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윤이 낮은 소리로 웃었다.“집에 돌아가서 다시 늑대로 변할게.”그는 자기 손등을 살짝 꼬집는 하예정의 손등에 다정하게 입을 맞추었다.그녀가 또 꼬집으려고 하자, 그는 오히려 정색하며 다시는 꼬집지 못하게 그녀를 앞으로 끌고 갔다.전태윤이 하예정을 송년회에 데리고 나타난 것을 본 전씨 그룹 임원들 모두 전혀 놀라는 기색이 없이 하예정에게 공손하게 대했다.오히려 올해 소정남의 여자 파트너가 더 이상 소씨 가문의 여자가 아닌 심효진으로 바뀐 것이 모두를 놀라게 했다.소정남을 사모하는 여직원들은 소정남이 심효진을 소개하는 것을 듣고 이 여자가 소정남이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심효진을 바라보는 그녀들의 눈빛은 부러움과 질투로 가득 찼다.소 이사님도 좋아하는 여자가 있다니! 전 대표님에 이어서!심효진을 바라보는 그녀들의 눈빛은 질투로 가득 차 있었지만, 소정남이 두려워서 겉으로는 아무도 감히 심효진에게 시비를 거는 사람이 없었다.하예정이 전태윤에게 조용히 말했다.“소 이사님이 당신 회사에서 인기가 많은 것 같군요. 만약 눈빛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효진이는 벌써 그들에게 몇 번이나 죽었는지 모르겠어요.”전태윤이 담담하게 말했다.“소 이사는 지위도 높고, 젊고 멋지고, 돈도 많은 데다 친절하기까지 하니... 비록 입이 좀 가볍고 가십거리를 좋아하긴 하지만 여전히 매력적이야.”“...”상사가 이렇게 말하는 것이 칭찬인지 그를 깎아내리는 것인지 알 수 없다.“예정 씨, 집에 가고 싶어?”“먼저 가도 돼요?”이것은 회사의 송년회다. 전태윤의 가족으로 참석해서 한 바퀴 돌고 난 하예정은 이곳에 더 머무르고 싶지 않았다.비록 모두 그녀한테 공손하게 대했지만, 그녀는 다른 사람들과 익숙하지도 않고, 전태윤과 동료들이 회사 일에 대해 말할 때, 또 말참견하지도 못해서 그저 먹고 마시고 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모두 그녀를 보는 눈빛이 무슨 뜻인지 말할 수 없이 이상했다.아마 그녀가 잘 먹는 걸 보고 먹다 죽은 귀신이 붙은 거라고
“나 아마 출장을 가야 할 것 같아.”하예정은 고개를 들고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며칠만 있으면 휴가인데, 당신 왜 출장을 가는 거예요?”“짧은 출장이야. A시에 갔다가 2, 3일이면 돌아올 수 있어.”전태윤은 고개를 숙이고 그녀의 이마에 키스했다.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그녀의 예쁜 얼굴을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아쉬워?”“언제 떠나요? 짐 싸서 공항까지 바래다드릴게요.”전태윤은 하예정이 이 소식을 듣고 아쉬워할 줄 알았는데, 정말 출장을 간다는 걸 확인한 하예정은 전태윤이 출장 가서 무엇을 하는지 묻지도 않고 신이 나서 짐을 싸서 공항에 데려다주겠다고 한다.전태윤은 심정이 복잡해 났다.이젠 잠자리를 같이 한지도 여러 번이어서 자기에 대한 감정이 달라진 줄 알았다.예전보다는 조금 나아진 것 같긴 하지만 그에게 매달리거나 하지는 않는다.전태윤은 이런 답답함을 안은 채 A시로 날아가 중요한 파트너인 예진 그룹 주인 예준성의 결혼식에 참석했다.예준성과 모연정은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었다. 