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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3화

작가: 고능비
전태윤은 테이블 위의 술병과 술잔을 모조리 바닥에 쓰러뜨린 후 테이블 위에 엎드리더니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예정아, 하예정... 나 너 아니어도 얼마든지 잘 살아...”

소정남과 노동명은 처음에 그가 뭐라 말하는지 알아듣지 못했지만 계속 곱씹으니 소정남이 가까이 다가가 귀를 쫑긋 세웠다.

“하예정, 나 너 없어도 잘 산다고.”

“쟤 뭐래?”

노동명은 소정남의 괴이한 표정을 보며 의아한 듯 물었다.

소정남은 허리를 곧게 펴고 만취한 전태윤을 보면서 그에게 되물었다.

“얘 초고속 결혼하고 지금까지 예정 씨 때문에 취한 게 이번이 몇 번째지?”

맨 처음 계약서를 작성할 때 하예정의 건성건성한 태도가 마음에 걸려 이들 둘을 불러서 함께 술 마시고 인사불성이 되어 강일구가 집까지 바래다주었다. 그때부터 강일구도 대리기사라는 신분이 생겨 정정당당하게 하예정을 마주했다.

“그래놓고 뭐? 예정 씨 없어도 잘 살아? 참나.”

소정남은 술에 취한 절친을 비웃었다.

“예정 씨 앞에 가서 말해야지 술에 취해 우리한테 말해서 뭐하냐고? 네가 예정 씨 앞에서도 나 당신 없이 잘 산다고 말할 수 있으면 내가 네 성을 따른다.”

전태윤은 벌떡 일어나더니 소정남의 어깨를 꽉 잡고 그를 마구 흔들어대며 외쳤다.

“하예정, 대체 내가 뭘 더 어떻게 해야 하는 건데? 잘못했다고 사과도 했고 네가 친정에 가고 싶다고 해서 보내도 줬어. 대체 뭘 더 어쩌란 말이야? 똑똑히 들어. 나만 원한다면 밖에 나랑 결혼하고 싶다는 여자가 줄을 섰어! 하예정 너 아니어도 얼마든지 잘 산다고!”

소정남은 그에게 휘둘려 머리가 어지럽고 그의 술주정에 참지 못하고 맞받아쳤다.

“그래, 예정 씨 아니어도 넌 얼마든지 잘 살아. 그러니까 예정 씨랑 이혼하고 너 좋다는 여자랑 결혼하면 될 거 아니야.”

“이혼 생각은 꿈도 꾸지 마. 나 절대 이혼 안 해! 넌 내 거야! 평생 내 여자라고. 난 너만 가질래! 꼭 너여야만 해... 그래야 한다고. 이 손 절대 안 놔. 계약서에 사인 안 할 테니까 이번 생에 나랑 계약서 따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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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이모.”하예정은 웃으며 이경혜를 불렀다.이경혜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오늘은 네가 우빈이를 데리러 갔구나?”“네. 동명 씨가 오후 내내 바빴거든요. 저는 요즘 반쯤 일하고 반쯤 쉬는 상태라 시간이 되기도 했고요. 그래서 제가 다녀왔어요.”그러면서 하예정은 우빈을 받아 안으려고 손을 뻗으며 말했다.“우빈아, 이제 네가 스스로 걸어야지. 계속 안겨 있으면 이모할머니 힘드실 거야.”그러자 이경혜는 손사래를 치며 웃었다.“괜찮아, 내가 안고 들어갈게. 우빈이가 부쩍 크긴 했지만 아직 어린아이잖니. 이 정도는 전혀 힘들지 않아.”그럼에도 우빈이는 고분고분 이경혜의 품에서 내려와 작은 발을 바닥에 내디뎠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저 이모할머니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아요.”엄마와 작은이모가 늘 당부했었다. 이모할머니는 연세가 많으니 어린아이처럼 계속 안겨 있으면 안 된다고 말이다.이경혜는 우빈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환하게 웃었다.“우리 우빈이는 말도 참 예쁘게 하는구나.”“이모할머니, 그럼 다른 때는 안 예뻐요?”아이의 천진난만한 물음에 이경혜는 더욱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아니야, 우리 우빈이는 언제나 예쁘고 사랑스럽지.”하예정도 그 모습을 보며 미소 지었다.“우빈이는 가끔 어른스럽다가도, 또 어떤 때는 천진난만해서 너무 귀여워요.”이경혜는 우빈이의 작은 손을 잡고 하예정과 함께 안으로 걸어가며 말했다.“우빈이는 똑똑한 아이야. 하지만 아직은 어리니까 장난도 치고 말썽도 부릴 때가 있지. 어린아이가 매일 조용하기만 하면 오히려 걱정되지 않겠니?”“네 그이도 어릴 때는 또래들과 잘 어울리지 않았어. 예의는 바르지만 말수가 적었고 표정도 늘 딱딱했지. 눈빛마저 차가워서 어린애 같지가 않았어. 그때부터 나는 네 이모부에게 말했어. 전태윤 쟤는 크면 분명 냉정하고 무서운 사람이 될 거라고 말이야.성씨 가문과 전씨 가문은 한때 앙숙 같은 사이였지만, 같은 도시에서 살아가다 보니 서로의 소식을 놓칠 수 없었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2954화

