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런 감정도, 미련도 담기지 않은 차가운 말투였다.임지강에게는 그녀의 말이 사형보다도 더 고통스러운 처벌이었다.신세희는 그에게서 눈길을 돌리고 엄선우에게 말했다.“엄 비서님, 이제 모든 사실이 밝혀졌으니 저 사람들을 형사들에게 맡겨요. 임지강이 나를 모함하고 우리 엄마를 감금하고 사람을 시켜 나를 죽이려고 한 것, 하나도 빠짐없이 법정에서 진술할 겁니다.”“네, 사모님.”엄선우는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그가 임지강 일가를 데려가려는데 신세희가 또 말했다.“잠시만요, 엄 비서님.”엄선우는 공손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사모님, 다른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신 겁니까?”신세희는 아까부터 눈물만 흘리고 있는 서씨 어르신을 바라보았다.신세희는 임지강과 대화를 나누는 동안 어르신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보지 못했다.사실 그는 계속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아무도 그 눈물의 이유를 알지 못했다.참회의 눈물일까?아니면 외손녀가 안쓰러워서 흘린 눈물일까?하지만 신세희는 그의 감정 따위는 관심 없었다.그녀와 그는 아무 관계도 없는 사람들이었다.처음부터 그랬다.신세희는 담담한 얼굴로 서씨 어르신을 바라보며 말했다.”어르신, 제 남편과 시어머니의 목숨을 구하신 은인이니까 어르신으로 칭할게요.”“세희야….”어르신이 힘겹게 입을 열었다.하지만 신세희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저를 그렇게 부르지 마세요. 좀 불편하네요.”어르신이 말이 없자 신세희는 계속해서 말했다.“우리 사이의 갈등은 6년이나 지속되었죠. 6년 전 저를 처음 봤을 때부터 당신은 저에게 싸구려라고….”“미안해, 세희야. 미안해….”서씨 어르신은 잘못을 뉘우칠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는 한치 주저도 없이 어린 신세희에게 사과했다.하지만 신세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아니요. 제 말 끝까지 들어보세요.”서씨 어르신은 어색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신세희는 당당한 표정으로 말했다.“제가 하고 싶었던 말은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그런 차림으로 나타났던 건 당신
서씨 어르신은 말없이 신세희를 바라보았다.신세희가 다시 물었다.“어르신, 이제 아시겠어요?”서씨 어르신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나… 난 네 외할아버지야….”“어떻게 그런 농담을 하세요. 일단 제 말 좀 끝까지 들어보시겠어요?”신세희가 말했다.서씨 어르신은 뭔가 말하려고 했지만 서준명이 그를 말렸다.그는 진지한 표정으로 어르신에게 말했다.“할아버지, 오랫동안 편견을 가지고 세희를 바라봤잖아요. 그러니 세희가 하는 말은 끝까지 들어보세요.”서씨 어르신은 고개를 끄덕였다.“이제 알았어. 너도 그때 어쩔 수가 없었던 거야.”신세희가 웃으며 말했다.“나중에 어르신은 제가 조의찬 씨를 유혹했다고 말씀하셨죠. 하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에요. 처음부터 조의찬 씨 혼자 저를 좋아했고 호감을 표시했지만 저는 그 마음에 응답한 적 한 번도 없어요.”“나중에 당신들 같은 상류층 사람들 핍박에 못 이겨서 정말 갈 곳이 없게 되자 어쩔 수 없이 조의찬 씨의 구애를 수락한 거예요. 