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혹시 가게에 일손이 부족하지 않아? 내가 지금 직업이 없고, 나이도 점점 많아져서, 일자리를 구하기가 쉽지 않아. 다 젊은 아가씨들만 요구하잖니. 너 만약 일손을 구하려거든 날 쓰는 건 어때? 너무 많은 급여를 요구하지 않을게. 그저 한 달에 160만 원 정도만 주면 돼. 식사랑 숙박 제공해주고.”주서인은 화제를 바꾸었다.그러자 김은희도 딸의 말에 맞장구를 치며 전 며느리에게 말했다.“맞아, 예진아. 네 형님은 오랫동안 실직 상태인 데다 너 혼자 가게를 차리려면 너무 힘들잖니. 누가 도와주기라도 하면 너도 좀 수월하게 할 수 있을 거다. 네 형님은 남도 아니고 일도 잘하니, 네가 일손을 구하려거든 형님을 찾는 게 모르는 사람을 찾는 것보다 훨씬 나을 거다. 만약 손버릇이 나쁜 사람을 들이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우빈이는 나한테 맡기고 넌 장사나 열심히 하면 그만이다.”김은희는 주우빈을 자기 집으로 데려가고 싶었다. 그러면 하예진은 매일 주우빈을 데리러 집에 들를 거고, 자연히 주형인과 만나게 될 것이다. 어쨌든 십여 년 동안 함께 살았고, 아들도 하나 있으니, 옛정을 되살리기가 쉬울 거다.김은희는 주형인이 마음을 돌리기만 하면 바로 서현주를 내쫓기로 결심했다.‘그 패가망신이 주씨 집에 들어온 이후로 하루도 편히 지낸 날이 없어. 음식도 맛없게 하지, 몇 마디만 하면 울며 아들에게 일러바치지, 걔 때문에 아들과 싸운 적이 한두 번이 아니야.’하예진은 차가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내 가게는 일손이 필요 없어요. 일손을 구할 돈도 없고요!”한 달에 160만 원을 달라고?그녀의 작은 가게로 입에 풀칠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했다. 설령 일손을 구한다 해도 그 정도로 높은 임금을 줄 수는 없다. 게다가 주서인을... 그녀는 추호도 요청할 생각이 없었다.“우빈이는 제가 직접 데리고 있을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이제 9월에 유치원에 보낼 생각이에요.”하예진은 김은희가 주우빈을 이용하여 자신을 주형인과 재혼시키련다는 것을 바로 알아차렸다.그 구덩
“할머니 무슨 일 있으면 저한테 말씀하세요. 노동명을 찾으실 필요 없어요.”“네가 필요 없으니 그러지. 더 묻지 말고 어서 노동명의 번호나 줘봐.”전태윤은 이해 안 간다는 듯 친구의 연락처를 할머니에게 알려줬다. 그는 체념하지 않고 한 번 더 물었다.“할머니, 도대체 무슨 일로 동명이를 찾으세요?”“너랑 상관없으니 넌 네 일이나 보거라.”할머니는 노동명의 휴대폰 번호를 알아낸 후 바로 보배손자의 전화를 끊었다.“...”‘난 궁금해 해도 안 되는 건가요?’할머니는 노동명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그가 전화를 받자 매우 급한 어조로 말했다.“동명아, 일이 생겼다! 일이 생겼어! 그 쓰레기 같은 인간들이 또 찾아와서 예진이을 괴롭히려 한다. 예진이의 전 시어머니와 전 시누이가 예진이 보고 가게를 넘겨달라고 하는데 예진이 혼자서는 그 모녀 둘을 이길 수가 없다. 지금 100킬로 되는 몸무게도 없으니...”“...”“나도 나이가 많아 돕고 싶어도 도울 힘이 없구나. 바닥에 드러누워도 떠나가지 않으니원... 그래서 너한테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었다. 네 회사는 여기서 가까우니 경비원 몇 명만 보내주면 된다.”할머니는 노동명이 한마디 할 틈도 주지 않고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만약 네가 직접 오면 나도 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것 같다. 만약 정말 경비원을 보내면... 아마도 내가 잘못 본 거겠지.”할머니는 휴대폰을 손에 쥐고 화장실을 나왔다.주씨 모녀가 또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하예진은 화가 나서 그들을 내쫓고 있었다.할머니는 이를 보고 하마터면 주씨 모녀를 다시 데려올 뻔했다.만약 노동명이 도착했을 때 주씨네 모녀가 이미 떠나갔다면, 어찌 영웅 질을 하겠어?다행히, 주씨네 모녀는 할머니의 바람대로 가게를 떠나가려 하지 않았다.“동서. 형님이 지금 너무 힘들어서 그래. 형인의 결혼식도 준비해야 하지... 돈이 정말 없어서 그래. 자네가 우빈이을 데리고 사는 데 얼마나 쓰겠어? 그리고 또 자넬 도와줄 여동생도 있으니
