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할머니와 전태윤에게 속히 울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냥 자기 남편이 평범한 회사원인 줄 알았고 재벌 집 큰 도련님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소설 속에서만 보았던 이야기가 현실로 되자 하예정은 완전히 멍해졌고 어찌할 바를 몰랐다.헤어질 수 없었고, 떠나갈 수도 없어 갈등에 휩싸였다.하지만 이모가 걸었던 길을 다시 걷기엔 너무 어려웠다.이모가 젊었을 때는 성공하기 좋은 시기여서 기회를 잡기만 하면 바로 일어설 수 있었는데 지금 그녀가 처한 시기와는 완전히 달랐다.그녀도 당연히 여자 스스로 강해져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남자에게 의지해서 평생을 살 생각을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언니의 결혼생활에서 그녀는 남자의 ‘넌 내가 책임질게’와 같은 헛소리 따위는 믿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남자들은 어떻게든 지내면서 변해버리는 것이다.이때, 정장 차림의 남자 여러 명이 한 남자를 둘러싸고 주사실로 들어왔다.그들의 출현은 하예정의 주의를 현실로 돌리게 했다.두 사람 모두 저도 모르게 그 사람들을 쳐다보았다.성소현은 전태윤일 줄로 알았다가 가운데 둘러싸여 있는 그 남자를 보고 눈을 깜박이며 중얼댔다.“왜 저 사람이?”병원에서 그를 만날 줄은 몰랐다.하예정은 중얼거리는 성소현을 바라보며 물었다.“저 사람들을 알아요?”“한 사람밖에 몰라. 주위 사람들은 그의 경호원들이야. ”“저 사람 누구예요?”하예정은 호기심에 차 물었다.“마찬가지로 대단한 인물이야. 웃는 얼굴 속에 칼을 숨기고 있는 사람이야. 겉보기에는 온화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매우 독한 사람이야.”‘...이름은 말 안 해주네.'“너희 집 전태윤과 협력관계를 가지고 있는 파트너야. A 시의 예진 그룹 사람이야. 바로 내가 전에 말했던 전씨 집안만큼 좋은 가풍을 가지고 있는 예씨 집안 말이야. 그는 예씨 집안의 다섯째고 예씨 집안의 현재 가주의 친동생이야. 문을 나설 때면 태윤 씨만큼 위풍당당해. 다만 태윤 씨는 나 같은 팬 때문에 경호원들을 데리고 다니지만, 저 사
“참, 그 가문의 가주도 너처럼 초고속 결혼을 했어. 그 집 사모님은 비록 시골에서 자랐지만, 너보다 운이 아주 좋았어. 양부모님이 주워다 키우셨지만, 친자식처럼 아주 잘 키워줬거든. 진심으로 아껴주는 양부모가 있고 예뻐해 주는 오빠도 있었는데, 게다가 나중에 친부모를 되찾고 보니 뜻밖에도 만성에서 가장 부유한 집안이었지 뭐야. 단번에 농촌 출신을 벗어나 만성의 남 씨 집안의 아가씨가 되어 신분과 지위 상관없이 예씨 집안의 식구들과 어울릴 수 있었어.”성소현은 재벌 집의 아가씨로서 다른 재벌 집의 일들을 훤히 알고 있었다.자기 사촌 여동생인 하예정은 예씨 집안의 사모님만큼 운이 좋지 않았다.“예정아, 나가서 인사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나 저 사람이랑 몇 번 만난 적이 있어.”하예정은 웃으면서 말했다.“아는 사이면 가서 인사하는 게 좋을 거예요.”“나도 가서 인사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넌 여기 앉아 있어, 내가 가서 인사할게. 병원에 경호원들을 저렇게 많이 데리고 오다니, 간호사가 주삿바늘로 찔러 죽일까 봐 그러는 건지.”하예정은 넘어갈 듯 웃었다.성소현은 예준하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하면서 그를 향해 걸어갔다.가까이 가지도 않았는데 예준하는 갑자기 몸을 돌려 화장실로 달려갔다.그의 경호원들은 긴장하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너희 집 도련님 왜 이러는 거야?”성소현이 궁금한 듯 물었다. 예준하의 반응을 보니... 아무래도 설사인 듯싶다.예준하의 경호팀도 성소현을 보고 의외인 듯한 표정들이었다. 아마 예준하가 설사해 병원에 오게 되었을 때 성씨 집안의 아가씨를 만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한 것이다.“성소현 아가씨는 왜 여기 계신 겁니까?”경호원 중 한 명이 묻자, 성소현은 대답했다.“사촌 동생이 다쳐서 함께 링거를 맞으러 왔어요. 그쪽 도련님은 속이 안 좋아 온 거에요?”그 경호원은 그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의사는 보았어요?”“네. 약도 처방받았습니다. 링거를 맞아야 한답니다.”
