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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8화

할머니도 배불리 드시고는 수저를 내려놓았다.

노동명은 인정한다는 듯이 대답했다.

“맞아요, 우빈이 엄청 똑똑해요.”

“그런데 왜 계속 풍차만 사와? 사 올 거면 다른 재미난 장난감을 사 와야지 줄곧 풍차만 주니까 애가 지루해하잖아. 오죽하면 네 풍차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밥만 먹을까.”

전태윤의 친구들은 전부 전태윤과 같은 성격이다.

다만 소정남은 예외였다. 그의 언변은 전호영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할머니는 아직 노동명이 하예진에게 딴마음을 품은 것인지 확인할 수 없지만 그가 우빈의 환심을 사려고 엄청 노력한다는 것은 알고 있다. 노동명은 우빈이가 그를 아빠라고 불렀으면 하는 바람인 듯싶다.

할머니의 생각을 읽었다면 노동명은 말문이 턱 막힐 것이다.

‘저는 그저 단순히 우빈이가 좋을 뿐이에요...’

노동명이 머쓱해하며 말했다.

“제가 아이를 키워본 적이 없어서 애들이 무슨 장난감을 좋아하는지 몰라요. 저번에 우빈이한테 풍차를 선물했더니 애가 엄청 좋아하며 저한테 안기기까지 했어요. 그때부터 우빈이가 풍차 좋아하는 걸 알고 계속 풍차만 사 왔어요.”

“...”

할머니는 꽉 막힌 노동명이 너무 답답했다.

이미 저세상으로 떠난 옛친구 노씨 어르신이 의심될 지경이었다. 노동명 같은 답답한 손주 녀석들 때문에 화나서 세상을 떠난 게 아닐까 싶기도 했다.

여태껏 제 집안의 아홉 손주 녀석이 골때리고 속 썩인다고 생각했는데 노동명과 비하니 다들 그보다 훨씬 똑똑해 보였다.

비교는 금물이라더니, 남는 건 상처뿐인가?

하예진은 머쓱해하는 노동명을 보자 재빨리 아들의 손을 잡고 그에게서 풍차를 건네받으며 활짝 웃었다.

“우빈이는 여전히 풍차 노는 걸 좋아해요. 고마워요, 대표님.”

그녀는 우빈이더러 얼른 삼촌한테 고맙다고 말하라고 다그쳤다.

주우빈은 밥 한 그릇 깨끗이 비운 후 식탁에 내려놓고 티슈를 뽑아 입 주변에 묻은 기름을 닦았다. 아이는 그제야 엄마 손에서 노동명이 사 온 풍차를 챙겨가며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

“고마워요, 동명 삼촌.”

노동명이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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