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의 친척들이 비행기를 타고 가도 얼마 안 걸리니까 별문제는 없어.”그가 결혼하겠다고 하면 다들 기뻐해 주었다. 그래서 약혼식을 남자 측에서 하든 여자 측에서 하든 중요하지가 않았다.행복과 즐거움이 가장 중요하니까!“우리 집에서 날짜를 잡으면 너의 부모님께 보여드릴게. 만약 다른 의견이 없으시면 날짜를 정해서 관성에서 약혼식을 올리자. 장소는 바꿀 필요가 없어.”예준하는 이어서 말했다.“소현 씨, 우리가 잘 살면 돼. 남들이 뭐라고 하든 신경 쓰지 마. 넌 원래 남들이 뭐라고 하든 신경 안 쓰는 타입이잖아.”“난 당신을 소중히 생각하고 당신을 사랑해. 그래서 남들이 당신을 어떻게 말하는지 신경이 쓰이는 거야. 난 낯가죽이 두꺼워서 누가 뭐라고 하든 개의치 않거든.”예준하는 웃으면서 그녀를 사랑스럽게 끌어안았다. 그러면서 꽃다발을 짓누르지 않도록 조심하였다.“당신의 이 말만 있으면 난 칼산에 오르고 불바다에 뛰어들 수도 있는데 데릴사위라고 부르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지. 내가 데릴사위로 되어 줄 수 있어. 근데 어머님이 이미 아들 둘이 있어서 더 이상 갖고 싶지 않다고 하셔서 날 받아주지 않으셨잖아.”성소현의 어머니인 이경혜는 예비 사돈을 만난 후 딸이 행복하기만 된다고 생각하였다.예씨 가문은 절대로 실망하게 하지 않을 것이다.그래서 예비 사돈이 예준하를 성씨 가문의 데릴사위로 보내줄 수 있다고 했을 때 이경혜는 오히려 반대했다.성소현은 앞으로 예준하와 결혼해서 예씨 가문의 며느리로 된다.그녀와 예준하는 일 때문에 결혼한 후에도 오랫동안 관성에서 살 것이다.또한, 예준하는 일찍이 성씨 저택의 옆집을 샀다. 1분 정도만 걸으면 바로 친정집에 가서 밥을 먹을 수 있어서 아주 편리했다. 성소현은 그를 가볍게 밀치면서 웃었다.“내 꽃다발을 누르지 마.”“방금 조심스레 피했어. 망가져도 괜찮아. 한 시간 간격으로 꽃다발을 보내줄 수 있어.”“그렇게 많이 해서 뭐해? 먹지도 못하고 며칠만 지나면 시들어지잖아. 매일 한 번만 주고 사랑한
노씨 가문의 사모님인 윤미라는 처음에 노동명과 하예진이 사귀는 것을 극구 반대하였다. 하예진이 아이를 데리고 있는 이혼녀라고 싫어했다.그러나 노동명이 교통사고를 당한 후 윤미라는 오히려 하예진에게 노동명을 받아들이라고 사정했다.두 사람은 아직 명확한 연애 관계를 맺지 않았지만 관성에서 다들 두 사람은 사귀고 있다고 생각했고 감히 노동명의 여자를 뺏으려는 사람이 없었다.하예진의 전 시댁 식구들도 계속 하예진이 전 남편과 재혼하기를 원한다고 들었다. 물론 하예진은 현명해서 재혼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저는 서 씨이고 서준석이라고 합니다.”사실 서준석은 바로 레아닐 아파트에 사는 실연한 후 맨날 음주하고 취하면 여기저기서 자며 젊은 여자를 보면 뚫어지게 쳐다보는 그 사람이었다.그가 하예진을 본 후 그녀를 며칠 동안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하예진이 레아닐 아파트에서 이사 나간 후 그는 아파트 단지에서 다시 하예진을 만나지 못했다.그 뒤로 그는 술주정을 그만하고 다시 정신을 차리기로 결심했으며 하예진과 사귀고 싶었다.오늘 그는 특별히 새로 산 옷을 갈아입고 이발하였으며 수염까지 깎아서 몰라보게 달라졌다. 그는 꽃다발을 사고 용기를 내서 하루 레스토랑에 찾아온 것이다.