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 어떻게 되세요?”소지훈이 물었다.정윤하는 대범하게 자신의 명함 한 장을 꺼내 소지훈에게 건네주며 대답했다.“저는 정윤하라고 해요. 어린아이들을 가르치는 무술 코치예요.”소지훈은 정윤하의 명함을 건네받아 꼼꼼히 살펴본 뒤 주머니에 조심스레 넣었다.소지훈도 정윤하에게 명함을 건넸다. 명함에는 소씨 가문의 신분이 적혀 있지 않았고 대신 소씨 가문이 소유하고 있는 회사를 배경으로 하고 회사 대표라고 써놓았다.정윤하는 양손으로 그의 명함을 건네받았고 그 명함을 유심히 들여다보더니 웃으며 물었다.“아저씨 회사 대표세요? 드라마에서 보면 대표들이 나올 때마다 경호원들을 거느리고 다니던데. 아저씨는 왜 경호원들을 데리고 다니지 않으세요? ”소지훈이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경호원을 몇 명을 데리고 다녔어요. 저와 함께 몇 년 동안 일했거든요.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부모님이 연세가 많으셔서 집에 가서 어르신을 보살펴야 했고 일부 사람들은 결혼 재촉에 못 이겨 사직하고 집으로 돌아가서 결혼해야 했어요.”“그 뒤로 저는 한동안 마땅한 경호원을 구하지 못했어요.”정윤하는 ‘네'라고 대답하고는 더는 묻지 않았다.그녀는 현실에서 처음으로 수억 원짜리 고급 차를 몰고 다니는 회사 대표를 보았다.소지훈은 아마 큰 회사의 대표일 것이다.이것은 단지 정윤하의 추측에 불과했다.그녀도 단지 궁금한 마음에 물어보았을 뿐이다.두 사람 사이가 가깝지 않았기에 정윤하는 꼬치꼬치 캐물을 수 없었다.정윤하은 소지훈을 보며 결론 하나를 지었다. 그것은 바로 관성의 대표는 정말 젊고 잘생긴 데다 재산도 많다는 것이다.경찰이 현장에 도착했고 정윤하에게 맞아 바닥에 쓰러진 “연기자”들도 모두 경찰서로 끌려갔다.정윤하도 소지훈과 함께 경찰서에 가서 조사에 협조했다.두 사람이 파출소에서 나왔을 때는 이미 새벽 2시였다.소지훈은 정윤하에게 말을 건넸다.“윤하 씨, 어디에서 사세요? 제가 모셔다드릴게요.”정윤하는 한밤중에 택시를 타기도 불편하고 그렇다고 걸어서 돌아가기엔
정윤하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심지어 자신이 소지훈 계획한 깊은 구덩이에 빠졌다는 사실조차 몰랐다.호텔로 돌아가는 길에서 성격이 시원시원하고 말주변이 좋은 정윤하는 이내 소지훈과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마치 두 사람이 첫 만남이 아닌 십여 년 동안 알고 지낸 오랜 친구처럼 말이다.소지훈도 눈앞의 운명적인 여신에게 점점 더 호감을 느꼈다.역시 소지훈의 운명적인 여신답게 무술 실력이 뛰어나고 성격이 시원시원할 뿐만 아니라 말재주도 무척 좋았다. 이런 여자가 그에게 가장 잘 어울렸다.“아저씨, 아저씨는 회사 대표인데 전태윤 도련님과 협력할 기회가 있었어요? 저는 멀리 있는 연성에서도 전태윤 도련님과 그분 아내의 사랑 이야기를 들었거든요.”연성은 큰 도시가 아니었기에 관성과 비교할 수는 없었고 관성과 멀리 떨어져 있는 도시였다.정윤하가 전태윤과 하예정에 관해 물어보는데 소지훈은 전혀 놀라지 않았다.정윤하에 대한 조사에 따르면 그녀는 평소 학생들에게 무술을 가르쳐 몸을 튼튼하게 하는 것 외 다양한 소설을 읽는 것이 취미였다. 이 점은 소지현의 제수 심효진과 똑같았다.심효진은 스스로 서점을 운영하며 서점 안의 책을 모두 다 읽었다. 그리고 다 읽고 나면 새로운 책들을 들여왔다. 어쨌든 매일 읽을 책이 있어야 했다.정윤하는 겨우 24살 어린 여자였다. 게다가 소설을 읽는 것을 좋아했기에 소설보다 아름다운 전태윤과 하예진의 사랑 이야기를 당연히 더 좋아할 것이다.당시 전태윤이 갑자기 결혼했을 때 언론들이 크게 떠들어댄 데다 요즘 인터넷도 많이 보급되었기에 멀리에서 생활하는 정윤하가 그 소식을 접하고 흥미를 느낄 만도 했다.소지훈이 웃으며 대답했다.“잘 물어보셨어요. 저와 전 대표는 몇 번 협력해 본 적 있어요. 사적으로도 친구로 지냈기에 가끔 밥도 먹어본 적 있는걸요.”“전 대표와 그분 아내의 실제 사랑 이야기는 윤하 씨가 인터넷으로 본 것과 별로 다른 점 없어요. 언론들이 과장되게 보도하지 않았거든요.”“참, 전씨 가문의 사모님도 싸움 실력이