“내가 곧 갈게. 예진아, 미안해.”주형인은 어머니와 누나를 대신해서 사과하고 얼른 전화를 끊은 다음 차 키를 집어 들고 아빠에게 말했다.“아빠, 엄마와 누나가 또 예진이한테 찾아갔어. 나와 함께 가서 그들을 데려와야 해.”주경진은 어두운 얼굴로 한참 지나서야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어휴, 전생에 무슨 죄를 지은 건지.”멀쩡하던 집안이 산산조각이 나고 며느리가 바뀌고 나서야 전 며느리의 좋은 점이 생각난 마누라와 딸은 시도 때도 없이 하예진을 찾아가서 시끄럽게 굴고 있다.“너희가 결혼식을 치른 후, 네 엄마를 데리고 고향으로 돌아가야겠다. 앞으로 큰일이 없으면 우리는 관성에 오지 않을 거다.”주경진은 마누라와 딸을 데리고 고향에 가서 살면 새 며느리와도 거리를 유지하여 매일 갈등을 빚지 않아도 되고, 전 며느리와도 멀리 떨어져 전 며느리가 조용히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주형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버지의 결정을 묵인했다.하예진이 전남편에게 전화를 걸자마자 노동명이 십여 명의 경비원들을 데리고 기세등등하게 들어왔다.하예진은 어리둥절해졌다. 무슨 일이지?“난동을 부리는 이 두 여자를 쫓아내!”노동명은 들어오자마자 묻지도 않고 경비원들에게 주씨네 모녀를 가게 밖으로 내쫓으라고 명령했다. 칼자국이 난 험상궂은 얼굴을 한 노동명이 섬뜩한 눈빛으로 주씨네 모녀 앞에 서자 모녀는 무서워 벌벌 떨었다.“이 거리의 가게 절반이 모두 내 거야. 당신들이 내 세입자한테 와서 소란을 피우는 것은 나 노동명을 안중에 두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야. 경고하는데, 앞으로 다시 와서 소란을 피우면, 내가 당신들을 절대로 가만두지 않을 거야! 당장 꺼져!”“저기... 우리 당장 떠날게요!”김은희는 깜짝 놀라서 얼른 딸을 끌고 재빨리 차를 몰고 도망쳤다.밖에서 구경하던 서현주는 노동명이 경비원들을 데리고 오자 얼른 차에 숨어서 휴대폰으로 동영상을 찍었다.이 장면을 주형인에게 보여주어 하예진한테 이미 다른 남자가 생겼으니, 더는 하예진한테 미련을 품지 말고 앞으
“노 대표님, 어떻게 그들 모녀가 저의 가게에 온 걸 아셨어요?”어리둥절해있던 하예진이 정신이 차리고 물었다.노동명은 발버둥 치는 주우빈을 내려놓았다. 그렇게 많은 장난감을 사주었는데도 주우빈은 여전히 자기를 멀리하고 있다. 노동명은 세 살짜리 아이도 잘 구슬리지 못하는 자신이 정말 삼촌 자격이 없다고 느껴졌다.“태윤의 할머니께서 나한테 전화를 걸어 당신 전 시어머니와 전 시누이가 와서 소란을 피우고 있으니 빨리 사람을 데리고 와서 도와달라고 하셨어. 나는 그들이 우빈이를 놀라게 하고 태윤의 할머니를 다치게 할까 봐 걱정되어 경비원들을 데리고 서둘러 온 거야. 다들 괜찮은 거지?”하예진은 그제야 깨달았다. 노동명이 어떻게 갑자기 달려왔나 했더니, 알고 보니 전씨 할머니께서 전화를 걸어 도움을 청한 거였다.하예진은 노씨 그룹이 마침 근처에 있으니 전씨 할머니께서 노동명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청한 건 매우 정상적이라고 생각했다.“그녀들은 막돼먹은 사람들이에요. 난 그녀들이 두렵지 않아요. 물벼락을 안기려고 하는 참에 노 대표님께서 사람들을 데리고 오셨어요. 고마워요.”“괜찮으면 됐어, 나중에 다시 오면 바로 내쫓아. 말도 안 통하는 사람들이니까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어.”하예진은 그들이 조금이라도 때려 부수거나 하면 경찰에 신고할 텐데, 그저 하소연하고 돈을 빌리러 왔으니, 경찰에 신고할 수가 없었다.“할머니, 전 바빠서 먼저 갈게요, 일이 있으면 다시 전화하세요. 그리고 예진아, 이따가 내가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게 경비원 몇 명을 불러 이 거리를 순찰하라고 집사한테 말해놓을 테니 근심 마.”노동명은 바람처럼 왔다가 10분도 채 안 돼 또 급급히 떠났다.전씨 할머니가 일부러 노동명을 떠본 것을 몰랐던 하예진은 노동명이 경비원들을 데리고 간 후 전씨 할머니에게 말했다.“처음부터 전 이 상가가 마음에 들었어요. 유동 인구도 많고, 근처에 노씨 그룹 말고도 다른 작은 회사들도 많아서 아침 식사 가게를 차리면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았어요
