 온 부재중 전화가 열 통이나 있었다.고가령이 오자마자 소란을 부리는 바람에 그녀와 머리채를 잡느라 핸드폰이 울리는 줄도 몰랐다.서진희는 미안한 얼굴로 딸을 바라보며 말했다.“엄마 걱정은 하지 마. 이런 건 엄마 스스로 처리할 수 있어! 저 여자가 네 앞길을 방해한다면 죽여 버릴 거야!”신세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담담하게 말했다.“소경 씨가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누가 와서 방해하지 않아도 절대 행복할 수 없을 거야. 소경 씨가 나를 사랑하면 누가 작정하고 덤벼도 우리 사이를 못 갈라.”그 말을 들은 현장의 모두가 신세희에게 감탄했다.“하지만 엄마, 오늘은 좀 심했어. 보는 눈도 많은데 사람을 이렇게 때리면 어떡해?”신세희는 표정을 바꾸어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엄마를 바라보며 말했다.딸을 본 순간부터 서진희는 든든함을 느꼈다.그녀는 억울한 마음을 딸에게 토로했다.“사실은 세희 네가 이틀 전 집에 왔을 때도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주말 아니면 시간도 안 나는데 갑자기 평일에 왔을 때부터 뭔가 일이 있구나 했지.”“엄마는 나를 너무 잘 알아.”“그런데 네가 무슨 일인지 얘기해 주지 않아서 준명이한테 전화했어. 고가령이 딸을 데리고 귀국했다는 소식은 준명이한테 들었어. 그 딸이 소경
댄스 교실의 모두가 고가령을 비난했다.고가령은 얼굴 통증과 두피 통증에 아직도 잔뜩 인상을 구기고 있었다.가장 절망적인 건 도망갈 틈이 안 보인다는 점이었다.수십명의 댄스 단원이 자신을 향해 손가락질할 거라고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고가령은 어릴 때부터 칭찬만 받고 자랐다.스무 살이 되기 전 고가령은 서울이나 남성에서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다니는 존재였고 아무도 그녀의 말에 반박하지 못했다.그녀가 거리에서 욕설을 내뱉으면 그 모습마저 귀엽다고 사람들이 말했다. 오히려 그녀를 욕하게 만든 상대가 시정잡배라고 했다.그래서 지금도 고가령은 아무도 자신의 말에 반박하지 않을 거라고 착각하고 있었다.게다가 그녀는 외국생활을 하고 돌아온 해외파였고 오늘 이곳에 특별 강사로 초빙된 사람이었다.고가령은 당연히 자신이 좌중을 압도하는 존재라고 생각했고 이 순박한 노인네들이 자신과 함께 겁쟁이 서진희를 욕해줄 거라 생각했다. 항상 자신만 보면 어깨를 움츠리던 서진희가 자신에게 매를 들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그런데 그 딸까지 합세했다.신세희!3일 전에 자신의 딸을 무자비하게 폭행했던 여자였다.고소정은 치마가 다 찢어진 채, 신세희에게 내쫓겨서 거리로 던져졌다.분노가 치밀었지만 고가령은 신세희를 똑바로 볼 수 없었다.신세희가 사람 하나 죽일 것 같은 눈빛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고가령!”신세희가 입을 열었다.“당신 딸 고소정이 3일 전에 내 남편 회사까지 찾아와서 추한 짓을 했어. 그러다가 나한테 들켜서 망신만 당하고 쫓겨났지. 그것으로도 부족해서 이제 엄마까지 찾아와서 우리 엄마한테 행패야? 정말 죽고 싶어?”“아니면 내 남편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한 거야? 내 남편에 대한 소문은 제대로 듣지 못했나 봐?”그녀의 남편!필요하다면 언제든지 기꺼이 그녀를 위해 칼을 휘두를 수 있는 남자였다! 신세희는 그걸 숨길 생각도 없었다.고가령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꺼져!”신세희가 말했다.서준명을 봐서 이 정도로 넘어가 준 것이
고가령의 울음소리를 들은 부성웅은 화들짝 놀라며 자세를 고쳐 앉았다.마침 진문옥도 옆에 없었기에 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고가령을 달랬다.“가령아 울지 마. 어떻게 된 거야? 제대로 말을 해야 알지. 울지 말고 차근차근… 오빠가 도와줄게.”그러자 고가령은 더 크게 울음을 터뜨렸다.“성웅 오빠, 저 어려서부터 이렇게 모욕감을 느낀 적은 없어요. 오빠네 며느리랑 그 엄마가 너무 끔찍해요!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폭력적일 수 있어요? 내가 춤 연습실에 강사로 갔다가 무슨 일을 당했는지 알아요? 해외파 교수인 내가 글쎄 그 엄마한테 물매를 맞았어요.”“뭐라고?”부성웅이 흠칫하며 허리를 펴고 앉았다.“내 며느리… 그러니까 신세희가 너를 때렸다고?”“오늘은 그 엄마까지 합세해서 매질을 하더라고요.”고가령이 흐느끼며 말했다.“버르장머리 없는 년이!”부성웅이 화가 나서 탁자를 쳤다.“가령아, 울지 마. 다친데는 어때? 일단 병원으로 가. 나머지는 내가 처리할게. 네가 억울할 일 없이 내가 제대로 처리할 거야! 신세희 걔가 또 무슨 소리를 지껄이나 들어봐야지!”“고마워요, 오빠. 먼저 끊을게요. 본가에는 돌아가지 못할지도 몰라요. 이모부가 이런 모습을 보고 얼마나 놀라겠어요? 내가 그 여자한테 이 정도로 맞은 줄을 알면 원래도 그 모녀를 싫어하는데 화병이라도 나실까 겁나요.”“그래, 가령아. 일단 근처에 있는 호텔로 가. 신세희 걔는 내가 처리해 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고마워요, 성웅 오빠. 그럼 끊을게요.”전화를 끊은 부성웅은 씩씩거리며 거실에서 왔다갔다했다.30분 뒤, 화분에 물을 다 준 진문옥이 돌아왔다.“당신 왜 그래?”진문옥이 묻자 부성웅이 씩씩거리며 말했다.“신세희 걔 혼쭐 내주고 싶지 않아?”진문옥은 잠시 말이 없다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래도 당신 며느리잖아. 아무리 걔가 싫어도 당신이 나만 하겠어?”“쪼잔한 여편네 같으니라고!”부성웅이 아내를 흘겨보며 말했다.“이게 다 당신을 위해 그런 거야! 사실 나는 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