“사실 제가 윤하 씨를 경호원으로 모시고 싶어요. 제가 마침 경호원이 부족하거든요. 윤하 씨처럼 실력이 좋은 분 한 분만 계신다면 제 안전은 걱정할 필요 없을 것 같아요.”정윤하도 웃으며 대답했다.“별말씀을요. 아저씨 마음에 담아두지 마세요.”은인이라고 표현하지 않아도 된다.정윤하는 수많은 사람을 도와줬지만 소지훈이 가장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역시 대표라서 그런지 인성이 훌륭했다.소지훈은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하느님도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다.소지훈의 사업이 점점 더 좋아질 것이다.“어느 때인가 제가 지금의 직업이 지겹다고 느껴지면 아저씨께서 저에게 경호원 일자리를 소개해 주세요. 제가 직업의 귀천을 가리지 않거든요. 자신의 손으로 돈을 당당하게 벌 수만 있으면 돼요.”“훔치거나 도둑질하는 일이 아니면 모두 받아들일 수 있어요.”정윤하는 자기가 무술을 잘하는 것 외 아무런 장점도 없다고 생각했기에 일자리를 구함에 있어서 직장의 종류를 따지지 않고 직업을 가질 수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다.직업의 종류를 마다하지 않고 꾸준히 열심히 하면 언젠가 우수한 성적을 이룰 수 있다.소지훈이 말했다.“제가 윤하 씨 일자리를 남겨둘게요. 일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면 언제든지 연락해주세요. 저의 경호원으로 일하신다면 윤하 씨 요구를 모두 만족시켜 드릴 수 있어요.”“네, 직장을 옮기고 싶을 때 아저씨께 꼭 연락드릴게요.”두 사람은 가는 길 내내 이야기를 나누었다.관성 호텔에 도착한 소지훈은 거리가 너무 짧다고 아쉬워했다.진작 알았으면 방향을 바꿔서 에돌아 오면 정윤하와 더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을 것이다.첫 만남에 정윤하가 소지훈을 ‘살려’주었는데 정말로 그렇게 한다면 그녀가 소지훈에 대한 좋은 인상이 망쳐질 수도 있었다.차는 관성 호텔 입구에 멈추었고 소지훈은 정윤하를 바라보았다. 정윤하는 밝고 아름다운 여자였다. 그녀의 아름다움과 멋진 분위기를 보며 소지훈은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들었다.정윤하의 옆모습도 무척 아름다웠다.
소지훈은 차에서 내려 정윤하를 향해 작별 인사를 했다. 그리고 그녀가 관성 호텔로 들어가는 모습까지 모두 지켜보았다. 그는 정윤하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바라보다가 그제야 차를 타고 돌아갔다.그는 먼저 휴대 전화를 꺼내 자신의 유능한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상대방이 전화를 받자 소지훈이 물었다.“다들 부상 상황은 어때?”“도련님, 우리 미래의 사모님 실력이 너무 강해요. 다들 상처를 입어 전부 병원에 입원해서 치료를 받아야 하거든요.”비서가 정윤하를 미래의 사모님이라고 부르는 소리를 들은 소지훈의 눈가에는 만족한 듯한 웃음기가 드러났다.사모님이라... 그는 이 호칭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소지훈의 운명의 여신이 아니었던가.그는 자신의 여신이 점점 더 좋아졌고 점점 더 만족하고 있었다.하느님은 여전히 소지훈에게 잘 대해주셨다. 그에게 이렇게 성격이 시원한 여자를 주선해 주어 진정한 남자로 될 기회를 주셨기 때문이다.가장 마음에 걸리는 것이 바로 소지훈이 정윤하보다 열 살 위였다느 점이다. 정윤하가 소지훈이 나이가 너무 많다고 싫어할지는 모른다.소지훈은 단 한 번도 자신이 늙었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남자는 이 나이가 꽃다운 나이에 속했다. 게다가 그는 관리도 아주 완벽히 잘해서 20대처럼 보였다. 겉으로 보면 그는 절대로 34세로 보이지 않았다.하지만 정윤하와 마주 서면 소지훈은 자신이 늙었다고 느껴졌다.소지훈이 열 살 되였을 때쯤 정윤하가 막 태어났을 때였다.정윤하의 성격을 생각하던 소지훈은 그녀가 자신에게 빠진다면 절대로 자신이 늙은 점을 개의치 않으리라 생각했다.“그럼 모두 입원해서 치료하도록 해. 병원비와 영양비 그리고 기타 비용도 모두 계산해 주고. 또한, 그들의 앞으로 3개월 동안 월급을 3배 올려줘.”소지훈의 인생사를 위해 다친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부하들이 다치면서도 이익도 얻지 못하게 해서는 안 되었다.소지훈은 앞으로 3개월 동안 월급을 세 배로 올려 주기로 했다.비서가 웃으며 말했다.“한 달만 월급 3배
