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겨울의 말을 들은 여운초는 자신이 임신하기 어려운 원인이 바로 친엄마 때문이라는 것을 눈치챘다.여운초는 어려서부터 잘 먹지도, 잘 자지도 못하고 학대받아서 몸이 나빠졌다고 여겼는데 그녀의 친어머니가 임신하는 것에 대해서도 손을 쓸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정말로 친어머니 맞기나 한 걸까!호랑이도 친자식들을 해치지 않는데, 추미자는 그야말로 짐승만도 못한 사람이다.하지만 추미자는 여운별과 여천우를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했다. 단지 장녀를 좋아하지 않았을 뿐이다.엄밀히 말하면 여운초가 추미자와 가장 닮았다.만약 가능하다면 여운초도 그녀의 어머니와 닮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자신이 친아버지를 많이 닮기를 원했다.전이진은 다시 한번 정겨울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정겨울이 웃으면서 말했다.“이렇게 인사하지 않으셔도 돼요. 정 보답하고 싶으시면 제가 A시로 돌아가기 전에 이진 씨가 직접 요리를 해서 맛있는 음식을 저에게 대접해 주세요.”전이진의 요리 솜씨는 정말 훌륭했다.비록 예준일도 요리할 줄 알고 있지만, 전이진과 비교할 수조차 없었다.전이진은 전씨 그룹의 요식업계를 관리하며 세상의 음식을 맛보았고 또 많은 요리도 할 줄 알았다.전이진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선생님께서 원하신다면 제가 매일 선생님께 음식을 대접할 수 있어요.”“두 분도 바쁘신데 제가 어찌 매일 요리해 달라고 하겠어요? 돌아가기 전날 밥 한 끼 사주시면 돼요. 그러면 제가 원이 없을 것 같아요.”정겨울은 시간을 보더니 두 사람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시간이 늦었으니 먼저 가볼게요. 준하 도련님과 효진 씨와 식사하기로 약속했거든요.”약속이 있다는 소리를 듣자 전이진은 더는 고집하지 않았고 여운초와 함께 직접 정겨울을 배웅했다.“정 선생님은 오후에 펜션에서 식사하셨죠? 우리는 오후에 산장으로 돌아갈 거예요.”정겨울은 매번 관성에 올 때마다 서원 리조트에 묵었다.리조트는 충분히 크고 경치가 좋았기에 오래 묵어도 답답하지 않았다.하지만 그녀는 며칠밖에 머물지 못
정겨울의 남편은 정겨울이 전씨 가문으로 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특히 예씨 가문의 예준영의 요리 솜씨가 전이진보다 뒤처지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그녀가 전이진의 요리 솜씨를 칭찬하는 것을 싫어했다.사실 정겨울은 그녀의 남편과 예준영의 요리 솜씨는 비슷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차이가 있다고 여겼다.게다가 예준영도 요리를 자주 하지 않았기에 정겨울도 예준영에게 요리해달라고 말하기가 너무 어려웠다.가장 좋은 해결책은 전이진에게 그녀의 집안 요리사한테 건의를 주는 것이다.전이진은 흔쾌히 승낙했다.두 사람은 정겨울이 차에 타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 차는 전이진의 어머니 명해은이 정겨울에게 관성에서 타고 다니라고 정해준 차였다.정겨울이 관성에 온 이유가 바로 여운초에게 눈을 치료해주어 명해은에게 정상적인 며느리를 맞이해 주는 거나 다름없었기에 그녀는 늘 정겨울을 귀한 손님으로 여겼다.정겨울이 관성에서의 모든 지출은 전이진의 어머니가 전부 도맡았다.“운초 씨, 우리 집으로 돌아가자. 밖은 너무 더워.”전이진은 약혼녀의 손을 잡고 몸을 돌려 안방으로 향했다.두 사람이 방문 앞으로 돌아왔을 때 밖에서 갑자기 외침 소리가 들려왔다.“운초 장님!”전이진은 그 목소리에 익숙하지 않았지만, 약혼녀를 장님이라고 부르는 소리에 얼굴이 이내 굳어졌다.그러나 여운초는 매우 익숙했다. 그렇게 제멋대로 장님이라고 부를 사람을 여운별 외 아무도 없었다.‘감옥에서 나왔나?’여운초는 그 사실을 몰랐다.다만 여운별이 가벼운 형을 선고받았기에서 곧 나올 거라는 것만 알았을 뿐, 일부러 여운별의 출소 날짜를 기억하지 않았다. 연말이나 내년쯤일 거로 생각했다.그러나 벌써 나올 줄은 몰랐다.“여운별이 나왔어. 내 동생 말이야.”여운초는 전이진에게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내 눈이 보인다는 사실을 당분간 여운별이 알면 안 돼.”여씨 가문의 직원들도 전이진이 안배해 들여보낸 사람 외에 원래 여씨 가문에서 일하던 하인들은 여운초의 눈이 보인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여운초
