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그녀는 서준명의 전화를 받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욕실에서 샤워 준비를 하는 동안, 서준명에게서 걸려 온 전화를 보고 부소경이 전화를 받아 그녀의 귓가에 가져다주었다.신세희는 뾰로통한 얼굴을 하고 있는 남자를 쳐다보았다.휴...오후에 그만큼 시달렸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집으로 돌아와서 다시 뜨겁게 달아오른 남자를 생각하니 벌써부터 다리가 떨렸다.이상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부소경의 체력은 30분도 되지 않아 다시 회복된다…“별 일 없어요, 오빠. 근데 시간도 늦었는데 무슨 일로 이 시간에 전화 했어요?"찰나, 서준명의 얼굴에 씁쓸한 미소가 보였다."할아버지와 서재에서 업무를 보고 있었어. 할아버지가 주무시는 걸 확인하고 나오니 이 시간이 되었네."서준명은 사실 그대로 말했다.뿐만 아니라, 오늘 고가령과 고소정이 아이와 함께 찾아와 어르신을 뵈었다.지난번에 준 산삼을 받아신 서씨 어르신은 고맙다고 인사를 건넸다.어릴 때부터 고가령이 자라는 것을 지켜본 서씨 어르신은 그녀와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두 사람은 서씨 어르신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저녁까지 먹고 집으로 돌아갔다.항상 입이 짧았던 어르신은 오늘 밥도 많이 드시고 늦게까지 즐거워하시다 잠에 드셨다.할아버지가 괜찮아진 것을 본 서준명은 고가령과 고소정 모녀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려고 했지만저녁 10시가 넘어도 두 사람은 집으로 간다는 말을 하지 않았고, 갈 기미도 안보였다.역시 두 모녀는 서씨 가문에 눌러 앉아 살려고 들어온 것이다. 서씨 가문에서 살면 밖에서 떠돌이 생활을 하는 것보다 훨씬 좋은 대접을 받기 때문이다.시간을 보던 고가령이 하품을 하자 할아버지가 집사를 불렀다."저... 빨리 가령이와 소정이 이부자리...""할아버지!"서준명은 제때 할아버지의 말을 끊었다."할아버지 10시도 훨씬 넘었어요. 가정부들도 자야 돼요.""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어?"서준명은 소파에서 일어나 고가령과 고소정을 보며 말했다."고모... 내일 오전에 가정부들한테 별원을
서준명은 그녀의 비명소리에 깜짝 놀랐다.“세희야, 왜 그래? 무슨 일이야?”신세희는 어쩔 바를 몰라 대답했다.“아니, 그러니까... 오빠 저 침대에서 떨어졌어요.”서준명은 바로 눈치를 챘다.“미안해 세희야. 시간이 너무 늦었다. 내일 출근해서 봐.”그리고 서준명은 바로 전화를 끊었다.그 시각, 신세희는 부소경의 품에 안긴채 침대로 향했다.부소경은 그녀의 휴대폰을 테이블 위에 아무렇게나 던지고 다시 그녀를 품에 꼭 끌어안았다.“여보! 사촌 오빠 전화에 대체 뭐 하는 거예요! 내가 받는게 싫었으면 당신이 받지 말지! 휴 정말 됐어요!”그녀의 화난 목소리에도 부소경은 그저 어깨만 으쓱거렸다.“서준명한테 전해. 다시 늦은 시간에 전화하면 죽여버린다고.”“사촌 오빠라고요! 사촌 오빠!”“남녀 사이에 오빠가 어디 있어!”그는 신세희의 입술을 틀어막았다.그는 세상 만물 이치에서 신세희에게 다가오는 남자들은 다 불순한 의도를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여보...”“오후에 사무실에서도, 아까도 이미...”“왜? 남편 실력이 그것밖에 안 되는 것 같아?”