    하예정은 우빈을 부드럽게 안아 올려 자기 무릎 위에 앉혔다.그녀는 조심스레 휴지를 뽑아 눈물이 맺힌 아이의 볼을 닦아 주었다.평소의 우빈이는 해맑고 천진난만했다. 마치 세상에 아무런 걱정도 없는 듯 보였지만 아직 세 살을 갓 넘긴 아이였다. 엄마가 곁에 없다는 사실은 그에게도 여전히 버거운 일이었다. 하예진이 강성시로 떠난 후 하예정 부부가 세심하게 돌봐 주었고 노동명 역시 자주 시간을 내어 곁을 지켜 주었다. 하지만 아무리 따뜻한 손길이 곁에 있어도 엄마의 빈자리는 쉽게 채워지지 않는 법이었다. 가끔 한가로운 순간이 찾아오면 우빈이는 문득 엄마를 떠올렸다.엄마와 통화를 하니 그리움이 더욱 깊어진 모양이었다.“정말요? 그럼 저 울지 않을게요! 엄마, 저랑 아저씨가 엄마한테 가면 엄마 일하는 데 방해되지 않을까요?”우빈은 엄마가 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만큼 엄마가 바쁘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혹여 자신이 가서 엄마의 일에 폐가 되지는 않을까, 어린 마음에도 걱정이 앞섰다.하예진은 다정한 목소리로 아이를 달랬다.“괜찮아, 주말에 오는 거잖니. 엄마도 주말엔 쉬니까. 설령 쉬지 못하더라도 엄마는 너랑 시간을 보낼 거야.”그녀 역시 아들이 몹시 그리웠다.하지만 강성시에서 해야 할 일이 아직 끝나지 않아 당장은 관성시로 돌아갈 수 없었다.어쩌면 앞으로도 계속 강성시에서 살게 될지도 몰랐다.만약 그렇게 된다면, 우빈이를 강성시 학교로 전학시키는 편이 나을 터였다. 그러면 더 이상 이렇게 떨어져 지내지 않아도 될 테니 말이다.관성시에서는 동생 부부가 최선을 다해 우빈을 보살펴 주었지만 머지않아 동생에게도 아이가 생길 예정이라 그녀는 동생에게 너무 큰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다.우빈이는 금세 기분을 추스르고 다시 웃음을 되찾았다.그는 유치원에서 있었던 재미난 이야기들을 엄마에게 들려주기 시작했다. 어떤 이야기는 몇 번이고 반복했다. 하예진은 아이의 목소리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으려는 듯 한 마디 한 마디에 온 마음을 실어 들어주었다.그러다 마침내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2953화

