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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2화

그는 하예정이 거절할 줄 알고 그녀가 미처 말을 끝내기도 전에 대뜸 협박에 나섰다.

“이 봉투 안 가지면 창문 밖으로 던져버릴 거야. 우리 집 세대주가 너인데 네가 집안 재산을 신경 쓰지 않으면 나도 신경 쓸 필요 없지! 난 오직 너만 신경 써.”

하예정은 말문이 막혔다.

일주일 만에 만나자고 약속을 잡으니 그녀는 전태윤이 드디어 그녀를 이해하고 욱한 성질도 고쳤을 줄 알았는데 지금 그의 협박을 들으면서 속으로 한숨이 새어 나왔다.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라더니 전태윤이 타고난 성격이 이런 걸 그녀는 혹시라도 본인이 예외라 그를 바꿀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그는 변하지 않았고 그녀도 더는 바꾸게 하고 싶지 않았다. 둘은 끊임없는 마찰로 서로를 갉아먹을 뿐이다.

하예정은 그를 한참 쳐다보다가 다시 서류 봉투를 들고 안에서 블랙카드를 꺼내 그에게 건넸다.

“남자가 돼서 그것도 대표님이란 분이 블랙카드도 없이 어딜 나다니겠어요? 누가 알아봐 주겠냐고요? 이 카드는 태윤 씨 가져요. 나머지는 내가 일단 당신 위해 보관해둘게요.”

안 그러면 그는 진짜 봉투째로 밖에 내던질 것이다.

전태윤은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다.

하예정은 감히 내기할 엄두가 안 났다.

전태윤도 그녀의 태도에 곧장 블랙카드를 받으며 말했다.

“생활용 카드에 이미 많은 돈을 넣었으니 사고 싶은 거 있으면 다 사. 절대 너 자신을 서운하게 대하진 마. 처형한테도 집을 또 살지 여쭤봐 봐. 둘이 함께 집 보러 다녀. 계속 월세방에서 지내면 내 집이 없다는 기분이 들어. 처형이 돈 모자라면 빌려줄지 그냥 줄지 네가 알아서 해. 아무튼 처형과 우빈이 모자에게 제집 마련을 해줘야 해.”

일주일간 마음을 식히면서 전태윤은 전 재산을 하예정에게 돌리면서 그녀에게 안정감을 주는 동시에 처형을 도울 생각까지 했다. 실은 이것이 가장 중요한 결정이다. 왜냐하면 하예정이 제일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 바로 언니 하예진과 조카 우빈이니까.

“언니는 가게에 돈을 투자해서 잠시 집 살 생각이 없어요.”

하예정도 언니에게 말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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