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늦게 운전했지만 곧바로 하예진의 월세방에 도착했다.하예진은 애초에 동생과 너무 멀리 떨어지기 싫어서 발렌시아 아파트 인근에 집을 구했다.전태윤이 차를 세웠다.“도착했네요.”하예정은 차 문을 열고 그에게 말한 뒤 곧장 내렸다.“집까지 함께 올라가 줄게.”“괜찮으니까 그냥 돌아가요. 운전 조심하고 내일은 집에서 푹 쉬어요. 안색이 안 좋아 보여요.”전태윤은 짙은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다가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예정아, 너 아직 나 관심하는 거지?”그는 손을 잡고 싶었지만 하예정이 몸을 홱 돌리고 건물 안에 들어갔다.전태윤은 입구에 서서 그녀가 올라가는 걸 지켜볼 뿐 끝내 함께 올라가지 않았다.그도 자존심이 있으니까. 몇 번이고 고개를 숙였지만 그녀는 쭉 거절했다...한참 후 전태윤은 차에 돌아가 소정남과 노동명에게 전화를 걸어 지누 바에서 술 마시기로 약속했다.통화를 마친 후 그는 곧게 지누 바로 출발했다.소정남과 노동명은 그보다 먼저 도착해 룸에 들어가 술을 주문한 후 그를 기다렸다.전태윤이 들어올 때 둘은 마침 맥주 한 상자를 시켰다.“바에 좋은 술이 없는 거야 아니면 너희가 좋은 술을 살 돈이 없어? 맥주가 웬 말이냐고. 마시려면 독한 거로 마셔야지. 가장 독한 술로 오늘 밤 끝까지 달려!”내일은 일요일이니 실컷 자면 그만이다.소정남이 말했다.“난 그냥 안 마시고 옆에 있을게. 적어도 한 사람은 맨정신이어야지. 아니면 나중에 누가 집까지 데려가겠어? 그리고 나 내일 효진 씨랑 함께 효진 씨 고모네 댁에 가서 밥 먹어야 하니 술 마셔도 안 되고 취해선 더 안 돼.”노동명이 그의 팔을 툭툭 치며 오지랖 넓게 물었다.“너랑 효진 씨 벌써 가족들 만날 단계까지 간 거야? 진도 빠르네.”“나야 빠르고 싶지만 효진 씨가 느린 템포를 좋아해. 효진 씨 고모가 맞선남을 또 소개해 줬는데 김씨 그룹의 임원이라면서 함께 저녁 먹자고 하데. 이건 뭐 그냥 효진 씨랑 그 임원을 간접적으로 주선해주는 거잖아. 어딜 감히 내가 찜한 여자를
전태윤은 테이블 위의 술병과 술잔을 모조리 바닥에 쓰러뜨린 후 테이블 위에 엎드리더니 혼잣말로 중얼거렸다.“예정아, 하예정... 나 너 아니어도 얼마든지 잘 살아...”소정남과 노동명은 처음에 그가 뭐라 말하는지 알아듣지 못했지만 계속 곱씹으니 소정남이 가까이 다가가 귀를 쫑긋 세웠다.“하예정, 나 너 없어도 잘 산다고.”“쟤 뭐래?”노동명은 소정남의 괴이한 표정을 보며 의아한 듯 물었다.소정남은 허리를 곧게 펴고 만취한 전태윤을 보면서 그에게 되물었다.“얘 초고속 결혼하고 지금까지 예정 씨 때문에 취한 게 이번이 몇 번째지?”맨 처음 계약서를 작성할 때 하예정의 건성건성한 태도가 마음에 걸려 이들 둘을 불러서 함께 술 마시고 인사불성이 되어 강일구가 집까지 바래다주었다. 그때부터 강일구도 대리기사라는 신분이 생겨 정정당당하게 하예정을 마주했다.“그래놓고 뭐? 예정 씨 없어도 잘 살아? 