여운초는 저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그녀는 전태윤이 질투에 눈이 멀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그러나 지금에 와서 보니 전씨 집안의 내력인 것 같다.여운별은 대문 앞에 서서 전이진이 여운초의 손을 잡고 천천히 다가오는 것을 보더니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녀는 감옥 안에서 고생하고 나왔는데 여운초는 밖에서 전이진과 같은 조건이 좋은 남자를 만나고 있었다.전이진은 멋지고 매력 있는 남자였고 전태윤에 비해도 조금도 뒤지지 않았다. 전태윤 성격은 매우 엄숙하고 도도한 반면 전이진은 훨씬 부드러웠기에 여운별은 전이진이 훨씬 더 좋다고 생각했다.다만 그녀에게는 선택의 기회가 없었다.여운별은 20대 초반이라 부모님이 감옥으로 들어가지 않았다고 해도 이렇게 빨리 시집가고 싶지 않을뿐더러 전씨 가문의 도련님들을 만날 기회가 없었기에 그들 중에서 남자 친구로 선택한다는 것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여운별은 심지어 여운초가 전이진과 함께 서 있는데 두 사람 모두 너무 잘생겼고 또 정말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여운별은 질투로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여운초가 여씨 가문의 모든 것을 이어받고 두 고모의 집을 파산시켜 빚을 지게 한 것도 전씨 가문 세력의 도움을 받았을 것이다!여운별은 감옥 안에 있을 때 여운초에게 손을 쓸 수 없었지만, 지금은 바깥세상으로 나왔기에 여운초가 원하는 대로 행복하게 살게 해서는 안 되었다.“당장 문 열어! 나 들어갈래! 집사는 어디 갔어? 뭐 하는 거야!”여운별은 여운초를 불렀지만, 집사와 하인들이 나타나지 않았다.‘설마 여운초가 모두 바꾸어 버렸나? 빌어먹을!’여운별은 여운초가 어머니가 배양한 하인들을 바꾼 사실에 대해 매우 못마땅했다.“언제 나왔어?”“그걸 알아서 뭐해! 당장 문 열어!”여운초는 별장 입구에 도착했지만, 문을 열지 않았다. 그녀는 여운별을 보고 담담하게 말했다.“난 앞이 보이지 않아 문을 열 수 없어. 들어올 방법을 알아서 연구해 봐.”“장님 주제에...”전이진이 갑자기 문에 발을 차버리자 여운별은 겁에 질려 몇
“문을 열어! 나 들어갈 거야!”여운별은 전이진의 매서운 눈빛을 보더니 더는 여운초를 장님이라 부르지 못했고 집 안으로 들어가겠다고 계속 소리쳤다.전이진이 냉랭하게 입을 열었다.“귀먹었어? 운초가 하는 말 못 들었어? 운초가 안 보여서 문 열어주기가 불편하다고 하잖아. 들어오고 싶으면 스스로 문 열고 들어오든가 아니면 밖에 그냥 서 있어.”“열쇠가 없는데 어떻게 들어가! 문이 잠겼잖아!”여운별은 화가 치밀어 올라 미칠 지경이었다.여운별이 열쇠가 있으면 여운초한테 고개 숙일 필요 없이 진작에 문을 열고 들어갔을 것이다.전이진은 약혼녀를 부축하며 부드럽게 말을 건넸다.“밖이 너무 더워. 내가 부축해줄 테니 우리 집으로 들어가자.”그는 여운별이 한 말을 못 들은 척했다.여운초도 정말로 부축받으며 집 안으로 들어갔다.“장... 여운초! 문 열어! 여긴 내 집이야. 나 집에 들어갈 거야!”전이진이 고개를 돌려 싸늘한 눈빛으로 여운별을 바라보았고 여운별도 더는 감히 소리치지 못했다. 그녀는 기가 막혔지만 두 사람이 점점 멀어져가는 모습을 바라만 보았다.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구르던 여운별은 별장 대문을 흔들며 옛날 그 집사의 이름을 큰 소리로 불렀다. 하지만 집사가 나오는 것을 보지 못했고 또 이내 다른 하인들의 이름을 불러보았지만, 그 누구도 나오지 않았다.겨우 하인 한 명을 보게 되어 여운별이 바로 크게 소리쳤다.“이 봐! 난 여씨 가문의 둘째 딸이야. 여긴 내 집이야. 빨리 문 열어!”여운별은 많은 사람의 이름을 불러보았지만 아무도 나오지 않는 것을 보더니 집안의 하인들이 여운초에 의해 전부 바뀌었을 거로 추측했다.여운별은 여운초에 대한 원한이 더 짙어졌다.그 하인이 다가와 잠시 여운별을 쳐다보더니 입을 열었다.“저는 둘째 아가씨를 본 적 없어요.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고요. 그쪽이 둘째 아가씨가 맞는지 확신이 가지 않기 때문에 당분간 문을 열어드릴 수 없어요.”“제가 바로 당신들의 둘째 아가씨예요. 집 안에 우리 가족 사진이 있는
