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윤은 한 주 동안 필사적으로 일에 몰입해 회사 사람들을 모질게 괴롭힌 것도 모른 채 7일간 마음을 가라앉히고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자 곧바로 하예정에게 만나자고 약속을 잡았다.일주일 동안 푹 휴식한 덕에 하예정의 손에 난 상처도 많이 치유되어 적어도 운전하는 데는 지장이 없었다.전태윤은 그녀와 관성 호텔 로얄 스위트룸에서 만나기로 했다.하예정은 주우빈을 데리고 왔다.우빈이는 오늘 이모와 함께해야 한다. 하예진의 가게 인테리어가 마무리 단계라 요 며칠 쭉 바삐 돌아쳐서 아들을 돌볼 시간이 없어 동생 예정에게 맡겼다.“사모님.”강일구가 동료들을 거느리고 호텔 입구에 서서 하예정을 기다렸다. 그녀가 주우빈을 안고 차에서 내리자 강일구는 재빨리 마중 나가 공손하게 인사를 올렸다.“그 댁 도련님은 어디 있어요?”“도련님은 지금 맨 위층에서 사모님을 기다리고 계십니다. 저희와 함께 가시면 돼요.”강일구 일행은 깍듯하게 하예정을 호텔 안으로 모셨다.몇 분 후.그녀는 주우빈을 안고 화려하게 꾸며진 로얄 스위트룸으로 들어갔다.전태윤은 문을 등진 채 창가에 서 있었고 방안에는 짙은 담배 냄새가 진동했다.별로 담배를 피우지 않는 전태윤인데 대체 얼마나 피운 걸까?하예정은 테이블 위의 재떨이에 담배꽁초가 가득 버려져 있는 걸 보았고 그 옆에는 노란색 서류 봉투가 있었는데 안에 뭐가 들었는지 봉투가 불룩하게 부풀어 올랐다.일주일 못 본 사이로 그녀는 마음이 한결 차분해졌다.“이모부.”주우빈이 먼저 방안의 정적을 깨트렸다.우빈의 목소리에 전태윤은 그제야 몸을 돌리고 다 피우지 못한 담배를 냉큼 재떨이에 버렸다.하예정이 들어온 건 알고 있었지만 마침 담배를 피우느라 몸 돌리지 않았다. 그녀가 담배 피우는 남자를 싫어해서 자신이 담배 피우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주우빈을 데려올 줄은 미처 예상치 못했다.아이에게 간접흡연을 시킬 순 없으니 재빨리 재떨이를 멀리 치우고 문을 활짝 열어 방안에 가득 찬 담배 냄새를 환기시켰다.하예정은 그
전태윤은 그가 전씨 그룹에서 차지한 지분과 주식 양도서 및 은행카드와 그의 명의로 된 모든 부동산, 상가 등 증명 서류를 정리해서 봉투에 넣었다. 무릇 그의 개인재산은 남김없이 봉투에 담아두었다.“내가 주식을 양도해도 넌 회사를 신경 안 써도 돼. 전씨 그룹은 내가 계속 운영하고 벌어들인 수입은 전부 네 거야. 난 그저 널 위해 일하는 직원일 뿐이야. 네가 얼마나 원하던, 재산을 얼마만큼 소유한 여자 갑부가 되고 싶던 내가 분발해서 꼭 네가 원하는 목표를 이뤄줄게. 너만 허락한다면 바로 나랑 함께 수속 밟으러 가자. 이 재산들 모두 네 명의로 이체할 거야. 난 요만큼도 남기지 않아. 매달 내게 용돈만 주면 돼. 애초에 네가 내 돈을 노릴까 봐 경계했지만 이젠 내가 선뜻 전 재산을 넘겨줄게. 이렇게 해서라도 너에 대한 내 믿음을 인정받고 싶고 또한 실제 행동으로 네게 사과하고 싶어. 맹세할게. 애초의 그런 일은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아.”하예정은 그의 부동산 서류들을 더 보지 않고 싹 다 봉투에 넣고는 그를 빤히 쳐다볼 뿐 아무 말도 없었다.“예정아, 뭐라고 말 좀 해봐. 된다, 안 된다 대답이라도 해줘. 