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할아버지의 눈에 하예진 누나는 하예정 누나만큼 가치가 없었다.하나는 이혼하고 아이를 데리고 혼자 사는 불쌍한 사람이고, 다른 하나는 갑부 전씨 가문의 사모님인데, 누가 더 가치가 있는지 세 살짜리 어린애도 다 알고 있다.“썩 꺼져!”“누나, 택시비는...”하예정이 눈을 부릅뜨자 하지철은 얼른 도망쳤다.‘자기도 남을 속이며 말한 대로 하지도 않으면서! 어떻게 하예정 같은 사촌 누이가 다 있지?’하지철은 하예정한테 욕설을 퍼부으며 둘째 형이 세 든 집으로 돌아갔다.타이어 4개가 모두 납작해진 둘째 형의 고급 차는 몰고 올 수 없으니 둘째 형이 스스로 방법을 찾아야 한다. 다행히 차 키는 가져왔다.하지문은 사촌 동생이 하예정에게 발각되었을 뿐만 아니라 하예정의 가게 문 앞에 차를 두고 왔다고 하자 화가 치밀어 하지철의 다리를 걷어차며 욕설을 퍼부었다.“아무리 무서워도 도망갈 때 차를 몰고 와야지, 차 키만 가지고 돌아오면 어떡해!”하지철은 걷어차이면서도 감히 화를 내지 못하고 주눅이 들어 말했다.“둘째 형, 하예정이 칼로 타이어를 찔러 펑크내는 바람에 차를 몰고 올 수가 없었어. 말리려고 했는데, 속도가 너무 빨라서...”하지문은 살점이 떨어지는 것 같았다.“몇 개 펑크났는데?”하지철이 손가락 네 개를 내밀었다.“타이어 하나를 바꾸는데도 돈이 엄청 많이 드는데, 네 개나 펑크내다니!”하지문은 화가 나 미칠 것 같았다! “지철아, 우리 계획은 말 안 했겠지?”하지명이 서둘러 사촌 동생에게 물었다.“말하지 않았어.”그는 확실히 모든 계획을 하예정에게 말하지 않았다. 하예정을 몰래 촬영한 목적만 말했을 뿐이다.하지명이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이 일은 우리만 알고 있고, 절대 말하면 안 돼. 하예정 부부에게 알려지면 실행할 수 없어.”하지철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형, 그 점은 나도 잘 알고 있으니 근심하지 마. 말하지 않았으니.”“내 차는 어떡해?”하지문은 그의 차가 몹시 아까웠다.타이어 4개를 모두 교체하려면,
하지철이 떠난 후 심효진이 걱정되어 친구에게 말했다.“예정아, 그들이 너를 바꿔치기하려고 계획하고 있는지도 몰라.”“가능성이 있는게 아니라 정말 계획하고 있어.”카운터에 앉아있는 하예정의 얼굴에 약간의 피로가 어렸다.두 자매는 정말 팔자도 사납다. 그런 쓰레기들과 한 가족이 되다니. 그것도 아주 가까운 혈족이니 말이다.“하지철이 말하는 셋째 누나는 너보다 나이가 많은 거야?”“나이가 같아, 내가 그녀보다 일주일 먼저야.”하예정은 같은 해에 태어나 지신보다 일주일 어린 사촌 여동생을 떠올렸다. 십여 년 동안 보지 못해 기억이 별로 없다. 그녀가 자기와 닮았을까?부모님이 살아계실 때, 그 사촌 동생이랑 같은 반이었는데 누가 좀 닮았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닮았다고 해도 조금 닮았을 뿐인데, 모방한다고 그녀를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전태윤을 바보로 아나?상대방이 그녀의 모습대로 성형수술을 한다면 몰라도... “이름이 뭔데?”“하소진이야.”하예정이 말했다.“점심에 전 씨 그룹에 가봐야겠어. 이 일은 태윤 씨에게 맡겨야 해. 하소진은 지금쯤 아마 성형수술을 했을 거야.”전태윤이 속지 않더라도 하예정은 하소진이 자기 모습을 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하소진의 성형수술을 막을 능력이 없으니, 전태윤에게 맡겨야 했다.이제 그들 부부는 그놈들의 음해 대상이 되었으니, 부부는 한마음으로 그들을 상대해야 한다.“그들은 정말 쓰레기들이네, 이런 악랄한 계략을 다 생각해 내다니.”감히 하소진을 성형시켜 하예정 대신 전씨 가문에 들여보내고, 하예정을 죽이려고 하다니.“그들이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아. 할아버지가 그들을 데리고 와서 소란을 피우며 돈을 요구했을 때, 나는 그들이 멈추지 않을 것을 짐작했어, 내가 그들에게 돈을 준다고 해도 그들은 만족하지 않고 더 많은 것을 요구할 거야.”그들은 또 다른 방식으로 이익을 챙기려고 할 것이다. “큰 도련님은 절대 속지 않을 거예요.”숙희 아주머니가 긍정적으로 말했다.