    “우빈아, 이모가 아저씨 회사에 데려다줄까? 가서 아저씨랑 같이 놀고 있어, 이모는 이모할머니 댁에 가서 아기 좀 보고 올게.”하예정이 다정한 목소리로 우빈이를 달래며 말했다.그러나 우빈은 단번에 고개를 저었다.“싫어요! 나도 이모랑 같이 갈 거예요. 이모할머니 집에 가서 아기 볼래요!”곧바로 우빈이는 다시 물었다.“이모, 아기는 언제쯤 나랑 놀 수 있어요? 맨날 이모할머니 집에 가면 자고 있거나 울고만 있잖아요. 울 때는 내가 아무리 달래도 안 그쳐요. 왜 아기는 맨날 그렇게 우는 거예요?”하예정은 우빈이의 작은 손을 꼭 쥔 채 차 앞으로 걸어갔다. 경호원이 문을 열어주자 그녀는 우빈이를 품에 안고 차에 올랐다.자리에 앉은 후에야 그녀는 다정하게 대답했다.“아기는 원래 그래. 아직 말을 못 하잖아. 배고프거나 기저귀가 더럽거나 목이 마르면 그런 걸 말로 표현할 수 없으니 울음으로 알려주는 거야. 울면 어른들이 금방 알아채고 왜 우는지 살펴보게 되거든.”“너도 아기 때는 그랬어. 지금 그 아기보다 더 다루기 힘들었지.”하예정은 장난스럽게 우빈이의 통통한 볼을 살짝 꼬집으며 덧붙였다.“우빈이 너, 태어나자마자 이렇게 컸다고 생각해? 너도 이렇게 조금씩 자란 거야.”우빈은 신기하다는 듯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나도 아기 때 그랬어요? 근데 난 하나도 기억이 안 나요.”“이모, 왜 어릴 때 일은 기억이 안 나는 거예요?”“아기 때는 기억력이 별로 좋지 않거든. 지금 네가 겪는 일들도 시간이 지나면 희미해져. 한 8년, 10년쯤 지나면 지금의 일들이 마치 꿈처럼 사라질지도 몰라.”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우빈이의 작은 가방을 열어 오늘 유치원에서 가져온 책을 살펴보았다.우빈이는 이제 겨우 세 살 반으로 유치원에 다니고 있었다. 선생님이 간단한 책 읽기를 가르치긴 했으나 아직은 놀이가 더 익숙한 나이인지라 놀이 형식의 수업이 더 많았다. 매일 한 권씩 읽을 책을 보내주었지만 아직 글씨를 쓰기엔 이른 시기였다.그럼에도 우빈이는 아라비아 숫자도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2952화

    여운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응, 난 우리 아가씨랑 사이가 정말 좋아. 시부모님과 남편은 늘 사업으로 바쁘다 보니 집에 한가한 사람은 나뿐이라 자연스럽게 아가씨를 돌보게 됐어. 그러다 보니 아가씨도 나한테 더 의지하고, 시어머니보다 나를 더 따르더라고.”“그래서 매일 유치원 등하원도 나만 고집해. 운전기사나 가정부가 데려다주는 건 싫대.”여운별은 자신이 점점 더 능숙하고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지어내는 걸 느꼈다.어차피 여기서 하예정과 우연히 마주치는 게 목적일 뿐, 진짜로 아이를 데리고 갈 필요는 없으니 괜찮았다.하예정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애들은 원래 그렇지. 누가 누가 더 많이 곁에 있어 주느냐에 따라 정을 붙이거든. 우리 조카도 그래. 언니가 출장으로 집을 비워도 울면서 엄마 찾는 일은 없어.”“맞아, 우리 아가씨도 똑같아.”여운별은 인내심 있게 아이 이야기를 이어가며 하예정과 대화를 나눴다.하예정은 결혼 전부터 언니를 도와 조카를 돌본 경험이 있었고 지금은 아이를 품고 있는 임산부였다. 넘치는 모성애는 그녀를 더욱 따뜻한 표정으로 물들였고 아이에 관한 이야기는 끝없이 이어졌다.두 사람은 생각보다 잘 통하는 듯했다.그때 마침 선생님이 우빈의 손을 잡고 유치원 문을 나서는 모습이 보였다.여운별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하예정에게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저기, 우리 연락처를 주고받을 수 있을까? 우리 도련님이 필요한 자료가 있으면 앞으로 당신 서점에서 바로 사면 좋잖아. 여기저기 헤맬 필요도 없고 편하잖아.”하지만 하예정은 가벼운 미소만 지으며 대답했다.“내 서점은 저기 그대로야. 이사 갈 일도 없고. 도련님께서 필요한 게 있으면 그냥 들러서 사면 돼.”하예정이 연락처 교환을 거절하자, 여운별은 살짝 불쾌한 기분이 들었지만 억지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그렇구나. 그럼 나중에 필요할 때 들를게. 아, 참고로 우리 시댁은 용씨 가문이야. 관성시 토박이는 아니고, 전국 곳곳에 사업체와 집이 있어.”“시어머니가 관성시를 좋아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2951화