그렇게 깊은 밤이 지나갔다.다음 날 아침, 레아닐 아파트.하예진은 아들의 책가방을 챙겨 들고 방문 앞으로 걸어가면서 재촉했다.“우빈아, 좀 빨리 움직여. 늦었어.”우빈이는 어물어물하다가 방에서 자신의 신발을 들고나와서 소파 위에 앉아 천천히 신발을 신었다.그리고 입을 열었다. “엄마, 나 오늘 유치원 안 가면 안 돼?”유치원에 다니기 전에 우빈이는 유치원에 다니는 것이 재미있다고 생각했다.유치원에 지원하러 갔을 때도 녀석은 유치원에서 놀다가 엄마가 데려가려고 하자 집에 가기 싫어서 울기도 했다.한동안 유치원에 다니던 우빈은 집에서 노는 게 더 재미있다고 생각했다.엄마가 그를 데리고 다니지 못하면 이모 회사로 갈 수도 있고, 안 되면 이모부 사무실에 가거나 이모 집에 가도 된다.유치원에 가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다고 생각했다.가장 중요한 것은 유치원에 다니면서 녀석은 매일 일찍 일어나야 했기에 예전처럼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지 못했다.엄마는 출근해야 하므로 일찍 유치원에 가야 했고 우빈이는 매일 유치원에서 가장 먼저 유치원에 도착하는 어린이로 되였다.“아프지도 않은데 왜 유치원에 가기 싫어?”하예진은 문을 열면서 고개를 돌려 아들에게 물었다.우빈이가 대답하기도 전에 하예진은 또 입을 열었다.“준호보다 더 잘하고 싶다며. 준호는 너처럼 며칠동안 유치원에 다니다가 또 다니고 싶지 않다는 말을 안 하거든.”우빈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예진은 다시 몸을 돌려 걸어가 아들의 맞은편에 앉았다.그녀는 아들의 신발 신는 것을 돕지 않았다. 녀석이 직접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스스로 하게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아들, 엄마에게 말해봐. 왜 유치원에 가기 싫어? 유치원에서 친구들이 널 괴롭혔어? 선생님은 너에게 잘해주고?”우빈이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친구들 모두 좋아요. 저를 괴롭히지도 않아요. 저도 남을 괴롭히지도 않는걸요. 저는 무술을 배워본 사람인데 어떻게 남을 괴롭히겠어요. 선생님도 저한테 잘해줘요.”우빈의 무술 실력은
하예진은 아들을 다시 안으며 한결 부드러워진 어조로 말했다.“요즘 엄마가 너무 바빠서 우빈이와 놀아주지도 못하고 소홀히 대했어. 이틀만 유치원에 다니고 주말이 되면 엄마랑 바닷가로 놀러 갈래?”“이모도 가요?”“이모와 이모부랑 그리고 사촌 이모도 다 같이 가자.”우빈은 엄청나게 기뻐하면서 말했다.“좋아요! 미안해요, 엄마. 다시는 유치원에 가지 않겠다는 말 안 할게요.”하예진은 아들을 풀어주면서 웃으며 말을 이었다.“우빈이가 엄마 이해해줘서 엄마 너무 기뻐. 우빈이는 잘못을 저지르고 바로 고치는 착한 아이니까. 엄마는 우빈이가 너무 좋아.”그러더니 하예진은 아들의 작은 얼굴에 뽀뽀했다.녀석도 엄마에게 뽀뽀해 주었다.“엄마, 우리 유치원에 가요.”우빈이는 엄마 손을 잡고 집 문 앞으로 걸어갔다.그리고 엄마에게 또 말을 건넸다.“엄마, 제 가방은 제가 들게요.”하예진은 가방을 건네주었고 우빈이는 스스로 가방을 메고 엄마와 함께 집을 나섰다.집 문을 나선 우빈이는 옆에 서서 엄마가 문을 잠그기를 기다렸다.하예진은 문을 꼭 잠그고 돌아서서 아들의 손을 잡으려는데 한 남자가 멀지 않은 곳에 서서 하예진 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그 남자는 바로 어젯밤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술에 취한 남자였다.취객은 어젯밤보다 많이 깨어 있는 것 같았지만 사람을 바라보는 눈빛은 여전히 섬뜩했다.그 남자는 하예진을 노려보았고 하예진은 바로 아들을 안고 자리를 떠나려는데 그 남자가 갑자기 씩 웃으며 입을 열었다.“여기서 사셨군요.”하예진은 순간 공포에 휩싸였다.그녀는 못 들은 척하고 아들을 안아 들어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고 같은 층에 사는 아주머니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장을 보려는 모습을 보더니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이모, 아까 그 남자 봤어요? 우리 층에 살았었나요? 그전에는 보지 못한 것 같은데.”하예진은 사이가 가까운 이웃집 아주머니와 인사를 나누면서 물었다.아주머니가 대답했다.“술 냄새 나는 그 남자요? 맨 위층에 사는 남
