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명이가 돌아왔어?”“네, 돌아왔어요. 지금 방에서 쉬고 있어요.”윤미라가 걸어가면서 물었다.“왜 일어나셨어요?”노진규는 잡지를 덮으며 대답했다.“당신처럼 아들이 걱정돼서 그러지. 동명이가 돌아오지 않았는데 잠을 이룰 수가 있어야 말이지. 나도 이젠 익숙한 차 소리가 들려오고 동명이가 돌아온 것을 확인해야 잠들 수 있거든.”“휴, 그러게요. 돌아오지 않으면 걱정되어서 잠을 잘 수가 없다니까요.”“동명이가 왜 이렇게 늦게 들어왔는지 당신과 말했어? 또 무슨 얘기를 나누었어?”윤미라는 침대로 돌아와 앉았고 이불을 젖히며 말했다.“예진이가 퇴근하기를 기다리다가 가게 문 닫고 집까지 데려다주고 왔대요.”“예진이가 오늘 너무 바빠서 늦게 돌아온 거래요. 앞으로는 이렇게 늦을 일은 없다고 했어요. 동명이 몸 상태도 아주 좋으니 걱정하지 말고 얼른 자요. 너무 늦었어요.”“별 얘기 안 했어요. 동명이와 예진의 미래에 관한 얘기를 좀 했어요.”노진규는 아내가 눕기를 기다렸다가 불을 끄고 다시 말했다.“지금 그런 얘기 뭐 하러 해? 동명이가 회복도 안 되었으니 예진이와 함께 하지 않으려고 할 텐데. 예진이가 힘들어할까 봐 그러는 거야. 두 사람 마음대로 하게 내버려 둬. 우린 지켜보고만 있으면 되고.”“아무 말도 안 했어요. 우리가 살아있을 때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야 할 텐데.”“걱정하지 마. 잘될 거야.”노진규는 아내를 위로했다.노진규도 마음속으로 막내아들이 빨리 하예진과 결혼하여 아기를 낳았으면 했다.학생들이 잠든 틈을 타 정윤하는 남몰래 밖으로 나가 야식을 먹었다.낮에 학생들을 데리고 경기에 참가해야 했기에 관성에서 제대로 둘러보고 싶어도 시간이 없었다.혼자 야식을 먹으러 나가려면 학생들이 모두 꿈나라에 가야만 기회가 올 수 있었다.야식을 배불리 먹은 정윤하는 30분 정도 걸으면 호텔에 도착할 수 있었기 때문에 차를 타지 않고 걸어서 돌아갔다.밤이 깊어지자 수많은 차가 지나치던 관성의 거리도 한결 조용해졌다.도로에는 가끔 차 한
“어서 가장 값진 물건들을 내놔! 빨리!”정윤하는 차에서 내리는 사람이 어떻게 생겼는지 보지는 못했지만 뛰어난 청력으로 악당들의 말을 어렴풋이 들었다.정윤하는 재빨리 달려갔다.차에서 내린 남자가 벌벌 떨면서 지갑을 꺼내 상대방에게 건네는 순간 정윤하는 빠른 속도로 날아올라 발로 그 지갑을 걷어찼다.지갑은 그 남자의 손에서 옆으로 날아갔다.정윤하는 날렵한 움직임으로 몸을 돌려 땅에 떨어지고 있는 지갑을 받았다.그리고 그 지갑을 차창이 열린 차 안으로 휙 뿌렸고 지갑은 차 앞 유리창에 튕겨지며 조수석으로 들어갔다.이는 현장에 있던 사람들을 화들짝 놀라게 했다.정윤하의 동작은 매우 빨랐다.모든 동작이 단숨에 이루어졌다.그들이 정신을 차렸을 때 정윤하는 이미 두 대의 오토바이를 걷어차 넘어뜨렸고 남자들이 일어나기도 전에 땅에 떨어진 쇠몽둥이를 집어 들어 그들을 한바탕 두들겨 팼다.뒤이어 오토바이 남자들은 바로 땅에 엎어지며 울부짖었다.아직 넘어지지 않은 네댓 대 오토바이 위에 앉아있던 사람들도 전부 뛰어내려 쇠몽둥이를 휘두르며 정윤하를 포위했고 그중 한 사람이 입을 열었다.“어디서 온 계집애가 감히 쓸데없는 일에 참견해!”무술 가문에서 태어난 정윤하는 어려서부터 싸움 실력을 키워왔기에 하예정보다 몇 배나 강한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하예정의 실력으로도 십여 명의 건달들을 쉽게 때려눕힌 것으로 보면 정윤하는 더 말할 나위도 없었다.정윤하는 아무 말 없이 손에 쥐고 있는 상대방에게 쇠몽둥이를 힘껏 휘둘렀고 단 한 번도 헛되게 때린 적 없었다.정윤하가 동작을 멈추었을 때 그녀를 공격하던 남자들은 이미 비명을 지르며 바닥으로 넘어졌고 고통스러워하며 굴러다녔다.여전히 오토바이를 타고 있던 몇몇 사람들은 상황이 나쁘게 돌아가자 얼른 오토바이를 타고 냅다 뛰었다.정윤하는 손에 쥐고 있던 쇠몽둥이를 한 번 휘날리더니 그 쇠몽둥이는 오토바이의 앞바퀴에 내리쳐졌고 오토바이가 그대로 땅에 넘어지며 뒤차까지 연루되어 오토바이 두 대가 연이어 땅바닥에 엎어졌
