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씨 할머니가 입을 열었다.“너희 자매 성격이 똑같구나. 그래. 네 생각을 알겠어. 할머니도 좀 있다가 노씨 가문으로 동명이 보러 갈 거야. 동명이도 이 말을 들으면 얼마나 행복하겠어.”하예진은 말문이 막혔다.전씨 할머니는 중매 서는 것에 익숙해진 모양이다.결혼 적령기의 손자들에게 아내를 골라줬으니 이젠 하예진에게 주의력이 집중된 것이 틀림없다.똑똑!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하예진은 할머니를 껴안았던 팔을 떼어내면서 말했다.“제가 가볼게요. 누구일지 궁금하네요.”전태윤은 하예정을 병원에 데리고 갔을 테니 이렇게 빨리 돌아오지 못할 것이다.하예정 모멘트를 볼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전태윤 부부가 아빠트로 돌아온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몇 안 될 것이다.“너의 이모가 아닐까?”하예진은 문을 열려고 자리를 떠났고 애완견 봄이도 꼬리를 흔들며 하예진의 뒤를 따랐다.문이 열렸고 입구에 서 있는 사람은 바로 심효진이였다.“예진 언니.”심효진은 웃으며 하예진을 불렀다. 하예진을 몸을 비켜 심효진을 들어오게 했고 심효진의 뒤로 그녀의 경호원 두 분이 양손에 크고 작은 가방들을 가득 쥐고 있었다. 하예진이 그 모습을 보더니 한마디 했다.“효진아, 뭘 이렇게 많이 들고 왔어?”심효진이 대답했다.“예정이도 너무 해요. 저도 예정이가 돌아온 사실을 이제야 알았거든요. 서점은 사람을 시켜 잠깐 돌봐달라고 하고 여기로 잠깐 들렀어요.”“제가 임신한 걸 알았을 때도 예정이가 끊임없이 우리 집으로 보양식을 가져다주었거든요. 이젠 예정이가 임신했으니 이번엔 제가 예정이한테 보양식을 가져올 때가 됐네요.”“할머니, 언제 돌아오신 거에요?”집에 들어서자 전씨 할머니가 소파에 앉아있는 것을 본 심효진은 깜짝 놀라며 물었다. 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가방을 소파에 올려놓으며 다정하게 전씨 할머니의 팔을 껴안았다.“할머니, 너무 보고 싶었어요.”전씨 할머니도 웃으며 대답했다.“어쩐지 내가 매일 재채기를 한다 했더니, 네가 내 생각을 한 거였구나!”
하예진은 입을 열었다.“예정이가 아침밥을 먹다가 토했거든. 태윤이도 너무 가슴 아파하는 눈치였고. 그래서 태윤이가 예정이를 데리고 병원으로 검사받으러 간 김에 입덧을 멈출 방법이 있는지를 물어보려고 한 거야.”하예진은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아까 제부가 엄청나게 긴장했어. 대신 토할 수 만 있다면 진작 대신 토해주었을걸.”제부가 동생을 아끼는 모습을 본 하예정도 매우 뿌듯했다.여동생은 그녀보다 훨씬 운이 좋았다.하예진과 주형인은 오랜 동창으로 지내다가 몇 년의 연애 끝에 결혼했다. 결혼 후 그녀가 임신했지만 주형인은 사업이 상승기에 처해있었기에 항상 일찍 나가고 늦게 돌아와 하예진의 곁에 자주 있어 주지 못했다.주형인은 하예진을 가슴 아파하기는커녕 출산 검사할 때조차도 그녀의 곁을 지키지 못해 여동생이 항상 함께하곤 했다.하예진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며 주형인과 함께 했던 실패한 혼인 생활을 다시 떠올리는 것을 싫어했다.심효진이 웃었다.“상상이 가네요. 그렇게 안 하면 태윤 씨가 아니죠. 예정이를 얼마나 사랑하는데요. 딸처럼 키울 기세라니까요.”“효진도 안색이 좋아서 다행이구나.”