참나.”소정남은 술에 취한 절친을 비웃었다.“예정 씨 앞에 가서 말해야지 술에 취해 우리한테 말해서 뭐하냐고? 네가 예정 씨 앞에서도 나 당신 없이 잘 산다고 말할 수 있으면 내가 네 성을 따른다.”전태윤은 벌떡 일어나더니 소정남의 어깨를 꽉 잡고 그를 마구 흔들어대며 외쳤다.“하예정, 대체 내가 뭘 더 어떻게 해야 하는 건데? 잘못했다고 사과도 했고 네가 친정에 가고 싶다고 해서 보내도 줬어. 대체 뭘 더 어쩌란 말이야? 똑똑히 들어. 나만 원한다면 밖에 나랑 결혼하고 싶다는 여자가 줄을 섰어! 하예정 너 아니어도 얼마든지 잘 산다고!”소정남은 그에게 휘둘려 머리가 어지럽고 그의 술주정에 참지 못하고 맞받아쳤다.“그래, 예정 씨 아니어도 넌 얼마든지 잘 살아. 그러니까 예정 씨랑 이혼하고 너 좋다는 여자랑 결혼하면 될 거 아니야.”“이혼 생각은 꿈도 꾸지 마. 나 절대 이혼 안 해! 넌 내 거야! 평생 내 여자라고. 난 너만 가질래! 꼭 너여야만 해... 그래야 한다고. 이 손 절대 안 놔. 계약서에 사인 안 할 테니까 이번 생에 나랑 계약서 따위
“예정 씨 있는 곳으로 데려다주면 예정 씨가 알아서 챙겨줄 거야.”소정남은 절친을 한 번 돕기로 했다.노동명은 미리 그를 일깨워주었다.“태윤이가 취해서 아무 말이나 해대는데 아까 했던 말을 예정 씨가 들으면 엎친 데 덮친 격 아니야?”소정남이 대답했다.“그럼... 서원 리조트에 데려가야겠다.”노동명도 찬성했다.바에서 나온 후 노동명은 전태윤을 부축해서 소정남의 차에 앉히고 몇 마디 당부한 후 그들이 떠나가고 나서야 기사에게 전화해 데리러 오라고 했다.전씨 일가의 리조트로 가는 길에서 전태윤은 때로는 ‘예정아, 사랑해. 날 떠나지 마.’ 라고 주절거리다가 또 가끔은 ‘나보고 어쩌라고? 잘 들어, 난 너 없이도 잘 살아.’ 라며 구시렁댔다.아무튼 이 몇 마디 말만 곱씹을 뿐이었다.이는 영락없는 사랑과 자존심의 싸움이었다. 때론 사랑이 지배하고 때론 자존심이 지배하는 혼돈의 상태였다.한 시간 후, 소정남의 차가 서원 리조트로 들어갔다.그가 미리 할머님께 전화 드린 덕에 할머니는 문 앞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계셨다.“할머니.”소정남이 차를 세우고 할머니께 인사하며 내려왔다.“늦은 시간에 폐 끼쳐서 죄송해요.”“이 할미가 미안하지. 이렇게 늦은 시간에 태윤이를 집까지 바래다주고 말이야.”할머니는 경호원을 시켜 전태윤을 차에서 내리게 했는데 그가 술에 취해 제대로 걷지도 못하자 소정남에게 물었다.“이 녀석이 술을 대체 얼마나 마신 거야?”“몇 병 마셨어요. 취해서 아무 말이나 내뱉으니 감히 예정 씨네 집으로 못 데려가겠더라고요. 예정 씨가 괜히 허튼소리 하는 걸 들었다가 화만 더 낼까 봐요.”“무슨 허튼소리를 했는데?”소정남은 전태윤이 밤새 해댔던 막말을 할머니께 모조리 알려드렸다.할머니는 코웃음 치며 말했다.“얘 예정이 앞에서 절대 그런 말 못 해. 내가 잘 알아.”“할머니, 태윤이도 마음이 너무 갑갑해서 스트레스 좀 푼 거예요. 내일 술 깨면 또다시 껌딱지처럼 예정 씨 옆에 달라붙을 거예요. 제가 장담해요.”할머니가 말했다.