소지훈은 정윤하와 같은 여자를 좋아했다.그는 간드러진 여자들에게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했다.물론 큰 가문의 딸들에게도 느낌이 없었다.정윤하가 자신의 운명적인 여신이라고 확신하기 전에 소지훈도 사실 너무 무서웠다.운명적인 여신이 나긋나긋한 여자일까 봐 두려웠다.하지만 조사하다 보니 깜짝 놀랄 줄이야.정윤하의 실물을 보았을 때도 정윤하가 이렇게 큰 놀라움을 가져다줄 줄 몰랐다.정윤하의 실력은 소지훈과 한 번 겨루어 볼 만한 실력이었다.소지훈도 정윤하처럼 싸움 실력이 대단한 아내가 필요했다. 앞으로도 그 기세로 부하들을 거느릴 수 있기 때문이다.“아저씨, 괜찮으세요?”소지훈은 멍하니 정윤하를 바라보았고 동시에 정윤하도 소지훈을 아래위로 훑어보았다.정윤하는 눈앞의 남자가 정말 잘생겼다고 생각했다.그녀는 그렇게 멋진 남자를 본 적이 없었다.관성에 오기 전에 정윤하는 관성에 몇 명의 유명한 미남이 있다는 것을 들었고 그중 한 명이 바로 전씨 그룹의 주인인 전태윤이였다.전태윤은 관성에서도 보기 매우 힘들었다.정윤하 일행은 특별히 관성 호텔이 가장 안전할 거로 생각하면서 관성 호텔에 묵었다. 그러면서 전태윤 부부를 만날 수 있는 행운이 있는지 시험해 보고 싶었다.미남미녀를 감상해 보고 싶었다.안타깝게 정윤하는 운이 안 좋게도 줄곤 전태윤 부부를 만나지 못했다.전태윤 곁을 지키는 유능한 특파원 소 대표마저도 만나지 못했다.뜻밖에도 늦은 밤거리에서 멋진 남자를 만나게 될 줄이야!관성의 남자들은 모두 젊고 잘생겼다고 하더니 헛소문이 아니었다.정윤하는 힐끔힐끔 소지훈의 차를 몇 번 보았다.고급 차였다. 새 차로 산다면 아마 수억 원을 주어야 살 수 있는 차였다.이렇게 비싼 차를 운전할 수 있다니, 눈앞의 남자는 분명 재벌 2세거나 실력이 막강한 업계 엘리트일 것이다.어쩐지 오토바이 건달들에게 길이 막혀 강탈당하더라니.한밤중에 거리에 사람이 별로 없으니 악당들에게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괜찮으세요?”소지훈이 말이 없자 정윤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소지훈이 물었다.정윤하는 대범하게 자신의 명함 한 장을 꺼내 소지훈에게 건네주며 대답했다.“저는 정윤하라고 해요. 어린아이들을 가르치는 무술 코치예요.”소지훈은 정윤하의 명함을 건네받아 꼼꼼히 살펴본 뒤 주머니에 조심스레 넣었다.소지훈도 정윤하에게 명함을 건넸다. 명함에는 소씨 가문의 신분이 적혀 있지 않았고 대신 소씨 가문이 소유하고 있는 회사를 배경으로 하고 회사 대표라고 써놓았다.정윤하는 양손으로 그의 명함을 건네받았고 그 명함을 유심히 들여다보더니 웃으며 물었다.“아저씨 회사 대표세요? 드라마에서 보면 대표들이 나올 때마다 경호원들을 거느리고 다니던데. 아저씨는 왜 경호원들을 데리고 다니지 않으세요? ”소지훈이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경호원을 몇 명을 데리고 다녔어요. 저와 함께 몇 년 동안 일했거든요.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부모님이 연세가 많으셔서 집에 가서 어르신을 보살펴야 했고 일부 사람들은 결혼 재촉에 못 이겨 사직하고 집으로 돌아가서 결혼해야 했어요.”“그 뒤로 저는 한동안 마땅한 경호원을 구하지 못했어요.”정윤하는 ‘네'라고 대답하고는 더는 묻지 않았다.그녀는 현실에서 처음으로 수억 원짜리 고급 차를 몰고 다니는 회사 대표를 보았다.소지훈은 아마 큰 회사의 대표일 것이다.이것은 단지 정윤하의 추측에 불과했다.그녀도 단지 궁금한 마음에 물어보았을 뿐이다.두 사람 사이가 가깝지 않았기에 정윤하는 꼬치꼬치 캐물을 수 없었다.정윤하은 소지훈을 보며 결론 하나를 지었다. 그것은 바로 관성의 대표는 정말 젊고 잘생긴 데다 재산도 많다는 것이다.경찰이 현장에 도착했고 정윤하에게 맞아 바닥에 쓰러진 “연기자”들도 모두 경찰서로 끌려갔다.정윤하도 소지훈과 함께 경찰서에 가서 조사에 협조했다.두 사람이 파출소에서 나왔을 때는 이미 새벽 2시였다.소지훈은 정윤하에게 말을 건넸다.“윤하 씨, 어디에서 사세요? 제가 모셔다드릴게요.”정윤하는 한밤중에 택시를 타기도 불편하고 그렇다고 걸어서 돌아가기엔