그러자 그 아주머니는 하예진의 앞을 가로막아 남자 취객이 하예정을 보지 못하게 했고 이야기하는 척하면서 하예진에게 물었다.“애 아빠는 곧 돌아오는 거죠?”하예진도 말을 이었다.“곧 도착해요.”주형인은 조금만 더 입원하다가 퇴원할 수 있었다.확실히 곧 돌아올 것이다. 물론 하예진이 사는 곳으로 돌아오는 것은 아니지만.그녀는 주형인과 이미 이혼한 지 1년이 되어갔다.아주머니는 또 우빈이를 보며 물었다.“아빠 보고 싶어?”우빈이는 솔직하게 대답했다.“보고 싶어요. 우리 엄마가 저를 데리고 주말에 아빠 보러 갔는걸요.”아주머니가 웃으며 말했다.“주말에 아빠를 보러 갔구나.”우빈은 고개를 끄덕였다.아주머니는 일부러 취객에게 하예진의 집에 남자가 있다는 걸 알게 하려고 말을 내뱉었다. 하예진의 남편이 출장 갔다가 곧 돌아오니 하예진을 건드리지 말라는 의미였다.술 취한 남자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1층에 도착했고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그 아주머니는 얼른 하예진 모자를 끌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그 술 취한 남자는 가만히 서 있었고 하예진이 그의 곁을 지나갈 때 그는 나지막이 말했다.“제가 당신을 밤새 찾았거든요. 당신 이혼했다는 사실을 저도 알고 있어요.”하예진의 안색은 바로 어두워졌다.남자 취객은 일찍부터 그녀에게 눈독을 들였던 것이다.어젯밤 노씨 가문의 경호원이 하예진을 위층으로 데려다주었을 때 취객을 의식한 하예진은 자신이 사는 층에서 내리지 않고 몇 층 먼저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하지만 남자 취객이 그녀가 어느 층에 사는지 알고 싶어 밤새 찾으러 다닐 줄은 몰랐다.그리고 그녀가 이혼한 여자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하예진은 엘리베이터에서 나오자마자 아들을 안아 들고 빠른 걸음으로 아파트 밖으로 나갔다.사실 레아일 아파트는 아주 안전한 아파트였다. 이곳에 사는 주민들은 도둑맞거나 위험한 일을 당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이 술 취한 남자도 실연당하기 전에는 아마 정상적인 남자였을 것이다.그 남자는 지금 하예진에게 아
하예진은 한참을 침묵하더니 그제야 입을 열었다.“우빈이 이모부께서 우빈에게 별장을 하나 사주셨거든. 그것도 엄청나게 크고 아름다운 별장으로. 우빈이 이모가 사는 그런 별장을 사주셨어. 하지만 엄마가 계속 받아들이지 않았어.”“엄마가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건 돈 많이 벌어서 우리 우빈이를 공부도 시키고 좋은 생활도 마련해 주기 위해서야. 그리고 우빈이 이모의 든든한 후원자로 되고 싶었거든.”“엄마는 네 이모부의 별장을 받아들이면 네 이모에게 누를 끼치게 될 것 같아.”“사람들이 우리가 네 이모 덕에 사돈의 돈을 받아서 쓴다고 말하는 게 너무 싫어. 엄마가 돈을 많이 벌면 언젠가는 엄마의 능력으로 그런 별장에서 살 수 있을 거라 믿었거든.”“동명 아저씨와 정남 아저씨도 모두 그 부근에 별장이 있대. 우리가 이모의 별장을 받아들여 이사하게 된다면 지금보다 훨씬 안전할 거야. 엄마도 고민이야. 그 집을 받아들일지 말지.”“방금 만난 술에 취한 아저씨 일을 네 이모에게 알린다면 분명 우리 때문에 엄청나게 걱정하실걸. 하지만 말하지 않는다면, 또 앞으로 사고라고 나게 되면 네 이모가 깜짝 놀라게 될지도 몰라.”“네 이모가 금방 임신해서 너무 놀라면 안 되는데.”하예진은 무척 갈등했다.그 술 취한 남자는 지금 그녀에게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기게 될지 누가 알겠는가.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하예진은 아들이 걱정 되었고 자신 때문에 힘들어하는 여동생이 많이 놀랄까 봐 더 걱정했다.우빈은 겨우 3살 어린 아이였다. 녀석은 엄마의 걱정을 덜어드릴 수 없었다.“저는 이모와 함께 살고 싶어요. 동명 아저씨랑 정남 아저씨랑 함께 살아도 돼요.”아들이 대답한 말을 듣자 하예진은 결국 피식 웃고 말았다. 3살짜리 아이가 알아들을 리가 없었다.아들이 아무리 똑똑해도 겨우 세 살인데 엄마를 도와 이런 문제들을 분석할 수 없었다.유치원에 도착하자 하예진이 차를 세웠다.우빈이는 스스로 안전벨트를 풀고 그의 작은 가방을 메고 스스로 문을