응?”그녀의 침묵에 전태윤은 너무 불안했다.그녀가 대체 무슨 생각인지, 뭘 어떻게 하려는지 알 길이 없었다.하예정은 서류 봉투를 그에게 돌려주며 말했다.“태윤 씨, 난 이런 제안 못 받아들이겠어요.”전태윤이 발끈하며 그녀의 손을 확 잡아채고 초조하게 물었다.“예정아, 내가 어떻게 해줄까? 말만 해. 네가 원하는 건 최선을 다해서 이뤄줄게. 우리 둘의 경제적 차이가 너무 크다고 했지? 그럼 내가 소유한 전 재산을 네 명의로 돌리면 네가 부자고 난 빈털터리야. 내가 열세에 처하는데 이래도 안심이 안 돼?”그는 진짜 전 재산을 털어 그녀에게 주려고 했다.“태윤 씨, 난 당신한테 증정받고 싶은 게 아니에요. 단지 태윤 씨한테 기대고 싶지 않을 뿐이라고요. 알아들어요? 태윤 씨의 증정품이 되어 사사건건 태윤 씨한테 기대고 싶지 않아요.”감정이 깊
그는 하예정이 거절할 줄 알고 그녀가 미처 말을 끝내기도 전에 대뜸 협박에 나섰다.“이 봉투 안 가지면 창문 밖으로 던져버릴 거야. 우리 집 세대주가 너인데 네가 집안 재산을 신경 쓰지 않으면 나도 신경 쓸 필요 없지! 난 오직 너만 신경 써.”하예정은 말문이 막혔다.일주일 만에 만나자고 약속을 잡으니 그녀는 전태윤이 드디어 그녀를 이해하고 욱한 성질도 고쳤을 줄 알았는데 지금 그의 협박을 들으면서 속으로 한숨이 새어 나왔다.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라더니 전태윤이 타고난 성격이 이런 걸 그녀는 혹시라도 본인이 예외라 그를 바꿀 수 있을 거라 믿었다.그는 변하지 않았고 그녀도 더는 바꾸게 하고 싶지 않았다. 둘은 끊임없는 마찰로 서로를 갉아먹을 뿐이다.하예정은 그를 한참 쳐다보다가 다시 서류 봉투를 들고 안에서 블랙카드를 꺼내 그에게 건넸다.“남자가 돼서 그것도 대표님이란 분이 블랙카드도 없이 어딜 나다니겠어요? 누가 알아봐 주겠냐고요? 이 카드는 태윤 씨 가져요. 나머지는 내가 일단 당신 위해 보관해둘게요.”안 그러면 그는 진짜 봉투째로 밖에 내던질 것이다.전태윤은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다.하예정은 감히 내기할 엄두가 안 났다.전태윤도 그녀의 태도에 곧장 블랙카드를 받으며 말했다.“생활용 카드에 이미 많은 돈을 넣었으니 사고 싶은 거 있으면 다 사. 절대 너 자신을 서운하게 대하진 마. 처형한테도 집을 또 살지 여쭤봐 봐. 둘이 함께 집 보러 다녀. 계속 월세방에서 지내면 내 집이 없다는 기분이 들어. 처형이 돈 모자라면 빌려줄지 그냥 줄지 네가 알아서 해. 아무튼 처형과 우빈이 모자에게 제집 마련을 해줘야 해.”일주일간 마음을 식히면서 전태윤은 전 재산을 하예정에게 돌리면서 그녀에게 안정감을 주는 동시에 처형을 도울 생각까지 했다. 실은 이것이 가장 중요한 결정이다. 왜냐하면 하예정이 제일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 바로 언니 하예진과 조카 우빈이니까.“언니는 가게에 돈을 투자해서 잠시 집 살 생각이 없어요.”하예정도 언니에게 말해보았다