정윤하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심지어 자신이 소지훈 계획한 깊은 구덩이에 빠졌다는 사실조차 몰랐다.호텔로 돌아가는 길에서 성격이 시원시원하고 말주변이 좋은 정윤하는 이내 소지훈과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마치 두 사람이 첫 만남이 아닌 십여 년 동안 알고 지낸 오랜 친구처럼 말이다.소지훈도 눈앞의 운명적인 여신에게 점점 더 호감을 느꼈다.역시 소지훈의 운명적인 여신답게 무술 실력이 뛰어나고 성격이 시원시원할 뿐만 아니라 말재주도 무척 좋았다. 이런 여자가 그에게 가장 잘 어울렸다.“아저씨, 아저씨는 회사 대표인데 전태윤 도련님과 협력할 기회가 있었어요? 저는 멀리 있는 연성에서도 전태윤 도련님과 그분 아내의 사랑 이야기를 들었거든요.”연성은 큰 도시가 아니었기에 관성과 비교할 수는 없었고 관성과 멀리 떨어져 있는 도시였다.정윤하가 전태윤과 하예정에 관해 물어보는데 소지훈은 전혀 놀라지 않았다.정윤하에 대한 조사에 따르면 그녀는 평소 학생들에게 무술을 가르쳐 몸을 튼튼하게 하는 것 외 다양한 소설을 읽는 것이 취미였다. 이 점은 소지현의 제수 심효진과 똑같았다.심효진은 스스로 서점을 운영하며 서점 안의 책을 모두 다 읽었다. 그리고 다 읽고 나면 새로운 책들을 들여왔다. 어쨌든 매일 읽을 책이 있어야 했다.정윤하는 겨우 24살 어린 여자였다. 게다가 소설을 읽는 것을 좋아했기에 소설보다 아름다운 전태윤과 하예진의 사랑 이야기를 당연히 더 좋아할 것이다.당시 전태윤이 갑자기 결혼했을 때 언론들이 크게 떠들어댄 데다 요즘 인터넷도 많이 보급되었기에 멀리에서 생활하는 정윤하가 그 소식을 접하고 흥미를 느낄 만도 했다.소지훈이 웃으며 대답했다.“잘 물어보셨어요. 저와 전 대표는 몇 번 협력해 본 적 있어요. 사적으로도 친구로 지냈기에 가끔 밥도 먹어본 적 있는걸요.”“전 대표와 그분 아내의 실제 사랑 이야기는 윤하 씨가 인터넷으로 본 것과 별로 다른 점 없어요. 언론들이 과장되게 보도하지 않았거든요.”“참, 전씨 가문의 사모님도 싸움 실력이
“사실 제가 윤하 씨를 경호원으로 모시고 싶어요. 제가 마침 경호원이 부족하거든요. 윤하 씨처럼 실력이 좋은 분 한 분만 계신다면 제 안전은 걱정할 필요 없을 것 같아요.”정윤하도 웃으며 대답했다.“별말씀을요. 아저씨 마음에 담아두지 마세요.”은인이라고 표현하지 않아도 된다.정윤하는 수많은 사람을 도와줬지만 소지훈이 가장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역시 대표라서 그런지 인성이 훌륭했다.소지훈은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하느님도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다.소지훈의 사업이 점점 더 좋아질 것이다.“어느 때인가 제가 지금의 직업이 지겹다고 느껴지면 아저씨께서 저에게 경호원 일자리를 소개해 주세요. 제가 직업의 귀천을 가리지 않거든요. 자신의 손으로 돈을 당당하게 벌 수만 있으면 돼요.”“훔치거나 도둑질하는 일이 아니면 모두 받아들일 수 있어요.”정윤하는 자기가 무술을 잘하는 것 외 아무런 장점도 없다고 생각했기에 일자리를 구함에 있어서 직장의 종류를 따지지 않고 직업을 가질 수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다.직업의 종류를 마다하지 않고 꾸준히 열심히 하면 언젠가 우수한 성적을 이룰 수 있다.소지훈이 말했다.“제가 윤하 씨 일자리를 남겨둘게요. 일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면 언제든지 연락해주세요. 저의 경호원으로 일하신다면 윤하 씨 요구를 모두 만족시켜 드릴 수 있어요.”“네, 직장을 옮기고 싶을 때 아저씨께 꼭 연락드릴게요.”두 사람은 가는 길 내내 이야기를 나누었다.관성 호텔에 도착한 소지훈은 거리가 너무 짧다고 아쉬워했다.진작 알았으면 방향을 바꿔서 에돌아 오면 정윤하와 더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을 것이다.첫 만남에 정윤하가 소지훈을 ‘살려’주었는데 정말로 그렇게 한다면 그녀가 소지훈에 대한 좋은 인상이 망쳐질 수도 있었다.차는 관성 호텔 입구에 멈추었고 소지훈은 정윤하를 바라보았다. 정윤하는 밝고 아름다운 여자였다. 그녀의 아름다움과 멋진 분위기를 보며 소지훈은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들었다.정윤하의 옆모습도 무척 아름다웠다.