“동서남북, 어디서나 항상 바람이 불지.”할머니는 부축하려는 전이진의 손을 밀어냈다.“부축할 필요 없다. 이 할미는 아직 아주 정정하다. 너희들이 장가들고 아이를 낳는 것을 보기 전에는 죽지 않을 거다.”“그럼, 장가를 안 가겠어요. 할머니께서 200세까지 사시게.”전이진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노부인은 전이진을 한 대 때렸다.“이 자식아, 할머니가 오늘 네 큰형을 따라 회사에 온 건 바로 네 종신대사를 위해서다.”“...”전이진은 도망가고 싶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그는 서둘러 할머니를 부축해 소파에 앉히고는 할머니 앞에 쪼그리고 앉아 할머니의 다리를 두드리면서 호기심과 긴장이 어린 말투로 물었다.“할머니, 누가 마음에 드셨어요? 제가 아는 사람이에요?”그는 할머니가 최근에 그에게 주의를 돌리고 계신다는 것을 알고 있다.큰형이 결혼했으니 둘째인 그의 차례가 된 것이다.“할머니, 제가 먼저 말씀드릴게요, 저는 초고속 결혼에 관심이 없어요. 전번처럼 바닥에 드러누우시면서 제가 생명의 은인과 결혼하도록 강요하지 마세요.”노부인이 빙그레 웃었다. “그 방법은 너 형한테 써먹었으니 다시는 안 쓸 거다. 시름 놓아라.”“그럼, 그녀는 누구예요?”“궁금하니?”“궁금하지 않다면 거짓말이지요. 어느 집 딸이 할머니 눈에 들었는지 궁금해요.”그는 아직도 할머니께서 왜 하예정을 형수로 점찍으셨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이해가 안 된 전이진은 이번 기회에 이유를 물었다.할머니가 대답했다.“그때 난 진짜로 불편했었는데 예정이가 구해주었어. 나도 예정이가 정말 좋아서 네 큰형과 맺어주려 한 거다. 어떤 덕망 높은 무당이 너 형과 하예정의 점을 봐주었는데 그들 둘은 일생 부부의 인연이 있다고 하더라.”“...할머니, 어느 절의 무당이 그렇게 대단한데요? 그런 건 웬만한 점쟁이도 다 볼 줄 알아요.”노부인은 그 무당이 누구인지 알려줄 생각이 없었다.“물 한 잔 따라줘.”“좋아요.”전이진은 얼른 할머니에게 따뜻한 물 한 잔을 따라 드렸다.할
“이 사람, 여자예요?”그는 사진에 있는 잘생긴 남자를 가리켰다.“그녀와 그의 남동생은 쌍둥이인데, 남매가 똑같이 생겼어. 가족들이 어려서부터 그녀를 남자아이처럼 키운 탓에 외부 사람들은 그녀를 집안의 장손이자 적손이라고 오해하고 있다.”“할머니께선 어떻게 여자인 걸 아셨어요?”허초의 일은 전이진도 들은 적이 있고, 사진도 본 적이 있다. 찬찬히 살펴보지 않으면 허초는 남자처럼 보이지만, 일부러 남자로 꾸민 것은 아니었고 중성적인 차림새를 하고 있을 뿐이었다.하지만 이 사진 속 훈남은 허초와 달리 남자아이로 키워졌고, 일부러 남자 차림새를 하고 있었다. 짙은 눈썹과 날카로운 눈매며, 큰 키에 양복 차림은 누가 봐도 남자로 여길 것이다.전이진이 사진을 뒤집으니 사진 뒤에 상대방의 기본 자료가 있었다.고현, 28세. 현재 고 씨 그룹 회장의 ‘장남’으로서 그룹의 대표직을 맡고 있으며 고 회장의 깊은 신임을 받고 있다. 말수가 적고 말한 대로 하는 행동파이며 골프와 승마를 좋아한다. “할머니, 이게 다예요?”“맞아, 이 정도 자료면 충분하다. 