“그럼 나랑 함께 우리 집들을 보러 갈래?”전태윤이 말한 집들은 자연스럽게 그가 결혼 전에 산 것을 의미한다.그가 산 집은 대부분 앞뒤 정원이 달린 별장이다.고층은 단 하나인데 장차 아이가 학교 다니는 걸 대비해서 사놓았다. 그 집을 살 때 전태윤은 솔로였지만 집안 어르신들이 평생 그를 독신으로 살게 할 리는 없으니 결혼하고 애 낳고 학구열에 뛰어들어 아이를 더 나은 학교에 보내기 위해 미리 학교 근처들에 집을 몇 채 사놓았다.그의 아이가 어느 학교에 다니던 근처에 모두 집이 마련돼있으니 시름 놓고 공부만 하면 된다.“회사일 안 바빠요?”“너와 함께하는 일이면 안 바빠.”하예정이 말했다.“집 보러 가도 주말에 가요. 태윤 씨도 출근 안 하고 나도 가게 안 나가니 그때 다시 봐요.”그녀는 전태윤의 업무 시간을 빼앗고 싶지 않았다.전태윤은 떠보듯이 그녀에게 물었고 이젠 해답을 들었으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하예정은 그가 예전에 산 집들을 함께 보러 가기로 했으니 여전히 그를 남편으로 대하고 가족으로 여기고 있다.비록 지금도 떨어져 지내고 있지만 말이다.“그래, 그럼 토요일 아침에 처형네 집으로 데리러 갈게. 처형한테 내 아침밥도 만들어달라고 부탁드려.”“알았어요. 태윤 씨 오는데 언니가 설마 굶기겠어요?”하예정은 우빈을 안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그에게 말했다.“나 이만 갈게요. 태윤 씨 계속 볼일 봐요.”전태윤도 잇따라 일어나며 기대에 찬 눈길로 그녀에게 물었다.“우리 함께 밥 먹을까?”시계를 들여다봤지만 고작 오전 열 시라 점심때가 되려면 아직 두 시간이나 더 남았다.물론 그가 원하면 언제든지 먹을 수 있다.“아니요, 난 일단 우빈이를 언니네로 데려가야 해요. 태윤 씨 몸 봐가면서 일해요. 너무 무리하지 말고요. 술도 적게 마셔요. 허튼소리 할라.”전태윤은 어안이 벙벙했다.누가 배신한 걸까? 술 취해서 홧김에 한 말을 대체 누가 그녀에게 알려준 걸까?실은 아무도 그를 배신하지 않았다. 예전에 전태윤이 질투에 눈이 멀어
전태윤은 문득 계급 차이의 실질을 깨달았다.만약 하예정이 출근하지 않으면 그녀는 곧 이혼 전의 하예진처럼 살아갈 것이다. 돈이 필요할 때마다 전태윤에게 손 내밀어야 하고 줄지 말지는 그의 기분에 달려있다. 이건 마치 은덕을 베푸는 셈이다. 어쩌면 전태윤은 돈 줄 때 그녀가 벌지도 못하면서 써대기만 한다고 푸념할지도 모른다.하예정이 만약 전태윤의 엄마처럼 재벌 가문에서 태어나 재벌가로 시집갔다면 출근하지 않아도 넉넉한 혼수가 뒷받침해주어 수익을 얻게 하고 시종일관 경제적 독립을 유지하게 해준다.전태윤의 엄마가 시집갈 때 전태윤의 아빠도 전씨 일가의 도련님이었다. 전태윤의 외할머니, 외할아버지는 제 딸이 시댁에서 괴롭힘을 당할까 봐 혼수를 어마어마하게 준비했는데 집, 차, 상가, 작은 회사 등등 없는 게 없었다.외할아버지가 혼수로 딸아이에게 줬던 작은 회사는 몇십 년이 지난 후 전태윤의 엄마가 진작 대기업으로 성장시켜 연 수입이 백억을 넘는다.전태윤은 드디어 깨달았다. 하예정이 원하는 독립이 무엇인지, 그에게 적응하고 그의 삶에 스며들 수 있도록 시간을 달라고 한 게 대체 무슨 뜻인지 드디어 알 것 같았다.하예정이 웃으며 말했다.“내가 알아서 내 몸 잘 챙길 테니까 태윤 씨도 건강 챙겨요.”전태윤은 그녀의 이런 미소를 못 본 지 너무 오래됐다.그는 하예정의 웃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저도 몰래 손 내밀어 그녀의 얼굴을 가볍게 어루만지며 뜨거운 눈길로 목소리를 가라앉히고 말했다.“예정아, 너의 미소가 햇살처럼 내 맘을 비춰서 차가웠던 내 가슴을 녹이고 있어.”엘리베이터 안에 아무도 없었다. 그는 거침없이 팔을 벌려 그녀와 우빈을 품에 끌어안았다. 우빈은 중간에 끼여 머리가 전태윤의 가슴에 짓눌렸다. 전태윤은 재빨리 그녀의 빨간 입술에 키스했다.입술이 닿은 순간 전태윤은 저도 몰래 한숨이 새어 나왔다.그녀에게 키스하고 싶어 미칠 지경이지만 더 깊게 빠져들기도 전에 우빈이가 분위기를 깼다.아이는 부부 사이에 끼여 너무 불편한 나머지 마구 몸부림쳤고
