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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8화

하예정은 고개를 돌려 그에게 물 주전자를 든 오른손을 흔들어 보였다.

다친 손은 왼손이다.

“한 손으로는 일하기 힘들어. 이 꽃들은 내가 숙희 아주머니한테 잘 돌보라고 했으니 신경 쓰지 마.”

전태윤은 꽃에 물을 주지 못하게 그녀의 손에서 물 주전자를 뺏고는 그녀를 그네 의자에 눌러 앉혔다.

“당신은 여기 앉아있는 걸 가장 좋아하니, 여기 앉아서 그네를 타. 내가 외투를 가져다줄테니.”

“춥지 않아요.”

전태윤은 그녀의 말을 못 들은 듯 외투를 가져다 그녀의 다리에 덮어 주었다.

“밥하러 갈 테니 무슨 일 있으면 불러. 손에 절대 물 묻히지 말고.”

전태윤은 그녀에게 거듭 당부한 후에야 저녁을 준비하러 다시 부엌으로 돌아갔다.

하예정은 그네 의자에 좀 앉아 있다가 일어나 주방 입구에 서서 전태윤이 저녁 준비하는 것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그를 보고 있노라니 과거의 사소한 일들이 생각났다. 그가 그녀에게 신분을 숨긴 일을 제외하면 평소 생활에서 그는 점점 더 잘 그녀를 보살펴 주고 있다.

그들 사이에도 달콤함이 있었다.

잠시 그를 바라보던 하예정은 소파에 앉아 TV를 켰지만,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전태윤은 가끔 고개를 내밀어 그녀의 동정을 살폈다.

마음이 긴장해 졌다.

그녀가 그와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도대체 어떤 결정을 내릴지 모른다.

전태윤은 마음속으로 자기의 냉철함과 자제력이 하예정을 만난 후 통제력을 잃었다고 비웃었다.

한 시간 남짓 후.

전태윤이 준비한 간단한 저녁 식사가 완성되었다.

반찬 세 개와 국 한 개.

모두 하예정이 좋아하는 음식이었다.

그는 하예정에게 국과 밥을 떠주고 반찬을 집어주고 나서야 젓가락을 건네주었다.

하예정이 전태윤을 바라보며 말했다.

“태윤 씨, 나한테 너무 잘해주지 마세요.”

“바보, 당신은 내 와이프인데 당신에게 잘 해주지 않고 누구한테 잘해주겠어?”

“당신을 실망시킬까 봐 두려워요.”

“괜찮아, 희망이든 실망이든 다 받아들일 수 있어. 당신이 나에게 이혼을 제기하지 않고 나를 떠나지 않는 한, 난 다 받아들일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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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goodnovel comment avatar
까칠한 삼남매 맘
둘이 잘 얘기해서 전처럼 예픈사랑 키워 나갔면좋겠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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