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서 안 오고 뭐 해?”도 대표는 엄한 목소리로 호통쳤다.도차연은 어쩔 수 없이 웃음을 짜내면서 아빠 곁으로 다가가 입을 열었다.“아빠, 언제 돌아오셨어요? 미리 말도 안 하시고.”도 대표는 오늘 밤 돌아온 것이 아니었다. 전태윤의 연락을 받고 바로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몰래 딸의 뒤를 밟으며 딸이 전태윤을 닮은 남자와 다니는 모습을 직접 확인한 후에야 오늘 밤 집으로 돌아온 것이다.도 대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도차연은 도 대표 곁에 앉아 말을 잇지 못하는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도차연 어머니 최애라는 남편의 눈치를 보다가도 딸에게 남편이 화가 무척 났다고 눈짓해 주었다.도차연은 조금 전 김지혁이 그녀를 데려다준 것이 생각났다.‘설마 들킨 건 아니겠지?’도차연은 차에서 내려 집으로 들어올 때 부모님이 방문 앞에 서 있는 것을 보지 못했다.‘아빠가 왜 화를 내시지?’“아빠.”도차연은 부모님 앞으로 다가갔고 최애라는 옆으로 살짝 자리를 옮겨 도차연이 앉도록 피해주었다.“아빠, 왜 그래요? 안색이 안 좋으세요. 누가 아빠를 화나게 한 거에요? 저에게 말씀해 주세요. 제가 대신 혼낼게요.”도차연은 팔에 걸고 있었던 가방도 놓지 못한 채 아빠의 곁에 앉아 아빠의 팔짱을 끼며 애교를 부렸다.“아빠께서 이번에 출장 가신지 너무 오래되셔서 엄마와 저도 아빠가 너무 보고 싶었어요.”“출장 다녀오느라 피곤하시죠? 일찍 쉬세요.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아침을 준비해 드릴게요.”도 대표는 딸을 힐끗 쳐다보며 진지하게 물었다.“오늘 종일 어디 갔었어?”“회사 일 때문에 바빴어요. 아빠가 회사에 안 계셔서 제가 매일 소처럼 일했어요. 너무 힘들었어요.”콜록! 콜록! 최애라는 헛기침을 몇 번 하면서 딸에게 오늘이 주말이라고 일깨워주었다.오늘은 딸이 쉬는 날이었다.도 대표는 부인을 바라보았다.최애라는 방금 남편에게 따라준 미지근한 물잔을 얼른 들어 한 모금 마시더니 입을 열었다.“감기 걸렸는지 기침이 좀 나네요.”“당신이 방금 내 물
도 대표는 딸 때문에 화가 나 미칠 지경이었다.도 대표가 20년 넘게 심혈을 기울여 배양한 딸이 이토록 사람을 실망하게 시키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도 대표는 딸을 도씨 가문의 후계자로 키워왔고 딸도 모든 방면에서 항상 잘해왔기에 매우 만족하고 있었다. 하지만 전태윤을 만난 뒤로 이게 대체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 건지...“여보, 차연이가 대체 뭘 했어요? 다른 사람의 내연녀라니요.”최애라는 이 일을 모르는 눈치였다.최애라도 딸이 전태윤을 닮은 남자를 찾은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도차연은 어머니마저도 속이고 있었다.도차연의 옆에 있는 남자는 대역일 뿐 그녀가 진정으로 원하는 사람은 전태윤이기 때문이다.도차연은 하예정에게 그 사진들을 보낸 후에도 아무런 소식을 받지 못했다.도차연은 그 사진들이 자극적이지 못했다고 판단하여 다음 기회에 더 친밀한 사진을 찍어 더 자극적으로 수정하여 하예정에게 다시 보내려고 했다.심지어 하예정이 여전히 전태윤을 믿고 가만히 있는다면 실수인 척 파파라치에게 사진을 흘려보내려고 계획하고 있었다.