그녀의 성이 무엇이고, 이름이 무엇이며, 몇 살이고, 어디에 사는지만 알면 된다. 더 많은걸 알고 싶으면 직접 알아보거라.”할머니는 그에게서 고현의 사진을 가져오며 말했다.“이건 셋째를 위해 준비한 거다. 고현은 과묵하고 행동파여서 너한테는 어울리지 않고 말솜씨가 좋은 셋째에게 적합하다. 만약 그가 고현과 결혼하게 된다면 앞으로 부부가 재미있게 살 수 있을 거다.”“...할머니, 저도 말을 잘하는데요.”“셋째를 이길 수 있니?”전이진은 말문이 막혔다. 그들 형제 중 셋째의 말솜씨가 제일 좋다.“왜, 고현한테 관심이 있는거냐?”“그건 아니고요... 셋째를 위해 준비한 거라니 다른 사람이 누군지 볼게요.”그는 그제야 다른 사진을 열심히 들여다보았다.한 여자는 얼굴을 거의 가리는 선글라스를 끼고 있어서 눈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리지 않았다. 원래 얼굴이 작은 사람인데 큰 선글라스에 가려 얼굴이 더 작아
“없다. 당분간 너와 셋째의 상대만 골랐어. 나머진 아직 급하지 않다.”“아홉째가 아직 미성년이고, 여덟째가 갓 스무 살이 된 외에, 모두 결혼 나이를 넘었어요. 공정하게 그들도 모두 장가보내셔야죠. 손주며느리가 많아야 증손을 안을 확률이 높아져요.”“난 예정이가 증손녀를 낳아주길 바라고 있다. 그 무당이 말하기를, 예정이는 첫애를 딸을 낳을 팔자라고 했어.”“할머니께서 언제부터 이렇게 미신을 믿으셨어요?”“너 형이 예정이를 정말 좋아하기 시작했을 때부터다. 그것은 선조 님께서 남기신 현학 지식이니 잘 배운 거면 믿을 수 있다.”전 씨 할머니는 말을 마치고 일어섰다.“너를 방애하지 않을게. 난 예진의 가게에 가보겠다. 오랫동안 우빈이를 보지 못해서 너무 보고 싶구나. 예진의 가게도 개업했겠지?”“형수한테서 말씀 못 들었어요.”“너 형과 형수는 사이가 오랫동안 틀어졌는데, 네가 형도 모르는 일을 형수한테서 들었다면 말이 되겠니?.”전이진은 한참 동안 멍해졌다. 할머니가 이렇게 말씀하신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다.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곰곰이 생각한 후에야 할머니의 말뜻을 이해했다.형님의 성격에 형님이 모르는 일을 자기가 알고 있다면, 형님이 자기를 어떻게 노려볼지 안 봐도 뻔하다.여자도 질투하는 형이니 그들은 더 말할 것도 없겠지.전 씨 할머니가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하예정이 회사에 도착했다.그녀는 바쁜 전태윤이 점심을 거를까 봐 미리 점심을 준비해서 왔다.하예정이 차를 전 씨 그룹 입구에 주차하자 그녀를 본 당직 경비원은 날듯이 기뻤다.곧바로 회사 문을 열고 하예정의 차를 들여보낸 다음 얼른 안쪽으로 내선 전화를 걸어 프런트가 전화를 받자 활짝 웃으며 말했다.“사모님께서 오셨습니다.”요즘 대표님께서 심기가 불편하여 회사 전체가 아우성을 치는 것은 바로 사모님 때문이다.오늘, 사모님께서 오셨으니, 그들의 고달픈 생활은 곧 끝날 것이다.물론 보안 부문은 대표님한테 시달리지는 않았지만, 모두가 사모님께서 봄바람처럼 전 씨 그룹