모연정이 쌍둥이를 임신 중이라는 말을 듣고 전태윤은 속으로 무척 부러워했다.예준하의 소개로 만성의 남씨 가문 도련님을 알게 되었는데, 듣자 하니 남씨 도련님도 그와 마찬가지로 경호원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자신의 신변 보호를 할 뿐만 아니라 흠모하는 여자들이 달라붙는 것도 막는다고 한다.결혼식 다음 날 전태윤은 예진 리조트에 갔다.전태윤과 가장 익숙한 예준하가 그를 접대했다.집에 들어온 후부터 무슨 걱정거리가 있는 듯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는 전태윤을 보며 예준하는 먼저 입을 열었다.“전 대표님께서 모처럼 오셨는데, 제가 여기저기 구경시켜 드릴까요?”전태윤은 일찍이 예진 리조트의 풍경이 그림처럼 아름답다는 말을 들었었다. 그들의 전 씨 저택도 예진 리조트 못지않게 아름답지만, 집주인의 호의를 사양할 수는 없었다.“그럼, 수고 끼칠게요.”예준하가 웃었다.“전 대표님께서 우리 A시에 오셨는데 주인으로 해야 할 도리를 다해야죠
전태윤은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멀지 않은 곳의 정자를 보더니 그쪽으로 걸어갔다.정자 주변에는 인공설이 많이 깔려있었는데 마치 설경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그는 정자 아래의 바위에 앉아서 주변의 인공설을 쭉 둘러보더니 왠지 싸늘한 기운이 들어 예준하에게 말했다.“인공설 풍경이 매우 아름답네요. 장식 잘하셨어요.”“구정이라 설 느낌을 내봤어요. 우리 리조트에 진짜 눈이 있고 스키장에도 있어요. 스키 타러 가고 싶으시면 제가 함께 가드리죠!”전태윤이 담담하게 대답했다.“저는 북방의 진짜 스키를 즐겨 타는 편이에요.”예준하가 가볍게 웃었다.“저도 그래요. 나중에 시간 내서 북방에 가 눈 구경도 하고 스키도 타요. 북방의 설경을 제대로 만끽하자고요. 전 대표님 혹시 감정 문제 때문에 기분이 우울한 거예요?”예준하는 싱글이지만 워낙 섬세하다 보니 형의 결혼식에서 전태윤의 마음이 딴 데 팔려있다는 걸 바로 알아챘다.전태윤이 카카오 스토리에 부부가 함께한 사진을 올려서 전씨 그룹 사람들이 그가 유부남인 걸 다 알지만 결혼 사실을 완전히 공개한 건 아니다.그가 완전히 공개하지 않으니 예준하도 일부러 모른 척해야만 한다.전태윤은 예준하를 쳐다보며 물었다.“많이 티 나요?”예준하가 미소를 지었다.“대표님을 잘 모르는 분들은 눈치채지 못할 거예요. 대표님은 늘 차갑고 진지한 표정만 지으세요. 걱정거리가 있을 때도 이런 표정을 짓죠. 저를 믿을만하다고 생각하신다면 저한테 얘기하셔도 돼요. 단, 제가 무조건 해결한다는 보장은 없어요. 어쨌거나 전 아직 싱글이니까요.”그는 여자친구조차 만나본 적 없다.사춘기 때 앞자리에 앉은 여학생에게 호감을 느꼈지만 졸업 후 서로 다른 대학에 붙었다. 애초엔 자주 연락했지만 그녀에게 남자친구가 생긴 이후로 더는 연락하지 않았다.그 뒤로 수년간 그는 예진 그룹의 관성 계열사를 성실하게 관리하느라 연애 방면으론 별다른 이슈가 없었다. 마음에 확 와닿고 그를 설레게 하는 여자를 만나지 못했다.예준하는 연애에 대