전현민도 벙글벙글 웃으면서 말했다.“그래, 이건 세상에 둘도 없는 경사야. 우리는 기뻐서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고 싶다. 이진아, 이미 이르지 않으니 어서 운초랑 들어가 절차부터 밟아. 직원들 퇴근 시간이 다 되어간다.”부모님의 재촉을 받은 전이진은 여운초의 손을 잡고 어머니 손으로부터 가족관계등록부와 다이아몬드 반지를 받아서 구청 안으로 걸어갔다.명해은 부부는 돌아가지 않고 밖에 서서 두 사람이 나오기를 기다렸다.전현민은 아내 쪽으로 고개를 기울이며 말했다.“이러고 있으니 32년 전에 우리 둘이 이곳에 와서 결혼 증명서를 받던 날이 생각나네. 마치 어제 발생한 일과 같은데, 벌써 우리 큰아들이 이곳에 오다니... 세월이 참 빠르긴 빨라. 우리도 늙을 때가 되긴 됐나 보네.”그는 아내의 손을 잡으면서 말을 이었다.“난 당신과 백년해로하겠다고 약속했었지.”명해은도 감격해서 말했다.“그러게요, 세월이 유수와 같다는 말이 딱 맞아요. 난 아직도 자신이 18살인가 하는데 우리 큰아들이 벌써 서른이네요. 우린 정말 늙었나 봐요. 부인하려야 부인할 수가 없네요.”“당신은 조금도 안 늙었어. 내 눈에는 당신이 관음보살과 같이 해마다 18살이야.”명해은은 몸 관리를 잘해서 전이진과 함께 나가면 모르는 사람들이 두 사람을 남매로 착각할 정도였다.전현민도 몸 관리를 잘하는 편이었지만, 젊은 시절에 전씨 가문의 사업에 몰두했기에 심신이 많이 상해서 귀밑머리가 희끗희끗 해졌다.은퇴한 후,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몇 번 염색은 했었지만, 그래도 아내와 같이 서면 아내보다 10살은 더 많아 보였다. 사실, 두 내외는 불과 한 살 차였다. 명해은은 남편의 칭찬에 웃음보를 터뜨렸다.“나도 해마다 18살이 되고 싶지만 그렇게 안 되네요. 내가 아무리 몸 관리를 잘한다 해도 늙기 마련인걸요.”“내가 당신과 함께 늙어 갈 테니 두려워하지 마. 내가 당신보다 훨씬 늙어 보여.”명해은은 웃으면서 말했다.“전 두려울 것 없어요. 당신만 내 곁에 있어 준다면 하늘이 무너
여운초도 더는 사양하지 않았다.그녀는 다만 전이진을 대신하여 은행카드만 보관할 뿐일 것이었다. 그가 돈 쓰는 것을 제한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녀도 그의 돈을 쓸 일이 없을 테였다.전이진은 그녀의 볼에 입을 맞추고 나서 다시 그녀를 보면서 벙글벙글 웃었다.보면 볼수록 사랑스럽기만 했다.“왜 계속 날 보면서 웃어요?”“좋으니까. 운초 씨, 나 지금 너무 좋아. 그냥 웃고 싶은 걸 어떻게 참아?”이렇게 대답하면서도 그는 또 웃었다.그러는 전이진을 지켜보는 여운초도 참지 못해 웃음보를 터뜨리고 말았다.둘이서 한참 동안 알콩달콩한 후 전이진이 시계를 보니 어머니가 도착할 시간이 다 되었다. 그는 약혼녀를 보면서 말했다.“운초 씨, 엄마가 곧 도착할 것 같으니 우리 지금 출발해. 우리가 구청에 도착하면 아마 엄마도 도착하실 거야.”그는 꽃집에 가서 장미꽃 한 다발을 사야 했다.여운초가 불시에 결혼 신고하자는 바람에 그가 아직 준비는 못 했지만, 지금이라도 늦지 않으니 서둘러야 했다.꽃다발, 다이아몬드 반지 둘 중 하나도 빠뜨리지 않을 것이었다.그녀는 자신이 한평생 소중히 여길 여자임으로 절대로 서운하게 할 수 없었다.“그래요.”그가 일어나면서 그녀를 향해 손을 내밀자, 여운초도 편안하게 자신의 손을 그의 커다란 손바닥에 올려놓은 채 그에게 이끌려 일어섰다.두 사람은 손을 꼭 잡고 밖으로 걸어 나갔다.자고로‘그대의 손만 잡고 이생의 끝까지 살아간다.’라고 했다.그녀는 전이진과 백년해로하고 평생 금실이 좋기를 원했다. 시부모님처럼 애들이 부러울 정도로 몇십 년 동안의 결혼생활을 첫 사람처럼 달콤하게 지내길 원했다.여운초는 저의 집에 있는 차를 안 타고 전이진이 운전하는 차를 타기로 했다.그녀에게는 운전면허증이 없었다. 그녀가 16살 때부터 앞을 보지 못했기에 운전면허를 딸수 없었던 것이었다.집에 있는 운전기사는 전이진이 그녀에게 보낸 경호원인데 그녀를 보호할 수 있을 뿐만아니라 운전도 해줄 수 있었다.20분 뒤.구청 입구명해
“운초씨, 잠깐만 기다려. 내가 엄마한테 당장 전화할게.”전이진은 약혼녀의 볼에 입을 맞춘 후, 바로 어머니한테 전화를 걸었다.명해은은 전화벨이 한참 울린 뒤에야 전화를 받았다.“엄마, 오늘 시간 돼요?”“이제 방금 일어났어. 오늘은 별일 없어서 시간이 남아돌아. 왜? 아들, 엄마 도움이 필요해?”명해은이 잠기가 채 가셔지지 않은 목소리로 물었다.아들이 다 크니 부모로서 해줄 수 있는 일이 점점 적어졌다.애들한테 더는 필요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명해은은 너무 일찍 맛봤다.“저와 운초 씨가 점심 전에 혼인신고를 마치려 하는데 제가 가족관계등록부를 안 가져왔어요. 엄마 혹은 아버지가 지금 저한테 가져다줄 수 있어요? 혹은 누군가에게 부탁해서 보내줘도 되고요. 제가 돌아가서 가져오면 시간이 지체되어 아마도 오후나 돼야 절차를 밟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오후까지 못 기다리겠어요.”가족관계등록부만 손에 가지고 있다면, 전이진은 지금이라도 여운초를 데리고 혼인 신고하러 갔을 테였다.진정으로 여운초가 좋아진 그 시각부터 그는 그녀와 결혼하기를 원했다.하지만 그때의 여운초는 앞을 보지 못했기에 훌륭한 전이진을 앞두고 자비감에 모대기었다. 