    “아버지, 만약 윤정이가 끝내 떠나지 않겠다고 하면 어쩌죠?”거의 삼십 년을 이윤정과 남매로 지내왔기에 정일범은 그녀의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그는 이윤정이 쉽게 떠나지 않을 것이라 짐작했다. 그럴 만도 한 게 그녀는 아직도 어머니의 용서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기 때문이다.게다가 지금 이윤정에게는 수입원이 없었다. 그런데 그녀더러 강성을 떠나라고 한다면 어떻게 살아가란 말인가?물론 이윤정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생계를 이어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평생 안락한 환경에서 자라며 콧대를 높여왔다. 그런 그녀가 남의 밑에서 일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잠시 침묵하던 정군호가 입을 열었다.“더 이상 강성에 머물게 하지 말고 최대한 설득해서 보내도록 해.”“알겠습니다. 사람을 보내서 윤정이를 찾아보고, 찾으면 몰래 돈을 쥐여주고 강성을 떠나게 하죠.”“아버지, 이젠 좀 쉬세요. 저도 좀 피곤해서 잠깐 쉬려고요.”정일범이 말했다.“그래, 밖의 소파에서 눈 좀 붙이렴.”정군호는 그래도 아들을 생각하는 듯했다. 정군호는 아들의 피곤한 얼굴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거실 소파에서 편히 쉬라고 권했다.그리고 정군호도 곧 잠에 빠져들었다.관성은 어느덧 오후 세 시 반이 되었다. 하예정이 심효진에게 말했다.“효진아, 나 우빈이 데리러 유치원 좀 갔다 올게.”심효진이 가볍게 답했다.“그래, 다녀와. 우빈이 데리고 바로 집에 가. 여기서는 사람들이 도와줄 거니까 굳이 다시 오지 않아도 돼.”심효진은 친구가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이는 게 마음에 걸렸다.하예정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응, 우빈이 데리고 큰이모 집에 들를 거야. 아기도 보고.”겸사겸사 아기도 볼 수 있었다.우빈은 아기 보는 걸 참 좋아했다.매번 아기를 보고 나면, 그 작은 생명은 언제 나와서 자신과 함께 놀 수 있을지 묻곤 했다.그러면서 자신의 많은 장난감들을 아기한테 주겠다고 말하기도 했다.하예정은 두 명의 경호원과 함께 서점을 나섰다. 떠나기 전, 심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2950화

    비록 하예진과 고현이 위층에 올라가지 않았다고 해도 전호영이 위층에 올라갔기 때문에 분명 그 일을 그녀들에게 알려주었을 것이다.정군호가 입을 열었다.“하예진은 네 큰이모의 후손이야. 분명 가주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돌아온 사람이지. 하예진은 반드시 우리 이씨 가문의 이런 일들을 남에게 알려줄 거야. 우리 가문을 망신시켜 경쟁자를 하나라도 줄이려고. 윤정은 비록 내 친딸은 아니지만, 어릴 때부터 우리 집에서 자라온 아이야. 2년 전, 윤정이가 우리 가문의 친딸이 아니라는 것을 몰랐을 때만 해도 20여 년 동안의 감정도 있고 하니 네 엄마가 윤정이를 가주 자리에 앉혀 놓을 기회가 있었을 텐데. 지금 와서 보니 그런 기회가 이제 없을 것 같아.”정일범이 말을 건넸다.“아빠, 우리 형제들에게도 기회가 있을까요? 우리가 바람을 피우다 발견된 후로 엄마는 윤미를 더욱 중히 여기세요. 이제 윤미 곁에 방 비서가 배정되었으니 방 비서의 도움으로 윤미가 이씨 가문에서 자리를 잘 잡고 있어요. 하여 우리도 중심 세력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고요. 윤미는 우리에게 잘해주지 않거든요. 윤미의 마음속에서 저의 지위는 아마 매우 낮을걸요. 저도 윤미를 동생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점을 인정해요. 윤미가 정말로 가주 자리에 앉게 된다면 우리는 더 잘 지내지 못할 거예요.”정군호가 말을 이었다.“윤미가 가주 자리에 앉게 되는 것이 하예진이 그룹을 이어받는 것보다는 나아. 하예진은 네 큰이모의 후손이야. 사람들이 네 엄마가 큰이모를 죽였다고 말하고 있어. 하예진이 이번에 강성으로 온 이유도 가주 자리를 빼앗으려는 것 외에도 진실을 조사하고 복수하려고 왔을 거야. 그런데 윤미는 너의 친동생이잖아. 너희들이 큰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한 여기에서 무사히 살아갈 수는 있을걸.”정군호는 한숨을 쉬며 계속해서 말했다.“이씨 가문의 규정이라 어쩔 수도 없어. 이씨 가문을 아들에게 물려주는 것이 아닌 딸에게 물려주는 규정이 대대로 지켜왔거든. 너희들이 엄마 뱃속에서 이씨 가문의 아들로 태어났으니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2949화