몇 분 후 전태윤이 도착했다.“예정아.”그의 눈에는 하예정만 보였고 옆에 앉아 성소현과 잡담을 나누고 있는 예준하는 눈에 보이지도 않았다.전태윤은 빠른 걸음으로 하예정에게 다가가서 먼저 링거를 한눈 보고는 몸을 숙이고 하예정의 다친 손가락을 조심스럽게 받쳐 들고는 마음이 아픈 듯 물었다.“아파?”“해 보면 아픈지 안 아픈지 알 수 있어요.”전태윤은 자책하면서 말했다.“예정아, 미안해. 또 내가 잘못했어.”하예정은 입을 삐죽대다 말했다.“당신과 상관없어요. 제가 실수로 다친 거예요.”전태윤은 고개를 들어 그녀를 쳐다보았다.하지만 하예정은 그와 잠시 눈을 마주치고는 바로 얼굴을 돌렸고 이는 그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그는 한참 서 있다가 다시 입을 뗐다.“수액이 끝나면 집에 데려다 줄 테니 푹 쉬어. 상처에 염증이 생기지 않도록 며칠 동안 찬물에 손대지 말고.”“당신은 일이 바쁘잖아요. 안 데려다줘도 돼요. 소현 언니가 배웅해 줄 거예요.”오늘은 토요일인데도 그의 회사의 모든 사람이 위층 아래층 상관없이 야근하는 것을 보면 정말 바쁜 것이 분명했다.전태윤은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았고 옆에서 이 장면을 그저 지켜보던 성소현과 예준하는 서로를 의아스럽게 쳐다봤다.성소현이 가볍게 기침을 한 후에야 전태윤은 예준하를 발견 했다.“당신이 왜 여기에...?”예준하는 웃으며 입을 열었다.“이렇게 사람이 앉아 있는데도 몇 분 동안이나 발견하지 못하는 것을 보니 저한테 투명 인간 능력이 있는가 봐요.”“예준하 씨, 어떻게 여기에 있게 된 거예요?”전태윤은 예준하의 농담에 개의치 않았다. 들어왔을 때 하예정밖에 안 보여 다른 사람은 눈여겨보지 못했다.그도 예준하가 여기에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어떻게 됐는지는 모르지만 급성 위장염에 걸렸는데 도저히 버티지 못해 병원에 찾아왔어요.”전태윤은 성소현을 힐끗 쳐다보며 그녀와 예준하가 의외로 잘 어울리는 것 같다는 착각이 들었다.“예정이 링거 다 떨어졌어요. 간호사를 불러 바늘을 뽑아
성소현은 하예정에게 물었다.“예정아, 태윤 씨가 데려다주는 게 나아, 아니면 내가 데려다주는 게 나아?”“저절로 택시를 타고 갈게요.”하예정은 성소현도 전태윤도 자신을 데려다주지 못하게 했다. 양쪽의 마음을 상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이다.‘어휴, 사람이란 참 어려워.'“전태윤이 데려다주는 게 좋겠어. 나 나온 지 너무 오래돼서 이젠 가봐야 할 것 같아. 우리 어머니는 내가 외출한 줄도 몰라.”성소현이 자진해서 양보했다.그녀는 전태윤의 두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고는 하예정을 놓은 후 먼저 밖으로 나갔다.“전태윤 씨.”성소현은 갑자기 멈춰 서서 고개를 돌려 전태윤의 이름을 부르고는 말했다.“전태윤 씨, 하예정에게 강요하지 마요. 그리고 우리 집안 가족은 영원히 하예정의 친정 식구예요. 친정 식구들의 지지가 없다고 그녀를 괴롭힐 생각 마요. 며칠 전처럼 감히 예정이의 자유를 제한한다면 제가 쳐들어갈 테니까요.”전태윤은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차갑게 대답했다.