사진이 파파라치들의 손에 들어가게 되면 기필코 관성의 실시간 검색 순위에 오르게 될 것이다.“엄마, 저 아니에요. 전 그냥... 아빠, 어떻게 아셨어요?”도 대표는 딸의 옆에 있는 남자가 대역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 사진들을 하예정에게 보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누군가가 아빠에게 일러바친 게 분명했다.도 대표는 외국으로 출장 갔고 설 전에 돌아올 계획이였지만 아직 10월도 채 안 되어 일찍 돌아왔다.도차연의 이 일로 인해 돌아온 가능성도 컸다.“오빠가 아빠께 말씀드린 거예요? 아빠, 오빠는 분명 우리 부녀 관계를 이간질해 아빠가 저를 도씨 그룹에서 쫓아내시기를 원하시는 사람이에요. 도씨 가주 자리를 이어받고 싶어 하는 거라고요. 절대 오빠를 믿어서는 안 돼요.”도차연은 멍청하지 않았다. 이 일이 도기범이 일러바친 일이라는 것을 바로 알아맞혔다.“그만해. 기범이는 내 앞에서 네 험담 한마디도 하지 않았어. 너
도차연은 맞은 얼굴을 손으로 가리며 믿을 수 없다는 듯 도 대표를 쳐다보았다.아빠가 자신의 뺨을 때렸다!도차연은 부모의 유일한 아이로 어릴 적부터 그들의 부드러운 보살핌으로 예쁘게 자라왔다. 도 대표는 딸을 인재로 키우기 위해 매우 엄격하게 딸을 교육했지만 그녀를 때린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하지만 지금 아빠는 도차연이 한 남자를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그녀의 뺨을 때렸다.도차연은 너무 억울한 나머지 눈물을 쏟고 있었다.최애라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가슴 아픈 표정으로 일어나 얼굴을 가리고 있는 딸을 잡아당기면서 남편을 나무랐다.“말로 하면 안 돼요? 꼭 손을 대야 해요?”“정신을 차리지 못한다면 차연이 너 앞으로 다시는 우리 도씨 그룹으로 들어올 생각하지도 마! 나도 도씨 그룹을 망쳐놓을 사람에게 절대로 그룹을 맡길 순 없어. 내 유일한 자식이라도 안돼!”“도차연! 단념하는 게 좋을 거야! 전 대표는 널 거들떠보지도 않는데 네가 여전히 뻔뻔하게 그의 내연녀로 살겠다면 난 너와 부녀 관계를 끊고 살 거야. 이젠 나에게 너 같은 딸이 없는 거로 살 테니까 그렇게 알아!”“내 딸은 반드시 바르게, 올바른 가치관으로 살아야 해. 너처럼 진정한 사랑을 추구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다른 사람의 가정을 깨뜨리는 것을 난 절대로 용납 못 해! 가치관에 문제 있는 딸은 내 자식이 아니야!”“우리 가문의 사업이 매우 큰데, 만약 딸이 믿음직스럽지 못한다면 내가 도씨 가문의 자손들에게 우리 회사를 물려줄 수도 있어.”“조카들도 외조카들도 수없이 많아. 도씨 그룹을 이어받을 사람도 수두룩하거든. 너만 이어받을 수 있는 자리가 아니라고!”“그 가짜 전태윤을 반드시 쫓아내야 해! 네가 여전히 그렇고 그런 사진을 찍어 전씨 사모님께 보낸다면 너의 은행 카드도 정지시키고 내일 당장 내가 회사로 돌아가 널 해고할 거야!도 대표는 차가운 어조로 호통쳤다.“난 말하면 말한 대로 하는 사람이야! 정 못 믿겠으면 계속 네 생각대로 행동해 봐. 널 반드시 도씨 그룹에서 쫓아내