소지훈은 차에서 내려 정윤하를 향해 작별 인사를 했다. 그리고 그녀가 관성 호텔로 들어가는 모습까지 모두 지켜보았다. 그는 정윤하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바라보다가 그제야 차를 타고 돌아갔다.그는 먼저 휴대 전화를 꺼내 자신의 유능한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상대방이 전화를 받자 소지훈이 물었다.“다들 부상 상황은 어때?”“도련님, 우리 미래의 사모님 실력이 너무 강해요. 다들 상처를 입어 전부 병원에 입원해서 치료를 받아야 하거든요.”비서가 정윤하를 미래의 사모님이라고 부르는 소리를 들은 소지훈의 눈가에는 만족한 듯한 웃음기가 드러났다.사모님이라... 그는 이 호칭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소지훈의 운명의 여신이 아니었던가.그는 자신의 여신이 점점 더 좋아졌고 점점 더 만족하고 있었다.하느님은 여전히 소지훈에게 잘 대해주셨다. 그에게 이렇게 성격이 시원한 여자를 주선해 주어 진정한 남자로 될 기회를 주셨기 때문이다.가장 마음에 걸리는 것이 바로 소지훈이 정윤하보다 열 살 위였다느 점이다. 정윤하가 소지훈이 나이가 너무 많다고 싫어할지는 모른다.소지훈은 단 한 번도 자신이 늙었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남자는 이 나이가 꽃다운 나이에 속했다. 게다가 그는 관리도 아주 완벽히 잘해서 20대처럼 보였다. 겉으로 보면 그는 절대로 34세로 보이지 않았다.하지만 정윤하와 마주 서면 소지훈은 자신이 늙었다고 느껴졌다.소지훈이 열 살 되였을 때쯤 정윤하가 막 태어났을 때였다.정윤하의 성격을 생각하던 소지훈은 그녀가 자신에게 빠진다면 절대로 자신이 늙은 점을 개의치 않으리라 생각했다.“그럼 모두 입원해서 치료하도록 해. 병원비와 영양비 그리고 기타 비용도 모두 계산해 주고. 또한, 그들의 앞으로 3개월 동안 월급을 3배 올려줘.”소지훈의 인생사를 위해 다친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부하들이 다치면서도 이익도 얻지 못하게 해서는 안 되었다.소지훈은 앞으로 3개월 동안 월급을 세 배로 올려 주기로 했다.비서가 웃으며 말했다.“한 달만 월급 3배
그렇게 깊은 밤이 지나갔다.다음 날 아침, 레아닐 아파트.하예진은 아들의 책가방을 챙겨 들고 방문 앞으로 걸어가면서 재촉했다.“우빈아, 좀 빨리 움직여. 늦었어.”우빈이는 어물어물하다가 방에서 자신의 신발을 들고나와서 소파 위에 앉아 천천히 신발을 신었다.그리고 입을 열었다. “엄마, 나 오늘 유치원 안 가면 안 돼?”유치원에 다니기 전에 우빈이는 유치원에 다니는 것이 재미있다고 생각했다.유치원에 지원하러 갔을 때도 녀석은 유치원에서 놀다가 엄마가 데려가려고 하자 집에 가기 싫어서 울기도 했다.한동안 유치원에 다니던 우빈은 집에서 노는 게 더 재미있다고 생각했다.엄마가 그를 데리고 다니지 못하면 이모 회사로 갈 수도 있고, 안 되면 이모부 사무실에 가거나 이모 집에 가도 된다.유치원에 가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다고 생각했다.가장 중요한 것은 유치원에 다니면서 녀석은 매일 일찍 일어나야 했기에 예전처럼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지 못했다.엄마는 출근해야 하므로 일찍 유치원에 가야 했고 우빈이는 매일 유치원에서 가장 먼저 유치원에 도착하는 어린이로 되였다.“아프지도 않은데 왜 유치원에 가기 싫어?”하예진은 문을 열면서 고개를 돌려 아들에게 물었다.우빈이가 대답하기도 전에 하예진은 또 입을 열었다.“준호보다 더 잘하고 싶다며. 준호는 너처럼 며칠동안 유치원에 다니다가 또 다니고 싶지 않다는 말을 안 하거든.”우빈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예진은 다시 몸을 돌려 걸어가 아들의 맞은편에 앉았다.그녀는 아들의 신발 신는 것을 돕지 않았다. 녀석이 직접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스스로 하게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아들, 엄마에게 말해봐. 왜 유치원에 가기 싫어? 유치원에서 친구들이 널 괴롭혔어? 선생님은 너에게 잘해주고?”우빈이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친구들 모두 좋아요. 저를 괴롭히지도 않아요. 저도 남을 괴롭히지도 않는걸요. 저는 무술을 배워본 사람인데 어떻게 남을 괴롭히겠어요. 선생님도 저한테 잘해줘요.”우빈의 무술 실력은
