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 예준영과 다섯째 예준하는 현재 어르신들이 가장 애태우는 대상이다.한 명은 셋째이고 다른 한 명은 다섯째이지만 배다른 형제라 나이 차이가 별로 안 난다.보통 사람들과 비하면 예준하도 노총각 행렬에 들어설 지경이다. 그와 비슷한 나이대의 남자들은 어느덧 두 아이의 아빠이기도 하니까.전태윤이 미안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저도 준하 씨를 위해 소개팅을 해주고 싶은데 알고 있는 젊은 여성이 워낙 적어서 도움이 못 되네요. 아내한테 한번 말해볼게요. 아니면 할머니께 말씀드려도 돼요. 할머니는 아직도 제 동생들을 위해 선 자리를 알아보고 있으니 준하 씨에게 어울리는 여자분 한 명 소개해달라고 부탁해볼게요!”예준하는 말을 잇지 못했다.그는 전씨 일가의 어르신을 뵌 적이 없지만 소문에 의하면 젊은 세대와 거리낌 없이 지내고 그의 할머니보다 생각이 많이 깨어있다고 하신다.전태윤이 하예정과 초고속 결혼한 것도 전부 어르신의 공로이다.“그럼 할머님께 꼭 좀 부탁드릴게요.”예준성도 전태윤에게 소개팅을 부탁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란 걸 잘 알고 있다. 전태윤과 남정윤은 같은 부류의 남자이다. 그들은 젊은 여자와 가까이하는 걸 꺼리다 보니 본인의 인생 대사를 다른 사람이 신경 써줘야 한다.전태윤의 할머니가 도와주시면 성공 확률이 매우 높을 것이다. 어쨌거나 할머니는 연장자이시고 사람 보는 안목이 뛰어나시니 예준하에게 좋은 짝을 찾아줄 수 있을 듯싶었다.“저희 할머니가 흔쾌히 찾아주실 겁니다.”어르신은 선 자리를 주선하는 일을 가장 좋아하신다.예준하가 말했다.“형, 내 의견 따윈 묻지도 않아?”“나중에 소개팅 약속 잡거든 그때 다시 알려줄게.”예준하는 말문이 턱 막혔다.예준성이 결혼하기 전에는 온 가족이 결혼을 다그칠 때 맏형으로서 동생들을 막아주었다. 어차피 큰형도 미혼이니 아래에 있는 동생들은 마음껏 지내도 된다.다만 큰형이 결혼하고 나니 동생들을 막아주지 않을뿐더러 어른들과 함께 그들의 결혼을 다그치고 있었다.‘할 수 있으면 준영 형을 다그치
예진 리조트에서 나온 후 전태윤은 A시에 더 머무르지 않고 당일로 비행기를 타고 관성에 돌아갔다. 돌아가기 전, 그는 하예정에게 미리 알리지 않았는데 그녀에게 서프라이즈를 해줄 생각이었다.돌아가는 길에서 그는 예준성의 말을 되새겼다.예준성은 그에게 아내 앞에서 모든 걸 솔직하게 털어놓으라고 제안했다.성소현의 기분은 고려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성소현이 전태윤을 사랑하는 건 그녀의 일일 뿐 전태윤이 먼저 다가가 유혹한 것도 아니니까.만약 성소현의 기분을 고려하며 성기현이 말했던 것처럼 성소현이 그에 대한 감정을 모두 내려놓은 후에야 하예정에게 진짜 신분을 털어놓는다면, 그게 대체 언제가 된단 말인가?게다가 전태윤은 애초에 성소현을 마음에 두지도 않았는데 왜 성기현의 말을 따라야 하는가?그리고 또 한 가지, 하예정과 성소현이 이 일로 사이가 틀어질지 걱정하는 건 아무 의미 없다. 언젠가는 마주해야 할 일이니까.