최애라가 집안에서 따라 나왔다.도 대표는 차에 오르기 전 부인에게 말을 남겼다.“차연이 잘 설득해 봐. 여전히 다른 사람의 내연녀로 평생 더럽게 살 건지, 지금 상태를 보존할 건지 잘 생각해보고 나한테 연락하라고 해.”“생각도 잘 안 하고 결정도 잘 짓지 못할 거면 나한테 연락할 필요도 없다고 전해. 그런 딸이 없는 거로 생각할 테니까.”최애라는 멍하니 서 있기만 했다.도 대표는 운전 기사에게 운전하라고 지시했다.차는 곧 앞으로 나아갔다.최애라는 어쩔 수 없이 집 안으로 들어갔고 소파 위에 앉아 말없이 눈물을 흘리는 딸을 보며 최애라는 가슴 아팠다.하지만 딸에게 다가간 최애라는 딸의 이마를 쿡쿡 찌르면서 욕했다.“도차연! 어렸을 때부터 우리가 너한테 그렇게 가르쳤어? 어떻게 이런 일을 꾸밀 수 있었지?”“관성의 전 대표라... 그렇게 훌륭한 남자가 이미 부인까지 있는데도 쫓아다녀? 게다가 더러운 사진도 찍어서 전 대표 부인께 보내다니.”“다른 사람의 혼인 생활을 망치는 것뿐만 아니라 너도 상간녀라고 욕먹는 건 생각 안 해봤어?”“차연아, 너도 훌륭한 여자야. 이 바닥에서 너 정도 조건이면 너와 견줄 수 있는 사람도 몇 명 없을걸. 엄마도 네가 눈이 높다는 걸 알아. 일반적인 남자도 눈에 안 들어올 테고. 전 대표가 싱글이라면 우리도 찬성할 거야.”“하지만 전 대표는 이미 결혼했잖아. 자꾸 이상한 생각하지 말고 빨리 단념해. 엄마와 네 아빠도 평생 서로 사랑하고 있어. 우리도 내연녀가 가장 싫어. 엄마도 네가 내연녀로 사는 걸 원하지 않아.”“너도 입장 바꿔서 생각해 봐. 내연녀가 너의 남편을 빼앗는다면 어떻게 생각해? 너무 원망스럽지? 너도 네가 원망하는 사람처럼 살고 싶지 않잖아?”도차연은 울면서 대답했다.“엄마, 저는 전 대표가 너무 좋아요. 어떡해요? 저는 그 사람을 보자마자 반했는걸요.”“다시는 그 사람 생각하지 마. 시간이 지나면 잊혀 질 거야. 엄마 아빠 말 좀 들어. 당당한 사람으로 살아야지 그렇게 형편없는 인생을 살
“우리가 널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탓이야. 너에게 정확한 가치관을 가르치지 못하고 외딴길로 가게 한 것에 대해 엄마도 무척 자책하고 있어.”“엄마, 죄송해요. 정말 죄송해요. 제가 잘못했어요.”도차연은 멍청하지 않았다. 아빠가 그녀에게 재산과 사랑 사이에서 굳이 선택하라고 하면 도차연은 전태윤을 선택할 리가 없었다.도차연은 지금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포기할 수 없었다.전태윤은 도차연의 인생에서 다만 지나가는 손님일 뿐 막으려고 해도 막을 수 없는 손님에 불과했다.최애라는 한숨을 내쉬었다.“아빠 엄마는 네가 말로만 대답하는 걸 원하지 않아. 네가 행동으로 보여주길 바라거든. 차연아, 우리를 다시 실망하게 하지 말기를 바라. 엄마 이젠 올라갈게. 너 혼자 여기서 조용하게 잘 생각해 봐.”말을 마친 최애라는 위층으로 올라갔다.도차연은 홀로 소파에 앉아서 슬피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울분을 터뜨리기도 했다.최애라는 딸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딸이 진정으로 그 감정에서 빠져나오기 바쁠 것이라고 짐작하고 있었다.좀 더 생각할 시간을 주어 만약 끝까지 전태윤을 포기하지 않으려 한다면 그녀도 딸을 구할 수 없을 거로 생각했다.하예정은 도씨 가문에서 난리 난 이러한 일들을 모르고 있었다. 이 일을 전태윤에게 맡기기로 했고 남편이 만족스러운 답을 줄 거라고 믿었다.하예정은 서원 리조트에서 주말을 보냈다.월요일이 다가왔고 또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었다.그들은 시내 안으로 돌아와 누군가는 출근하고 누군가는 유치원으로 향했다.하예진은 이모께서 하신 말들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녀는 서원 리조트에서 돌아와 두 가게의 일을 잘 안배하고 난 뒤 우빈이를 여동생에게 맡기고 바로 이경혜와 함께 강성으로 향했다.전태윤 부부가 월말에 예지연 남매의 백일잔치에 참석하기 위해 예진 리조트에 가야 했기에 하예진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일주일뿐이었다.어느새 일주일이 끝나갔고 하예진은 이경혜와 함께 강성에서 돌아왔다.하예진은 성씨 가문으로 따라가지 않고 여동생의 서점에 있
