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 네 마리의 큰 개가 여운별을 향해 짖기 시작했다.여운별은 놀라서 얼굴빛이 새파랗게 변했다.그녀는 서둘러 대문 위로 되올라가 대문 밖으로 나갔고 그 개들도 따라서 덮쳐들려고 하자 여운별은 너무 놀란 나머지 땅으로 떨어졌다.쿵!여운별이 땅에 떨어져 둔탁한 소리를 냈다.여운별은 너무 아파 말도 나오지 않았다.그녀는 고통도 아랑곳하지 않고 개들이 문 앞으로 몰려들어 대문에 매달리자 여운별은 그녀를 물어뜯을까 봐 땅에 주저앉은 채로 뒤로 물러났다.대문에서 멀리 피하고 개들이 대문 틈 사이로 나올 수 없는 모습을 보자 여운별은 비로소 시름을 놓았다.그녀는 자신이 문을 넘어 나간 뒤로 땅에 넘어진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그렇지 않으면 그 개들에게 처참하게 물어 뜯겼을지도 모른다.여운별은 그제야 아까 넘어진 고통을 느낄 수 있었다.문은 2미터가 넘는데 그녀는 가장 높은 곳에서 떨어져서 아파 죽는 줄 알았다.빌어먹을 여운초가 풀어준 개들일 것이다.여운초가 집에서 그렇게 사나운 짐승들을 키우다니!여운별은 그녀의 애완견, 애완 고양이는 아직 살아 있는지 매우 궁금했다.여운별은 고통을 참고 일어섰다.그녀는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는 안 될 것 같다고 판단했다.여운초는 문을 열어주지 않고 하인들도 여운초의 말을 듣은 것으로 보면 아마 아무도 그녀에게 문을 열어주지 않을 것이다.여운별은 잠깐 어떻게 들어가야 할지 몰랐다.안 들어가면 너무 억울하다고 생각됐다. 이곳은 그녀의 집이라고, 그녀가 어릴 때부터 자라온 곳이다.과거 여운별이 여운초를 괴롭혔만, 여운초가 눈이 멀어지는 것에 익숙해지자 여운별의 괴롭힘에도 반항하기 시작했고 오히려 여운별이 아무런 이득도 얻지 못하고 끙끙 앓기만 했다. 그러나 겉보기에는 여운별이 항상 여운초를 이기는 장면으로 끝났다.그런 여운별은 이제 돌아갈 수 있는 집이 없었다. 심지어 별장의 대문도 들어가 수 없다.‘운초가 정말 지독한 사람이었네!’만약 여운별이 자신의 집에도 들어가지 못한다면, 어떻게 여운초에게 복수할
여운별은 인터넷에 글을 올려 1인 미디어에 연락해 글을 보내 인터넷에 올리게 하고, 인터넷 여론을 이용하여 여운초를 압박하고 여운초의 명성을 훼손할 계획도 생각해 놓았다.전씨 가문과 같은 최고급 재벌가들은 명성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다. 여운초가 평판이 나빠지면, 전씨 가문도 아마 여운초 장님을 며느리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여운별은 아픈 엉덩이를 비비며 걸어갔다.여기는 탈 수 있는 택시가 없었다.그녀는 머나먼 길을 따라 걸어간 뒤, 그제야 택시를 잡을 수 있었다.휴대폰도 없었기 때문에 온라인 택시 예약을 하려 해도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여운초, X같은 장님! 두고 봐! 내가 두 배로 갚아줄 테니!”여운별은 걸어가면서 여운초를 욕했다.그녀는 방금 전이진이 여운초를 감싸고 있던 장면을 떠올리며 또 소리쳤다.“너의 남자까지 내가 다 빼앗을 거야!”사고도 나기 전에 추미자는 여운별을 전씨 가문의 사모님으로 되게 하려고 계획했다.전태윤의 도도한 성격을 고려한 여운별은 전이진이나 전호영을 겨냥하고 있었다. 