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큰아이는 한창 몸이 자랄 때라 잘 먹기도 했다. 게다가 오랜만에 밥 먹으러 나온 것이다.애들 데리고 레스토랑으로 가면 애들에게 밥 먹여야 했기에 돈도 많이 들어간다.주서인이 그리워하면서 입을 열었다.“여보, 우리도 자업자득이에요. 예전에 형인이와 예진이가 이혼하지 않았을 때 우리가 그 집에서 좋은 것들만 먹었잖아요. 우리가 돈을 쓸 필요도 없었고요.”“형인이가 부모님께 드린 생활비로 부모님은 우리 집에 얼마 정도 보태어 주셨고 좋았는데.”“제가 생선과 소고기도 좋아하잖아요. 예진이한테 말하기만 하면 예진이가 많이 사 와서 실컷 먹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예진이가 상관도 안 하잖아요. 일자리도 주려 하지도 않고요.”임수찬은 무언가 말하려고 했지만 결국 아무 말도 꺼내지 않았다.임수찬도 예전의 생활이 그리웠다.임수찬 부부는 직장에 다니기만 하면 되었다. 자식들은 처가 부모님들께서 돌봐주셨고 처가 부모님의 퇴직금과 처남이 주는 생활비는 어느정도 임수찬 부부의 손안으로 들어갔다.하여 부부가 출근해서 번 돈은 모두 저축할 수 있었고. 그야말로 너무 좋은 생활이었다.하지만 지금 모든 지출은 자신의 호주머니에서 나가야 했다.처남이 병원에 오래도록 누워있었기에 입원 비용도 많이 들었지만 그 비용은 모두 처가 부모님의 적금한 돈으로 지급되고 있었다.처남이 병원에 입원하고 나서야 임수찬도 처가 부모님이 돈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당시 모든 돈을 임수찬 부부에게 주지 않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하지만 그 돈들은 안타깝게도 처남의 입원 비용으로 모두 써버렸다.처남의 입원 비용을 자신이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임수찬은 또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되었다.처남이 있는 한 장인어른의 노후 문제는 사위가 책임지지 않아도 되었다.게다가 아내는 친정의 돈을 탐내는 사람이었고 자신의 가정만 지키는 사람이었다.임수찬은 처가 부모님의 노후 문제를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끼리끼리 어울린다는 말이 이럴 때 두고 하는 말인 것 같다.“서인아! 서인아.”“왜
서씨 집안사람은 호적등본을 훔쳐 주형인과 결혼 동기를 한 서현주를 탓했지만 딸이 죽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어 가족끼리 의논 끝에 딸에게 변호사를 선임해 주기로 했다.딸이 가볍게 판결받을 수 있기를 바랐다.서현주의 형과 형수는 사실 그녀를 상관하고 싶지 않았지만 서현주의 부모님께 한동안 욕먹은 후로 최근에야 하는 수 없이 돈을 모아 여동생에게 변호사를 선임해 주었다.주서인 부부는 사실 잘못 본 것이 아니었다. 그 노부부는 확실히 서현주의 부모였다.서현주 부모님이 병원으로 찾아온 이유가 바로 사위에게 관대하게 봐달라고, 그들의 딸을 용서해 달라고 부탁하기 위해서였다.사위가 양해서를 써주기만 한다면 딸이 선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서현주 부모님이 주형인을 찾아가서 양해를 구하면 주씨 집안 부모님이 막아 나서면서 욕설을 퍼부을 것이 뻔했다.하지만 하예진은 이런 일들을 모르기도 했고 관여하고 싶지도 않았다. 이미 하예진과 상관없는 일들이었다.하예진이 주씨 집안과의 유일한 연결고리가 바로 우빈 뿐이었다....성씨 가문.