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여 궁한 쥐가 고양이를 물듯이 상대방이 법을 어긴 후에야 그들도 드디어 상대를 감방에 처넣을 수 있다.“그 인간들 나쁜 취미 같은 건 없어?”“도박이요. 마을의 늙은이들은 거의 모두 도박에 빠져서 매일 점심 먹고 나면 바로 도박하러 가요. 우리 집안의 삼촌들, 큰아버지들은 도박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볼 땐 다들 조금씩 빠져있는 것 같아요.”전태윤은 두 눈을 반짝이며 속으로 이미 계획을 세웠지만 그녀에게 말하진 않았다.“그자들은 내가 알아서 처리할게. 넌 전혀 신경 쓸 필요 없어. 내가 있는 한 하늘이 무너져도 다 받치고 있을 테니 넌 그냥 네가 하고 싶은 일만 실컷 해. 오늘 밤 연회에 정말 나랑 함께 안 갈 거야? 여보, 우리 단 한 번도 함께 연회에 참석한 적 없어.”하예정이 그를 지그시 바라봤다.“태윤 씨는 높은 자리에 있는 전씨 도련님이라 연회에 참가해도 경호원이 옆을 지켜주잖아요. 나 같은 평범한 시민은 당신 앞에 비집고 나가 당신 얼굴을 제대로 볼 기회조차 없어요.”전태윤이 말했다.“그건 다 지나간 일이야...”하예정이 절친을 따라 연회에 참석했을 때 그들 부부는 한 연회장에 있었지만, 그 당시 전태윤이 신분을 숨기고 있어서 그가 하예정을 발견해도 하예정은 그의 존재를 전혀 몰랐다.“나중에 내가 자신감 넘치게 태윤 씨 옆에 설 수 있을 때 나랑 함께하기 싫어도 무조건 꼭 붙어있어야 할 거예요.”하예정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다시 몸을 기울이고 두 손으로 전태윤의 양옆을 지탱했다.“어이, 잘생긴 오빠, 뽀뽀해 주면 금방 갈게요.”전태윤이 웃으며 말했다.“또 날 갖고 장난치는 거야?”“어차피 좋아 죽잖아요.”하예정은 그의 입술을 한 입 꼭 깨물었다.“몸 잘 챙겨요. 또 끼니 거르고 위 다 버리면 나 진짜 태윤 씨 안 봐요. 젊은 나이에 훅... 그럼 난 태윤 씨 재산 물려받고 그 돈으로 어린 남자애들 데리고 놀아야지. 태윤 씨 미쳐버리게 말이에요.”“그럼 난 아마 화나서 다시 살아날지도 몰라.”전태윤은 잇따라 일어나
사무실에 돌아간 전태윤은 바로 업무에 돌입한 게 아니라 엄마한테 먼저 전화했다.그가 엄마에게 먼저 연락한 적이 극히 드물어 아들의 전화를 받은 장소민도 바짝 긴장했다.아들은 먼저 연락하는 일이 드문데 이렇게 전화 온 걸 보니 뭔가 큰일인 게 분명했다. 그녀는 바짝 긴장하고 두렵기도 했다. 전태윤과 하예정 부부는 아직 화해하지 않았지만, 그녀는 엄마로서, 시어머니로서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고 또한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한다.“태윤아.”전태윤은 엄마의 목소리에서 걱정하는 마음을 바로 알아챘지만, 일부러 위로의 말을 건넨 게 아니라 가벼운 말투로 말했다.“엄마, 성기현 와이프가 임신했대요.”장소민은 아들의 말을 듣더니 흠칫 머뭇거리다가 곧이어 웃으며 답했다.“그래, 잘됐네. 축하할 일이야.”상업계에서 유청하의 임신 소식을 아직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 그들 같은 부잣집에서는 이 방면에 신경을 많이 써 임신 3개월 전에 널리 알리지 않는다. 3개월 후에 태아가 안정되고 나서야 외부에 알린다.유청하의 임신 소식을 아는 사람은 그녀의 집안과 성씨 일가의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다. 하예정은 이경혜의 외조카 딸이기에 유청하의 임신 소식을 아는 건 지극히 정상이다.하예정이 전태윤에게 말했다는 것은 부부가 드디어 화해하고 살얼음판 같던 이 관계가 완화되었다는 뜻이다.이게 바로 장소민이 기뻐하는 이유였다, 유청하의 일로 기뻐한 게 아니라...“엄마가 영양제 사서 직접 성씨 일가에 보낼게.”전태윤은 엄마에게 고마움을 표했다.장소민이 말했다.“우리 전씨 그룹과 성씨 그룹의 관계가 어떻든 이경혜 씨는 언제까지나 예정의 이모야. 청하의 임신 소식을 이왕 알게 됐으니, 영양제라도 사드리며 축하해 줘야지 않겠어? 이렇게 서로 왕래하면서 살아가는 거지. 당연히 엄마가 해야 할 일이야. 언제 예정이 데리고 와서 밥 먹을래?”“예정이 시간 나거든 함께 리조트에 돌아가서 한동안 지낼 생각이에요.”장소민이 알겠다며 말했다.“예정의 언니랑도 상의해야 해. 너희 둘