두 도련님은 성격이 부드러워 엄숙한 전태윤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일이 터지는 바람에 세 사람 모두 감옥에 가게 되었고 추미자의 계획은 자연히 물거품이 되어버렸다.이제 자신이 겨냥했던 남자가 여운초의 약혼자로 된 것을 본 여운별은 여운초에 대한 원한이 더욱 깊어져만 갔고 앞으로 전이진을 빼앗아 여운초의 모든 것을 빼앗을 것이라고 다짐했다.길을 걸어가던 여운별은 자신의 힘이 너무 약하다고 생각하여 조수를 구하려고 했다.친동생은 외지에서 대학을 다니느라 여운별을 도울 수 없었다. 게다가 동생은 여운초와 사이가 더 가까웠다.그러다가 여운별은 자신의 두 큰고모와 그들의 가족들을 떠올렸다.두 고모의 집은 여운초에 의해 파산되었기에 아마 여운초를 이가 갈리도록 미워할 것이다. 그러나 전씨 가문이 여운초의 배후에 서 있었기에 두 고모도 복수할 기회를 잡지 못했을 것이다.여운별은 두 고모를 찾아가 힘을 합쳐 여운초를 상대하려 했다.두 고
여씨 가문의 별장.여운초는 여운별이 개들에게 쫓겨난 뒤로 겁을 먹고 달아나자 위층에서 내려와 소파에 앉았다.전이진은 그녀에게 따뜻한 물 한 잔을 가져다주었고 여운초도 물잔을 건네받으며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그러나 마시지 않고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전이진은 과일을 씻어 먹기 좋게 잘라 정교한 과일 접시 위에 올려놓았고는 또 그녀가 좋아하는 간식과 그가 직접 만든 다양한 케이크를 가져와 다른 정교한 접시에 차려놓았다.그리고 그 음식들을 들고 와서 탁자 위에 올려놓았고 다시 여운초의 곁에 앉았다.“먹어봐.”“배 안 고파.”전이진은 부드럽게 웃으며 말을 건넸다.“간식 같은 거 먹으면 기분이 좀 나아져.”“난 지금도 기분이 좋아.”전이진은 그녀의 얼굴을 가볍게 만지작거리다가 그녀의 예쁜 코를 톡 치며 말했다.“내가 운초 씨를 처음 접한 것도 아니고. 운초 씨가 어쩐 기분일지 난 다 알아.”여운초는 전이진의 어깨에 기대어 말했다.“난 여운별보다 여섯 살 더 많아. 운별이가 태어났을 때부터 난 이미 철이 들었어. 비록 그때 어머니가 나에게 좋게 대해주지 않았지만 나에게 여동생을 낳아줘서 마냥 기뻤어.”“여운별은 철이 들기 전에는 피부가 하얗고 부드러워서 사실 너무 귀여웠어. 난 이 여동생을 아끼고 사랑했는데, 매번 어머니가 운별이를 무척 귀여워하면서도 날 미워하는 모습을 보게 되면 난 정말 괴로웠어.”“어머니는 나를 여운별에게 접근하지 못하게 했어. 부모님 모두 운별이를 손에 떠받쳐 키우면서 너무 예뻐하셨거든. 그 뒤로 천우가 태어나도 운별이는 여전히 많이 사랑을 받았지.”“그 뒤로 나도 점점 깨달았어. 나와 여운별은 자매사이고 같은 엄마가 낳았지만, 여전히 다르다는 걸. 운별이는 엄마와 아빠를 둔 아이였고 난 아빠가 없는 아이였어. 내 엄마는 곁에 계시지만 그 엄마는 날 사랑한 적이 없어.”“그리고 운별이가 점점 크면서 날 괴롭히기 시작했지. 내가 바보도 아니고 괴롭히는 걸 내가 당하고만 살 수는 없었어. 운별이는 날 이기지 못했고 그럴