전태윤이 뭘 어쩌겠는가?그는 술에 취해 자면서도 꿈을 꾸었다.꿈에서 하예정과 엄청 심하게 다투다가 그녀에게 버럭 고함을 질렀다.“하예정, 나 너 아니어도 돼. 언제든지 널 바꿀 수 있다고. 내가 자세 낮출 때 적당히 하고 받아들이지!”하예정은 꿈에서 그를 차갑게 노려보다가 몸을 홱 돌리고 떠나가려 했다.“하예정, 나 떠날 생각 하지 마! 넌 내 거야! 난 꼭 너여야만 한다고!”그는 본능적으로 그녀를 꼭 붙잡고 못 떠나게 했다.전태윤은 그녀를 잡아당겨 오더니 품에 꼭 끌어안고 머리 숙여 미친 듯이 키스를 퍼부었다. 그녀와 뜨겁게 사랑도 몇 번 나누고 싶었다...“철퍼덕...”전태윤은 꿈에서 격렬하게 하예정을 파고들더니 몸을 뒤집는 순간 의자에서 떨어져 수영장에 첨벙 빠지고 말았다.차가운 물이 순식간에 그를 통째로 삼켰다.꿈도 산산조각이 나고 활활 타오르던 불씨도 수영장에 빠진 순간 꺼져버렸다.‘헐! 너무 추워! 물이 왜 이렇게 많아? 내가 왜 물속에 있지?!’그는 예고 없이 수영장에 빠져 사레에 걸려 물을 두어 모금 마시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어서 허겁지겁 반대편으로 헤엄쳐 가서 다시 일어났다.전태윤은 욕설을 퍼부었다.“어떻게 된 거야? 누가 날 수영장에 떨어트렸어?”그는 얼굴의 물기를 닦으며 고함을 질렀다.수영장 주변의 가로등이 은은한 불빛을 내뿜으며 고요할 따름이었다.그의 고함에 대꾸하는 자가 아무도 없었다. 수영장 주변에 사람이 아예 없었으니까.그저 맞은편에 침대식 의자가 하나 있고 담요가 바닥에 떨어진 채 반은 물에 잠기고 반은 언덕 위에 있었다.전태윤은 또다시 욕설을 퍼부었다.이곳은 영락없는 전씨 일가 저택이다. 그날 할머니를 더이상 꾀병 부리지 못하게 하려고 전태윤이 바로 이 수영장에서 수영했다.감히 그를 수영장에 내버리는 사람은 할머니 말고 더는 없다!단지 마음이 갑갑해서 술 마신 것뿐인데 할머니가 이런 식으로 혼쭐을 내다니!전태윤은 물에 빠진 순간 술이 다 깼다.그는 어두운 표정으로 수영장을 반 바퀴
전태윤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지만 할머니의 지팡이에 맞을까 봐 더는 감히 앞으로 다가서지 못했다. 그는 좀 전에 할머니가 비꼬신 말을 기억하고 나지막이 말했다.“할머니, 나 예정이 아니어도 잘 산다는 말 안 했어요.”그가 어찌 그런 말을 내뱉을 수 있겠는가.그는 하예정이여야만 하는데, 그녀 아니면 아무도 안 되는데 말이다!!“진짜 안 했어?”전태윤은 순간 말문이 막혀 한참 후에야 겨우 말을 이었다.“꿈에서 그런 것 같은데... 할머니가 어떻게 아세요?”설마 꿈이 아니었나?진짜 하예정과 심하게 다투고 홧김에 그런 말을 한 걸까? 게다가 그녀와 뜨겁게 몸을 뒹굴려 했다고...“할머니, 나, 나 술 마시고 예정이한테 무슨 짓 했어요?”술에 취해 그녀를 강제로...맙소사!전태윤은 감히 더는 생각할 엄두가 안 났다.술 마시면 실수를 하는 법!심지어 그는 만취 상태였다.할머니는 지팡이를 내리고 그에게 말했다.“네가 예정이한테 무슨 짓 했는지 내가 어떻게 알겠어? 술을 몇 병 마시고는 허튼소리만 해대는데 인제 그만 깨야지. 어때? 정신이 좀 들어?”전태윤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네.”할머니는 그런 방식으로 전태윤을 술 깨게 했다. 만약 안 깨면 그대로 익사할 것이다.“술 마신다고 문제가 해결돼?”전태윤이 머리를 내저었다.“하지만 잠시 동안은 고민을 잊게 해주죠.”“인제 정신이 드니 좀 어때? 일이 더 커질 뻔했잖아! 