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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9화

하예진은 애초에 예물을 요구하지 않았다.

서씨 일가에서 예물을 요구하는 것도 당연하다만 그것도 합리적이어야 한다. 엄마, 아빠가 그렇게 많은 예물을 요구하는 건 미래의 시댁 식구들을 다 털어 두 오빠에게 보태고, 정작 딸은 시집보내 힘들게 살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녀는 도무지 찬성할 수 없었다.

특히 주형인은 지금 모든 돈을 그녀에게 맡기고는 집 인테리어에 더는 관여하지 않고 있다. 다시 말해, 그는 한 푼도 더 내지 않을 것이고 모두 알아서 책임져야 한다. 매번 돈을 낼 때마다 서현주는 살을 도려내는 것 같았다.

집안일을 맡아 보아야 비로소 쌀의 귀함을 안다고...

그녀는 가사를 맡기 시작하고부터 모든 걸 계산하며 계획하기 시작했다. 하물며 그녀와 남편은 현재 실직 중이다.

비록 그들이 예금을 조금 가지고 있지만, 빈털터리가 되지 않으려면 신중하게 계산하면서 써야 한다.

지금, 이 순간, 서현주는 자신이 매달 월급의 3분의 1만 집에 주고, 3분의 1을 쓰고, 나머지 3분의 1을 은행에 저금하여 약간의 비상금을 챙겨둔 것이 다행이라 생각했다.

가진 것이 있어야 남에게 줄 수도 있다.

서현주는 차에서 내리더니 차 문을 닫고 바로 잠갔다.

지금 그녀가 운전하는 이 차는 원래 주형인의 차이다.

주형인은 2,000만 원 정도의 새 차를 한 대 더 샀다. 그는 서현주에게 결혼식을 올린 후에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면 모바일 택시를 운전하는 일을 하여 가족을 부양하겠다고 했다. 그녀가 주씨 집에 시집온 이상, 절대 힘든 삶을 살게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서현주는 주형인이 자신을 정말 사랑하고 있다고 굳게 믿었다. 적어도 자신이 하예진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했다.

심호흡을 몇 번 한 후 서현주는 다시 차에서 자신의 루이비통 백을 꺼내 들었다. 이것은 그녀와 주형인이 연애하던 시절 그가 선물해 준 것이다. 주형인은 하예진에게는 이러한 명품을 선물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젊고 생김새도 괜찮은 주형인의 따뜻한 배려에 서현주는 스스럼없이 제삼자가 되기로 한 것이다.

루이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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