그 말을 들은 여운별은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굴렀다.11월의 햇살이 여름처럼 그렇게 매섭지는 않지다.관성에서는 한겨울에도 너무 춥지 않았다. 겨울에 해가 뜨면 긴 팔 셔츠만 입을 수 있기에 아직 겨울이 되려면 멀었다.그러나 여기서 햇볕에 오래 쬐면 그래도 너무 덥다.여운별은 햇볕에 타서 얼굴이 빨개지고 이마와 얼굴에 땀방울이 맺혔다.그녀는 끊임없이 여운초를 욕하다가 목이 말랐지만 마실 물이 없었다.게다가 여운초는 이미 집 안으로 들어갔기에 여운별이 아무리 큰 소리로 욕을 해도 듣지 못했다.그러던 여운별은 고개를 들어 문을 보더니 결국 문을 뛰어넘어 들어가기로 했다.대문 틈 사이에 공간이 있었기에 여운별이 조심만 하면 금방 넘어갈 수 있었다.하여 여운별은 대문을 넘기 시작했다.그 시각 별장 2층에서 여운초가 방안 창가에 서서 별장 대문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그녀는 시력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기에 거리가 멀어 잘 보이지 않않았다. 하여 곁에 있는 남자에게 물었다.“여운별이 돌아갔어?”“아니. 지금 대문을 넘고 있어.”여운초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여운별도 자신이 이런 날이 올 줄은 몰랐겠지? 예전에 운별이가 문을 잠그고 아무도 문을 열지 못하게 해서 내가 대문을 넘고 들어왔거든.”“그리고 그날 유리 파편을 바닥에 많이 뿌렸거든. 난 앞이 보이지 않아 문을 더듬으며 대문을 넘어 들어오며 착륙할 때 손바닥이 베었어. 어떤 유리 파편들은 심지에 살에 꽂혔었어.”“난 보이지 않아 바늘로 유리 조각을 골라낼 수도 없었어. 집안의 하인들도 모두 여운별 모녀의 명령대로 나에게 유리 조각을 골라주는 사람이 없어서 난 손바닥의 통증을 참으며 밤을 지새워야 했어. 그리고 다음 날 나가서야 낯선 사람에게 도움을 청해 손바닥의 유리 조각 들을 골라냈거든.”“다 골라내도 양손이 너무 아팠어. 병원 가서 약 먹을 돈도 없었는데 유리 파편 골라주는 낯선 사람이 내 양손에 상처가 많은 걸 보고 동정 때문인지 소독약, 진통제, 소독제 등 약들을 사주고 나를 도와
이때, 네 마리의 큰 개가 여운별을 향해 짖기 시작했다.여운별은 놀라서 얼굴빛이 새파랗게 변했다.그녀는 서둘러 대문 위로 되올라가 대문 밖으로 나갔고 그 개들도 따라서 덮쳐들려고 하자 여운별은 너무 놀란 나머지 땅으로 떨어졌다.쿵!여운별이 땅에 떨어져 둔탁한 소리를 냈다.여운별은 너무 아파 말도 나오지 않았다.그녀는 고통도 아랑곳하지 않고 개들이 문 앞으로 몰려들어 대문에 매달리자 여운별은 그녀를 물어뜯을까 봐 땅에 주저앉은 채로 뒤로 물러났다.대문에서 멀리 피하고 개들이 대문 틈 사이로 나올 수 없는 모습을 보자 여운별은 비로소 시름을 놓았다.그녀는 자신이 문을 넘어 나간 뒤로 땅에 넘어진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그렇지 않으면 그 개들에게 처참하게 물어 뜯겼을지도 모른다.여운별은 그제야 아까 넘어진 고통을 느낄 수 있었다.문은 2미터가 넘는데 그녀는 가장 높은 곳에서 떨어져서 아파 죽는 줄 알았다.빌어먹을 여운초가 풀어준 개들일 것이다.여운초가 집에서 그렇게 사나운 짐승들을 키우다니!여운별은 그녀의 애완견, 애완 고양이는 아직 살아 있는지 매우 궁금했다.여운별은 고통을 참고 일어섰다.그녀는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는 안 될 것 같다고 판단했다.여운초는 문을 열어주지 않고 하인들도 여운초의 말을 듣은 것으로 보면 아마 아무도 그녀에게 문을 열어주지 않을 것이다.여운별은 잠깐 어떻게 들어가야 할지 몰랐다.안 들어가면 너무 억울하다고 생각됐다. 이곳은 그녀의 집이라고, 그녀가 어릴 때부터 자라온 곳이다.과거 여운별이 여운초를 괴롭혔만, 여운초가 눈이 멀어지는 것에 익숙해지자 여운별의 괴롭힘에도 반항하기 시작했고 오히려 여운별이 아무런 이득도 얻지 못하고 끙끙 앓기만 했다. 그러나 겉보기에는 여운별이 항상 여운초를 이기는 장면으로 끝났다.그런 여운별은 이제 돌아갈 수 있는 집이 없었다. 심지어 별장의 대문도 들어가 수 없다.‘운초가 정말 지독한 사람이었네!’만약 여운별이 자신의 집에도 들어가지 못한다면, 어떻게 여운초에게 복수할