술에 취하면 무슨 말이나 다 하고 무슨 일이나 다 할 수 있어. 네가 꿈이라고 생각했던 거, 어쩌면 술김에 한 일일 수도 있다고.”전태윤은 사색이 되어 긴장한 말투로 물었다.“할머니, 예정이 어떻게 됐어요?”“몰라, 난.”할머니는 그를 혼낼 뿐 하예정이 어찌 됐는지는 정말 모르신다. 어젯밤에 술 취한 손자를 데려온 사람은 손주며느리가 아닌 소정남이었으니까.전태윤은 자리를 뜨려 했다.“이리 와. 지금이 몇 시인데 예정이 찾아가려고 해? 자는 애 깨우면 널 예뻐나 하겠다!”현재 시각 새벽 다섯 시, 너무
말인즉슨 그녀가 전태윤의 삶에 스며들지 못하면 둘은 곧장 이혼하고 서로에게 자유를 돌려준다는 뜻이다.결혼은 꼭 서로 조건이 맞아야 할까?그와 그의 가족은 단 한 번도 하예정을 꺼린 적이 없는데 왜 그녀는 스스로 그렇게 큰 압박감을 주면서 남들의 시선을 신경 쓰는 걸까?‘내가 우리 둘 사이에 조건 차이가 없다면 없는 거야! 내 말이 곧 법이라고!’“기억 안 난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겠지. 아 참, 이 말은 밤새 하데? ‘예정아, 나 너 아니어도 얼마든지 잘 살아.’ 혹시 취중 진담이라도 한 거야? 날 밝으면 예정이한테 가서 직접 전해. 우리 앞에서 센 척해야 무슨 소용인데.”전태윤의 잘생긴 얼굴이 한없이 어두워졌다. 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할머니, 예정이가 나한테 엄청 많은 말을 했어요. 내가 키우는 카나리아가 되고 싶지 않다느니, 나랑 어깨를 견주고 나란히 걷는 여자가 되고 싶다느니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했어요. 그리고 나랑 공통 화제가 있고 싶다는데 우린 원래 공통 화제가 있거든요. 난 예정이를 반려동물로 키우는 게 아니에요. 예정이가 내 아내인데 평생 책임지고 키워주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요? 왜 기어코 본인한테 의지하겠다는 거죠? 나한테 시집와서 평생 호강하고 싶어 하는 여자가 얼마나 많은데, 난 그런 여자들 다 싫고 예정이만 원해요. 그런데 왜 예정이는 딴 사람들처럼 나한테 시집와서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하지 않는 거냐고요?”“...”“내가 능력이 달려서 가정을 책임지지 못한다면 모를까, 아니 충분히 잘 먹고 잘살게 해줄 수 있는데 왜 한사코 독립을 고집하냐고요? 예정이는 지금 가게도 운영하고 수입도 있는데 뭐가 성에 안 찬 거죠? 내가 가게 관두고 집에서 가정주부로 지내라는 것도 아니잖아요. 내가 준 자유가 아직도 부족한 걸까요? 예정이는 나 전태윤의 아내인데 누가 감히 얕잡아보고 함부로 대하겠어요? 내가 있는 한 예정이는 관성에서 마음껏 누릴 수 있어요. 분명 성소현 씨가 무슨 말을 해서 나한테 이런 제안을 한 걸 거예
소정남을 보더니 두 셰퍼드는 짖지 않고 그에게 꼬리까지 흔들었다.그가 한때 심서준을 핑계로 자주 찾아오면서 심서준의 엄마가 그와 제 아들의 관계를 오해한 줄도 모른 채 셰퍼드 두 마리와 친하게 지냈다.심서준이 나와서 문을 열어주었다.“나 찾아온 건 아니죠?”소정남이 웃으며 답했다.“효진 씨 보러 왔어요. 서준 씨가 아니라.”심서준도 가볍게 웃었다.“나도 어제 알았어요. 엄마가 글쎄 정남 씨가 날 좋아하는 줄로 여기다니, 하하, 웃겨 죽겠어요!”“그러게요. 아주머니가 그렇게 오해하실 줄은 전혀 몰랐어요.”“그러게 누가 올 때마다 나 보러 왔다고 말하래요? 