“우린 자매고 한 가족 인인데 원수처럼 지내고 있어... 지금은 상황이 돌고 돌아 여운별이 처참하게 살게 되었지. 지금은 내가 복수할 능력이 생겼지만, 마냥 기쁘지는 않아. 오히려 너무 슬퍼.”전이진은 여운초가 친엄마 밑에서 비참하게 살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그러나 여운초는 그에게 과거의 일을 잘 알려주지 않았다.지금 여운초가 어린 시절의 일을 말하는 것을 듣고 있는 전이진은 화가 치밀어 이가 갈렸고 또 마음이 몹시 아팠다.그의 눈시울이 붉어졌고 말없이 눈물을 흘리는 약혼녀를 안타깝게 감싸 안으며 따뜻하게 안아주었다.“그래, 마음껏 울어. 모든 자매가 서로 사랑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모든 부모가 다 자애로운 것도 아니지. 어떤 사람은 부모 자격이 전혀 없어. 우리가 스스로 부모 형제를 선택할 수도 없기에 무정한 사람을 만날 때면 다만 멀리할 수밖에 없는 거야.”여운초는 휴지를 뽑으려고 했다.전이진은 이내 얼른 휴지를 꺼내 약혼녀의 눈물을 부드럽게 닦아줬다.여운초는 몰래 눈물을 훔쳤다. 그녀의 목소리는 쉬어서 잘 나오지 않았지만 강인함이 그대로 묻어나왔다.“다 지나갔어. 나는 이미 견뎌냈고 아버지 대신 복수도 했어. 아버지를 죽인 사람들은 모두 감옥으로 들여보냈으니 그걸로 됐어.”“여운별이 감옥에서 나와서 나랑 맞서 싸움을 해도 난 이제 두렵지 않아. 게다가 내 눈도 이미 회복되었기에 운별이한테 질 수도 없어.”그녀는 잠시 감개무량해서 생각이 많아졌을 뿐이다.그녀와 여운별은 비록 친자매이지만 여운별은 그녀를 언니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고 또 그녀를 언니로 받아들이지도 않을 것이다.여운별이 앞으로 무엇을 하든 여운초는 이제 그 모든 공격을 막을 자신이 있었다.지금 여운초는 이미 빛을 볼 수 있었고 여씨 가문을 확고히 장악하고 있으며 이미 매우 강해졌다. 그리고 그녀의 배후에는 전이진이 있는데 두려울 게 아무것도 없었다!그녀를 이 지경으로 해친 추미자도 감옥으로 들어갔다.여운별은 응석받이로 자란 사람이 아니었기에 두려워할 것
전이진은 가벼운 뽀뽀에 만족하지 못하고 아예 여운초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그녀와 진한 키스를 나누었다.한참 뒤 전이진은 진지한 눈빛으로 그녀를 보면서 말했다.“그래. 운초 씨만 믿을게. 운초 씨의 스타일은 나랑 너무 많이 닮았어. 우리는 천생연분이야.”“뻔뻔하긴.”“뻔뻔하지 않으면 운초 씨의 마음을 빼앗을 수 없잖아.”두 사람은 발소리를 듣고서야 서로를 풀어주었다.집사가 들어와서 두 사람 곁으로 다가가 공손히 말했다.“아가씨, 제가 이미 사람을 보내 몰래 둘째 아가씨를 따라다니라고 지시했습니다. 둘째 아가씨가 떠난 뒤로밖에 있는 경비원의 휴대전화를 빌려 전화를 한 통 하셨어요.”집사는 전화번호가 적혀있는 종이를 여운초에게 건네주었다.“둘째 아가씨께서 이 번호로 전화를 걸었는데 통화 시간이 너무 길지 않았어요.”정현숙의 새 휴대전화 번호가 적힌 쪽지를 받아든 여운초가 말을 이었다.“누구 번호에요? 여씨 가문의 친척들 번호가 아닌 것 같은데.”여운초는 고개를 들면서 말했다.“여운별의 행방을 계속해서 주시해주세요. 그리고 운별이가 어디로 갔는지, 누구와 접촉했는지, 들키지 않도록 해주세요.”이 전화번호의 주인이 누구인지 그녀도 곧 알아낼 것이다.집사가 공손하게 대답하고는 더는 두 사람을 방해하지 않도록 조용히 물러났다.전이진은 여운초로부터 메모지를 건네받으며 말을 건넸다.“이 번호가 누군지 내가 알아볼게.”“나 스스로 알아낼 수 있어.”“나 요즘 한가해. 심심한데 나한테 맡겨. 아니면 내가 자꾸...”전이진의 시선은 그녀의 몸 위를 몇 번이고 훑어볼 뿐 아무 말도 잇지 않았다.여운초는 얼굴을 붉히며 몇 마디 응석 부리더니 결국 도와달라고 부탁했다.전이진은 여운초가 한동호에게 도움을 청할까 봐 걱정했다.그녀는 이토록 작은 일을 한동호에게 도움을 받을 생각이 전혀 없었다. 스스로 해결할 수 있었으니까.“정 선생님께 저녁에 직접 요리를 해서 대접하려고 하지 않았어? 얼른 우리 리조트로 돌아가자.”전이진이 되물었다.“더 쉬지