여운별은 인터넷에 글을 올려 1인 미디어에 연락해 글을 보내 인터넷에 올리게 하고, 인터넷 여론을 이용하여 여운초를 압박하고 여운초의 명성을 훼손할 계획도 생각해 놓았다.전씨 가문과 같은 최고급 재벌가들은 명성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다. 여운초가 평판이 나빠지면, 전씨 가문도 아마 여운초 장님을 며느리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여운별은 아픈 엉덩이를 비비며 걸어갔다.여기는 탈 수 있는 택시가 없었다.그녀는 머나먼 길을 따라 걸어간 뒤, 그제야 택시를 잡을 수 있었다.휴대폰도 없었기 때문에 온라인 택시 예약을 하려 해도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여운초, X같은 장님! 두고 봐! 내가 두 배로 갚아줄 테니!”여운별은 걸어가면서 여운초를 욕했다.그녀는 방금 전이진이 여운초를 감싸고 있던 장면을 떠올리며 또 소리쳤다.“너의 남자까지 내가 다 빼앗을 거야!”사고도 나기 전에 추미자는 여운별을 전씨 가문의 사모님으로 되게 하려고 계획했다.전태윤의 도도한 성격을 고려한 여운별은 전이진이나 전호영을 겨냥하고 있었다. 두 도련님은 성격이 부드러워 엄숙한 전태윤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일이 터지는 바람에 세 사람 모두 감옥에 가게 되었고 추미자의 계획은 자연히 물거품이 되어버렸다.이제 자신이 겨냥했던 남자가 여운초의 약혼자로 된 것을 본 여운별은 여운초에 대한 원한이 더욱 깊어져만 갔고 앞으로 전이진을 빼앗아 여운초의 모든 것을 빼앗을 것이라고 다짐했다.길을 걸어가던 여운별은 자신의 힘이 너무 약하다고 생각하여 조수를 구하려고 했다.친동생은 외지에서 대학을 다니느라 여운별을 도울 수 없었다. 게다가 동생은 여운초와 사이가 더 가까웠다.그러다가 여운별은 자신의 두 큰고모와 그들의 가족들을 떠올렸다.두 고모의 집은 여운초에 의해 파산되었기에 아마 여운초를 이가 갈리도록 미워할 것이다. 그러나 전씨 가문이 여운초의 배후에 서 있었기에 두 고모도 복수할 기회를 잡지 못했을 것이다.여운별은 두 고모를 찾아가 힘을 합쳐 여운초를 상대하려 했다.두 고
여씨 가문의 별장.여운초는 여운별이 개들에게 쫓겨난 뒤로 겁을 먹고 달아나자 위층에서 내려와 소파에 앉았다.전이진은 그녀에게 따뜻한 물 한 잔을 가져다주었고 여운초도 물잔을 건네받으며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그러나 마시지 않고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전이진은 과일을 씻어 먹기 좋게 잘라 정교한 과일 접시 위에 올려놓았고는 또 그녀가 좋아하는 간식과 그가 직접 만든 다양한 케이크를 가져와 다른 정교한 접시에 차려놓았다.그리고 그 음식들을 들고 와서 탁자 위에 올려놓았고 다시 여운초의 곁에 앉았다.“먹어봐.”“배 안 고파.”전이진은 부드럽게 웃으며 말을 건넸다.“간식 같은 거 먹으면 기분이 좀 나아져.”“난 지금도 기분이 좋아.”전이진은 그녀의 얼굴을 가볍게 만지작거리다가 그녀의 예쁜 코를 톡 치며 말했다.“내가 운초 씨를 처음 접한 것도 아니고. 운초 씨가 어쩐 기분일지 난 다 알아.”여운초는 전이진의 어깨에 기대어 말했다.“난 여운별보다 여섯 살 더 많아. 운별이가 태어났을 때부터 난 이미 철이 들었어. 비록 그때 어머니가 나에게 좋게 대해주지 않았지만 나에게 여동생을 낳아줘서 마냥 기뻤어.”“여운별은 철이 들기 전에는 피부가 하얗고 부드러워서 사실 너무 귀여웠어. 난 이 여동생을 아끼고 사랑했는데, 매번 어머니가 운별이를 무척 귀여워하면서도 날 미워하는 모습을 보게 되면 난 정말 괴로웠어.”“어머니는 나를 여운별에게 접근하지 못하게 했어. 부모님 모두 운별이를 손에 떠받쳐 키우면서 너무 예뻐하셨거든. 그 뒤로 천우가 태어나도 운별이는 여전히 많이 사랑을 받았지.”“그 뒤로 나도 점점 깨달았어. 나와 여운별은 자매사이고 같은 엄마가 낳았지만, 여전히 다르다는 걸. 운별이는 엄마와 아빠를 둔 아이였고 난 아빠가 없는 아이였어. 내 엄마는 곁에 계시지만 그 엄마는 날 사랑한 적이 없어.”“그리고 운별이가 점점 크면서 날 괴롭히기 시작했지. 내가 바보도 아니고 괴롭히는 걸 내가 당하고만 살 수는 없었어. 운별이는 날 이기지 못했고 그럴
전태윤은 하예정에게 심효진이 가끔 소정남의 팔을 물어뜯고 싶다고 말하길래 소정남이 몰래 자신에게 물어보았다고 알려주었다.하예정은 의아했다.그녀는 닭 다리만 뜯어먹고 싶을 뿐 팔을 물어뜯을 생각은 해본 적 없다.소지훈은 소정남 부부의 달콤한 생활을 무척 부러워하며 자신과 정윤하의 미래가 소정남 부부처럼 행복하기를 바랐다.소정남과 통화를 마친 소지훈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단도직입적으로 고백할까? 아니면 이따가 윤하 씨에게 꽃다발을 선물해 줄까?’소지훈은 꽃다발을 선물하면 정윤하가 그 꽃다발을 먹지도 못하는 데 돈 낭비만 한다고 꾸지람할까 봐 걱정했다.한참 고민하던 소지훈은 결국 인터폰으로 전화를 걸어 회사 비서에게 지시했다.“장미꽃을 사고 싶은데 지금 저를 도와 나가서 사 오세요. 제가 퇴근하면 가져갈게요.”