“아직이야.”“이따가 같이 밥 먹으러 가자. 내가 쏠게.”하예진이 웃으며 말했다.“좋아요.”그때 심효진이 다가와 웃으며 말했다.“예진 언니, 드디어 돌아오셨네요. 우빈이가 매일 언니 보고 싶다고 난리였어요. 저랑 예정이는 우빈이의 ‘엄마 보고 싶다'는 소리를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다니까요.”우빈이 자연스럽게 말했다.“난 그냥 엄마가 보고 싶으니까 보고 싶다고 말했을 뿐이에요.”‘엄마가 보고 싶은데 걸 어떡해?’심효진이 웃으며 우빈의 볼을 살짝 꼬집었다.가게는 아직 바빴기 때문에 세 사람은 오래 이야기하지 못했다.잠시 후 학생들이 저녁 자율학습을 시작하자 학교 앞은 다시 조용해졌다.하예정은 언니에게 따뜻한 물 한 잔을 따라주며 물었다.“큰이모는 집에 가셨어?”“응. 가는 길에 같이 가서 밥 먹자고 하셨는데, 우빈이가 보고 싶어서 안 갔어.”하예정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참지 못하고 하품했다.우빈이는 이모가 하품하는 것을 보고 엄마에게 말했다.“이모는 습관을 바꿔야 해요. 매일 밤 내가 잘 때면 이모는 아직 깨어 있어요. 그리고 낮엔 지금처럼 자주 하품을 해요.”하예진은 걱정스럽게 말했다.“예정아, 몸을 좀 챙겨야 해. 건강이 가장 중요해.”“언니, 나도 알아. 요즘 잠을 잘 자지 못해서 그래. 낮에도 계속 졸려서 점심시간에도 잘 못 쉬어. 누우면 그냥 푹 자버리고 싶거든.”심효진이 대화에 끼어들며 말했다.“책방은 나한테 맡기고 신경 쓰지 말라고 내가 항상 말하잖아. 내가 힘들까 봐 걱정하는 것 같은데, 전혀 그렇지 약하지 않아. 집에서 정남 씨와 시댁 식구들이 보물처럼 여기면서 아무것도 못 하게 해서 오히려 답답하다니까. 여기 가게에 나와야 숨 좀 쉬는 기분이 들어. 게다가 정남 씨도 사람들을 붙여서 몰래 도와주고 있어.”“그래도 가끔 걱정돼서 오는 거야. 네가 임신한 상태라 걱정이 돼서 그래.”하예정은 자기가 받는 배려만큼 심효진을 챙겼다.하예진이 심효진의 배를 바라보며 웃었다.“이제 임신한 게 눈에 보이네.”심
하예정이 깨어났을 때는 다음 날 아침이었다. 눈을 뜨자 침대에 누워 있는 자기 모습에 하예정은 잠시 혼란스러워했다.‘차로 오던 기억밖에 없었는데? 얼마나 잔 거지?’고개를 돌리니 곁에 잠들어 있는 전태윤이 보였다. 하예정은 몸을 돌려 조용히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참지 못하고 손을 뻗어 그의 얼굴을 살며시 만졌다.‘이렇게 멋진 남자가 내 남편이라니!’이 생각에 하예정은 아침부터 기분이 좋아졌다. 전태윤의 얼굴에 입을 맞추려고 다가가려는 순간, 전태윤이 눈을 떴다. 그녀가 무엇을 하려는지 눈치챈 듯, 전태윤이 다시 눈을 감았다.하예정이 낮게 웃으며 말했다.“깨어났잖아요.”“아니! 안 깼어. 꿈꾸고 있는 거야. 꿈에서 내 아내가 나한테 키스하려고 했어. 키스를 마저 다 받고 깰게.”하예정은 피식 웃었다.“말까지 하면서 꿈꾸는 중이라고요?”“나는 꿈에서도 말해.”오랜 부부인 그들에게 키스는 일상이었다.하예정은 부끄러워하지 않고 몸을 돌려 전태윤 위로 올라탔고, 그의 입술에 가볍게 키스했다. 