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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7화

말인즉슨 그녀가 전태윤의 삶에 스며들지 못하면 둘은 곧장 이혼하고 서로에게 자유를 돌려준다는 뜻이다.

결혼은 꼭 서로 조건이 맞아야 할까?

그와 그의 가족은 단 한 번도 하예정을 꺼린 적이 없는데 왜 그녀는 스스로 그렇게 큰 압박감을 주면서 남들의 시선을 신경 쓰는 걸까?

‘내가 우리 둘 사이에 조건 차이가 없다면 없는 거야! 내 말이 곧 법이라고!’

“기억 안 난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겠지. 아 참, 이 말은 밤새 하데? ‘예정아, 나 너 아니어도 얼마든지 잘 살아.’ 혹시 취중 진담이라도 한 거야? 날 밝으면 예정이한테 가서 직접 전해. 우리 앞에서 센 척해야 무슨 소용인데.”

전태윤의 잘생긴 얼굴이 한없이 어두워졌다. 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할머니, 예정이가 나한테 엄청 많은 말을 했어요. 내가 키우는 카나리아가 되고 싶지 않다느니, 나랑 어깨를 견주고 나란히 걷는 여자가 되고 싶다느니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했어요. 그리고 나랑 공통 화제가 있고 싶다는데 우린 원래 공통 화제가 있거든요. 난 예정이를 반려동물로 키우는 게 아니에요. 예정이가 내 아내인데 평생 책임지고 키워주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요? 왜 기어코 본인한테 의지하겠다는 거죠? 나한테 시집와서 평생 호강하고 싶어 하는 여자가 얼마나 많은데, 난 그런 여자들 다 싫고 예정이만 원해요. 그런데 왜 예정이는 딴 사람들처럼 나한테 시집와서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하지 않는 거냐고요?”

“...”

“내가 능력이 달려서 가정을 책임지지 못한다면 모를까, 아니 충분히 잘 먹고 잘살게 해줄 수 있는데 왜 한사코 독립을 고집하냐고요? 예정이는 지금 가게도 운영하고 수입도 있는데 뭐가 성에 안 찬 거죠? 내가 가게 관두고 집에서 가정주부로 지내라는 것도 아니잖아요. 내가 준 자유가 아직도 부족한 걸까요? 예정이는 나 전태윤의 아내인데 누가 감히 얕잡아보고 함부로 대하겠어요? 내가 있는 한 예정이는 관성에서 마음껏 누릴 수 있어요. 분명 성소현 씨가 무슨 말을 해서 나한테 이런 제안을 한 걸 거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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