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자 그 아주머니는 하예진의 앞을 가로막아 남자 취객이 하예정을 보지 못하게 했고 이야기하는 척하면서 하예진에게 물었다.“애 아빠는 곧 돌아오는 거죠?”하예진도 말을 이었다.“곧 도착해요.”주형인은 조금만 더 입원하다가 퇴원할 수 있었다.확실히 곧 돌아올 것이다. 물론 하예진이 사는 곳으로 돌아오는 것은 아니지만.그녀는 주형인과 이미 이혼한 지 1년이 되어갔다.아주머니는 또 우빈이를 보며 물었다.“아빠 보고 싶어?”우빈이는 솔직하게 대답했다.“보고 싶어요. 우리 엄마가 저를 데리고 주말에 아빠 보러 갔는걸요.”아주머니가 웃으며 말했다.“주말에 아빠를 보러 갔구나.”우빈은 고개를 끄덕였다.아주머니는 일부러 취객에게 하예진의 집에 남자가 있다는 걸 알게 하려고 말을 내뱉었다. 하예진의 남편이 출장 갔다가 곧 돌아오니 하예진을 건드리지 말라는 의미였다.술 취한 남자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1층에 도착했고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그 아주머니는 얼른 하예진 모자를 끌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그 술 취한 남자는 가만히 서 있었고 하예진이 그의 곁을 지나갈 때 그는 나지막이 말했다.“제가 당신을 밤새 찾았거든요. 당신 이혼했다는 사실을 저도 알고 있어요.”하예진의 안색은 바로 어두워졌다.남자 취객은 일찍부터 그녀에게 눈독을 들였던 것이다.어젯밤 노씨 가문의 경호원이 하예진을 위층으로 데려다주었을 때 취객을 의식한 하예진은 자신이 사는 층에서 내리지 않고 몇 층 먼저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하지만 남자 취객이 그녀가 어느 층에 사는지 알고 싶어 밤새 찾으러 다닐 줄은 몰랐다.그리고 그녀가 이혼한 여자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하예진은 엘리베이터에서 나오자마자 아들을 안아 들고 빠른 걸음으로 아파트 밖으로 나갔다.사실 레아일 아파트는 아주 안전한 아파트였다. 이곳에 사는 주민들은 도둑맞거나 위험한 일을 당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이 술 취한 남자도 실연당하기 전에는 아마 정상적인 남자였을 것이다.그 남자는 지금 하예진에게 아
하예진은 한참을 침묵하더니 그제야 입을 열었다.“우빈이 이모부께서 우빈에게 별장을 하나 사주셨거든. 그것도 엄청나게 크고 아름다운 별장으로. 우빈이 이모가 사는 그런 별장을 사주셨어. 하지만 엄마가 계속 받아들이지 않았어.”“엄마가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건 돈 많이 벌어서 우리 우빈이를 공부도 시키고 좋은 생활도 마련해 주기 위해서야. 그리고 우빈이 이모의 든든한 후원자로 되고 싶었거든.”“엄마는 네 이모부의 별장을 받아들이면 네 이모에게 누를 끼치게 될 것 같아.”“사람들이 우리가 네 이모 덕에 사돈의 돈을 받아서 쓴다고 말하는 게 너무 싫어. 엄마가 돈을 많이 벌면 언젠가는 엄마의 능력으로 그런 별장에서 살 수 있을 거라 믿었거든.”“동명 아저씨와 정남 아저씨도 모두 그 부근에 별장이 있대. 우리가 이모의 별장을 받아들여 이사하게 된다면 지금보다 훨씬 안전할 거야. 엄마도 고민이야. 그 집을 받아들일지 말지.”“방금 만난 술에 취한 아저씨 일을 네 이모에게 알린다면 분명 우리 때문에 엄청나게 걱정하실걸. 하지만 말하지 않는다면, 또 앞으로 사고라고 나게 되면 네 이모가 깜짝 놀라게 될지도 몰라.”