“...태윤아, 너희 할머니께선 무슨 뜻이니? 설마 내가 예진 씨에게 관심이 있다고 오해하신 거 아니야? 난 정말 그저 우빈이를 좋아할 뿐이야.”전태윤은 친구의 설명이 자기의 본심을 감추기 위한 거로 생각했다.그의 할머니는 사람 보는 눈이 매우 정확하시다.노동명이 그의 처형을 조금이라도 좋아하는 눈치가 없었다면, 그의 할머니는 절대 노동명을 시험하지 않았을 것이다.전태윤도 노동명과 하예진이 인연이 있다고 생각했다.이렇게 큰 관성에서 두 사람이 자주 마주칠 수 있는 것이 인연이 아니면 무엇인가?“응, 나도 우빈이를 좋아해. 네가 우리 처형한테 관심이 있는지 없는지, 그건 네 개인적인 일이니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지만, 나는 네가 우빈이만 순수하게 좋아했으면 좋겠어, 우빈의 엄마를 보고 좋아하는 게 아니라.”노동명의 절친인 전태윤은 노동명이 처형한테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주로 노동명의 어머니 노씨 사모님이 매우 까다롭기 때문이었다.하예진이 이혼녀인 것은 고사하고, 설령 미혼이라고 해도 노씨 사모님은 그녀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을 것이다. “당연히 우빈이를 보러 가는 거지. 우빈이가 좋아서 간다는데 모두들 왜 자꾸 내가 예진 씨 보러 간다고 의심하는 거야?”그가 하예진에게 조금 관심이 있다고 해도, 그것은 그녀가 주우빈의 엄마이기 때문이다.“태윤아, 너 할머니께 말씀 좀 드려, 절대 나와 예진씨를 엮지 마시라고.”전태윤이 웃었다.“할머니께서 무슨 중매 군이나 되신 것처럼 왜 모두 이렇게 무서워하는 건데? 넌 걱정 안 해도 돼. 할머니께선 걱정해야 할 손자가 아직도 몇 명이나 있으니. 친구의 손자인 너 차례는 없을 거야.”전태윤이 이어서 말했다.“예 대표가 나한테 예씨 가문 다섯째에게 선 자리를 주선해 달라고 부탁했었는데, 나의 선 자리도 할머니께서 소개하셨다고 했더니, 할머니께 도와달라고 부탁하셨어. 나는 우리 할머니께서 정말 혼인 소개소를 차려서 너 같은 화려한 싱글들을 엮어주셨으면 참 좋을 것 같아.”사례금으로 엄청나게 많은
갈등하던 마음도 사라졌다.성소현은 그보다 몇 살 어리지만, 하예정의 사촌 언니이니 사촌 처형이라고 부르는 것이 마땅하다.“네, 예정이 마중 왔어요. 그런데 제부는 땡땡이친 거예요?”전태윤이 목소리를 가라앉히고 대답했다.“일을 다 끝냈으니 먼저 퇴근해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을 겁니다.”성소현은 입을 삐죽거렸다. 전태윤은 전씨 그룹 대표이니 그가 한 달 동안 회사에 나가지 않아도 누가 감히 뭐라고 할 수 있겠는가? 그가 가끔 일찍 퇴근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눈코 뜰 새 없이 바쁘신 대표님께서 예정이 앞에서는 언제나 한가하시군요.”성소현이 조롱하듯 말했다.예전에 전태윤은 그녀를 한 번 만날 시간조차 없다고 말했는데, 알고 보니 시간이 없는 것이 아니라 그의 마음에 그녀가 없는 것이었다.만약 그녀를 좋아한다면, 아무리 바빠도 시간을 내서 그녀를 만났을 것이다.생각을 정리하니, 성소현은 마음이 홀가분해졌다.전태윤도 매우 훌륭하고 그녀도 나쁘지 않다. 다만, 그녀는 그의 인연이 아닌 거다.‘괜찮아, 세상에 남자가 수두룩한데 한 남자한테만 목을 맬 필요가 있을까?’“예정이는요?”“예정인 요즘 위가 좋지 않은 제부가 식사하는 걸 지켜봐야 한다면서 지금 밥을 하는 중이에요. 밥이 다 되면 회사로 보내드리겠다고 했어요. 마침 오셨으니 예정이가 걸음을 덜었군요. 기다리세요, 제가 예정이를 불러올게요. 그런데 제부, 예정이한테 빈손으로 오셨어요?”“...”성소현은 말문이 막힌 전태윤의 모습을 보면서 머리를 저었다. 이벤트에 신경 쓰지 않는 하예정이니까 전태윤한테 맞춰 살지.심효진은 바로 일어나서 주방으로 들어가 하예정을 내보냈다.“태윤 씨, 어떻게 이렇게 일찍 퇴근하셨어요? 국을 끓이는 중이에요. 좀만 기다리면 곧 다 될 거예요.”전태윤은 주방에서 나오는 사랑하는 와이프를 보자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솔직히 말해서, 성소현과 함께 있으면 전태윤은 항상 약간의 압박감을 느낀다. 억지로 성소현의 비위를 맞추기는 싫었지만, 나쁜 태도를 보이지는
