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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5화

어르신은 하예정을 위로한 후 고고하게 기지개를 켜고는 리모컨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난 이만 가서 쉬련다. 나이가 드니 몸이 예전 같지 않구나.”

어르신은 몇 걸음 가다가 문득 걸음을 멈추고 고개 돌려 하예정에게 물었다.

“예정이 베개 미리 꺼내줘?”

하예정이 웃으며 대답했다.

“아니에요, 손님방에 베개 있어요.”

어르신은 손자를 힐긋 쳐다볼 뿐 아무 말 없이 방으로 돌아갔다.

하예정이 샤워하러 들어갔을 때 할머니는 이미 하늘이 뒤흔들릴 듯이 코를 골았다.

하예정은 막연한 표정을 지었다.

십여 분 후.

그녀는 잠옷을 입고 방에서 나왔는데 문을 닫자마자 잠옷 가운 차림으로 팔을 꼭 껴안은 채 제 방문 앞에 서 있는 전태윤과 마주쳤다.

“왜 아직도 안 자요? 내일 출근 안 해요?”

하예정은 일부러 낮에 했던 말을 까먹은 듯 한마디 툭 던지고는 그를 스쳐지나 손님방으로 향했다.

손님방 문을 여는 순간 그녀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침대 시트, 이불, 베개까지 싹 다 없어졌다.

‘내가 직접 침구 용품 골라서 샀는데 다 어디 갔지? 도둑이라도 들었나? 아니 무슨 도둑이 침구 용품만 훔쳐 가는데?’

하예정은 고개를 돌리고 여전히 거만하게 서 있는 전태윤을 째려봤다. 그녀가 샤워하는 틈을 타 손님방의 침구 용품을 모조리 가져간 게 틀림없었다.

전태윤은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묵묵히 바라봤다.

하예정은 그의 앞으로 다가가 잠시 걸음을 멈추더니 곧바로 그의 방으로 들어갔다.

“누군가가 전에 나한테 문을 활짝 열고 계약서를 찾으라고 했었죠.”

그녀의 말을 들은 전태윤도 뒤따라 들어가더니 방문을 잠그고 태연한 얼굴로 대답했다.

“천천히 찾아봐. 못 찾아내면 앞으로 두 번 다시 계약서 얘기 꺼내지 마. 그건 아예 존재하지 않는 거니까.”

하예정은 실은 그의 방에 있는 금고를 제외하고는 안 뒤져본 곳이 없었다.

그녀는 제법 그럴싸하게 뒤지는 척을 하더니 금고 앞에 서서 몇 번 두드리며 말했다.

“열어봐요. 분명 이 안에 있을 거예요.”

전태윤이 다가와 금고를 열었다.

하예정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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