십여 분 후.예준성이 정자에 나타났다.“안녕하세요, 대표님.”전태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폐 끼쳐드려서 미안해요.”전태윤은 오늘 밤 관성으로 돌아가야 하기에 뻔뻔함도 무릅쓰고 예준성과 약속을 잡았다.예준성이 웃으며 대답했다.“별말씀을요, 전 대표님. 어서 앉으세요.”그는 전태윤을 자리에 앉힌 후 동생에게 분부해 집사더러 디저트와 차를 가져오라고 했다.“저한테 어떤 점을 묻고 싶으셨죠? 편하게 말씀하세요.”전태윤의 잘생긴 얼굴에 난처한 기운이 살짝 감돌았다.“예 대표님, 실은 제 개인적인 문제로 대표님께 조언을 구하고 싶었어요. 저나 예 대표님이나 모두 초고속 결혼을 했잖아요.”예준성은 아직 그가 초고속 결혼한 사실을 모른다.예준하가 집에 돌아와 얘기하지 않았으니까.전태윤의 말을 들은 예준성은 아주 의외라는 눈길로 그를 쳐다봤다.전태윤처럼 차갑고 냉랭한 남자도 초고속 결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놀란 듯싶었다.“초고속 결혼은 하신 지 얼마나 됐어요? 부인분은 사랑하게 되셨나요?”예준성의 마음속에 이미 답안이 있었다.전태윤이 만약 마음이 안 움직였다면 이렇게 고민할 필요도 없고 굳이 그의 신혼 둘째 날에 찾아올 일도 없다.“초고속 결혼한 지는 3개월 됐어요. 아내가 저희 할머니를 구해줘서 생명의 은인이 됐어요. 제 가족들은 아내에게 몹시 감격스러워했고 감사의 뜻도 표했어요. 저희 할머니가 아내를 너무 좋아하세요. 아마 우리 세대에 여자가 없어서 그런가 봐요.”전태윤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을 이었다.“우리 집 상황도 예 대표님네 집안과 거의 비슷해요. 양기가 차 넘친다고 할 수 있죠. 전에는 아내를 본 적도 없고 잘 알지도 못했는데 할머니를 구해주니 매우 고마웠어요. 다만 얼마 안 지나 사태의 흐름이 변하더라고요. 할머니가 늘 제 앞에서 아내의 좋은 말만 하는 거예요. 우리 집안의 며느리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전태윤은 혼인신고를 하기 전에 할머니가 종일 잔소리하시던 장면을 되새기며 계속 말을 이었다.“저희 아홉 형
“초고속 결혼한 뒤 두 분은 어떻게 지내셨어요?”예준성이 오지랖 넓게 물었다.그와 모연정도 초고속 결혼을 했지만 둘은 결혼 전에 이미 11년 동안 알고 지낸 사이라 옛친구나 다름없다.게다가 예준성은 오래전부터 그녀를 찜해뒀는데 모연정의 나이가 어리다 보니 티 내지 않으려고 제 감정을 꾹 눌렀다. 그러다가 어느덧 모연정이 가족들에게 모질게 결혼을 재촉받아 집에도 감히 돌아갈 수 없을 지경이 되었고 그녀는 마지못해 예준성을 남자친구로 속이며 함께 집에 갔다.예준성은 이 기회를 포착하고 모연정을 속여 계약 결혼을 진짜로 만들어버렸다.그와 모연정은 오래된 지인의 초고속 결혼이다 보니 전태윤과 하예정처럼 아예 낯선 이의 결혼과는 별개였다.하여 예준성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그에게 물었다.“결혼 전에 할머니께 분명히 말씀해뒀어요. 결혼하는 건 되지만 그 뒤로 제가 어떻게 아내를 대하든 그건 오롯이 제 일이니 할머니는 일절 참견하지 말라고 했어요. 저는 일단 제 정체를 숨기고 일상적인 생활을 통해 아내의 성품을 지켜보고 싶었어요. 할머니가 말씀하신 것처럼 강인하고 독립적인 여자가 맞는지 알아보고 싶었거든요. 맨 처음 서로를 알아갈 땐... 우리 둘 다 적응하지 못했어요.”초고속 결혼한 초기에 전태윤은 자꾸만 본인에게 아내가 있다는 사실을 깜빡했다.하예정도 남편이 있다는 게 적응되지 않았다.둘은 사소한 마찰도 생겼지만 소통하며 해결해나갔다.“함께한 시간이 길어지면서 태윤 씨는 서서히 아내분의 존재에 익숙해져갔고 호감도 생기셨죠? 