성소현은 비록 자기가 전태윤의 사랑하는 사람이 될 수 없는 것이 유감스러웠지만 전태윤이 자기 사촌 제부가 되는 것을 태연하게 받아들이고, 하예정이 행복하기를 진심으로 바랐다.전태윤의 검은 눈동자가 반짝였다.그는 성소현이 하예정 앞에서 그를 헐뜯을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뜻밖이었다.참말로, 소인배의 마음으로 군자의 마음을 헤아린 거였다.“밖에 타이어가 납작해진 그 차가 하지문 거지?”“맞아요.”전태윤이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교통경찰을 불러서 트레일러를 끌고 오라고 할게. 교통에 지장을 주고 있으니.”“하지문이 몰래 두 번 왔었는데, 아마 제가 없는 틈을 타서 트레일러를 불러서 끌고 가려고 했을 거예요. 도둑이 제 발 저리다고.”하예정의 말속에는 조소가 섞여 있었다.“참, 당신 사촌 여동생이 지금 성형외과에서 성형수술 시간을 예약했는데, 그녀를 어떤 모습으로 성형시킬까?”하예정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걔는 내 모습처럼 성형해서 나를 대신하려고 하고 있어요. 그렇게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을 좋아한다니, 이참에 내 사촌 큰 언니처럼 만들어 주세요. 사촌 큰 오빠와는 친남매이고 이미 시집가서 아들을 낳았어요.”그녀는 하소진의 얼굴이 사촌 큰 언니의 얼굴과 똑같게 바뀐 후 그들의 반응이 너무 궁금하였다. “당신 사촌 큰 언니 이름을 알려줘. 내가 소정남한테 말해서 사람을 시켜 당신의 사촌 큰 언니 생김새를 알아 오라고 할게. 하소진을 그녀의 얼굴 모습 그대로 만들게.”하예정이 사촌 큰 언니의 이름을 전태윤에게 알려주자, 전태윤은 즉시 소정남에게 메시지로 이름을 보내고는 한마디 덧붙였다.“하소진을 이 여자의 얼굴과 똑같게 만들어.”.소정남이 음성메세지를 보냈다.“너, 또 일찍 퇴근한 거지?”전태윤이 당연한 듯이 회답했다.“일찍 퇴근했는데, 무슨 문제라도 있어? 내가 일찍 퇴근하면 모두 좋아하지 않아?”“...”전태윤이 회사에 없으니 다들 기뻐했지만, 소정남은 기분이 안 좋았다. 자기도 일찍 퇴근해서 심효진과 함께 있고 싶은 거였다.물
그의 장인과 장모의 무덤은 그 망나니 친척들에 의해 옮겨졌는데 하예정 자매는 그들이 어디로 옮겼는지 모른다. 그들의 목적은 그들 자매가 부모에게 제사를 지내지 못하게 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하지문이 아들의 신분으로 향을 피우게 함으로써 그의 장인의 유산을 공명정대하게 물려받게 하기 위해서이다.부모의 말이 나오니 하예정의 표정이 어두워졌다.전태윤은 그녀의 손을 잡고 위로했다.“하늘에 계신 부모님께서 당신 자매가 잘 지내는 것을 보면 시름 놓을 거야.”“부모님 물건 모두 다 돌려받을 거예요!”“내가 있으니, 당신은 받기만 하면 돼. 내가 최고의 변호사를 청하여 소송할 거야, 그들이 한 푼도 못 가지게!”하예정은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콜록콜록. ”성소현이 가벼운 기침으로 그들 부부의 말을 끊으며 걸어왔다.“예정아, 엄마한테서 전화 왔는데, 너하고 같이 집에 가서 화장도 하고 드레스도 갈아입고 파티에 갈 준비를 하라고 했어.”그러고는 다시 전태윤에게 물었다.“예정이가 준비한 사랑의 저녁 식사가 준비되었어요. 여기서 드시고 갈래요, 아니면 포장해서 가져가실래요?”전태윤이 하예정을 바라보았다.그는 하예정이 그와 함께하기를 바랐다. “드시고 가요.”하예정은 자기 남자를 잘 알고 있다. 그녀와 함께 있으면, 그는 밥을 맛있게 잘 먹는다.그녀는 지금 그의 위를 잘 보양하려고 그를 위해 매일 세 끼를 직접 준비한다.“연회에서 음식을 먹을 때가 적으니, 우리도 조금씩 먹어두자.”성소현이 식탁을 차리고 행주로 테이블을 닦았다.“예정아, 주말에 엄마와 나도 너와 함께 고향에 가도 돼? 이모가 살던 곳을 가보고 싶어서 그래. 엄마는 더 말할 것도 없이 예전부터 너희 고향에 가서 우리 이모의 양부모님을 만나뵙고 싶어 하셨어.”그녀의 작은 이모가 돌아간 후, 작은 이모의 양부모는 8천만 원의 사망 보상금을 나누어 가진 후 하예정 자매와 더 이상 왕래하지 않고 연을 끊었다.하지만 이경혜는 그들을 원망하지 않았다. 동생을 키워주신 양부모님이 고마웠
소지훈을 처음 만났을 때, 정윤하는 소지훈을 보더니 심장이 두근거리면서 자기도 모르게 헛된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알고 지낸지 오래되면 도장의 코치 선배들과 다를 바 없다고 느꼈고 이내 두근거림도 사라졌고 헛된 생각도 하지 않았다.정윤하는 그녀와 소지훈이 사이도 친구와 같은 사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소지훈이 그녀를 사랑한다고 말할 줄은 전혀 몰랐다.정윤하는 얼굴이 뜨거워졌다.그녀는 자신의 얼굴을 만져보더니 스스로 가볍게 얼굴을 치며 혼잣말을 했다.“정윤하, 부끄러워하는 거야? 어떤 남자가 널 좋아한다고 해서 이렇게 기뻐한 거야? 좀 진정해. 진정하자고.”소지훈은 정윤하의 소개팅 상대들처럼 그녀가 나중에 가정폭력을 행사할까 봐 걱정하지 않을 것이다. 소지훈은 정혁주까지 이길 수 있을 정도로 무술 실력이 엄청나게 뛰어난 남자였다.정윤하조차도 정혁주를 이기지 못하는데.