노동명은 다정하게 말했다.“널 위해서 늘 재활을 꾸준히 하고 있어. 회사 일은 특히 중요할 때만 나가서 처리하거든. 우리 형도 도와줘서 그렇게 힘들지는 않아.”노동명은 그윽한 눈빛으로 말을 건넸다.“예진아, 만약 네가 없었다면 난 정말로 재활을 포기하고 자포자기하면서 평생 일어나지 못했을 거야.”“바보.”“아니거든. 난 단지 너와 우빈을 너무너무 사랑했을 뿐이야. 남들은 네가 이혼한 여자라고 말하고 있어. 내가 널 알게 되었을 때에도 넌 뚱뚱하고 못생겼는데 내가 왜 널 좋아하게 되었는지 몰라... 근데 좋아하면 좋아하는 거지 나도 그 이유를 찾고 싶지도 않아. 아마 너의 강인함과 감히 자신을 개변시키는 그 능력에 매료되었을지도 모르지. 난 우빈이가 너무 사랑스러워. 사실 난 아이들이 시끄럽다고 느껴져서 안 좋아하거든. 근데 처음으로 우빈을 보자마자 좋아하게 되었다.”“저도 알아요. 저도 제 아들 덕을 봤죠.”노동명은 우빈을 좋아하기 때문에 우빈의 엄마, 즉 하예진에게 조금 더 많은 관심과 포용력을 갖게 되었다.그러다가 접촉 횟수가 많아졌고 함께 지내다 보니 서로 정이 들었다.“우빈이가 우리 두 사람 중매를 선 거나 다름없어.”노동명은 헤벌쭉 웃었다.“태윤이도 마찬가지야. 태윤 때문이 아니었다면 널 알지도 못했을걸. 예진아, 네가 강성에서 일을 마치면 나랑 결혼하는 건 어때?”하예진의 대답이 떨어지기도 전에 노동명이 계속하게 말했다.“내가 정상적으로 걷지 못해도 난 결혼하고 싶어. 난 이미 스스로 설 수 있어. 그리고 몇 걸음 정도는 앞으로 걸을 수 있게 됐고. 1년이란 시간을 더 주면 분명 정상적으로 걸어 다닐 수 있을 거야. 근데 난 그때까지 기다리고 싶지 않아.”노동명은 지금 36세이고, 2년만 더 기다리면 38세까지 될 것이다.곧 있으면 마흔이 된다.하예진은 속으로 흐뭇해하며 대답했다.“좋아요. 저야 지금 당장이라도 동명 씨와 혼인 신고를 할 수 있어요. 근데 동명 씨가 원하지 않잖아요.”노동명은 자신이 정상으로 돌아올 수
하지만 가난해 본 여운별은 자신에게 뒷길을 남겨두기 시작했다.용태호로부터 돈을 받을 때면 그녀는 몰래 저축해 놓았다.나중에 관계를 끊으면 수중에 재산이 있으니까 걱정할 필요 없다. 예전처럼 여천우에게 매달 수십만 원 생활비를 달라고 매달릴 필요 없을 것이다.“태호 씨, 연회의 주인은 제가 누군지 아세요?”“네 신분을 몰라. 나도 관성 지역의 명문가 사모님께 부탁해 널 데려가도록 했어. 잘 들어. 넌 용씨 가문의 사모님이지 여운별이 아니야. 너의 시댁은 조용하게 지내는 가문이라서 넌 남들을 몰라야 해. 옛날 지인을 보더라도 아무리 친해도 모른 척해야 해.”여운별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용태호는 그녀의 턱을 풀어주었다.“날 따라와. 올라가자.”여운별은 어리둥절했다.용태호가 무엇을 하려는지 알면서도 반항할 수 없었고, 감히 반항하지도 못했다. 얌전히 용태호를 따라 위층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다.강성, 하루 호텔.식사를 마치고 여행 가방을 내려놓은 하예진은 노동명을 밀고 아들과 함께 호텔에서 걸어 나왔다. 근처 거리로 쇼핑하러 갈 준비를 하려던 참이다.우빈은 너무 기뻐서 가는 내내 깡충깡충 뛰며 재잘거렸다.하예진은 강일구에게 우빈을 따라가라고 지시했다, 어린 녀석이 너무 빨리 달려서 잃어버리지 않도록 말이다.강일구와 다른 경호원은 우빈을 따르고 있었고 네 명의 경호원은 노동명과 하예진의 뒤를 따랐다.그러나 노동명과 하예진을 방해하지 않도록 일정한 거리를 유지했다. 그리고 두 사람이 하는 사랑의 말을 무심코 듣고 싶지 않았다.“우빈이가 너무 기뻐하네.”노동명은 웃으며 말했다.“우빈은 외출하는 것을 가장 좋아해요. 몇 달밖에 되지 않았을 때부터 매일 밤 제가 아파트 단지를 몇 바퀴 돌았거든요. 매일 시간이 되어 내려가지 않으면 어찌나 보채는지...”“하하, 그래? 우빈이가 어렸을 때 키우기 힘들었지?”하예진이 대답했다.“맞아요. 특히 걷기 시작했을 때부터 달아 다니면서 이것저것 만져보고 기어오르다가도 뛰어내리고... 조금만 부주의해도
“태호 씨, 방금 태호 씨가 한 말 제가 전부 귀담아들었어요.”여운별도 여운초가 그녀를 보고 의심하게 될 것을 알고 있었다.하예정이 허점을 찾지 못할 수도 있지만, 여운초는 분명 찾을 수 있을 것이다.누가 뭐라고 해도 친자매이니까.여운초는 여운별을 잘 알고 있었지만, 여운별은 오히려 여운초에 대해 잘 알지 못해 몇 번이고 여운초에게 짓밟혔다.가장 두려운 것은 여운별의 남동생이 그녀를 도와주지 않는 점이다.여천우의 머리에는 대체 뭐가 들어있는지 알고도 모를 일이다.여천우가 여운별을 따르지 않을뿐더러 두 고모도 사촌 오빠들을 데리고 관성을 떠나 어디로 갔는지 행방도 모른다.여운별은 이제 의지할 곳이 없어서 용태호의 눈에 들어 바둑판의 알로 사용되고 있고 심지어 용태호의 내연녀까지 되었다.용태호는 탁자 서랍에서 종이 두 장을 꺼내 여운별에게 건네며 말했다.“잘 봐. 