“당신은 문을 두드릴 기회도 없을 거예요.”그는 지금 하예정을 손에 받들어 아끼기도 모자란데 어찌 괴롭힐 수 있을까.“예정아, 만약 그가 너에게 잘 대해주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나에게 말해. 난 언제든지 너의 편이니까. 그리고 전태윤 씨, 당신은 아직 저를 누나라고 부르지 않았어요. 누나라고 부르지 않는 것은 하예정의 친정 식구들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뜻이에요. 그만큼 당신이 하예정에 대한 사랑이 깊지 않다는 뜻인 거예요.”전태윤은 침묵했다.그는 순간 욕을 하고 싶었다.‘사업가 집안들 사람은 모두 이렇단 말이야. 성기현도 마찬가지야.'성소현은 이번에는 자신이 이겼다는 듯 의기양양하게 가버렸다.“예정아, 난 너의 친정 식구들을 매우 존중해. 성소현 씨는 일부러 우리 부부 사이를 갈라놓으려고 하는 거야.”하예정은 잠시 그를 쳐다보다가 입을 열었다.“당신이 오기 전에 소현 언니가 당신과 관련된 말을 많이 한 것은 사실이지만 결코 우리 사이가 틀어지라 한 말은 아니에요. 그러니 너무 나쁘게
“왜 갑자기 돈 벌 생각을 하는 거야? 넌 지금 돈이 부족한 것도 아닌데? ”“내가 저축한 돈은 기껏해야 몇천만 원밖에 안 돼. 돈이 부족하지는 않지만, 부자도 아니지. 성소현이 나에게 많은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그건 나와 태윤 씨 앞에 놓인 현실적인 문제여서 고민하지 않을 수 없어.”“이젠 화 안 내는 거야?”“화가 나도, 나와 태윤 씨와의 미래를 생각해야 하니까.”하예정이 한숨을 내쉬었다.“그냥 평범한 남자를 찾아서 시집가려고 했는데, 왜 헤어 나올 수 있는 큰 구덩이에 뛰어들었는지. 소현 언니가 그러는데, 내가 이혼 소송을 해도 태윤 씨가 동의하지 않으면 이혼할 수 없대.”“네가 이혼 소송을 하면, 그는 너를 평생 감금할 거야.”“이런 화나는 말은 꺼내지도 마.”하예정은 포크로 멜론 한 조각 찍어 먹었다.“멜론이 참 달구나.”“내가 고른 건데 당연히 달지. 처음에는 우리 모두 소현이가 알게 되면 너와 반목할까 봐 걱정했는데, 지금 소현이의 반응을 보면 아주 이성적이야, 너를 원망하지 않는 걸 보니.”만약 성소현이 원망하더라도, 전 대표와 인연이 없는 걸 탓할 수밖에. 전 대표는 그녀를 좋아한 적도 없고, 그녀에게 어떠한 약속도 한 적이 없었으니까. 그녀는 전 대표를 좋아할 권리가 있지만, 전 대표도 그녀를 거부할 권리가 있으니. 넌 전 대표와의 현실적인 문제만 생각하면 돼, 다른 것은 걱정할 필요가 없어.”하예정은 포크를 내려놓고 또 한숨을 내쉬었다.“나절로 잘 생각해 볼게.”“알았어, 말하지 않을게, 잘 생각해 봐. 네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난 널 지지할 거야. 왜, 더 안 먹어?”“입맛이 없어.”심효진도 강요하지 않았다.마음을 다친 사람들은 모두 이런 거다. 폭음폭식 하지 않으면 아예 먹지 않고, 실면증에 시달리면서 어두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밖에서 발소리가 나더니 전 씨 할머니와 장소민 고부가 함께 들어왔다.“할머니.”장소민을 본 적이 없는 심효진은 함부로 인사하지 못했다.하예정이 다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할