전씨 할머니는 심효진의 안색을 살펴보았다.“정남 씨는 저를 돼지 키우듯 대하는데 안색이 나쁠 리가 없죠.”전씨 할머니가 부드럽게 웃었다.“정남이가 너에게 잘해주는 모양이구나. 그게 다 너를 위한 거잖아.”“저도 저를 최대한 자제하려고 노력해요. 너무 많이 먹으면 안 되니까요. 그렇지 않으면 정말 돼지가 될지도 몰라요.”심효진은 하예진이 임신하고 나서 계속 살이 찐 모습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었다.소정남이 심효진에게 잘해주기도 했고 그녀도 남편 마음이 변할까 봐 걱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녀는 자신이 돼지처럼 살이 찌는 모습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아기를 낳고 나면 필사적으로 다이어트 할 계획이었다.다행히 지금 하예정도 임신했으니 절친과 함께 살찌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했고 자신의 살이 모두 절친에게로 전해지는 지면 좋겠다고 몰래 생각하고 있었다.“할
심효진은 자신이 임신한 것이 감옥에 갇힌 것과 다름없이 자유가 별로 없다고 생각했다.심효진은 전씨 가문이 임신한 하예정에게 어떻게 대할지 매우 궁금했다. 그녀는 절친이 자신처럼 아무 데도 못가고 기껏해야 서점에 갈 수밖에 없는지 매우 궁금했다.“너도 이제 임신한 지 3개월이 지났지? 태아가 어느 정도 안정되면 밖으로 나가서 살살 산책해도 돼. 어디 위험한 데 가지 말고 몸이 힘들지만 않으면 돼. 물론 임신 말기에는 멀리 나가면 안 되지만.”전씨 할머니의 말에 심효진은 부럽기만 했다.이번에 전씨 할머니가 부러운 것이 아닌 절친이 매우 부러웠다.전씨 할머니의 말에 의하면 절친은 그녀처럼 활동 범위가 관성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그녀들은 그렇게 한참을 수다를 떨었고 심효진은 그제야 작별인사를 한 뒤 집으로 돌아갔다.아니, 심효진은 집에 가는 것이 아닌 경호원에게 전씨 그룹으로 가자고 말했다.심효진은 전씨 그룹에 도착했고 현재 퇴근 시간까지 30분 정도 남았다. 심효진은 회사 입구에 차를 세우라고 했을 뿐 안으로 들어가지는 않았다.회사 안으로 들어가서 소정남의 업무를 방해하고 싶지 않았던 모양이다.하지만 소정남은 이내 아내가 회사로 왔다는 사실을 알아버렸다.보안팀도 월급 받은 값을 치러야 했다.보안팀 사람들은 심효진이 늘 타고 다니는 차와 차 번호를 이미 익숙히 알고 있었다.하예정과 심효진 두 사람은 보안팀 모두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얼굴들이었다.요즘 관성에서 유행하는 말 한마디가 있었다.‘전 대표와 소 이사님을 건드릴지언정 전씨 가문의 사모님과 소씨 가문의 사모님을 건드리면 절대로 안 된다.’전태윤과 소정남은 모두 아내를 매우 사랑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사람들은 이 두 남자의 능력과 수단을 잘 알고 있었다.특히 전태윤은 결혼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생긴 뒤로 성격도 아주 부드러워졌다.하지만 누군가가 하예정 혹은 심효진을 건드리면 그것은 죽음을 부르는 거나 다름없는 일이다.양복 차림의 소정남은 종종걸음으로 회사에서 뛰