이 종이에 적힌 모든 내용을 잘 기억해.”여운별은 그 두 장의 종이를 받았다. 그 종이 위에는 전부 낯선 이름과 낯선 회사들, 그리고 그 회사들이 어떤 사업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적혀있었다.빼곡히 많은 글이 붙어있었다.“태호 씨, 다 기억하여야 하는 거죠?”이는 용태호가 여운별에게 이어준 인맥임을 그녀도 잘 알고 있다. 이 사람들과 회사는 관성에서 실제로 존재하고 있다.여운별은 처음으로 용씨 사모님의 신분으로 연회에 참석하게 된다.연회에서 다른 사람이 시댁에서 무슨 사업을 하는지 물으면 적어도 대답을 해주어야 사람들이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관성이 이토록 큰데 몇몇 명문가 외에도 많은 새로운 기업들과 수많은 크고 작은 회사들이 있다.모든 사람이 서로의 회사 대표님이 누구인지 알아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그녀가 말을 꺼내기만 하면 사람들은 그녀의 가족이 정말로 그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고 믿을 것이다.여운별은 이미 하예정에게 자신의 남편 사업이 관성에 있지 않고 관성에 정착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알려주었다.“기억해야 할 뿐만 아니라 능숙하게 외워야 해.”용태호는 담담하게
진정으로 용씨 가문의 모든 것을 물려받을 수는 없다.그가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용씨 가문을 잘 다스릴 수 있다 해도 임시 대리인으로 될 수밖에 없다.용정이가 어른으로 되어 다시 가주의 증표와 토템을 가지고 돌아오면 용태호는 아무 말 없이 무조건 자리에서 물러나 열심히 운영해왔던 모든 것을 내줘야 한다.용씨 가문의 진정한 세력과 인맥도 그 녀석에게 충성할 것이다.하여 용태호는 상대방이 아직 어리고 복수할 능력이 없을 때 먼저 증표와 토템을 받은 후 입을 막으려고 했다.그래야만 진정으로 용씨 가문의 주인이 되어 용씨 일족을 호령할 수 있으니까.그러나 그가 막 용정이 모연정의 양자라고 의심하던 찰나에 단서는 끊어졌고 그 아이와 관련된 소식을 전혀 찾을 수 없었다.마치 보호막이라고 생긴 것 마냥 예진 리조트에서 너무 잘 보호되고 있었다.용태호도 손을 내밀어 들어갈 수는 있지만, 그는 정겨울의 배후에 서 있는 노인네와 국내와 국외를 자유롭게 오가는 신비로운 조직 오제당을 감히 건드릴 담이 없다. 용씨 가문은 매우 대단한 가문이지만 용태호는 아직 진정한 용씨 가문의 가주가 아니었다. 따라서 오제당과 맞서지 못할 것이다.그는 먼저 모연정의 양자가 그가 찾는 녀석인지 아닌지를 알아내야 했다.“태호 씨.”여운별은 무언가를 떠올리며 조심스럽게 용태호를 불렀다.용태호는 눈빛을 돌려 여운별이 말하기를 기다렸다.“태호 씨, 하예정은 매일 조카를 유치원에 데려다줘야 해서 저도 시누이를 데리러 가는 척했거든요. 유치원 입구에서 우연히 만나려고 늘 기회를 찾고 있었고요. 근데 하예정은 제가 늘 말하는 시누이를 본 적 없어요. 계속 이대로 나아간다는 의심 살 수 있으니 제 일에 협조해줄 수 있는 아이를 배정해 줄 수 있을까요?”용태호는 웃으며 칭찬했다.“좋아. 진보 많네. 그럼 내가 아이 한 명을 찾아서 네 연기에 협조해주도록 하지. 그분 외조카가 유치원 소반이라고 했지? 넌 하예정 씨와 소개할 때 시누이가 몇 살이라고 알려줬어?”“네다섯 살 정도요.”용태호
여운별은 잠자코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하긴, 여운초가 이미 제 목소리를 들었으니 다음에 제가 변성하면 더 의심할 거예요. 이제 다들 저를 의심하는 거예요? 하지만 하예정은 어떻게 저를 의심했죠? 몇 번 만나보지 못했는데.”용태호는 여운별을 힐끗 쳐다보다가 대답했다.“기억력이 좋거든.”여운별은 말을 잇지 않았다.여운초의 기억력도 아주 좋다.여운초는 10년 가까이 눈이 멀어서 기억력에 의존해야 했다.“그리고 네 눈먼 장님 언니도...”“태호 씨, 여운초는 이제 장님 아니에요. 진작에 시력을 회복했거든요. 전이진 도련님이 신의의 제자인가 뭔가 하는 사람을 찾아와서 눈을 치료해 주었다고 들었어요.”여운별은 말하다가 억울한 표정으로 소리쳤다.“그 장님은 왜 이렇게 운이 좋을까!”전이진이 여운초에 접근했을 때 그녀 아직도 장님이었으나 전이진은 싫어하는 기색이 없었다.여운초의 두 고모는 그때 명해은을 만나러 서원 리조트에 찾아가 여운초의 눈이 멀어서 전이진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들쑤시기까지 했다.그러나 명해은은 전씨 가문의 사모님은 아무 일도 할 필요 없이 돈 쓸 줄만 알면 된다고 당당하게 쏘아붙였다.