그녀의 말에 신경이 쓰였는지 부소경은 부드럽게 그녀를 달래주었다.다음날 아침.먼저 잠에서 깬 부소경은 곤히 잠든 신세희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신세희는 잠에서 덜 깬 목소리로 말했다.“좋은 아침이요, 야수 같은 남편님.”“나를 더 꽉 껴안고 울부짖은 사람이 누군데. 이제와서 야수?”그의 말에 신세희는 부소경의 팔을 꽉 껴안았다.“우리 남편 나쁜 남자였네요.”“더 나쁜 남자가 될 수도 있어.”그녀의 나른한 목소리와 반쯤 풀린 눈은 부소경의 아침을 더욱 활기차게 만들었다.지금 이대로 다시 침대에 누우면 오늘은 출근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그는 바로 침대에서 내려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오늘은 몸에 꽉 맞는 옷 금지! 하이힐 금지! 편한 차림에 운동화 신어.”“네네, 남편님”그의 말대로 신세희는 통 큰 바지에 하얀색 후드티를 입었다.금방 잠에서 깬 신유리는 그녀를 보
“엄마, 잠깐만.”아이는 방으로 달려가더니 나비 장식이 있는 머리끈을 신세희에게 건넸다.“엄마, 높게 머리 묶어봐.”신세희는 아이의 요구대로 머리를 높게 묶었다.머리를 높게 묶으니 아이의 말대로 진짜 학생처럼 보였다.아이는 신세희의 차림이 마음에 들기라도 한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너무 편한 차림인 것 같아 신경이 쓰였지만 몸이 힘든 것을 생각해 그냥 그대로 입고 부소경과 함께 유리를 유치원에 등원시켰다.유리가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볼 때까지 고소정을 만나지 못했다.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어제 일로 인해 전학을 갔을 가능성도 있었기 때문이다.신세희는 아이를 선생님한테 맡기고 다시 차에 올라타 회사로 향했다.회사에 도착한 후, 부소경에게 손을 흔들며 들어가고 부소경도 그의 회사로 향했다.신세희는 손에 가방을 쥐고 휴대폰을 보며 고개를 숙이고 회사로 들어섰다.엘리베이터에 탑승하기 전, 누군가 뒤에서 소리를 질렀다.“세희야!”그 소리가 어찌나 큰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일제히 뒤를 돌아보았다.엘리베이터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서준명이 손을 흔들며 달려왔다.“오빠...”“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어.”“어제 일은 내가 미안해.”그가 먼저 어제 일에 대해 말을 꺼내자 신세희가 물었다.“고소정... 그 여자가 어떻게 오빠 개인 명함을 갖고 있죠? 그거 때문에 소경 씨가 저한테 오빠도 적게 만나라고 하는데… 사실 그 개인 명함 갖고 있는 사람 별로 없잖아요.”“그 명함이 왜 고소정한테 있는 거죠? 직원은 오빠의 명함때문에 들여보내준 거라고 했어요.”“휴. 그러니까.”서준명은 한숨을 쉬더니 입을 열었다.“그러니까 어제 선희 씨랑 다시 사귀기로 했어. 그래서 점심에 같이 밥을 먹으려고 했는데, 아버지가 갑자기 나한테 전화가 오셔서 고가령 고모랑 같이 밥을 먹으라고 하시는 거야.”“그래서 레스토랑에 갔고, 그때 룸에 명함지갑을 놓고 나왔어. 고가령이 그 명함을 손에 넣는 것을 본 아버지가 나한테 전화 하신거고.”“그래서 혹시나