이런 임무를 받은 비서의 얼굴은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소지훈이 정윤하를 좋아하는 건 눈 밝은 사람이라면 전부 알 수 있었으니까.단지 정윤하만 여전히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다.그 꽃다발은 정윤하에게 주는 선물이라는 것을 생각하지 않아도 뻔한 일이다.“네.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꽃 사러 가겠습니다.”“그래요.”소지훈은 얼굴을 붉혔지만, 여전히 담담한 척 대답했다.그는 이런 일을 거의 하지 않았다.어쩐지 쑥스러웠다.소지훈은 여자에게 꽃을 보낸 것이 처음이 아니었다. 지난번 성소현에게 구애하는 척할 때 하루건너 그녀에게 꽃을 선물하곤 했다.꽃집 사장님에게 부탁해 꽃을 배달한 적도 많았고 직접 선물한 적도 있었다.아마 소지훈은 성소현에게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성소현에게 꽃을 선물한다고 해서 창피하지도, 부끄러워하지도 않았을 것이다.그는 단지 연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정윤하는 다르다. 정윤하는 소지훈이 진심으로 사랑하고 평생을 함께하고 싶은 여자로서 결혼하고 싶은 상대였다.그는 엄청나게 긴장했고 또 매우 신중했다.정윤하에게 꽃을 선물하는 의미도 다르고 느낌도 다르기에 너무 부끄러워 얼굴이 그만 빨개지고 말
심효진도 맞장구쳤다.“그럼. 나야 당연히 안목이 뛰어나지. 예정이가 처음에 당신을 나에게 소개해 주었을 때 내가 정남 씨에 인상이 깊었거든. 태윤 씨 곁의 능력자라면서? 내가 정남 씨와 같은 업계에 있지 않지만 그래도 당신의 높은 명성에 대해 들은 바가 있었어.”소정남은 히죽히죽 웃으며 말을 이었다.“난 당신이 날 좋아하지 않는 줄 알았어. 우리 두 사람 소개팅할 때 순조롭지 않은 거로 기억했는데.”“그래? 아무튼, 난 정남 씨가 무척 마음에 들었어.”“나도. 당신 성격도 나랑 너무 잘 어울려. 우리 두 사람 다 구경거리를 좋아하잖아. 여보, 나는 처음에 당신이 가십거리를 듣기 위해 나와 함께 있는 줄 알았어.”심효진은 그를 힐끗 쳐다보면서 해명했다.“비록 내가 가십거리를 좋아하지만, 평생의 큰일을 어찌 그런 일 때문에 당신에게 시집갈 수 있겠어? 당신을 사랑하면 결혼하는 거고 사랑하지 않으면 결코 결혼하지 못하지. 사랑은 역시 서로 사랑해야 행복한 법이야.”소정남 부부의 연애사에는 큰 사고 없이 매우 순조로웠다.약간의 비바람도 연적도 없었다.두 집안의 어르신들은 두 사람이 함께 있다는 것을 알고 매우 기뻐했다. 특히 소씨 집안의 어르신들은 심효진을 매우 어여뻐 했다. 두 집안이 결혼 얘기를 나눌 때 소씨 가문의 사람들은 심효진을 연신 칭찬했지만, 소정남은 자랑할 곳이 아무 데도 없다고 나무랐다.소씨 가문의 어르신들은 심지어 소정남이 심효진보다 못하다고 여겼다.“얼른 운전해. 나 한강에 가고 싶어. 가서 한 바퀴 돌다가 올래. 곧 날이 어두워질 텐데, 집에 늦게 집에 돌아가면 당신 사촌 누나가 또 뭐라고 잔소리할 거야.”최서우는 소정남의 사촌 누나이자 소씨 가문에서 영양사로 일하고 있다.심효진도 최서우가 그녀를 걱정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예전에 최서우는 심효진이 소정남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싫어했지만 오랫동안 함께 지내면서, 또 소정남 어머니의 설득을 들은 최서우는 그제야 심효진에 대한 태도가 많이 좋아졌다.최서우는 소정남을 많이
“너도 어쩌다 휴가 냈는데 제수씨랑 잘 쉬어. 그럼 나도 가봐야겠어. 저녁에 윤하 씨랑 저녁 약속이 있거든.”소정남은 소지훈이 정씨 가문의 저택에서 산다는 것을 알고 웃으면서 말을 건넸다.“형이 그 집에 살게 되었는데 정씨 가문의 가족들에게 잘해줘. 가족들에게 잘 보이기만 하면 윤하 씨가 망설인다고 해도 그 집 식구들이 윤하 씨에게 형을 받아들이라고 설득할 거야.”특히 그의 미래의 장인어른과 장모님에게 잘 보이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소정남은 심씨 가문의 사람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다.소지훈은 자신 있게 말했다.“심씨 집안 가족들은 전부 날 엄청 좋아하거든.”윤미연은 이미 소지훈을 한 집 식구로 여기고 있다. 만약 소지훈이 정윤하와 함께 음식을 많이 먹게 되면 윤미연은 한쪽으로 따뜻한 차를 끓여 주면서 한쪽으로 그를 꾸지람하곤 한다.소지훈이 처음 그 집으로 들어갔을 때의 공손함은 온데간데없었다.하긴, 정윤하와 결혼하고 싶어 하는 소지훈의 속내를 발견한 윤미연은 그를 진작 자신의 사위로 생각하고 있었다.