“사모님.”“사모님.”프런트 데스크에 있던 두 직원은 하예정이 들어오자 미소 지으며 깍듯이 인사했다.하예정도 가볍게 웃었다. 프런트 직원은 늘 그녀에게 상냥했다.그중 한 명은 데스크에서 나와 하예정을 데리고 엘리베이터 입구로 가면서 그녀가 들고 있는 도시락통을 힐긋 보았다.“태윤 씨가 요즘 위가 불편해서 도시락 싸 왔어요. 곧 퇴근하죠?”하예정은 일찍 도착했다.프런트 직원이 관심 조로 물었다.“대표님이 위가 불편하시다고요? 그럼 몸조리 잘하셔야겠네요.”대표님은 요즘 매일 일만 하시고 제때 식사를 하지 않았다. 대부분 조 비서가 음식을 포장해서 회사로 가져오는데 그조차도 일이 너무 바빠서 끼니를 거르기가 일쑤였다.이러니 위가 안 아플 수 있나?“네, 이제 곧 퇴근이에요.”프런트 직원이 대답했다.프런트 직원은 하예정을 데리고 대표님 전용 엘리베이터 앞으로 걸어간 후 버튼을 누르고 공손하게 그녀를 안으로 모셨다. 하예정은 도시락통을 두 개 들고 엘리베이터에 타서 프런트 직원에게 활짝 웃으며 인사한 후 홀로 맨 위층에 올라갔다.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조 비서의 활짝 웃는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하예정은 환하게 웃는 얼굴을 마주한 순간 흠칫 머뭇거리더니 조 비서를 몇 번 더 흘겨보며 생각했다.‘이 남자 웃으니까 치아만 보이고 눈이 다 사라졌잖아.’“안녕하세요, 사모님. 저는 전 대표님의 비서 조우진이에요.”“안녕하세요.”하예정도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대표님 지금 시간 되시나요? 저 들어가도 될까요? 방해가 되는 건 아니겠죠?”조 비서가 눈웃음을 지으며 답했다.“그럴 리가요. 노크하고 들어가시면 됩니다, 사모님.”그는 대표님께 서프라이즈를 주려고 일부러 알리지 않았다.“다만 부대표님이 안에 계십니다.”조 비서가 미리 알려주었다.전이진은 큰형을 찾아와 할머니가 결혼을 다그치는 걸 하소연하고 있었다. 달랑 사진 한 장 주면서 상대가 어떻게 생겼는지, 몇 살인지, 지금 하는 일은 무엇인지 딱 여기까지만 알뿐 다른 건 전혀 모르니
“예정아, 오면 온다고 말을 하지. 내가 내려가서 마중할 텐데.”전태윤은 아내의 손에 든 도시락통을 얼른 건네받았다. 그녀가 조금이라도 힘들까 봐 재빨리 도시락을 책상에 올려놓고 다시 그녀 손을 꼭 잡고는 소파에 가서 앉았다.그는 뜨거운 눈빛으로 하예정을 쳐다봤다.전이진은 한심한 표정으로 큰형을 바라봤다. 만약 눈알을 파서 형수님 몸에 붙일 수만 있다면 큰형은 아마 그러고도 남았을 것이다.“내가 태윤 씨 회사 처음 오는 것도 아닌데 뭘 마중 나와요. 도시락 싸 왔으니까 식기 전에 얼른 먹어요. 매일 제때 밥 먹어야 위병이 나아요.”전태윤이 눈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고마워, 여보.”하예정은 참지 못하고 방긋 웃는 그의 얼굴을 살짝 꼬집으며 덩달아 웃었다.“태윤 씨 회사에서 오늘 보너스라도 줬어요? 차에서 내려서부터 보는 사람마다 눈웃음을 짓고 있는데 다들 진심으로 우러나온 그런 미소였어요.”전이진이 웃으며 한마디 끼어들었다.“형수님이 오신 건 보너스 받는 것보다 훨씬 기쁜 일이에요.”전태윤은 동생을 노려봤다.