다시 말하면, 하예정은 전태윤이 주려는 모든 재산을 거절했다.정말 고집이 센 여자네!하필이면 그는 이런 그녀가 끔찍이도 좋으니...“내가 지난번에 너하고 말했던 예정이더러 예의범절을 배우게 하자는건...?”“엄마, 그 부분에 관해서 예정이는 이미 이모님에게 도움을 청했고 오늘 밤부터 따라서 각종 연회에 참석하기 시작할 거예요. 성씨 사모님이 잘 가르쳐 줄 거니 걱정하지 말아요. 전 이게 전문적으로 학교에 다니며 수업 듣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일 거로 생각해요”“그렇다면 나도 걱정할 게 없구나. 사실 엄마가 예정이를 직접 데리고 다녀도 되는데...”그녀는 시어머니로서 큰 며느리와 지낸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았고, 마음속 깊이 여전히 하예정의 출신이 장남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다. 만약 그녀가 하예정을 데리고 상류사회의 연회에 참석한다면, 분명 까다로워질 것이고, 이는 고부간의 관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장소민은 하예정이 왜 자신이 아닌 이경혜에게 도움을 청하였는지 이해되었다.비슷한 경력을 가지고 있는 이경혜가 하예정을 데리고 다닌다면, 하예정도 방금 전태윤의 생활에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이따가 엄마가 우리 가족 모두의 생일연회를 한번 잡아볼게. 그리고 다른 구실들을 찾아 연회를 여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 이러면 예정이가 자기 집에서 연습 좀 할 수 있잖아.”전태윤은 웃으며 말했다.“그럼, 할머니와 두 숙모하고 한번 상의해 보세요. 집안일은 엄마가 알아서 하시면 돼요.”장소민은 비록 하예정이 자기 아들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며느리를 해치는 일은 한 적이 없었고, 겉으로 직접 며느리에게 둘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을 한 적도 없었다.아들과 며느리를 갈라놓으려고 애쓰는 다른 시어머니들에 비해 자신의 어머니는 진보적인 사상을 가지고 있다고 전태윤은 느껴졌다.할 일이 생겼다고 생각이 든 장소민은 힘이 나는 것만 같았다.모자의 통화가 끝난 후, 전태윤은 바로 긴장한 업무에 들어갔다.돈을 더 벌어서 자신의 와이프를 관성의 여자
서씨네 둘째는 여동생의 말을 듣고 겁에 질렸다.“현주야, 내가 이런 사람을 어떻게 건드려? 불량배들을 불러서 소란을 피운다고 해도 결국 들통나고 말 거야. 그렇게 돈도 있고 권력도 있는 재벌 집은 우리가 건드릴 게 안돼. 그리고 저년의 제부가 갑부 전씨 가문의 큰 도련님이라고? 그럼 더더욱 건드려서는 안 되겠네. 너 전씨 가문이 어떤 가문인지 알기나 해? 우리 같은 시골 사람들도 들은 적이 있는 가문이야. 됐어, 그만둬. 너 그냥 오빠한테 200만쯤만 줘. 이 일은 못 들은 걸로 할게.”서현주는 안색이 안 좋았다.“오빠! 이게 친동생한테 할 소리야? 동생이 괴롭힘을 당했는데 오빠가 좀 도와주면 안 돼?”“그럼 어떻게 널 괴롭혔는지 한번 말해봐 봐! 넌 여태 우릴 속이기만 했잖아? 너 그때 주형인이랑 사귈 때, 그한테 이미 와이프와 아들이 있고, 네가 제삼자로 남의 가족을 갈라놓은 거라 우리한테 알려주지도 않았잖아! 우린 네가 정말 훌륭한 남자를 찾은 줄 알았어.”“...”“네가 어떤 성격인지 오빠가 모를 것 같냐? 너 그 하예진이라는 여자를 괴롭히려 하는 거지? 다른 사람의 결혼에 끼어들어 이혼하게 만든 것도 모자라 복수까지 하려는 거야? 이혼한 여자가 아이까지 데리고서 작은 사업을 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네가 알아? 어떻게 독하게 그 사업까지 망칠 생각을 하고 있어? 네가 정말 괴롭힘을 받았다면 오빠가 너 대신 나서주겠지만, 지금 네가 괴롭힘을 받은 게 맞아?”“...”“이혼할때 많은 돈을 나눠 가졌다고? 그건 그들 부부의 일이야. 주형인이 우리 집에 넉넉한 예물을 주지 않는 것은 주씨 집의 문제가 아니라, 네가 주형인 편에 서서 우리한테 돈 주기 아까워하는 거잖아. 우리가 인테리어 하고 차를 사는데 돈을 쓰는 게 아까운 거잖아!“오빠!”“우리가 널 얼마나 예뻐했는데... 네가 시집가서 우리가 무슨 이득을 본 게 있어? 결국 예물이 몇백만 원밖에 안 되어 엄마아빠가 노후에 쓰려고 다 가져가셨고, 나와 큰형은 아무것도 차려진 게 없어.