소지훈이 정혁주를 이길 수 있다는 것은, 소지훈의 무술 실력이 정윤하보다 더 높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소지훈이 걱정할 게 뭐가 있을까!오히려 앞으로 소지훈과 싸울 때 그에게 터져 맞아 땅에 짓눌리지 않게 정윤하가 걱정해야 할 것이다.정윤하는 침대에서 일어나 화장대 앞에 앉아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았다.거울 속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던 정윤하는 자신 있게 웃으며 중얼거렸다.“못생기지는 않았는데! 아저씨가 역시 보는 눈이 있네.”단 정윤하는 자신과 소지훈이 어울리는지 잘 몰랐다.소지훈은 대기업의 대표이고 집안도 재벌가이고 만나는 사람마다 재력이 강하거나 신분이 높은 사람일 것이다. 그러나 정씨 가문은 가난하지 않고 연성에서도 부자에 속했지만 소씨 가문과 비교하면 그래도 차이가 컸다.정윤하는 소지훈이 보통 여자들과 다른 자신을 가지고 놀다가 질려버리면 자신을 버리고 딴 여자를 좋아할까 봐 무척 걱정했다.남자는 돈이 있으면 나빠지고 여자가 나빠지면 돈이 많아지게 되는 법!소지훈은 부자인 데다 잘생겼기에 여자에게 심장까지 꺼내어 잘해주면 그 여자는 분명 그에게 퐁
“형, 그럼 제가 뭘 하면 될까요?”정혁주가 자신을 인정해 주는 것을 본 소지훈은 그를 자신의 편으로 생각하며 물었다.정혁주가 대답했다.“여기 남아서 지켜보든지, 아니면 돌아가서 우리 어머니를 도와 요리를 하든지 하세요. 어쨌든 정윤하가 뭘 하든 상관하지 마세요. 저녁에 돌아올 테니까요. 돌아오면 두 사람 다시 얘기해 봐요. 소 대표님이 하신 얘기가 농담이 아니라 진심이라는 것만 믿게 하면 돼요.”“네. 정말 감사해요. 그럼 저는 돌아가서 이모님을 도와 요리할게요.”윤미연에게 잘 보이면 정윤하의 마음을 훔치는 이 길은 훨씬 쉬워질 테니까.정윤하는 소지훈의 고백에 놀란 것이 아니라 별로 믿기지 않아서였다. 어떤 남자가 자신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그녀는 도장에서 나와 찬 바람을 쐬고 추워지니 머리가 맑아지는 것만 같았다.정윤하도 밖에서 오래 돌아다니지 않고 곧 집으로 돌아갔다.다행히 도장은 집에서 매우 가까웠다.윤미연은 오늘 밤 샤브샤브를 먹을 요리들을 준비하고 있었다.추운 날에는 역시 샤브샤브를 먹어야 속이 편안할 것이다.집이 난방이 안 되면 그녀도 이렇게 편하게 있지는 못한다.겨울이 되면 윤미연은 거의 외출하지 않았다. 장 보는 것도 자식들에게 맡기곤 한다.그녀는 따뜻한 도시에서 정씨 가문으로 시집온 사람이다. 그녀는 너무 추위를 타서 연성에 시집온 지 수십 년이 되었지만, 겨울만 되면 여전히 집에 틀어박혀 있는 것을 좋아했다.문 여는 소리를 듣고 문 앞으로 향하던 윤미연은 정윤하인 것을 확인하더니 바로 물었다.“이 시간이면 수업해야 할 시간 아니야? 왜 돌아왔어? 밖에 여전히 눈이 오지? 부엌에 뜨거운 생강차를 끓여놨는데 한 잔 마셔.”윤미연은 다시 주방으로 돌아갔다.“왜 혼자 왔어? 너희 오빠들은?”윤미연은 바쁘게 일하면서도 정윤하에게 물어보았다.정윤하가 대답했다.“저는 일이 있어서 먼저 돌아왔어요. 엄마, 아빠는요?”“네 아빠가 약속 있어서 나가셨어. 저녁에 밥 먹으러 돌아오지 않을 거라면서
소지훈이 일어나 정윤하를 쫓아가려 하였으나 정혁주가 가로막았다.그는 고개를 돌려 정혁주인 것을 확인하더니 성깔 좋게 말했다.“형, 제가 나가 볼게요.”“지금 가지 말고 윤하에게 혼자 생각하게 시간 좀 줘요. 윤하가 지금 소 대표님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지금 이 소식을 소화해야 할 거예요. 윤하는 지금 친구 감정이 아닌 이 남녀 간의 감정을 소화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이에요.”“밖이 추운데... 눈이 내리면 추워질까 걱정돼요.”그러나 정혁주는 친여동생의 모든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다.“소 대표님은 추울지 몰라도 윤하는 연성 토박이라 어렸을 때부터 이런 추위에 익숙해요. 그러나 소 대표님은 아니죠. 당신은 관성에서 왔으니 관성 쪽에는 겨울이 없다고 볼 수 있죠. 윤하가 추워하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말고 나가서 바람 좀 쐬게 내버려 둬요. 마음을 다잡고 잘 생각해 보게 내버려 둬요. 갑자기 고백하니, 윤하는 심리 준비도 하지 않아 혼란스러워졌을 거예요. 걱정하지 마세요. 소 대표님도 그래요. 때가 되면 고백하셔야지... 꽃다발 하나로 윤하가 소 대표님 마음을 알 거로 생각하세요?”소지훈은 입을 오므리다가 대답했다.