“네 이모가 금방 임신해서 너무 놀라면 안 되는데.”하예진은 무척 갈등했다.그 술 취한 남자는 지금 그녀에게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기게 될지 누가 알겠는가.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하예진은 아들이 걱정 되었고 자신 때문에 힘들어하는 여동생이 많이 놀랄까 봐 더 걱정했다.우빈은 겨우 3살 어린 아이였다. 녀석은 엄마의 걱정을 덜어드릴 수 없었다.“저는 이모와 함께 살고 싶어요. 동명 아저씨랑 정남 아저씨랑 함께 살아도 돼요.”아들이 대답한 말을 듣자 하예진은 결국 피식 웃고 말았다. 3살짜리 아이가 알아들을 리가 없었다.아들이 아무리 똑똑해도 겨우 세 살인데 엄마를 도와 이런 문제들을 분석할 수 없었다.유치원에 도착하자 하예진이 차를 세웠다.우빈이는 스스로 안전벨트를 풀고 그의 작은 가방을 메고 스스로 문을
전태윤은 따뜻한 물 한 잔을 따라오더니 하예진에게 건네며 입을 열었다.“처형, 저희가 결혼식을 앞당겨 치를 예정이에요. 하늘 리조트에 있는 별장 저랑 예정이가 처형을 위한 마음이라고 생각하고 받아주세요.”하예진이 있는 곳이 바로 하예정의 친정집이니 결혼식 치를 때가 되면 하예정은 언니 집으로부터 출발하게 될 것이다.하예진은 물잔을 건네받고 웃으며 말했다.“제부, 저도 마침 이 일 말하려고 찾으러 온 거예요.”그 말을 들은 전태윤은 기뻐하며 곧바로 자신의 책상으로 돌아가 서랍 속에 있던 열쇠 뭉치를 꺼내왔다.그리고 그 열쇠 뭉치를 하예진에게 가져다주며 말했다.“처형이 허락하면 언제든지 별장 열쇠를 가져다주려고 열쇠는 항상 제가 간직하고 있었어요.”하예진은 따뜻한 물 한 모금 마시고 열쇠뭉치를 보았다. 물의 따뜻함이 마음마저 따뜻하게 해주는 것 같다.하예정과 전태윤은 하예진을 지극정성으로 대해줬다. 전태윤은 부잣집 도련님이었지만 한 번도 하예정을 싫어한 적 없을 뿐만 아니라 처형인 하예진마저 더없이 존경했다.하예정은 말할 것도 없다.그녀는 스스로 돈을 벌 수 있을 때부터 언니에게 효도하기 시작했다.하예진은 임신하고 아이를 낳아 가정주부가 된 뒤 남편의 인색함에 수입이 아예 끊기고 말았다. 그때 그녀는 동생이 은밀히 가져다준 돈에 의지하며 힘겹게 견뎌냈다.동생이 없었다면 하예진은 그 몇 년을 버텨내기 힘들었을 것이다.“제부, 그 별장 제가 받아줄게요. 하지만 조건이 하나 있어요. 가지는 게 아니라 제가 사는 거로 해요. 가격을 싸게 하더라도 공짜는 안 돼요. 그래야 제가 이사한 뒤에도 마음 편히 지낼 수 있죠.”전태윤은 하예진의 말을 듣자, 말문이 막혀 침묵을 지켰다.그는 하예진이 드디어 생각을 바꾼 줄 알았는데 아닌가 보다.다른 사람이라면 별장 하나를 돈 필요 없이 공짜로 준다면 엄청나게 기뻐할 텐데 하예진은 달랐다.그녀는 끝까지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들을 데리고 셋방을 쓰더라도 그의 부부가 주는 집은 받지 않겠다고 견지하여 전태윤
하예진도 전태윤이 한 번에 승낙할 리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알겠어요. 집에 가서 예정이랑 한번 얘기 나누세요. 그럼 전 레스토랑 가볼게요. 제부도 일 보고 계세요.”“처형 벌써 가시려고요?”하예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 제부는 일도 바쁘고 시간도 빡빡할 텐데 저 때문에 시간을 낭비하시면 제가 미안하죠. ”하예진의 임신 때문에 전태윤은 약속했던 신혼여행을 취소했다. 