“그때 엄마, 아빠가 그렇게 많은 예물을 요구하신 것도 오빠들이 그러라고 한 거 맞지? 우리 주변 사람 중에 어느 집에서 며느리를 얻는데 그 정도의 예물을 줘? 오빠들도 모두 아들을 낳았는데, 앞으로 미래의 사돈이 이렇게 많은 예물을 요구하면 오빠들은 어떨 것 같아? 만약 받은 예물을 그대로 나한테 가져가게 하면 나도 형인 씨에게 어떻게 해서라도 요구했을 거야. 근데 엄마, 아빠가 뭐라는지 않아? 그 많은 예물을 모두 오빠들한테 보태쓰겠대. 나에겐 그저 100만 원 가치의 혼수만 장만해 주시겠대.”“...”“대부분을 오빠들한테 쓴다 하는데... 왜 그래야 하는데? 모두 똑같은 자식인데 왜 딸을 팔아 아들에게 보태줘야 하는 건데? 아들이 잘살기만을 바라고 딸은 추호도 보이지 않는 거야?”서씨네 둘째는 여동생의 질문에 얼굴이 붉게 상기되어 욕을 뱉어냈다.“시집간 딸은 그저 남남이야... 너 우릴 친오빠로 생각하기나 하는 거야? 주씨 집은 우리 집보다 돈이 많으니, 혼인 신고를 하기 전에 그들에게 이런 것들을 요구하는 것도 당연한 거 아니야? 이제 혼인신고도 하였겠다, 아무것도 얻을 수 없게 됐어. 네가 몰래 혼인신고를 하지만 않았어도 그 예물을 받을 수 있었을 텐데... 지금 봐봐, 넌 그 집에 시집가 복을 누리고 살면서 제 친오빠를 좀 도와주면 안 돼? 어느 동생이 도울 조건이 있으면서도 제 친오빠를 도와주지 않는 게 있어?”“동생이 오빠한테 빚진 거라도 있어? 왜 꼭 오빠를 도와줘야 하는데? 난 지금 내 삶도 살기 바쁜데, 집 밑천을 다 털어 오빠들을 도와줘야 해? 오빠들은 집 인테리어 다 하면 그 집 나한테 줄 거야? 내가 집에 돌아가면 방 하나도 안 남겨줄 것 같은데, 내가 왜 오빠들이 잘살라고 나만 힘들게 살아야 하는 건데?”“...”“우린 모두 엄마, 아빠가 낳아서 키우신 거니 빚졌다 해도 엄마, 아빠한테 빚진 거야. 그럼, 앞으로 생활비 드리면 되잖아. 오빠들이 얼마 드린다고 하면 나도 그만큼 드릴게. 혹시 엄마, 아빠한테 돈 쓸 일이 생
하예진은 애초에 예물을 요구하지 않았다.서씨 일가에서 예물을 요구하는 것도 당연하다만 그것도 합리적이어야 한다. 엄마, 아빠가 그렇게 많은 예물을 요구하는 건 미래의 시댁 식구들을 다 털어 두 오빠에게 보태고, 정작 딸은 시집보내 힘들게 살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그녀는 도무지 찬성할 수 없었다.특히 주형인은 지금 모든 돈을 그녀에게 맡기고는 집 인테리어에 더는 관여하지 않고 있다. 다시 말해, 그는 한 푼도 더 내지 않을 것이고 모두 알아서 책임져야 한다. 매번 돈을 낼 때마다 서현주는 살을 도려내는 것 같았다.집안일을 맡아 보아야 비로소 쌀의 귀함을 안다고...그녀는 가사를 맡기 시작하고부터 모든 걸 계산하며 계획하기 시작했다. 하물며 그녀와 남편은 현재 실직 중이다.비록 그들이 예금을 조금 가지고 있지만, 빈털터리가 되지 않으려면 신중하게 계산하면서 써야 한다.지금, 이 순간, 서현주는 자신이 매달 월급의 3분의 1만 집에 주고, 3분의 1을 쓰고, 나머지 3분의 1을 은행에 저금하여 약간의 비상금을 챙겨둔 것이 다행이라 생각했다.가진 것이 있어야 남에게 줄 수도 있다.서현주는 차에서 내리더니 차 문을 닫고 바로 잠갔다.지금 그녀가 운전하는 이 차는 원래 주형인의 차이다.주형인은 2,000만 원 정도의 새 차를 한 대 더 샀다. 그는 서현주에게 결혼식을 올린 후에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면 모바일 택시를 운전하는 일을 하여 가족을 부양하겠다고 했다. 그녀가 주씨 집에 시집온 이상, 절대 힘든 삶을 살게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서현주는 주형인이 자신을 정말 사랑하고 있다고 굳게 믿었다. 적어도 자신이 하예진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했다.심호흡을 몇 번 한 후 서현주는 다시 차에서 자신의 루이비통 백을 꺼내 들었다. 이것은 그녀와 주형인이 연애하던 시절 그가 선물해 준 것이다. 주형인은 하예진에게는 이러한 명품을 선물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젊고 생김새도 괜찮은 주형인의 따뜻한 배려에 서현주는 스스럼없이 제삼자가 되기로 한 것이다.루이비통