외출했던 성기현이 돌아왔다.성기현의 차가 예준하의 별장 앞을 지나갈 때 성기현은 별장안을 힐끗 보았다. 그때 여동생이 예준하의 별장에 있는 것을 발견하고 차를 세우려 했지만 결국 계속해서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왔다.여동생과 예준하는 서로에게 마음이 있었다. 예준하의 집은 A시에 있었지만 관성에도 별장이 두 개나 있었다. 지금 장식 중인 별장은 그들의 성씨 가문 별장과 가까이 있었다.사실 성기현도 예준하의 능력을 인정했다.예진 그룹은 현재 성씨 그룹과 서로 협력 건에 관한 일을 의논하고 있었다.물론 이 일을 맡은 사람은 예준하였다.예준성이 친동생에게 미래의 처가집에 잘 보이도록 만들어 준 기회였다.협력할 기회가 없다고 해도 성기현은 예준하가 매우 마음에 들었다.예준하가 성기현의 여동생을 좋아하지만 성기현의 어머니는 여동생이 멀리 시집가는 것을 아쉬워하셨기에 성기현도 어머니 앞에서 예준하의 좋은 말을 해주지 않았다. 그
이경혜는 텔레비전 리모컨을 들고 채널을 끊임없이 돌리며 남편에게 말을 건넸다.“요즘 드라마는 정말 별로예요. 예전처럼 재미있지도 않고 배우들은 다 비슷하게 생겼잖아요. 제가 시대에 뒤떨어져서 그런지, 미에 대한 관념이 특별해서 그런지 모르겠다니까요.”성문철이 웃으면서 대답했다.“당신이 TV를 잘 안 봐서 그래. 볼 시간도 없잖아. 언제 TV를 재미있게 보기나 했어?”“음악을 틀어서 들어보기나 해.”이경혜는 퇴직하기 전에는 일을 중시하는 유능한 여성이었다. 매일 일 때문에 바빠서 TV를 볼 시간도 없었다.예전에는 자식들이 어려서 일이 끝나면 세 아이의 학업에 신경을 써야 했고 아이들이 모두 자고 나면 이미 밤이 깊어진 터라 TV를 볼 여력과 시간이 없었다. 그리고 다음 날 제때 일어나서 일과를 시작해야 했다.성씨 그룹 장남이 성씨 그룹을 맡을 능력이 있었기에 성문철 부부가 회사의 일에 신경 쓰지 않고 퇴직할 수 있었다. 그 뒤로 집에 있게 되면서부터 비로소 한가해지게 되었다. 이경혜는 자신의 젊은 시절을 회억하면서 말했다.“그러네요. 젊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거의 TV를 보지 않았네요. 그 시간이면 뒷마당에 땅을 만들어 채소와 과일을 심는 게 나아요.”“당신이 심고 싶다면, 저녁때 해가 지고 날씨가 덥지 않으면 우리 함께 흙을 갈아엎고 땅을 만들면 돼. 채소와 과일도 심고 앞마당에 당신이 좋아하는 꽃도 심고. 매일 그 꽃들을 돌보기만 해도 너무 지루하지 않을 거야.”성씨 그룹의 권력 중심에서 물러난 뒤로 부부는 연회에도 거의 참석하지 않았고 친분이 두터운 사람들의 연회에만 얼굴을 내밀곤 했다.침착한 발소리를 들은 성문철이 입을 열었다.“기현이 돌아왔어.”이경혜는 맞는다면서 현관문을 바라보았다.곧 장남의 훤칠한 자태가 이경혜의 시야에 들어왔고 성큼성큼 그들을 향해 다가왔다.성기현의 손에 든 서류봉투를 본 이경혜는 자신이 장남에게 조사하라고 시킨 일을 떠올리게 되었고 이내 TV를 꺼버렸다.그리고 장남이 다가오자 물었다.“기현아. 잘 조
이경혜의 말이 끝나자마자 성소현과 예준하가 급한 걸음으로 들어왔다.아까 집사가 두 사람을 찾아가 큰 도련님께서 지금 돌아오라고 하신다고 전했다. 그래서 둘은 무슨 일이 생긴 줄 알고 빨리 달려왔다.“엄마, 오빠, 무슨 일인데요? ”성소현이 다가오면서 물었다.그녀는 엄숙한 표정을 짓고 있는 가족들을 둘러보더니 곧장 어머니 곁에 다가가 앉아 어머니의 손에 들고 있는 자료들을 가져다 보며 물었다.“엄마, 이것들은 뭐예요?”예준하도 조용히 이경혜의 표정을 살펴보았다.성소현의 옆에 한 사람이 더 앉을 수 있는 자리가 비어있었지만, 그는 일부러 성기현과 멀지 않은 곳에 자리를 찾아 앉았다.