와이프가 도시락을 챙겨왔는데 동생이란 놈은 왜 저렇게 눈치도 없이 서 있기만 하는 건지, 얼른 꺼졌으면 하는 바람이었다!“도련님, 도시락통 이리 가져다주실래요? 제가 음식을 많이 담아와서 두 분 함께 먹어도 충분해요.”전이진은 재빨리 책상 위의 도시락통을 들고 소파 쪽으로 갔다. 그는 자리에 앉아 탁자에 도시락을 내려놓고 뚜껑을 열려고 하는데 전태윤이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순간 전이진은 동작을 멈췄다.전태윤은 웃음기가 사라진 얼굴에 짙은 눈길로 동생을 한껏 째려봤다.형의 따가운 시선에 전이진은 불편해서 죽을 지경이었다.“형, 그러니까 그게, 형수님이 얼마나 맛있는 음식을 해왔는지 내가 대신 봐주려고 뚜껑을 연 거야.”형의 따가운 시선에도 전이진은 꿋꿋이 도시락 뚜껑을 열고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맨 위의 음식을 내려다보았다. 순간 그는 형수님의 음식 솜씨에 감탄을 연발했다.“냄새만 맡아도 벌써 군침 돌아.”전이진은 도
그랬던 그가 지금 사진을 보려고 하는 이유는 하예정이 바로 옆에 있기 때문이다.새로운 가십거리가 생겼는데 아내에게 보여주고 들려줘야 하지 않겠는가.전이진도 바로 눈치챘다. 큰형은 지금 그와 호영의 혼사를 가십거리로 삼아 형수님께 들려주려는 속셈이다.큰형은 형수님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 동생들까지 팔아버렸다.전이진은 사진 두 장을 건네며 속으로 못난 자신을 비웃었다. 큰형은 지금 그를 팔아버리며 형수님을 기쁘게 해드리는 데 순순히 협조나 하고 있다니.만약 이후에 연애하다가 트러블이 생겨서 큰형과 형수님의 도움이 필요할 때 이들 부부가 조건 없이 그를 돕길 바랄 뿐이다.‘퉤퉤,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내 연애는 틀림없이 순조로울 거야. 초고속 결혼도 아니고 비밀 결혼도 아니고 신분을 숨기고 거짓말을 한 것도 아니니 분명 순조로울 거라고.’“무슨 사진인데요?”아니나 다를까 하예정의 관심을 끌어모았다.전태윤은 보물이라도 내놓듯이 사진 두 장을 선뜻 건네며 설명했다.“글쎄 할머니가 우리 손주들의 혼사 때문에 얼마나 속을 썩이는지 모른다니까. 저번에 사방으로 돌아다니셨잖아. 그거 다 이진이랑 호영이한테 어울리는 신붓감을 찾아주려고 그러신 거야.”전호영은 전씨 일가 셋째 도련님이자 전태윤의 셋째 삼촌네 장남이다. 현재 전씨 그룹 산하의 모든 호텔 업계를 책임지고 있고 뛰어난 언변에 웃음 속에 칼을 품고 있다.하예정은 전씨 일가 남자들에 대한 인상이 매우 깊었다. 다들 하나같이 잘생겼으니까.그녀는 사진을 보면서 말했다.“할머니도 그냥 있기 지루해서 도련님들 혼사를 신경 쓰시는 거예요. 도련님들 조건으로 결혼할 마음만 있다면 여자들이 줄지어 시집오고 싶어 할 텐데 말이죠.”다만 이 집안의 훌륭한 남자들은 확실히 결혼을 서두르지 않는다.작년에 그녀와 전태윤이 초고속 결혼할 때 전태윤은 서른 살이고 전이진은 형보다 한 살 어려서 지금은 곧 서른이 돼간다. 일반인들은 이 나이에 이미 아빠가 다 되었다.“할머니는 이진 도련님이랑 호영 도련님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