하예정의 기분이 좋을 때, 아주 특별한 날을 골라서 이색적인 방식으로 그녀에게 정체를 알리리라 다짐했다...“일구야.”전태윤이 낮은 목소리로 강일구를 불렀다.“네, 도련님.”강일구가 깍듯이 대답하며 도련님의 지시를 기다렸다.“넌 어떤 날이 특별한 날인 것 같아?”강일구의 얼굴에 물음표가 생겨났다.특별한 날?어떻게 특별해야 하는 걸까?그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떠보듯이 물었다.“실례지만 도련님, 어떤 방면으로 특별한 날 말씀이십니까?”“그게 그러니까 연인에게 있어서 어떤 날이 특별한 날이야? 쉽게 기억할 수도 있고 상대방을 즐겁게 해줄 수도 있는 날 말이야.”강일구는 도련님이 지금 사모님 생각을 하신다는 걸 바로 알아챘다.“그거야 당연히 결혼기념일이거나 상대방의 생일 혹은 발렌타인데이죠. 연인들에게 모두 뜻깊은 날이잖아요.”강일구는 곧바로 한마디 덧붙였다.“제가 아직 여자친구가 없어서 경험이 없는지라 이렇게 말해도 되는지 모르겠네요.”전태윤이 그를 힐긋 노려봤다.“지금 나보고 여자친구를 소개해달라는 거야?”강일구가 황급
강일구가 일깨워줬다.그도 그럴 것이 도련님은 아예 사모님이 안중에 없어 사모님의 성함조차 그들이 먼저 기억하고 때때로 도련님께 알려준다.그런데 결혼기념일을 기억할 리가 있겠는가?그는 도련님이 전혀 로맨틱한 남자가 아니라고 여겼다.“확실해? 10월 10일 맞아?”“네, 정확히 10월 10일입니다. 제가 기억해요.”전태윤은 애써 기억을 되짚으며 머리를 끄덕였다.“가서 혼인신고서 보면 알아.”강일구는 도련님이 올 때보다 기분이 훨씬 좋은 것 같아 과감하게 한마디 더 물었다.“도련님, 혹시 사모님께 서프라이즈 해주시려고요?”“그럼 너한테 해줄까?”강일구가 대답했다.“만약 그래 주신다면 제게 남은 건 쇼킹 그 자체일 뿐입니다.”전태윤이 노려보자 강일구는 감히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하예정은 전태윤이 돌아온다는 소식을 못 받았다. 그녀는 한창 언니와 함께 마트 쇼핑을 하며 설 연휴를 보낼 주전부리를 골랐다.전태윤은 설에 그녀를 데리고 본가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그녀는 시댁에 가져갈 설 명절 선물도 눈여겨보았다.어르신들께 드릴 명절 선물이니까 잘 골라야 한다.“다들 뭘 좋아하시는지 모르겠어. 그냥 전에 언니가 인간쓰레기 주형인네 부모한테 준비했던 거로 해드리면 되겠지? 그리고 용돈도 푸짐하게 드리면 될 것 같아.”하예정은 언니와 십여 년을 함께 지내며 언니와 주형인이 서로 알아가고 사랑에 빠지고 결혼하고 이혼하는 것까지 전부 지켜봤다. 하여 언니가 결혼 후 시댁에 어떤 명절 선물을 준비해갔던지 잘 알고 있다.하예진이 대답했다.“그래도 돼.”그녀는 왕년에 주형인 부모와 주서인에게 푸짐한 설 명절 선물을 드렸었다.주형인은 그녀에게 인색해도 제 가족한테는 큰손이 따로 없었다.하예진이 선물을 적게 준비했다고 바로 욕설을 퍼붓는 인간이 주형인이다.“아빠, 아빠.”쇼핑카트에 앉아 있던 주우빈이 갑자기 신이 나서 소리쳤다.“엄마, 아빠.”주우빈은 주형인을 부르더니 고개 돌려 하예진을 바라보며 작은 손으로 제 아빠를 가리켰다.주형인은 우