소정남이 말을 이었다.“보안팀 직원들이 당신과 예정 씨가 자주 사용하는 차를 익숙히 기억하고 있거든. 당신이 도착한 뒤로 들어오지 않는 모습을 보고 나에게 알려준 거야.”“내가 뭘 잘못해서 당신이 들어오지 않은 줄 알았잖아. 놀라서 하던 일도 팽개치고 허둥지둥 뛰쳐나왔어.”심효진은 결국 피식 웃었고 경호원마저도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경호원은 심효진처럼 호탕하게 웃지 못했지만 고개를 돌려 웃음을 참아야 했다.“내가 매우 악독한 아내로 보이나 봐. 허둥지둥 뛰쳐나오다니. 그럼 다시 허둥지둥 뛰쳐 나와보시던가. 내가 한 번 보게.”소정남은 바로 말을 이었다.“사랑하는 아내가 정 보고 싶어 한다면 내가 한번 차에서 내려 다시 표현해줘야지.”소정남은 말을 마치면서 차에서 내리려고 했다.심효진은 남편을 잡아당기며 화냈다.“농담이야. 정말로 하려고?”소정남은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네가 행복한 게 나한테는 가장 중요하다고 내가 말했잖아. 당신을 위해서라면 난 뭐든지 다 할 수 있어.”소정남은 그렇게 말하면서 다시 차 안으로 올라앉으며 감탄했다.“역시 에어컨이 있으니 시원하네. 거리가 얼마 안 되는데도 더워서 죽을뻔했다니까.”“건축 현장에서 일하시는 사람들은 이 무더운 날에도 출근해야 하는걸.”“하긴 건축하시는 분들도 여름에는 특히 고생을 많이 하시지. 태윤이 집으로 가서 예정 씨는 만나지 못한 거야?”심효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못 만났어. 예정이도 너무해. 어제 돌아왔으면서 나에게 알려주지도 않고 말이야. 예정이가 모멘트에 발렌시아 아파트 아래층 사진을 올렸거든. 근데 위치가 발렌시아 아파트로 떠있는 거야. 나도 그제야 알았어.”어제 여기저기에 기쁜 소식을 전한 사람은 전태윤뿐이었다. 감히 하예정에게 연락한 사람들은 모두 그녀의 친한 지인과 가족들뿐이었다. 모두가 하예정이 돌아온 것도 모르고 카톡으로만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심효진은 절친이 임신한 사실을 알고는 자신이 임신했을 때보다 더 기뻐했다.심효진은 어제 오후부터 준비한
심효진은 관성에서 쭉 자라왔고 그녀의 집안은 건물 철거로 인해 이주하면서 부자로 되였다.“호텔에 가서 먹기 싫어. 집에 가서 먹는 건 어때? 좀 멀긴 하지만...지금 벌써 배고파.”소정남이 바로 걱정스레 물었다.“왜 차 안에 당신이 좋아하는 간식을 준비해 두지 않았어? 내가 말했잖아. 차에도 네가 좋아하는 음식을 준비하라고. 외출할 때 간식을 먹으면서 시간도 보낼 수 있고 배고플까 봐 걱정 안 해도 되고.”“요즘 밖에 잘 나가지도 않아서 그랬어. 집 아니면 서점으로 갔다 왔다 했기에 간식도 준비하지 않았지.”“조금 있다가 디저트 가게에 들러서 먹을 것 좀 사 올게. 우리 당신 집으로 가서 밥 먹자. 멀지도 않은걸.”전씨 그룹에서 소씨 가문으로 돌아오기에는 거리가 좀 멀었다.하지만 심씨 집안과는 그리 멀지 않았다.“그래.”심효진은 기뻐하며 대답했다.소씨 가문의 요리들도 진수성찬이었지만 심효진은 친정집의 엄마가 해주신 요리가 더 맛있다고 느꼈다.친정집에 가서 쌀밥에 김치를 먹는다고 해도 심효진은 매우 맛있다고 느꼈다. 물론 더 편하게 먹을 수 있어서 더 좋았다.경호원은 심효진과 소정남의 대화를 듣더니 묵묵히 차를 돌려 심씨 집안으로 향했다.가는 길에 심효진은 문득 한숨을 내쉬었다.“그래도 예정이가 나보다 행복해. 예정이에게는 예정이를 진정으로 이해해주는 남편이 있고 사상이 진보적인 시댁이 있잖아.”그 말에 소정남은 벌떡 일어나 아내를 힐끗 쳐다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여보, 내가 뭘 잘못했어? 잘못했다면 바로바로 지적해줘. 바로바로 고칠게.”“나도 당신을 잘 이해해 주잖아.”관성의 젊은 세대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가 바로 하예정과 심효진일 것이다.문득 심효진이 한숨을 내쉬는 소리를 들은 소정남은 긴장된 모습으로 자신이 어느 부분이 전태윤만 못했는지 곰곰이 생각하고 있었다.심효진은 자신의 배를 살살 어루만졌다. 그녀의 배는 아직 너무 큰 편은 아니지만 그녀가 임산부라는 것쯤은 보아낼 수 있었다.“예정이 남편은 예정이가 임신한 후에