그녀의 두 고모를 울분이 터져 미칠 지경이었지만 그렇다고 감히 전씨 가문에서 미치광이처럼 떠들지는 못했다.이제 여운초는 시력을 회복했고 또 전이진과 혼인 신고까지 했다. 그녀가 전씨 가문에서의 지위는 더욱 견고해지기만 할 것이다.내일 저녁에 여운초는 명해은을 따라 연회에 간다고 하지 않았는가!예전에는 상류층에 연회가 있을 때마다 추미자는 여운별을 데리고 참석했지만, 여운초는 절대 데려가지 않았었는데...여운별이 여운초를 심하게 괴롭혔을 때 여운초가 평생 관성의 상류 사회에 들어가지 못할 거라고 비꼬기까지 했다.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였다.지금은 여운별은 상류 사회에서 밀려나게 되었고 여운초는 전이진의 어머니가 데리고 다니며 접대하고 교제하고 있다!여운초는 지금도 여씨 가문의 모든 사업을 관리하고 있다.여운별은 생각하면 할수록 울화가
용태호는 로비의 소파에 앉아 손에 술 한 잔을 들고 여유로운 표정으로 술을 맛보았다.발소리를 듣고도 그는 여운별을 쳐다보지 않았다.여운별은 다가와 가방을 내려놓고 용태호의 옆에 앉으며 애교스럽게 소리쳤다.“태호 씨.”용태호는 그녀를 힐끗 쳐다보았다. 그러나 그의 칼처럼 날카로운 눈빛에 여운별은 깜짝 놀랐다.또 무언가 잘못을 저질렀나?“식사하셨어요?”여운별은 더는 애교를 부리지 못하고 조심스레 물었다.“식사하셨어요?”용태호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는 몸을 뒤로 젖혔다.“테이블 위에 있는 그 초대장은 네가 내일 저녁 연회에 참석할 때 사용될 거야. 그리고 저기, 너에게 드레스 몇 벌과 보석 몇 세트를 사 놓았어. 마음에 드는 치마를 골라 입어.”용태호는 1인용 소파 위를 쳐다보았다.그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니 그 소파 위에 여러 개의 정교한 가방과 몇 개의 크고 빨간 선물 상자가 놓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여운별은 먼저 그 초청장을 들어 펼쳐 보았다.그리고 다시 일어나 드레스와 보석들을 살펴보았다.드레스는 화려하고 정말 예뻤다. 보석은 말할 것도 없이 아주 빛났다.여운별은 좋은 물건들을 본 적도 있고 사용한 적도 있지만, 용태호의 큰 씀씀이 앞에서는 여전히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태호 씨, 고마워요.”씀씀이가 이토록 대범한 것으로 보면 용태호의 자산은 아마도 전태윤과 전이진을 능가할 것이다.여운별은 만약 용태호를 도와 일을 성사시켜 그의 마음에 들어서 아이까지 낳는다면 앞으로 자신이 정말 용씨 사모님으로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여운별은 하예정과 여운초보다 더 잘 살아야 했다.그녀는 용태호가 준 선물을 마주하더니 용태호에게서 받은 공포를 단번에 잊은듯했다.용태호 또한 항상 그녀의 목을 조르고 살벌하게 대하지는 않았다. 그땐 단지 그녀에게 경고만 해주고 싶었을 뿐이다.용태호는 웃으며 물었다.“좋아해?”“좋아해요. 태호 씨, 걱정하지 마세요. 내일 밤 반드시 잘할게요. 절대 허점을 드러내지 않고 잘해 볼게요.”용태호는 그녀
그와 동시, 용씨 별장.여운별은 이미 용씨 사모님의 신분으로 살고 있기 때문에 용태호가 그녀에게 사준 별장에도 용씨 성을 붙여주었다.그녀는 어두워질 때까지 밖에서 어슬렁거리다가 별장으로 돌아갔다.차는 여운별을 태워 별장 안으로 들어갔고 별장 내부에는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여운별은 곧 용태호가 왔을 것으로 추측했다..여운별은 자기도 모르게 좀 긴장되기도 하고 무섭기도 했다.이제 그녀는 용태호에 대한 환상이 깨졌다.처음에 그녀는 앞으로 진짜 용씨 사모님을 대신해 용태호를 정복하면 그가 자신에게 고분고분해 질 것으로 생각했다.그러나 지난번, 용태호는 여운별의 목을 졸라 죽일 뻔했다. 용태호의 살벌하고 음흉한 눈빛을 보고 있자니 그녀는 놀라서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용태호가 여운별에게 맡긴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면 그가 정말로 여운별을 죽여버릴지도 모른다.감히 다른 생각을 가져 용태호의 기분을 상하게 한다면 아무런 이익도 얻지 못할 테니까.용태호는 금전적인 방면에서는 매우 대범했다. 아름다운 옷과 보석 세트들은 물론, 돈도 약속했던 것보다 더 많이 주었다.그가 별장으로 오지 않아도 수시로 그녀에게 용돈을 자주 주었다.만약 용태호에게 목이 졸리지 않았다면 여운별은 아마 용태호가 정말로 자신을 사랑하고 있는 거라고 착각했을 것이다.“사모님, 집에 도착했습니다.”차를 멈춘 뒤에도 뒷좌석에 앉아 있던 여운별이 움직이지 않자 경호원은 조용히 몇 분을 더 기다렸다. 그러나 여운별이 여전히 차에서 내리지 않고 앉아있자 경호원은 고개를 돌려 일깨워줄 수밖에 없었다.“집에 도착하셨습니다.”.그러나 이곳은 여운별이 사는 곳이 아니었다!여운별이 속으로 발악했다.그녀의 집은 여씨 가문의 대별장으로 그곳은 그녀가 태어날 때부터 자라왔던 곳이다.그러나 지금 여운초에게 점령당했다. 그리고 더 화가 나는 것은 그 집이 정말로 여운초의 명의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그녀의 부모님은 그녀와 남동생을 데리고 그곳에서 수십 년을 살면서 한때 모든 노동자