주형인의 말을 들은 서현주가 대답했다.“누가 아들 안지 말래요? 형인 씨 혼자 가지 말라고요. 그렇게 가고 싶으면 나랑 같이 가요.”그녀는 말하면서 다정하게 주형인의 팔짱을 꼈다.주형인은 실소를 터트리며 그녀의 이마를 살짝 내리쳤다.“으이그, 질투쟁이. 난 예진이를 사랑하지 않아서 이혼한 거야. 엄마랑 누나가 함부로 내뱉는 말 곧이곧대로 듣지 마. 난 절대 예진이랑 재결합 안 해.”엄마와 누나는 하예진에게 돈 많은 이모가 생기니 왠지 주형인의 미래에 큰 도움을 줄 것만 같았다.주형인도 유진 테크를 계속 다닐 수 없다는 걸 인정하지만 사장이 먼저 그를 해고하고 복리를 정지하기 전까지 절대 나가지 않으리라 다짐했다.게다가 리베이트 액수를 더 늘려 회사를 떠나기 전에 더 많은 돈을 벌고 싶었다.서현주와 결혼식을 올리려면 엄청난 돈이 필요하니까.그리고 하예진에게 부자 이모가 생겼다고는 하지만 그녀의 이모는 아직 그녀에게 큰 도움을 주진 않았다. 하예진은 현재 가게를 임대하여 토스트 가게를 운영할 계획인데 여태껏 쓴 돈은 두 사람이 이혼하기 전, 주형인이 나눠준 돈이다.하예진의 이모는 일전 한 푼 도와주지 않았다.친척이 아무리 부자라 해도 어디까지나 친척일 뿐 그녀에게 돈을 주지는 않는다.부모도 돈이 아무리 많아도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으면 그 자식은 빈털터리일 뿐이다.결국 본인이 돈을 벌어야 한다.하예정 자매는 서현주가 다정하게 주형인의 팔짱을 끼고, 주형인이 카트를 밀면서 이리로 오는 걸 보더니 실소가 새어 나왔다.서현주는 지금 주권을 선언하는 것일까?주형인 같은 인간쓰레기는 서현주만이 보물로 여길 것이다.“아빠.”주우빈은 아빠를 보자 신이 나서 또 큰소리로 외쳤다.하예진은 살짝 이해되지 않았다. 이혼하기 전까지 주우빈은 주형인에게 지금처럼 열정적이지 않았는데 이혼한 뒤로 아빠를 만날 때마다 신이 나서 죽을 지경이다.만남이 드물어지니 아빠가 문득 보고 싶은 것일까?주형인은 자신의 쇼핑카트가 하예진 자매의 쇼핑카트와 거의 마주칠 뻔
“이봐요, 주형인 씨, 뭔가 오해했나 본데 이건 제 시댁에 가져갈 선물들이에요. 언니가 산 거 아니라고요.”하예정이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그리고 설사 우리 언니가 설 명절 선물을 준비한다고 해도 그쪽 돈을 쓴 것도 아니니 제발 그 입 좀 닥쳐줄래요?”언니더러 우빈의 양육비 지출 리스트를 작성하라니, 역시나 답이 없는 인간쓰레기였다!이런 인간쓰레기를 김은희는 대체 무슨 낯짝으로 언니를 찾아와 재결합하길 권유한 걸까? 뻔뻔함이 하늘을 치솟을 일이다. 만천하에 남자라곤 그녀 아들 한 명뿐이라고 생각하는 걸까?!‘웃기고 있네!’“네 물건이라고? 너는 시댁에 무슨 선물을 이렇게나 많이 사 가는데?”주형인이 의외라는 듯이 물었다.그는 하예진 자매가 성씨 일가를 위해 설 명절 선물을 준비하는 줄로 여겼는데 알고 보니 하예정이 시댁을 위해 준비한 선물들이었다.‘예정이가 꽤 통이 크네. 그런데 얘가 무슨 돈으로 이 물건들을 다 산대? 설마 제 언니한테 손 내미는 거 아니야?’“내가 얼마나 많이 준비하든 내 마음이지 그쪽 알 바는 아니죠! 부럽고 질투 나면 옆에 있는 여자한테 한번 말해봐요. 