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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0화

어르신은 이 상황을 즐기고 있다는 걸 결코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하예정은 밤잠을 설쳤고 아침에 커피를 한 잔 마시긴 했지만 지금 여전히 졸음이 쏟아졌다.

“언니한테 전화해서 우빈이가 어떤지 물어봐야겠어요.”

이 전화 한 통에 성소현 모녀가 선물을 들고 우빈이 보러 온 사실을 바로 알게 됐다. 그녀들이 찾아온 목적을 하예정은 누구보다 잘 알았다.

“언니, 소현 씨 어머님께서 무슨 얘기 하셨어?”

하예정은 아직 예진에게 미처 말하지 못했다.

“별말 없었어. 우빈이가 겪은 일을 가슴 아파하셨어. 소현 씨는 임씨 일가 사람들을 족히 30여 분 욕했어.”

여동생의 친구, 여동생의 시댁 식구들, 모두가 하예진의 남편과 시댁보다 나았다. 하예진은 문득 마음이 차갑게 식고 한기가 감돌았다.

애초에 얼마나 눈이 멀었길래 주형인 같은 인간쓰레기한테 시집간 걸까?

꼴에 아빠라고 뻔뻔스럽게 주우빈의 양육권을 뺏으려 하다니?

나중에 이혼소송으로 법정에 설 때 하예진은 아들이 학대당한 사진을 전부 판사에게 제공하기로 했다. 판사는 꼭 우빈이를 위해 양육권을 그녀에게 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소현 씨 어머님이... 몸이 많이 편찮으신 것 같아. 낯빛도 창백해서 깜짝 놀랐어. 두 분 얼마 있지도 않고 소현 씨가 먼저 어머님을 부축하여 나가셨어.”

하예정은 이경혜가 낯빛이 창백해졌다는 말만 유의 깊게 들었다.

사색이 된 엄마의 모습에 성소현도 깜짝 놀라 얼른 부축하여 집을 나섰다.

하예정은 언니의 말을 듣고 한참 침묵하다가 말을 이었다.

“언니, 우리 엄마가 어쩌면 소현 씨 어머님이 수십 년 찾아 헤매시던 여동생일지 몰라.”

“콜록콜록...”

차 뒤에 있던 어르신이 하예정의 말을 듣고 사레가 들렸다.

하예정이 고개 돌려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

“할머니, 괜찮으세요? 에어컨 바람이 너무 셌죠?”

“그래, 에어컨 바람이 너무 건조해서 기침이 나는구나.”

어르신은 자신이 충격을 받았다는 말을 감히 털어놓지 못했다.

전태윤은 침착하게 운전하며 에어컨을 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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