하예정은 우빈을 안고 차 앞으로 가서 차 키로 문을 열고 아이를 안전의자에 앉혔다. 그녀는 고개 돌려 뒤에 서 있는 전태윤에게 말했다.“먼저 갈게요.”전태윤은 그녀를 지그시 바라보다가 겨우 대답했다.“그래.”그는 하예정의 차 앞부분을 보더니 또다시 차를 바꾸라고 했다.하예정은 이미 차에 앉아 시동을 걸고 도어를 내리고는 그에게 말했다.“이건 태윤 씨가 준 첫차에요.”전태윤의 눈빛이 한없이 짙어졌다.그녀는 곧장 출발했고 전태윤은 제자리에 서서 멀어져가는 그녀의 차를 배웅했다.강일구는 경호팀을 거느리고 멀리 서 있을 뿐 감히 다가오지 못했다.도련님과 사모님이 더이상 다투진 않지만 부부 사이가 왠지 멀어지고 삭막해진 것 같았다. 예전 같은 알콩달콩한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하예정의 차가 종적을 감춘 후에야 전태윤이 손짓하며 경호원들을 불러왔다.“회사로 돌아가.”그가 나지막이 말하자 강일구가 기사더러 얼른 차를 가져오라고 했다. 전태윤은 롤스로이스에 앉아 경호 차량의 보호를 받으며 위풍당당하게 회사로 돌아갔다.한편 하예정은 곧게 언니네 토스트 가게로 갔다.하예진의 토스트 가게는 인테리어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고 필요한 물건도 거의 다 사놓았다. 그녀는 식탁과 의자를 내려놓고 깨끗이 청소하면서 개업 날짜만 기다렸다.자영업자들은 개업 날짜를 신중하게 고른다.가게 이름은 ‘하루 토스트’이다. 전혀 우아하지 않고 친근한 이름으로 정했다.이 거리에는 이미 수많은 패스트푸드 가게와 토스트 가게가 있다.하예진이 인테리어 할 때 이 거리의 음식점 주인들이 그녀가 무슨 가게를 열지, 자신들과 경쟁 상대가 되는 건 아닌지 모두 지켜보았다.또 일부 사람들은 진작 그녀를 찾아와 여쭤보았고 그녀도 토스트 가게라고 숨김없이 말해주었다.그 뒤로 토스트 가게 사장님들은 틈만 나면 하예진의 가게로 찾아와 지금 장사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고, 이 거리에 토스트 가게만 반 이상 차지해서 경쟁이 매우 크다고 푸념했다.그때마다 하예진은 가볍게 웃을 뿐 아무 말도
그녀는 테이블 닦는 것을 멈추고 걸레를 들고 나오더니 아들을 안고 차에서 내리는 여동생을 미소 지으며 지켜보았다.“엄마.”주우빈은 엄마를 향해 달려갔다.아이가 차에서 내리자마자 엄마에게 달려가는 것을 보고 하예정은 웃으며 언니에게 말했다.“아무리 예뻐해줘도 엄마랑 더 친하네.”“그야 당연하지. 너랑 제부도 아이를 좋아하니, 하나 낳는 것도 고려해 보는 건 어때? ”하예진은 농담 조로 말하면서 동생의 안색을 살폈는데, 동생이 웃기만 하고 말을 받지 않자 아직 두 부부의 갈등이 완전히 풀리지 않았다는 것을 눈치챘다.“제부가 무슨 얘기를 하려고 부른 거야?”하예진은 아들을 안고 여동생과 함께 가게로 돌아가며 관심 조로 물었다.언니가 묻자, 하예정은 서둘러 차로 돌아가 서류 봉투를 꺼내 가져왔다. 여기 전태윤의 전 재산이 들어 있다.