하예진 모자가 레아닐 아파트에 오래 살았기에 서준석은 그녀에 대해 쉽게 알 수 있었다.그리고 하예진의 친 여동생이 재벌 집의 며느리로 시집간 사실도 알고 있다.서준석은 하예진에게서 무슨 이득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단순히 하예진이란 사람이 마음에 들고 좋아하게 돼서 그녀와 사귀고 싶은 것이다.그는 하예진의 이혼녀 신분을 꺼리지 않고 아이를 데리고 있는 것도 꺼리지 않았다.하예진이 그에게 기회를 준다면 그는 하예진의 아들을 친아들처럼 대할 것이다.종업원이 다시 서준석이 들고 있는 꽃을 보고 말했다.“잠시만 기다려주세요. 하 사장님께 여쭤보고 올 게요. 사장님은 아주 바빠서 만나지 못할 수도 있어요.”이에 서준석은 이해한 듯이 말했다.“괜찮아요.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대신 여쭤
“오늘 예진 씨에게 사과하려고 찾아왔어요. 정말 죄송해요. 저 때문에 놀란 다른 분들도 일일이 찾아봬서 사과할 겁니다.”서준석은 하예진을 추구할 계획은 있으나 만나자마자 사실대로 말할 수 없었다.그래서 사과를 핑계로 다른 사람도 끌어들인 것이다. 하예진이 의구심이 들어서 그의 사과를 거절할 수도 있으니까.하예진은 서준석에게 미지근한 물 한 잔을 따라주면서 말했다.“서준석 씨의 사과를 받아들일게요. 지난 아픔에 계속 빠지지 않고 제때 깨달아서 다행이에요. 한 여자에게만 집착할 필요는 없죠.”이에 서준석이 웃으면서 말했다.“맞아요. 한 여자에게만 집착할 필요는 없죠. 제 것이 아닌 것을 억지로 가질 수 없으니까요.”하예진은 서준석의 꽃다발을 받지 않았다.“사과는 받겠지만 꽃다발은 받을 수 없으니 가져가세요.”서준석은 무리하게 요구하지 않았다. 그는 손을 움츠리고 꽃다발을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그리고 잠시 머뭇거리는 척하다가 하예진을 보면서 말했다.“하예진 씨, 오늘 사과하러 온 것도 있고 부탁할 일도 있어서 찾아온 것입니다.”“말씀하세요.”하예진은 도와준다고 대답하지도 않고 거절하지도 않았다. 일단 무슨 부탁인지 듣고 결정할 생각이었다.“제 전 여친이 사장의 아들과 바람을 피워서 저는 여자친구를 잃었고 직장도 잃었어요. 지금 백수 상태이고 통장 잔고도 거의 바닥이 나서 두 달만 지나면 월세도 내기 힘들게 될 거예요. 그래서 급히 일자리가 필요해요. 근데 그 사장의 아들은 제가 앞으로 관성에서 취직하지 못하게 한대요. 거지처럼 살아서 복수하지 못하게 하려고요. 저는 복수할 생각이 없어요. 처음에 그 두 사람의 일을 알게 됐을 때 정말 괴로워서 복수하고 싶었어요. 후에 일반인은 부자를 상대로 복수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죠. 저는 복수하고 싶지 않지만 그 사람은 정말 제가 취직하지 못하게 했어요. 큰 충격을 받은 저는 매일 술에 취하게 되었고 사람들을 놀라게 했죠. 하예진 씨의 레스토랑이 장사가 잘 된 것 같은데 혹시 일자리를 하나 마련해 주