이경혜가 아직 자신을 완전히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단지 예전에 비해 태도가 조금 더 좋아졌을 뿐이다.이경혜의 코앞에서 성소현과 너무 다정한 관계를 보일 담이 없었다.“아무 일도 없어. 네 오빠가 강성의 이씨 가문의 사람들을 조사해서 자료를 좀 정리한 것뿐이야. 소현이 넌 예준하 쪽에 있지 않았어? 인테리어는 어떻게 됐어?”이경혜는 예준하를 힐끔 쳐다보더니 딸에게 물었다.성소현은 손에 들고 있는 자료들을 보면서 대답했다.“아까 오빠가 집사를 불러 나와 준하에게 집으로 돌아오라고 알려서 온 거에요. 난 또 무슨 일이 생긴 줄 알고 서둘러 왔죠 뭐.”이경혜는 미소를 지었다.“그래? 어쩐지 둘이 같이 왔다 했어.”그녀는 문득 딸이 예준하와 사귀는 것에 동의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예준하는 A시 사람이지만 관성에 부동산이 있고, 현재 인테리어를 하는 별장도 그들 성씨 일가의 집과 이웃이다.만약 집에 무슨 일이 있다면 5분도 안 돼서 집으로 돌아올 수 있다.두 사람이 정말 결혼해서 같이 살게 된다면, 성소현은 하루에 수십 번이나 친정집에 갈 수 있다.“인테리어는 아직이에요.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할 생각이라서요. 퀄리티가 우선이잖아요.”인테리어와 관련된 질문에 대답한 것은 예준하이다.현재 인테리어를 하는
조용히 듣고 있던 성소현이 입을 열었다.“정말 증거가 하나도 없어?”“아직은 아무것도 못 찾았어. 아마도 시간이 너무 짧아서일 수도 있으니 천천히 찾다 보면 뭐라도 찾을 수 있을지 몰라. 하지만 너무 큰 희망은 품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수십 년이나 지난 지금 증거가 있다고 해도 이미 다 지워버렸을걸. 그 사건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도 얼마 없을 거야.”성소현은 더는 뭐라 하지 않았다.이경혜는 그런 딸을 보며 말했다.“너희들은 이 일에 대해 너무 신경 쓰지 마. 엄마가 시간이 있으니 천천히 증거를 찾으면 돼. 정말 완벽하게 모든 증거를 없앨 수는 없을 테니까.”“아주머니, 저도 큰형님께 말해볼게요. 형수님의 친정에 조사를 부탁드려도 되고, 주 대표님께 부탁드려도 도움이 될 거로 생각해요.”주재풍은 곽씨 가문의 사위이다. 곽씨 가문도 소씨 가문처럼 정보에 능통하다.“필요할 때 말씀드릴게요, 고마워요.”이경혜는 예준하의 도움을 거절하지 않았다.사람이 많으면 힘도 큰 법이다.또한 이런 일은 전문적인 사람에게 맡기는 편이 훨씬 효율적일 것이다.“조금 있다가 큰형에게 전화하겠습니다.”예준하는 자신을 표현할 좋은 기회가 생겼다고 생각했다.미래의 장모님을 도와 이번 일을 해결할 수 있다면, 장모님의 마음에 들어 가산점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여인을 품에 안을 수 있을 날이 머지않을 것 같았다.이때 집사가 다가와서는 먼저 성소현을 한번 힐끔 보더니 이경혜에게 말했다.“소 도련님께서 아가씨께 드릴 꽃다발과 액세서리, 그리고 기타 선물들을 들고 오셨습니다.”“...”어색한 분위기가 흘렀다.소지훈은 성소현에게 고백하기 시작한 이후로 정말 시도 때도 가리지 않고 존재감을 드러냈다.그는 직접 찾아오지 않는다고 해도 계속 선물을 보내왔다. 이는 매일 예준하의 신경을 건드렸다. 성소현도 이런 소지훈에 대해 어찌할 바를 몰랐다.이 때문에 예준하는 업무를 처리하는 시간을 줄였고 더욱 많은 시간을 들여 성소현의 곁에 붙어있었다. 자기가 옆에