전이진의 사랑마저 그녀는 오랫동안 망설이다가 받아들인 것이었다.그녀는 전이진이 자신의 눈을 고쳐주기 위해 정 선생을 찾으러 여러 번 예진 리조트를 드나들었다는 사실을 알고 남은 인생을 그와 함께하기로 하고 약혼을 한 것이었다.그래도 그녀는 진정으로 그를 볼 수 있을 때 가서 결혼하기를 원했다.그녀는 자기와 결혼할 남자가 어떻게 생겼는가를 알고 싶다고 했다.전이진이 곧 시어머니로 될 사람에게 하는 말을 들은 여운초의 얼굴은 또다시 붉게 물들었다.‘이 사람 뭐가 그리 급해...’이 반가운 소식을 들은 명해은은 순식간에 잠기가 싹 사라진 듯했다. 그녀는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다.“시간이 있고말고, 엄마 시간은 남아돌고 있으니 금방 가져다줄게. 넌 지금 여씨 저택에 있니? 아니면 회사에 있니?” “저는 지금
그는 자신의 사람 보는 안목을 믿을 뿐만 아니라, 할머니도 믿었다. 그는 그녀와 긴 시간을 함께하면서 그녀의 인품, 일하는 스타일 등을 천천히 알게 되었다.“혼인신고를 하고 나면 한평생 같이 살아야 해요. 나는 이혼 따위는 할 마음이 없으니 잘 생각해서 결정해요. 당신처럼 훌륭한 남자는 앞으로도 나보다 더 좋고, 당신한테 더 잘 어울리는 여자를 만날 수도 있어요. 그때 가서 이 결혼은 할머니가 강요하셔서 한 거라고 하면서 그 여자야말로 당신의 진정한 사랑이니 어쩌니 해도 난 당신을 놓아주지 않을 거예요.”전이진은 손가락으로 가볍게 그녀의 코끝을 살짝 건드리면서 말했다.“넌 아직도 바깥사람들이 우리 전씨 집안 남자들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몰라? 전씨 집안 남자들은 모두 아내한테 일편단심이야. 전씨 집안의 가훈에는 결혼 후 한평생 가정에 충실해야 하고 혼인에 충실해야 하며 바람을 피워선 안 되고 이혼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되어 있어.”“누구든 가훈을 어기는 즉시, 전씨 가문에서 쫓겨나서 더는 전씨 일가와 상관없는 사람으로 돼버려.”“그리고 내가 당신과 결혼하는 것은 할머니가 당신을 선택하셨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이야. 그렇지 않다면 할머니가 강요하셔도 소용없어.”전이진은 핸드폰을 꺼내 들고 전화를 걸었다.“누구한테 전화하려고요?”여운초는 그가 할머니에게 전화 드리려나 싶어서 한마디 물었다.“내가 가족관계등록부를 몸에 지니고 다니진 않아. 우리가 혼인신고를 하려면 내 가족관계등록부도 필요할 거 아니야. 내가 엄마한테 전화해서 급히 가져다 달라 하면 우리가 점심 전에 혼인신고 절차를 다 끝낼 수 있을 거 같아.”결혼 증명서를 받고 나면 그들은 합법적인 부부가 될 것이었다.전이진은 여태 자기가 한시 급히 여운초랑 결혼하여 그녀를 아내로 맞아들이고 싶어 한다는 마음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었다.애초에 여운초는 시력이 회복되어 그를 볼 수 있어야만 결혼할 수 있다고 말했다.그래서 그는 이날을 기다리고 또 기다려왔다. 끝내 그녀의 눈
게다가 그의 아버지는 또 법을 어기는 일까지 했다.비록 모든 불법적인 장사는 이미 압류당했고 관련된 금액도 그다지 큰 편은 아니었지만, 이로 인해 여씨 그룹의 이미지가 크게 훼손되어 주가가 폭락하고 매출액이 바닥을 쳤으며 여씨 그룹의 재산도 많이 수축했다.큰누나가 여씨 그룹을 이어받은 후, 한동호 형님과 힘을 합쳐 천신만고 끝에 여씨 그룹을 이끌고 이 힘든 고비를 넘긴 셈이었다.이런 얘기를 큰누나는 그한테 한 적 없었지만, 그는 한동호 형님과 매형을 통해서 알게되었다.비로소 그는 큰누나의 홀가분해 보이는 말투 속에 얼마나 많은 쓰라림이 숨겨져 있는가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비록 큰누나가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그의 어머니와 아버지를 감방으로 보내긴 했지만, 그것은 그의 부모님이 죄를 지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비록 큰누나의 대의멸친을 받아들이긴 힘들었지만, 이해만은 할 수 있었다.현재 여씨 그룹은 큰누나가 통제하고 있지만, 큰누나가 그에게 한 말이 있었다. 자기가 가져야 할 재산은 한 푼도 양보하지 않지만, 자기가 가지지 말아야 할 재산은 한 푼도 탐하지 않는다고. 그가 물려받아야 할 재산은 언젠가는 돌려줄 것이었다.설사 둘째 누나가 소송을 일으킨다 해도 그와 둘째 누나 단둘의 소송일 것이었다.큰누나는 단지 여천우 부모님에게 속하는 재산만 그에게 돌려줄 것이었다. 그의 부모님에게 자식이라곤 그와 둘째 누나밖에 없으니 설사 둘째 누나가 소송을 일으킨다 해도 상대는 그일 수밖에 없었다.“누나, 나 먼저 수업 들으러 들게. 수업이 끝나는 대로 휴가 내서 돌아갈 테니 그때 천천히 얘기해.”“알았어, 얼른 가서 수업 봐.”동생과의 통화를 마친 여운초는 동생의 말대로 그의 부모님의 물건들을 그의 방으로 옮겨 놓았다.여운별 방의 물건은 여운초가 기분을 봐서 언제든 연락하여 가져가라고 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앞으로 그와 여운별은 남남일 것이었다.“아가씨, 진씨 가문의 둘째 도련님이 오셨습니다.”여운초는 알았다고 하면서 핸드폰을 손에