그녀는 먼저 다가가 주우빈을 않고 꼬마가 얼굴을 찡그릴 때까지 그의 작은 얼굴에 뽀뽀했다.“우빈아, 할머니가 급하게 오느라 네 장난감을 사지 못했구나. 자, 할머니가 용돈을 줄 테니 이 돈 가지고 엄마한테 사고 싶은 거 사달라고 해.”김은희는 그렇게 말하며 현금을 꺼내 십만을 세어 주우빈에게 주려 했다.“아주머니.”하예진은 얼른 제지하며 아들을 안고 말했다.“아주머니, 우빈이한테 아직 용돈을 주지 마세요. 아직 어린데 돈을 받는 것이 습관이 되면 애 버릇만 나빠져요. 앞으로 계속 물건을 사 달라고 떼쓸까 봐 걱정돼요.”“알았어. 그럼, 네가 가져. 이건 내가 우빈이한테 주는 용돈이니.”김은희는 그 돈을 하예진에게 건넸다.“아주머니, 우빈이는 지금 아무것도 부족한 게 없으니 그 돈 사양할게요. 아주머니가 남겨서 쓰세요.”김은희가 자주 찾아오는 바람에 하예진도 주형인이 지금 부모님께 드리는 용돈이 절반으로 줄어든 것을 알고 있다. 김은희는 지금 서현주가 돈을 관리하고 있는데 너무 인색해서 시부모에게 용돈을 넉넉히 주려 하지 않는다고 했다.그리고 서현주는 주형인과도 불평을 토로했다. 시부모님이 예전에 많은 돈을 써서 노후대책으로 보험에 가입하셔서 지금은 매달 돈을 꼬박꼬박 받으실 수 있는데도 용돈을 요구한다고 말이다.현재 먹고 사는 데 드는 비용은 전부 주형인이 부담하고 있다. 그리고 젊은 부부의 매달 지출은 적어도 100만은 필요했다. 시부모님은 쓸 돈이 전혀 부족하지 않다고 판단한 서현주는 용돈을 줄이기로 결심했다. 그걸 형님에게 보태줄까 봐 걱정됐다.“아주머니는 돈 쓸데가 별로 없다. 게다가 이건 내 손자한테 주는 거니 얼른 받아.”김은희는 억지로 쥐여주려 했다. 하예진이 거절하려 하자 옆에 있던 전씨 할머니가 말했다.“예진아, 이건 할머니로서의 작은 성의이니 받거라. 손자도 이렇게 컸는데, 아직 할머니가 사준 옷을 입어본 적이 없네. 가서 우빈이에게 옷 둬 벌 사주도록 해.”이 말에 김은희는 안색이 좀 안 좋았다.하지만 그녀는 감
“너 혹시 가게에 일손이 부족하지 않아? 내가 지금 직업이 없고, 나이도 점점 많아져서, 일자리를 구하기가 쉽지 않아. 다 젊은 아가씨들만 요구하잖니. 너 만약 일손을 구하려거든 날 쓰는 건 어때? 너무 많은 급여를 요구하지 않을게. 그저 한 달에 160만 원 정도만 주면 돼. 식사랑 숙박 제공해주고.”주서인은 화제를 바꾸었다.그러자 김은희도 딸의 말에 맞장구를 치며 전 며느리에게 말했다.“맞아, 예진아. 네 형님은 오랫동안 실직 상태인 데다 너 혼자 가게를 차리려면 너무 힘들잖니. 누가 도와주기라도 하면 너도 좀 수월하게 할 수 있을 거다. 네 형님은 남도 아니고 일도 잘하니, 네가 일손을 구하려거든 형님을 찾는 게 모르는 사람을 찾는 것보다 훨씬 나을 거다. 만약 손버릇이 나쁜 사람을 들이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우빈이는 나한테 맡기고 넌 장사나 열심히 하면 그만이다.”김은희는 주우빈을 자기 집으로 데려가고 싶었다. 그러면 하예진은 매일 주우빈을 데리러 집에 들를 거고, 자연히 주형인과 만나게 될 것이다. 어쨌든 십여 년 동안 함께 살았고, 아들도 하나 있으니, 옛정을 되살리기가 쉬울 거다.김은희는 주형인이 마음을 돌리기만 하면 바로 서현주를 내쫓기로 결심했다.‘그 패가망신이 주씨 집에 들어온 이후로 하루도 편히 지낸 날이 없어. 음식도 맛없게 하지, 몇 마디만 하면 울며 아들에게 일러바치지, 걔 때문에 아들과 싸운 적이 한두 번이 아니야.’하예진은 차가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내 가게는 일손이 필요 없어요. 일손을 구할 돈도 없고요!”한 달에 160만 원을 달라고?그녀의 작은 가게로 입에 풀칠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했다. 설령 일손을 구한다 해도 그 정도로 높은 임금을 줄 수는 없다. 게다가 주서인을... 그녀는 추호도 요청할 생각이 없었다.“우빈이는 제가 직접 데리고 있을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이제 9월에 유치원에 보낼 생각이에요.”하예진은 김은희가 주우빈을 이용하여 자신을 주형인과 재혼시키련다는 것을 바로 알아차렸다.그 구덩
모두 웃으며 말했다.“우리가 소 대표님한테 매수된 게 아니라 사실을 말한 것뿐이에요. 소 대표님은 정말 좋은 분이에요. 윤하에게 잘 어울려요.”코치 중 한 명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소 대표님도 우리 윤하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윤하가 주로 만나본 젊은 남자들이 우리 말고는 좋은 남자가 없어서 그래요. 게다가 사장님과 사모님도 얼마나 걱정하세요. 만약 소 대표님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면 우리도 반대했을 거예요. 그런데 제가 보기엔 소 대표님과 윤하가 잘 지내고 있거든요. 근데 우리 윤하가 왠지 소 대표님께 남녀 간의 정이 없다고 느껴져요. 윤하가 우리를 대한 것처럼 똑같이 소 대표님을 대하는 것 같아요.”