성소현도 소지훈이 자신을 진심으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또한 그녀도 부잣집 출신이라 비싼 물건들을 쉽게 손에 넣을 수 있어 그의 공세에 함락되지 않았다.그녀는 소지훈이 보내온 꽃다발 외의 선물들을 모두 따로 놔뒀다.이제 소지훈이 더는 이런 행동을 하지 않을 때 다시 그에게 돌려줄 생각이었다.성소현은 적어도 예준하와 약혼 또는 결혼을 해야만 여태 받은 선물들을 소지훈에게 돌려줄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만약 지금 바로 선물들을 돌려주면, 소씨 일가의 현임 가주가 이 일을 알게 되어 어떤 행동을 할지 모른다. 소씨 일가 현임 가주의 크레이지 한 면에 대해 성씨 일가 사람들은 모두 잘 알고 있다.한마음 한뜻으로 장남을 바른길로 이끌어가려고 하는 소씨네 현임 가주가 소지훈이 성소현에게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는 성소현의 의견도 고려하지 않고 바로 성씨 일가를 방문하여 혼담을 꺼낼 것이다.성소현은 이미 소지훈의 행동 때문에 골치가 아플 대로 아팠다. 만약 여기에 소씨네 현임 가주까지 참여한다면... 평온한 날이 없을 것이다.그래서 참을 수밖에 없다.그녀의 가족들도, 예준하도 어찌할 방법이 없어 참고 있다.예준하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성소현에게 더욱더 잘해주어 성씨 일가에게 잘 보이는 것뿐이다.그는 소지훈이 꽃다발 외의 다른 선물을 보낼 때마다, 꼭 비슷한 것을 골라 성소현에게 선물했다. 소지훈이 성소현의 마음을 빼앗아 갈 틈을 주고 싶지 않았다.곧 소지훈이 들어왔다.그는 빈손으로 들어왔는데, 그가 사 온 선물은 모두 도우미에게 부탁해 들여오라고 했다.“어? 시끌벅적하네요. 제가 오는 걸 알고 일부러 기다리신 건 아니겠죠?”소지훈은 거실에 모여있는 사람들을 보며 호탕하게 웃고는 성큼성큼 걸어왔다. 그는 빈 소파가 없는 것을 보고도 어색해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예준하의 곁으로 다가가 말했다.“준하 씨, 우리 둘이 좀 비집고 앉을까요?”예준하가 이경혜 부부의 맞은편에 앉아 있는 걸 본 소지훈은 그의 곁에 나란히 앉아
소지훈은 아버지의 재촉에 불만이 많이 쌓여있었다.역술인도 인연을 강제로 찾을 필요 없다고 했다. 때가 되면 그의 마음에 맞는 여자가 나타나 그도 정상적인 남자로 될 거라고 했다.하지만 성미가 급한 아버지는 소지훈에게 나이가 적지도 않은데 언제 하늘의 뜻을 기다리겠는가 한다. 만약 하느님이 깜빡 졸고 인연을 맺어주지 않는다면, 평생 독신으로 살게 될 것이라고 했다.이에 소지훈은 이제 30대인 자기가 아직 늙지 않았다고 반박하고 싶었다.‘아직 마흔도 되지 않았는데... 마흔이 되었다고 해도 한창 장년이란 말이에요.’지금의 사람은 수명이 보편적으로 길어 소지훈은 자신이 100세까지 사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아직 30대 중반일 뿐인데, 전혀 조급해할 필요가 없었다.성기현이 참지 못하고 웃으며 말했다.“전씨네 어르신도 지훈 씨 아버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역술인을 내세워 달래셨던 것 같아요.”현명해만 보이던 소씨네 현임 가주가 정말 결혼을 재촉할 줄을 누가 알았을까?그 때문에 소씨 일가의 젊은 세대들은 만약 결혼 적령기가 되어도 남녀 친구가 없으면 모두 도망갔다. 모두 출장을 가지 않으면 아예 출국해 버렸다. 어쨌든 절대로 관성에 남아있지 않았다.