“어쨌든 우리 여씨 가문의 재산은 운별 누나가 망치게 해서는 안 돼요. 그리고 우리 두 큰고모도 틀림없이 운별 누나를 달래서 모든 재산을 빼앗으려 할거에요. 운별 누나는 사람 말을 너무 잘 믿어서 조금만 달래면 뭐든지 나누어 줄 거에요.”여천우가 이렇게 한 이유는 단지 여씨 가문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일 뿐이다.추미자 부부가 그들의 명의로 된 재산을 여천우에게 물려주게 하고 또 여천우는 그 재산들을 모두 여운초에 돌려줄 셈이다. 여천우는 여운초의 사람 됨됨이를 믿었다.여천우는 여운초가 그녀의 재산이 아니면 탐내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지금의 여운초도 그의 재산을 탐낼 필요가 없었다. 약혼자 전이진의 집에 재산이 엄청 많아서 전씨 가문의 둘째 사모님인 여운초는 여천우의 그깟 재산을 손에 넣지 않을 것이다.“누나, 우리 부모님 명의로 된 합법적 재산이 얼마나 남았어?”여천우는 부모님이 이전에 하신 부분적인 사업들이 법에 어긋난 사업들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 불법적인 사업들은 이미 차압되었고 따라서 그 수입도 이미 몰수되었다. 그가 물려받을 수 있는 것은 단지 부모님의 합법적인 소득뿐이었다.여운초가 대답했다.“불법적인 사업과 모든 수익은 차압되거나 몰수됐어. 여씨 가문 기업은 법에 어긋난 사업을 하지 않았어. 다행히 네 아버지께서 여씨 그룹을 불법적인 사업에 손을 대지 않게 했지. 지금 여씨 그룹이 하는 사업은 모두 합법적인 사업이야.”“여씨 그룹의 주식은 우리 아버지가 대부분을 차지하셨어. 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 우리 아버지께 대부분 주식을 나눠주셨지. 게다가 아버지 본인도 주식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아버지는 주식의 절반을 차지하고 계셨거든. 그리고 나머지는 너의 아버지와 다른 소액주주들의 것으로 되었지. 현재 여씨 가문 주식 가격에 네 부모님 명의로 된 부동산 몇 채를 합치면 마침 200억 원 조금 넘을 거야.”여천우 친아버지 여태웅은 20여 년 전 추미자와 함께 친동생을 살해했을 뿐만 아니라 경제 범죄 때문에 중형
틀림없이 누군가가 여운초를 건드려 자극했을 것이다.여운초는 오랜 한을 억누르고 있었는데 누군가에 의해 폭발한 게 틀림없었다. 하여 추미자 부부의 방 안에 있는 물건들을 비우려고 했을 것이다.또 하나, 여운초는 추미자 부부방의 비밀번호를 몰랐다. 심지어 여천우조차도 몰랐다.추미자는 여천우가 여운초의 편을 든다고 많은 일을 여천우에게 알려주지 않았다.여운초도 사실대로 여운별이 일찍 감옥에서 나와 오늘 아침에 여씨 가문의 별장에 쳐들어온 사실을 여천우에게 알려주었다.여천우가 그 사실을 듣더니 한숨을 쉬었다. 알고 보니 사고뭉치였던 여운별이 나와서 사고를 친 것이다.여씨 가문은 또 시끄러워질 것이 뻔했다.여천우는 여운초에 말했다.“우리 부모님 방에 있던 물건들을 전부 내 방에 가져다줘. 그리고 운별 누나 물건은 운별 누나가 가져가게 해. 그리고 운별 누나 방도 깨끗이 치워.”여천우는 그 별장이 여운초의 별장이었기에 여운초가 여운별이 그 별장에서 살기를 원하지 않으면 여운초를 존중해 주고 싶었다.여천우는 여운별이 예전에 어떻게 여운초를 괴롭혔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여운별을 도와 여운초에게 사정하지 못했다.여운별이 감옥 안에서 일찍 나온 것도 아마 감옥에서 잘 보이기 위해 자신의 실제 성격을 잘 감추고 있었을 것이다.“그리고 누나, 운별 누나가 소송을 걸어 재산을 나누려고 하면 나에게 알려줘. 재산을 너무 많이 주면 다 써버릴 거야. 아무리 많은 재산일지라도 운별 누나는 분명 다 탕진 할걸. 아무것도 모르면서 성질만 부리면서 돈만 쓰잖아.”여천우는 여씨 그룹을 여운초에게 맡기면 마음 편히 공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정말이지 밤새 뛰어와서 여운별을 막고 싶었다.여천우는 두 누나의 인성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여운별은 어려서부터 부모님이 응석받이로 키웠기에 패가망신할 사람이었다.“절대로 운별 누나에게 재산을 나누어 주면 안 돼. 내가 지금 휴가를 내고 돌아갈게. 감옥으로 가서 우리 부모님을 만나 그들의 명의 아래에 있는 재산을