그 소식을 들은 여운초는 전이진을 올려다보면서 웃으며 물었다.“정말? 지난번에 예정 씨한테 들었는데, 성씨 큰 사모님 출산일이 다음 달이라고 하던데 벌써 낳으셨어?”“보름 앞당겨졌대. 만삭이라 조산은 아닐 거야.”“날도 아직 이른데 먼저 병원에 가서 병문안하고 리조트로 돌아가자.”이경혜는 하예정의 친이모이기에 성씨 가문과 전씨 가문은 서로 친척인 셈이다. 성씨 큰 사모님이 아기를 낳았기 때문에 전씨 가문의 사람들도 가보아야 했다.“그래.”여운초는 즉시 자리에서 일어났다.“선물을 좀 준비해야겠어. 내가 금목걸이를 사놓았는데 지금 줄까? 아니면 한 달 때 줄까? 아기가 한 달 될 때 옷 몇 벌 더 사야 할 거야.”“선물 좀 준비해서 가져가면 돼. 나머지는 한 달 때 보내자. 금목걸이를 여러 개 준비했어?”여운초는 선물을 준비하러 갔다. 그녀는 영양제를 꺼내면서 말했다.“효진 씨 배 속에 아기 선물 하나, 예정 씨 아기 선물 하나를 준비하다가 아예 몇 개 더 사놓았어. 나중에 아기들이 또 태어나면 선물하려고.”전이진은 몸을 일으켜 보양식 상자를 꺼내 선물 주머니에 담는 여운초를 부드럽고 애틋한 눈빛으로 말했다.“그래. 몇 개를 더 사두면 좋지. 앞으로 우리 사이에도 아기가 태어날 테니까.”여운초는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보다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아직 결혼도 하지 않았는데 아이를 낳는 일은 아직 일러. 정 선생님 말씀대로 내가 지금 임신이 어려워 1년 반 동안 몸조리를 해야 한다고 하셨잖아. 만약 다른 의사가 날 치료해준다면 5년은 더 조리해야 한다고 하셨어.”“괜찮아. 우리가 아기를 위해 미리 준비해 두면 좋잖아. 아기가 태어나면 작은 부자로 될 수 있으니까.”여운초는 웃고 있을 뿐 이제는 말을 잇지 못했다.엄마가 되려면 시간이 얼마나 흘러야 할지 모르기에 급하게 준비할 필요 없었다.선물을 준비한 여운초는 올라가서 옷을 갈아입고 전이진을 따라 집을 나섰다.전이진은 병원에 유청하를 방문하러 가는 김에 병원에서 여운초의 약을 지어주
“청하 언니.”여운초는 웃으며 침대 앞으로 걸어갔다.유청하도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다.“운초 씨, 오셨어요? 얼른 앉으세요.”유청하는 여운초를 부축해 앉히려고 했지만, 여운초는 스스로 손을 뻗어 의자를 당겨 앉았다.유청하는 여운초 그녀의 동작을 지켜보다가 울고 있는 아들을 돌보는 것도 잊었다. 그리고 여운초에게 물었다.“이제 잘 보이나요?”유청하는 정겨울이 여운초에게 눈을 치료해 주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구체적인 사실은 잘 몰랐다.임신 말기에 정겨울은 병원에서 진찰을 받는 것 외에는 거의 외출하지 않았다.성기현도 아내에게 다른 사람의 일을 거의 말해주지 않았다.지난번에 시누이한테 정겨울이 여운초의 눈을 치료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고 말한 것 같았다. 