    정군호는 이윤미를 바라보며 말했다.“윤미야, 일범도 왔으니 얼른 가봐. 요즘 네 엄마가 기분이 안 좋으셔서 회사에 돌아가지도 않으시고 집안일도 신경 쓰지 않으셨어. 너도 힘들 테니 얼른 가서 쉬어.”정일범도 맞장구쳤다.“그래, 윤미야. 내가 여기서 아빠랑 같이 있으면 돼.”이윤미도 더는 이곳에 머물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정군호와 부녀간의 정이 없었다.이윤미가 만약 정군호의 친딸이 아니었다면 그녀는 이 늙은 영감을 만나기도 싫었을 것이다.“오빠, 그럼 난 가볼게. 무슨 일 있으면 다시 전화 줘.”“알았어. 차 조심하고.”정일범은 한 마디 당부하면서 이윤미와 방윤림을 배웅했다.두 사람이 멀리 떠난 뒤에야 정일범은 몸을 돌려 정군호에게 말했다.“아빠, 윤미와 방 비서가 돌아갔어요.”정군호가 다시 말을 건넸다.“2분 후에 다시 한번 둘러봐.”정일범은 정군호가 이윤정에 관해 묻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아채고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몇 분 후, 정일범은 밖으로 나가 병실 근처를 모두 둘러본 후, 이윤미와 방윤림이 모두 떠났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병실로 돌아왔다.“아빠, 정말 갔어요. 몸은 좀 어때요? 엄마가 뭘 하셨는데요?”정일범은 문을 열고 병실로 들어가면서 정군호에게 말했다.정일범은 병상 앞에 앉으며 계속해서 말했다.“엄마가 아빠에 관해 아무것도 묻지 말라고 해서 우리는 아빠가 다친 것 외 얼마나 심하게 다치셨는지 몰랐어요.”정일범은 정구호를 위아래로 훑어보았지만 어디가 아픈지 전혀 찾지 못했다.팔다리는 멀쩡하고, 얼굴의 손바닥 자국은 이미 보이지 않았다. 다만 정신 상태가 조금 나빴을 뿐이다.정군호는 정일범에 자신이 내시가 되었다는 것을 알리지 않고 가벼운 말만 꺼냈다.“내 몸이 좀 불편해서 며칠 입원했는데 회복도 잘 되어서 며칠 후면 퇴원할 수 있을 거야. 네 엄마가 그 당시 너무 화가 나서 나에게 잔인한 행동을 하신 것뿐이야. 내가 다치자 네 엄마도 무척 가슴 아파하셨어. 날 병원에 데려다주고 직접 밥도 먹여 주면서 잘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2948화

