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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6화

전태윤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지만 할머니의 지팡이에 맞을까 봐 더는 감히 앞으로 다가서지 못했다. 그는 좀 전에 할머니가 비꼬신 말을 기억하고 나지막이 말했다.

“할머니, 나 예정이 아니어도 잘 산다는 말 안 했어요.”

그가 어찌 그런 말을 내뱉을 수 있겠는가.

그는 하예정이여야만 하는데, 그녀 아니면 아무도 안 되는데 말이다!!

“진짜 안 했어?”

전태윤은 순간 말문이 막혀 한참 후에야 겨우 말을 이었다.

“꿈에서 그런 것 같은데... 할머니가 어떻게 아세요?”

설마 꿈이 아니었나?

진짜 하예정과 심하게 다투고 홧김에 그런 말을 한 걸까? 게다가 그녀와 뜨겁게 몸을 뒹굴려 했다고...

“할머니, 나, 나 술 마시고 예정이한테 무슨 짓 했어요?”

술에 취해 그녀를 강제로...

맙소사!

전태윤은 감히 더는 생각할 엄두가 안 났다.

술 마시면 실수를 하는 법!

심지어 그는 만취 상태였다.

할머니는 지팡이를 내리고 그에게 말했다.

“네가 예정이한테 무슨 짓 했는지 내가 어떻게 알겠어? 술을 몇 병 마시고는 허튼소리만 해대는데 인제 그만 깨야지. 어때? 정신이 좀 들어?”

전태윤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네.”

할머니는 그런 방식으로 전태윤을 술 깨게 했다. 만약 안 깨면 그대로 익사할 것이다.

“술 마신다고 문제가 해결돼?”

전태윤이 머리를 내저었다.

“하지만 잠시 동안은 고민을 잊게 해주죠.”

“인제 정신이 드니 좀 어때? 일이 더 커질 뻔했잖아! 술에 취하면 무슨 말이나 다 하고 무슨 일이나 다 할 수 있어. 네가 꿈이라고 생각했던 거, 어쩌면 술김에 한 일일 수도 있다고.”

전태윤은 사색이 되어 긴장한 말투로 물었다.

“할머니, 예정이 어떻게 됐어요?”

“몰라, 난.”

할머니는 그를 혼낼 뿐 하예정이 어찌 됐는지는 정말 모르신다. 어젯밤에 술 취한 손자를 데려온 사람은 손주며느리가 아닌 소정남이었으니까.

전태윤은 자리를 뜨려 했다.

“이리 와. 지금이 몇 시인데 예정이 찾아가려고 해? 자는 애 깨우면 널 예뻐나 하겠다!”

현재 시각 새벽 다섯 시, 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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