현임 가주가 결혼하라고 재촉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소지훈이 결혼 독촉을 거세게 받는 것을 보고 그의 경호원들조차 머리가 아파 났다. 현임 가주가 그들의 결혼문제까지 해결해 줄까 봐 두려웠다.“지훈 씨, 아버지 때문에 아주 힘들다는 건 이해가 가지만, 그 불쾌함을 저에게까지 전달해 주시는 건 아니지 않나요? 여태 지훈 씨가 준 선물들을 전 하나도 건드리지 않았어요. 오늘 이렇게 오셨으니, 모도 도로 가져가는 건 어때요? ”성소현은 자신도 소지훈 때문에 영향을 받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진작부터 지훈 씨에게 돌려드리고 싶었어요. 혹시라도 당신 아버지에게 들킬까 봐 줄곧 돌려주지 못한 거예요.”이에 소지훈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제 선물이 싫다면 다른 사람에게 주든지, 아예
소지훈의 눈길이 서류 쪽으로 갔다.그걸 눈치챈 이경혜는 숨기지 않고 말했다.“참, 소지훈 씨, 제가 부탁이 하나 있는데...”만약 소씨 일가가 도와준다면, 부모님이 사망한 진짜 원인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이경혜는 생각했다.소지훈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제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편하게 얘기하세요.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꼭 도와드리겠습니다. 최근에 소현 씨에게 폐를 끼쳐서, 사실 저도 마음속으로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사모님에게 도움을 드릴 수 있다면 저도 마음이 한결 편해질 겁니다.”소지훈은 성소현이 제수씨와 관계가 좋은 것을 잘 알고 있다. 제수씨의 체면을 봐서라도 도와줄 것이다.이경혜는 자신의 신상과 부모님이 의외로 사망한 일을 소지훈에게 알렸다.소지훈은 이경혜의 말을 듣자마자 바로 일어나 가려고 했다.성기현과 예준하는 거의 동시에 일어나서 그를 잡아당겨 제자리에 앉혔다.“폐를 많이 끼친 것 같으니 전 이만 먼저 물러나겠습니다.”이경혜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몰랐다.“소지훈 씨, 혹시 도와주실 생각이 없는 건가요?”“사모님, 제가 돕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수십 년이 지난 후에야 다시 증거를 찾는다는 건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조사한다고 해도 알아낼 수 있을 일이 아니라서요. 애초에 이 일을 계획한 사람도 아무 흔적을 남기지 않았을 거로 생각해요. 그 당시 흔적을 남겼다고 해도 긴 세월 속에 묻혀버린 지 오랄 거예요. 이 일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들도 이미 다 이 세상을 떠났을 거고요. 이 일은 정말 제가 돕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도와드리기 어려운 일입니다. 저는 제가 승낙을 했다가 결국 유용한 정보를 내놓지 못하고 성씨 일가의 기대를 저버리게 될까 봐 걱정되네요.”소지훈은 이런 일에 처음부터 개입하지 않는 편이 좋을 거로 생각했다.그는 자신이 그 서류들에 눈길이 간 것을 후회했다.‘어이구, 쓸데없는 호기심하곤.’잠자고 지켜보고 있던 성소현이 물었다.“지훈 씨, 정말 아무 정보도 캐낼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