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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00화

이경혜는 텔레비전 리모컨을 들고 채널을 끊임없이 돌리며 남편에게 말을 건넸다.

“요즘 드라마는 정말 별로예요. 예전처럼 재미있지도 않고 배우들은 다 비슷하게 생겼잖아요. 제가 시대에 뒤떨어져서 그런지, 미에 대한 관념이 특별해서 그런지 모르겠다니까요.”

성문철이 웃으면서 대답했다.

“당신이 TV를 잘 안 봐서 그래. 볼 시간도 없잖아. 언제 TV를 재미있게 보기나 했어?”

“음악을 틀어서 들어보기나 해.”

이경혜는 퇴직하기 전에는 일을 중시하는 유능한 여성이었다. 매일 일 때문에 바빠서 TV를 볼 시간도 없었다.

예전에는 자식들이 어려서 일이 끝나면 세 아이의 학업에 신경을 써야 했고 아이들이 모두 자고 나면 이미 밤이 깊어진 터라 TV를 볼 여력과 시간이 없었다. 그리고 다음 날 제때 일어나서 일과를 시작해야 했다.

성씨 그룹 장남이 성씨 그룹을 맡을 능력이 있었기에 성문철 부부가 회사의 일에 신경 쓰지 않고 퇴직할 수 있었다. 그 뒤로 집에 있게 되면서부터 비로소 한가해지게 되었다.

이경혜는 자신의 젊은 시절을 회억하면서 말했다.

“그러네요. 젊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거의 TV를 보지 않았네요. 그 시간이면 뒷마당에 땅을 만들어 채소와 과일을 심는 게 나아요.”

“당신이 심고 싶다면, 저녁때 해가 지고 날씨가 덥지 않으면 우리 함께 흙을 갈아엎고 땅을 만들면 돼. 채소와 과일도 심고 앞마당에 당신이 좋아하는 꽃도 심고. 매일 그 꽃들을 돌보기만 해도 너무 지루하지 않을 거야.”

성씨 그룹의 권력 중심에서 물러난 뒤로 부부는 연회에도 거의 참석하지 않았고 친분이 두터운 사람들의 연회에만 얼굴을 내밀곤 했다.

침착한 발소리를 들은 성문철이 입을 열었다.

“기현이 돌아왔어.”

이경혜는 맞는다면서 현관문을 바라보았다.

곧 장남의 훤칠한 자태가 이경혜의 시야에 들어왔고 성큼성큼 그들을 향해 다가왔다.

성기현의 손에 든 서류봉투를 본 이경혜는 자신이 장남에게 조사하라고 시킨 일을 떠올리게 되었고 이내 TV를 꺼버렸다.

그리고 장남이 다가오자 물었다.

“기현아. 잘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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