가게에 들어선 하예정은 인테리어 기사들이 안에 없는 것을 보고 언니에게 물었다.“벌써 끝났어?”“응, 방금 끝났어. 우선 청소부터 하려고, 하면서 더 손댈 곳이 있는지 확인하고, 만약 없으면 내일 임금 계산해 주겠다고 했어.”하예진은 아들을 내려놓고 가게에서 놀게 한 후 여동생에게 물 한 잔을 따라주고 한 테이블에 앉았다.테이블은 몇 번이나 닦아 빛이 날 정도였다.“언니, 지금 기운이 넘치지?”“그럼, 미래를 위해서라도 꼭 열심히 노력할 거야. 언니의 목표는 이 가게를 관성 곳곳에 여는 거야.”“꼭 그렇게 될 거야.”하예정은 언니에게 서류 봉투를 건네주며 말했다.“이건 태윤 씨가 나에게 주려 했던 건데 내가 거절하자 자기 대신 보관해 달라고 했어. 태윤 씨는 아직도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하예진이 이게 뭐냐고 물으면서 서류 봉투에 들어있던 물건을 꺼내보았는데, 부동산 증명서, 가게와 차 키, 그리고 전씨 그룹의 주식 양도서도 보였다. 전씨 그룹의 주식은 매우 가치가 있는 것이다.“제부가 너한테 이걸 다 주겠다던?”하예진은 눈이 휘둥그레졌다.많은 부자는 결혼 전에 혼전
“서로에게 조금만 더 시간을 줘.”하예진은 동생의 손등을 툭툭 치더니 물품들을 다시 서류 봉투에 담아 넣었다.“이렇게 중요한 물건은 언니의 월세방에 놓지 마. 이 건물에 오가는 사람들이 많으니, 안정성은 발렌시아 아파트보다 못할 거야. 이것들을 너와 제부의 집으로 가져가서 금고에 안전하게 넣어놔. 제부의 전 재산인데...”하예정은 잠시 침묵을 지키더니 말했다.“할머니께 전화를 걸어 이 물건들을 보관해 달라고 해야겠어. 그 집이 더 안전해.”“그래.”“점심은 여기서 같이 먹을래?”“성씨 집에 가서 이모를 찾고 싶어, 아마도 이모 집에서 밥을 먹게 될 것 같아.”“이모는 왜? 이모한테 부탁할 일이 있어?”친이모이자 성씨 사모님 이경혜는 관성에서도 이름이 알려져 있다. 자매는 이모를 찾은 후 한 번도 자신이 성씨 사모님의 조카딸이라고 입 밖에 낸 적이 없을 뿐더러 이모의 도움도 전부 사양했다.이경혜의 존재는 자매에게 있어 친척이 하나 더 생겼을 뿐이지, 그녀들의 삶에 아무런 영향도, 변화도 주지 않았다.하예진의 전 시어머니는 찾아올 때마다 멍청한 그녀가 성씨 사모님에게 손을 내밀 줄도 모른다고 한다. 그 돈으로 더 큰 사업에 투자하여도 되는데 말이다.투자하지 않는다고 하여도, 성씨 그룹에 취직하여 월급을 많이 받는 것도 좋은 길이라고 하면서 심지어 주형인에게도 괜찮은 일자리를 마련해 달라고 한다.하예진은 전 시어머니의 말을 항상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내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모를 통해 상류사회에 발을 들여놓고 내가 잘 적응할 수 있는지, 잘 어울릴 수 있는지 한번 보고 싶었서... 지난번에 소현 언니가 어떤 프로젝트에 투자하려 하는데 나한테 관심이 있냐고 물었어. 그래서 난 내가 가진 모든 것을 걸고 소현 언니를 따라 그 프로젝트에 투자하기로 했어.”현재 그녀와 전태윤은 이혼이 불가능했다. 전태윤이 손을 놓지 않는 한 아예 떠날 수가 없었다.이혼할 수 없으니, 용감하게 맞설 수밖에.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그녀는 반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