관성의 10월 날씨는 여전히 덥고 아침과 저녁에만 늦가을의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하예정은 아침 일찍 일어나 언니네 세 식구에게 아침 식사를 차려준 뒤 주민등록증을 챙겨 조용히 떠났다."오늘부터 우리 더치페이로 해, 생활비든, 주택 대출이든, 자동차 대출이든 모두 더치페이로 해! 여동생도 우리 집에 얹혀사니 절반쯤을 내놓으라고 해, 한 달에 30여만 원을 주면 뭐 해? 공짜로 먹고사는 거랑 뭐가 다른데? ”어젯밤 언니와 형부가 다퉜을 때 그녀가 형부에게 들은 말이다.언니 집에서 나가야 해!하지만 언니를 걱정시키지 않으려면 방법은 단 하나, 누군가에게 시집을 가는 것뿐....예정은 비록 남친도 하나 없지만, 단기간에 시집을 가기 위하여 우연히 구한 적이 있는 전씨 할머니의 부탁을 듣고 결혼이 어렵다는 큰 손자 전태윤에게 시집을 가기로 했다.20분 후, 그녀는 구청 입구에서 내렸다.”예정아.”차에서 내린 그녀은 익숙한 목소리를 들었는데 전씨 할머니셨다.”전 할머니.”빠른 걸음으로 다가간 예정은 전씨 할머니 옆에 서 있는 키가 크고 차가워 보이는 한 남자에게 눈길이 끌렸는데, 바로 그녀의 결혼 대상인 전태윤이 아닐까 싶다.가까이 다가간 그녀는 태윤의 모습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전씨 할머니의 말에 따르면 큰 손자인 태윤은 서른이 다 되도록 여자 친구 하나 없어 자신을 크게 걱정시킨다고 했었다. 예정은 아마도 매우 못생긴 남자이리라 추측했었다.들은데 의하면 어느 큰 그룹의 경영자로 수입도 아주 높다고 하였기 때문이다. 지금 직접 만나보고 나서야 자신이 오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그는 잘생긴 얼굴에 차가워 보이는 성격으로, 전씨 할머니 옆에 서서 어두운 얼굴로 마치 낯선 사람 접근 금지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시선을 살짝 돌려 보니, 멀지 않은 곳에 검은색 승용차가 한대 서 있었다. 다행히도 억대의 고급차는 아닌 보통 수준의 자가용이었다. 이를 본 예정은 그녀와 태윤의 거리가 그리 멀지 않다고 느껴졌
"약속하였으니 지킬게요."예정도 며칠을 고민한 끝에 결정을 내린 거라 다시 후회할 생각은 없었다.태윤은 이 말에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의 주민등록증를 꺼내 앞에 내놓았다.예정도 마찬가지로 주민등록증을 꺼내 놓았다.두 사람은 10분도 채 되지 않는 사이에 재빠르게 결혼 절차를 밟았다.혼인 신고가 끝나자 태윤은 바지 주머니에서 미리 준비해둔 열쇠를 꺼내 예정에게 건넸다. "주택은 발렌시아 아파트구에 있는데 할머니한테서 관성 중학교 입구에 서점을 차렸다고 들었어, 그쪽에서 그리 멀지 않으니깐 버스로 십여 분이면 갈 수 있을 거야.""운전면허증은 있어? 운전면허가 있으면 차 한 대를 제공해 줄게, 계약금은 내가 내줄 테니 매달 차 대출금을 갚아, 차를 가지고 다니면 출퇴근이 편할 거야.""나는 일이 바빠 보통 아침 일찍 나가고 저녁 늦게 들어와, 그리고 때로는 출장을 가기도 하는데, 자기 절로 제 몸만 잘 챙기면 돼. 생활비는 매달 10일에 급여 받으면 넘겨줄게.""그리고 시끄럽지 않게 결혼한 사실은 잠시 비밀로 해줘."태윤은 회사에서 남을 부리는 게 습관이 됐는지 그녀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연달아 분부하였다.예정이 초고속 결혼을 한 이유는 언니가 형부와 다투는 것을 원치 않아 하루빨리 결혼하여 언니 집에서 나와 언니를 안심시키기 위함이었다. 그녀에게 이 결혼은 그저 계약 결혼에 지나지 않았다.태윤이 집 열쇠를 주자 예정은 사양치 않고 열쇠를 건너 받았다."운전면허증은 가지고 있어요, 하지만 당분간은 차를 살 필요가 없을 것 같아요. 제가 평소 오토바이를 타고 출퇴근하고 다녔었는데 금방 새 오토바이로 바꿨어요."“저기...... 태윤씨, 우리도 생활비를 더치페이로 할까요 ?"언니와 형부는 좋은 사이인데도 불구하고 형부가 더치페이란 말을 꺼내는 걸 보면...... 아마도 형부는 언니가 자신을 이용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는 것 같다.아이 하나 잘 돌보고, 장보고, 밥하고 거기에 집 청소까지 하는 데 시간이