하지만 한 달 결혼 휴가는 취소하지 않았고 그 한 달 동안 하예진과 함께 관성 이곳저곳을 돌아보기로 결정했다. 관성은 워낙 컸기에 아직 돌아보지 못한 곳이 아주 많았다. 최근 전태윤은 결혼 휴가를 내려고 며칠 동안 야근을 하며 중요한 일들을 미리 처리하는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처형, 제가 엘리베이터까지 모셔다드릴게요.”전태윤은 하예진을 더는 붙잡지 않았고 그녀와 함께 회장실을 나와 엘리베이터 입구까지 데려다주었다. 그리고 그녀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간 뒤에야 사무실로 돌아갔다.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온 하예진은 마침 회사로 돌아온 소정남을 만났다. “예진 누님.”소정남은 하예진을 보자마자 웃으며 다가와서 물었다.“누님 언제 오신 거예요? 벌써 가시려고요? 좀 더 계시지. 도움이 필요할 때 말씀만 해주시면 제가 꼭 해결해 드리겠습니다.”하예진이 웃음 어린 얼굴로 대답했다.“좀 일이 있어서 태윤 씨 찾으러 온 거예요. 큰일 아니니 걱정하지 마세요. 태윤 씨 일하느라 바쁠 텐데 저도 이만 레스토랑 가보아야 할 거 같아요. 다음에 만나면 음식 대접할게요.”“좋아요. 누님 요리 솜씨가 예전보다 훨씬 나아졌던걸요. 얼마나 맛있던지 어제 누님 레스토랑에서 식사 마치고 돌아온 뒤에도 여운이 남아요.”하예진은 소정남의 칭찬에 웃음을 멈출 수 없었다. 소정남은 말솜씨가 대단해서 모든 사람과 웃음꽃 피우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제 요리가 그렇게 마음에 드시면 시간 될 때 오세요. 제가 직접 요리해 드릴게요.”“네, 꼭
“사장님 안심하고 다녀오세요. 저희가 있잖아요.”지금 이 시각에는 가게에 손님이 많지 않았고 이제 10시가 넘으면 아침 식사하러 오는 사람이 없으니 한가했다. 하지만 손님이 많을 때는 엄청 분주했다.물론 점원들은 영업이 잘되길 바란다. 영업이 잘되면 모두 안정한 수입을 얻을 수 있고 실직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니까. 원래 노동명의 가게를 빌려 하루 토스트를 열었기에 하루 토스트는 노 씨 그룹과 가까운 곳에 있었다.노동명이 막 하예진에게 고백했을 때 노 사모님이 두 사람을 격렬하게 반대하셨다. 하예진은 그때 노동명을 피하려고 가게를 이사할 생각까지 했었다. 다행히 마지막에 그녀는 태연하게 모든 것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하예진이 직접 차를 몰고 노 씨 그룹으로 향했다. 워낙 가까웠던지라 몇 분 만에 도착했다.노 씨 그룹 보위과 사람들이 하예진을 보고 얼른 회사 문을 열었다. 그리고 웃으며 하예진이 차를 몰고 회사로 들어오는 것을 지켜보았다. 하예진이 들어간 것을 확인한 경비원은 회사 문을 닫은 뒤 자리로 돌아와 동료에게 말했다. “내가 입사할 때 예진 씨도 갓 입사했네.”“그때 예진 씨가 어떤 모습이었는지 자넨 아마 모를 거야. 지금은 아주 예쁘지만, 예전에는 통통해서 보기 흉했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살투성이였어.”“예진 씨는 원래 회사 면접에서 떨어졌어. 마침 그때 노 대표님께서 오셨거든, 그래서 대표님이 예진 씨를 직접 채용했어.”그 동료는 후에 입사했기에 하예진의 예전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그는 입사 후 그들의 보스인 노동명에게 연모의 대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그 사람이 바로 전 씨 도련님의 처형 하예진 이었다.하예진은 다이어트를 성공한 뒤 노 씨 그룹에 발길이 뜸해졌다.특히 노동명이 그녀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고 더는 노 씨 그룹에 나타나지 않았다.새로 온 동료가 호기심에 찬 눈빛으로 물었다.“노 대표님이 그때부터 하예진씨를 좋아했던 거에요?”“그건 아마 아닐 거야. 하지만 대표님은 항상 예진 씨를 잘 대