고소정이 부르는 오빠 소리에 서준명은 소름이 끼쳤다.어제저녁, 그녀와 그녀의 어머니가 할아버지를 기쁘게 하지 않았다면 절대 참지 않았을 것이다.“너는 여기 어쩐 일이야?”“아 오빠, 저 지나가는 길이였어요.”고소정은 싱긋 웃어 보이며 말했다.“어제 오빠가 집에 들어와 지내도 된다고 해서 오늘 엄마랑 필요한 물건을 사러 나왔어요. 그리고 식구들한테 드릴 선물도 사려고요.”고소정은 말을 하면서 신세희를 힐끗거렸다.신세희가 들었으면해서 일부러 그녀 앞에서 말을 한 것이다.그리고 고소정은 쇼핑백을 서준명에게 건네며 말했다.“오빠, 이건 오빠 선물이에요.”그러자 서준명은 그녀의 손을 쳐냈다.“필요 없어!”고소정의 얼굴이 순식간에 달아올랐다.신세희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오늘의 고소정은 착한 여동생 역할인 듯했다.아주 두 눈을 뜨고 봐주지 못할 지경이다.“오빠, 나 먼저 올라갈게요. 여동생이랑 이야기 나누세요!”“엇! 뭐야!”그때, 뒤에서 로비를 떠들썩하게 하는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그 사람은 바로 엄선희였다.엄선희는 민정아의 손을 잡고 신세희 곁으로 다가왔다.엄선희는 아니꼬운 시선으로 고소정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이건 또 어디서 굴러온 쓰레기야?”엄선희는 고소정을 흘겨보며 다시 신세희를 바라보았다.신세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민정아가 먼저 입을 열었다.팔짱을 끼고 고소정의 앞에 다가가 기선제압을 하는 것 같았다.“세희 씨! 이 여자한테 그동안 얼마나 많은 남자 등골 빼먹었는지 물어봤어?”“길에 나가서 아무 여자나 잡아와도 얘보단 낫겠다. 아주 축 늘어진 감자처럼 죽을 상이네.”민정아는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는 로비라는 것도 생각하지 않고 마구 내뱉었다.“정아야!”“여자라면 말 좀 이쁘게 해!”“오빠!”“구서준 집에서 그만 나와! 이제 집으로 들어와 살아! 이모한테서 제대로 된 신부수업도 받고!”서준명은 민정아에게 잔소리를 퍼부었다.민정아는 서준명을 쳐다보며 말했다.“우리 세희 씨가 부씨 가문에서 얼마나
두 사람이 하는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고소정은 소리를 내어 웃음을 터뜨렸다.“오빠, 다른 친척분들도 아주 재밌는 사람들이네요.”그리고 그녀는 민정아를 쳐다보며 회사 사모님이라도 되는 것 마냥 말했다.“오빠 사촌 동생 맞죠? 그러니까 내 언니가 되는건가? 저는 고소정이라고 해요. 앗, 미안해요 언니, 언니 선물을 미리 준비하지 못했네요.”민정아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머리를 긁적거렸다.“미친년이!”엄선희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그리고 고소정을 흘겨보며 말했다.“너, 사람 잘못 찾았어! 서씨 가문에서 돈이라도 많이 갖고 가려고 한 것 같은데, 그것도 일단 내 맘에 들어야 하지 않겠어?”고소정은 미간을 찌푸렸다.“저... 오늘부터 서씨 가문에 들어가서 살게 됐어요.”“누구 마음대로 집에 들어와 살아! 어디라고!”그녀는 버럭 화를 냈다. 곁에 있던 민정아도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지었다.고소정은 그 모습을 보고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곁에 있던 신세희는 그 모습을 보고 고소정이 쉽지 않은 사람이라는 것을 발견했다.세 사람 중 신세희가 제일 냉정하게 판단을 하고 있었다.그녀는 민정아와 엄선희의 팔을 잡고 자신의 쪽으로 끌어당겼다.“두 사람 그만해! 화내니까 얼굴에 주름지는 것 좀 봐! 그만하고 올라가자. 내가 점심에 아주 좋은 마사지숍으로 쏜다!”