“윤하 씨에게 꽃다발을 선물해도 제 마음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 뻔하기에 그래서 직접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말하지 않으면 영원히 모를 것 같아서요. 제가 한 트럭의 꽃을 선물한다고 해도 윤하 씨 성격으로는 이 꽃들로 얼마나 많은 꽃 떡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할 테니까요.”정혁주도 공감하며 입을 열었다.“그... 그럴 수도 있겠네요.”정윤하도 분명 감히 그런 생각을 하지도 못했을 것이다.그녀를 사랑한다면 확실히 말해야 했다. 그녀가 알도록 명확하게 알려줘야 할 것이다.“형, 윤하 씨가 이렇게 황급하게 나갔는데 정말 저를 피하는 거 아니에요? 윤하 씨는 제가 너무 늙었다고 싫어하지 않을까요? 저는 윤하 씨보다 10세 4개월이나 많은데.”그의 나이는 그녀보다 11살 많다고 말은 했지만 진지하게 계산하면 10년 4개월 연상이다.정
정윤하는 그렇게 하면 소지훈에게 폐를 끼친다고 생각하여 말을 내뱉으려다가 다시 생각을 바꾸어 말을 건넸다.“그럼 그때 가서 신세 좀 질게요.”소지훈이 연성에 있을 때 정윤하가 그에게 잘 접대했으니 그녀가 관성으로 가게 되면 소지훈이 잘 접대해 주면 서로에게 빚지지 않을 것으로 여겼다.“윤하 씨, 꽃 떡 말고도 또 다른 생각은 없었어요?”소지훈은 다시 본론으로 돌아갔다.정윤하가 소지훈을 쳐다보니 그도 그녀를 보고 있었다.두 사람이 잠시 눈을 마주치더니 정윤하가 입을 열었다.“제가 또 무슨 생각 해야 하죠? 아저씨가 저에게 꽃을 선물했으니 저를 좋아한다는 생각 해야 돼요? 아저씨가 저를 좋아하고 저도 아저씨가 좋아요. 우리가 서로 좋아하지 않으면 친구로 될 수도 없는걸요.”잠시 침묵이 흐르다가 소지훈이 그 정적을 깨뜨렸다.“윤하 씨는 제가 윤하 씨에 대해 좋아함이 우정이 아닌 남녀 간의 정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아저씨가 남자고, 저는 여자인데 아저씨가 저를 좋아하는 것은 남자가 여자를 좋아하는 것이 아닌가요? 뭐가 달라요?”“제 말은 윤하 씨, 저는 윤하 씨를 사랑하고 있어요. 윤하 씨에게 구애하고 싶단 의미에요. 형제 사이가 아닌 윤하 씨 남편이 되고 싶다는 뜻이에요.”소지훈은 단숨에 속마음을 털어놓았다.정윤하의 되묻는 물음에 화가 난 것이다.소지훈도 충동적으로 그 뜻을 똑똑히 해석해 준 것뿐인데...그녀가 이해하지 못할까 봐 걱정되었다.소지훈이 그녀에게 고백해야 정윤하가 그의 감정을 알 수 있다고 소정남이 알려주었다.그가 말하지 않는데 털털한 정윤하가 어찌 알 도리가 있겠는가?목소리가 좀 커진 소지훈은 그제야 분위기가 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웅성거리던 도장은 순간 조용해졌고 다들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소지훈은 그들을 쳐다보고는 다시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기만 하는 정윤하를 바라보았다.그의 잘생긴 얼굴은 점점 붉은 구름이 떠 올랐다.그는 도장이 아닌 단둘이 있는 곳을 찾아 로맨틱하게 현장을 꾸민 다음 정윤하에게
“윤하 씨, 이 꽃다발... 제 말은 윤하 씨가 이 꽃다발을 받고 무슨 생각이 들었어요?”소지훈은 용기를 내어 정윤하에게 물었다.정윤하는 닭 날개를 다 먹고 또 오징어구이를 먹으며 대답했다.“무슨 생각이요? 정말 예쁘다고 생각했죠. 그리고 누가 키운 꽃인지 정말 아름답고 좋네요. 저 보고 꽃을 키우라고 하면 이 꽃은 이미 죽었을 거예요.”소지훈은 아무 말도 잇지 못했다.정윤하는 눈치도 없이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그리고 꽃다발을 받고 보니 장미꽃 떡이 생각났어요. 갑자기 꽃 떡을 떠올리니 너무 먹고 싶네요. 지금 바로 주문해서 먹어야겠어요.”정윤하는 휴대전화를 꺼내서 인터넷으로 꽃 떡을 사려고 했다.“제가 사드릴게요. 지금 여행 중인 친구가 있는데 꽃 떡 좀 가져다 달라고 하면 돼요. 훨씬 맛있을 거예요.”정윤하가 말을 건넸다.“그들이 현장에서 만들어서 팔지 않는 한 산 것과 인터넷에서 사는 거랑 별반 다르지 않을걸요. 현장에서 만든 것이 맛있다고 들어는 봤는데. 내년에 시간이 나면 저도 여행 가서 현장에서 구운 꽃 떡을 먹어봐야겠어요.”소지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묵묵히 부하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즉시 청주성으로 날아가서 꽃 떡을 만드는 것을 배워 정윤하에게 신선한 꽃 떡을 맛보게 하라고 지시했다. 단, 정윤하가 여행을 가지 않고도 신선한 꽃 떡을 먹을 수 있도록 반드시 청주성의 맛과 똑같아야 한다고 강조했다.적어도 온라인으로 구매한 것보다 맛있을 테니까.정윤하는 토픽 X 이라는 앱을 즐겨 사용하는 데 정말 싸다고 말했다.소지훈은 그녀에게 그 앱에서 물건을 사지 말라고 수없이 말하고 싶었지만, 그녀가 소지훈이 역시 부자답다고 말할까 봐 걱정했다. 그는 일반인의 어려움을 이해할 수 없었기에 결국 침묵을 선택했고 그녀의 취향과 선택을 존중해주었다.“정말 주문하셨어요?”정윤하는 소지훈이 핸드폰을 내려놓는 것을 보더니 그에게 물었다.소지훈이 대답했다.“네. 주문해드렸으니 받을 때까지 기다리시면 돼요.”그는 먼저 정윤하에게 인터넷으로