누나도 매번 위층에서 옷 갈아입으면서 겉으론 정남 씨를 신경 쓰지 않는 척해도 실은 일어나자마자 옷방에서 옷을 골랐다니까요. 여자는 참 말과 행동이 달라요.”소정남이 그를 질책했다.“내 앞에서 효진 씨 험담하지 말아 줄래요?”심서준이 말했다.“벌써 한배 탔다고요?”“서준아, 정남이 왔어? 어머, 진짜 정남이네. 어서 안으로 들어와.”심효진의 엄마가 집 문 앞에서 그를 기다렸다.소정남은 사 온 선물을 심효진 엄마에게 드리며 환하게 웃었다.“아주머니랑 아저씨가 뭘 좋아하실지 몰라서 제가 직접 골라봤는데 마음에 드실지 모르겠네요.”“뭘 또 이런 것까지 사와. 너만 와도 나랑 네 아저씨는 너무 기뻐.”중요한 건 두 분 모두 한시름 놓았다.아직 남자친구가 없는 딸아이에게 이렇게 훌륭한 남자가 대시하고 있으니 그들은 시름이 놓였고, 둘째는 제 아들이 남자와 결혼할 수도 있다고 여겼는데 오해인 걸 알고 한시름 놓았다.방에 들어간 후 심효진의 아빠를 보자 소정남은 또다시 환하게 웃으며 인사했다.심효진 아빠도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바라보는 눈빛이 다 온화해졌다.오해가 풀리자 그녀의 부모님은 소정남을 마냥 흐뭇하게 바라보았다.그를 자리에 앉힌 후 심효진의 엄마가 아들에게 분부했다.“누나더러 내려오라고 해. 정남이가 왔으니 우리 인제 고모네 댁으로 가야지.”심서준이 머리를 끄덕이고 위층
소정남이 웃으며 말했다.“저 그럼 분발해야겠네요. 아주머니가 준비하신 돈 봉투 하루빨리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듣자 하니 너희 집안이 정보통이라며?”심효진의 아빠가 물었다.“네... 그렇긴 한데 아저씨 정보에 관심 있으신가 봐요?”소정남의 물음에 심효진의 아빠가 진지하게 답했다.“이 나이에 정보는 무슨, 다만 심심할 때 나한테 말하는 것도 괜찮아.”심효진의 엄마가 곧장 남편을 흉봤다.“효진이는 제 아빠를 쏙 빼닮았다니까.”심효진이 시끌벅적한 걸 좋아하고 가십거리에 관심이 많은 것은 아빠 성격을 닮아서였다.소정남도 마침 이런 성향이니 그야말로 하늘이 정한 한집 식구였다.심효진은 본인이 없는 틈에 부모님이 소정남 앞에서 제 흉을 볼까 봐 아침 내내 못 고르던 옷도 냉큼 고르고 허둥지둥 갈아입고서는 휴대폰을 챙기고 아래층으로 달려갔다.“누나, 이미지 신경 써야지. 정남 형이 아래에 와 있어.”심서준은 누나에게 달려가지 말고 단아하게 있으라고 했다.어쩌다가 훌륭한 남자가 누나에게 홀딱 반했는데 이미지에 신경 안 써 이사님이 식겁하여 도망가 버린다면 심서준이 평생 돈 벌어 누나를 책임져야 한다.그는 누나보다 몇 살 어리지만 누나의 결혼을 걱정해야 했다.심효진이 고개 돌려 그에게 말했다.“그 사람 앞에서 우리 모두 발가벗겨진 몸인데 뭘 더 신경 쓰겠어?”심서준은 말을 잇지 못했다.소정남의 진짜 신분을 떠올리자 심서준은 불쑥 긴장해졌다. 정남 형이 설마 그의 밑천까지 다 털어낸 걸까?다만 소정남은 심효진한테만 관심 가질 뿐 그는 전혀 안물안궁이다.기껏해서 심서준의 성향과 취미를 알아내고 그에게 맞춰가며 제 편으로 만들 뿐이다.미래의 처남만 공략하면 미래 장모님의 마음도 손쉽게 사로잡을 수 있으니까.어느덧 미래의 장모님도 그를 엄청 마음에 들어 하신다.소정남은 일찌감치 태도를 표했더라면 지금쯤 그녀와 결혼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소정남은 심효진의 남자친구 신분으로 그녀와 함께 심미란의 집에 밥 먹으러 갔다.더는 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