하지만….”신세희의 표정이 암담해졌다.그녀는 처량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그런데 사람들이 그렇게까지 나쁜 마음을 먹을 줄은 몰랐어요. 조의찬 씨가 나한테 그런 식으로 상처 줄 줄은 몰랐거든요.”“어르신이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상류층 사람들은 그렇게 고상하고 깨끗한가요? 그날 조의찬이 나를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 때, 당신이 그렇게 아끼던 손녀 민정연도 자리에 있었어요! 당신들이 말하는 귀공자, 귀족 아가씨, 상류층 모든 사람들이 임신한 여자를 장난감으로 가지고 놀았다고요! 아무런 힘도 없는 제가 뭘 할 수 있었을까요?”서씨 어르신은 할 말을 잃었고 신세희는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말했다.“말해봐요! 저를 지켜줄 사람은 누가 있었을까요?”그녀는 눈물을 훔친 뒤 계속해서 말했다.“기댈 곳 하나 없고 믿을 사람도 없는 나는 조의찬이 세상에서 나를 가장 아껴줄 사람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그는 날 장난감 취급했죠. 상류층 사람들에게 치이는 삶도 이제 지쳤어요!”“내 가엾은 아가…
서씨 어르신이 말했다.“넌 내 외손녀야….”“그럴 리가요!”신세희는 비웃음을 흘리며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쏘아보았다.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엄선우와 함께 서 있는 임지강 일가를 바라보았다.그녀가 말했다.“그냥 사건의 전말을 해명하고 싶었을 뿐이에요. 난 한 번도 임서아 일가를 해치려 한 적 없었다는 거. 그러니 이제 그만 나를 놓아주세요.”“계속 이상한 이유를 대면서 귀찮게 하면 아무리 내 남편과 시어머니의 은인이라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거예요! 그리고 보셨다시피 임서아는 당신 핏줄이 아니에요.”“나는 임지강 씨와 서진희 씨의 딸이고 당신이 외손녀라고 인정한 사람은 저기 있는 허영 아줌마와 외간남자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니 나랑 임서아도 혈연관계가 아닌 게 밝혀졌네요. 그러니 이제 나한테 신장을 내놓으라는 그런 말도 안 되는 말은 하지 마시라고요.”서씨 어르신은 칼로 가슴을 도려내는 것처럼 아팠다.숨이 막히고 눈앞이 어지러웠다.6년이라는 시간 동안 자신이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자신의 혈육인 신세희를 괴롭혔다고 생각하니 허무하고 가슴이 쓰렸다. 그리고 그녀의 가장 큰 적인 임서아를 외손녀라고 집에 들이고 6년이나 사랑을 주었다니.6년 동안 정작 자신의 핏줄인 신세희는 고된 삶을 살았다.갈 곳도 없이 바깥을 떠돌며 살아 남기 위해 애썼던 불쌍한 아이. 힘겹게 부소경과 마음을 확인했지만 외할아버지인 그는 그들을 괴롭히는데 혈안이 돼있었다.“어르신?”신세희의 부름에 어르신은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내 착한 외손녀….”신세희가 힘겨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죄송하지만 난 당신 외손녀가 아니라고 몇 번을 말씀드렸잖아요. 처음부터 당신을 외할아버지로 인정하고 싶지도 않았어요. 그런데 당신 손자가 계속 고집을 부려서….”“내 손자는 옳은 일을 한 거야.”서씨 어르신이 말했다.“어르신, 제가 하고 싶은 말은 그게 아니에요. 이제 우리 사이의 악연을 여기서 이만 끝내고 싶어요. 당신 외손녀를 살리기 위해 저한테 신장을