전태윤에게 전화한 후, 하예정은 저녁에 먼저 발렌시아 아파트로 가서 전태윤과 잘 이야기하고 나중에 셋방으로 돌아갈 거라고 언니한테 전화했다.하예진이 대답했다.“그래, 네가 올 때까지 언니가 기다릴게.”전화를 한 후 하예정은 바로 가게로 돌아가지 않고 학교 앞 강변을 따라 혼자 걸었다.찬 바람이 불자 그녀의 머리는 점차 냉정해졌다.그녀와 전태윤의 앞에 놓인 가장 중요한 것은 그녀가 화를 내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그녀와 전태윤의 현실 차이이다.자신이 너무 멀리 갔다는 것을 깨닫고 다시 돌아선 하예정은 멀리서 자신을 따라오는 심효진을 발견하고 절친에게 다가갔다.“나쁜 생각 안 하니까 걱정 말어.”심효진이 웃었다.“네가 나쁜 생각 안 하는 걸 알아. 단지 네가 필요한 게 있어 부르면 인차 들을 수 있어서 그래.”잠깐 심효진을 바라보던 하예정은 갑자기 그녀를 껴안고 감동되어 말했다.“효진아, 네가 내 친구인 건 내 인생의 행운이야.”“내 행운이기도 해.”심효진은 하예정의 등을 다독이고는 그녀를 놓아주고 나란히 걸었다.“밥 먹고 들어갈래?”“태윤 씨에게 데리러 오라고 했어.”동문서답.“용서하기로 한 거니?”“그저 화가 났을 뿐 미운 건 아니야, 내가 직시해야 할 것은 그와의 차이인데, 그와 잘 이야기하고 싶어서.”“그래, 소통이 매우 중요하니까.”하예정이 고개를 끄덕였다.좀 지나 전태윤이 소정남과 같이 왔다.소정남은 심효진과 저녁 식사를 같이하려고 온 거였다.하예정이 전태윤의 차에 앉아 떠나는 것을 보고 소정남은 심효진의 팔을 잡아당겼다. “두 사람 화해했어요? 태윤이가 복권에 당첨된 것처럼 날듯이 기뻐하며 회사에서 나오던데.”“복권에 당첨돼도 자기 재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데, 뭐 그리 흥분할 거 있겠어요? 예정이가 그와 이야기하기를 원했기 때문이에요. 화해가 어디 그리 쉽다고요, 제가 말했듯이, 예정이는 어떤 일이 있어도 피하지 않을 거예요. 다만 어떻게 해결할지 생각할 시간이 필요할 뿐이에요.”소정남이 맞장구를 쳤다.“
하예정은 고개를 돌려 그에게 물 주전자를 든 오른손을 흔들어 보였다.다친 손은 왼손이다.“한 손으로는 일하기 힘들어. 이 꽃들은 내가 숙희 아주머니한테 잘 돌보라고 했으니 신경 쓰지 마.”전태윤은 꽃에 물을 주지 못하게 그녀의 손에서 물 주전자를 뺏고는 그녀를 그네 의자에 눌러 앉혔다.“당신은 여기 앉아있는 걸 가장 좋아하니, 여기 앉아서 그네를 타. 내가 외투를 가져다줄테니.”“춥지 않아요.”전태윤은 그녀의 말을 못 들은 듯 외투를 가져다 그녀의 다리에 덮어 주었다.“밥하러 갈 테니 무슨 일 있으면 불러. 손에 절대 물 묻히지 말고.”전태윤은 그녀에게 거듭 당부한 후에야 저녁을 준비하러 다시 부엌으로 돌아갔다.하예정은 그네 의자에 좀 앉아 있다가 일어나 주방 입구에 서서 전태윤이 저녁 준비하는 것을 조용히 바라보았다.그를 보고 있노라니 과거의 사소한 일들이 생각났다. 그가 그녀에게 신분을 숨긴 일을 제외하면 평소 생활에서 그는 점점 더 잘 그녀를 보살펴 주고 있다.그들 사이에도 달콤함이 있었다.