나처럼 통쾌하게 시댁에 돈 쓰고 시댁 친척들에게도 두툼한 용돈을 드리라고 말해보던가요.”주형인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서현주를 쳐다봤다.서현주는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그녀는 몇 년 동안 일해서 돈을 좀 모으긴 했지만 부모, 형제에게 감히 말도 꺼내지 못했다. 부모님이 아시면 갖은 수단으로 돈을 갈취해 그녀의 두 오빠에게 쓸 게 뻔하니까.부모, 형제에게도 돈을 아끼는 그녀가 어찌 주형인의 가족에게 달갑게 돈을 쓰겠는가.“난 아직 오빠랑 결혼하지 않아서 주씨 집안의 며느리가 아니에요.”서현주는 시댁을 위해 설 명절 선물을 사드리고 싶지 않아 주형인과 아직 결혼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하예진은 주형인을 힐긋 쳐다보며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을 지었다.“애초에 우리가 결혼식을 올리기 전에 매년 설마다 당신 부모와 누나에게 두둑한 선물을 준비했었지. 그때마다 당
이에 하예진이 웃으며 말했다.“듣자 하니 두 사람 회사 일이 순탄치 않다던데 조만간 실업하게 될 판에 월급 카드를 바치면 뭐해? 빈껍데기일 뿐인데 자랑할 가치가 있나? 난 저 인간과 이혼 전에 더치페이한 건 사실이지만 이혼할 때 내게 2억 원을 나눠줬어. 저 인간 해고돼도 우리 두 모자에게 아무런 영향을 못 끼쳐.”서현주는 말을 잇지 못했다.주형인이 미간을 찌푸리며 그녀에게 쏘아붙였다.“누가 우릴 해고해? 우리 둘 다 회사에서 엄청 중용해.”하예정이 말을 이었다.“그쪽 엄마가 말했어요. 하루가 멀다 하게 우리 언니를 찾아와서 그쪽이 여우 년에게 홀렸다고 하소연하면서 서현주는 집안 말아먹는 년이라고 얼마나 분풀이를 하시는지. 그쪽이 힘들게 번 돈도 헤프게 써대고 게다가 서현주 씨 부모가 딸을 시집보내는 게 아니라 아예 팔아치우는 거라며 온 가족이 인간쓰레기라고 맹비난했어요.”서현주의 낯빛이 확 어두워졌다.주형인도 서현주가 요구한 예물 액수가 너무 높아 한순간 말을 잇지 못했다.그의 현재 재력으로 서현주가 원하는 금액을 충분히 줄 수 있지만 액수가 너무 크다 보니 썩 주고 싶지 않았다.게다가 집안 인테리어까지 직접 해야 하고 결혼식도 치러야 하니 예식장 비용이며 뷔페 비용까지 돈 쓸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이 와중에 서씨 집안에 예물로 1억 3천이나 주는 건 실로 아까울 따름이었다.김은희의 말처럼 1억 3천이면 선녀라도 얻겠다는데 서현주가 과연 선녀일까?그들은 또 서현주가 성품이 덜됐다고 비난했다. 서현주는 애초에 주형인이 가정이 있고 아들이 있다는 걸 다 알면서도 그를 유혹하려 했으니 말이다. 아무리 주형인이 먼저 그녀를 좋아했다고 하지만 손뼉도 마주쳐야 박수 소리가 난다.서현주가 그에게 사심이 없었다면 진작 사표를 내고 그를 멀리 떠나갔을 것이다.김은희는 주형인에게 서현주가 천한 년이라고 욕했다. 아무리 예쁘게 생겼어도 천한 건 바뀔 수 없으니 하예진과 절대 비할 바가 못 된다고 했다.“언니, 나 아직 사야 할 물건이 너무 많아.