한집안의 사람이 잘못을 저질렀을 때는 윤미연은 당연히 꾸지람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내 생각도 그래. 난 우리 형을 믿거든. 그럼 힘내. 나도 가봐야겠어. 우리 효진이와 함께 드라이브하러 갈 거야.”“운전 조심해. 제수씨 임신했잖아. 내 조카를 다치게 하지 말고.”소지훈은 신신당부했다.“알았어.”소정남은 늘 조심스러웠다.물론 소정남도 몰래 심효진을 데리고 바람을 쐬러 나온 것이기 때문에 만약 그의 부모님께 알려지면 혼나 죽을지도 모르는 일이다.소정남도 심효진을 잘 돌보지 못할까 봐, 너무 빨리 운전하면 그녀를 넘어뜨릴까 봐 항상 걱정하며 다녔다.심효진의 배 속의 아기는 그의 혈육일 뿐만 아니라 소씨 집안 어른들의 작은 보물이다.외출하기 전에 소정남의 사촌 누나 최서우는 심효진을 데리고 밖에서 식사하지 말라고 했다. 밖에 음식이 아무리 맛있다고 해도 조미료가 너무 많이 들어가면 건강에 안 좋다면서 말이다.소정남은 그제야 사랑하는 아내의
“그... 그 당시 제수씨한테 어떻게 고백했어? 네가 고백할 때 제수씨가 받아들였어? 거절한 적이 있어? 거절당하면 창피하지 않았고? 어떻게 마음을 다잡았어? 날 비웃지 마. 나도 살면서 처음으로 여자를 좋아해 봐서 그래. 경험이 전혀 없거든. 태윤 씨 부부의 재미있는 연극을 본 적은 있지만, 그들은 나와 다르잖아. 그들은 이미 그때 혼인 신고했을걸.”소지훈은 이런 감정적인 일로 사촌 동생에게 가르침을 청하는 것이 창피하고 소씨 가문의 장남 이미지에 손상을 입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는 소정남에게 물어보는 것 외에는 누구에게 물어봐야 할지 몰랐다.일반적으로 소지훈이 다른 사람의 사적인 일에 대해 알아보러 다녔지, 그의 개인적인 일이 남들에게 알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소정남이 바로 대답했다.“형, 정말 내가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 형이 지금 윤하 씨에게 구애하고 있잖아. 내가 보기에 형이 윤하 씨에게 무척 자상하게 대해주는 것 같던데 윤하 씨가 바보도 아닌데 마음속으로 잘 알고 있을걸. 어쩌면 형이 그녀에게 고백하기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잖아. 나와 효진이는 무척 자연스럽게 관계를 이어왔어. 태윤이가 주선해 줬는데 우리 두 사람은 서로 눈을 마주친 순간부터 상대방이 마음에 들어서 지금까지 순조롭게 걸어왔어. 난 거절당한 적도 없어. 우리는 연애부터 결혼까지 정말 순조로웠거든.”“형은 둔한 것도 아닌데. 평소 윤하 씨와 지내면서 형한테 어떤 태도도 대했어? 그녀도 형에게 태도가 괜찮았다면 분명 형한테 마음이 있다는 증거일 거야. 여자들은 수줍음을 잘 타서 먼저 말하기 거북해하거든. 그러니 우리는 남자로서 얼굴에 철판을 깔고 먼저 가서 고백해야 해. 먼저 한 걸음 다가서야 형과 윤하 씨가 연인으로 발전하게 될 거야. 난 형처럼 훌륭한 남자가 윤하 씨의 마음을 훔치는 일은 정말 아무런 문제도 없다고 봐. 윤하 씨도 아마 우리 형처럼 훌륭한 남자를 본 적 없을걸.”소지훈은 매우 괴로워하며 말했다.“윤하 씨는 나를 친구로 생각해. 나를
“다 좋대. 오늘 오전에 병원으로 검사를 받았는데 아기가 잘 자라고 있대. 초음파를 찍을 때 옆에 서서 봤는데 아기가 움직이더라니까. 그런데 효진이는 느끼지 못한대. 의사 선생님 말씀으로는 일반적으로 16주 때부터 태아가 움직이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해.”소지훈은 마음속으로 움직이지 못하면 하늘나라로 간 거 아니냐고 말하고 싶었지만 결국 목 안으로 삼켰다. 그러나 그도 처음 아빠로 되는 소정남을 이해해 주었다.만약 소지훈도 정윤하와 결혼해서 아기가 생기게 되면 그도 소정남과 같은 반응을 보일 것이다.하지만 그건 아직 머나먼 일이다. 그는 아직 고백도 안 했다.언제쯤이면 결혼하여 애 아빠로 될 수 있을지!마흔이 되기 전에 아빠가 되었으면 좋을 텐데.어떤 사람들은 일찍 결혼하고 일찍 아이를 낳아 40대 초반부터 할아버지가 되었지만, 소지훈의 소원은 단지 40대 전에 아빠로 되는 것뿐이다.소지훈은 자신이 바로 늦게 결혼하고 늦게 아이를 낳는 그런 부류의 사람이라고 생각했다.“형, 무슨 일 있어?”소정남과 소지훈은 사촌 관계로 사이가 좋지만, 평소 별일 없을 때면 서로 연락이 뜸했다.각자 너무 바쁜 생활을 보내기 때문이다.소지훈이 먼저 전화한 것을 보니 분명 무언가 일이 있을 것이다. 그는 우물쭈물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관성에서 멀리 떨어진 소정남은 곧바로 차의 속도를 줄여 길가에 차를 멈추어 세웠다.