하예진은 노동명의 사무실에 도착한뒤 노크하고 허가를 받고서야 문을 열고 들어갔다.노동명은 테이블 뒤에 앉아있었고 그의 옆에 휠체어가 놓여 있었다. 그가 밖으로 나가고 싶다면 스스로 상반신으로 몸을 일으켜 휠체어에 앉을 수 있다.평소에 그를 따라다니던 경호원 두 명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아마 1층에서 대기하고 있는 것 같다.노동명은 공무를 처리하기 위해서 회사로 돌아왔기에 경호원이 더는 그림자처럼 따라다닐 수 없었다.회사에서 도움이 필요할 때 그는 비서를 찾아 도움을 받을 수 있다.익숙한 발걸음 소리에 노동명을 고개를 들고 하예진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책상으로 몸을 받치고 일어나 그녀에게 다가가려고 했다.하예진이 얼른 소리를 질러 그를 막았다.“움직이지 말고 앉아있어요. 그러다가 넘어지면 어떡해요.”노동명이 웃으며 대답했다.“알았어, 움직이지 않을게. 다리가 아직 힘을 잘 못 쓰네.”그래도 노동명이 금방 퇴원했을 때보다는 훨씬 나아졌다.“동명 씨 지금 많이 나아졌어요. 계속 열심히 노력하면 새해에는 정상인처럼 걸을 수 있을 거예요.”하예진이 다가와 아침밥을 내려놓고 의자에 앉았다. 노동명이 괜찮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제 설날까지 몇 달밖에 안 남았어.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새해에 정상인처럼 걷기는 무리인 거 같아. 최소 1년은 지나야 완전히 회복할 수 있다고 의사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어. 그게 가장 이른 시간이래.”회복이 좋지 않으면 앞으로 2년은 더 휠체어를 타야 할 것이다.노동명은 현재 서른여섯 살이다. 회복할 시간이 2년 필요하다면 그는 서른 여덟 살이되고 하예진은 서른셋이다. 그때 그녀와 결혼하게 된다고 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그들이 사오십대가 될지라도 하예진과 여생을 약속할 수 있다면 노동명은 기뻐하며 기다릴 것이다. “1년 뒤에 회복해도 대단하죠. 동명 씨는 항상 훌륭한 사람이잖아요.”하예진의 칭찬을 들은 노동명은 웃으며 말했다.“당신 지금 날 우빈 이 취급하네. 어젯밤 돌아간 뒤 얘 깨지
하예진이 대답했다. “벌써 질렸나 봐요. 유치원에 가면 매일 일찍 일어나야 하고 이모네 집에 놀러 갈 수도 없으며 집에 와서는 숙제해야 한다고 투정 부렸어요.”“당신도 우빈이를 너무 힘들게 하지 마. 아직 애가 세 살밖에 안돼, 한창 놀 나이라고. 주말까지 무술 배우러 보내면 너무하잖아. 너무 스트레스 주면 안돼, 어렷을 때 재밌게 놀아야지.”“스트레스 많이 준 적 없어요. 그냥 하루에 한 장씩 글씨 연습 시킨 거고 무술은 유치원가기 전부터 지원한 거에요.”“우빈이는 아직 유치원 다녀. 내 취지는 어린 시절에 애들을 맘껏 놀게 하는 거야. 애가 스스로 배우러 해야만 취미반을 보내주지.”노동명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애들은 유치원 다닐 때 다 그런 거야. 