심효진이 임신한 뒤로 소정남의 부모님, 심지어 사촌들까지도 심효진의 배 속의 아기를 소중히 여겼고 그녀가 다칠까 봐 이러쿵저러쿵 아무런 일도 못 하게 간섭했다.그리고 매일 영양사의 요구에 따라 하루 세끼를 먹였고 그녀가 다칠까 봐 자주 외출하지 못하게 요구까지 했다.집안 어르신들은 심효진이 집에만 앉아 배 속의 아기를 돌보기를 바랐다.심효진이 나가서 쇼핑하고 싶으면 집안 어르신들은 그녀를 설득해서 못 나가게 했고 사고 싶은 것들을 리스트로 만들어 집사에게 주어 집사가 외출하여 구매해 오도록 했다.이런 귀빈 생활을 하예정마저도 두려워했기 때문에 그녀는 임신하자마자 전태윤을 찾아 담판을 지었다.비교가 있으면 상처도 더 큰 법.하예정이 임신이 안 됐을 때 소정남이 심효진한테 잘해주는 것에게 대해, 소씨 가문 어르신들이 심효진에게 대한 행동들에 관해 심효진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하지만 하예정이 임신한 뒤로 전씨 가문과 전태윤이 하예정을 이해해주는 것을 보면서 심효진은 무척 부러웠고 결국 참다못해 남편에 불평을 늘어놓게 되었다.가끔 심효진도 자신이 행복에 겨운 줄 모른다고 생각했다.얼마나 많은 임산부가 임신해서 집에서 푹 쉬기를 바라겠는가!하지만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여전히 직장을 다녀야 했고 임신 말기가 되어서야 집에서 쉬었다.하지만 심효진은 출근하지 않으면 너무 지루하다고 생각했다.“고마워.”심효진은 남편의 큰 손을 잡아당겨 자신의 얼굴에 올려놓았다.소정남은 심효진에게 말 할 것 없이 잘 해주었다.기성세대의 사상을 바꾸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하지만 소정남은 최선을 다해 아내를 보호하고 있다.“방금 내가 한 말을 마음에 담아두지 마. 그저 순간적으로 감정 기복이 심해져서 그렇게 말했을 뿐이야.”소정남이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심효진도 너무 잘 알고 있었다.방금 한 말들이 소정남에게로 말하면 그에게 상처를 주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었다.“내가 마음에 둘리가 없잖아. 나한테 불만이 있으면 마음속에 담아두지 말고 바로
소정남은 심효진이 행복에 겨워도 행복에 겨운 줄 모른다는 말을 매우 듣기 싫어했다.전혀 그러한 생각을 할 필요 없기 때문이다.소정남은 심효진이 절친들과 날개를 펴고 날아다니려 할 때 그녀를 구속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아내가 하고 싶은 대로 무슨 일이든지 모두 지지해야 한다고 여기고 있었다.심효진은 남편의 품에서 고개를 쳐들었다.소정남은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에 뽀뽀를 몇 번 해버렸다. 그는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그녀의 귓가에 몇 마디 속삭였고 결국 아내에게 꼬집혀 밀려났고 심효진은 붉어진 얼굴로 이내 일어났다.