모두 웃으며 말했다.“우리가 소 대표님한테 매수된 게 아니라 사실을 말한 것뿐이에요. 소 대표님은 정말 좋은 분이에요. 윤하에게 잘 어울려요.”코치 중 한 명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소 대표님도 우리 윤하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윤하가 주로 만나본 젊은 남자들이 우리 말고는 좋은 남자가 없어서 그래요. 게다가 사장님과 사모님도 얼마나 걱정하세요. 만약 소 대표님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면 우리도 반대했을 거예요. 그런데 제가 보기엔 소 대표님과 윤하가 잘 지내고 있거든요. 근데 우리 윤하가 왠지 소 대표님께 남녀 간의 정이 없다고 느껴져요. 윤하가 우리를 대한 것처럼 똑같이 소 대표님을 대하는 것 같아요.”정혁주는 코치들의 말에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깊이 공감했다.도장에는 여성 후배들도 많지만 유독 정윤하가 정혁주를 무척 걱정시켰다.정윤하는 습관적으로 남자들과 형제 사이로 지냈기에 그들도 정말 어찌할 도리가 없다.그들도 정윤하에게 남자 친구를 소개해 주려고 했지만, 그녀가 상대방이 무술을 할 줄 알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리고 소개를 받을 남자들은 정윤하의 “명성”을 듣더니 심지어 몰래 도장에 가서 정윤하를 지켜보기까지 했다. 그러나 정작 그녀의 막강한 실력을 보더니 정윤하를 다스리지 못할까 봐 걱정하며 결국 투항하게 되었고 다른 맞선남들과 마찬가지로 감히 나서지 못했다.이로 하여 뒷부분의 맥락은 그대로 뚝 끊기게 되었다.정혁주가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너희도 사실 소 대표님의 재력에 넘어간 거야. 나조차도 좋게 느껴지는데 너희들은 더 말할 것도 없지. 소 대표님의 재력이 정말 좋은 건 사실이야. 우리도 자기도 모르게 속아 넘어간 거지. 그런데 소 대표님은 꽤 좋은 사람이긴 해. 우리 윤하와도 너무 잘 어울리고. 너희들도 장난치고 있는 걸 알기에 나도 너희들 탓하지 않아. 우리 전부 윤하를 위해서 하는 소리잖아. 내가 소 대표님을 오랫동안 지켜봤는데 그분이 안 좋은 사람이라면 그대로 내버려두지 않았을 거야.”“너희들의 말처럼 윤하 계집
“들어가요. 밖이 너무 추워요.”정윤하는 꽃다발과 보온도시락을 들고는 소지훈을 도장으로 가자고 말했다.소지훈은 그녀를 따라갔다.도장의 사람들은 정윤하가 꽃다발을 안고 있는 모습을 보더니 두 사람이 썸타고 있는듯한 느낌을 받았다.그 꼬맹이들조차 정윤하가 안고 있는 그 꽃다발이 뭔가 다르다고 느꼈다.정윤하는 학생들에게 다가갔다.“코치님, 이 꽃다발이 정말 아름다워요.”“코치님, 바비큐 드실래요? 우리 거의 다 먹었어요.”“코치님, 지훈 아저씨가 선물한 꽃이죠? 왜 코치님께 꽃을 주세요?”정윤하가 웃으며 대답했다.“많이 먹어. 다 먹어도 돼. 지훈 아저씨가 나에게 따로 준비해 줬거든. 너희 지훈 아저씨가 꽃집을 지나다가 꽃집에 있는 꽃이 너무 예뻐서 나에게 꽃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라고 선물해줬어. 어때? 예쁘지? 나도 이 꽃다발이 너무 예뻐서 좋아.”학생들은 꽃다발이 예쁘다고 연신 칭찬했다.정윤하의 사제들은 헤벌쭉한 정윤하를 보고는 또 여우처럼 웃고 있는 소지훈을 보더니 결국 모두 정혁주를 일제히 쳐다보았다.정혁주는 정윤하를 힐끔힐끔 쳐다보고는 평소에 앉던 테이블에 앞에 앉아 바비큐를 먹으며 보이차도 곁들여 마셨다.“선배님.”몇몇 코치들이 정혁주에게 다가가더니 그중 한 명이 작은 목소리로 궁금한 듯 물었다.“소 대표님이 우리 윤하에게 고백한 거예요? 그런데 또 그렇게 보이지는 않는데...”정윤하의 표정을 보면 고백받은 것 같지 않았다.그녀는 자연스럽게 웃으며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았다.“소 대표님이 꽃집을 지나다가 꽃집의 꽃이 예쁜 것을 보고 윤하에게 선물했다고 하던데, 이런 어설픈 이유도 윤하가 믿다니, 참! 저렇게 멍청한 꼴을 보니 사람들에게 팔려가도 돈을 세어줄 기세인데.”“윤하가 종일 우리와 함께 지내다 보니 남자답고 털털해서 그래요. 소 대표님만큼 신중하지 못하잖아요. 소 대표님이 윤하에게 직접 고백하지 않는 한 윤하는 분명 별생각 하지 않을걸요.”“어휴, 윤하가 소개팅마다 실패하고 시집을 못 가는 데는 우리 책임도 있어요