전태윤은 그녀의 머리를 눌러 키스를 더 깊게 하려고 했지만, 하예정은 그 순간 입술을 떼고 그의 얼굴에 가벼운 키스 몇 번을 더 했다.“이제 일어나도 되겠죠?”전태윤은 눈을 떴지만, 만족스럽지 않은 표정이었다. 그는 하예정의 입술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찌르며 말했다.“당신이 키스해 줄 거라는 걸 알았더라면, 더 오래 잘 걸 그랬어. 당신이 다 벗기고 나서 깼으면 좋았을 텐데.”하예정은 그 위에서 내려와 그의 얼굴을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난 당신이 자고 있을 땐 옷을 벗기지 않아요. 당신은 내가 자고 있을 때도...”전태윤은 하예정을 품에 안고 낮게 웃으며 말했다.“가끔만 그랬지.”“지금 몇 시예요? 얼마나 잔 거죠?”전태윤은 핸드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한 후 말했다.“아직 일러. 7시도 안 됐어.”“밖이 환하잖아요.”“이맘때는 아침 6시 조금 넘으면 이미 밝아져. 몇 달만 있으면 밤이 길어지고 낮이 짧아질 거야. 요즘은 여기저기 뛰어다니
하예정은 아무리 전태윤이 훌륭하고 그의 재산이 몇 대를 이어 써도 남을 만큼 많더라도, 스스로 돈을 벌어 쓰는 것을 고집했다. 그녀는 스스로 번 돈을 쓰는 것이 특히 기분 좋고, 마음의 부담이 없다고 말했다.전태윤이 자기 재산을 모두 그녀에게 맡겼지만, 하예정은 그의 돈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나 괜찮아. 아직 젊고 체력도 좋고 에너지도 넘쳐. 어젯밤 일찍 잠들었더니 지금은 기분이 아주 상쾌해.”하예정은 그렇게 말하며 일어나 미소를 지었다.“오랫동안 당신에게 정성스러운 아침 식사를 준비해 준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오늘 일찍 깼으니까, 당신을 위해 아침 식사를 준비할게요.”전태윤도 웃으며 말했다.“갑자기 우리가 막 결혼했을 때, 평범한 부부로 살았던 시절이 그립네. 당신이 매일 아침 일어나 죽을 끓이거나 국수를 만들거나... 아니면 밖에서 갓 만든 찹쌀떡을 포장해 오곤 했잖아. 그때 정말 맛있게 찹쌀떡을 먹었었지.”“나도 그때가 그리워요. 오늘 밤 우리 발렌시아 아파트로 가서 잠시 지낼까요?”“당신이 결정해. 당신이 하자는 대로 하자.”전태윤은 애정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그들 가정에서는 하예정이 모든 것을 결정했다.“먼저 샤워하고 조금 있다가 아침 준비할게요.”전태윤이 말했다.“지금 주방에서 이미 아침을 준비하고 있을 텐데. 주말에 해줘. 주말엔 우리 둘 다 쉬잖아. 여유로울 때 아침 식사를 준비해 줘.”“주말이 막 지났잖아요. 또 며칠 기다려야 주말이 오는데... 게다가 이틀 후에 우리 A시로 가야 하잖아요. 미리 가서 며칠 머무는 건 어때요. 지연이가 보고 싶어요.”전태윤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좋아.”하예정은 샤워하러 갔다. 그녀가 욕실에서 나오자, 남편은 이미 옷을 갈아입고 화장대 앞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가 머리까지 감은 것을 보고 전태윤은 바로 드라이어를 가져오며 말했다.“이른 아침부터 왜 머리를 감았어?”“샤워하다가 실수로 머리를 적셔서 그냥 다 같이 감았어.”전태윤은 그녀를 화장대 앞으로 이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