좀 더 시간이 지나서 애가 유치원 생활에 적응하면 더는 가고 싶지 않다고 하지 않을 거야.”하예진은 사촌 동생이 유치원에 다닐 때 부모와 오빠들의 손을 잡고 차에 오르던 일을 떠올리며 말했다.“적응할 시간을 줬어요. 그리고 딴마음 먹지 말고 견지하라고 말했죠.”“예정이가 당신 손에서 우수하게 자랐잖아. 나는 당신이 우빈이도 훌륭한 사람으로 기를 수 있다고 믿어.”노동명은 더는 우빈이의 편을 들지 않았다. 녀석은 사람들의 총애를 받는지라 유치원에 다니는 것이 재미없다고 생각되어 더는 다니려 하지 않았다. 이대로 내버려 두면 안 된다. 그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만 한다. 하예진은 엄마로서 아이의 교육에 있어서 온당하고 믿음직스럽다. 노동명은 하예진이 우빈이를 잘 길러 낼 것이라고 믿었다.“예진아, 아까 내가 한 말은 그냥 술에 취해 한 헛소리라고 생각해.”어제 노동명은 확실히 술을 적지 않게 마셨지만, 워낙 주량이 좋았던지라 쓰러지지 않았다.“얼른 아침이나 드세요.”하예진은 일회용 젓가락을 그의 손에 쥐여주며 말했다. “나중에 또 이러면 아침 안 가져다 줄 거에요. 동명 씨 굶게 할겁니다. 어차피 배고픈 사람은 제가 아닌데요.”노동명이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당신이 마음
노동명은 자신과 우빈 사이의 감정을 주형인 부자간의 정보다 더 깊게 키우고 싶었다.지금 노동명과 우빈과의 감정이 이미 주형인과의 정보다 더 깊었지만 그 차이를 더 많이 두고 싶었다.노동명은 관성의 모든 사람이 그가 우빈을 많이 좋아하고 우빈의 새아버지가 되고 싶은 것을 알게 하고 싶었다.만약 꿈이 실현로 된다면 노동명은 반드시 우빈을 자기 자식처럼 여길 것이다.하예진은 노동명의 속셈을 알면서도 말리지 않았다.“우빈이가 귀찮게 하는 게 괜찮다면 오후에 유치원으로 데리러 가주세요.”노동명은 아침 식사를 하면서 말했다.“당연히 괜찮지. 우빈이가 가끔 문제도 일으키긴 하지만 그래도 철이 들어서 우리 어른들이 일할 때는 얌전히 앉아 장난감을 가지고 놀더라고.”세 살배기 아이에게 문제를 일으키지 않게끔 요구하기에는 아무리 철이 들어도 한계가 있었다.그 나이의 아이들은 모든 일에 언제나 호기심이 가득했다. 종일 “왜”라는 질문을 수십 번이나 할 정도로 말이다.가끔 노동명도 우빈의 이상한 질문에 말문이 막혀 대답하지 못할 때도 있었다.우빈의 수많은 질문에 정확하게 대답하기 위해 노동명은 서점에 가서 어린이 책과 과학에 관한 책들을 사서 틈틈이 읽었다.그만큼 노동명은 우빈와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친아빠인 주형인도 노동명만큼 노력하지 않았다.“아침에 어디 갔었어? 늦게야 하루 토스트로 돌아갔잖아.”하예진에게서 우빈을 데려갈 수 있는 자격을 얻은 노동은 그제야 아침의 일을 물었다.예전 같으면 하예진은 아침 일찍 7시 30분경에 하루 토스트에 도착하게 된다. 그때면 가게가 가장 바쁠 때이기 때문이다.하예진은 한참을 말이 없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전씨 그룹에 다녀왔어요.”“무슨 일이야? 내가 도와줄 거라도 있어? 당신 동생이 임신했잖아. 태윤이 결혼식도 앞당겨져서 그들도 엄청나게 바쁠 텐데.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나한테 말해줘.”“네가 날 찾아 도움을 청한다면 내가 다 도와줄 텐데. 태윤이 귀찮게 할 필요 없어.”노동명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