“엄마가 말만 모질게 하시는 걸 당신도 잘 알잖아. 꼭 어른한테 따져야만겠어? 그리고 예물에 관한 일도 솔직히 말해서 나도 너희 집사람들이 너무 많이 요구한다고 생각해. 내가 1억 넘게 준 예물을 혼수로 가져오면 모를까... 절반이라도 혼수에 보탠다면 소원이 없겠어. 그런데 너희 부모님들이 뭐라 그랬어? 혼수는 스쿠터랑 이불 몇 개뿐이라잖아. 그게 얼마나 한다고, 기껏해야 200만 원도 안되겠다. 너희 부모님이 오신 날, 두 분이 사적으로 하신 얘기를 내가 몰래 들었어. 예물로 1억 3천 가까이 주면 그중 1억을 네 두 오빠가 반씩 나누어 가진다며? 시골에 있는 집을 인테리어하고 남은 돈으로 자가용 차까지 산다고 했지. 남은 1200만 원은 너희 부모님이 쓰실 거래. 네 혼수로 마련한 돈은 고작 120만 원이랬어.”주형인은 그 당시 서현주의 부모가 1억 3천 가까운 예물을 어떻게 쓸지 의논하는 걸 들을 때 화가 나서 사색이 되었다.그는 총재산 4억 가운데 2억 너머 하예진에게 나눠줬고 남은 1억 몇천만 원에 요즘 받은 리베이트와 공급업체에 몰래 받은 뇌물까지 더해 재산이 2억 가까이 되는 건 사실이다.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서현주가 막무가내로 제안한 조건을 들어줄 순 없다.서현주도 내심 부모님이 지나쳤다고 생각했다.예물은 그녀에게 주는 돈인데 정작 부모님은 두 오빠의 집 인테리어 비용과 자차 마련에 쓰려고 한다. 그녀를 위해 준비한 혼수는 이불 몇 개와 스쿠터 한 대였다. 서현주는 마음이 차갑게 식었다.평소에는 온 가족이 그녀를 무척 아끼는 것 같았지만 결혼을 앞두니 본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말로만 딸을 사랑한다고 할 뿐 그녀를 이용해 두 아들을 도와 삶의 질을 올려주려고 했다.다만 주형인이 원망을 늘려놓으니 그녀는 또 마지못해 제 부모를 옹호해야 했다.“우리 부모님은 날 힘들게 키우고 학교까지 보내느라 적잖은 돈을 썼어요. 인제 와서 예물로 부모님이 키워준 은혜에 보답하겠다는데 뭐가 문제에요? 돈은 부모님께 드릴 테니 어떻게 쓰는지는 그분들이
주형인이 계속 말을 이었다.“집문서에도 네 이름 추가할게. 이 집 네 몫도 있어. 인테리어 잘하면 우리가 누리는 거잖아. 그 돈 네 오빠들 주면 집 예쁘게 꾸며서 본인 아내들과 누리는 것밖에 안 된다니까.”서현주는 속으로 주형인의 말에 공감했지만 끝까지 시치미뗐다.“예물 비용을 1억 3천 가까이에서 3760만 원으로 깎는 게 어디 있어요? 오빠는 날 헐값에 아내로 들일 생각이었어요? 처음엔 꿀 발린 말로 날 어르고 달래면서 부잣집 사모님들의 삶을 살 수 있게 해준다더니 이게 뭐냐고요? 성대한 결혼식을 올리겠다고 약속해놓고 예물이 고작 3760만 원이라고요? 이게 바로 오빠가 말한 성대한 결혼 약속이었어요?”주형인이 참지 못하고 말을 내뱉었다.“관성에서 대부분 잘 산다는 사람들도 결혼식 예물을 몇백만 원밖에 안 해. 몇십만 원 하는 집안도 대다수야. 관성 사람들은 딸을 시집보낼 때 오롯이 딸의 행복만 바라. 돈 같은 건 절대 노리지 않는다고, 딸과 사위가 결혼 후에 잘 사는 거야말로 최고의 행복 아니겠어?”관성 시골 출신의 하예진이 주형인에게 시집갈 때 하씨 집안에서 예물로 6000만 원을 요구했는데 하예진이 앞장서서 주형인을 말렸다. 하씨 집안 사람들은 예물을 받을 자격이 없다면서 주형인더러 돈을 주지 말라고 했다.그런데 서현주의 가족들은 예물로 1억3천 가까이 요구하고 있으니 거의 딸을 팔아치우는 격이다.“우리 마을에서 어느 집 딸이 시집갈 때 여자 쪽에서 입을 열기도 전에 신랑이 선뜻 현찰로 수천만 원의 예물을 건넸어요. 게다가 집 한 채에 2억 원 대의 고급 외제 차까지 선물했다니까요.”아마 그 집에서 딸을 너무 성대하게 시집보낸 게 탈인 듯싶다. 서현주의 가족은 주형인의 수입도 높고 도시에 집도 있으며 부모님이 맞벌이 부부라 정년퇴직하여 퇴직금도 두둑하게 받았을 터라 집안 조건이 좋다고 생각하여 예물을 더 많이 요구한다.서현주도 성대하게 시집보내면 후에 고향에 돌아가도 위상이 높을 것이다.주형인이 되물었다.“그분은 재벌 2세에게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