익숙해진다는 게 이렇게 무서운 거라니까요.”사람들은 늘 정들어버리면 서로를 잃을까 봐 두려워한다.전태윤이 머리를 끄덕였다.“우린 지금 감정이 무르익어가는 단계에요. 인정해요, 저는 이미 아내를 사랑하게 됐어요.”애초에 절대 아내에게 마음이 흔들리지 않겠다던 그는 본인이 했던 말을 전부 번복하고 있다.“제가 고민인 건 이젠 저의 진짜 신분을 솔직하게 고백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제가 먼저 다가가 전부 털어놓으면 아내가 홧김
“예 대표님은 유경험자다 보니 조언을 구하고 싶어요. 애초에 대표님은 어떻게 부인분께 신분을 밝혔어요? 부인분은 대표님의 진짜 신분을 알게 된 후 무슨 반응이었어요? 대표님은 또 어떻게 처사하셨기에 부인분이 온전히 대표님을 받아들이고 외부의 간섭을 전혀 안 받으신 거죠?”예준성은 전태윤이 무엇을 고민하는지 드디어 알아챘다.그는 아내에게 진짜 신분을 밝혔다가 아내가 여론의 막중한 타격을 입을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게다가 성소현의 문제까지, 이는 실로 까다로운 일이다.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성소현이 질투심에 눈이 멀어 자매 사이가 틀어지고 서로 등지게 될 것이다.그렇게 되면 전태윤과 하예정의 감정에도 영향을 준다.예준성은 찻잔을 들고 한 모금 마신 후 말했다.“저는 태윤 씨랑 상황이 조금 달라요. 물론 애초에 제가 초고속 결혼을 계획했지만 저는 이미 아내를 11년 동안 짝사랑해서 기회를 포착하자마자 아내를 속이고 혼인신고를 마쳤죠. 원칙적으로 저희도 초고속 결혼인 건 맞지만 서로 11년 동안 알고 지낸 사이라 옛 지인의 결혼이라고 할 수 있죠. 연정이는 그때 저에 대해 잘 몰랐지만 저는 그 누구보다 아내를 잘 알았고 의도가 너무 확고했어요. 태윤 씨네 부부야말로 진정한 낯선 이의 초고속 결혼이죠. 아무런 감정 기초가 없고 결혼 초기에 태윤 씨는 아내분께 경계심을 가득 세웠겠네요. 뭐 설마 계약서까지 쓴 건 아니죠?”전태윤의 얼굴에 난감한 기색이 스쳤다.역시 같은 길을 걸어온 사람답게 계약서를 쓴 일까지 알아채다니...그는 중저음의 목소리로 말했다.“제가 아내를 오해했고 긴 시간 경계하며 사느라 계약서를 쓴 것도 사실이에요. 내용은 전부 아내에 대한 구속이었고요... 아내에게 유리한 조건은 단 하나, 이 결혼 관계가 해지되면 지금 사는 집과 차를 청춘 배상금으로 아내에게 주겠다고 약속했어요.”예준성이 물었다.“그 계약서 아직도 갖고 계세요? 저랑 연정이도 처음에 계약서를 작성했는데 제가 폐기 처리했어요. 얼마나 힘겹게 얻은 아내인데 제가 뭣
“솔직하게 털어놓으시는 게 아내분이 딴 사람에게 듣는 것보단 나을 겁니다.”예준성은 감회가 깊었다.애초에 그가 먼저 모연정에게 제 신분을 고백했다면 모연정도 그렇게까지 격렬하게 반응하진 않았을 것이다.예준성이 그녀를 완전히 신뢰하기에 솔직하게 털어놓는 거라고 믿었을 것이다.하지만 선우가 그녀 앞에서 폭로해버렸으니 순간 그녀는 예준성이 자신을 믿지 않고 경계한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장모님도 두 사람이 현실적으로 차이가 너무 크다면서 모연정이 예씨 일가에 시집가서 괴로움을 받을까 봐 이 결혼을 극구 반대했다.“태윤 씨가 먼저 말하는 건 아내분을 신뢰한다는 걸 의미해요. 다른 사람에게 들으면 태윤 씨 아내분은 더 화날 거예요. 