여미란은 추미자가 살아서 나올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여미란은 마음속 깊이 추미자를 좋아하지 않았다. 여씨 가문의 사모님 추미자는 먼저 여미란의 남동생에게 시집간 뒤로 그 남동생을 죽이고 또 여미란의 오빠에게 시집갔지만 지금 그 오빠마저도 감옥으로 들어갔다.여미란의 동생이 죽었다고 해도 그녀의 오빠와 관계가 없을 수 없었다. 물론 그 화근은 역시 추미자였다.여미란의 오빠가 추미자와 정정당당하게 함께 있기 위해 동생을 죽인 것이다.여운초에게 복수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여운초는 지금 전씨 가문의 둘째 사모님이었고 전씨 가문이 그녀의 배후에 서 있었기에 여미란 일행은 감히 여운초를 찾아 복수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여미란은 마음속으로 여운초를 수천 번, 수만 번 욕하면서 자신을 달래곤 했다.여운초는 여운별이 여씨 가문을 떠나 어디로 갈지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최씨 집안과 김씨 집안이 여운별의 피를 빨아들이도록 내버려 두기로 했다.예전에 여미란 자매의 집에 재산이 많았지만 늘 친정집에서 이득을 보려고 애썼다.이제 최씨와 김씨 집안은 부귀한 생활에 익숙해져 꿈에서라도 부자들의 세계로 돌아가고 싶어 하던 찰나에 여운별이 스스로 찾아와 도움을 청하게 되었기에 그녀의 피를 빨아먹을 수 있는 희망이 생겼다.그때가 되면 여운별은 그녀의 손에 쥐어진 적디적은 재산을 가지고 두 집안에 의해 피를 빨리게 될 것이 뻔했기에 여운초는 곁에서 재미있는 광경을 지켜만 보면 되었다.여운초가 여천우와 말했듯이 여운초는 자신의 재산을 일전 한 푼도 그들에게 주지 않을 것이지만 자신의 재산이 아닌 것은 전부 그들에게 돌려줄 것이다.추미자는 예전에 화려하고 웅장하게 꾸며진 큰 방에서 살았지만 정작 별장 주인인 자신이 가정부와 함께 방을 쓰게 된 기억을 떠올린 여운초는 집사에게 지시했다.“이 방을 깨끗이 청소하세요. 이 방을 다시 새로 꾸밀 거예요.”이 큰 방이 바로 주인의 방이다.여운초는 먼저 금고를 그녀가 지금 사는 방으로 옮기라
정현숙의 전화가 연결되지 않자 여운별은 자신의 큰고모 여미란에게 전화를 걸었다.여미란이 전화를 받지 여운별이 입을 열었다.“큰고모, 제 물건을 돌려받았어요. 제가 지금 돈이 있으니 고모께서 저에게 아파트 한 채를 찾아 세 들어주시면 좋겠어요. 제가 그곳에 잠시 머물다가 운초에게 소송을 걸어 재산을 많이 분배받으면 그때 큰 별장을 구매할 거예요.”여운별이 그녀의 물건을 가져갔다는 말에 여미란은 바로 물었다.“들어갔어? 들어갔으면 왜 그 집에서 살지 않고. 별장에 살면 얼마나 좋아. 세 들어 살면 돈도 따로 나가야 하는데.”여운별은 한참을 말이 없다가 그제야 말을 이었다.“우리 일단 만나요. 생각처럼 쉽지 않더군요. 제가 지금 차에 기름 넣으러 가야 해요. 그리고 고모 찾으러 갈게요. 둘째 고모와 사촌 오빠들에게 점심에 제가 밥을 사드린다고 전해주세요. 요 이틀 동안 사촌 오빠들 덕분에 잘 지낼 수 있었어요. 제가 성격이 나쁘고 제멋대로지만 배은망덕한 사람은 아니에요. 저는 저에게 잘해주신 사람들을 모두 마음에 담아두거든요.”“지금 제가 좀 초라하긴 하지만 제가 우리 재산을 되찾으면 절대로 고모들께 푸대접하지 않을 거예요. 제가 반드시 고모들을 도와 지난날처럼 부자 생활을 할 수 있게끔 도울 거에요.”그림의 떡은 누구나 다 그릴 수 있었다.여운별도 그림의 떡으로 두 고모를 달래려고 했다.그리고 그녀가 정말 소송에서 이겨 자신의 재산을 가질 수만 있다면 적어도 수백억의 재산을 가질 수 있다고 믿었기에 두 고모의 집안에 돈을 조금 주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두 사촌 오빠들을 도와 일자리를 하나 더 마련해주겠다고 생각했다.여운별은 회사에 관한 일을 잘 몰랐기 때문에 여씨 그룹으로 돌아가면 지인에게 회사 일을 도와달라고 해야 했다.두 고모 댁의 사촌 남매는 항상 그녀에게 잘 대해주었다. 심지어 사촌 남매들이 그녀에게 비위를 맞춰주기 위해 그녀에게 잘해줄지라도 여씨 그룹을 그들에게 맡기고 싶었다. 누가 뭐라 해도 사촌 형제들은 여씨 그룹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