소정남도 낮은 소리로 웃었다.경호원이 운전 중이라 소정남은 더는 아내에게 다른 행동을 하지 못했다.“앞쪽 약국에 주차해 주세요. 장인어른과 장모님께 영양제 좀 사다 줘야 해요.”소정남은 경호원에게 당부했다.두 사람은 문득 갑자기 친정집으로 돌아가려고 생각했기 때문에 선물을 미리 준비하지 못했다.심효진이 말했다.“우리 엄마 집으로 갈 때마다 이렇게 많이 사 들고 갈 필요 없어. 매번 손에 가득 쥐고 들어가면 엄마가 또 뭐라고 하실 텐데.”소정남은 빙그레 웃었다.“보양식만 조금 살 거야. 돈도 얼마 안 드는걸. 게다가 우리가 집으로 돌아갈 때마다 어머님은 매번 채소들을 큰 봉지에 담아서 우리 차에 가득 실어주시잖아.”“우리 엄마가 직접 심은 채소가 시장에서 산 것보다 맛있거든.”“그럼. 우리 장모님이 주신 건 다 최고야.”소정남은 뻔뻔스럽게 장모님을 치켜세워주었다.나은서도 소정남의 이런 수단에 잘 속아 넘어갔고 사위가 아들보다 더 낫다고 늘 말하곤 했다.심지어 심효진은 어머니가 사위가 생겼다고 딸을 거들떠보지도 않는 모습을 보며 질투까지 했다.딸이 없었더라면 소정남 같은 사위도 없을 텐데...경호원은 소정남의 요구대로 약국 앞에 차를 세웠다.“여보, 차에서 기다려 기고 있어. 내가 가서 영양제 좀 사 올게. 밖에 너무 더워.”소정남은 차에서 내리며 아내를 차에서 내리지 못하게 했고 그는 혼자 약국으로 들어가 처가집
심효진 부모님은 소정남 부부가 점심에 집으로 와서 밥을 먹으려는 계획을 모르고 있었다.차의 경적을 들은 나은서가 남편에게 말을 건넸다.“제가 잘못 들은 거죠? 경적음이 왠지 우리 집 문 앞에서 울리는 것 같아요.”나은서 부부는 점심을 먹고 있었다.소정남 부부는 모두 직업이 있기 때문에 점심에 집으로 와서 밥 먹을 시간이 없었다.심씨 집안의 할머니도 요 며칠 친척 집을 방문하러 나섰기에 집에 계시지 않았다.신범수가 말을 이었다.“개 짖는 소리가 없는 거로 보면 아마도 우리 집 손님이 아닌 것 같아. 옆집 아들이 또 여자 친구를 데리고 왔나 보네.”“우리 아들은 언제쯤 여자 친구를 데려올 수 있을까요?”나은서는 한숨 쉬면서 말했다.딸이 시집까지 갔건만 아들은 아직도 여자 친구조차 없었다.“우리 아들은 아직도 젊어. 뭐가 그리 급해?”곧 밖에서 문 여는 소리가 들려왔다.문이 열리는 소리에 나은서 부부는 서로 눈을 마주쳤다.나은서는 바로 수저를 내려놓고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갔고 집에서 기르던 큰 개가 마당 정문 앞으로 돌진하며 꼬리를 흔드는 모습을 보았다.“여보, 효진이가 돌아왔어.”나은서는 딸의 차를 보더니 고개를 돌려 기뻐하며 남편을 향해 외쳤다. 그리고 계단으로 내려와 한참을 걸은 후에야 비로소 발걸음을 멈추었고 경호원이 차를 멈추자 뒷좌석의 문 앞으로 다가갔다.차 문이 열리자 사위가 먼저 보였고 나은서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온 얼굴에 이빨밖에 보이지 않았다.“어머님.”소정남은 차에서 내리며 부드러운 말투로 어머님이라고 불렀다.그리고 뒤이어 아내를 부축해 내리려고 몸을 돌렸지만 심효진은 이미 반대편 문에서 내리고 있었다.심효진이 차에서 내릴 때 남편을 도와 물건도 들어 주었다.“우리 사위, 왔어? 밥은? 미리 전화라도 하지.”나은서는 웃으며 물었고 사위 뒤를 힐끗 쳐다보더니 딸이 반대편에서 내리는 모습을 발견했다.그녀는 다정하게 사위를 집 안으로 불러들였다.“금방 퇴근했는데 효진이가 집밥 먹고 싶다고 해서 바로 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