    이윤미에 대한 방윤림의 마음을 이윤미는 전혀 몰랐다.알 필요도 없을 것이다. 이윤미가 그를 사랑한다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내야만 방윤림도 그의 마음을 드러낼 것이다.어릴 때부터 받은 교육 덕분에 방윤림은 어떻게 사랑을 표현해야 할지 몰라서 그저 묵묵히 이윤미를 돌보고 지켜줄 수밖에 없었다.만약 이윤미가 나중에 다른 남자랑 결혼한다고 해도, 방윤림은 진심으로 그들의 행복을 축복할 것이고 여전히 이윤미의 가장 강력하고 신뢰할 수 있는 특별 비서로 일할 것이다.앞으로 이윤미가 한 아이의 어머니로 되면 방윤림은 그 작은 주인마저 돌봐줄 준비가 되어 있었다.이번 생에 그는 이윤미의 사람이었다.그의 생명이 끝날 때까지 이윤미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네.”이윤미는 정일범일 것으로 추측했지만 가서 문을 열어주지 않고 그가 직접 들어오게 했다.문을 밀고 들어온 사람은 역시 정일범이었다.그는 한 손에 꽃다발을 들고 다른 손에 과일 바구니를 들고 들어왔는데 이윤미와 방윤림이 병실 안방이 아닌 거실에 있는 모습을 보더니 그녀에게 물었다.“윤미야, 아빠는?”이윤미는 담담하게 대답했다.“침대에서 누워 계시는 데 주무셨을 거예요.”정일범은 방윤림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정중하게 인사를 건네고는 꽃다발과 과일 바구니를 든 채로 안으로 걸어갔다.이윤미도 따라 들어갔다.정군호는 침대에 누워 휴대전화로 영상을 보고 있었다. 소리가 꽤 크게 켜 놓은 것으로 보면 이윤미와 방윤림의 대화를 듣고 싶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렇다고 들리지도 않았다.이윤미와 방윤림이 말하는 소리가 크지 않았다. 정군호는 결국 70대 노인이었기에 청력에 다소 문제가 있어서 조금 전에 이윤미와 방윤림이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들을 수 없었다. 들리지 않을 거면 차라리 동영상 볼륨을 크게 틀어놓고 재미있게 보는 것이 낫겠다 싶었다.정일범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나서야 정군호는 휴대전화 볼륨을 조금 낮추며 아들에게 말했다.“일범아, 진짜로 왔구나.”정일범은 과일 바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2947화

    이윤미는 갑자기 고개를 돌려 방윤림을 쳐다보며, 작은 소리로 방윤림에게 물었다“방 비서, 혹시 좋아하는 사람 있으세요?”방윤림은 이은화가 이윤미에게 배정해준 사람이었다. 이은화는 이윤미에게 방윤림이 그녀의 곁에 머문 순간부터 방윤림을 믿을 수 있고 그 또한 절대로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이윤미가 앞으로 이씨 가문의 가주가 되지 못하더라도 방윤림은 그녀와 평생 함께할 것이며 다시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이다.이윤미는 여러 번 방윤림을 시험한 뒤에야 방윤림을 믿기로 했다.역시 방윤림은 특별 비서직을 맡기 위해 특별히 양성된 사람답게 정말 못 하는 것이 없었다.아주 유능한 사람이었다.이윤미는 이씨 그룹이 점점 못해지고 있지만, 선조들이 세운 훈련 기지는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훈련 기지의 책임자가 어디서 이렇게 대단한 아이를 찾아 기지로 데려와서 조금씩 유능한 비서로 양성했는지 모른다.문무를 겸비했을 뿐만 아니라 비주얼도 아주 훌륭했다.방윤림은 비록 전씨 가문의 도련님들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잘생긴 남자라고 칭찬받을 만큼 멋지다.이윤미가 이씨 가문에 돌아온 지 2년이나 되었지만, 이씨 가문의 비서를 양성하는 훈련 기지가 어디에 있는지 아직도 알아내지 못했다.그녀는 이은화에게 물었지만, 이은화는 그녀에게 훈련 기지가 어디인지 알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그 훈련 기지를 담당하는 사람은 이씨 가문에 절대적으로 충성하는 사람들이고 가문의 사람들과 사적으로 교류하지 않지만, 누구에게도 치우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만 알면 된다고 했다.전심전력으로 역대 가주들을 위해 최고의 특별 비서를 양성했다.이윤미는 이씨 가문의 재무 보고서를 보았지만, 교육 기지에 돈을 썼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하지만 매년 이씨 가문에서는 큰돈이 어디론가 흘러가고 있었지만, 돈의 행방을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누군가가 단 한 번도 의문을 제기한 적 없었다.이윤미는 그 돈이 바로 훈련 기지에서 인재를 양성하는 데 지급되리라 추측했다.훈련 기지도 자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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