"네, 할머니."비록 전씨 할머니가 평소 잘해주긴 하지만, 아무래도 태윤이는 친손자이고, 자기는 그저 손자며느리에 불과한데, 혹여 갈등이 발생하면 며느리 편을 들어주기나 할까?예정은 전혀 믿지 않았다.마치 언니의 시부모들처럼 말이다.결혼 전에 그들도 언니에게 친딸이 질투할 정도로 엄청나게 잘해주었지만.... 결혼 후엔 태도가 확 달라지더니 언니랑 형부가 갈등이 있을 때마다 시어머니는 언니에게만 아내노릇을 잘 하지 못한다고 비난했다.아들은 언제나 한집 식구이고, 며느리는 그냥 남인 것이다."이제 출근하러 가야겠네? 그럼 할머니는 그만 가 볼게. 그리고 저녁에 태윤이한테 데리러 가라 할게, 같이 밥이라도 먹자""할머니, 제가 가게 문을 늦게 닫아서 아마 식사는 어려울 것 같아요. 주말은 어떨까요?"주말에 학교가 쉬면 학교에 의존하여 먹고사는 서점들은 장사가 잘되지 않는다. 그래서 주말엔 문을 닫아도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전씨 할머니는 그 말을 자상하게 받아주셨다."그럼 주말에 다시 보자, 먼저 일 보거라."그러고는 먼저 전화를 끊었다.예정은 바로 가게로 가지 않고, 먼저 절친인 심효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점심에 학생들이 학교에서 나오기 전에 가게로 돌아간다고 했다.인생의 큰일을 해결한 예정은 아무래도 돌아가서 언니에게 말하고 나서 언니의 집을 떠나야겠다고 생각했다.십여 분 후,언니의 집에 도착했다.형부는 이미 출근하였고 언니는 베란다에서 빨래를 널고 있었다. 그녀가 집으로 돌아온 것을 본 언니는 걱정되는 듯 물었다."예정아, 왜 벌써 돌아왔어? 오늘 가게 안 열어?""점심때 다시 갈 거야, 점심때가 가장 바빠. 우빈인 아직 안 깼어?주우빈은 예정의 조카로 이제 막 두 살이 된 장난꾸러기이다."아직이야. 그 녀석이 깨어나면 집안이 이렇게 조용할 리가 없어."예정은 언니를 도와 옷을 널면서 어젯밤에 일었던 일을 조심스레 물어봤다.“예정아, 형부가 널 쫓아내려는 게 아니라 스트레스가 너무
"언니, 그건 태윤의 개인재산이야, 나는 한 푼도 내지 않았어, 공동소유라니 이건 말도 안 돼."혼인신고를 하지 마자 태윤은 집 열쇠를 주었고 이로하여 즉시 이사하여 더는 형부의 눈치를 보며 살지 않게 된 예정은 이걸로도 아주 만족하고 있다.그녀는 태윤에게 먼저 공동소유를 제안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만일 태윤이가 먼저 제안하면 거절할 생각도 없고 말이다. 이제 부부인 만큼 평생 함께 살기로 결심했다.예진도 그저 한번 말해보았을 뿐이다. 동생은 이런 것들을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이렇게 묻고 답하면서 잠시 뒤에야 예정은 언니의 집에서 이사를 할 수가 있었다.언니는 발렌시아 아파트까지 데려다주려고 하였지만 그때 마침 조카 우빈이 깨어나 울면서 엄마를 찾았다."