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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4화

서진희는 멍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눈앞에 서로를 다정하게 바라보는 두 사람은 마치 부녀 사이처럼 각별해 보였다.

서진희는 몇십 년 만에 만난 고가령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세월은 고가령의 얼굴에 그렇게 많은 흔적을 남기지는 않았다.

정말 신의 사랑을 받는 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녀는 여전히 우아하고 고귀한 모습 그대로였다.

여전히 공주처럼 사랑 받는 존재였다.

반면 그녀는 어떨까?

소박한 차림에 딸을 걱정하는 마음에 머리도 빗지 않고 달려왔다. 눈앞에 공주마마처럼 우뚝 서 있는 그녀를 보자 자괴감이 들었다.

그리고 휠체어에 탄 노인.

그 사람은 고가령과 함께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가족이 돌아와서 좋으시겠어요.”

서진희가 갈린 목소리로 말했다.

서씨 어르신은 그제야 딸을 발견했다.

초췌하고 상처 입은 눈빛.

서씨 어르신은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

사실 어제 고가령 모녀가 외손녀까지 데리고 집에 들어올 때 그들이 하는 말을 어렴풋이 들었다.

부소경 아내가 경박하고 무례한 여자라든가.

고소정이 신세희 때문에 회사에서 힘들어졌다든가.

경박하고 무례한 여자한테 맞아서 내팽개쳐졌으며 신세희 그 여자는 시정잡배와 다름없다는 얘기였다.

어르신은 그때 잠든 상태였기에 어렴풋이 들었지만 고가령 모녀는 그가 못 들은 줄로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서준명의 부친과 서준명이 이 대화의 주제를 노골적으로 싫어했기 때문이었다.

가장 심한 건 서준명이었다. 그는 그들 모녀에게 대놓고 싫은 티를 냈다.

결국 고소정이 나서서 대화를 마무리했다.

“오빠, 저 정말 일부러 부 대표님한테 접근한 거 아니에요. 어떻게든 증명해 보일게요. 오빠 명함을 통행증으로 쓰고 조금 성급하게 접근한 건 인정할게요. 하지만 저는 마케팅 직원이에요. 실적을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요.”

“엄마는 이곳을 집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작은할아버지나 외삼촌도 제 엄마를 가족으로 대해주시죠. 하지만 저는 제 힘으로 먹고 사는데 전혀 부담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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