신세희가 민정아와 엄선희를 끌고 올라갔다.엘리베이터에서 그녀는 아무 일도 없는 척 민정아를 보며 말했다.“정아 씨, 저 여자 쉬운 여자 아니야. 아주 무서운 여자야.”“그치? 나도 느꼈어!”민정아는 바로 신세희의 엉덩이를 토닥이며 말했다.“그러면 어떡하면 좋을지 우리 세희 씨가 알려줄래?”“저 미친년이 지금 제일 부족한게 무엇일까?”그녀의 말에 민정아의 머릿속에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어머! 세희 씨, 오늘 나랑 같은 계열의 색상에 비슷한 스타일의 옷도 입고. 우린 역시 잘 통하나 봐. 안되겠다. 점심에 어디 근사한 곳으로 가서 밥이나 먹을까?”“어디로?”“남편들 불러! 나도 내 남
“오빠... 어떻게 저한테...”서준명은 바로 굳은 표정을 풀고 말했다.“너랑 너희 엄마가 우리 집에 들어와 지내도 괜찮아. 하지만 얌전히 있어. 허튼수작이라도 부리면 바로 쫓아낼 테니까.”고소정은 서준명이 이토록 앞뒤가 다른 사람인 줄 몰랐다.그는 자신을 동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엄마가 한 말에 따르면 엄마는 서씨 가문에서 자라 서씨 가족 사람들과 아주 애틋한 사이라고 했다. 예전엔 서씨 가문의 공주님이라고 불리기도 했었다.근데 지금은 대체 왜 이렇게 변했을까? 겪어보지 않은 갖은 수모에 다시 외국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자신들의 뒤를 봐주던 사람이 최근에 돌아가셔서, 앞으로의 생활이 조금이라도 편하려면 서씨 가문에 빌붙을 수 밖에 없다.고소정은 하는 수없이 다시 미소를 지으며 서준명의 마음을 돌리려고 애썼다.“오빠, 무슨 소리예요. 저 세희 씨가 말한 것처럼 그렇게 나쁜 사람 아니에요. 세희 씨는 의심병이 심한 것 같아요. 저 귀국하고 어떻게든 새로운 계약서를 따내려고 노력했어요. 어제는 너무 시간이 급해..”“그만해! 변명하지 말고 열심히 일이나 해!”서준명은 듣고 싶지 않다는 듯 그녀의 말을 끊었다.한참 후, 그가 선심을 쓴다는 말투로 말했다.“혼자 힘으로 이룬 것만이 다른 사람의 인정을 받을 수 있어. 직장도 좋고 서씨 가문의 도움도 있으니 너도 좋은 남자를 만날 수 있어.”“네 오빠. 저 진짜 열심히 일 할게요.”뒤로 돌아선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그녀가 우는 것을 본 그녀의 어머니는 깜짝 놀라 물었다.“소정아,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준명이가 너를 괴롭혔어?”“엄마!”그녀의 말에 고소정은 더욱 크게 울음을 터뜨렸다.“엄마! 엄마는 처음부터 금수저였잖아! 태어날 때부터 고귀한 신분, 좋은 학교에 유학까지 다녀오고 나도 그렇고! 근데 대체 저 여자들보다 못한 게 뭐야!”“저 여자들?”고가령은 고개를 갸웃거렸다.“오빠 약혼녀! 엄선희!”“그리고 사촌 동생인지 뭔지 하는 저 민정아! 민정아 남
고소정은 미소를 지었다.자신감이 붙은 그녀가 말했다.“엄마! 앞으로 우리 같이 부씨 가문에 시집가자! 우린 이 도시에서 가장 부유한 집의 안주인이 될 자격이 있어!”“당연하지!”고가령은 그런 딸을 품에 끌어안으며 말했다.“그러니까 서씨 가문을 잘 잡아야 해. 그들이 우리의 가장 든든한 발판이 되어줄 거야. 알겠어?”“알지, 엄마.”모녀를 태운 차가 멀리 떠나고 있었다.한편, 신세희는 찝찝한 기분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고소정은 엄마인 고가령과 함께 서씨 가문 본가에 입주하겠다고 뜻을 밝혔다.만약 그녀의 짐작이 맞다면 파티에서 서씨 가문을 초대한 목적도 고가령 때문일 것이다.말로 설명할 수 없는 섭섭함이 몰려왔다.