언니, 먼저 우빈이부터 챙겨, 물건이 그리 많지 않으니 혼자 갈 수 있어"예진은 아들에게 밥을 먹여줘야 하고, 그러고 나서 또 점심 식사도 준비해야 했다. 남편이 점심에 돌아올 때 식사가 차려져 있지 않으면 또 집에 있으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나무랄 것이다."그럼 조심해서 가 알았지? 점심은 어떡할래? 네 남편 불러다 같이 먹을까?""언니, 나 점심엔 가게로 돌아가야 해, 태윤인 일이 바빠서....오후엔 출장 가야 한다고 하던데, 아무래도 시간이 좀 지나야 언니 만나러 올 수 있을 것 같아."예정은 거짓말을 했다.태윤에 대해 아직 잘 모르지만, 전 할머니의 말에 의하면 태윤은 일이 바빠 아침 일찍 나가 저녁 늦게 돌아온다고 한다, 때로는 출장을 가는데 한번 출장을 가면 열흘이나 보름이 지나서 돌아온다고 한다. 예정은 태윤이 언제 시간이 될지 몰라 언니랑 약속을 잡을 수 없었다."오늘 혼인신고 하자마자 출장을 가다니...."예정은 태윤이 동생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다고 생각이 들었다."우린 그냥 신고만 하였지 아직 결혼식도 올리지 않았잖아, 출장 가서 돈 많이 벌면 좋지 뭐....앞으로 돈 쓸데도 많아질 거야. 언니, 나 먼저 가
태윤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회의를 계속했다.태윤과 가장 가까운 곳에 앉은 사람은 그의 큰 동생이자 전씨 가문의 둘째 아들인 전혁진이다. “형, 나 할머니한테 말씀 들었어. 정말 그 뭐 예정이라는 여자랑 결혼한 거야?”태윤은 전혁진을 힐긋 보았다.혁진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코를 쓰다듬더니 감히 다시 묻질 못했다.하지만 마음속으로는 큰형에게 많은 동정을 베풀었다.전씨 가문의 아들들은 이익을 위하여 혼인 관계를 맺을 필요는 없지만 형님과 형수님은 차이가 너무 났다. 단지 할머니가 그 예정이라는 여자를 좋아하셨기 때문에 형님과 결혼시켰을 뿐이다. ‘형님도 참 불쌍하지....’진혁진은 마음속으로 다시 큰형에게 동정을 베풀었다.‘다행히 맏손자가 아니라서....그렇지 않으면 할머니 은인이랑 결혼해야 할 사람은 나 일거야.’예정은 집 주소를 똑바로 물은 뒤 캐리어를 끌고 새집을 찾아갔다.문을 연 후, 집으로 들어갔는데 집은 언니 집보다 더 컸고 인테리어도 매우 화려했다.예정은 캐리어를 내려놓고 먼저 집을 한 번 쭉 둘러보았다. 앞으로는 이 집이 예정이 살아갈 곳이다.거실 두 개, 방 네 개, 주방 하나 그리고 베란다 두 개....모든 공간이 다 널찍하였다. 그녀는 이 집이 적어도 200평 이상이 될 거라 추측했다.그런데 가구는 거의 없었다. 로비에는 소파 하나, 티 테이블 하나, 그리고 수납장만 하나 달랑 있었고, 네 개의 방에서 두 개의 방에만 침대와 옷장이 있고 다른 두 개의 방은 텅 비어 있었다.안방은 침실과 작은 드레스룸, 그리고 작은 서재와 화장실로 나누어져 있었다. 비록 공간이 나누어져 있었지만, 면적은 매우 커서 거의 로비 면적이랑 비슷했다.이 방은 태윤의 방인 것 같다.예정은 베란다 옆에 있는 침대가 있는 다른 방을 선택했고, 햇살도 좋고 안방과 거리도 두어 개인 공간을 유지할 수 있었다.비록 혼인 신고를 했지만 예정은 태윤이 먼저 스킨십을 요구하지 않는 한 절대 먼저 말을 꺼내지 않으리라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