그의 말을 감히 거역할 수 있는 사람은 부소경뿐이었다.부소경을 제외하고 아무도 어르신에게 반기를 들지 못했다.“수고들 했으니 어서 돌아가서 쉬게.”서씨 어르신이 말했다.두 형사가 떠나자 어르신은 세 사람을 노려보며 차갑게 말했다.“그렇게 쉽게 죽이지는 않을 거야. 군에 넘어가면 죽음보다 못한 고통을 맛보게 될 거야.”“외… 외할아버지, 이제 저를 버리시는 건가요?”서씨 어르신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누가 네 외할아버지란 거야? 개한테 목이 물리는 공포와 고통을 느끼게 해줄까?”겁에 질린 임서아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말했다.“외할아버지… 어떻게 이렇게 매정하실 수 있어요….”“내가 매정해?”서씨 어르신이 냉소를 지었다.“네가 내 핏줄에게 한 일을 생각하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지.”잠시 숨을 고른 그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그렇게 많은 죄를 저질렀으면 상응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 법이야!”말을 마친 어르신은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경호원들을 불러들였다.줄곧 어르신의 신변을 지키던 그들이었기에 임서아와도 일면식이 있는 사람들이었다.초라한 몰골로 바닥에 쓰러진 임서아를 보자 그들은 속으로 잘된 일이라며 쾌재를 불렀다.“데리고 나가! 혹시 자해할 수도 있으니까 잘 감시하고!”“네!”네 명의 경호원이 달려들어 임지강 일가를 강제로 끌고 나갔다.문을 나갈 때까지 임서아는 애처롭게 비명을 질렀다.“외할아버지, 어떻게 저한테 이러실 수 있어요….”하지만 그 목소리도 밖으로 끌려 나가면서 묻혀버렸다.서씨 어르신은 신세희와 서진희를 바라보며 힘없이 입을 열었다.“진희야, 아빠가….”“죄송하지만, 저는 당신 딸이 아니라고 말씀드렸어요.”서진희는 냉랭한 시선으로 어르신을 바라보며 말했다.“하지만 네 몸에는 내 피가… 흐르잖아….”“그렇죠!”서진희는 담백하게 인정했다.“어차피 당신도 원해서 낳은 아이가 아니었잖아요.”“진희야, 아빠랑 집에 가자. 이제 그만 화 풀어. 집에 가면 아늑한 방도 있고 방랑 생활을 하는 것보다
고개를 돌린 서진희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래, 조카! 고모가 참 고마워. 세희한테 많은 도움을 줬다고 들었어. 정말 고마워.”서준명이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고모, 그럼 저를 조카로 인정하시는 건가요?”서진희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바보 같긴. 너와 나는 혈연관계니 인정하고 말고 할 게 어딨어? 하지만 단지 그것뿐이야. 너는 착한 아이니까 고모도 너한테는 마음에 없는 말 하고 싶지 않아.”서준명의 눈빛에서 희망이 일었다.“고모, 저도 조카라고 인정하셨으니….”“안 돼!”서진희의 대답은 단호했다.할아버지의 간절한 눈빛을 보고 어떻게든 상황을 되돌리려 했지만 역시 쉽지 않았다.하지만 말도 꺼내기 전에 고모가 먼저 눈치챌 줄이야.서진희는 아직도 울고 있는 서씨 어르신에게 단호한 말투로 말했다.“어르신, 사실 젊었을 때 어르신은 잘못이 없어요. 잘하셨어요.”“당신 아내는 당신 같은 남편을 만나서 평생 행복했겠죠. 당신은 내 전남편과는 다른 사람이에요. 임지강은 쓰레기였죠. 불륜녀를 위해 조강지처를 버린 것도 부족해서 나와 내 딸을 이용해서 당신을 속였죠. 가정을 대하는 태도만 보면 당신이 훨씬 나아요.”“진희야….”“죄송해요. 난 정말 당신을 아버지라고 부르고 싶지 않아요.”서진희는 담담한 말투로 거절했다.