잠시 그를 바라보던 하예정은 소파에 앉아 TV를 켰지만,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전태윤은 가끔 고개를 내밀어 그녀의 동정을 살폈다.마음이 긴장해 졌다.그녀가 그와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도대체 어떤 결정을 내릴지 모른다.전태윤은 마음속으로 자기의 냉철함과 자제력이 하예정을 만난 후 통제력을 잃었다고 비웃었다.한 시간 남짓 후.전태윤이 준비한 간단한 저녁 식사가 완성되었다.반찬 세 개와 국 한 개.모두 하예정이 좋아하는 음식이었다.그는 하예정에게 국과 밥을 떠주고 반찬을 집어주고 나서야 젓가락을 건네주었다.하예정이 전태윤을 바라보며 말했다.“태윤 씨, 나한테 너무 잘해주지 마세요.”“바보, 당신은 내 와이프인데 당신에게 잘 해주지 않고 누구한테 잘해주겠어?”“당신을 실망시킬까 봐 두려워요.”“괜찮아, 희망이든 실망이든 다 받아들일 수 있어. 당신이 나에게 이혼을 제기하지 않고 나를 떠나지 않는 한, 난 다 받아들일 수 있어.
“처음 당신이 나를 속인 걸 알았을 때, 나는 너무 화가 났어요... 됐어요, 당신 머리카락이 다 곤두선 것 같으니, 그 얘기는 그만할게요. 화가 채 풀리지도 않고, 아직 마음 정리도 안 되었는데 당신 대신 사정하러 오는 사람들이 줄을 서고...”그녀와 한편이던 절친도 그를 대신해서 사정했다“당신이 화낼 권리가 있어, 내가 잘못했어. 당신을 그렇게 오랫동안 속이지 말았어야 했어. 신분을 밝힐 때도 직접 솔직하게 말할 용기가 없어서 다른 방법을 선택해서 당신에게 알렷어... 다 예준성이 그러라고 시킨 거야!”하예정은 잠자코 있다가 입을 열었다.“이 일은 결국 당신이 나에 대한 믿음이 부족하기 때문이에요.”“예전에 당신을 믿지 않은 것을 인정해. 당신을 경계하고, 당신이 돈을 노린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당신의 인품을 절대적으로 믿어.”하예정은 잠시 침묵을 지킨 후 고개를 들어 그를 똑바로 바라보며 망설이다가 다시 결심한 듯 물었다.“태윤 씨, 우리 다시 합의서를 쓸까요? 당신의 정체를 알고 화내는 것은 부차적인 일이고, 난 지금 우리의 현실적 차이를 더 고려해야 해요. 당신은 억만장자 전씨 가문의 큰 도련님이지만, 난 부모도 없는 고향에 볼품없는 친척만 득실득실한 아무 능력도 없는 평범한 여자예요. 모든 면에서 당신과 어울리지 않아요.”“예정아!”전태윤은 엄숙한 어조로 그녀의 말을 끊었다.“당신이 어떤 신분이든, 난 이미 마음먹었어. 당신만 나와 어울린다고 생각하면 되는 거야. 자신을 비하하는 그런 말은 하지 마.”“난 자신을 비하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을 말하고 있을 뿐이에요.”하예정은 결코 스스로를 깎아내리지 않는다.“난 당신의 능력이 필요 없어, 내가 능력이 있으면 돼, 난 당신과 가족을 부양할 수 있고, 앞으로 우리 아이를 부양할 능력이 있어, 내가 번 돈이면 우리가 축구팀을 낳더라도, 부양할 수 있어. 자신을 압박하지 마, 당신이 가족을 부양할 필요가 없어, 당신은 지금처럼만 있으면 돼, 난 의견 없어.”전태윤은 하예정이 이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