정혁주는 코치들의 말에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깊이 공감했다.도장에는 여성 후배들도 많지만 유독 정윤하가 정혁주를 무척 걱정시켰다.정윤하는 습관적으로 남자들과 형제 사이로 지냈기에 그들도 정말 어찌할 도리가 없다.그들도 정윤하에게 남자 친구를 소개해 주려고 했지만, 그녀가 상대방이 무술을 할 줄 알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리고 소개를 받을 남자들은 정윤하의 “명성”을 듣더니 심지어 몰래 도장에 가서 정윤하를 지켜보기까지 했다. 그러나 정작 그녀의 막강한 실력을 보더니 정윤하를 다스리지 못할까 봐 걱정하며 결국 투항하게 되었고 다른 맞선남들과 마찬가지로 감히 나서지 못했다.이로 하여 뒷부분의 맥락은 그대로 뚝 끊기게 되었다.정혁주가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너희도 사실 소 대표님의 재력에 넘어간 거야. 나조차도 좋게 느껴지는데 너희들은 더 말할 것도 없지. 소 대표님의 재력이 정말 좋은 건 사실이야. 우리도 자기도 모르게 속아 넘어간 거지. 그런데 소 대표님은 꽤 좋은 사람이긴 해. 우리 윤하와도 너무 잘 어울리고. 너희들도 장난치고 있는 걸 알기에 나도 너희들 탓하지 않아. 우리 전부 윤하를 위해서 하는 소리잖아. 내가 소 대표님을 오랫동안 지켜봤는데 그분이 안 좋은 사람이라면 그대로 내버려두지 않았을 거야.”“너희들의 말처럼 윤하 계집
“들어가요. 밖이 너무 추워요.”정윤하는 꽃다발과 보온도시락을 들고는 소지훈을 도장으로 가자고 말했다.소지훈은 그녀를 따라갔다.도장의 사람들은 정윤하가 꽃다발을 안고 있는 모습을 보더니 두 사람이 썸타고 있는듯한 느낌을 받았다.그 꼬맹이들조차 정윤하가 안고 있는 그 꽃다발이 뭔가 다르다고 느꼈다.정윤하는 학생들에게 다가갔다.“코치님, 이 꽃다발이 정말 아름다워요.”“코치님, 바비큐 드실래요? 우리 거의 다 먹었어요.”“코치님, 지훈 아저씨가 선물한 꽃이죠? 왜 코치님께 꽃을 주세요?”정윤하가 웃으며 대답했다.“많이 먹어. 다 먹어도 돼. 지훈 아저씨가 나에게 따로 준비해 줬거든. 너희 지훈 아저씨가 꽃집을 지나다가 꽃집에 있는 꽃이 너무 예뻐서 나에게 꽃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라고 선물해줬어. 어때? 예쁘지? 나도 이 꽃다발이 너무 예뻐서 좋아.”학생들은 꽃다발이 예쁘다고 연신 칭찬했다.정윤하의 사제들은 헤벌쭉한 정윤하를 보고는 또 여우처럼 웃고 있는 소지훈을 보더니 결국 모두 정혁주를 일제히 쳐다보았다.정혁주는 정윤하를 힐끔힐끔 쳐다보고는 평소에 앉던 테이블에 앞에 앉아 바비큐를 먹으며 보이차도 곁들여 마셨다.“선배님.”몇몇 코치들이 정혁주에게 다가가더니 그중 한 명이 작은 목소리로 궁금한 듯 물었다.“소 대표님이 우리 윤하에게 고백한 거예요? 그런데 또 그렇게 보이지는 않는데...”정윤하의 표정을 보면 고백받은 것 같지 않았다.그녀는 자연스럽게 웃으며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았다.“소 대표님이 꽃집을 지나다가 꽃집의 꽃이 예쁜 것을 보고 윤하에게 선물했다고 하던데, 이런 어설픈 이유도 윤하가 믿다니, 참! 저렇게 멍청한 꼴을 보니 사람들에게 팔려가도 돈을 세어줄 기세인데.”“윤하가 종일 우리와 함께 지내다 보니 남자답고 털털해서 그래요. 소 대표님만큼 신중하지 못하잖아요. 소 대표님이 윤하에게 직접 고백하지 않는 한 윤하는 분명 별생각 하지 않을걸요.”“어휴, 윤하가 소개팅마다 실패하고 시집을 못 가는 데는 우리 책임도 있어요
정혁주는 아예 보이차 한 병씩 모두에게 나눠주었다. 그는 보이차를 나누어 주면서 소지훈은 학생들이 정윤하 앞에서 좋은 말을 해주기를 기대하며 매번 큰돈을 퍼부었다.소지훈은 도장으로 올 때마다 도장의 사람들에게 맛 나는 음식을 가져다주었고 또 각자의 몫도 전부 챙겨주었으며 심지어 다 먹지도 못할 정도로 많이 사 올 때도 있었다.그렇게 많은 사람에게 음식을 대접하려면 돈도 많이 들었도 또한 보통 사람들에게는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정윤하의 말대로 그녀의 수입으로 전체 도장의 사람들에게 음식을 사주면 몇 번이나 사줄 수 있겠는가!정혁주는 도장의 여러 코치 중에서 수입이 가장 높지만, 소지훈처럼 돈이 많지 않았다.역시 대기업 대표답다!정혁주가 보이차를 나누어 줄 때 밖에 서 있는 두 바보를 유의하여 보며 마음속으로 소지훈은 아마 정윤하에게 첫눈에 반했을 거라고 짐작했다.그래서 연성까지 머나먼 길을 달려서 왔을 것이다.소지훈은 지금 출장 중이지만 저녁에 약속도 없이 도장으로 온 것을 보면 아마 출장할 때 처리해야 할 일들을 다 처리한 모양이다. 그러나 그는 아직도 떠나지 않았다.