“난 어렸을 때부터 서씨 가문에 발을 들인 적 없어요. 조금 전에도 말했지만 엄마가 시켜서 찾아간 게 전부였어요. 물론 몰래 멀리서 지켜본 적도 있지만.”“엄마가 몸져눕고 그 집에 찾아갔었죠. 음대에 합격했는데 돈이 없어 당신에게 도움을 요청할 생각이었죠. 그때 엄마는 이미 나를 보살필 능력이 없었어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당신을 만나기 전에 사모님을 만났죠.”“사모님은 나에게 이렇게 말씀했어요. 아버지인 당신도 양육비를 안 주는데 피해자인 자신이 왜 주겠냐고요. 사모님은 나와 엄마가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어요. 우리의 존재는 서씨 가문에 암과도 같은 존재라면서요.”어르신은 수치심에 고개를 떨구었다.“아가
“내 엄마가 당신 인내심의 한계를 건드렸기 때문이죠. 엄마가 끈질기게 당신에게 매달려서요.”“제가 우리 엄마를 위해 한 말씀만 드려도 될까요?”서씨 어르신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딸. 하고 싶은 얘기가 있으면 다 해.”“엄마가 많이 잘못한 거 알아요. 가정이 있는 당신에게 끈질기게 들러붙었고 뻔뻔하게 당신에게 애정을 갈구했죠. 그건 엄마 잘못이 맞아요. 엄마가 원칙을 어기고 남의 가정을 파괴하려 했으니까요. 하지만 당신도….”“과거로 다시 돌아가서 같은 상황에 놓였다고 생각을 해보세요. 당신은 암살자의 추격을 당하고 있었고 어느 집에 숨어들었는데 그 여자가 당신을 숨겨주었어요. 그리고 위기가 사라지자 당신은 본능을 이기지 못하고 그 여자와 관계를 맺었죠. 당신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본능에 충실한 거죠! 하지만 그래도 최소한 피임 조치는 했었어야죠! 책임지지 못할 일은 저지르지 말았어야죠! 아닌가요?”“그만… 그만해. 아빠가 네 얼굴을 볼 낯이 없구나….”“내 말이 틀렸어요?”서진희의 두 눈에도 눈물이 흘렀다.그녀는 처연한 눈빛으로 어르신을 바라보며 말했다.“당신은 잘못이 없어요. 모든 게 엄마 잘못이죠. 하지만 당신이 정말 원하지 않았다면 엄마가 아무리 당신을 유혹해도 소용없었을 거잖아요. 게다가 엄마가 주동적으로 당신을 유혹했나요? 그건 아니잖아요?”“엄마는 그냥 당신을 위기에서 구하고 싶었을 뿐이잖아요! 엄마는 지병을 앓고 있었어요. 당신이 고귀하다고 생각하는 핏줄을 잉태할 여건도 되지 않았다고요! 엄마는 죽음이 두려워서 그렇게 생긴 아이를 지우지도 못했어요. 그게 당신이 엄마를 원망할 이유가 되나요?”서진희는 아이처럼 울음을 터뜨렸다.“당신들의 실수로 태어난 나도 당신은 증오하셨죠. 나한테는 아빠를 아빠라고 부를 자격조차 주어지지 않았잖아요. 당신의 품에 안길 수도 없었죠. 당신은 조카를 품에 안으면서도 나에게는 눈길조차 안 주셨잖아요.”“당신은 아내에 대한 충정과 명예를 지켰어요. 하지만 다른 여자의 몸에 뿌린 씨
서진희의 말을 듣고 있던 모두가 눈물을 흘렸다.신세희는 조용히 흐느끼고 있었고 서준명은 눈물을 흘렸다.서준명의 부모도 눈시울을 붉혔다.냉혈한이라고 불리는 부소경도 안타까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그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장모를 불렀다.“장모님….”그는 다가가서 한 팔로 장모의 어깨를 끌어안으며 말했다.“장모님, 앞으로는 절대 고통스럽지 않을 거예요. 이제 당신에게는 딸이 있고 성격 까칠한 외손녀도 있잖아요. 그들이 당신을 지켜줄 거예요.”잠시 숨을 고른 그가 말했다.“이 일이 마무리되면 같이 고향으로 가서 외할머니의 무덤을 이쪽으로 옮기고 제대로 모실게요. 그분은 존경 받아 마땅한 사람이에요. 그 몸으로 십여 년이나 당신을 키웠잖아요.”“그리고 많은 작품도 남겼죠. 참 존경스러운 분이에요.”