유청하도 그 말을 듣고 정겨울이 확신한다면 더없는 좋은 일이라고 대답까지 한 기억이 있었다.다만 여운초가 너무 불쌍하다고 느꼈다. 그들은 모두 여운초가 다시 빛을 볼 수 있기를 바랐다.“네, 가까운 거리의 사물들은 잘 보여요. 하지만 먼 곳은 여전히 어렴풋이 보여요. 근시처럼요.”여운초도 부드러운 어조로 대답했다.“언니, 얼른 누워서 쉬세요. 제가 듣기로는 산후조리 기간에는 적게 앉고 많이 누워야 한다고 했어요. 아니면 허리가 아프다고 했어요.”“보인다니 정말 잘된 일이에요. 천천히 치료받으면 완전히 나아질 거예요. 나야 괜찮지만, 우리 아들이 너무 울어서 기현 씨가 어찌할 바를 몰라요. 일어나서 아기가 대변을 보았나 확인하려고 앉았어요.”여운초가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접한 유청하는 기쁘기만 했다. 그녀는 남편의 손에서 아들을 받아 안은 다음 아이를 침대에 눕혔다. 그리고 아들의 기저귀를 검사하더니 입을 열었다.“정말 응가 했네요. 기현 씨, 기저귀 갈아줘요. 이 아이는 깨끗한 걸 좋아해서 응가만 하면 울어요. 그리고 또 미지근한 물로 씻겨주어 편안하게 해주어야 잠을 잘 자요.”모두 초보 엄마, 아빠였지만 유청하는 남편보다 더 능숙했다.성기현이 기저귀를 가져왔고 아들의 엉덩이
“정 선생님 의술은 정말 훌륭하죠. 이진 씨가 오기 전에 정 선생님께서도 오셨어요. 너무 바빠서 10분도 못 머무르고 떠났지만요.”정겨울은 예준하의 넷째 형수이고 또 성소현과 예준하가 커플이었기에 성씨 가문과 예씨 가문은 앞으로 사돈이 될 것이다. 하여 유청하가 아기를 낳았다는 소식을 들은 정겨울도 자연스레 아기 보러 병원으로 왔다.“맞아요. 또 환자들에게 진찰해 주어야 하니까요.”전이진은 늘 정겨울에게 감사했다. 정겨울은 의사 선배의 덕에 여운초의 눈이 이미 반쯤 치료되었다고 말했고 그녀가 여운초에게 약을 조금만 더 쓰면 여운초가 금방 빛을 볼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전이진은 여전히 감사한 마음을 품고 있었다.“이진 씨와 운초 씨 결혼 날짜도 얼마 남지 않았죠?”“네, 얼마 안 남았어요.”결혼 이야기를 꺼내자 전이진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만발했다.“형수님은 언제 퇴원하세요?”“순산이라 이틀이면 퇴원할 수 있을 거예요.”전이진은 또 알았다고 대답했다.전이진과 성기현은 서로 나눌 얘기가 별로 없었다. 주로 과거에 성씨 가문과 전씨 가문은 서로 적대적 관계였기 때문이다.그 뒤로 하예정이 이모를 되찾은 후 친척 관계가 맺어지자 두 가문도 하예정을 위해 이전처럼 죽기 살기로 싸우지는 않았다. 그러나 두 가문이 서로 협력하거나 친구처럼 지내는 것은 불가능했다.가끔 뒤에서 서로를 찌르기도 했지만, 너무 깊게 찌르지 못했다. 하예정이 알게 되면 중간에 끼여 난처해지기 때문이다.두 사람은 곧 이야기할 거리가 없어지자 서로를 멀뚱멀뚱 쳐다만 보았다.성기현은 전이진에게 물었다.“TV 볼래요? 제가 TV를 켜드릴게요.”“괜찮아요. 이따가 리조트로 돌아갈 거에요.”“네.”또 할 말이 없어졌다.다행히 여운초가 안에서 빨리 나왔다.아기가 잠든 후 그녀는 아기를 유청하의 옆에 눕혀 엄마 옆에서 자도록 했다. 아기가 더 오래 잘 수 있기 때문이다.여운초가 나오자 전이진은 몸을 일으켜 약혼녀를 맞이하러 일어섰다.여운초가 입을 열었다.“청하 언니가 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