정씨 저택에 남아서 설을 쇠려고 하는 모양인데...정윤하를 노리고 온 것이 틀림없다.그리고 소지훈은 정윤하와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녀에게서 작은 도움을 받았지만, 소지훈은 기어코 그녀가 자신의 은인이라고 외치며 다녔다.정혁주는 정윤하가 오지랖이 넓고 너무 빨리 움직여 소지훈을 도와주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사실 소지훈의 실력으로 그날 밤 그 건달들 정도는 아주 쉽게 때려눕힐 수 있었을 것이다. 아니, 소지훈의 상대도 되지 못했을 것이다!그렇게 정윤하는 소지훈의 생명의 은인으로 되었다.그리고 정윤하가 전태윤 부부의 연애사에 관심을 두는 모습을 본 소지훈은 천 리 길을 달려와 그녀를 데리고 전태윤 부부의 결혼식에 함께 참석했다.정씨 가문은 관성과 멀리 떨어져 있지만, 관성 전씨 가문의 명성이 너무 크기 때문에 인터넷으로 몇 번만 뒤져봐도 관성 전씨 가문이 어떤 가문인지
날은 이미 어두워졌지만 사실 시간은 아직 이르다. 다만 겨울에는 낮이 짧고 밤이 길어서 빨리 어두워질 뿐이다.정윤하의 수업도 마침 끝났다.“지훈 아저씨 오셨어.”한 학생이 소지훈의 차를 보더니 소리를 질렀고 그러자 다른 학생들도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밖으로 나오지 마. 바람이 많이 불어.”소지훈은 웃으면서 소리쳤지만, 학생들은 모두 뛰쳐나갔다.소지훈은 이내 사 온 간식 몇 봉지를 큰 학생들에게 건네고 포장된 바비큐는 조금 작은 학생들에게 건네주어 도장 안으로 들여보냈다.정윤하는 두꺼운 외투를 걸치면서 걸어 나왔다.그녀는 소지훈을 보더니 웃으며 말을 건넸다.“아저씨가 오시기 전에는 제가 도장에서 가장 인기가 많았는데 이제 아저씨가 가장 인기가 많네요.”정혁주도 따라 나와 정윤하의 말을 이었다.“너무 인색한 거 아니야? 소 대표님처럼 시원스럽게 모두에게 음식을 대접하면 다들 다시 널 좋아하게 될걸.”“내가 인색한 게 아니라 월급이 쥐꼬리밖에 안 되는데 음식을 몇 번 정도 대접할 수 있을 것 같아? 아저씨는 회사의 대표잖아. 난 절대로 이 방면에서 아저씨와 다투지 않을 거야. 이런 일들은 돈으로 해결해야 하는 일이잖아... 음? 눈이 오는 것 같아.”정혁주도 하늘을 보며 말을 이었다.“눈이 오는 것 같긴 하네. 근데 뭐가 이상해? 겨울이 되면 눈이 자주 올 텐데, 정상이잖아.”“형님, 얼른 오세요. 보이차 몇 상자 드릴게요. 바비큐를 사 왔는데 혹시라도 학생들이 먹으면 소화가 안 될까 봐 몇 상자 사 왔어요.”소지훈은 보이차 상자를 들면서 정혁주에게 자연스럽게 건넸다.정혁주는 차를 향해 다가갔고 조수석에 놓인 꽃다발을 보더니 눈이 번쩍 뜨였지만 아무 말도 꺼내지 않았다.소지훈이 그들 정씨 가문의 저택에 오래 머문 덕분으로 정씨 집안 가족들이 소지훈의 성격과 사람 됨됨이를 잘 알게 되었다.소지훈은 냉혹한 면과 부드러운 면을 가진 사람이다. 그러나 냉혹한 면을 정씨 가문의 가족들 앞에서 보여준 적 단 한 번도 없었다.하지만 그들도
소지훈은 잠시 일을 멈추고 비서를 올려다보았다.비서가 꽃다발을 안고 걸어왔다.“저기 탁자 위에 올려 주세요.”“알겠습니다.”비서는 꽃다발을 안고 돌아서서 소파로 가더니 그 꽃다발을 탁자 위에 살며시 올려놓고는 몸을 곧게 펴고 소지훈을 바라보며 물었다.“소 대표님, 또 분부하실 일이 있으십니까?”“당분간 없어요.”“그럼, 일 보러 나가겠습니다.”비서는 소지훈이 머리를 숙이고 서류를 처리하는 것을 보더니 사무실에서 나왂다.소지훈은 최대한 빨리 일을 끝내고 컴퓨터를 꺼버린 뒤 휴대전화와 자동차 키를 챙겼다. 그의 정윤하를 데리고 드라이브를 나가기 위해 새로 차 한 대를 뽑았다.그는 다가가서 장미 꽃다발을 집어 들고 잠시 바라보더니 그가 이전에 성소현에게 아무렇게나 샀던 꽃다발보다 더 아름답다고 느꼈다.다음에 그는 직접 꽃을 사러 가야겠다고 다짐했다.“꽃 한 다발만 샀는데 부족하지 않을까?”소지훈은 소정남이 평소에 심효진에게 꽃다발과 액세서리를 자주 선물했던 기억을 떠올렸다.하지만 지금 정윤하에게 보석을 선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았고 또한 정윤하도 그런 선물을 받지 않을 것이다.소지훈은 별장과 차를 정윤하에게 선물하고 싶었지만, 정윤하가 받아줘야 말이지...“먼저 시험해 보지 뭐.”소지훈은 혼자 중얼거렸다.먼저 꽃다발을 선물하여 정윤하의 반응을 보고 그녀가 기뻐하면 천천히 다른 선물을 주려 했다.천천히 다가가야 한다.비록 소지훈과 그의 부모님은 모두 마음이 조급해 정윤하를 빨리 소씨 가문에 데려가고 싶어 하지만 마음이 급하면 아무 일도 성사시키지 못할 게 뻔하다.소지훈은 꽃다발을 안고 사무실을 나섰다.“소 대표님.”“퇴근할게요. 저녁때 하늘이 무너지지 않는 한 전화하지 마세요.”소지훈과 정윤하가 친분을 쌓는 데 영향을 주지 말라는 의미였다.일이 아무리 중요한들 그의 결혼에 관한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겠는가!가장 중요한 것은 그는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점이다.다른 사람들은 연인과 헤어져도 다시 찾을 수 있지만, 소지훈