조수석에 앉아있던 심효진이 물었다.“무슨 일이 생겼대?”소정남은 아직 무슨 일인지도 몰랐기에 그녀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았다.“형, 우물쭈물하지 말고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말해. 이렇게 뜸 들이니 내가 너무 무섭잖아.”소지훈은 소씨 가문의 장남으로서 관성에서 신과 같은 존재였다.그가 해결할 수 없는 일이 극히 드물기에 갑자기 우물쭈물하는 소지훈을 본 소정남은 무척 놀랐다.“정남야. 나... 좀 부끄러운데 어떻게 입을 열어야 할지 모르겠어.”“뭐가 부끄러울 게 있다고. 형제끼리 못할 말이 뭐가 있어. 설마 윤하 씨에게 아무런 반응이 없
소지훈이 빙그레 웃으며 입을 열었다.“제가 무슨 일이든 다 하면 저의 밑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뭐해요? 그들에게도 기회를 줘야죠. 제가 낮에 회사로 가서 일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너무 충분한데.”관성에 있을 때면 그는 열흘이나 보름에 한 번 회사에 들아갔다. 그리 회사의 크고 작은 일들은 기본적으로 회사 운영팀에게 맡겼다.소지훈은 특별히 중요한 일이 일어나야만 회사에 한 번 돌아가곤 했다.그처럼 바쁜 사람이 어찌 매일 회사에 돌아올 수 있겠는가!소지훈은 사업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일에도 관여해야 했다.소균성은 일찌감치 은퇴하는 바람에 사실상 소지훈이 여기저기 뛰어다니면서 소씨 가문의 대표가 처리해야 할 업무들을 해결하러 다녔다.“마치 아저씨가 출근하면 남의 체면을 세워주는 것처럼 말하네요. 그 회사는 아저씨 회사이고 벌어들인 돈도 아저씨 지갑으로 들어갈 뿐 회사 직원들의 주머니 안으로 들어가는 것도 아닌데. 만약 저녁에 대접할 일이 있다면 집에 못 들어올 걱정은 안 하셔도 돼요. 저한테 전화하시면 제가 문을 열어드리면 되는데.”윤미연은 일반적으로 밤 11시쯤에 대문을 잠갔다.밤 11시 이후에 귀가하면 정씨 가족에게 전화해서 문을 열라고 부탁해야 했다.소지훈은 재빨리 대답했다.“정말 접대할 필요 없이 중요한 일은 다 처리했어요. 이렇게 오랫동안 출장을 다녀왔는데 아직 처리하지 못했다면 제 능력 문제라고 봐야죠. 바쁘시죠? 먼저 일 보세요. 퇴근하고 바로 갈게요.”“네. 저도 수업이 있어요. 그럼 저녁에 봐요.”“저녁에 뵙겠습니다.”소지훈은 결국 그가 정윤하를 좋아한다는 말을 내뱉지 못했다.전화상으로도 말하기 어렵지만 그렇다고 그녀 앞에서는 더 감히 말하지 못했다.고백하는 게 왜 이렇게 어려울까!소지훈이 정윤하에게 구애하고 있다는 것을 그녀가 알아챌까 봐 장미 한 송이조차 선물하지 못했다.사실, 소지훈은 매일 몇 시간씩 정윤하와 함께 시간을 보냈고 그녀를 존중해주고 세심하게 배려했다.이 또한 그가 정윤하에 대한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
정윤하가 웃으며 소지훈에게 물었다.“맞아요. 방금 큰 건을 성사시켜 회사에 수십억 이윤을 얻었어요. 제가 저녁에 윤하 씨 가족분들에게 축하의 의미로 음식을 대접할게요.”정윤하가 말을 이었다.“괜찮아요. 우리 오늘 식자재를 많이 사서 집에 가져가서 요리해 먹으면 마찬가지예요. 호텔에 가서 한 끼를 먹으려면 돈이 많이 들어요. 그리고 우리 엄마께서 또 마음 아파하실 거에요. 호텔에 가서 한 끼 먹을 돈으로 장을 보고 집에 가서 요리해 먹으면 상다리가 부러지게 차려 먹을 수 있다고 늘 말씀하시거든요.”소지훈은 윤미연이 입으로만 잔소리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정말 큰 호텔에서 그들에게 식사 한 끼를 대접하면 윤미연은 분명 누구보다도 아름답게 꾸미고 호텔로 달려갈 것이다.윤미연이 만약 잘 꾸미고 정윤하와 함께 있으면 어쩌면 자매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소지훈이 말을 건넸다.“괜찮아요. 저는 이미 이모님 잔소리에 적응했어요. 돈을 벌면 마땅히 써야죠. 많이 벌어서 화끈하게 써야 자신에게 떳떳하죠.”소지훈이 연성에 방금 왔을 때부터 정씨 가문의 저택으로 들어가 살았다. 처음에는 정씨 가족들은 소지훈이 단지 3일에서 5일일 정도 머물 것으로 생각했지만, 아직도 떠나지 않았다.이미 소지훈을 한집안 식구로 생각한 윤미연은 그가 잘못할 때면 여전히 잔소리를 퍼붓곤 했다.“무슨 일이세요?”정윤하가 소지훈에게 전화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고 오히려 소지훈이 그녀에게 전화를 먼저 걸었다.소지훈은 정윤하가 자신에게 도움 청할 일이 있을 것으로 짐작하고 그녀에게 걱정스레 물었다.정윤하는 웃으며 대답했다.“별일은 없고요. 우리 학생들이 아저씨가 언제 시간 나면 놀러 오냐고 물으며 아저씨가 보고 싶대요.”관성에 있을 때, 소지훈은 정윤하와 십여 명의 학생들을 초대하여 놀면서 맛있는 음식을 사주기도 하고, 선물을 사주기도 했다.그리고 연성에 와서도 소지훈은 학생들이 무술을 연마하는 것을 지켜보기도 하고 맛있는 음식들을 대접하기도 했다.학생들은 그를 무척 좋아했기에