자신의 엄마가 떠올랐다.그날 밤, 퇴근한 신세희는 신유리, 부소경과 함께 엄마의 집을 찾았다.딸이 가족들과 함께 나타나자 서진희는 의외라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오늘이 주말도 아닌데 어떻게 왔어?”신세희는 안쓰러운 눈빛으로 엄마를 보며 말했다.“엄마, 잘 지냈지?”그러자 서진희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당연하지. 요즘은 춤 연습에 집중하고 있어. 춤은 잘 못 추지만 조금씩 성장하는 맛이 있어. 열심히 해야지.”“엄마는 리듬감이 좋으니까 잘해낼 거야. 춤 연습하면서 친구는 좀 사귀었어?”신세희가 물었다.“그럼. 거의 나랑 또래라서 편해.”서진희가 말했다.“용돈 두둑이 줄 테니까 부담 갖지 말고 밥도 사고 커피도 사고 그래.”신세희가 웃으며 말했다.그녀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부소경이 골드 카드 한 장을 내밀었다.“장모님, 한도가 없는 카드니까 마음대로 써요. 백화점은 물론이고 식당, 마트 어디서든 가능해요.”서진희도 사양하지 않고 카드를 받았다.“고마워.”그날 밤, 그들 일가는 서진희의 집에서 밥을 먹었다. 신세희는 약간 안쓰러운 표정으로 자신의 엄마를 바라보고는 했다.서진희도 그것을 느끼고 있었지만 굳이 따져 묻지 않았다.엄마라서 딸의 감정을 가장 잘 느끼고 있었다.신세희는 안
“고모, 사실… 고모도 우리 할아버지를 신경 쓰고 계셨죠?”서준명이 조심스럽게 물었다.서진희는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되물었다.“내가 아니라고 말하면 너는 속상해할 거야?”서준명이 대답했다.“아니요, 고모.”“준명이 너는 참 든든하고 착한 아이야. 고모한테는 아주 훌륭한 조카지. 너를 가족으로 인정한 건 우리가 혈연관계이기도 하지만 네가 네 할아버지나 아버지와는 다른 사람이기 때문이기도 해. 너는 한 번도 이 고모에게 싫은 감정을 드러낸 적 없고 오히려 내 어머니가 살던 집을 깨끗하게 관리해 주었지. 네가 정 많은 아이라는 건 내가 잘 알아.”“고마워요, 고모.”서준명이 웃으며 말했다.“하지만 네 할아버지는 달라.”서진희가 씁쓸한 목소리로 말했다.“네 할아버지에게 나는 원치 않은 아이였겠지. 나는 태어날 것을 거부할 능력이 없었어. 아기 때도, 어린이집 다닐 때도 나는 네 할아버지의 혐오의 대상이었어.”“네 할아버지는 내가 죄악의 근원이라는 듯이 행동했고 나도 그렇게 느꼈어. 태어날 때부터 환영 받지 못하는 존재가 나였으니까.”“자신감 없고 어두운 성격을 가지지 않았던 건 네 작은할머니가 낙천적이고 현명한 여자였기 때문이야. 내 엄마가 없었으면 아마 나는 네 할아버지 구박에 미쳐버렸을지도 몰라.”“그런 사람을 내 아버지로 인정할 수 있을까? 신경 쓰이긴 하지. 하지만 미움이 더 큰 것도 당연한 거 아니야?”“내가 속상한 건 난 태어날 때부터 아빠 없이 태어난 아이이기 때문이야. 하지만 고가령은 다르지. 우린 어릴 때 같이 공부하고 친하게 지냈지만 걔는 항상 우월감에 취해 있었어. 지금도 네 할아버지의 사랑을 받고 있지.”“준명아, 이건 질투일까?”서준명은 비장한 목소리로 말했다.“고모, 못 받은 사랑은 제가 채워드릴게요. 저를 아들로 생각해 주세요. 평생 고모한테 효도할게요.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못 해준 거, 제가 다 해드릴게요. 제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용서하지 않아도 괜찮아요.”“고마워, 준명아.”서진희가 웃으며 말했다.“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