전태윤은 하예정에게 심효진이 가끔 소정남의 팔을 물어뜯고 싶다고 말하길래 소정남이 몰래 자신에게 물어보았다고 알려주었다.하예정은 의아했다.그녀는 닭 다리만 뜯어먹고 싶을 뿐 팔을 물어뜯을 생각은 해본 적 없다.소지훈은 소정남 부부의 달콤한 생활을 무척 부러워하며 자신과 정윤하의 미래가 소정남 부부처럼 행복하기를 바랐다.소정남과 통화를 마친 소지훈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단도직입적으로 고백할까? 아니면 이따가 윤하 씨에게 꽃다발을 선물해 줄까?’소지훈은 꽃다발을 선물하면 정윤하가 그 꽃다발을 먹지도 못하는 데 돈 낭비만 한다고 꾸지람할까 봐 걱정했다.한참 고민하던 소지훈은 결국 인터폰으로 전화를 걸어 회사 비서에게 지시했다.“장미꽃을 사고 싶은데 지금 저를 도와 나가서 사 오세요. 제가 퇴근하면 가져갈게요.”이런 임무를 받은 비서의 얼굴은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소지훈이 정윤하를 좋아하는 건 눈 밝은 사람이라면 전부 알 수 있었으니까.단지 정윤하만 여전히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다.그 꽃다발은 정윤하에게 주는 선물이라는 것을 생각하지 않아도 뻔한 일이다.“네.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꽃 사러 가겠습니다.”“그래요.”소지훈은 얼굴을 붉혔지만, 여전히 담담한 척 대답했다.그는 이런 일을 거의 하지 않았다.어쩐지 쑥스러웠다.소지훈은 여자에게 꽃을 보낸 것이 처음이 아니었다. 지난번 성소현에게 구애하는 척할 때 하루건너 그녀에게 꽃을 선물하곤 했다.꽃집 사장님에게 부탁해 꽃을 배달한 적도 많았고 직접 선물한 적도 있었다.아마 소지훈은 성소현에게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성소현에게 꽃을 선물한다고 해서 창피하지도, 부끄러워하지도 않았을 것이다.그는 단지 연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정윤하는 다르다. 정윤하는 소지훈이 진심으로 사랑하고 평생을 함께하고 싶은 여자로서 결혼하고 싶은 상대였다.그는 엄청나게 긴장했고 또 매우 신중했다.정윤하에게 꽃을 선물하는 의미도 다르고 느낌도 다르기에 너무 부끄러워 얼굴이 그만 빨개지고 말
심효진도 맞장구쳤다.“그럼. 나야 당연히 안목이 뛰어나지. 예정이가 처음에 당신을 나에게 소개해 주었을 때 내가 정남 씨에 인상이 깊었거든. 태윤 씨 곁의 능력자라면서? 내가 정남 씨와 같은 업계에 있지 않지만 그래도 당신의 높은 명성에 대해 들은 바가 있었어.”소정남은 히죽히죽 웃으며 말을 이었다.“난 당신이 날 좋아하지 않는 줄 알았어. 우리 두 사람 소개팅할 때 순조롭지 않은 거로 기억했는데.”“그래? 아무튼, 난 정남 씨가 무척 마음에 들었어.”“나도. 당신 성격도 나랑 너무 잘 어울려. 우리 두 사람 다 구경거리를 좋아하잖아. 여보, 나는 처음에 당신이 가십거리를 듣기 위해 나와 함께 있는 줄 알았어.”심효진은 그를 힐끗 쳐다보면서 해명했다.“비록 내가 가십거리를 좋아하지만, 평생의 큰일을 어찌 그런 일 때문에 당신에게 시집갈 수 있겠어? 당신을 사랑하면 결혼하는 거고 사랑하지 않으면 결코 결혼하지 못하지. 사랑은 역시 서로 사랑해야 행복한 법이야.”소정남 부부의 연애사에는 큰 사고 없이 매우 순조로웠다.약간의 비바람도 연적도 없었다.두 집안의 어르신들은 두 사람이 함께 있다는 것을 알고 매우 기뻐했다. 특히 소씨 집안의 어르신들은 심효진을 매우 어여뻐 했다. 두 집안이 결혼 얘기를 나눌 때 소씨 가문의 사람들은 심효진을 연신 칭찬했지만, 소정남은 자랑할 곳이 아무 데도 없다고 나무랐다.소씨 가문의 어르신들은 심지어 소정남이 심효진보다 못하다고 여겼다.“얼른 운전해. 나 한강에 가고 싶어. 가서 한 바퀴 돌다가 올래. 곧 날이 어두워질 텐데, 집에 늦게 집에 돌아가면 당신 사촌 누나가 또 뭐라고 잔소리할 거야.”최서우는 소정남의 사촌 누나이자 소씨 가문에서 영양사로 일하고 있다.심효진도 최서우가 그녀를 걱정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예전에 최서우는 심효진이 소정남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싫어했지만 오랫동안 함께 지내면서, 또 소정남 어머니의 설득을 들은 최서우는 그제야 심효진에 대한 태도가 많이 좋아졌다.최서우는 소정남을 많이