정혁주는 아예 보이차 한 병씩 모두에게 나눠주었다. 그는 보이차를 나누어 주면서 소지훈은 학생들이 정윤하 앞에서 좋은 말을 해주기를 기대하며 매번 큰돈을 퍼부었다.소지훈은 도장으로 올 때마다 도장의 사람들에게 맛 나는 음식을 가져다주었고 또 각자의 몫도 전부 챙겨주었으며 심지어 다 먹지도 못할 정도로 많이 사 올 때도 있었다.그렇게 많은 사람에게 음식을 대접하려면 돈도 많이 들었도 또한 보통 사람들에게는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정윤하의 말대로 그녀의 수입으로 전체 도장의 사람들에게 음식을 사주면 몇 번이나 사줄 수 있겠는가!정혁주는 도장의 여러 코치 중에서 수입이 가장 높지만, 소지훈처럼 돈이 많지 않았다.역시 대기업 대표답다!정혁주가 보이차를 나누어 줄 때 밖에 서 있는 두 바보를 유의하여 보며 마음속으로 소지훈은 아마 정윤하에게 첫눈에 반했을 거라고 짐작했다.그래서 연성까지 머나먼 길을 달려서 왔을 것이다.소지훈은 지금 출장 중이지만 저녁에 약속도 없이 도장으로 온 것을 보면 아마 출장할 때 처리해야 할 일들을 다 처리한 모양이다. 그러나 그는 아직도 떠나지 않았다.정씨 저택에 남아서 설을 쇠려고 하는 모양인데...정윤하를 노리고 온 것이 틀림없다.그리고 소지훈은 정윤하와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녀에게서 작은 도움을 받았지만, 소지훈은 기어코 그녀가 자신의 은인이라고 외치며 다녔다.정혁주는 정윤하가 오지랖이 넓고 너무 빨리 움직여 소지훈을 도와주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사실 소지훈의 실력으로 그날 밤 그 건달들 정도는 아주 쉽게 때려눕힐 수 있었을 것이다. 아니, 소지훈의 상대도 되지 못했을 것이다!그렇게 정윤하는 소지훈의 생명의 은인으로 되었다.그리고 정윤하가 전태윤 부부의 연애사에 관심을 두는 모습을 본 소지훈은 천 리 길을 달려와 그녀를 데리고 전태윤 부부의 결혼식에 함께 참석했다.정씨 가문은 관성과 멀리 떨어져 있지만, 관성 전씨 가문의 명성이 너무 크기 때문에 인터넷으로 몇 번만 뒤져봐도 관성 전씨 가문이 어떤 가문인지
날은 이미 어두워졌지만 사실 시간은 아직 이르다. 다만 겨울에는 낮이 짧고 밤이 길어서 빨리 어두워질 뿐이다.정윤하의 수업도 마침 끝났다.“지훈 아저씨 오셨어.”한 학생이 소지훈의 차를 보더니 소리를 질렀고 그러자 다른 학생들도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밖으로 나오지 마. 바람이 많이 불어.”소지훈은 웃으면서 소리쳤지만, 학생들은 모두 뛰쳐나갔다.소지훈은 이내 사 온 간식 몇 봉지를 큰 학생들에게 건네고 포장된 바비큐는 조금 작은 학생들에게 건네주어 도장 안으로 들여보냈다.정윤하는 두꺼운 외투를 걸치면서 걸어 나왔다.그녀는 소지훈을 보더니 웃으며 말을 건넸다.“아저씨가 오시기 전에는 제가 도장에서 가장 인기가 많았는데 이제 아저씨가 가장 인기가 많네요.”정혁주도 따라 나와 정윤하의 말을 이었다.“너무 인색한 거 아니야? 소 대표님처럼 시원스럽게 모두에게 음식을 대접하면 다들 다시 널 좋아하게 될걸.”“내가 인색한 게 아니라 월급이 쥐꼬리밖에 안 되는데 음식을 몇 번 정도 대접할 수 있을 것 같아? 아저씨는 회사의 대표잖아. 난 절대로 이 방면에서 아저씨와 다투지 않을 거야. 이런 일들은 돈으로 해결해야 하는 일이잖아... 음? 눈이 오는 것 같아.”정혁주도 하늘을 보며 말을 이었다.“눈이 오는 것 같긴 하네. 근데 뭐가 이상해? 겨울이 되면 눈이 자주 올 텐데, 정상이잖아.”“형님, 얼른 오세요. 보이차 몇 상자 드릴게요. 바비큐를 사 왔는데 혹시라도 학생들이 먹으면 소화가 안 될까 봐 몇 상자 사 왔어요.”소지훈은 보이차 상자를 들면서 정혁주에게 자연스럽게 건넸다.정혁주는 차를 향해 다가갔고 조수석에 놓인 꽃다발을 보더니 눈이 번쩍 뜨였지만 아무 말도 꺼내지 않았다.소지훈이 그들 정씨 가문의 저택에 오래 머문 덕분으로 정씨 집안 가족들이 소지훈의 성격과 사람 됨됨이를 잘 알게 되었다.소지훈은 냉혹한 면과 부드러운 면을 가진 사람이다. 그러나 냉혹한 면을 정씨 가문의 가족들 앞에서 보여준 적 단 한 번도 없었다.하지만 그들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