“이모, 엄마 여기 너무 추워요. 바람도 너무 세요. 비행기에서 내렸는데 바람에 날아갈 뻔했어요.”녀석은 과장되게 말했다.“그럼 옷을 좀 다 입어. 바람에 날아가면 안 되니까. 우빈이가 날아가면 이모가 어디로 찾으러 가야 할지 모르잖아.”우빈은 멋쩍게 웃으며 대답했다.“이모, 거짓말이에요. 바람이 너무 센 건 맞지만 저를 날려 보낼 수 없는걸요. 저는 다 커서 바람이 저를 날려 보낼 수 없어요. 하지만 정말 추워요. 엄마는 여기에 눈이 올 거라고 하셨는데 지금은 눈이 오지 않아요.”강성은 관성보다 확실히 많이 추웠다.다행히 하예정이 우빈의 여행 가방에 두꺼운 옷 몇 벌을 쑤셔 넣었다.“저와 아저씨는 이미 엄마의 새 차에 올랐어요. 차에는 히터가 켜져 있어서 지금은 그렇게 춥지 않아요. 게다가 아저씨가 저를 안아 주시니 저는 더 따뜻해졌어요.”“다행이네. 그럼 이따가 차에서 내릴 때 외투를 더 입는 것을 잊지 마. 이모가 너의 여행 가방에 두꺼운 옷을 넣어놓았거든. 그리고 날씨가 추운데 엄마한테 천천히 운전하라고 하고.”“엄마가 운전하는 게 아니라 일구 삼촌이 운전하고 계세요.”우빈은 강일구와 가장 친했다.그리고 강일구는 하예진을 따라 강성으로 와서 그녀를 보호하도록 했다.우빈은 공항에서 강일구를 만났을 때 뛸 듯이 기뻐했다. 우빈은 강일구가 그를 여러 번 껴안고 돌게 하는 바람에 노동명이 하마터면 질투할 뻔했다.“강일구 아저씨 운전 실력이 매우 안정적이기 때문에 이모께서 안심하라고 전해달래요.”하예정은 웃으며 말했다.“일구 아저씨가 운전하시니, 그럼 이모가 안심해도 되겠네. 그럼 우빈이 엄마는?”“제 옆에 계세요.”우빈은 하예진에게 휴대전화를 건네주었다.그리고 노동명의 품으로 파고들면서 앳된 목소리로 말했다.“아저씨, 너무 추워요. 저를 다시 꼭 안아 주세요. 아저씨 품이 너무 따뜻해요.”노동명은 코트를 펼쳐 녀석을 코트 안에 감쌌다.“공항에서 엄마 집까지 거리가 좀 있어. 먼저 좀 자. 도착하면 깨워줄게.”노동명과 하예
그러나 하예정은 어르신들에게 찬물을 끼얹었다.“태윤 씨가 호영 도련님과 고 대표님께서 휴가를 떠나 보름 만에 돌아온다고 했어요. 할머니께서 지금 가시면 놀러 갈 수 있지만, 혼담을 꺼내려면 주인이 집에 없을 때 가면 좀 그렇지 않을까요?”현장의 어르신들은 순간 멍하니 할 말을 잃었다.“그럼 애들이 돌아오면 그때 혼담을 꺼내러 가자. 우리도 가서 고 이사님 부부와 친해져야지.”하예정은 웃으며 말했다.“할머니, 아직도 매우 친하지 않다고 생각하세요?”“전화로는 통화를 많이 했을 뿐 만나본 횟수가 적거든.”하예정은 할 말이 없었다.쌍방의 부모님들은 전화상으로만 연락을 유지하고 있었으나 만나본 횟수는 많지 않았다.주로 거리가 좀 멀었기 때문이다.“식사하세요.”전태윤이 부엌에서 나와 소리쳤다.전씨 할머니께서 집에 계시니 남자들은 요리하고 여자들은 함께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하기를 기다렸다.평생 딸을 낳아보지 못한 전씨 할머니는 며느리를 딸처럼 아꼈다.손녀가 또 태어나지 못한다면 손자며느리를 손녀로 여기면서 사랑해줄 것이다.전태윤은 꿈에서도 아내의 배 속의 아기가 딸이 되고 싶었다.그렇게 되면 그의 딸은 전씨 가문의 가장 사랑스러운 보물로 될 것이다. 조상처럼 모셔야 하느니라!그러다가도 두 사람이 오랫동안 이 아이를 품었다는 생각에 딸이든 아들이든 전태윤은 태연하게 생각하기로 했다.하예정이 낳은 아이가 꼬리가 달린 아이라 할지라도 전씨 가문의 첫 손자이기 때문에 여전히 사람들의 많은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랄 테니까.여자들은 몸을 일으켜 식사하러 갔다.“할머니.”전창빈은 앞치마를 두르고 있었다.그는 웃으며 전씨 할머니와 인사했다.전씨 할머니는 자애롭게 웃으며 말했다.“내가 그래도 먹을 복이 있나 보다.”“할머니께서는 늘 먹을 복이 많았거든요.”하예정은 할머니를 부축하여 자리에 앉히며 말했다.“할머니, 천천히... 조심하세요.”할머니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너야말로 조심해.”전씨 할머니의 시선은 하예정의 배 위에 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