온 세상이 다 아는 걸 본인만 모르니 태윤 씨에게 감쪽같이 속았다고 여기실 거예요. 태윤 씨가 본인을 전혀 신뢰하지도 않고 경계만 한다고 생각하실 겁니다. 아내분이 투정 부린다고 얼마나 가겠어요?”전태윤은 하예정이 한성격한다는 걸 떠올리며 살짝 겁에 질린 듯 대답했다.“제가 떠보듯이 물어봤는데 어떤 상황에서 날 떠나겠냐고 하니 바람피우고, 가정폭력을 행사하고, 수없이 거짓말을 해대면 그땐 이혼하겠다고 하더라고요. 처음엔 딱 한 번 거짓말했는데 나중엔 그 거짓말을 덮으려고 수없이 많은 거짓말로 둘러댔어요. 저는 예정이를 수없이 속였어요. 준성 씨 결혼식에 참석하는 것도 출장 간다고 속였어요...”예준성이 말했다.“아무튼 저는 태윤 씨가 먼저 이 모든 걸 솔직하게 고백하는 게 낫다고 봐요. 태윤 씨 아내분이 무슨 반응을 할지는 저도 가늠할 수 없지만 말이에요. 우리가 초고속 결혼한 건 맞지만 사실은 의미가 다르잖아요. 태윤 씨, 모 아니면 도라고 눈 딱 감고 부딪히세요.”전태윤이 침묵했다.“돌아가서 곰곰이 생각해보시고 기회를 봐가며 좋은 날을 골라서 남다른 방법으로 고백해보아요.”전태윤은 고민하다가 예준성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조언 너무 고마워요, 준성 씨. 곰곰이 생각해볼게요.”예준성도 가볍게 웃었다.“사람 마음은
셋째 예준영과 다섯째 예준하는 현재 어르신들이 가장 애태우는 대상이다.한 명은 셋째이고 다른 한 명은 다섯째이지만 배다른 형제라 나이 차이가 별로 안 난다.보통 사람들과 비하면 예준하도 노총각 행렬에 들어설 지경이다. 그와 비슷한 나이대의 남자들은 어느덧 두 아이의 아빠이기도 하니까.전태윤이 미안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저도 준하 씨를 위해 소개팅을 해주고 싶은데 알고 있는 젊은 여성이 워낙 적어서 도움이 못 되네요. 아내한테 한번 말해볼게요. 아니면 할머니께 말씀드려도 돼요. 할머니는 아직도 제 동생들을 위해 선 자리를 알아보고 있으니 준하 씨에게 어울리는 여자분 한 명 소개해달라고 부탁해볼게요!”예준하는 말을 잇지 못했다.그는 전씨 일가의 어르신을 뵌 적이 없지만 소문에 의하면 젊은 세대와 거리낌 없이 지내고 그의 할머니보다 생각이 많이 깨어있다고 하신다.전태윤이 하예정과 초고속 결혼한 것도 전부 어르신의 공로이다.“그럼 할머님께 꼭 좀 부탁드릴게요.”예준성도 전태윤에게 소개팅을 부탁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란 걸 잘 알고 있다. 전태윤과 남정윤은 같은 부류의 남자이다. 그들은 젊은 여자와 가까이하는 걸 꺼리다 보니 본인의 인생 대사를 다른 사람이 신경 써줘야 한다.전태윤의 할머니가 도와주시면 성공 확률이 매우 높을 것이다. 어쨌거나 할머니는 연장자이시고 사람 보는 안목이 뛰어나시니 예준하에게 좋은 짝을 찾아줄 수 있을 듯싶었다.“저희 할머니가 흔쾌히 찾아주실 겁니다.”어르신은 선 자리를 주선하는 일을 가장 좋아하신다.예준하가 말했다.“형, 내 의견 따윈 묻지도 않아?”“나중에 소개팅 약속 잡거든 그때 다시 알려줄게.”예준하는 말문이 턱 막혔다.예준성이 결혼하기 전에는 온 가족이 결혼을 다그칠 때 맏형으로서 동생들을 막아주었다. 어차피 큰형도 미혼이니 아래에 있는 동생들은 마음껏 지내도 된다.다만 큰형이 결혼하고 나니 동생들을 막아주지 않을뿐더러 어른들과 함께 그들의 결혼을 다그치고 있었다.‘할 수 있으면 준영 형을 다그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