“너도 어쩌다 휴가 냈는데 제수씨랑 잘 쉬어. 그럼 나도 가봐야겠어. 저녁에 윤하 씨랑 저녁 약속이 있거든.”소정남은 소지훈이 정씨 가문의 저택에서 산다는 것을 알고 웃으면서 말을 건넸다.“형이 그 집에 살게 되었는데 정씨 가문의 가족들에게 잘해줘. 가족들에게 잘 보이기만 하면 윤하 씨가 망설인다고 해도 그 집 식구들이 윤하 씨에게 형을 받아들이라고 설득할 거야.”특히 그의 미래의 장인어른과 장모님에게 잘 보이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소정남은 심씨 가문의 사람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다.소지훈은 자신 있게 말했다.“심씨 집안 가족들은 전부 날 엄청 좋아하거든.”윤미연은 이미 소지훈을 한 집 식구로 여기고 있다. 만약 소지훈이 정윤하와 함께 음식을 많이 먹게 되면 윤미연은 한쪽으로 따뜻한 차를 끓여 주면서 한쪽으로 그를 꾸지람하곤 한다.소지훈이 처음 그 집으로 들어갔을 때의 공손함은 온데간데없었다.하긴, 정윤하와 결혼하고 싶어 하는 소지훈의 속내를 발견한 윤미연은 그를 진작 자신의 사위로 생각하고 있었다.한집안의 사람이 잘못을 저질렀을 때는 윤미연은 당연히 꾸지람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내 생각도 그래. 난 우리 형을 믿거든. 그럼 힘내. 나도 가봐야겠어. 우리 효진이와 함께 드라이브하러 갈 거야.”“운전 조심해. 제수씨 임신했잖아. 내 조카를 다치게 하지 말고.”소지훈은 신신당부했다.“알았어.”소정남은 늘 조심스러웠다.물론 소정남도 몰래 심효진을 데리고 바람을 쐬러 나온 것이기 때문에 만약 그의 부모님께 알려지면 혼나 죽을지도 모르는 일이다.소정남도 심효진을 잘 돌보지 못할까 봐, 너무 빨리 운전하면 그녀를 넘어뜨릴까 봐 항상 걱정하며 다녔다.심효진의 배 속의 아기는 그의 혈육일 뿐만 아니라 소씨 집안 어른들의 작은 보물이다.외출하기 전에 소정남의 사촌 누나 최서우는 심효진을 데리고 밖에서 식사하지 말라고 했다. 밖에 음식이 아무리 맛있다고 해도 조미료가 너무 많이 들어가면 건강에 안 좋다면서 말이다.소정남은 그제야 사랑하는 아내의
“그... 그 당시 제수씨한테 어떻게 고백했어? 네가 고백할 때 제수씨가 받아들였어? 거절한 적이 있어? 거절당하면 창피하지 않았고? 어떻게 마음을 다잡았어? 날 비웃지 마. 나도 살면서 처음으로 여자를 좋아해 봐서 그래. 경험이 전혀 없거든. 태윤 씨 부부의 재미있는 연극을 본 적은 있지만, 그들은 나와 다르잖아. 그들은 이미 그때 혼인 신고했을걸.”소지훈은 이런 감정적인 일로 사촌 동생에게 가르침을 청하는 것이 창피하고 소씨 가문의 장남 이미지에 손상을 입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는 소정남에게 물어보는 것 외에는 누구에게 물어봐야 할지 몰랐다.일반적으로 소지훈이 다른 사람의 사적인 일에 대해 알아보러 다녔지, 그의 개인적인 일이 남들에게 알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소정남이 바로 대답했다.“형, 정말 내가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 형이 지금 윤하 씨에게 구애하고 있잖아. 내가 보기에 형이 윤하 씨에게 무척 자상하게 대해주는 것 같던데 윤하 씨가 바보도 아닌데 마음속으로 잘 알고 있을걸. 어쩌면 형이 그녀에게 고백하기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잖아. 나와 효진이는 무척 자연스럽게 관계를 이어왔어. 태윤이가 주선해 줬는데 우리 두 사람은 서로 눈을 마주친 순간부터 상대방이 마음에 들어서 지금까지 순조롭게 걸어왔어. 난 거절당한 적도 없어. 우리는 연애부터 결혼까지 정말 순조로웠거든.”“형은 둔한 것도 아닌데. 평소 윤하 씨와 지내면서 형한테 어떤 태도도 대했어? 그녀도 형에게 태도가 괜찮았다면 분명 형한테 마음이 있다는 증거일 거야. 여자들은 수줍음을 잘 타서 먼저 말하기 거북해하거든. 그러니 우리는 남자로서 얼굴에 철판을 깔고 먼저 가서 고백해야 해. 먼저 한 걸음 다가서야 형과 윤하 씨가 연인으로 발전하게 될 거야. 난 형처럼 훌륭한 남자가 윤하 씨의 마음을 훔치는 일은 정말 아무런 문제도 없다고 봐. 윤하 씨도 아마 우리 형처럼 훌륭한 남자를 본 적 없을걸.”소지훈은 매우 괴로워하며 말했다.“윤하 씨는 나를 친구로 생각해. 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