부소경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서준명은 울며 서진희의 다리를 붙잡았다.“그래요, 고모. 저는 항상 작은할머니가 존경스러웠어요. 그분은 강한 여자였어요. 작은할머니가 살던 곳에 자주 찾아갔었죠.”서준명은 뭔가 떠오른 듯, 고개를 들며 말을 이었다.“고모, 작은할머니 집 근처 쓰레기장 옆에 텐트 하나가 보이던데 거기서 살고 계셨어요?”서진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 엄마랑 가까운 곳에 살고 싶었어. 엄마 혼자 외로울까 봐. 엄마가 살던 집은 이미 팔렸고 그곳에 더 이상 들어갈 수 없어서 근처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었지.”“고모 그 집은 제가 구매했어요. 그곳을 구매한 이유도 작은할머니의 작품을 발견했기 때문이에요. 작은할머니는 사실 재능 있는 화가셨던 거죠.”“자신만의 개성이 있고 그림, 붓글씨, 피아노까지 못 하는 게 없는 여자가 풍기 문란한 여자일 수는 없어요.”서준명이 울며 말했다.서진희도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그래. 우리 엄마는….”그녀는 고개를 들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쓰린 말투로 말했다.“우리 엄마는 지병을 앓고 있었지만 아주 자유분방하고 생기 넘치는 사람이었어. 네 할아버지를 만나고 평생 고통 받고 살았지. 죽어서도 더러운
아무도 그의 마음을 공감해 줄 수 없었다.그를 속인 자들은 사실 그의 원수였는데 그는 원수에게 6년이나 애정을 주었다.그의 핏줄이며 가족인 아이를 혐오하고 무시했으며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아이를 괴롭혔다.그런 심정을 누가 이해해 줄 수 있을까?호텔 직원들마저 감히 그에게 다가오지 못했다.일부 직원들은 뒤에서 그를 비난하기 시작했다.“저 어르신도 참. 자업자득이야!”“멀쩡한 외손녀와 딸을 버리고 남을 도와 자신의 딸과 외손녀를 괴롭혔으니! 참 이상한 사람이야.”“우는 모습을 보면 참 불쌍하지 않아?”“불쌍하긴! 저런 사람이 더 쓰레기야!”“사람은 겉으로만 판단하면 안 된다는 말이 사실이네. 입으로는 정의를 주장하면서, 자신이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아무 힘도 없는 여자와 그 아이를 괴롭혔으니!”“친자식인데 저렇게까지 하다니! 정말 짐승보다 못한 사람이네!”“죽어 마땅한 인간이지! 그 와중에 목숨은 질겨서! 덕망 높은 어르신은 무슨!”“내가 저런 아빠나 외할아버지를 만났으면 나도 도망갔을 거야!”서씨 어르신은 호텔 직원들이 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점점 깊은 절망에 빠졌다.그는 힘없는 나뭇가지처럼 몸을 떨었다.생기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모습.그 모습을 본 서준명은 다급히 할아버지를 위로했다.“할아버지, 쓰러지시면 안 돼요! 할아버지는 강한 분이시잖아요. 속죄하셔야죠. 고모가 아직 살아 있잖아요. 남은 평생 고모를 보살펴 주면 고모의 마음도 조금 편해지지 않을까요?”“할아버지 절망에 빠진다고 고모와 작은할머니한테 한 잘못을 되돌릴 수는 없어요. 정신을 차리셔야죠.”서준명은 계속해서 할아버지를 위로했다.서씨 어르신은 눈물을 흘리며 넋두리하듯 말했다.“그래. 할아버지가 죄인이야. 평생 청렴하고 깨끗하게 살았다고 자부했건만 사실은 내 딸과 그 아이 엄마의 고통을 짓밟고 얻은 명예였던 거야. 내가 죽일 놈이지.”“하지만 난 죽을 수 없어. 내 딸과 손녀를 위해 뭐라도 한 뒤에 죽어야 해.”서씨 어르신은 서준명을 돌아보며 말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