소균성은 김연수에게 휴대전화를 건네었지만, 그녀는 휴대전화를 받아보더니 말을 꺼냈다.“이 자식 이미 전화를 끊었어요. 나쁜 놈, 내 전화를 끊다니.”막상 통화를 끊은 광경을 보자 소균성은 또 화가 나 참다못해 욕 몇 마디를 내뱉었다.“이놈 때문에 속이 썩여. 정말! 예전에 맞선 상대를 그렇게 많이 주선해 주었는데도 싫어하더니, 결국 문제가 있다는 걸 그제야 알게 되었잖아. 겨우 누군가 구해줄 희망이 생겼는데도 왜 이렇게 질질 끌고 있나 몰라. 늘 깔끔하게 일 처리하던 애가. 어휴! 고백, 프러포즈, 결혼, 출산, 그렇게 힘들대?”곁에서 지켜만 볼 수 없는 소균성의 마음이 더 조급해 났다.김연수가 말을 이었다.“지훈이가 연애도 경험도 없어서 지금 탐색 중일 거예요. 애가 지금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잖아요. 어쨌든 연성에서 정윤하 씨 곁을 지키고 있으니 다른 남자가 감히 가까이하지는 못할 거예요. 걱정하지 마세요. 결혼은 한평생의 큰일인데, 급해한다고 해도 소용없는걸요. 두 사람이 서로를 사랑해야만 결혼 생활도 행복한 법이니까요. 우리도 상대방을 강제적으로 우리 집으로 시집오게 할 수는 없잖아요. 그럼 사돈이 아니라 원수로 되는 거잖아요.”정씨 가문은 소씨 가문과 비교할 수 없지만, 정합 도장은 연성에서 오랫동안 운영했기에 그들이 가르친 제자 중 업계에서 성공한 인물도 있게 되기 마련이다. 만약 쌍방이 서로 원한을 품게 되면 누구도 이익을 얻을 수 없을 것이다.게다가 소씨 가문은 미래의 사돈을 어찌 감히 건드릴 수 있단 말인가!.정윤하는 소지훈이 없으면 재혼할 수 있지만, 소지훈은 정윤하가 없으면 재혼할 수도 없다.“여보, 우리 한 번 연성에 가볼까요?”소균성은 김연수를 쳐다보며 대답했다.“그 자식이 아직 고백도 안 했는데, 우리가 간다고 해도 여행으로 가장할 수밖에 없는데 가도 소용없어. 가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데.”“우리가 연성으로 여행을 가는 척하고 사돈 앞에 얼굴을 내밀어 우리 가족이 화목하다는 것을 알게 하면 나중에 우리
운명적인 여신과 함께 지내다 보니 소지훈은 그녀를 깊이 사랑하게 되었고 또한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그녀를 놀라게 할까 봐 너무 두려웠다.하늘도 땅도 두렵지 않던 소지훈은 정윤하 앞에서는 그야말로 겁쟁이처럼 모든 것이 두려웠다.“지훈아, 한 가지만 물을게. 나랑 네 엄마가 언제쯤이면 사돈을 뵈러 갈 수 있어? 결혼 예물도 몇 번이나 준비했는지 몰라. 우리가 뭔가 부족한 것이 생각나면 바로바로 보충했거든. 하나라도 빠뜨릴까 봐 걱정하고 있는데.”소균성은 마음이 급하기만 할 따름이다.그의 장남도 나이를 반올림하면 마흔이라 노동명처럼 관성의 노총각으로 되는데 조급해하지 않을 리가 있겠는가!“아버지, 아직 윤하 씨에게 고백하지 않았는데, 무슨 혼사에 관한 얘기를 벌써 꺼내려고 하세요?”“시간이 이렇게 오래도록 지났는데 아직도 고백하지 않았다고? 어떻게 된 거야? 윤하 씨가 좋아하는 남자가 있기라도 한 거야? 아니면 네가 감히 고백조차 하지 못했던 거야?”“아버지만 시간이 길다고 생각하시는 거예요. 사실 계산해 보면 그리 시간이 길지도 않아요. 제가 연성에 온 지 한 달도 안 됐거든요. 윤하 씨는 아직 저를 친구로밖에 생각 않아요. 지금은 아직 고백할 수 없어요. 시간이 좀 더 필요해요.”소균성은 전화기 너머로 답답한 듯 말을 내뱉었다.“네 담력은 어디로 튄 거야? 너도 무서울 때가 있었어? 남들은 첫눈에 반하면 바로 고백하던데 넌 우리 미래의 며느리랑 알고 지낸 지도 벌써 두세 달 넘어가는데 아직도 고백하지도 못하고 있어? 소지훈! 넌 장가가고 싶지 않을지 모르지만 우리는 빨리 손주를 안고 싶거든.”소지훈은 난처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아버지, 저도 가고 싶죠. 그런데 윤하 씨가 제 감정을 알고 받아들이지 못할까 봐 두려워요. 게다가 윤하 씨 성격이 너무 활발해서 남자들을 친구로 여기거든요. 그리고 저도 그녀보다 나이 차이가 너무 나서...”“나이는 문제가 아니야. 네가 윤하 씨와 고백하지도 않는데 윤하 씨가 어떻게 네 맘을 알겠어? 그러니까 널 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