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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1화

하예정도 시댁 식구들이 교양 있고 참 좋은 분들이란 걸 인정한다. 하지만 시어머니가 늘 그녀를 탐탁지 않아 하는 것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지금은 고부가 함께 지내는 시간이 적어서 갈등이 없다지만 앞으로 오래 지내다 보면 이모가 젊었을 때처럼 되는 건 아닐까?

그녀는 시댁 식구들에게 제대로 인정받고 싶다!

“태윤 씨, 여기까지만 얘기해요. 시간이 늦었으니 일찍 가서 쉬어요. 나도 이만 갈게요.”

하예정은 화를 억누르며 전태윤과 다투지도 않고 그를 설득하려 하지도 않았다. 그녀가 원하는 걸 전태윤은 이해하지 못한다.

하예정은 대화가 안 통하는 무기력함을 느꼈다.

계속 더 말하면 부부싸움이 일어날 테고 그것도 엄청 크게 다퉈 서로의 감정이 더 악화될 것이다.

그녀는 일을 해결하고 싶을 뿐 그와 다툴 생각이 없다.

전태윤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손목을 잡으며 중저음의 목소리로 말했다.

“예정아, 난 너랑 계약서 같은 거 다시 안 써. 우리가 혼인 신고한 순간부터 평생 부부야.”

“그래요, 그럼 사인하지 말아요. 일찍 쉬어요.”

하예정은 그의 손을 뿌리치려 했으나 전태윤이 힘이 워낙 세다 보니 꼼짝없이 잡혔다.

그녀의 건성한 태도를 보니 아예 전태윤의 말을 마음에 새기지 않고 기어코 제 뜻대로 할 모양이다. 전태윤은 살짝 화났지만 그녀의 다친 왼손을 본 순간 화가 싹 가라앉았다.

그의 퉁명스러운 말 한마디에 하예정은 마음이 다쳐 손을 찔러버렸다.

그녀의 상처를 보고 있자니 전태윤은 가슴을 후벼 파듯 고통스러웠다.

부부가 어떤 일에 서로 다른 관점을 보이며 상대를 설득할 수 없다면 그는 화내는 방식으로 하예정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예정아, 오늘 밤엔 처형네 집에 안 가면 안 돼? 시간도 너무 늦었고 처형도 종일 바삐 보내느라 피곤할 텐데 우빈이 데리고 일찍 쉬게 해줘.”

전태윤은 그녀를 보내고 싶지 않았다.

여기 남아서 한 침대에 누워 잘 순 없어도 최소한 한 집 안에 있으니 마음이 놓이니까.

하예정은 그에게 안정감을 못 주고 그 또한 그녀에게 믿음을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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